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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판타지/SF
세이안
작가 : 사이딘
작품등록일 : 2016.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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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의 영혼을 인도하는 사신, 카이.
만 번째 그 임무를 끝낸 후 한 가지 소원을 들어주겠다는 죽음의 신,
샤이노스의 말에 소멸을 선택한다.
하지만 소멸 대신 사고로 죽은 한 인간의 몸에 들어가게 된 카이!
한심함과 모자람을 골고루 갖춘 채 배배 꼬인 과거를 가진
세이안의 삶을 대신 살아가만 하는 카이의 운명이 펼쳐진다.

 
제 20 화
작성일 : 16-07-19 16:40     조회 : 762     추천 : 0     분량 : 5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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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윽!

 “……!”

 그런데 그때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던 인형의 손이 들어지더니, 아주 조심스럽게 클리프를 마주 안아 주는 모습을 보였다.

 “고마워요… 형…….”

 “……!”

 그리고 환한 미소와 함께 이어지는 한마디.

 그게 마지막이었다. 그 말을 끝으로 인형 역시 모든 일을 끝냈다는 듯 희미한 빛과 함께 순식간에 원래의 나무 인형의 모습으로 돌아가 버렸다.

 “…….”

 하지만 클리프는 딱딱해져 버린 인형을 여전히 품에 안은 채 쉽게 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그의 눈에서 참았던 눈물 한 방울이 천천히 떨어져 내렸다.

 “쯧!”

 한편 세이안은 그 모습을 보며 살며시 미간을 찌푸린 채 작게 혀를 찼다.

 조금 전 클리프의 진심 어린 사과에 그의 주변을 여전히 맴돌고 있던 제스틴의 영혼이 상처를 입는 것을 알면서도 인형에 깃들기를 바란 것이다.

 물론 아주 짧은 순간이었기에 그리 큰 상처를 받지 않았지만, 고작 저 말 한마디를 전하기 위해 소멸될지도 모를 일을 행한 제스틴의 행동에 혀를 찰 수밖에 없었던 것이었다.

 그나마 무사히 다시 인형에게서 나와 드디어 사신의 뒤를 따라 사라져 가는 제스틴의 영혼을 보며, 세이안 역시 짧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투둑… 투두둑…….

 잠시 후 제스틴의 영혼이 사라지고, 클리프의 눈물에 함께 울어 주기라도 하는 듯 하늘에선 기다렸다는 듯이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

 그에 세이안은 고개를 들어 쏟아지는 비를 자신도 모르게 멍하니 바라봤다.

 이번 일이 잘 마무리된 건 맞지만, 뭔가 씁쓸해지는 기분을 느끼면서 말이다.

 “뭐야, 대체…….”

 한편 이디스 황자는 나무 인형으로 변해 버린 제스틴의 모습을 보며 적잖이 당황하고 있었다.

 자신의 상식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일에 그는 당장 이 의문을 풀기 위해 세이안에게 고개를 돌렸다.

 “…….”

 하지만 말없이 비를 맞고 서 있는 세이안의 모습에 이디스 황자는 살며시 미간을 찌푸렸다.

 그러곤 입고 있던 겉옷을 벗어 그에게 천천히 다가섰다.

 자신의 상식으로도 사고를 당한지 얼마 되지 않은 녀석이 비를 맞는 게 몸에 좋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스윽!

 “……!”

 그러나 이디스 황자가 세이안에게 가까이 다가서기 직전 그보다 먼저 겉옷을 벗어 세이안의 머리에 씌워 주는 이가 있었으니, 바로 루시언이었다.

 “괜찮습니다.”

 “감기 걸린다. 몸도 좋지 않은 녀석이…….”

 “…….”

 세이안은 됐다며 사양했지만, 루시언은 더욱 깊게 옷으로 그를 감싸며 고개를 저었다. 그 역시 이디스 황자와 똑같은 생각을 한 것이다.

 “……?”

 결국 더 이상 거절하지 못하고 루시언의 겉옷을 걸친 세이안은 고개를 돌리다, 어색한 포즈로 자신의 곁에 서 있는 이디스 황자와 눈이 마주쳤다.

 “비 오는데 겉옷은 왜 벗고 계시는 겁니까.”

 “…더워서.”

 “네?”

 “더워서 벗었다고.”

 “…….”

 세이안은 알면 알수록 참 신기한 인간이라는 생각을 하며 이디스 황자를 잠시 바라보다, 그에게 한 발짝 가까이 다가갔다.

 “더우시면 이거 저 좀 빌려 주십시오.”

 “뭐?”

 “필요 없으시잖습니까.”

 그러곤 그의 손에 들린 겉옷을 빼듯이 잡아채 가곤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 루시언에게 그 겉옷을 걸쳐 줬다.

 “형님도 감기 드십니다. 이디스 전하는 열이 많아 필요 없다 하시니 형님이 입으십시오.”

 “…….”

 “…….”

 그런 세이안의 행동에 이디스 황자는 어이없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봐야만 했다.

 아무리 필요 없다지만 황자의 옷을 저리도 단번에 뺏어가다니!

 괜히 울컥 화가 치밀어 오르는 이디스 황자였다.

 “돌려줄 때 빨아서 드릴 테니 걱정 마십시오.”

 게다가 자신의 노려봄이 옷이 더러워지는 걸 걱정해서 그러는 거라 착각하는 세이안의 말에 더욱 기가 막혔다.

 “…먼지 하나 없이 깨끗하게 빨아서 가져와라.”

 “알았다니까요.”

 그렇다고 자신이 주려던 옷이 거부당하고 다른 이에게 입혀진 것에 삐쳤다고는 죽어도 말할 수 없었기에, 이디스 황자는 마지막으로 세이안을 노려본 뒤 획 고개를 돌려 빠르게 그 자리를 떠나갔다.

 “……?”

 그렇게 사라져 가는 이디스 황자를 보며 세이안은 자신이 다른 뭔가 더 잘못한 것이 있는지 생각하며, 연방 고개를 갸웃거려야만 했다.

 

 ***

 

 “엘라쟌과 벨리슨… 사형.”

 재판은 아주 간단히 이루어졌다.

 비록 백작가의 부인이고 자식이었지만 그 죄가 너무도 크고 나빠, 참고의 여지가 없었다.

 모든 증거가 분명한 데다 엘라쟌과 벨리슨의 죄를 직접 확인하고 목격한 이가 이디스 황자였기에 재판은 더욱 빠르고 신속하게 진행되고 결론이 지어졌다.

 “…….”

 사형이라는 판결에 엘라쟌은 무덤덤한 표정을 지었다. 이미 모든 것을 포기한 것이다.

 처음에는 모든 죄가 자신에게 있다 외치며 제발 벨리슨만은 살려 달라 애원했지만, 결국 자신의 죄로 아들까지 죽게 되고 말았다.

 드르륵… 드르륵…….

 “…….”

 판결이 내려진 그날 오후 곧바로 두 사람의 사형식이 진행되었다.

 단두대의 칼날이 천천히 올라가는 소리를 들으며 엘라쟌은 넋이 나간 이처럼 바닥에 주저앉아 있었다.

 뚜벅… 뚜벅…….

 “……?”

 그런데 그런 그녀를 향해 조용히 다가서는 이가 있었다.

 사형이 집행될 때 집행자 말고는 아무도 올라올 수 없는 단두대 앞까지 아주 여유 있는 걸음으로 엘라쟌 그녀의 앞에 다가서는 이가 있었던 것이다.

 멍해 있던 엘라쟌은 자신도 모르게 천천히 고개를 들어 상대를 바라봤다.

 “……! 다, 당신은!”

 그러다 점점 눈이 커지며 놀란 눈빛이 되어 갔다.

 “물건의 대가를 받으러 왔습니다.”

 바로 샤이노스가 그녀의 앞에 서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 이곳의 풍경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밝은 미소를 입가에 머금은 채 말이다.

 “……?”

 그런데 신기한 건 주변에 있는 많은 이들이 아무도 그를 보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자신의 앞에 서 있는 이를 아무도 보지 못하는 듯했다.

 심지어 자신을 일으켜 세워 단두대에 묶는 집행자조차 남자의 앞을 그냥 말없이 지나치며 하던 일만 계속 진행할 뿐이었다.

 “다, 당신은 누구야!”

 순간 엘라쟌은 샤이노스를 향해 소리쳤다.

 처음부터 모든 것이 이상한 자였지만 자신의 계획을 완성하기 위해, 다급한 마음에 그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조금만 생각해 보아도 살아 있는 인형을 제작한다는 것 자체가 이상하다는 걸 알아챘어야 하는데 말이다.

 그런데 지금 다른 이들이 전혀 눈앞에 있는 자를 보지 못하자 엘라쟌은 두려움이 가득 담긴 눈빛으로 샤이노스를 바라봤다.

 “죽음을 앞에 두고도 내가 두려운 건가. 킥.”

 샤이노스는 그런 엘라쟌의 모습에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지금 당장 죽을 거면서도 다른 존재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는 그녀의 모습이 우스웠기 때문이다.

 “누, 누구냐고!”

 엘라쟌은 샤이노스의 말에 악을 쓰듯 소리쳤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주변에 있던 다른 이들은 그녀가 죽음을 앞에 두고 드디어 미쳤다고 여기는 듯 다들 고개를 내젓는 모습을 보였다.

 “대가를 받으러 온 것이지 누구겠습니까.”

 “…나에게 뭘 받아 가겠다는 거야.”

 “영혼.”

 “…뭐?”

 “악행을 저지르고 죽는 이들 대부분이 쉽게 사신을 따라가지 않거든. 그래서 이렇게 대가라는 형식으로 강제 이송이 되는 거지.”

 “무, 무슨 소리야! 사, 사신?”

 덜컹! 탁!

 “……!”

 그녀는 샤이노스의 말이 무슨 말인지 전혀 알아듣지 못하고 급히 다시 질문을 건네 보지만, 결국 마지막 대답은 들을 수가 없었다.

 자신을 향해 빙그레 웃으며 손을 흔드는 샤이노스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올라갔던 단두대의 칼날이 그녀에게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

 그렇게 죽음을 맞이한 그녀의 몸에선 작은 빛의 덩어리가 흘러나왔고, 샤이노스는 빠르게 그것을 인수해 갔다.

 “그만 가 볼까.”

 그리고 더 이상 이곳에 볼일이 없다는 듯 왔던 모습 그대로 여유 있게 그 자리를 천천히 떠나가는 샤이노스였다.

 

 ***

 

 탁!

 “여기 있습니다.”

 “…뭐냐.”

 “옷이오.”

 “…….”

 “깨끗하게 빨아 다림질까지 해서 가져왔습니다.”

 오랜만에 황성에 들른 세이안은 이디스 황자 앞에 자신이 직접 빨고 다린, 저번에 그가 빌려 준 옷을 돌려줬다.

 “…….”

 이디스 황자는 세이안이 건네는 옷을 잠시 못마땅한 듯 바라보다, 그대로 휙 하고 버리듯 한쪽에 던져 버렸다.

 새삼 그때 울컥했던 기분이 다시 떠올랐기 때문이다.

 “혹 지금 저에게 시비 거시는 겁니까?”

 “그렇다면 어쩔 거냐.”

 “어쩌긴요. 전하께서 하시는 일에 제가 뭐라 하겠습니까. 맘대로 하십시오.”

 “…….”

 세이안은 그런 이디스 황자의 행동에도 별다른 표정 변화 없이 떨어진 옷을 다시 주워 직접 한쪽으로 가져가 잘 개어서 놔두는 모습을 보였다.

 그에 이디스 황자는 더욱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지만 말이다.

 “그날 그건 대체 뭐였던 거지?”

 그러다 잠시 후 이디스 황자는 그날, 제스틴의 시신이 발견됐던 그날 미처 묻지 못했던 질문을 세이안에게 건넸다.

 당시 자신이 본 제스틴과 똑같이 생겼던 존재가 대체 무엇이었던 건지 여전히 의문이 풀리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꼭 대답해야 하는 겁니까?”

 “명령이다.”

 “…….”

 별로 대답해 주고 싶진 않았지만 이디스 황자의 성격상 궁금함을 풀 때까지 황자로서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쓸 인물이기에 세이안은 한숨을 내쉬며 간단히 대답을 들려줬다.

 “인형입니다.”

 “…인형?”

 “네.”

 “인형이 어떻게 살아 움직일 수 있는……! 설마…….”

 세이안의 말에 조금은 놀란 표정으로 말을 이어 나가던 이디스 황자는, 순간 뭔가가 떠오르는 듯 더욱 놀란 눈빛이 되었다.

 “네, 전에 보셨던 그 책에 나온 인형술이 그날 전하께서 보셨던 그 인형을 만든 방법과 같은 것입니다.”

 “……!”

 바로 얼마 전에 자신이 관심 있게 본 책에 적힌 인형술사의 능력을 자신의 눈으로 직접 본 것이라는 말이었다.

 “인형술사라……. 그는 지금 어디에 있지?”

 “글쎄요, 한곳에 정착하는 이가 아니어서 말입니다.”

 “너와 잘 아는 사이인 거냐.”

 “별로 친한 사이는 아닙니다. 저 역시 우연히 알게 되었을 뿐이구요.”

 “…….”

 인형술사에 대해 사람들의 인식은 그리 좋지 않았다. 사람을 속이고 술수를 부리며 저주를 거는 그런 이들이라 생각들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디스 황자의 생각은 달랐다.

 오래 전이지만 한 인형술사로 인해 제국을 비롯한 수많은 국가의 군사가 몰살당하는 일이 있었다는 내용을 책에서 읽으며 인형술사에 대해 흥미를 느끼고 있었다.

 본능적으로 느끼는 강한 자에 대한 끌림이라고나 할까.

 “그런데 그날 그 자리에는 정말로 어떻게 오신 거였습니까.”

 그렇게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이디스 황자를 향해 이번에는 세이안이 질문을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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