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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무협물
수박
작가 : 강원산
작품등록일 : 2016.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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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족 고유의 무예 수박.
그 전설의 완성을 위해 뫼문의 제자 북수산이 중원에 발을 딛었다.

 
제 24 화
작성일 : 16-07-19 10:57     조회 : 558     추천 : 0     분량 : 79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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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7장 심무도(心武道)와 택견이 만났을 때 (1)

 

 

 

 궁홀산(弓忽山).

 평양의 남서쪽에 위치한 궁홀산은 그리 높은 산은 아니었지만 황해와 인접해 있어 절경을 이루어 내는 곳이었다.

 삼백 장 정도 높이에 사황봉(四凰峯)이 위치하고 있었으며 많은 사람들이 찾는 삼성사(三聖祠)가 운계골(雲谿汨)에 자리 잡고 있었다.

 단군과 환인, 환웅을 모시는 사당인 삼성사. 그곳에 심무도(心武道)의 달인이 기거하고 있었다. 백산은 그를 찾아 궁홀산으로 향하는 중이었다.

 “대체 어느 쪽으로 가야 되는 거야?”

 백산은 갈림길에 서서 갈 길을 못 찾아 헤매고 있었다.

 백산의 키를 훌쩍 넘기는 나무들이 주변을 꽉 메우고 있었지만 사람이 많이 다니는 길이기에 작은 길이 나 있었다.

 다행히도 이곳까지 오는 길은 하나였기에 어려움 없이 찾아올 수 있었으나 지금 백산이 있는 곳은 네 갈래로 나뉘어져 있기에 헤매는 것이다.

 뒷머리를 긁적이며 방향을 물색하던 백산은 나뭇가지를 세우고 쓰러지는 방향으로 가 볼까 하는 생각까지 하는 중이었다. 그때 그의 시선으로 뭔가 희끗한 것이 스쳐 지나갔다.

 “뭐지?”

 희끗한 무언가는 사람이었다. 누군가가 빠르게 수풀 사이로 내달리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백산은 ‘삼성사’로 가는 방향을 묻기 위해 그를 쫓았다. 상대의 움직임이 빠르긴 했지만 백산은 충분히 따라잡을 자신이 있었다.

 파바박!

 백산의 발이 땅바닥을 박차며 튀어 나갔다. 발목에 무거운 흙주머니가 부착되어 있었지만 뛰는 속도는 무척이나 빨랐다.

 빠르면서도 자세는 극도로 안정되어 보였다. 그동안 하체를 단련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해 온 게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이다.

 얼굴 높이로 뻗어 나온 나뭇가지들이 위협했지만 백산은 너무도 쉽게 나뭇가지들의 틈을 빠져나가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백산의 속도는 조금도 줄지 않았다. 그건 상대도 마찬가지였다.

 휙휙 스쳐 가는 나무들. 점점 숲이 울창해지고 있는 것으로 보아 궁홀산의 심처로 향하는 것 같았다. 빨리 상대를 불러 세운 뒤 삼성사의 위치를 물어야 했다. 자칫 잘못하면 길을 잃을 수도 있었다.

 “이봐요!”

 백산은 어느새 오 장 거리로 따라붙으며 앞에서 달음박질치고 있는 사람을 향해 소리쳤다. 그 순간, 상대의 고개가 살짝 돌려지는가 싶더니 속도가 배로 빨라졌다.

 낯선 사람을 조심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말 한 마디 들어 보지도 않고 도망치듯 더욱 빨리 달려가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백산은 속도만큼은 자신이 있었기에 자신을 떼어 놓으려는 상대가 어리석다고 생각했다.

 “날 떼어 놓으시겠다? 그렇게는 안 되지!”

 자신 못지않은 빠름을 보이는 상대를 향해 백산의 오기가 발동했다.

 대충 살펴보니 상대 역시 백산과 비슷한 또래인 듯했다.

 쉬이이익!

 백산은 점점 더 빠르게 발을 놀렸다. 따라잡겠다는 일념으로 무섭게 돌진해 가는 백산. 하지만 이상하게도 두 사람 사이의 거리는 더 이상 쉽게 줄어들지 않았다.

 앞서고 있는 소년의 속도는 백산과 막상막하였다.

 백산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예상보다 훨씬 빨랐던 것이다. 그때였다.

 “죽을래?”

 정신없이 달려가던 소년이 우뚝 멈춰 서며 백산을 향해 소리쳤다.

 “이크!”

 갑자기 멈출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한 백산은 소년이 갑자기 멈추며 뒤로 돌아서자 깜짝 놀라며 오른발을 옆으로 틀어 땅바닥을 찍었다.

 파악! 차르르륵!

 나아가던 속도가 있어서인지 바로 멈춰지지 않고 오른발이 흙을 밀어 올리며 반 장이나 미끄러졌다.

 백산은 오른발로만 제동을 걸었고 외발로 선 채 소년의 지척까지 다가가서야 멈춰 설 수 있었다. 부딪치기 직전에 멈춘 백산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려는 순간이었다.

 쓰악!

 무언가 희뿌연 것이 턱을 향해 차올려졌다.

 급히 양 손으로 희뿌연 것을 막아 내며 뒤로 훌쩍 물러선 백산은 눈앞의 소년을 노려보았다.

 소년은 수박의 ‘옆뻗어올리기’기술과 비슷한 자세를 취한 채 외발로 서 있었다.

 소년은 백산이 기습이나 다름없는 자신의 공격을 받고도 재빠른 반응으로 피해 낸 것이 의외라는 듯 아미를 살짝 찌푸리며 뻗어 올린 오른발을 접어 내렸다.

 백산과 소년의 시선이 섞여 들었다.

 백산의 눈이 커졌다. 소년의 용모를 확인한 백산은 입까지 벌리며 놀라워했다.

 갸름한 얼굴에 상당히 하얀 피부. 눈, 코, 입은 소년의 얼굴에 딱 맞는 크기였다. 눈썹이 조금 얇고 입술이 여자의 것처럼 분홍빛을 띠는 소년은 백산의 눈을 번쩍 뜨이게 할 만큼 아름다웠다.

 여자라고 착각할 만큼 엄청난 미색을 지닌 소년이었다.

 도저히 성별을 구분할 수 없을 정도의 아름다움을 지녔기 때문일까? 백산은 눈앞의 낯선 상대가 여자가 아니라면 하늘을 원망하겠노라 부르짖었다.

 “너… 여자냐?”

 잠시 넋을 잃은 백산의 입에서 흘러나온 말이었다.

 그 말에 수수한 흰색 한복을 입고 있던 소년의 인상이 팍 구겨졌다.

 “네가 죽고 싶구나?”

 싸늘한 음성이 백산의 정신을 일깨웠다.

 “뭐?”

 “내가 어딜 봐서 여자라는 거야? 그리고 왜 반말인데?”

 “그러는 너도 반말이면서 뭘 그래? 근데 너 여자 아니야? 딱 보기에도 여잔데?”

 “죽어!”

 쉬익!

 소년의 몸이 출렁였다고 생각된 찰나, 엄청난 살기를 띤 무엇인가가 백산의 목을 스치고 지나갔다.

 백산이 무심코 목을 뒤로 빼내지 않았다면 목이 잘렸을지도 모를 정도로 날카로운 기운이었다.

 “발?”

 백산의 목을 스치고 지나간 것은 발이었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제자리에 서 있는 소년. 백산의 목을 스치고 지나간 것은 돌려차기 기술을 펼친 소년의 발날이었다.

 발의 무예에 모든 것을 걸고 있는 백산은 소년의 놀라운 발 기술을 보고 입을 쩍 벌렸다.

 엄청난 빠르기와 날카로운 움직임. 백산의 손이 무의식적으로 목을 쓰다듬었다.

 피. 무기도 아닌 발에 스쳤을 뿐인데 피가 배어 나오고 있었다.

 “쳇! 두름치기까지 피해 내다니… 꽤 하는데?”

 ‘두름치기’라는 말이 백산의 귀를 파고들었다. 낯설지만 왠지 친근한 느낌이 드는 기술 이름이었다. 백산은 소년의 정체가 궁금했다.

 “너 정체가 뭐야?”

 “그러는 넌 뭐 하는 녀석인데? 걷어차기랑 두름치기를 피하는 걸로 보아 평범한 녀석은 아닌 거 같고…….”

 백산은 소년의 말을 들으며 정체를 파악하고자 머리를 굴렸다. 그리고 한 가지 결론에 도달했다.

 현재 고려에 전해지는 여러 유파들 중에서 눈앞의 소년처럼 발 기술이 능한 곳은 단 한 곳이었다.

 인명록에 적힌 아사벌의 칠대유파 중 한 곳인 가람문! 그곳이 아니면 이 정도 발 기술을 펼칠 수 없었다.

 “가람문의 제자냐?”

 “알긴 아는군. 알았으면 좀 꺼져 줄래? 너랑은 더 이상 볼일 없으니까.”

 소년은 백산을 깔아 보며 거만한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백산은 별로 상관하지 않았다. 가람문이라는 이름이 머릿속에 꽉 들어차 있었기 때문이었다.

 가람문은 태껸이라는 ‘갈’을 수련하는 아사벌의 유파였다. 손 기술이 거의 없이 발 기술만으로 일가를 이룬 가람문. 더구나 한때 뫼문과 하나의 유파였으니 백산은 왠지 모를 친근감이 들었다.

 게다가 발 기술에 매료되어 있는 백산으로서는 매우 흥분되는 상황이었다.

 백산은 소년이 가람문의 제자임을 알게 되는 순간 짜릿한 전율을 맛보고 있었다. 발 기술의 모든 것을 체계적으로 배웠을 상대가 눈앞에 있다는 것이 백산의 전신 근육을 바짝 긴장시키고 있었다.

 “어쭈? 꼬나보는 거냐?”

 백산이 잔뜩 경계하며 바라보자 소년이 쏘아붙였다.

 “나와 한번 비무해 보지 않겠어? 여자가 아니라면 말이야.”

 “뭐? 비무? 너랑 나랑 견주기를 해 보자고? 푸하! 골 때리는 녀석이네. 내가 바쁘지만 않다면 흠씬 패 주고 싶지만 일이 있어서 말이야. 그리고! 난 남자야. 또, 여자가 어쩌고저쩌고 하면 그땐 정말 죽을 줄 알아!”

 순식간에 말을 쏟아 낸 소년은 백산을 향해 주먹을 흔들어 보이고는 더 볼 것도 없다는 듯 몸을 휙 돌려 다시 뛰기 시작했다.

 “자, 잠깐만!”

 이렇게 갑자기 가 버릴 거라고는 생각지 못한 백산이 소년을 불러봤지만 그는 이미 사라져 있었다. 급히 몸을 날려 소년을 쫓았으나 울창한 숲으로 들어가 버려서인지 흔적을 찾기 어려웠다.

 그러나 백산이 누구인가!

 추적을 하고자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뒤를 쫓을 수 있었다.

 급할 건 없었다. 소년이 바쁜 일이 있다는 건 이 궁홀산에 볼일이 있다는 거고 그 볼일이라는 게 삼성사에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궁홀산은 그리 큰 산은 아니지만 사람의 발길이 많은 곳은 오직 삼성사뿐인 것이다.

 소년을 뒤쫓으면 삼성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삼성사를 찾으면 심무도의 전승자인 신두식도 만날 수 있었다. 백산은 그렇게 생각하고 소년의 흔적을 세심히 살피기 시작했다.

 “어디 보자… 어라? 그 녀석, 발자국을 하나도 안 남겼네.”

 흔적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백산의 입가에 미소가 걸려 있었다.

 “후훗, 흔적이 없다고 못 쫓아갈 줄 알아?”

 백산은 땅바닥에서 시선을 떼고 주변을 살폈다.

 “나라면 어느 쪽으로 갔을까?”

 주변을 돌아보는 백산은 소년과 입장을 바꾸어 생각했다.

 “만약 나라면…….”

 백산은 소년이 빠르게 몸을 날릴 수 있는 공간을 찾았다. 그리고 머릿속에 소년의 움직임을 떠올리자 가능성이 가장 높은 방향 두 곳을 발견할 수 있었다.

 “자… 이제 말해 줘. 녀석이 어느 곳으로 갔는지…….”

 말을 걸고 있었다.

 눈을 감고 귀를 활짝 열며 백산은 누군가에게 말을 걸었다.

 휘이이이이!

 바람이 숲속을 휘저으며 백산에게 다가왔다.

 푸드득!

 그리고 새들이 날아오르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순간, 백산의 눈이 번쩍 뜨였다.

 “찾았다!”

 왼쪽이었다. 그곳으로 누군가 지나갔음을 바람과 새들이 알려 주고 있었다.

 좀 전의 그 소년이 움직이는 속도는 바람을 불러일으킬 정도였다.

 숲속에 자연적으로 부는 바람과 소년이 일으킨 인위적인 바람이 뒤섞이며 자연스럽지 않은 흐름을 만들어 냈다.

 그리고 조용한 숲속을 거침없이 내달리는 것으로 인해 새들이 놀라 날아올랐고 그 미세한 움직임이 백산의 귀에 아주 조그맣게 스며들었다.

 백산은 달렸다.

 방향을 찾았으니 쫓으면 되는 것이다.

 소년은 계속해서 그런 흔적을 만들어 내고 있었고 백산은 그 흔적을 뒤쫓기 시작했다.

 

 ***

 

 커다란 사당.

 갈색 떡갈나무로 만들어진 넓은 사당의 마루 위에 한 사내가 엎드려 절을 하고 있었다. 떡 벌어진 어깨 때문일까? 체구가 무척이나 우람해 보이는 사내였다.

 그 앞의 벽에는 세 개의 그림이 걸려 있었다.

 한민족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단군과 환인, 환웅을 그려 넣은 그림들.

 사내는 그 그림을 향해 절을 하고 있었다. 절하는 사내의 태도는 경건했다. 흐트러짐 없이 조심스런 자세로 절을 하고 일어서기를 계속 반복했다.

 그렇게 한참 동안 절을 하던 사내가 무릎을 꿇었다. 그런 사내의 두 눈은 깊숙이 가라앉아 부동심을 보이고 있었고, 두 손은 무릎 위에 올려진 상태였다.

 황갈색의 한복을 입고 있는 사내의 등은 하나의 커다란 산악과 같았다.

 사내가 정 중앙에 걸린 그림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승리를 기원하는 제사라도 지내십니까?”

 맑고 고운 목소리가 사당의 입구에서 들려왔다.

 “늦었군.”

 사내는 목소리의 주인공을 이미 알고 있었는지 갑작스런 등장에도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오다가 이상한 녀석을 만나서요. 서로 시간 끌 것 없이 바로 시작하죠?”

 엎드려 있는 사내를 향해 건방진 말투를 보이는 인물. 흰색의 편해 보이는 한복을 입은 소년이 팔짱을 끼고 문틀에 기대어 서 있었다.

 궁홀산의 어느 숲에서 백산과 마주쳤던 가람문의 제자였다.

 “마당에서 기다려라. 곧 나가지.”

 사내는 이번에도 고개조차 돌리지 않고 무뚝뚝하게 말을 건넸다.

 그 말에 소년은 차가운 미소를 그리고 몸을 돌렸다. 소년이 사라지자 사내의 눈에서 기광이 번뜩였다.

 정면의 중앙에 걸려 있는 단군왕검의 그림을 바라보며 굉장한 투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십오 년 만인가? 심무도가 다른 유파의 도전을 받은 것이…….”

 작게 중얼거리는 사내. 그가 바로 백산의 다음 비무행 목표인 심무도의 전승자 ‘신두식’이었다.

 “가람문의 김결인가?”

 두 사람이 마주 보고 서 있었다.

 삼성사의 사당 앞마당에서 마주 선 두 사람의 분위기는 무척이나 진지했다. 신두식은 김결이라는 십팔 세 소년을 똑바로 직시하고 있었다.

 남자라고 볼 수 없을 만큼 아름다운 용모를 하고 있는 김결. 도저히 남자라는 것을 믿기 힘들 정도였다. 하지만 신두식은 김결의 용모엔 별로 관심이 없었다.

 그의 시선은 김결의 발을 향해 있었다.

 고려에 남아 있는 아사벌의 칠대유파 중 하나인 가람문. 본시 ‘뫼가람’이라는 이름을 지닌 하나의 유파였던 뫼문과 가람문.

 그 두 유파가 하나에서 둘로 갈라진 것이지만 그 각각의 유파가 모두 가공할 위력의 ‘갈’을 전승하고 있었다.

 특히 가람문은 최근 들어 활동이 눈에 띄게 많아져 다른 아사벌의 유파들이 촉각을 세우고 지켜보는 중이었다.

 신두식은 그런 세세한 사정까지 아는 것은 아니지만 가람문의 자랑인 태껸이 얼마나 위력적인지는 잘 알고 있었다.

 상대가 십팔 세의 소년이라고는 하나 홀로 비무를 하러 다닐 정도라면 지닌바 실력이 대단하다는 말이나 다름없었다.

 김결은 심무도의 전승자인 신두식을 앞에 두고도 여유로운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김결의 눈에 비친 신두식은 태풍의 눈이었다. 그 자신은 조용하고 침착해 보였지만 그의 주변으로는 거친 바람이 휘몰아치고 있었다.

 “보내 드린 서찰에 써 놓은 그대로입니다.”

 김결은 듣기 좋은 미성으로 신두식의 질문에 대답했다.

 사흘 전 삼성사의 사당에 제를 지내기 위해 찾아온 향객이 신두식에게 한 장의 서찰을 전해 주었다.

 그 서찰에는 심무도에 도전한다는 내용과 함께 가람문의 김결이라는 이름이 적혀 있었다.

 신두식은 그 서찰을 처음 받아 보고 무척 당황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가람문도 비무행을 했던가?”

 “제가 처음입니다. 이제 가람문도 고려의 유파들과 무예를 겨룰 겁니다.”

 “그런가? 뫼문과는 다르군. 뫼문의 비무행은 아사벌의 칠대유파를 제외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신두식의 입에서 뫼문의 이름이 나오는 순간 김결의 아름다운 얼굴이 심하게 구겨졌다. 뫼문에 악감정이 있는 듯 입술까지 질끈 깨물고 있었다.

 “뫼문과는 비교하지 말아 주시지요. 그따위 잡술과 태껸은 질적으로 다르니 가람문이 뫼문과 같아야 할 이유는 하나도 없습니다.”

 “잡술이라… 뫼문의 쌈수박이 잡술이면 심무도도 마찬가지겠지? 후후후, 어린 친구가 소견이 좁군. 외모도 그렇고 소견까지 좁은 걸 보아 사내가 아닐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드는데…….”

 신두식도 김결의 외모에 많은 의혹을 느끼고 있었다.

 남자로서는 가지기 힘든 외모였다. 남자다움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그저 예쁘게 생긴 소년이겠거니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김결의 외모에는 남자다움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김결은 신두식의 말에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젠장, 또 인가! 어딜 가나 이놈의 외모 때문에 사내 취급을 못 받잖아!’

 김결은 자신의 아름다운 얼굴을 저주했다.

 당당하고 기백이 넘치는 사내로 인정받고 싶었으나 아무도 김결을 그렇게 봐 주지 않았다.

 사문의 스승인 척대보까지도 김결이 가냘픈 여인인 양 아껴 줄 뿐 험한 일을 시키려 들지 않았다.

 김결은 그들의 고정 관념을 깨기 위해 사문을 뛰쳐나와 비무행을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만나는 사람마다 다 똑같았다.

 남장 여인이라며 치근거리는 사람도 있었고 아예 대놓고 무시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김결은 고려의 몇몇 유파를 찾아 비무를 벌여 승리했으나 상대는 김결을 인정하려 들지 않았다. 오히려 계집애한테 졌다며 매우 수치스러워했다.

 그 이후 김결은 일반 유파들과의 비무를 관두고 아사벌의 칠대유파를 찾기 시작했다.

 심무도의 신두식이 그 첫 번째 대상인 것이다.

 “내가 계집이든 아니든 상관할 바 없습니다. 난 당신과 겨루려고 이 자리에 온 것이지 놀림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란 말입니다!”

 김결이 날카로운 음성으로 소리쳤다.

 그 소리에 신두식의 인상이 굳었다.

 “미안하군. 놀릴 생각은 아니었다.”

 “잡설이 길군요.”

 김결은 신두식의 사과도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차갑게 대꾸했다.

 “사과의 의미로 선공을 양보하지.”

 “양보라… 후회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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