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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에메랄드를 훔친 소년
작가 : jujube
작품등록일 : 2016.12.17

문스타르의 에메랄드.
라켈 문스타르의 때에 이룩한 가문의 부흥 뒤에는 행운을 불러드린다고 여겨지는 에메랄드 눈동자의 소년이 있었다. 15년의 시간동안 성안에 숨겨져 자라왔던 리르는 라켈 문스타르의 죽음을 기점으로 자신의 삶을 살기위해 문스타르 가문을 떠나기로 한다.

 
에메랄드를 훔친 소년(3)
작성일 : 16-12-30 17:08     조회 : 295     추천 : 0     분량 : 3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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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메랄드를 훔친 소년(3)

 

 

 

 

 방을 나선 리르의 목덜미를 서늘한 밤공기가 훑고 지나갔다. 걸음을 옮기는 복도 옆으로 줄지어있는 아치형 기둥사이로 달이 보였다가 사라졌다 하며 어두운 복도를 비추었다.

 

 리르는 익숙하게 복도 끝 모퉁이를 돌아 돌계단을 올라갔다.

 

 ‘이 길을 걷는 것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을 거야.’

 

 리르는 이층으로 이어지는 마지막 돌계단에 올라서며 생각했다.

 

 라켈 문스타르의 침실에 가까워질수록 리르는 죽음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그 동안 수 없이 신비한 힘에 의해 미뤄져왔던 죽음이 그에게 찾아온 것이다.

 

 이층 복도에 올라 선 리르의 앞으로 최고급 융단이 깔린 복도가 펼쳐졌다. 높은 천정은 화려한 문양으로 세공되어 있었고 그곳으로부터 문스타르 가문의 상징인 ‘바위 위의 수사자’가 그려진 휘장이 아래로 떨어져 내려오고 있었다.

 

 이윽고 정금장식을 한 커다란 문 앞에 멈춰선 리르는 작게 문을 두드린 후 문을 열고 들어갔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어두운 방안 한쪽 벽을 가득채운 초상화가 보였다.

 

 사자의 갈기 같이 풍성하게 흘러내린 검은 머리칼과 창백한 피부, 그 위에서 광채를 뿜어내고 있는 두 개의 깊고 날카로운 푸른 눈동자. 라켈 문스타르의 초상화가 근엄한 표정으로 리르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이쪽으로 오거라. 주인님께서 기다리고 계신다.”

 

 어둠속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예언자 그라우스가 자신의 야윈 몸을 갈색의 긴 로브로 감싼 채 서 있었다.

 

 리르는 그라우스를 지나쳐 라켈 문스타르가 누워있는 침대로 다가갔다.

 

 침대 가에 멈추는 발소리에 눈을 감고 있던 라켈 문스타르가 눈을 떴다. 눈꺼풀 아래 가려져있던 그의 눈동자는 깊은 어둠에 가라앉아 있었다. 좀 전에 본 초상화에서 뿜어져 나오던 광채는 이제 그의 눈동자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초점을 잃고 있던 라켈 문스타르의 눈동자가 곧 리르의 에메랄드 눈동자와 마주쳤다. 리르는 그의 눈에 순간적으로 생기가 스쳐가는 것을 보았다.

 

 “...리르!! 내 에메랄드... 어서 내게 축복을 해다오...!”

 

 잠겨있던 목소리가 목구멍을 긁으며 터져 나왔다. 리르는 메말라 앙상해진 손을 자기에게 뻗고 있는 라켈 문스타르를 바라봤다. 그의 죽어있던 눈동자는 다시 삶에 대한 욕망으로 이글거리고 있었다.

 

 “너의 초록색 눈... 그 눈은 죽음도 볼 수 있는 것이냐? 죽음이 내게서 얼마나 가까이 있지?”

 

 “... 주인님, 저는 죽음을 볼 수 없어요. 다만... 때가 가까웠다는 것을 느낄 뿐이에요.”

 

 리르는 라켈 문스타르를 바라보며 말했다. 송장처럼 누워있던 그는 점차 정신이 또렷해지는 듯 계속 말을 이어갔다.

 

 “리르, 나의 행운의 아이야... 그라우스가 너를 데려온 뒤로 나는 모든 것을 가질 수 있었다. 부와 명성, 행운과 명예...! 내 평생에 바라왔던 그것이 이루어졌어. 문스타르는 이제 누구도 함부로 대하지 못할 가문이 되었단 말이야...”

 

 라켈 문스타르는 옛 추억을 떠올리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러나 곧 그는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죽음 앞에서 이렇게 엎드려지다니...인간이란 너무 나약하지 않느냐? 아깝구나, 아까워!! 이 모든 것을 두고 가야하다니!!”

 

 그 모습에 리르는 작게 몸을 떨었다. 라켈 문스타르의 탐욕. 리르는 이 성에 온 첫날부터 그의 탐욕을 봐 왔다. 잘 기억이 나지 않는 어린시절에 그라우스에게 이끌려 이곳에 온 뒤로 리르는 라켈 문스타르를 위한 행운의 아이로서 살아왔다. 자신의 어떤 힘이 행운을 불러온다는 것인지 알 수 없었지만, 그라우스는 라켈 문스타르에게 리르를 가지고 있다면 모든 부와 명예가 찾아올 것이라고 단언했다.

 

 성안에 마련된 공간에서 공공연한 비밀로 숨어 살아왔던 그 시간들은 괴로움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라켈 문스타르에게 찾아온 죽음으로 이 괴로움도 곧 끝날 것 이었다.

 

 “아무리 네가 행운의 아이라고 해도 이제는 더 이상 죽음을 미룰 수 없다는 알고 있다.”

 

 순간적으로 기력을 소진한 탓인지 흥분했던 음색을 가라앉히며 라켈 문스타르가 말했다.

 

 “오, 리르. 행운의 아이야... 불사의 존재로 산다는 것은 어떤 느낌이지? 그라우스가 널 처음 데리고 왔을 때 네가 사람이 아니라는 것은 짐작하고 있었다.”

 

 리르는 돌연 뒤에서 자신을 쳐다보는 시선을 느꼈다. 그라우스가 어두운 방 한쪽에서 이쪽을 향해 서있었다.

 

 “내가 죽고 계약이 끝나게 되면 내 가문을 지키던 행운도 떠나는 것인가. 그것을 알고 싶구나. 가문과 나를 위해 축복을 해다오! 네가 문스타르를 떠나기 전에. 너의 본 고향으로 향하기 전에...!!”

 

 라켈 문스타르는 자신의 가슴팍에 놓인 에메랄드 목걸이를 움켜지며 말했다. 리르의 눈동자와 닮은 그 목걸이는 라켈이 항상 몸에 지니는 물건인 동시에 그의 죽음 이후 리르에게 자유의 증표로 약속된 것이었다.

 

 목걸이를 메마른 손으로 움켜쥐고 있는 라켈 문스타르의 모습은 죽음을 앞에 둔 연약한 노인일 뿐이었다. 리르는 그의 손위로 자기의 손을 얻으며 말했다.

 

 “문스타르는... 앞으로도 위대한 가문으로 남을 것입니다. 영광은 잃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모든 가문들의 머리가 될 것이고, 악인을 징벌하는 가문이 될 것이고, 사람들을 구제하는 가문으로 남을 것 입니다.”

 

 방안은 리르의 목소리 말고는 어떠한 소리도 나지 않았다. 라켈 문스타르 마저도 낮게 숨을 고르며 리르의 말을 듣고 있었다. 라켈 문스타르는 평온해 보이는 얼굴을 하고있었다. 그러나 이어진 리르의 말이 그의 평안을 흩트려놓았다.

 

 “하지만... 다즈만은 그 안에 있지 않을 것입니다.”

 

 “...흡!” 리르의 마지막 말에 그는 숨을 들이켰다.

 

 

 

 

 

 ***

 

 

 

 

 

 “주인님이 돌아가시게 되면 네 뜻대로 이곳을 떠나도 좋다.”

 

 방 밖에서 그라우스가 말했다.

 

 “그럼...에메랄드 목걸이는?”

 

 “장례식을 치룬 후에 너에게 주도록 하마. 주인님이 너를 위해 준비한 말과 금화를 챙겨가도록 해라.”

 

 그라우스는 고개를 끄덕이고 돌아가는 리르의 뒷 모습을 한동안 바라봤다. 그리고는 자신도 몸을 돌려 다시 자신이 있던 어두운 방으로 향했다.

 

 

 

 “그라우스.”

 

 라켈 문스타르의 목소리가 작게 그라우스를 불렀다.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지만 그는 그라우스가 그곳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다즈만은... 나의 유일한 후계자야.”

 

 “...주인님의 인정을 받는 유일한 아들이시죠.”

 

 “문스타르의 명성을 이을 수 있는 것은 오직 다즈만 뿐이야...!”

 

 라켈 문스타르는 자신의 목에 걸린 에메랄드 목걸이를 쳐다봤다. 행운을 부르는 영롱한 초록빛은 어둠속에서도 조용히 빛을 발하고 있었다. 그것을 바라보는 라켈 문스타르의 눈동자가 알 수 없는 빛으로 흔들렸다.

 

 “문스타르의 유일한 후계자...”

 

 자신의 손 안에 든 에메랄드 목걸이를 멍하게 바라보던 그는 곧이어 목걸이를 손바닥에 파고들게 꽉 움켜잡으며 중얼거렸다.

 

 “다즈만은 곧 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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