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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무협물
태양전기
작가 : 윤신현
작품등록일 : 2016.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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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를 잃었고, 목표를 세웠다. 덧없이 죽어간 벗이 남긴 삶의 무게.
지금 그 길을 가슴에 품다. 벗이여, 저 하늘의 태양과도 같은 존재가 되겠다!
하류무사가 꿈꾸는 무의 대지, 천무십관 시작된 도전, 처절한 단련, 모든 것은 고독한 싸움이었다.
가슴에 태양을 품고 양손에 열기를 머금은 사내 신기주.
지금 그가 친구를 대신해 절대지로를 걷는다. 그의 족적 아래 신화는 눈을 뜬다!

 
제 12 화
작성일 : 16-07-19 13:26     조회 : 539     추천 : 0     분량 : 84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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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기주의 두 손에 황금빛 기운이 서리기 시작했다.

 화려하진 않지만 은은하게 흘러나오는 황금빛 기운에 철상들이 주춤거렸다.

 신기주가 일으킨 개천일륜신공의 기운이 진법의 기운을 정면으로 밀어냈던 것이다.

 주춤거리는 철상들을 향해 신기주가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구름과 바람의 흐름을 본 따서 만든 무공답게 신기주의 움직임은 너무나 자연스러웠다.

 앞을 막고 있는 철상들은 밀어내거나 자빠뜨렸고, 공격해 오는 철상들은 무기를 흘려냈다.

 유능제강(柔能制剛).

 부드러움으로 강한 것을 제압하는 것처럼 신기주는 표홀하게 움직이면서 순식간에 십여 개의 철상들을 전투불능으로 만들어버렸다.

 손이 한 번 움직일 때마다 하나의 철상이 고꾸라졌다.

 제아무리 강력한 일격도 신기주의 손앞에서는 힘을 잃고서 버들가지처럼 힘없이 바닥을 뒹굴었다.

 진세가 일으킨 무형의 기운도 신기주의 앞에서는 소용이 없었다.

 신기주가 본격적으로 개천일륜신공을 운용하자 압박감이 제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던 것이다.

 쿠웅!

 순식간에 두 번째 열까지 다 쓰러뜨린 신기주가 세 번째 열을 향해 몸을 날렸다.

 은은하게 빛나는 양손은 강철로 만든 병기도 소용이 없었다.

 그 어떤 병장기도 황금빛 기운에 휩싸여 있는 두 손을 상처 입히지 못했다.

 아니, 닿는 족족 철상들의 병기들이 튕겨나가기 일쑤였다.

 두두둥!

 세 번째 열이 무너지자 마지막까지 꿋꿋하게 움직이지 않았던 다섯 번째 열이 사열과 함께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미 너무 늦은 선택이었다.

 세 번째 열이 무너지면서 진세가 일으킨 중압감은 반 이하로 떨어졌던 것이다.

 그리고 압력이 약해질수록 신기주의 움직임은 더욱 빨라질 수밖에 없었다.

 터엉!

 가슴을 노리고 찔러온 철봉을 신기주는 좌수로 밀어내고 우수를 흔들었다.

 그러자 수십 개의 황금빛 손 그림자가 솟구치며 철상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수영(手影)이 닿을 때마다 철상의 몸이 움푹 파였다.

 뒤이어 신기주가 양손을 가슴 앞으로 모으며 태극권을 펼치듯 원을 그렸다.

 손이 그리는 원형으로 황금빛 기운이 스며들더니 이윽고 정면을 향해 느릿하게 뻗어갔다.

 퍼엉! 펑!

 구름처럼 뻗어가던 황금빛 기운은 닿는 모든 것을 으그러뜨렸다.

 광범위하게 주변을 휩쓴 이것은 유운풍진수결의 여덟 개 초식 중 다섯 번째인 운하만리(雲河萬里)였다.

 느리다는 단점 때문에 효용성이 크진 않지만 위력만큼은 확실히 대단했다.

 움직임이 둔한 철상들을 상대로 펼치기에는 적격인 공격이었다.

 “이제 마지막 줄만 남았군.”

 운하만리의 초식으로 네 번째 열마저 쓰러뜨린 신기주가 담담한 표정으로 여전히 서서 움직이지 않는 철상을 바라봤다.

 위풍당당하게 깃발을 들고 있는 철상은 수하들이 모두 쓰러졌음에도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쿠웅! 쿵!

 수장 철상을 보호하는 마지막 열 개의 철상들이 등 뒤에서 방패를 꺼냈다.

 다양한 병기를 들고 있던 철상들과는 다르게 마지막 열 개의 철상들은 모두 똑같은 무장을 하고 있었다.

 대검과 방패를 들고서 천천히 신기주에게 다가왔다.

 그런 철상의 움직임을 보던 신기주가 얼굴을 살짝 굳혔다.

 지금껏 상대해왔던 철상들과는 다르게 열 개의 철상들의 움직임이 상당히 가벼웠다.

 그렇다는 것은 한 가지를 뜻했다.

 쉬이이익!

 무게가 많이 나가 공격은 강력하지만 대신에 움직임은 상당히 둔했던 철상들과는 달리 마지막 남은 철상들의 공격은 빨랐다.

 지금까지 상대했던 철상들의 공격 속도에 익숙해진 신기주가 잠시 반응하지 못할 정도로 빠른 검격에 신기주가 두 팔을 교차했다.

 퍼엉!

 북이 터지는 것 같은 소리와 함께 신기주의 신형이 처음으로 뒤로 밀려났다.

 하지만 신기주의 위기는 이게 끝이 아니었다.

 뒤로 밀려난 것을 기다렸다는 듯이 아홉 개의 철상이 빠르게 구궁(九宮)의 자리를 잡으며 검을 휘둘렀던 것이다.

 피할 곳이 전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완벽하게 방위를 잡고서 펼친 공격에 신기주는 위로 떠오를 수밖에 없었다.

 허공 말고는 피할 장소가 마땅히 없었던 것이다.

 휘리리릭!

 허공으로 날아오른 신기주의 귓전으로 무언가가 휘감기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동시에 무시무시한 경기가 등을 노리는 것이 느껴졌다.

 본능적으로 허공에서 몸을 반 회전 시킨 신기주는 볼 수 있었다.

 자신을 향해 무섭게 회전하며 쇄도하는 한 줄기 섬광을.

 공간을 꿰뚫는 듯한 섬전은 정확하게 신기주를 노리고 있었다.

 디딤대가 없어 피할 수가 없는 상황에 신기주의 얼굴이 처음으로 굳어졌다.

 너무나 절묘하게 이어지는 연쇄공격에 신기주도 당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아니, 어쩌면 철상일 뿐이라고 방심한 것일지도 몰랐다.

 그러한 것들을 신기주는 순수하게 인정했다.

 그리고 지금 이 상황을 타계할 방법을 떠올랐다.

 ‘살을 주고 뼈를 깎는다.’

 피할 방도는 없었다.

 그렇다면 막아낼 수밖에.

 신기주는 단전에 있는 내력을 폭발적으로 끌어올려 두 팔로 보냈다.

 이내 황금빛 기운이 화려하게 피어났다.

 꽈앙!

 수장 철상의 일격과 개천일륜신공의 기운이 부딪치자 엄청난 굉음이 터졌다.

 얼마나 큰 충돌이었는지 구관 전체가 흔들릴 정도였다.

 “크흡…!”

 다행히 수장 철상의 공격을 막아낸 신기주가 비틀거리며 바닥에 내려섰다.

 공격도 막아냈고, 포위망에서도 벗어났지만 피해가 상당했다.

 거의 무방비 상태에서 제대로 맞았기에 기혈이 뒤흔들렸다.

 울혈까지는 아니더라도 잠시 동안 몸의 균형을 잡지 못할 정도로 충격을 받았기에 신기주는 약간 주춤거렸다.

 설마하니 이 정도로 강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

 신기주의 두 눈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그래. 이러니까 지옥십관이라 불렸겠지. 잠시 잊었었다. 여기가 지옥십관이라 불리는 곳이란 사실을.”

 신기주의 말에도 철상들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단지 방패를 앞세우고 그 옆에 검을 내밀고서 신기주를 주시하고만 있었다.

 심지어 신기주에게 강력한 일격을 먹였던 수장 철상조차도 움직이지 않았다.

 마치 덤벼볼 테면 덤벼보라는 듯한 모습에 신기주가 주먹을 쥐었다.

 “웬만하면 사용하지 않고서 나가려고 했었는데 결국 꺼내게 만드는구나.”

 으드득.

 호흡으로 들끓던 기혈을 누그러뜨린 신기주가 주먹을 움켜쥐었다.

 조금의 빈틈도 생기지 않도록 주먹을 쥔 신기주가 허리를 곧게 폈다.

 그러자 기세가 일변했다.

 좀 전까지의 분위기가 바람같이 가볍고 부드러웠다면 지금은 태산과도 같은 기세를 뿌렸다.

 신기주의 달라진 기세를 철상들도 느낀 것인지 방패를 들고 있던 열 개의 철상이 2인 1조로 움직이며 신기주에게 달려들었다.

 철상답지 않은 민첩함으로 순식간에 오행의 방위를 점하며 다가오는데 그 모습이 거의 인간과 흡사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그 정도로 철상들의 움직임은 빨랐다.

 “칠절연환격(七絶連環擊) 제일절 관암격(貫巖擊).”

 철상들이 순식간에 포위망을 좁혀오는 와중에 신기주가 나지막하게 중얼거리며 우권을 들어 올리며 뒤로 당겼다.

 순간 황금빛 기운이 주먹에서 시작되어 팔뚝까지 뒤덮었다.

 유운풍진수를 펼쳤을 때보다 훨씬 선명한 황금빛이 주먹에 휩싸인 순간 신기주의 신형이 사라졌다.

 콰아앙!

 사라졌던 신기주가 정면의 철상 앞에 나타난 순간 엄청난 폭음과 함께 철상의 방패가 산산조각 나며 비산했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신기주의 일권은 방패를 박살내고도 모자라 철상의 복부를 꿰뚫어버렸던 것이다.

 쌔애액!

 그 사이 옆에 있던 철상이 신기주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사선으로 베어오는 날카로운 일격이 신기주를 단숨에 양단할 것 같았다.

 하지만 신기주는 피하기보다는 오히려 철상을 향해 접근했다.

 검이 일으키는 바람으로 인해 뺨에 가는 실핏줄이 생겼다.

 그런데도 신기주는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더욱 거리를 좁혔다.

 주먹조차 뻗을 수 없을 정도로 좁혀진 거리까지 접근한 신기주가 어깨를 흔들었다.

 그러나 위력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촌경의 묘리가 담긴 어깨치기에 철상이 균형을 잃고 비틀거렸던 것이다.

 신기주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방패 사이로 드러난 철상의 명치에 신기주의 좌권이 꽂혔다.

 쩌엉!

 종이 깨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가슴에 구멍이 뚫린 철상이 힘없이 넘어갔다.

 유운풍진수와는 위력 자체가 달랐다.

 오로지 강권(剛拳).

 태산조차 뭉개버릴 것 같은 강력한 일권에 철상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그리고 정면의 두 개를 쓰러뜨림으로서 신기주는 수장 철상으로 가는 길을 열 수 있었다.

 뻥 뚫린 길.

 그 길을 신기주는 질주했다.

 뒤늦게 신기주를 포위했던 철상들이 따라오려 했지만 온몸이 철로 이루어진 그들이 신기주를 따라잡기란 요원했다.

 다시금 신기주의 양손이 황금빛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준비를 한 것은 신기주만이 아니었다.

 수장 철상도 이리 되리라 예상한 것인지 서슴없이 깃발을 휘둘렀다.

 장대에 매달려 있는 천이 거칠게 펄럭이며 신기주의 시야를 가렸다.

 그러더니 한 곳으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넓게 펼쳐졌던 깃발이 일시에 둘둘 말리더니 한 줄기 섬전이 되어 쏘아졌다.

 좀 전에 신기주가 허공에 떠올랐을 때 펼쳤던 한수가 다시 한 번 펼쳐졌다.

 하나 지금은 그때와 달랐다.

 그때의 신기주는 피할 곳이 전혀 없었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스스슷!

 신기주의 신형이 흐릿하게 변했다.

 순간적인 가속으로 움직인 신기주의 잔상을 깃발의 끝이 꿰뚫었다.

 그리고 그 순간 신기주는 수장 철상과 최적의 거리까지 접근했다.

 ‘보내주마!’

 신기주의 우권이 한줄기 빛으로 화했다.

 얼굴을 노리며 뻗어가는 관암격은 막대한 경기를 일으키며 휘몰아쳤다.

 절대로 피할 수 없는 상황.

 아무리 수장 철상이 다른 철상들과는 다른 민첩함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이번 공격은 피할 수 없었다.

 그런데 그 순간 신기주의 눈에 철상의 빈손이 들어왔다.

 꽈직!

 수장 철상의 왼팔이 뭉개지며 떨어져 나갔다.

 아주 잠깐의 틈을 이용해 팔을 내줌으로서 치명적인 일격을 피한 것이다.

 그와 동시에 막음으로서 생기는 반동을 이용해 신기주와의 거리를 벌린 수장 철상은 깃발을 거칠게 휘둘렀다.

 그러자 깃발이 수십 개로 분화되며 신기주의 전신을 노렸다.

 뱀처럼 영활하게 움직이며 전신의 요혈만을 정확히 노려오는 공격에 신기주는 창영(槍影) 속으로 들어갔다.

 아무리 많은 창영이라도 그 본질은 하나일 뿐이다.

 그리고 신기주는 수많은 환영 속에서 단 하나의 본체를 정확하게 보고 있었다.

 카앙!

 왼손으로 수장 철상의 깃발을 흘려보내며 신기주가 다시 한 번 거리를 좁히고서 주먹을 움켜쥐었다.

 그리고 벼락처럼 떨어져 내리는 일권.

 이번만큼은 수장 철상도 피해내지 못했다.

 쿠웅.

 정확히 머리에 꽂힌 일권에 수장 철상은 깃발을 늘어뜨리며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정수리에 선명하게 남은 권흔(拳痕)은 수장 철상이 받은 충격이 얼마나 강력했는지를 보여주었다.

 “…끝났군.”

 수장 철상의 고개가 힘없이 앞으로 숙여지더니 이내 앞으로 쓰러졌다.

 그러자 멀쩡했던 철상들도 움직임을 멈췄다.

 신기주의 예상대로 구관의 중심이 수장 철상이었기에 그를 쓰러뜨리자 진법이 멈추면서 시험이 끝난 것이다.

 그그긍.

 마지막까지 긴장을 풀지 않고 있던 신기주는 십관으로 향하는 석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서야 쥐고 있던 주먹을 풀었다.

 이제야 긴장이 풀렸다.

 이번 구관의 시험은 신기주로서도 힘겨워 할 정도로 어려웠다.

 철상은 사람이 아니다보니 때려도 아파하지도 않고, 고통스러워하지 않았기에 일격, 일격에 최대한 큰 힘을 실어야 했고, 그것은 곧 큰 내력소모를 가져왔다.

 만약 시간이 좀 더 지체됐다면 쓰러진 쪽은 철상들이 아니라 신기주였을 수도 있었다.

 “드디어 마지막인가.”

 십관의 문을 향해 신기주가 걸음을 옮겼다.

 구관이 이 정도였으니 십관은 통과하기가 더욱 힘들 것이 분명했다.

 그럼에도 신기주는 쉬지 않고 걸어갔다.

 이 정도에 머뭇거리려고 수련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분명히 체력적으로는 지쳤다.

 하지만 신기주에는 아직 정신력이 있었다.

 정신력이 남아있는 이상 신기주는 갈 수 있는 데까지 가볼 작정이었다.

 십관으로 향하는 석문을 손으로 밀며 안으로 들어가는 신기주의 얼굴에는 긴장감이 짙게 서려 있었다.

 그런데 막상 십관에 들어간 신기주의 표정에 황당함이 떠올랐다.

 “…끝인가?”

 긴장하고서 십관에 들어왔던 신기주는 아무것도 없는 십관의 모습에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

 따사로운 햇살이 고스란히 들어오는 십관은 따뜻했다.

 그동안의 지독히도 괴롭혔던 다른 관문들과는 전혀 다른 느낌에 신기주는 어안이 벙벙했다. 그리고는 주변을 살펴봤다.

 아지관(我知關).

 텅텅 빈 십관의 벽면에 파인 단 세 글자만이 유일하게 남아있는 사람의 흔적이었다.

 그 어디에도 무력을 시험하는 존재는 없었다.

 그저 세 글자만이 남아있을 뿐이었다.

 “무엇이 보이십니까?”

 -나 역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딱히 기관도 없는 것 같고.

 신기주와 마찬가지로 암적표 역시 십관을 세세히 둘러봤지만 딱히 눈에 띄는 것은 없었다.

 그저 빈 공간일 뿐이었다.

 심지어 밖으로 나가는 문마저도 열려있었다.

 언제든지 나가려면 나가라는 듯이.

 암적표의 시선이 자꾸만 문으로 향했다.

 “먼저 나가십시오.”

 -그래도 되나?

 암적표의 전음이 들려왔다.

 신기주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사용하려면 시간이 약간 필요한 심안으로 살펴보았지만 십관에는 정말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달랑 세 글자만이 전부였다.

 그것을 확인하자 신기주는 마음이 편해졌다.

 -네가 나오면 찾아가겠다.

 “예.”

 암적표가 그답지 않게 흥분한 기색으로 출구를 향해 움직이는 것을 느끼며 신기주는 눈을 감았다.

 팔관과 구관에서 격전을 겪으면서 쌓인 충격을 정리할 겸 신기주는 운공을 시작했다.

 개천일륜신공의 기운이 단전을 중심으로 신기주의 기혈을 힘차게 내달리기 시작했다.

 극양의 성질을 지닌 힘답게 화끈한 공력은 점차 속도를 더해갔다.

 그 기운에 태양신패에서 흘러나온 순수한 양기가 합류했다.

 자그만 크기와는 달리 태양신패는 끊임없이 신기주에게 양기를 공급해주고 있었다.

 일주천, 이주천, 삼주천을 넘어 십이주천을 마친 신기주가 눈을 떴다.

 황금빛 광채가 눈에서 살짝 흘러나왔다가 안개처럼 흩어졌다.

 “나를 알아라. 그게 마지막 관문이란 말이지.”

 운공을 마친 신기주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랜만에 맞아보는 따사로운 햇살을 온몸으로 느끼며 신기주는 자신이 알고 있는 무공을 하나씩 펼쳐 보이기 시작했다.

 개인 수련실에서 수십만 번도 넘게 펼쳤던 무공들.

 그것들을 신기주는 천천히, 느릿하게 펼쳤다.

 가장 먼저 익혔던 유운풍진수가 일 초식부터 팔 초식까지 모두 이어졌고, 뒤이어 무풍지(無風指)가 공간을 갈랐다.

 화르르륵!

 무풍지가 벽에 자신의 흔적을 남기기 무섭게 신기주의 양손이 뜨겁게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하늘 위에 떠 있는 태양처럼 뜨거운 열기를 뿜어내는 양손이 움직일 때마다 십관 내부의 온도가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칠절연환격이 펼쳐졌다.

 파앙! 팡! 파팡!

 신기주의 주먹이 뻗어질 때마다 공기가 터져나가는 듯한 폭음이 들려왔다.

 무겁고, 빠르면서도 위력적인 칠절연환격은 연이어 펼칠수록 위력이 증가했다.

 춤을 추듯 한 차례 권무(拳舞)를 마친 신기주는 깊게 심호흡을 했다.

 막상 이게 끝이라고 하니 기분이 이상했다.

 12년의 세월 동안 기억에 남는 것이라고는 힘들고 외로운 기억 밖에 없었다.

 언제나 혼자 수련하고, 혼자 고민했다.

 만약 구오량이 남겨준 신패와 강해지는 게 느껴지지 않았다면 신기주는 다른 이들처럼 미쳤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아니면 포기했거나.

 “그런 의미인가?”

 신기주의 뇌리로 한 가지 가정이 떠올랐다.

 천무십관에 처음 들어왔을 때와 지금의 신기주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달라진 것은 극명하게 차이나는 무위뿐이었다.

 하지만 다른 이들은 달랐다.

 갈망하던 힘을 얻기 위해 이곳에 스스로 들어왔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리고 그건 곧 절망으로 이어졌다.

 “차이점은 단 하나.”

 신기주와 그들을 가르는 단 하나의 차이.

 그건 바로 끈기였다.

 팔관을 지나오면서 신기주는 알 수 있었다.

 칠관에 머무르고 있는 이들은 이관과 오관의 수련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팔관에서 몸이 망가진 것이다.

 만약 이관에서 육체적인 단련을 확실히 했다면 팔관을 통과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을 터였다.

 하지만 그들은 그렇지 못했기 때문에 팔관을 넘을 수 없었다.

 만약 가까스로 팔관을 넘었다고 하더라도 오관에서의 압력을 육체에 적응시키지 못했다면 구관에서 막혔을 것이다.

 모든 것은 어찌 보면 선택이었다.

 견디던지, 아니면 그냥 지나치던지.

 거기서 나온 차이가 지금의 결과를 만들었다.

 “나가볼까.”

 신기주는 출구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이제 밖으로 나가면 시작이었다.

 구오량의 꿈꾸었던 길이.

 “아니, 이제는 나의 길이지.”

 신기주가 앞으로 나아갔다.

 이제는 더 이상 주저하거나 머뭇거리지 않을 것이다.

 그저 앞만 보고 걸어갈 작정이었다.

 저 하늘 위에 떠 있는 태양에 닿을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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