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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현대물
매버릭(maverick).
작가 : 박재영
작품등록일 : 2016.3.29

<원래 바둑에는 천지 방원(方圓)의 상징, 음양의 이치, 성신(星辰) 집산의 질서가 담겨있다. 또한 비와 구름의 변화, 산하(山河) 기복의 형세는 물론 세상사의 흥망, 일신의 성쇠 등 무릇 그 속에 비유되지 않는 것이 없다.
바둑은 또한 행함에 있어 인(仁)으로, 결정하는데 지(智)로, 거두는 데 예(禮)로써 한다.
이러하니 범백(凡百)의 다른 기예를 어찌 감히 바둑과 비교할 수 있으랴.
···현현기경(玄玄碁經) 중에서.>

 
21화.바둑의 성지(聖地), 황장(皇莊)3.
작성일 : 16-04-05 18:37     조회 : 690     추천 : 0     분량 : 44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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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화.

 바둑의 성지(聖地), 황장(皇莊)3.

 

 

 소요삼교 이서연은 세 번째 관문을 통과해 이미 심국관을 드나들 수 있는 자격을 갖춘 여인이었다.

 도민우가 예상했듯이 아름답고 빼어난 세 가지 중 하나가 과연 바둑실력이었다.

 적성마루의 수하들 중에서 바둑을 둘 수 있는 인물이 있다고 해도 세 번째 관문을 통과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춘 수하는 없을 테니 적어도 심국관 안에서만큼은 감시받지 않아도 되었던 것이다.

 다음 날, 도민우는 미시가 되기 전에 황장에 가서 총관을 만났다. 소요삼교 이서연과의 대국을 주선해 달라고 부탁하기 위해서였다. 찾아다니기 보다는 대국을 청해 만나는 게 자연스러울 것 같았다.

 총관은 도민우가 장주의 내제자에게 지도바둑을 둔 걸 이미 알고 있었다. 때문에 무척이나 호의적이어서 흔쾌히 그의 청을 수락했다.

 

 도민우는 총관의 주선으로 심국관의 정자 중 한곳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과연 미시초가 되자 총관과 함께 소요삼교 이서연이 정자로 올라왔다.

 마치 초상화 속의 미녀가 현실로 걸어 나온 듯한 모습이랄까.

 지금까지 이서연의 초상화를 한두 번 들여다 본 게 아닌지라 한 눈에 그녀라는 걸 알 수 있었다.

 헌데 그림속의 그녀에게는 없는 게 현실 속의 그녀에게는 있었다.

 일순, 도민우가 숨을 삼켰다.

 단순히 아름다움만을 비교하자면 그림 속의 이서연이 더 아름다운 것 같았다.

 하지만 현실 속의 이서연에게는 그림으로 표현하지 못한 무언가가 존재했다.

 형용하기 어려운 그 무엇···

 고요함과 격렬함이 함께 느껴지는 것 같고··· 너무 아름다워 오히려 위험한 느낌을 주기까지 한다.

 범접하기 어려운 느낌이면서도 또한 귀엽고 사랑스러운 여동생 같은 느낌도 함께 공존한다.

 도민우는 마음 깊은 곳에서 비명을 지른 느낌이었다.

 한편, 총관이 대국을 주선하는 일이 매우 드문 듯 이서연은 다소 의외라는 눈빛이었다. 더구나 상대는 아직까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인물이었다.

 서로 마주 앉은 후 간단하게 통성명을 한 뒤 돌을 가른다. 의례적인 절차였다.

 이서연이 흑이었다.

 이서연은 총관이 대국을 주선한 걸 별다르게 생각하지 않는 듯 이내 바둑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기실 도민우로서는 그녀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목적이지 대국은 핑계일 뿐이었다.

 헌데 소요삼교 이서연이 모르는 사람과 바둑을 둔다는 것 때문인지 심국관의 고수들이 십여 명이나 몰려와 관전을 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되자 계획이 무산되었지만 도민우는 서두르지 않은 채 역시 바둑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바둑이 진행되면서 도민우는 내심 적잖이 놀라야 했다.

 이서연은 과연 바둑 때문에 외호에 일교(一巧)를 더했을 정도의 실력을 지니고 있었다.

 3연성에 이은 우주류를 펼쳐 흑으로 중앙을 크게 에워쌓는다.

 바둑이 중반에 이르자 흑은 엄청난 대세력을 완성시켜가는 형국이 되었다. 그때까지 도민우의 백은 모르는 척 실리를 챙기고 있을 뿐이었다.

 ‘이 시대에서도 이런 세력 바둑을 두는 사람이 존재했었구나.’

 도민우는 내심 감탄사를 터트렸지만 놀라거나 당황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지켜보고 있던 다른 사람들이 과연 백이 흑의 대세력을 어떻게 삭감해갈지 도민우보다 더 긴장해 숨소리조차 죽이고 있었다.

 아마도 모두들 내심으로 자기 같으면 어떻게 삭감할지 연구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헌데 도민우가 흑의 대세력에 맞서 둔 수는 모두의 예상을 뒤엎는 강수였다. 모두들 심하다고 생각할 정도로 흑 세력 깊숙이 침투한 것이다.

 사방에 흑의 병풍이 둘러쳐져 있는 고립무원의 형세라고 할까.

 하지만 괴이하게도 그 백 한 점에게서는 외롭다기보다 모종의 힘이 감춰져 있는 듯한 무게가 느껴진다.

 그때까지 이서연의 바둑은 기세가 강하면서 멋을 중시하는 바둑이었지만 결국 백의 압력에 굴복해 타협을 하고 만다. 공격을 포기하고 후퇴한 것이다.

 도민우는 깊숙이 쳐들어갈 때 이미 아군과 연결하거나 흑의 진영 안에서 안형을 갖추는 맥을 보며 수습을 자신하고 있었다.

 이 바둑은 결국 도민우의 불계승으로 끝났는데 이서연은 놀란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잘 두었습니다.”

 이서연이 일어설 기미를 보이자 관전하던 사람들 모두 자리를 떠나기 시작했다.

 도민우를 바라보는 눈빛이 상당히 놀란 기색들이었다.

 도민우는 이서연에게 마주 목례를 보내기는 했지만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함께 복기를 하지 않으렵니까?”

 도민우의 입에서 자리를 뜨고 있는 사람들이 들을 수 없을 정도의 낮은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시선은 바둑판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이서연이 이채를 머금었다.

 도민우가 자신에게 할 말이 있는 듯한 느낌을 받은 때문이었다.

 “그래 주시면 저로서는 고마울 따름이지요.”

 이서연은 복기를 위해 다시 돌을 쥐었지만 그녀나 도민우 모두 건성이었다.

 “제게 할 말이 있나요?”

 잠시 후, 관전하던 사람들이 모두 자리를 떠 둘만이 남게 되자 이서연이 입을 열었다.

 “예. 사실은 그래서 바둑을 청한 겁니다.”

 도민우는 한편으로 복기를 하며 또 한편으로는 조용히 자신이 맡은 청부에 대해 들려주었다.

 이서연은 기이하게도 사마경의 이름이 나와도 별반 기뻐하거나 들뜬 기색은 아니었다.

 “헌데 왜 적성마루가 소요벽을 감시하고 있나요?”

 도민우는 눈으로는 바둑판을 내려다보고 손으로는 돌을 놓아 복기를 하며 질문을 던졌다.

 이서연역시 멀리서 누가 보아도 복기를 하는 모습으로 비치길 원하는 듯 손으로는 바둑돌을 놓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휴우···! 회유가 통하지 않으니까 이젠 협박을 하는 거예요.”

 “협박이라면?”

 “소요벽은 대대로 정사중간을 고집해 왔어요. 흑도 아니고 백도 아니지요. 적성마루에서는 소요벽이 자신들 편에 서기를 원하고 있어요.”

 “아···!”

 “그렇지 않아도 버티기가 점점 힘들어지던 중이었어요.”

 “그렇다면 함께 가시겠습니까?”

 바둑을 복기하면서 이서연이 처해있는 상황을 듣다보니 어느새 많이 가까워진 느낌이 든다.

 도민우가 직설적으로 질문을 던지자 이서연이 망설이는 빛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으로 몰리고 있어요. 아마 시일이 더 흐르면 저들은 험악하게 나올 게 분명해요.”

 복기는 빠르게 진행되어 중반에 이르러 있었다.

 흑의 세력바둑이 노골화되기 시작한 시점에 이르자 이서연이 바둑으로 대화를 돌렸다.

 “이곳에서부터는 싸움을 했어야 했나요?”

 “예. 주위가 강해졌으니 맘 놓고 백 세력으로 뛰어들었어도 되는 바둑이었습니다.”

 “그랬군요.”

 이서연이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을 보며 도민우가 얼굴을 굳혔다.

 다소곳이 대꾸하는 모습이 너무도 사랑스러웠다.

 도민우는 새삼 그녀가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그 아름다운 얼굴이 어두워졌다.

 “내가 염려하는 건 저들이 참다못해 날 인질로 삼는 거예요.”

 “인질로 삼을 수도 있다는 겁니까?”

 도민우는 깜짝 놀랐다가 자신의 그 놀람이 너무 큰 것에 스스로 다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서연이 화원 위쪽의 허공에 눈을 고정한 채 입을 열었다.

 “사실 소요벽의 본가는 이제 한 문파라고 할 수도 없이 위축되었어요. 손이 귀해 당대에 이르러서는 저 하나만이 남았으니까요.”

 “아···!”“하지만 소요벽을 세운 시조로부터 천년 이상을 내려오며 갈라져 나간 방계(傍系)들은 각기 일문을 이뤄 천하에 퍼져 있지요.”

 사방이 환히 트인 정자인지라 소슬한 바람이 이서연의 머리카락을 휘날리게 한다.

 약간은 방심(放心)한 듯한 눈빛으로 허공을 응시하며 입을 여는 그녀의 모습이 아름답기 이를 데 없어 도민우는 가슴이 두근거리는 느낌이었다.

 

 종가의 후예라는 건 상징적인 의미만은 아니었다.

 이서연은 유일한 직계이며 또한 배분도 가장 높아 그녀의 결정은 곧 천하에 퍼져 있는 모든 방계들의 결정이기도 했다. 천하에 퍼져나가 일문을 이룬 수많은 방계들은 본가의 문규에 따라 무림의 일에 일체 간여하지 않지만 이서연이 일어나면 모두 그녀를 따른다.

 그 힘을 합치면 정파 구대문파 중 한곳 보다 더 강하고 사파에서는 팔비맹 중 한 세력보다도 막강했다.

 

 “그러니까 소저를 인질로 삼아 방계들을 흑도로 끌어들일 수도 있겠군요.”

 “아마 지금쯤 그들은 그런 결정을 내렸을지도 모르지요.”

 마치 남의 일을 이야기하듯 담담한 표정이다.

 하지만 그녀의 눈 깊은 곳에는 초초해 하는 빛이 감춰져 있었다.

 

 바둑을 둔 뒤에 다시 복기한다.

 그 시간이 두 시진 정도 걸렸다고 해도 남들이 볼 때 이상할 게 전혀 없는 게 바둑이다.

 도민우와 이서연은 복기를 하며 한편으로 탈출 방법을 의논해 구체적인 실행 계획마저 짠 뒤 헤어졌다.

 객점에 돌아온 도민우는 바쁘게 움직여야 했다.

 저자거리로 나가 여행에 필요한 물품들을 구입하니 이미 어둠이 내리고 있었다.

 적상마루의 눈을 따돌리기 위해 일단 북상을 했다가 크게 돌아서 남하할 계획이다. 우회하는 거리가 길어 한 달 정도 소요되는 여정이었다.

 도민우는 내일을 위해 일찍 잠자리에 들었지만 쉽사리 잠들지 못했다.

 마치 소풍을 앞둔 아이가 잠을 설치는 느낌이랄까.

 도민우는 적들의 감시망을 피해야 하고 어쩌면 싸워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보다는 이서연와 함께 함께 여행한다는 것 때문에 더욱 설레는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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