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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현대물
판타지스타
작가 : 사열
작품등록일 : 2016.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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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드의 악동!
희대의 스캔들메이커!
헐리웃 액션의 대가!
…….
그리고 발롱도르 후보.

박성국(P.S.G).

그가 필드에 들어서는 순간.
모두의 기대감 어린 시선이
그의 몸에 집중된다.

공을 잡는 것만으로 시선을 끌어모으는 자.
판타지스타(Fantasista)!

 
제 22 화
작성일 : 16-07-19 16:00     조회 : 587     추천 : 0     분량 : 58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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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내가 생각하기에는 저놈 성격에 패스를 해 줬다는 게 이상한데!”

 성국의 발을 떠난 유령 같은 힐패스는 감천중의 주축인 동찬을 퇴장으로 이끄는데 지대한 공헌을 했다.

 그게 결코 우연은 아닌 것 같다 싶었던지 승재가 집중해서 아직도 바닥에서 고통을 호소하는 성국을 바라보는 동안 동찬은 뭔가에 홀린 듯 넋이 나간 표정이었다.

 성국이 중심인 원 맨 팀이 강성중이다 보니 그를 반드시 막아야만 했고, 또 감정적인 대립으로 너무 과하게 성국에게 집중한 결과 그의 힐패스를 보지 못하고 발을 뻗은 것이었다.

 그리고 그 결과 공 없는 성국에게 치명상을 입힌 듯했고…….

 그 실책이 뼈아프게 다가온 순간!

 동찬이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강석과 축구공을 바라보다 움찔하며 성국을 쳐다보았다.

 “으…….”

 천배의 부축을 받아서 자리에서 일어나 발을 절룩이는 성국의 모습을 보니 동찬도 두려움이 밀려왔던 모양이다.

 그러려고 그랬던 것은 아닌데, 아니 그저 가볍게 공만 빼앗을 생각으로 발을 뻗었는데 저리 심하게 다칠 줄은 몰랐다 싶었던지 동찬의 눈빛에 미안함이 맴돌기 시작했다.

 아무리 그전에 감정적으로 골이 있었다 하더라도 이럴 의도는 아니었다.

 동찬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듯 멍하니 그 뒷모습을 바라보는 동안 성국이 힐끔 그를 돌아보았다.

 그리고는 고통스러워하던 얼굴을 지우고 이내 악랄한 얼굴에 비웃음을 머금었다.

 “후반에 6골 넣어 줄게.”

 어제 이야기했던 5골보다 한 골이 더 추가된 얄미운 목소리!

 그리고 그가 동찬만 보라는 듯 씩 웃으며 발목을 까딱까딱 해 보이자 동찬이 혼이 빠진 듯 멍한 얼굴을 해 보였다.

 “저, 저거 사깁니다! 저 새끼가 구라 치는 거라고요!”

 이내 그가 바락바락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이번엔 그걸 목격한 이가 동찬뿐이었던 모양인지 그 외침에 모두가 다시 그를 바라보며 인상을 구겼다.

 여전히 부축을 받아서 다리를 절룩여 벤치로 이동하는 성국!

 “아…….”

 고통스러워하는 듯한 그의 모습에 동찬이 너무 억울하고 분해서 눈물이 날 것 같다는 듯 그렁그렁해진 눈으로 소리쳤다.

 “와 씨바 마! 안 해! 안 한다! 더러버서 못 한다!”

 난동 아닌 난동을 부리며 그가 필드에서 강제로 퇴장 당하는 순간!

 벤치까지 나온 동찬이 억울함의 눈물을 머금은 채 이 모든 흉계를 꾸민 성국을 노려보았다.

 여전히 아픈 척하고 있는 성국은 같은 강성중 팀원마저도 속이고 있는 기가 막힌 모습을 보여 주고 있었다.

 “씨바…….”

 머리끝까지 화가 치밀어 오른 동찬이 으드득 이를 갈며 그를 노려보자 이내 성국이 시선을 느끼고는 그를 힐끔 쳐다보았다.

 그리고 성국이 얄미운 웃음을 날리다 이내 진지한 얼굴로 한마디 덧붙인다.

 “마, 히야 액션 배우다. 연기력 살아 있제?”

 

 ***

 

 “전반 종료!”

 감천중학교의 주력 동찬이 퇴장을 당하고, 성국이 잠깐 아웃되어 있는 시점.

 수적으로 강성중이 우위를 점했지만 경기 양상은 크게 달라지지 않은 상황 속에서 하프타임을 맞이하게 되었다.

 “야, 너 괜찮냐……?!”

 동찬의 위협적인 태클 덕분에 3분 일찍 벤치로 돌아와 쉬고 있던 성국에게 강석이 돌아오자마자 먼저 그의 안부를 물었다.

 여태껏 그를 싫어하고 툴툴거리긴 했어도 기본적으로 마음이 여리고 착한 녀석이란 것만큼은 변함이 없었다.

 강석이 걱정스러운 눈빛을 보내자 성국이 고통스러워하던 표정은 온데간데없이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입 다물고 있어. 회복 중이시니까. 후반 되자마자 갈기갈기 찢어 놓을 거니까 정신 똑바로 차리고 있어라, 오글아.”

 자기 자신을 향한 걱정이라고 하더라도 오글거리는 건 참을 수 없었던 모양이다.

 물론 그게 그렇게 과한 것들은 아니었지만 그런 게 어색했던 모양인지 벤치에 걸터앉아서 주의를 준 성국이 느긋한 얼굴로 하품을 하자 강석이 깜짝 놀라며 물음을 던졌다.

 “야 너 다리……!”

 “다 나았다, 다.”

 말 떨어지기 무섭게 낄낄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난 성국!

 분명히 바닥에 쓰러질 때만 하더라도 제대로 걷기도 힘들지 않았나 싶었건만 이리도 멀쩡하단 말인가?

 놀란 강석의 모습에 천배가 에휴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다른 모두를 속여도 천배에게만큼은 속임이 없었던 성국인지라 전반이 끝나 가는 시간에 실상을 알아차린 바 있었다.

 성국의 전략이라면 전략이 할 수 있는 퇴장 유도에 동찬이 넘어갔고, 그로 인해서 강성중은 감천중보다 훨씬 더 유리한 상황을 맞이하게 되었다.

 성국은 건재하고, 상대는 수비의 주축을 잃었으니 결정적인 찬스를 맞이하게 된 것이다.

 물론 거기엔 성국이 다치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안도감도 있긴 하다만 한편으로는 걱정이 될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지금 성국이 보여 준 것은 스포츠맨쉽에 어울리지 않는 방법이었으니까.

 물론 ‘이긴다’라는 것에 포커스를 맞춘다면 그저 나쁜 일만은 아니었다.

 오히려 팀을 위해서라면 칭찬해 줄 만한 일이기도 하다만, 그런 것보다는 축구 자체의 즐거움을 느끼고 진심으로 임하길 바랐던 천배이기에 이 영악한 플레이가 못내 아쉬운 건 어쩔 수 없었던 모양이다.

 “야, 근데 박성국 괜찮은 거야?”

 “말짱해 보이는데?”

 “얼빵이들아, 파울유도도 능력이다.”

 아이들이 심하게 넘어졌던 것치고는 상당히 말끔해 보이는 그 모습에 조금 당황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자 성국이 씩 웃으며 우쭐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 말에 걱정스러워하던 아이들이 안도감을 느낀 듯 ‘뭐?!’ 하고 웃으며 소리치자 뒤늦게 실상을 파악한 임 감독도 들뜬 얼굴로 목소리를 더했다.

 “그래! 뭐든 이기면 된다! 이기는 게 중요한 거야!”

 그로서는 좋은 실적만 가지면 된다. 그렇기에 성국이 어떻게 하던지 팀에 유리하게 기여해 준다면 그것만큼 좋은 일이 있을 수 없었다.

 비록 득점은 없었지만 탐라기 대회에서 최고 공격력을 자랑하는 성국도 무사하고, 상대가 1명 퇴장을 당해 10명이 되지 않았던가?

 텐 백으로 잠근다 하더라도 하나의 공백이 있는 만큼 강성중이 유리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 정말 이길 수도 있겠다!”

 사실 강석이나 경태, 성국을 제외하고는 그렇게 특출난 인력이 없는 게 강성중이었다.

 진다는 생각으로 임한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수비력 출중한 명문 감천중을 상대로 이길 수 있단 생각으로 임한 것도 아니다 보니 아이들도 그 분위기에 휩쓸려 점점 사기가 끌어 오르는 모양이다.

 사실 후반 들어서 감천중학교가 체력이 떨어진 성국의 마크 인원을 줄이고 미드필더 진영에 조금 더 압박을 주면 전반의 균형 상태는 언제 무너져도 무너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선발로 나선 아이들도 뛰면서 그런 걱정이 들었지만, 이젠 동찬이 퇴장을 당했으니 그럴 걱정이 거의 반으로 줄어 버린 것 아닌가?

 골보다도 더 천금 같은 레드카드가 터져 나오면서 상황이 급변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런데 정말… 너 일부러 그런 거냐?”

 “진짜 대단하다, 박성국!”

 실상을 알아차린 아이들이 대체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는지, 그리고 그런 걸 꾸민 것인지 모르겠다는 듯 혀를 내두르며 이야길 꺼냈다.

 그 말에 성국이 절룩절룩 다리를 절다가 이내 멀쩡한 걸음으로 걸음을 옮기곤 보란 듯이 폴짝폴짝 뛰어 보이자 여기저기서 ‘와, 대박!’ 하고 탄성이 터져 나왔다.

 “엉아가 있는 한 저 촌것들한테 지진 않을 거다. 절대로.”

 자신감이 넘쳐흐르는 그 모습에 천배가 정말 졌다는 듯 혀를 내두르며 그를 보았다.

 그 눈빛을 느낀 성국이 씩 웃으며 고개를 돌렸다.

 “유주얼 서스펙트도 못 보셨어요? 그거 쌤 젊을 때 유행했다던데! 저 연기파 배웁니다, 쌤.”

 “그래, 참 대단한 연기파 액션 배우구나…….”

 분명히 영리하고 훌륭한 플레이이기는 하다만 마냥 기쁘지만은 않은 표정을 하자 성국이 잘 이해는 되지 않는다는 듯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어쨌거나 이기면 장땡이죠. 어차피 이것도 지나가는 과정이니까.”

 천배가 왜 그런 얼굴을 하는지 어렴풋이 이해는 하고 있다.

 하지만 결국 축구 선수란 건 영화배우 되는 길에 스쳐 가는 과정일 뿐!

 확고한 성국의 말에 천배가 저 마음을 돌이키기란 어쩜 불가능한 일인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 그게 아니라면 세상에서 가장 얄미운 선수가 나오는 건 아닐까?

 “에고, 모르겠다! 어쨌든 네가 우리 편이라서 정말 다행이다!”

 같은 팀까지도 속이는 마당에 상대는 오죽하겠는가?

 비록 그에게 스포츠 맨 정신은 없어도 프로페셔널은 확실히 장착하고 있는 셈이었다.

 “후반 경기 진행합니다!”

 때마침 하프 타임이 끝이 나고 후반의 시작을 알리는 심판의 호각이 울렸다.

 그 소리에 예정대로 다시 후반, 필드로 걸음을 옮기는 성국.

 말없이 뒷모습을 바라보는 천배에게 성국이 다시 한 번 더 미소 띤 얼굴을 한 채 말했다.

 “쌤! 오늘 끝나거든 맛있는 것 좀 사 줘요!”

 그리고 성국이 대답도 듣지 않고 뻔뻔하게 손을 흔들며 마저 걸음을 옮겼다.

 “참…….”

 이러니저러니 해도 성국이 가진 재능은 압도적이었다.

 인성 부분에선 여전히 갖추지 못했단 생각이 들었지만 육체적 재능이나 볼에 대한 감각, 골 결정력을 넘어서서 이제는 지능적인 측면까지 보여 주고 있지 않은가?

 성국이 천배가 바라는 바람직한 선수는 되지 못한다 하더라도 어쩜 그의 생각을 뛰어넘는 상상을 초월하는 선수는 될 수 있을 것이다.

 “지켜보는 수밖에.”

 결국 천배가 할 수 있는 것은 그가 가진 재능에, 이제 빛을 발하기 시작한 불꽃이 꺼지지 않도록 지켜 주는 일뿐!

 천배가 마음의 짐을 조금이나 덜어 낸 순간 필드에는 다시 한 번 더 강성중과 감천중 선수들이 모습을 보였다.

 주장 강동찬의 퇴장 덕분에 의기소침한 감천중학교 아이들 가운데, 전반에 동찬과 함께 성국을 마크하던 두 녀석이 죽일 듯이 성국을 노려보았다.

 “오……! 생각보다 튼튼한데요? 박성국!”

 아직까지 실상을 파악하지 못한 만기가 후반에 다시 돌아온 성국의 모습에 기대감을 가지고 입을 열자 승재가 석연찮은 구석은 있다는 듯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어떻게 하는지 지켜보자. 무슨 꿍꿍이가 있었는지!”

 “예?”

 “아니, 아니다! 전반 말미엔 몸놀림이 다시 살아났는데 후반에는 어떻게 되려나.”

 성국의 퇴장 유도가 의도적인 것이었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는지 승재가 기대감 가득한 눈으로 필드에 집중력을 가했다.

 “원래 될 놈은 뭘 해도 다 되잖아요? 강동찬도 퇴장 당했고, 이제는 원맨쇼 할 것 같은데요? 부상만 심한 거 아니면요!”

 그런 그에게 만기가 왠지 모르게 원사이드한 경기가 될 것 같다 예상을 꺼내 놓자 승재가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의도했다 하더라도 그렇게 운이 따라 주진 않는데 말이야. 어쨌든 운도 실력이니 지켜보자!”

 그리고 그의 말을 기점으로 후반전이 시작되었다.

 -뻥!

 이번에는 감천중이 먼저 킥오프를 하며 가볍게 패스를 돌렸다.

 수적 열세 덕분에 쉽사리 공격을 가하지 못하고 있는 터라 감천중이 패스웍으로 중앙에서 공을 주고받는 동안 성국은 여전히 오프사이드 라인에서 설렁설렁 뛰는 둥 마는 둥 불성실한 자세로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다.

 “빠꼼한 새끼!”

 “씨바, 개구라쟁이 새끼! 디질라고!”

 그 자체가 남아 있는 감천중학교 수비진들의 심기를 거슬리고 있었던지 흥분한 녀석들이 대놓고 욕설을 내뱉으며 더욱더 성국을 압박해 왔다.

 “뒤지기 좋은 날이다. 그렇지? 씹새끼들아.”

 이제 더 이상 참아 줄 생각이 없었던지라 성국도 마주 노려보며 응수하자 감천중학교 수비진들이 더욱더 흥분한 듯 격앙된 눈으로 그를 노려보았다.

 “닌 진짜 쥑이뿐다! 개 빠꼼한 새끼야!”

 주먹이 나가도 이상할 게 없는 분위기! 생각 같아선 운동장 끝에서 끝까지 면상을 갈아 버리고 싶건만……!

 허나 지금은 성질부릴 때가 아니라는 듯 성국이 다시 입을 꾹 다물고 가볍게 걸음을 옮겼다.

 “개새끼야! 쫄았나! 말을 해 봐라!”

 흥분한 아이들이 점점 거친 말을 하자 성국이 응대 대신 미소를 걸치고 손을 들어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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