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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호박 속 미녀
작가 : 야광흑나비
작품등록일 : 2016.4.6
호박 속 미녀 더보기

에브리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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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리병에서 악마를 꺼내 준 답례로 모든 것을 금으로 만드는 손수건을 얻게 된 남자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만든 로맨스(?)입니다.

 
호박 속 미녀 1.
작성일 : 16-04-06 08:22     조회 : 863     추천 : 0     분량 : 7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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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미치고 환장 할 노릇

 

 대훈 공방 사무실.

 

 

 

 

 “지금 뭐라고 하셨습니까?”

 

 “현재 채무자께서 변재 하셔야 할 금액이 8억에 육박했다는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제가, 8억을 빚졌다고요?”

 

 “네.”

 

 

 

 나는 태연히 말하려 애썼지만 한 번도 빚을 져 본 적 없는 내 심장은 전혀 태연해 지지 않았다.

 

 갑자기 나타난 빚이 8억이나 된다니. 두려워서 그만큼 대단한 빚은 질 엄두도 내 본 적이 없는데 갑자기 나타난 은행 직원은 너무나 덤덤하게 이 어마어마한 현실을 말하고 있었다.

 

 

 

 “제가 뭘 잘못해서 8억씩이나 빚을 졌을까요? 빚 질만한 일은 그 어떤 것도 하지 않았는데…….”

 

 “상속 받으신 대훈 공방의 부채를 1년간 변재하지 않으셔서 더 이상은 미뤄 드릴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이젠 조금씩이라도 값아 주시는 게…….”

 

 “잠깐! 그러니까. 그 빚이 제 아버지 빚이라 이거죠?”

 

 “그렇습니다.”

 

 

 

 아버지는 살아서도 내 발목을 그렇게 잡더니 죽어서까지 발목을 틀어쥐고 놓아줄 줄을 모른다.

 

 마치 ‘네가 원하는 대로 즐겁게 살도록 놔둘 성 싶으냐?’ 라고 노성을 토하듯이 아버지의 망령은 끊임없이 나를 다그치고 뒤통수를 후려치는 것으로 돌아가신 사실마저도 잊고 미쳐 날뛰도록 만든다.

 

 

 

 ‘망할 영감탱이. 대체 내게 왜 이래?’

 

 

 

 “얼마나 오랫동안 빚을 지고 계셨죠?”

 

 “아마도 4년쯤 되셨을 겁니다.

 

 

 

 내게 빚 독촉을 하러 온 은행 직원은 몇 번 서류를 뒤적여 보다가 처음으로 돈을 빌린 날짜를 보여주었다.

 

 

 

 4월 4일.

 

 

 

 ‘두 번이나 죽을 사가 끼어 있으니 죽지 않고 배길 수가 없는 날이로군.’

 

 

 

 최초로 아버지가 돈을 빌린 날은 유난히 아버지가 특이하고 세공이 까다로운 보석들을 대량으로 구입해 들어온 날이었고, 아버지와 유난히 많이 다퉜던 날이면서 아버지가 돌아가신 날이기도 했다.

 

 

 

 “돌아버리겠군.”

 

 

 

 ‘그러니까. 이 영감탱이가 죽어서도 날 엿 먹이려고 이런 짓을 벌였다 이 말이지?’

 

 

 

 “빚은 값을 맘이 없는……."

 

 “상속을 끝마치셨기 때문에 대훈 공방은 8억. 현재 이자까지 합치면 8억 7천 가량을 값을 의무가 있습니다.”

 

 “9억 가까운 돈을 갚으라고요?”

 

 “네.”

 

 “그걸, 제가 왜…….”

 

 “상속을 받으셨으니 지훤 씨는 상속분과 채무 변재 의무를 동시에 얻으신 겁니다.”

 

 “제가 거부하면 안 되는 겁니까?”

 

 “4월 12일까지 변재해 주시기 바랍니다.”

 

 

 

 상속분보다 많은 빚이라니. 상속 된 재산은 공방을 포함해서 5억이 채 안 되는 돈이다. 그런데 빚은 9억 가까이 된다니. 나로서는 절대 못 값을 돈이다. 더구나 4월 12일이라면 겨우 일주일의 유예기간이 주어졌을 뿐이다. 그런데 이 시간동안 모든 것을 해결하라고?

 

 아버지가 죽어서까지 날 엿 먹이려 한 의도가 확실하다면 아버진 아주 훌륭하게 성공하셨다.

 

 난 빌어먹게도 아버지가 내게 빚을 상속 하셨을 거라고는 꿈에도 짐작 못하고 어떻게 하면 공방을 더 크게 키울지. 그것만을 생각하며 꿈에 부풀어 있었던 것이다.

 

 어떻게 아버지가 그 많은 빚을 졌다는 것을 모를 수 있었을까.

 

 

 

 ‘그 많은 보석들을 한 번에 수입 해 오려면 그만큼 큰돈이 드는 것이 사실인데. 난 어째서 이걸 몰랐지?’

 

 

 

 뭘 어떻게 해야 단숨에 빚을 값을 수 있을지 선뜻 계산이 되지 않는다.

 

 

 

 ‘갖고 있는 보석을 모두 저가에 팔아치우면 빚을 탕감 할 수 있을까? 아니면 공방을 싸게 다른 곳에 넘기면…….’

 

 

 

 “혹시나 싶어서 드리는 말씀이지만 공방은 팔 수 없으십니다.”

 

 “네?”

 

 “공방은 이미 우량은행에서 맡고 있으니까요.”

 

 “그러니까, 그 말인 즉……. 이 공방에선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말씀이십니까?”

 

 “그렇습니다.”

 

 “보석 세공도?”

 

 “네.”

 

 

 

 정말 제대로 돌아버리겠다.

 

 

 

 “아버지가 노망이 나시지 않고서야 어떻게…….”

 

 

 

 절망이 더해진다. 이렇게 되면 정말 맨 땅에 헤딩을 하는 수밖에 없다. 빚을 갚으려면 사실 공방의 모든 것을 팔아치우는 수밖에 없는데

 

 공방은 이미 은행의 것이나 마찬가지인 상태이다.

 

 이렇게 되면 당장 누구에게라도 손을 벌려서 그 큰돈을 마련해야만 한다.

 

 그러나 누가 내게 그만큼의 돈을 빌려주겠는가.

 

 상속 받은 지 얼마 되지도 않은 공방 주인에게.

 

 그것도 뚜렷하게 경영 능력과 세공 능력을 검증 받지 못한 사람에게.

 

 공방 안에는 사실상 팔아 치울 수 있는 보석도 거의 없었다.

 

 당장에 공방 운영을 하려면 새로이 보석을 수입 해 와야만 이익이 발생하는 구조다.

 

 그런데도 여전히 굴릴 수 있는 자금은 마이너스이고 갚아야 할 빚만 끔찍할 정도로 많다.

 

 내가 굴릴 수 있는 개인 자산이 몇 천 만 원쯤 있겠지만 이 단호하고 깐깐한 은행직원의 행태를 보아하니, 그 돈도 아마 진즉에 압류되어 있을 거란 예상이다.

 

 

 

 ‘잘하면 장기라도 팔아야 할 지 모르겠군.’

 

 

 

 그만큼 무시무시한 빚이었다.

 

 누군가에게는 별 게 아닐 수도 있는 빚이지만 원래 공방 주인의 사후에 새로운 주인이 공방을 운영함으로 인해서 곧바로 커다란 이익이 발생하진 않는다.

 

 아버지를 신임하고 있던 수많은 단골 고객들은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아직까지 내게 확신을 갖고 있지 않았다.

 

 그것은 곧바로 이익과 직결되었고 제대로 고객의 신임을 얻고 그들이 내게 익숙해지기 전까지 공방은 큰 이익을 기대 할 수 없을 터였다.

 

 어떤 면으로 보나 제대로 난항.

 

 도망 갈 구석이라곤 어디에도 없다.

 

 

 

 “값을 수 있다고 보십니까?”

 

 

 

 나는 도저히 값아 나갈 수 없는 빚에 차라리 삐딱한 태도를 고수하기로 했다.

 

 이쯤 되면 겁 대가리를 상실 하는 것 말고는 취할 수 있는 태도라는 것이 없다.

 

 배 째라! 먹고 죽으려도 없으니까.

 

 

 

 ***

 

 

 

 

 

  ***

 

 

 은행원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주 방법이 없는 건 아닙니다.”

 

 아주 음흉한 표정.

 

 “뭡니까? 그게.”

 

 그러나 난 그의 이런 음흉한 떡밥을 답삭 받아 물었다. 사실 힘들었으니까.

 

 “지훤 씨에게 빚이 있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빚 말고도 선택할 수 있는 게 하나 있어요.”

 

 “그러니까. 본론은?”

 

 “보석을 하나 드리죠.”

 

 난 그때 생각했다.

 

 ‘아무리 죽어라. 죽어라 해도 정말 죽으란 법은 없구나.’

 

 

 

 하지만 은행원이 해 준 다음 말에 난 질적으로 다른 절망을 맛보고 말았다. 너무나 어려운 난제를 떠안아버린 두려움. 그것에 따른 절망감. 바로 그런 이유였다.

 

 “지훤 씨는 채권 상환일 전까지 완벽한 선택을 해야만 합니다. 더해서도 안 되고 덜 해서도 안 되는 적정선. 바로 저것을 이용해서 말이죠.”

 

 보석은 보석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평범한 보석이 아니기도 했다.

 

 “저, 저건…….사람이 들어 있지 않습니까? 대체 당신들. 저 여자한테 무슨 짓을!!”

 

 두려움과 놀라움의 공존. 선명한 노랑 빛이 감도는 거대 보석을 카트로 밀고 들어오는 남자와 보석 안에서 내게 눈을 맞추는 여자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저거, 진짜 보석 맞습니까?”

 

 나는 내 눈을 믿을 수 없어서 한참이나 두 눈을 비볐고, 그 다음에는 그 어떤 때보다 정밀한 보석 감정을 하며 진위를 따져 보았지만 보석은 진짜였다.

 

 호박이라는 이름의 보석. 나무의 진액이 쌓이고 쌓여서 만들어진 보석은 호박 중에서도 최상품에 들 만큼 윤기가 돌았고 색감도 고루 분포 되어 있었다.

 

 ‘그런데 저 안에 사람이 들어가 있단 말이지. 그것도 저렇게 아름다운 여자가.’

 

 “저걸 어떡하라는 거죠?”

 

 

 

 “저 호박은 특별한 보석입니다. 자칫 잘못 세공하면 저 안에 들어있는 미녀의 몸에도 상처가 날 수 있으니 말이지요.”

 

 “상처가 난다고요?”

 

 “네. 그러니, 아주 섬세하게 다뤄 주셔야 합니다.”

 

 어렵다. 무진장 아주 많이 이려운 일이다.

 

 “제가 할 수 있을까요?”

 

 “그렇다고 너무 긴장 하지는 마시기 바랍니다. 어쨌든 호박 속의 저 미녀도 보석의 일부니까요. 어떻게 세공이 되던 원망은 하지 않을 겁니다.”

 

 ‘원망을 하는지, 안 하는지가 문제가 아니라고. 미녀가 다친다며!’

 

 나는 황당함에 은행원을 맵차게 노려보았다.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십니..”

 

 “보석에 감정 이입 하실 필요는 없으십니다.”

 

 ‘이런 씨발! 그게 쉽냐고. 아오!!’

 

 은행원의 말에 호박 속에 들어있는 미녀의 눈에서 눈물 한 방울이 ‘또르르’흘러내렸다. 그리고 나는 그 호박 안에서 그녀가 흘린 눈물조차도 호박의 일부로 굳어져 가는 광경을 실시간으로 지켜보았다.

 

 

 

 “저, 저건!”

 

 “아름답지 않습니까? 미인이 만들어내는 환상적인 눈물 무늬가 있는 호박은 흔치 않죠.”

 

 “아니, 그러니까.”

 

 ‘흔치 않은 게 아니라, 저런 건 아예 없다고! 대체 내가 무슨 꿈을 꾸는 거지? 왜 아직도 이런 끔찍한 꿈에서 깨지 않는 거야.’

 

 나는 진심으로 이것이 꿈이길 바랐다.

 

 내가 9억 가까이 되는 엄청난 빚에 허덕이는 빚쟁이라는 현실이 꿈이기를 바랐고, 거대 보석 안에 있는 여자를 자칫하면 다치게 할 수도 있다는 사실도 꿈이길 바랐다.

 

 여태껏 개미 새끼 한 마리도 죽여 본 적 없었다.

 

 미녀라면 환장 할 정도로 좋아하지만 여태껏 미녀들에게 그 어떤 위해를 가해 본 적도 없었고 미녀가 아니더라도 여자라는 존재에게는 언제나 존중과 배려를 해 줘야 한다는 것이 기본 신념이었다.

 

 수없이 억울한 일을 겪더라도 여자에게는 분노를 되돌렸던 날조차도 없다. 아주 사소한 일이라도. 그랬던 내가 앞으로 저 여자의 몸이나 다름없는 호박을 세공 해야만 한다니.

 

 정말 꿈이었으면 좋겠다.

 

 “당신. 정말 현실 속에 존재하는 건가?”

 

 나는 나도 모르게 호박 속 여자에게 말을 걸었다. 그러자 그녀의 눈이 몹시 깜빡이며 딱딱한 호박 안에서 그녀의 몸이 유연하게 구부려졌고 그녀의 얼굴이 호박을 만지고 있는 내 손끝으로 다가왔다.

 

 마치 만져보라고 말하듯이.

 

 

 

 나는 그녀의 행동에 홀린 듯 그녀의 얼굴이 가까이 닿아 있는 호박을 몇 번 쓰다듬어 봤다.

 

 ‘따뜻하다.’

 

 차갑고 딱딱해야 할 보석에서 사람의 체온과 닮아 있는 온기가 느껴진다. 아니, 이 온기는 보통의 사람들보다 몇 도 쯤 높은 온도이다. 그리고 몹시 현실감 있는 온도이기도 하다.

 

 호박 안에 여자가 들어 있다는 것은 비현실인데, 온도는 너무나 현실적이라니.

 

 나는 보석 속에 갇혀 있는 그녀에게 또다시 말을 걸었다.

 

 “나를 믿어요?”

 

 그러자 그녀는 한 번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난 원래 보석을 아주 많이 깎는 사람이에요. 미세한 오차도 허용치 않아서 조금이라도 맘에 들지 않으면 그 보석이 원하는 형태를 만들어 낼 때까지 집요하게 괴롭히기도 하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이걸 깎게 되면 당신이 다칠 확률이 아주 많다고 하네요.”

 

 이런 내 말에 그녀는 잠시 처연한 표정이 되었다가 고개를 미미하게 내저었다.

 

 

 

 ‘괜찮다고? 뭐가. 뭐가 괜찮다는 거지?’

 

 “괜찮아요?”

 

 내가 묻자 그녀는 또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또다시 흘러내린 눈물이 아주 빠르게 보석의 일부가 되었고…….나는 그녀의 그런 모습에 아릿한 가슴의 통증을 주체 할 수 없었다.

 

 “어쩔 수 없다는 거군요. 당신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는 거니까.”

 

 내가 이렇게 말하자 그녀가 ‘네.’라고 말하듯 입술을 오므렸다가 닫는 것이 보였다.

 

 ‘저 여자의 모습을 보고도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할 수는 없겠지.’

 

 한 번도 나 자신의 고집을 꺾어 본 적 없던 내가 앞으로는 무작정 고집을 부릴 수 없을 것만 같은 예감이 든다.

 

 “호박은 언제까지 세공해야 합니까?”

 

 “언제까지 하실 수 있으신지요.”

 

 내 질문에 은행원 역시 질문으로 답했다.

 

 “가급적이면 시간을 넉넉히 주셨으면 합니다. 평소 작업 하는 때보다 넉넉하게요.”

 

 “한 달이면 되겠습니까?”

 

 “조금 더.”

 

 “그럼 한 달에 일주일을 더 드리죠.”

 

 앞으로의 내 모든 행동에 저 여자의 목숨이 달려있다.

 

 가슴에 묵직한 책임감이 내려앉는다.

 

 

 ***

 

 

 

  ***

 

 

 은행원이 떠나고 나는 곧바로 호박 세공 작업에 착수했다.

 

 ‘썩썩’ 갈리는 소리가 마치 살 끝이 잘려나가는 것처럼 섬뜩하지만 부러 모르는 척, 조심스럽게 세공을 이어간다.

 

 그러나 얼마 못 가서 나는 쩔쩔매고 말아버린다.“젠장! 아파요?”

 

 눈물을 글썽글썽 매달고 있는 그녀 모습에 가슴이 짜르르 아파온 탓이다.

 

 “아파요?”

 

 그녀의 고개가 미약하게 끄덕여지고 입술이 눈에 띄게 바들바들 떨린다.

 

 ‘아, 아프구나.’

 

 그녀가 아프다고 할 때마다 쩔쩔매고 전전긍긍 하게 된다면 한 달 하고도 일주일의 유예기간조차도 무의미하게 흘려보낼 것을 알지만 쉬이 모질어지지 못한다.

 

 “미안해요. 조금만 참아요. 조금만.”

 

 그녀가 여전히 고통스러운 듯 찡그린 얼굴을 아무렇지 않은 듯 되돌릴 동안에 난 잠시 멈춰서 그녀를 응시했다.

 

 너무나 아름다운 얼굴의 그녀.

 

 아마 어쩌면 난 이 여자의 아름다움에 진즉부터 홀린 것일지도 모르겠다. 제사보다 잿밥에 더 관심을 갖는 심보가 아니고서야 어찌 그럴 수 있겠느냐고 스스로를 다그쳐보지만 이미 생겨 버린 감정은 도무지 사라질 줄 모른다.

 

 “어떡해야 할까.”

 

 그녀가 화사하게 웃는다. 피처럼 붉은 입술에서 연분홍빛 혀끝이 슬쩍 나올 때마다 허리 아래 어느 한 부분에서부터 자르르한 신호가 온다.

 

 “하하.”

 

 어이없음에 헛웃음을 내뱉고 애써 마음을 다잡는다.

 

 ‘썩썩’ 여전히 살 끝이 갈리는 소릴 닮은 세공작업을 힘겹게 진행 시켜나간다.

 

 ‘정말 이래야 하는 건가?’

 

 나는 비현실이라 의심하면서도 그녀의 처연함에 마음이 갈팡질팡 하고 있었다.

 

 그녀를 온전하게 놔 둘 수만 있다면……. 그녀가 호박 속에서 벗어날 방법이 있다면 정말 좋겠다고.

 

 나는 정말 눈물이 날 정도로 간절히 바랐다.

 

 얼마나 침울하게 있었을까. 손이 닿아 있는 호박의 외벽에 일순 따스한 온기가 감돈다.

 

 “왜…….”

 

 그녀가 호박에 얼굴을 밀착한다.

 

 “뭐, 뭘!”

 

 그녀의 눈이 느리게 깜빡이고 손을 부드러운 바닷물 속 해초처럼 움직이며 나를 부르자 그제야 그녀의 의도를 이해 할 수 있었다.

 

 “여기? 얼굴, 맞대고 있으라고요?”

 

 그녀의 고개가 끄덕여진다.

 

 “아아.”

 

 ‘위로 해 주려는 거구나.’

 

 나는 진정으로 고마운 마음이 들었지만 한편으로는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다.

 

 정말 위로 받아야 하는 것은 그녀인데, 난 왜 염치없이 감정에 휘둘리다 이 여자의 위로까지 알뜰하게 받아버리는 걸까.

 

 자괴감이 들었다.

 

 “못나 빠진 개자식!”

 

 스스로에게 욕을 퍼붓고는 다시 그녀의 호박을 세공해 나갔다.

 

 ‘석석’

 

 귀를 틀어막고 싶다. 아무리 애써도 그녀의 일그러지는 표정을 볼 때면 태연한 마음이 들지 않았다. 그녀를 초, 분 단위로 조금씩 농락 하다가 서서히 죽여 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이건…….정말 못 할 짓이다.

 

 “안 되겠어!!”

 

 나는 도저히 참지 못하고 공방 뒤편의 베란다로 걸어갔다.

 

 “후…….”

 

 담배 한 개비를 꺼내어 깊이 빨아들여보지만 가슴을 콱, 막고 있는 죄책감과 무거운 책임감은 나아질 줄 모른다.

 

 ‘어떡하지? 어떻게 해야 조금이라도 나아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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