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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현대물
판타지스타
작가 : 사열
작품등록일 : 2016.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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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드의 악동!
희대의 스캔들메이커!
헐리웃 액션의 대가!
…….
그리고 발롱도르 후보.

박성국(P.S.G).

그가 필드에 들어서는 순간.
모두의 기대감 어린 시선이
그의 몸에 집중된다.

공을 잡는 것만으로 시선을 끌어모으는 자.
판타지스타(Fantasista)!

 
제 18 화
작성일 : 16-07-19 15:42     조회 : 527     추천 : 0     분량 : 6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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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이내 불을 붙이자마자 깊게 담배를 빨아들인 그가 새하얀 연기를 내뿜으며 행복한 얼굴로 이야기를 꺼냈다.

 “총 없이 총알만 들고 나오는 거 봤냐? 아, 이제야 살 것 같네.”

 “이 씨발 새끼가!”

 저돌적으로 시비를 걸어오는 그의 모습에 라이터를 빌려 줬던 녀석이 울컥하고 앞으로 치고 나오려 하자 중앙에 있던 녀석이 다시 그를 붙잡았다.

 “사고 치지 마라.”

 모르긴 몰라도 눈앞에 있는 녀석이 이 상황을 악용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지금 사고가 생겨 징계를 받고, 출전을 못 하게 된다면 상대적으로 큰 피해를 입는 것은 강성중학교보다는 감천중 쪽이 컸다.

 왜냐하면 감천중의 핵이라 할 수 있는 강동찬과 동료 수비수들이었으니까.

 예상과 달리 쉽게 넘어오지 않는 그들의 모습에 성국이 그전에 수를 부리는 건 힘이 들겠다 싶었던지 라이터를 집어던졌을 때와는 다르게 밝은 얼굴로 씩 웃으며 ‘아 나!’ 하고 자기 라이터를 던져 주었다.

 봄 날씨처럼 변덕심한 그의 모습에 라이터를 받은 녀석이 인상을 잔뜩 구기고 있는 동안 가운데 있던 동찬이 피식 웃으며 그를 향해 먼저 말을 걸었다.

 “니 양아치가? 와 시비 트는데? 그리고 축구 선수가 담배는 와 피는데?”

 참긴 한다만 기 싸움에서 밀릴 요량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명백한 시비조의 말에 성국이 담배를 손가락 사이에 끼우고 연기를 내뿜으며 피식 웃음 지었다.

 “그럼 니들은 양아치 새끼들이냐? 단체로 태우고 있게? 똑같은 입장에 그러지들 말자.”

 그리고는 뻔뻔스럽게도 그런 도발을 해 놓고서 실실 웃으며 옆으로 다가오자 동류란 것을 알았던지 감천중학교 아이들이 묘한 긴장감을 느끼며 길을 열어 주었다.

 그리고 그사이를 비집고 들어간 성국이 쪼그리고 앉아 담배를 쭉 빨고는 다시 입으로 연기를 내뿜었다.

 왠지 잘 어울리는 듯한 분위기지만 그러면서도 묘하게 긴장감이 맴돌았다.

 “역시 담배는 몰래 피는 게 세상에서 제일 맛있지 않냐?”

 인원수가 이렇게 밀리면 기가 죽을 만도 하다만 밀리기는커녕 오히려 더 능글맞은 모습을 하고 있는 성국.

 그 모습에 감천중학교 아이들이 어이가 없단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니 축구 좀 하데. 몇 골 넣었노? 혼자서 7골 넣었다매?”

 이내 동찬이 다시 그에게 말을 걸었다.

 “알면서 뭘 또 물어봐? 그게 무슨 대수라고.”

 뻔뻔스럽게 잘난 체하는 그의 모습에 동찬을 비롯한 감천중 아이들이 열이 받는다 싶었던지 근질거리는 몸을 간신히 억누른 채 비아냥거리듯이 입을 열었다.

 “우와… 억수로 놀랬네!”

 “이야… 니 완전 메시네, 메시! 존나 잘하네.”

 그 비꼬는 말에 성국이 휘둘리기는커녕 도리어 피식 웃음과 함께 당당히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지. 존나 잘하지. 사인 좀 해 줘?”

 오만하기 짝이 없는 거만한 대답에 비아냥거리던 녀석들이 또다시 한 번 더 인상을 구겼다.

 상대에게 미움을 받고 싶다면 잘난 척을 하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꼴 보기 싫은 모습을 보이고 있었지만 그 눈빛이 왠지 모르게 오묘했다.

 동류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일까?

 분명히 도발하면 넘어온다는 확신이 있었던 모양인지 성국의 연이은 도발에 다시 한 번 더 묘한 긴장감이 맴돌았다.

 누구 먼저 할 거 없이 금방이라도 주먹을 날려도 어색하지 않을 분위기였다만 중요한 건 그들 모두가 내일 시합이 있는 선수란 것이었다.

 같은 양아치라고 하더라도 이렇게 근본 없는 깡패 녀석과는 다르다는 확신이 있었던 모양인지 중앙 수비수 동찬이 다시 한 번 아이들을 말리며 입을 열었다.

 “내일은 니 한 골도 못 넣는데이.”

 “그래, 씹새꺄! 니는 우리가 어떻게든 막는다!”

 그 모습에 성국이 진짜 재미있다는 듯 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흔들었다.

 “내일은 3골 넣을 건데?”

 “뭐?”

 “뭐라 카노 이 미친놈이!”

 그 말에 감천중학교 아이들이 푸핫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와 이 새끼 웃긴 새끼네! 훈련 빠지고 담배 피면서 우리한테 3골 넣는단다! 진짜 니가 메신 줄 아나?”

 감천중학교는 평균 실점이 1점이 되지 않는 중학 리그 최고의 수비 전문 팀이었다.

 막강한 공격력을 갖춘 원영중이나 상원중도 강동찬을 중심으로 견고하게 자리 잡은 수비진을 쉽게 뚫을 수 없어서 세트 피스와 페널티 킥 정도로 점수를 낼 지경이었다만, 기껏 잘해 봐야 원 맨 팀밖에 안 되는 녀석이 해트트릭을 선언하다니?

 “건방도 정도가 있지, 이 새끼는 안 되겠다. 닌 좀 맞아야 정신 차릴라 카는 갑다.”

 그 말이 자존심을 건드렸다는 듯 욱한 부산 아이들의 말에 성국이 캭 퉤 하고 바닥에 가래를 뱉으며 몸을 일으켜 세웠다.

 “그럼 4골?”

 순간 그 말에 울컥한 감천중학교 아이들이 금방이라도 성국을 칠 듯 그를 둘러쌌다.

 “이 새끼가 우리랑 장난치나……!”

 “니 디지고 싶나!”

 금방이라도 주먹이 날아들 기세였다만 애당초 성국은 간이 없었던 모양이다.

 도리어 후 하고 도발하듯이 담배연기를 그들에게 내뿜자 감천중학교 아이들이 그의 몸을 밀치며 소리쳤다.

 “이 씨바 새끼가!”

 그 순간 성국이 타닥 하고 가볍게 밀치는 손을 양 손으로 번갈아 두들기고는 이소룡처럼 빠른 펀치 모션으로 주먹을 뻗어 바로 그를 밀치려 했던 라이터의 얼굴 앞에 멈춰 세웠다.

 “마, 앉아라. 내 운동 했다.”

 그리고 성국이 그들을 향해 영화에서 배운 사투리와 건들거리는 포즈로 이소룡 자세를 취하자 감천 중학교 아이들이 조금 움츠러든 듯 조심스러워진 모습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일촉즉발의 순간이었다.

 시합을 앞두고 있으니 상대와 그리 사이가 좋을 수 없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지만 이 녀석은 너무하지 않은가?

 금방이라도 칠 듯이 살벌한 눈을 하고서 감천중학교 아이들이 그를 바라보았다.

 “씨바, 이거 쥑이까?”

 “니 오늘 디지고 싶나?”

 그 말에 성국이 쫄기는 커녕 짜증이 난단 얼굴로 녀석들을 돌아보았다.

 “한 번에 한 놈만 말해! 씹새들아! 니들 말하는 게 다 똑같아서 누가 얘기하는지 모르겠다. 뭔 말이 다 똑같냐? 누가 누군지 구분이 안 되네? 다중 스트레오 사운드도 아니고! 사방에서 개소리 왕왕 울리니까 귀 아프네.”

 그리고 얄미운 얼굴로 그가 낄낄 웃음 짓자 라이터를 던져 준 녀석이 금방이라도 그를 칠 듯 그를 노려보았다.

 “뭐라 캤노 지금!”

 라이터가 박력 있게 소리치며 그를 바라보자 성국이 마지막 담배를 필터까지 빨아내고는 고개를 돌려 ‘후…’ 연기를 내뿜었다.

 그리고 그가 마른 입술을 적시며 ‘먼저 쳐라, 제발 먼저 쳐라…’ 하고 주문을 외우며 그 눈을 마주 보았다.

 “꼬우면 치던가.”

 덩치도 덩치지만 다수를 상대로 밀리기는커녕 도리어 압도하는 듯한 그 모습이 보통내기는 아니라고 생각한 듯 부산 아이들이 쉽게 치지는 못하고 그를 노려보며 매서운 대치가 이어졌다.

 “참아라!”

 그리고 이내 흥분한 부산 아이를 붙잡고 중간에서 동찬이 소리쳤다.

 “준결승서 이러면 좆 된다! 점마는 아웃돼도 우리는 그람 안 된다. 저 씨발 새끼 일부러 저 카는 거다. 개 호로 새끼!”

 단순한 양아치는 아닌지라 화가 나도 아이들을 다독이며 케어하는 동찬.

 그 모습에 성국이 저 녀석만 잡는다면 내일 감천중학교는 수비진이 통으로 빠지겠다 싶었던 모양인지 덤벼 보라는 듯 손가락을 까딱했다.

 “니가 대가리냐?”

 그 모습을 바라보던 동찬이 거기에 안 넘어간다는 듯 인상을 잔뜩 구긴 채 담배를 바닥에 집어던지고 발로 짓밟았다.

 “내일 보제이, 메시야.”

 경고하듯이 던진 뼈 있는 그 말에 성국이 도발 작전은 먹히지 않았다 싶었던 모양인지 어깨를 으쓱하며 웃음 지었다.

 “그래, 5골.”

 연이은 명백한 그 도발에 순간 침착을 유지하던 동찬이도 볼이 실룩실룩 떨려 왔다.

 세상천지에 많은 녀석들을 보아 왔지만 이 정도로 깝죽이는 녀석은 본 적이 없었다.

 같이 있으면 분명히 저놈에게 휘말려서 시합에 나가지도 못하는 불상사가 생길 거라 생각한 듯 그가 인상을 잔뜩 찌푸린 채 감천중학교 아이들을 챙겼다.

 “씨바 가자! 내일 저 새끼 조지자!”

 “씨발 좆같은 새끼……!”

 그렇지만 아직 해묵은 감정들이 모두 정리된 것은 아니었다.

 이쯤하면 내일은 무척이나 거친 시합이 나올 것이다.

 그 시합은 성국이 바라지 마지않는 시합이 될 것이고!

 “아, 씨발 촌것들이 말만 존나 많네.”

 그리고 거기에 쐐기를 박는 한마디.

 그 말에 순간 동찬을 비롯한 감천중학교 아이들 셋이 걸음을 멈추고 그를 돌아보았다.

 이젠 도저히 참지 못하겠다 싶었던 모양인지 그를 향해 화를 감추지 못하고 씩씩거리자 성국이 다시 한 번 더 손가락을 까딱까딱했다.

 “주둥이만 나불대지 말고 한번 해 보던가. 촌놈들아.”

 “아, 진짜 저 새끼!”

 ‘촌놈’이라는 말이 그들의 자존심을 이렇게 건드릴 줄은 몰랐던지 성국이 다시 씩 웃음 지었다.

 “왜? 찔리냐? 촌놈들아.”

 순간 팽팽한 대치 속에서 누가 먼저 주먹만 날리면 싸움이 시작 될 것 같은 묘한 정적이 가득 찼다.

 흥분한 듯 몸을 좌우로 흔들며 금방 칠 것 같은 아이들을 뒤로한 채 중간에 있던 동찬이 다시 한 번 더 양쪽의 아이들을 꾹 누르고 성국의 앞에 서며 말했다.

 “내 강동찬이데이. 내일 니 죽여뿐다. 알겠나?”

 그리고 그가 성국의 가슴팍을 툭 쳤다.

 “아, 나!”

 선방으로 간주하기에는 다소 애매한 모션이다 싶었던 모양인지 성국이 금방 동찬을 칠 듯이 노려보았다.

 그러나 여기서 먼저 손을 댈 수는 없었다.

 출전 정지에 대한 빌미를 제공할 수는 없었기에 주먹 대신 손바닥을 내민 성국.

 이내 그가 동찬의 반 삭발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내일 평생 못 잊을 날로 만들어 줄게. 동찬 스님.”

 비아냥과 조롱에 있어서는 천부적인 재능을 자랑하는 성국의 도발에 동찬이 진짜 열이 받았다는 듯 얼굴을 붉으락푸르락 하며 소리쳤다.

 “오야! 기대하께! 니 내일 보자! 알겠나!”

 그리고 그가 아이들을 데리고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더 있으면 동찬이 참을 수가 없었던 모양이다.

 씩씩거리면서도 참을 것은 참는 모습에 성국이 ‘한 번 더 흔들어 놓을까……?’ 하고 그 뒷모습을 바라보며 입맛을 다셨다.

 하지만 그렇게 된다면 성국 또한 참지 못하고 주먹이 날아갈 확률이 농후했다.

 선방은 양보해 줘도 참는 성격의 소유자는 아니었으니까.

 그사이 동찬이 분이 풀리지 않는 모양인지 고개 돌려 다시 한 번 더 소리쳤다.

 “내일 쫄아가 도망치지 마레이. 니 내일 작살내뿔라니까!”

 그 말에 성국이 푸핫 하고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그리고 그가 동찬에게 느긋한 얼굴로 미소와 함께 ‘슈슉!’ 하고 허공을 향해 빠르게 주먹을 두 번 휘둘렀다.

 이내 성국이 씩 웃으며 한 번 더 느긋한 얼굴로 대답했다.

 “마, 히야 액션 배우다. 깝치지 마라.”

 

 ***

 

 탐라기 전국 중학교 축구 대회 준결승전!

 부전승으로 올라온 학교를 제외하고 실질적인 토너먼트에 참여한 학교들 간에는 이것이 결승이라 할 수 있었다.

 무관의 자리에 있는 학교들로서는 실질적으로 우승기를 휘날릴 수 있는 중요한 고비였고, 고등 축구 관계자들도 신인 발굴에 열을 올리고 있는 터라 축구를 진로로 삼은 아이들에겐 무척이나 중요한 순간이기도 했다.

 그런 중요한 시합을 앞두고 항상 성국을 어르고 달래던 천배가 화가 난 얼굴로 그를 호출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 아닐 수가 없었다.

 “박성국, 아무리 니가 실력이 좋아도 그렇지! 어떻게 시합을 하루 앞둔 훈련을 통째로 빠질 수 있냐?”

 언제나 같은 편을 서 주던 천배였지만 그의 행태는 너무한 구석이 있었다.

 잠깐 훈련을 빠진 것도 아니고 전날 훈련을 통으로 빠져 버리지 않았던가?

 게다가 수비력이 출중한 감천중학교를 상대로 중요한 것은 세트 피스였는데, 그 중심이 되어야 할 성국이 없다 보니 제대로 된 세트 피스는 연습도 채 하지 못했다.

 그 결과 같은 부원 아이들의 사기가 떨어진 것은 필연적인 일이었고!

 중요한 순간을 앞두고 제대로 해 주기만 한다면 훨씬 더 쉽게 정도에 다다를 수 있을 텐데도 그리하지 않는 성국의 모습에 천배도 많이 답답하고 화가 난 모양이다.

 나무라는 천배의 목소리에 성국도 반항하기보다는 이전에 그와 했던 약속을 어기고 저지른 잘못이 있어서 그런지 이례적으로 시인하고 뉘우치는 기색으로 꾸벅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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