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
장담
서경
장담
장담
장담
장담
장담
나민채
건아성
김남재
우숙
이길조
강호풍
송진용
서하
채화담
송진용
윤신현
수담.옥
윤민호
서현
참마도
윤신현
도검
조돈형
수담.옥
강호풍
박신호
송진용
천성민
송진용
담적산
촌부
윤신현
눈매
강원산
송진용
임준후
임준후
송진용
서현
조형근
 1  2  >>
 
작가연재 > 무협물
수박
작가 : 강원산
작품등록일 : 2016.7.13
수박 더보기

스낵북
https://snackbook.net/snack/31...
>
작품안내
http://www.storyya.com/bbs/boa...
>

이 작품 더보기 첫회보기

한민족 고유의 무예 수박.
그 전설의 완성을 위해 뫼문의 제자 북수산이 중원에 발을 딛었다.

 
제 23 화
작성일 : 16-07-19 10:56     조회 : 528     추천 : 0     분량 : 9187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박규는 관을 열고 안에서 나온 많은 물건들을 하나하나 추리기 시작했다. 번쩍이는 빛이 휘황찬란한 것으로 보아 대단히 값비싼 물건들임에 틀림이 없었다.

 하지만 재물에 별 과심이 없었던 백산은 석실을 천천히 돌며 좀 더 자세히 둘러보기 시작했다.

 중앙의 관과 천장의 독특한 건축양식, 삼면의 벽에 걸쳐 그려진 벽화를 제외하면 별로 특이할 만한 것이 없어 보였다.

 백산은 박규가 재물을 챙길 동안 별로 할 일이 없었기에 그냥 벽화나 구경하기로 했다. 벽에 바짝 붙어 손으로 벽화를 쓰다듬으며 걷던 백산.

 “어?”

 백산은 뭔가 이상한 것을 발견했다.

 석실의 삼면에 그려진 수많은 연꽃의 문양들. 그중 유별나게 큰 연꽃이 네 개가 있었다. 그런데 방금 지나친 연꽃의 중앙부에 글자와 비슷한 뭔가가 언뜻 보였던 것이다.

 백산은 다시 연꽃의 정 중앙을 세심하게 살폈다. 그리고 그 부분에서 아주 작은 글자를 발견할 수 있었다.

 [북삼(北三)]

 “북삼? 이게 뭐지?”

 백산이 중얼거리고 있을 때 박규는 여전히 재물을 챙기느라 여념이 없었다. 북삼이 뭔지 물어보려던 백산은 바쁘게 움직이는 박규를 힐긋 돌아보고 다시 연꽃으로 고개를 돌렸다.

 백산은 또 다른 벽에 있는 커다란 연꽃의 중앙부를 살폈다.

 [동오(東五)]

 그곳에도 글자가 있었다. 분명 뭔가 연관성이 있어 보였다.

 백산은 곧바로 나머지 두 개의 연꽃의 중앙도 살펴보았고 그곳에서도 비슷한 형태의 글자를 확인할 수 있었다.

 [남사(南四)]

 [서일(西一)]

 동서남북 네 방위를 뜻하는 글자와 각기 하나씩의 숫자.

 “북삼, 동오, 남사, 서일?”

 백산은 팔짱을 끼고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 글자들이 뜻하는 바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 봐도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알아낼 수 없었다.

 그렇게 고심하던 백산. 그의 시선에 문뜩 석실 바닥이 들어왔다.

 네모난 돌을 반듯하게 깎아 차곡차곡 이어 붙여 만들어진 바닥이었다. 무심코 바닥에 깔린 돌들의 숫자를 세던 백산은 좀 전에 발견한 숫자와 연계를 시켰다.

 “방위와 숫자라…….”

 백산은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에 떠오른 방법을 시험해 보고 싶었다.

 “동쪽이 어딥니까?”

 “뭐? 동쪽? 우리가 들어온 구멍이 남쪽 방향이었고, 통로와는 수직으로 교차되니, 그 통로의 방향과 이 석실을 대조해 보면… 이쪽이 동쪽인데, 왜?”

 박규는 별생각 없이 한쪽 벽을 가리키며 방위를 알려 줬다.

 그가 가리킨 방향은 관이 놓인 위치에서 머리 쪽에 해당하는 방향. 백산은 관을 기준으로 하여 바닥의 돌들을 세기 시작했다.

 동서남북의 네 방위를 표시한 글자들. 어느 쪽부터 시작되는 것인지는 몰랐다. 다만 관습상 동서남북의 순서로 불리고 있으니 동쪽부터 시작하면 될 거라 생각했다.

 관이 놓인 장소와 동쪽 방향의 바닥이 접하는 곳에는 총 다섯 개의 바닥돌이 놓여 있었다. 그중 하나에서 시작을 해야 했다.

 일단 가장 왼쪽에서부터 돌을 세기 시작한 백산.

 “동으로 다섯 개, 서로 한 개, 남으로 네 개, 북으로 세 개라…….”

 마지막에 해당하는 돌을 찾은 백산은 그 위치에 쪼그리고 앉았다.

 툭툭!

 툭툭!

 “아닌가?”

 돌을 두드려 본 백산은 주변의 돌들과 하나도 다를 것이 없는 소리를 내는 것에 실망했다.

 백산의 하는 행동을 지켜보던 박규는 호기심에 잠시 바라보다가 머리를 긁적이는 모습을 보고 다시 본연의 일에 열중했다.

 백산은 왼쪽에서 두 번째 돌부터 다시 세기 시작했다.

 “동오, 서일, 남사, 북삼…….”

 툭툭!

 여전히 다를 것이 없는 소리.

 이번엔 관과 접한 돌들 중에서 가장 중앙에 있는 돌부터 시작이었다. 순서대로 돌을 세고 마지막 돌을 찾은 백산.

 퉁퉁!

 “어라?”

 달랐다. 지금까지의 소리와는 다른 소리가 났다.

 “야? 너 뭐 하는 건데?”

 백산이 놀란 소리를 내자 박규가 다시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백산은 박규의 말에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확인된 돌을 향해 발을 힘껏 내리찍었다.

 퍼석!

 쉽게 부서져 나가는 바닥의 돌. 네모난 구멍 안에는 오래돼 보이는 석함이 들어 있었다. 석함을 꺼낸 백산은 잠금 장치가 없는 석함의 뚜껑을 바로 열어 보았다.

 그 안에는 한 권의 책이 들어 있었다.

 “책 아냐?”

 백산을 관찰하던 박규가 책을 알아보고 다가섰다.

 낡아 보이는 책을 꺼내 든 백산은 흙먼지를 조심스레 털어 내며 제목을 살폈다.

 [환도무예지보(桓刀武藝之寶)]

 백산으로서는 처음 들어 보는 제목이었다. 무슨 내용을 담은 책인지 알기 힘들었던 백산이 책 내용을 들춰 보려고 할 때였다.

 “대단한 것을 찾아냈네?”

 “이것을 압니까?”

 “알다마다… 이런 유명한 것을 모를 내가 아니지. 환도무예(桓刀武藝)는 고대로부터 내려오는 환두대도(環頭大刀)를 이용한 도법이야. 환두대도가 사라지면서 환도무예도 사라졌었는데 이런 곳에 도법이 남겨져 있다니…….”

 박규는 전문적인 도굴꾼이라 그런지 아는 것이 상당히 많았다.

 백산은 박규를 통해 책에 대해 알게 되었지만 환두대도를 사용하는 도법에는 그리 관심이 없었기에 기연을 얻었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

 “좋겠군. 기연을 얻었어. 역시 그런 기연은 욕심이 없는 사람한테 돌아간다니까, 하하하!”

 박규는 백산이 환도무예지보를 얻게 된 것을 진심으로 축하해 주었다. 하지만 백산은 달랐다.

 자신이 발의 무예를 추구하고 있으니 도법이 수록된 이런 책은 불필요했다. 설령 박규가 말했듯 엄청난 기연이라 해도 그리 기쁘지가 않았다.

 “원한다면 이걸 드리겠습니다.”

 “관둬!”

 박규는 딱 잘라 거절했다.

 “칼을 쓰시는 분이니 이런 도법이 매우 유용하지 않습니까?”

 “별로… 난 이미 나만의 도법을 익히고 있어. 아직 그것도 완벽히 익히지 못했는데 다른 걸 배워 봐야 헷갈리기만 할 뿐이야.”

 박규는 여전히 거절했다.

 백산은 박규의 말에 언뜻 떠오르는 게 있었다.

 스승인 을지상인과 늘 다투었던 한 가지 문제, 바로 다예(多藝)에 관한 것이었다.

 “질문이 있습니다.”

 백산의 말에 박규가 인상을 썼다.

 “또냐? 나에 관한 질문은 일절 답하지 않아.”

 “그게 아닙니다. 제 스승님이 하신 말씀 중에 이해가 가지 않는 게 있어서요.”

 박규는 그제야 구겨진 인상을 폈다.

 “뭔데? 내가 아는 거면 답해 주지.”

 “무예를 익히는 사람이 한 가지를 집중적으로 수련하는 게 다예를 익히는 것보다 훨씬 나은 겁니까?”

 “당연한 걸 묻는군. 사람의 인생은 짧아. 길어 봐야 백 년도 채 되지 않지. 그 짧은 세월 동안 한 가지 무예를 최고로 익히기도 힘든데 여러 가지를 익히려 하다간 아무것도 이룰 수 없어.”

 “그럼, 제가 발 기술만 익히려고 고집을 부리는 것도 틀린 게 아니겠군요?”

 “응? 그게 무슨 소리야?”

 백산은 박규를 통해 자신이 뫼문의 쌈수박을 뒤로 미루고 발의 무예에만 신경을 쓰는 게 잘못된 것이 아님을 확인받고 싶었다.

 하지만 전후 사정을 모르는 박규가 무슨 소리인지 알 리 없었다.

 “뫼문의 제자는 전신타격기인 쌈수박을 익혀야 합니다. 쌈수박은 전신을 이용한 다양한 기술을 익히는 것이지만 저는 발의 무예가 좋아 그것만 익힐 생각이죠. 한데 다예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으니 제 생각이 옳은 게 아닙니까?”

 “그건 달라. 자세히는 몰라도 뫼문의 쌈수박은 그 자체가 하나의 무예야. 다예라고 볼 수 없지. 쉽게 생각해 보라고… 내가 검술을 익혔어. 그런데 그 검술에는 찌르기와 베기 두 개의 기술이 있다고 했을 때 내가 찌르기만 고집한다면 어찌 될까? 불구자가 되는 거나 마찬가지야. 뫼문의 쌈수박도 같아. 전신을 이용한 무예를 통틀어 쌈수박이라 부르는 만큼 그중 한 가지만 부족해도 불구자가 되는 거야. 그리고 그렇게 되면 더 이상 쌈수박이라 불릴 수 없지.”

 박규의 말에 백산은 머릿속이 환해지고 있었다.

 쌈수박은 전신을 이용한 무예며 그 자체가 하나인 것이다. 을지상인이 쌈수박은 다예가 아니라고 한 말이 이제야 이해가 되었다.

 물론 백산이 발의 무예를 좋아하고 그것을 중점적으로 익히는 것도 나쁜 것은 아니었다.

 박규의 말처럼 검을 익힌 사람이 여러 초식을 익혔다고 했을 때 그중 한 가지 초식이 마음에 들어 그 초식만 자주 사용하는 것 정도는 충분히 용인되는 것이다.

 하지만 백산은 너무 치중했다.

 마치 발의 무예가 전부인 양 다른 것은 버리고 발의 무예만 추구했다. 그건 쌈수박이 아니었다. 뫄한뭐루의 최부염과 최주에게 사문을 버린 것이나 다름없다는 말을 들어도 할 말이 없는 것이다.

 백산은 자신의 손에 들린 ‘환도무예지보’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여기서 죽치고 살 생각이 아니면 그만 나가자고. 사내가 음기에 오래 노출되어 있으면 장가가서 힘들어져.”

 “음기라니요? 아!”

 박규의 말에 질문을 던지던 백산은 음기의 의미를 금방 이해했다.

 이곳은 왕릉, 즉 묘지였다.

 사람의 시체는 음(蔭)에 해당되니 박규의 말이 틀린 건 아니었다.

 ‘그런데 사내가 음기에 너무 노출되면 장가가서 고생한다는 말이 있던가?’

 아직은 남녀 간의 일을 잘 모르는 백산이었다.

 “후우웁! 챙길 거 다 챙겼으니 이만 가자. 남의 무덤에 오래 있는 건 실례니까 말이야.”

 박규는 왕릉의 관 속에 들어 있던 많은 귀보를 담은 커다란 보따리를 둘러메고 석실 밖으로 걸어 나갔다. 백산은 사내다운 호탕함과 기백이 물씬 풍기는 박규의 모습을 잠시 지켜보았다.

 생각 이상으로 심지가 굳은 사내. 백산의 눈에 비친 박규는 꽤나 멋진 사내였다. 굳이 비무를 하지 않고 그냥 아는 사이로 지내는 것도 좋을 듯했다.

 백산은 일단 ‘환도무예지보’를 등 뒤의 행낭에 넣었다. 그리고 박규를 따라 석실을 나섰다.

 휘이이이!

 박규와 백산은 동명왕릉으로 이어지는 굴을 통해 밖으로 나섰다.

 순간, 시원한 바람이 두 사람을 훑고 지나갔다.

 두 사람의 의복이 모두 품이 넓은 한복이었기에 바람에 의한 펄럭임은 피할 수 없었다.

 박규는 어깨에 큼지막한 보따리를 둘러메고 백산을 바라보았다.

 “도와준 보답을 하고 싶지만 이미 더 좋은 것을 얻었으니 네 몫은 없다. 상관없겠지?”

 석실에서 얻게 된 환도무예지보를 갖고 싶은 생각이 없는지 박규의 말에는 책에 대한 아쉬움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 보따리에 든 약간의 보화(寶貨)와 책을 맞바꾸지 않겠습니까?”

 “싫다고 했잖아. 네가 찾아냈으니 네 물건이다. 이것도 하늘의 뜻이니 이런 재물 따위와 바꾸는 건 옳지 않아. 그런 물건은 스스로 주인을 택한다고도 하니 내 물건이 될 수 없지.”

 박규는 재물이 아까워 그러는 게 아니었다.

 진심으로 환도무예지보를 백산이 가져가길 바라고 있었다.

 “저에겐 지금 그런 ‘재물 따위’가 조금 필요합니다. 생활이 궁핍하죠. 제 필요에 의해 바꾸려는 것인데 굳이 옳고 그름을 따질 필요가 있습니까?”

 “응, 필요가 있어. 방금 말했다시피 귀한 물건은 스스로 주인을 택한다. 환도무예지보는 그저 그런 책이 아니야. 이미 너를 주인으로 택한 거다. 억지로 그런 귀보(貴寶)를 가지려다간 화를 부르게 된다고…….”

 박규의 뜻은 확고했다.

 박규는 책에 대한 욕심을 조금도 내비치지 않았기에 백산은 환도무예지보의 처리 문제가 걱정이었다. 자신이 가지고 있어 봐야 쓸모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박규의 말대로 귀한 물건이라 스스로 주인을 택한 것이라면 백산, 자신에게는 이 환도무예지보를 살펴볼 책임이나 의무가 생긴 것이다.

 백산은 할 수 없이 책을 자신이 보관하기로 결정했다.

 “다음 목적지는 어딥니까? 방향이 같다면 동행할 수 있을까요?”

 “거참… 난 귀찮은 게 딱 질색이라고! 어린 녀석과 다니며 뒤를 돌봐 줄 정도로 여유 있는 몸이 아니라 이거야. 난 이만 가 볼 테니, 너도 네 갈 길을 가라.”

 박규는 더 이상 이야기하고 싶지 않은지 딱 잘라 말하며 몸을 돌렸다. 박규의 떡 벌어진 어깨가 백산의 눈에 들어왔다.

 듬직해 보였다. 마치 중원으로 떠난 사형 북수산의 등을 보는 듯했다. 남에게 의지하며 살아온 백산이 아니었지만 박규의 등을 보자 그 등에 기대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백산은 정에 굶주려 있었다.

 “형님이라 불러도 되겠습니까?”

 백산의 말에 박규의 걸음이 우뚝 멈췄다.

 “뭐? 고작 두 번 만나고 형님 아우 할 정도로 우린 친한 사이가 아닐 텐데?”

 박규는 고개를 돌리지 않고 되물었다.

 “앞으로 친해지면 되지요.”

 “지금 헤어지면 다시 만날 기회가 없을 거야.”

 “기회는 생기기 마련입니다.”

 “그 기회가 우연히 만들어진 것이라면 그때 다시 생각해 보지.”

 “알겠습니다. 그리고… 좋은 가르침을 주어 감사합니다.”

 백산은 그동안 자신의 복잡했던 머리를 시원하게 만들어 준 박규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표했다.

 박규는 어떤 가르침을 말하는지 금방 이해하고 씩 미소를 그렸다.

 쿵!

 보따리가 바닥에 떨어졌다. 그리고 박규가 몸을 돌리며 한쪽으로 걸어갔다. 그곳엔 꽤나 두꺼운 두께의 오리나무 한 그루가 심어져 있었다. 주변에 습지도 없는데 오리나무가 자라고 있는 게 신기했다.

 “내가 지금 보이는 도법을 잘 봐 둬. 나중에라도 환도무예지보의 도법을 익히게 된다면 큰 도움이 될 테니… 널 만난 기념이라 생각해라.”

 소나무 앞에서 멈춰 선 박규가 지금까지와 다르게 부드러운 음성으로 말을 건넸다. 그 순간이었다.

 시잇!

 그의 양 손이 바람처럼 움직였다.

 철컥!

 두 개의 칼은 찰나적으로 번쩍이는 듯하더니 어느새 칼집에 꽂혀 들어가고 있었다. 석실 안에서도 한차례 보긴 했지만 정말 놀라운 쾌도술이었다.

 백산이 흐릿하게나마 볼 수 있었던 두 개의 칼, 그것은 분명 소나무를 베고 지나갔다. 그러나 오리나무는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 멀쩡히 서 있었다.

 “지금 내가 보인 도법의 이치를 이해한다면 환도무예지보를 익히기가 한결 쉬워질 거야. 볼일은 다 끝났으니 이만 가겠어. 인연이 있다면 또 만나겠지.”

 박규는 그 말을 끝으로 자리를 떴다. 그는 땅바닥에 내려놓은 보따리를 다시 어깨에 둘러메고 빠르게 사라져 버렸다.

 백산은 박규가 떠나는 것을 더 이상 붙잡지 않았다. 이젠 쫓아갈 이유가 없었다. 비무를 해 보려는 생각은 이미 접은 상태였고 다음번의 만남엔 형님으로 부를 수 있게 되었으니 기분이 좋았던 것이다.

 괜찮은 사내를 알게 된 것에 마음이 훈훈해진 백산은 편한 마음으로 박규가 베어 버린 소나무를 바라보았다.

 ‘도법의 이치라……’

 소나무 앞으로 다가간 백산은 박규의 칼이 베고 지나간 자리를 자세히 바라봤다.

 있었다. 너무나도 얇은 흔적이 뚜렷하게 새겨져 있었다.

 분명히 벤 것이다. 박규의 칼은 나무를 베고 지나갔다. 한데 나무는 멀쩡히 서 있었다. 멀리서 본다면 이미 잘려진 나무라는 걸 절대 알아볼 수 없으리라.

 극에 이르는 빠름과 예리함이 없다면 도저히 흉내 낼 수 없는 높은 수준의 도법이었다.

 백산은 무기를 사용하여 이런 경지에 오른 사람을 본 적이 없었다.

 감탄성이 절로 흘러나올 정도의 놀라운 결과를 보여 준 박규.

 백산은 호탕한 박규의 성격이 좋았고, 보기와는 달리 해박한 지식을 지닌 것이 부러웠다.

 또한 새로운 경지의 무예를 보여 준 박규의 실력에 진심으로 감탄했다.

 백산의 눈높이에 좌우로 길게 새겨진 두 개의 도흔이 그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백산은 세 토막이 나 버린 나무의 중간을 오른손으로 확 낚아챘다.

 쿠웅!

 나무의 윗부분이 아래로 떨어져 내리고 다시 기울어지며 한쪽으로 쓰러져 버렸다.

 백산은 손에 들린 나무토막의 절단면을 살펴봤다.

 아래쪽 면은 검게 타들어 가 있었고, 위쪽 면은 얼음처럼 매끈했다.

 완전히 다른 두 가지 현상을 살펴본 백산은 그 안에 어떤 이치가 숨어 있는지 알아내려 노력했다.

 하지만 당장은 떠오르는 것은 없었다.

 “시간을 두고 알아봐야 하나?”

 조금은 실망한 기색이었다. 그와 동시에 약간의 오기가 발동하기 시작했다.

 만약 지금 그 이치를 알아냈다면 환도무예지보를 익혀 볼 생각을 아예 하지 않았을 것이다. 쉽게 얻은 깨달음은 가치가 떨어지는 법이니까.

 그런데 신묘한 박규의 도법은 백산으로 하여금 호기심만 잔뜩 일으켜 놓고 아무것도 알려 주지 않았다.

 덕분에 환도무예지보에 대한 백산의 생각이 조금 바뀌고 있었다.

 “비무행이 끝나면 한번쯤 익혀 보는 게 어떨까?”

 백산은 도법을 익혀 볼 생각이었다.

 잠시 후 나무토막에 끈을 묶어 행낭에 걸어 둔 백산은 그 자리를 벗어나기 시작했다. 이젠 정말로 궁홀산을 찾아가야 했다.

 백산이 완전히 사라졌을 때, 한쪽 숲에서 박규가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자리를 떠난 게 아니었다.

 “꽤나 괜찮은 녀석인데?”

 박규의 시선은 사라진 백산의 모습을 쫓고 있었다.

 백산의 당찬 모습과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집요함이 박규의 마음에 들었다.

 아직 약관도 넘기지 않은 소년이건만 지닌바 무예 실력도 출중했다.

 솔직히 박규 자신도 백산의 나이 때 그만큼의 실력을 가지지 못했었다.

 홀로 수년간 중원을 떠돌다가 우연히 만나게 된 한 사내로부터 배운 도법을 죽어라 수련한 끝에 불과 삼 년 전에 지금의 경지에 이를 수 있었던 것이다.

 그에 비하면 백산은 남다른 성취를 보이고 있음이 분명했다.

 “나중에 꼭 다시 만나면 좋겠는데… 쌈수박의 후예라면 내가 펼친 기술의 의미를 충분히 알아내겠지? 내 도법에 훌륭한 맞수가 생길지도 모르겠어, 후후후…….”

 박규는 낮게 웃음을 흘렸다.

 비록 도굴꾼에 불과한 박규였지만 그건 그의 선택 사항이 아니었다.

 박규의 생각과는 무관하게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일인 것이다. 그 일도 이제 막바지에 이르렀다.

 고려에 존재하는 숨겨진 왕릉은 이제 두 곳만이 남겨져 있었다. 그 두 곳에도 박규가 원하는 만큼의 재물이 없다면 삼성궁을 찾아가야 했다.

 박규가 도굴을 하는 목적은 단순히 재물을 모으기 위함, 그뿐이었다.

 물론 재물을 악착같이 모으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십오 년 전 박규의 누님인 ‘박상아’를 데려간 사내. 그 사내를 찾아내기 위해 왕릉을 찾아다니며 재물을 모으는 중이었다.

 하지만 그 사내는 박상아와 함께 중원으로 사라졌고 그를 찾기 위해서는 막대한 재물이 필요했다.

 박상아를 되찾기 위해서는 그 사내를 먼저 찾아야 했다. 그리고 그 사내를 찾기 위해서는 거금을 들여 중원 전역을 뒤지는 방법밖에 없었다.

 중원이라는 곳이 막대한 재물만 있으면 못할 게 없는 곳임을 잘 알고 있었기에 왕릉의 재물을 긁어모으는 것이다.

 “후우… 앞으로 이삼 년만 있으면 되겠지. 그럼 누님을 찾으러 중원으로 간다.”

 홀로 중얼거리던 박규는 늘 자신을 괴롭히는 과거의 일이 떠오르자 씁쓸한 미소를 흘리며 다시 자리를 떴다.

 정체를 짐작하기 힘든 쌍도치 박규. 그의 도법은 누구에게 배운 것일까? 십오 년 전 박상아를 데리고 갔다는 사내는 누구일까? 그 사내는 중원에서 무슨 일을 벌이고 있는 것일까?

 박규는 많은 의문점만 남긴 채 서서히 자취를 감추었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25 제 25 화 2016 / 7 / 19 559 0 8120   
24 제 24 화 2016 / 7 / 19 560 0 7984   
23 제 23 화 2016 / 7 / 19 529 0 9187   
22 제 22 화 2016 / 7 / 19 544 0 8504   
21 제 21 화 2016 / 7 / 19 592 0 8936   
20 제 20 화 2016 / 7 / 19 697 0 8880   
19 제 19 화 2016 / 7 / 19 598 0 8501   
18 제 18 화 2016 / 7 / 19 609 0 7466   
17 제 17 화 2016 / 7 / 19 529 0 7459   
16 제 16 화 2016 / 7 / 19 518 0 7620   
15 제 15 화 2016 / 7 / 19 534 0 7350   
14 제 14 화 2016 / 7 / 19 591 0 7640   
13 제 13 화 2016 / 7 / 19 677 0 8122   
12 제 12 화 2016 / 7 / 19 681 0 7918   
11 제 11 화 2016 / 7 / 19 609 0 7116   
10 제 10 화 2016 / 7 / 13 597 0 7684   
9 제 9 화 2016 / 7 / 13 559 0 8219   
8 제 8 화 2016 / 7 / 13 561 0 6471   
7 제 7 화 2016 / 7 / 13 692 0 7704   
6 제 6 화 2016 / 7 / 13 667 0 7929   
5 제 5 화 2016 / 7 / 13 567 0 7273   
4 제 4 화 2016 / 7 / 13 559 0 7071   
3 제 3 화 2016 / 7 / 13 646 0 9059   
2 제 2 화 2016 / 7 / 13 595 0 7825   
1 제 1 화 2016 / 7 / 13 887 0 9317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