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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가시나무 왕좌
작가 : 두콩
작품등록일 : 2017.1.3

"300년 간 비어버린 제국의 왕좌,
이제는 피로 물들어 아무도 바라지 않는 자리가 되어버렸네.
망국의 왕, 버림받은 왕자, 꼭두각시 왕녀
그 누가 가시나무 왕좌에 앉게 될까?"

대전쟁 이후, 황제를 잃고 대가문들에 지배하에 놓인 제국.
그들로 인해 가족을 잃은 남자, 크로멜 버나드는 황제의 전 친위대들이 모인 공안과에 들어가고
가문에서 버림받은 사생아, 이젤 뷰리사네는 누이를 살리는 대가로 유배지로 향하게 된다.
목적과 복수가 얽혀든 시대 속에서 왕좌에 앉게 되는 것은 과연 누가 될 것인가.
<판타지 군중극>

 
Chapter 1 - 전야제(1)
작성일 : 17-01-03 01:19     조회 : 387     추천 : 0     분량 : 4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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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apter 1 - 전야제(1)

 

 "새는 더 이상 날지 못한다."

 

 ***

 

 

 

 한 줄기 햇살이 창문을 통해 들어서고 있었다. 빛의 미립자들이 작은 먼지들과 부딛혀 사그라드는 시간이였다.

 

 어두침침한 방안과 달리 열린 덧창 너머로 보이는 풍경은 온통 새하얗게 눈이 부시었다. 함박눈을 뒤집어쓴 전나무들. 그 속에 몸을 누인 커다란 저택은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분주하게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녀는 창턱에 앉은 채로 그런 사람들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순간, 차갑고 날선 바람이 그녀의 볼께를 스치고 지나가자 예기치 못한 추위에 그녀는 목덜미를 잔뜩 움츠렸다.

 

 그 바람에 긴 머리카락이 어깨 아래로 떨어지며 허리 언저리를 간질였다. 머리카락을 따라 시선을 내린 그녀는 자신의 나신을 내려다보았다. 밤새 얼어붙어 차가워진 피부는 하얗다 못해 울긋하게 변해있었다. 가볍게 손으로 쓸어내리자 얼얼한 감촉이 손바닥 아래로 느껴졌다. 쓰다듬던 손으로 피부를 길게 할퀴어내리자 붉은 네 줄기의 자국이 팔뚝 위로 선명히 피어올랐다.

 

 붉게 물든 상처가 아려옴에 다리를 몸으로 끌어당기며 고개를 숙이던 그녀는 문이 열리는 소리에 몸을 돌리었다. 노크도 없이 방 안으로 들어서려던 남자는 그녀가 옷을 벗은 체라는 것을 알자 급히 고개를 돌리었다. 그 바람에 들고 온 쟁반이 엎어지면서 식기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방바닥에 부딛혔다.

 

 "이런 제기랄! 아가씨!"

 "그 양탄자 굉장히 비싸보이던데요."

 "지금 그게 문제입니까? 옷은 왜 벗고 계신 겁니까!"

 "노크를 했으면 옷 입을 시간이 있었겠죠."

 

 아가씨라 불린 소녀는 맑게 웃으면서 창턱에서 뛰어내렸다. 방바닥에 널린 옷가지 중 하나를 아무렇게나 집어들어 팔뚝을 가린 그녀는 아무렇지 않은 척 너스레를 떨었다.

 

 "뭘 그렇게 부끄러워해요, 아롤."

 "…노친네 놀리시려는 의도였으면 대성공이니 어서 입기나 하시지요!"

 "그럴리가요. 너무 불편해서 잠깐 숨 좀 돌리고 있던 거라구요. 도대체 입으라고 만든건지, 숨 막혀 죽으려고 만든건지 알 수가 없다니까요. 이 괴상한 속옷 좀 한 번 봐요, 아롤!"

 "아가씨!"

 

 등 뒤에서 숨 넘어가는 듯한 웃음소리가 들려도 아롤은 벽을 바라본 채, 씨근덕거릴 수 밖에 없었다. 꽤 긴 시간이 지나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잦아들자 그는 그제서야 고개를 돌려서 자신의 말괄량이 아가씨를 바라보았다.

 

 단정한 옷차림으로 의자에 앉은 그녀는, 자신이 언제 장난을 쳤냐는 듯이 미소 띈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한숨을 내쉬던 그는 그녀가 앉은 티테이블 위를 바라보자 다시금 눈썹을 치켜세웠다. 그 곳에는 전날 저녁에 그가 갖다드린 식사가 아무런 손길없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또 안 드셨군요."

 "어지러우니까 잔소리라면 그만 둬요."

 "아가씨가 먼저 쓰러질지, 제가 홧병으로 몸져누울지 대결이라도 하실 생각입니까?"

 "그런 내기라면 내가 이기겠네요. 아롤도 이젠 나이 좀 생각할 때잖아요."

 "이래뵈도 아직 거뜬하니 제 걱정보단 아가씨 건강이나 좀 챙기시지요."

 

 그녀, 이네스 뷰리사네는 아롤이 어깨를 딱 펴보이자 작게 웃었다. 그가 농담으로 한 소리가 아니라는 것은 그녀도 잘 알고 있었다. 그 증거로 반백의 나이를 넘긴지 오래인 이 노인은 왠만한 장정보다 더 큰 체격을 지니고 있었다. 오랫동안 혹사시킨 몸은 주인과 달리 나이를 잊어버린 모양이였다. 이네스는 그의 새하얗게 센 머리를 바라보다가 방바닥을 향해 시선을 내렸다. 그녀의 시선을 따라 엉망이 된 양탄자를 본 아롤은 헛기침을 하며 사람을 불렀다.

 

 "…식사는 다시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번에는 다 드실 때까지 기다릴 생각이니 한 조각이라도 드셔야합니다."

 "미안해요, 아롤. 영 입맛이 없네요."

 

 그 말에 아롤은 답답하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벌써 사흘째였다. 식사도 거르며 방안에만 틀혀박힌 그녀가 걱정되어서 매일 이렇게 찾아와도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아롤은 그녀가 자신이 오면 일부러 천진난만한 척한다는 것을 알았다. 다리에 안기면서 어리광을 부리던 어린 소녀가 이젠 자신에게 감정을 숨길 정도로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니 아롤은 가슴이 아려왔다.

 

 열린 창문 너머에서 갑작스레 들려오는 소란스러움에 둘은 고개를 돌렸다. 세기의 결혼식을 위해서 준비하는 자들의 열띤 열기가 오히려 방 안을 차게 식히고 있었다. 아롤은 그녀를 찾아온 이유이기도 했다. 다른 사람보다 차라리 자신이 전하는 것이 나을 것이라 생각에 한 행동이였지만, 막상 그녀를 보니 입이 열리지 않았다.

 

 

 "흠, 아롤? 다 큰 숙녀방에 이렇게 불쑥 찾아온 이유가 뭔가요? 음식이야 시종들 시키면 되니, 다른 할 말이라도 있으신가보군요?"

 "…정오 쯤에는 도착한다는 연통이 왔습니다."

 "후우, 오늘 들은 말 중에 가장 최악이네요."

 

 아롤은 한숨을 내쉬는 그녀를 안타까운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그도 올해는 겨울이 오지 않기를 바라던 수많은 사람들 중 하나였다. 오늘밤 달이 지고, 다시금 해가 떠오르면 그녀는 더 이상 자신의 작은 아가씨가 아니게 될 것이다.

 

 아롤의 얼굴이 어두워지는 것을 바라보던 이네스는 억지로라도 웃으며 말했다.

 

 "너무 걱정말아요, 아롤. 난 이혼경력이 그리 흠은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리고 어쩌면 그가 생각보다 인품이 좋은 사람일지도 모르잖아요?"

 

 이네스는 안심하라는 듯이 베시시 웃어보였다. 그러나 아롤은 그녀의 그런 표정을 보면서도 마주 웃을 수가 없었다. 그는 예비신랑의 됨됨이를 잘 아는 자였기에 아무런 말도 하지못했다. 어줍잖은 위로는 차라리 침묵보다 못했다.

 

 "알겠습니다, 전 이만 나가보지요."

 

 이네스는 미소로 인사를 대신하고 고개를 돌리었다. 등 뒤에서 힘없는 발걸음소리가 멀어져갔다. 이윽고 방문이 닫히자, 그녀의 눈빛은 빠르게 생기를 잃었다.

 

 

 

 ***

 

 

 

 "들어와, 하사."

 

 반쯤 열린 문틈 너머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그는 노크하려던 손을 멈췄다. 그제서야 집으로 돌아온 느낌에 크로멜은 반갑게 문을 밀었다. 익숙한 담배 냄새와 함께 거센 바람이 갑작스레 그를 스치고 지나갔다. 그 바람에 여기저기 쌓여있던 서류가 흩어지고 벽난로의 불씨가 훅하면서 죽어버렸다.

 

 "제가 떠날 때부터 줄곧 열어두신 겁니까?"

 "답답한 건 죽어도 싫어서 말이지."

 

 어이없는 대답으로 크로멜의 말문을 막은 남자는 열린 창문 아래에 서있었다. 가느다란 눈매가 인상적인 그는 손님이 왔음에도 고개를 돌리지 않은 채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생각보다 빨리 도착했더군. 급행선이라도 타고온거야?"

 "그런 종류의 마차는 있더라구요. 밤새 달려온 참입니다."

 "어디서부터?"

 "탈롯사에서 내려서 갈아탔어요."

 "세상에, 엄청 비쌀텐데?"

 "제 돈이 아니니 탔지요."

 

 크로멜이 어깨를 으쓱이며 답하자, 남자는 그답다는 생각에 소리내어 웃었다. 그러고보니 저 멀리 경시청 건물 앞 도로변에서 마부 하나와 제복입은 사내 하나가 다투는 모양세가 보였다. 익숙한 얼굴이였고, 익숙한 성격이었기에 대번에 누군지 알아볼 수 있었다.

 

 "테오 녀석이군."

 "그 거리에서 뭐가 보이기나 해요?"

 

 경악스럽다는 크로멜의 질문에 남자는 웃어보이면서 말꼬리를 돌렸다.

 

 "봉급도 많이 타는 놈이 짜게 굴기는, 네 후임한테 저러고 싶냐?"

 "제가 감봉처분된게 언제인데요. 돈 없습니다."

 "그거야 네 탓이지. 그래, 첫 외박 감상은 어땠냐?"

 

 몸을 돌린 사내는 한켠에 놓인 소파를 가리켜보며 물었다. 그때까지 방문 앞에 서있던 크로멜은 몸을 옮겨 소파에 털썩 주져앉았다. 단추를 끄르고, 턱을 문지르자 그때까지 쌓아둔 피로감이 물밀듯이 밀려들어왔다.

 

 "그나마 작은 수확이 있었으니 견딜만 했습니다."

 "다음 번에도 꼭 시켜달라는 소리로 들리는데?"

 "…말을 말지요."

 "수확했다는 것은 다음에 듣고, 물건은?"

 

 크로멜은 서류가방에서 필사본을 꺼내 그의 상사에게 건넸다. 내용은 미리 전보로 전달받았었기에 가볍게 훑어보기만한 그는 식어버린 벽난로로 문서를 던져넣었다.

 

 "아크리사-"

 

 왼손에 낀 반지에 속삭이듯이 말하자, 순식간에 불길이 되살아나면서 종이를 집어삼키었다.

 힘들게 가져온 문서가 흔적도 없이 재로 변하는 걸 지켜보자 크로멜은 입맛이 썼다.

 

 "언제봐도 부러운 능력이네요. 살면서 난방비 내보신 적 없죠?"

 "비아냥거리기는. 환복할 옷은 가지고 왔냐?"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크로멜은 씩 웃으면서 대답 대신 들고 온 서류가방만을 툭툭 쳐보였다.

 

 "급히 오느라 짐은 집으로 전부 부치고 들고 온 건 저게 다입니다. 어쩌죠, 다음 임무는 못 나가겠네요."

 "그래? 그럼 아쉬운 대로 내꺼라도 빌려입고 가야겠네."

 

 남자는 방 안을 가로질러 옷장 앞으로 가더니 몇 벌의 정장을 뒤로 던졌다. 한 방 얻어맞은 크로멜은 멍한 표정으로 테이블 위에 쌓이는 정장을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방금 왔는데 또 어딜 보내시려구요?"

 "결혼식."

 "하지만 저 이제 교대시간입…"

 "너 오늘 오전부로 경시청 소속으로 바뀌어서 임무기록 백지됬다. 축하해, 경위님. 이제 다시 신나게 일해야지?"

 

 그 말을 듣자 크로멜은 그대로 소파 위로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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