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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무협물
수박
작가 : 강원산
작품등록일 : 2016.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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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족 고유의 무예 수박.
그 전설의 완성을 위해 뫼문의 제자 북수산이 중원에 발을 딛었다.

 
제 22 화
작성일 : 16-07-19 10:56     조회 : 543     추천 : 0     분량 : 8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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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묻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귀찮으니까 그냥 가라. 날 쫓아온 실력은 인정한다만 난 바쁜 몸이거든. 꼬맹이랑 놀아 줄 시간은 없어.”

 “전 꼬맹이가 아닙니다. 저는 백산입니다.”

 “응? 무슨 산?”

 “백산이라 했습니다.”

 박규는 이제 귀까지 후비며 노골적으로 백산을 무시하고 있었다.

 방금 전에 백산에게 어깨를 강타당한 사실을 잊었는지 백산의 무예를 얕잡아 보는 태도였다.

 “백산(白山)이든, 흑산(黑山)이든 내가 알 바 아니니 이만 가라.”

 박규는 몸을 휙 돌렸다. 그리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리기 시작했다. 백산은 당연히 그 뒤를 쫓았다. 백산의 고집은 쉽게 꺾일 만한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박규에게 꼭 듣고 싶은 말이 있는 이상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 게 분명했다.

 휙휙 스쳐 지나가는 대나무들.

 백산과 박규는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 채 어디론가 계속 달려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순간, 박규가 그 자리에 딱 정지했다.

 “너! 안 갈래?”

 박규의 네 걸음 앞에서 멈춰 선 백산.

 “질문이 있습니다.”

 “도대체 뭐 하는 놈인데 자꾸 질문을 하겠다고 그러는 건데?”

 백산의 변함없는 태도에 박규도 결국 성질이 나고 말았다.

 “저는 뫼문의 제자입니다.”

 “뫼문? 쌈수박의 그 뫼문?”

 “맞습니다.”

 “허허…….”

 박규가 기가 찬 소리를 흘렸다. 뫼문에 대해서는 박규도 들은 적이 있었다.

 물론 잘 아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예로부터 전승되어 온 쌈수박의 위력이 가공하다는 것과 고려에 존재하는 진정한 아사벌의 칠대유파 중 한 곳이라는 정도만 알 뿐이었다.

 “뼈대 있는 뫼문의 제자께서 왜 내 뒤를 따라오는데?”

 “여쭈어 볼 것이 있습니다.”

 백산의 대답은 계속 똑같았다.

 박규는 팔짱을 낀 채 백산을 바라보며 표정을 수시로 바꾸고 있었다. 수많은 생각들이 오가는 중인지 인상을 찡그렸다가 화색이 돌기도 했고 나중엔 울상이 되기도 했다.

 백산은 그런 박규의 표정 변화를 하나도 놓치지 않고 보고 있었다.

 두 개의 긴 칼을 사용하는 박규.

 보통 두 개의 칼을 사용할 때는 장도(長刀)와 중도(中刀)를 사용하기에 이도류(異刀流)라 부른다.

 하지만 박규는 달랐다. 두 개의 칼 모두가 장도로써 길이도, 모양도 똑같았다.

 두 개의 긴 칼.

 굳이 구분하자면 이도(二刀)라 불러야 했다.

 백산은 푸른색을 띠고 있는 두 자루의 곡도(曲刀)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리고 푸른색의 추레한 한복을 입고 있는 박규의 전신을 훑어보았다.

 ‘이 사람… 어떤 사람일까?’

 백산은 박규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졌다.

 “그냥 가라. 질문 받는 거 싫어.”

 한참 만에 박규의 입에서 나온 대답은 거절이었다.

 “별로 오래 걸리지 않습니다. 그런데 왜…….”

 왜 거절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백산의 말에 박규가 피식 웃음을 날렸다.

 “후후, 물어서 알 수 있는 것이면 네 스스로도 충분히 알아낼 수 있다. 이렇게까지 날 귀찮게 하는 걸 보니 중요한 질문인 거 같은데, 그런 건 직접 답을 찾아. 더 이상 할 말 없으니까 가라.”

 박규는 백산이 어떤 질문을 하려는지 알고 있다는 듯 묘한 분위기를 풍겼다. 백산은 그 말에 흠칫했으나 이대로 물러날 수는 없었다.

 “그럼, 질문하겠습니다.”

 “대답 안 한다니까!”

 “제가 묻고 싶은 건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스스로 살아 보려는 의지도 없는 사람을 왜 살려 주어야 하는 것인지 그 이유를 알고 싶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한 번의 도움도 감사할진대 끝까지 그 사람을 돌봐 주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겁니다.”

 백산은 귀까지 막아 버린 박규에게 무작정 질문을 던졌다.

 그 말에 박규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뭐, 뭐라고?”

 백산의 말에 박규가 어이없어 하는 표정을 지었다.

 “내게 물으려는 게 그거였냐?”

 “그렇습니다만…….”

 “허허!”

 박규는 허탈한 웃음을 날렸다. 그도 그럴 것이 박규가 생각하기에는 백산이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을 던질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왜 온몸을 청색으로 떡칠을 했냐는 물음이 아니면 어디서 쌍칼의 무예를 익혔느냐, 왜 도굴을 하느냐… 이런 질문일 줄 알았던 것이다.

 그런 질문이면 대답하기 곤란했다. 개인적인 일을 이제 두 번 만난 백산에게 알려 줄 생각이 없었다. 그래서 스스로 알아내라는 멋진 말로 포장하여 되돌려 보내려 했다.

 백산의 엉뚱한 질문에 박규는 낮게 한숨을 쉬었다.

 “후우… 그런 질문이면 대답해 주지. 첫 번째 질문에 대한 답! 살고 싶어 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죽으려는 자도, 죽음 앞에 놓인 자도 살고 싶어 하는 건 똑같아. 단지 살 기회를 포기한 것이냐, 아니면 포기하지 않느냐 하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그러니 일단 살려 두고 보는 거야. 왜 살려 줬냐고 욕을 먹더라도 죽음에 처한 사람을 살려 주는 건 세상의 이치다.”

 박규는 별 고민도 없이 한 번에 대답을 풀어냈다.

 “다음으로 두 번째 질문에 대한 답! 사람을 살려 주었다고 모든 게 끝나지 않아. 살려 줬으면 살려 준 것에 대해 또 다른 의무가 따른다. 살려 준 사람이 안전하게 되기 전까지 돌봐 주어야 하지. 그렇지 못할 거면 처음부터 아예 살려 주지 말아야 한다. 좀 전에 한 말과는 모순이 되지만 어차피 세상은 이런 모순으로 가득 차 있으니까… 자, 답은 끝났다. 그러니 이제 가라.”

 박규는 번갯불에 콩을 구워 먹듯 대답을 하고는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묘한 대답을 듣게 된 백산은 멀어져 가는 박규를 바라보며 잠시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고는 다시 그 뒤를 쫓았다.

 제대로 된 대답을 들었고 이젠 충분히 이해가 갔으니 뒤쫓을 이유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산은 박규를 쫓았다.

 그 이유는 백산만이 알고 있었다.

 두 사람은 좀 전과 같은 상황을 반복하며 빠르게 대나무 숲을 벗어나고 있었다.

 그렇게 한참을 달렸을 때 박규가 그리 높지 않은 야산 아래에서 멈춰 섰다. 주위를 잠시 둘러본 박규는 바닥에 넙죽 엎드렸다.

 여전히 백산이 쫓아오고 있음을 알면서도 박규는 무시하고 있었다.

 허리까지 오는 수풀 속으로 기어 들어가는 박규, 그는 허리에 기다란 칼을 두 개나 차고서도 아무 불편 없이 몸을 잘 움직였다.

 백산은 끝까지 박규를 쫓았다.

 알고 싶은 것에 대한 확실한 답을 들어 속이 다 후련했지만 왠지 박규의 뒤를 쫓고 싶었다.

 비무. 백산은 박규와 비무를 해 보고 싶었던 것이다.

 자세를 낮춘 백산은 박규가 기어 들어간 수풀로 따라 들어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작은 굴 하나를 발견했다. 백산은 그 굴이 어디로 통하는 것인지 생각해 보지도 않고 무작정 기어 들어갔다.

 백산보다 훨씬 큰 덩치인 박규가 온몸을 비비적거리며 어렵사리 굴을 기어 들어가고 있었고 백산은 그나마 여유로운 자세로 그 뒤를 따랐다.

 굴속은 당연히 어두웠다. 빛이라고는 굴 입구에서 스며들어오는 햇빛뿐. 그러나 그 빛도 오 장 정도 들어가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

 그렇게 십 장 이상을 기어 들어갔을 때 굴 안쪽에서 희미한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박규의 모습은 이미 사라졌다. 이상한 생각에 좀 더 빠르게 기어간 백산. 그 끝에 공간이 있었다.

 어느 한 통로의 중간인 듯 정면이 벽으로 가로막혀 있었고 좌우로 긴 공간이 있었다. 백산은 낯선 통로의 한쪽 벽 중간에 나 있는 구멍으로 나오게 된 것이다.

 백산은 그대로 굴 밖으로 몸을 날렸다. 그리고 좌우로 길게 이어진 통로를 살폈다. 그때 백산의 왼쪽 방향에서 작은 불빛이 반짝였다. 박규가 그곳에 있는 것이 분명했다.

 빛이 반짝인 곳을 향해 삼 장 정도 다가갔을 때였다.

 쩔그렁!

 백산의 발에 무언가가 차였다.

 쇳소리에 가까운 음향. 밀폐된 공간이어서 그런지 소리가 꽤나 크게 울려 퍼졌다.

 “야! 도와줄 거 아니면 방해나 하지 마! 여기까지 쫓아오다니… 젠장!”

 어둠 속에서 박규의 투덜대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백산은 뭔가 방해했다는 생각에 넘어뜨린 물건을 주워들었다. 어둠에 적응되자 흐릿하게나마 물건의 정체를 알아볼 수 있었던 것이다.

 청동거울.

 손바닥만 한 청동거울이었다. 이런 곳에 왜 청동거울이 놓여 있는 것일까 궁금해진 백산은 박규가 있는 곳으로 생각되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제가 도와 드릴까요?”

 “뭐? 도와준다고? 그걸 빌미로 또 이상한 거 물어볼 생각이면 사양하겠어.”

 “그냥 도와 드리겠습니다.”

 백산의 말에 박규가 어둠 속에서 슥 모습을 드러냈다. 박규가 있었던 곳은 꺾인 통로였기에 볼 수 없었던 것이다.

 “진심이냐?”

 “네.”

 “너, 내가 지금 뭐 하려는지 알아?”

 박규의 말에 백산이 주변을 휘휘 둘러봤다.

 어두운 땅속 공간, 음습한 공기, 도굴꾼이라 불리는 박규.

 이 세 가지를 종합해 보면 아무리 생각해도 떠오르는 건 한 가지였다.

 “도굴이요.”

 “알면서도 도와주겠다고?”

 “지금부터는 모르고 도와주는 걸로 하면 되죠.”

 “하핫, 이거 완전히 멋대로일세. 뭐, 좋아. 그냥 도와주겠다는데 마다할 내가 아니지. 그 청동거울을 들고 그곳에 서 있어 봐.”

 박규는 때마침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했기에 백산이 도와준다고 하자 옳다구나 손뼉을 쳤다.

 백산은 박규의 말대로 청동거울을 들고 그 자리에 섰다.

 박규는 다시 어둠 속으로 사라졌고, 잠시 후 박규가 사라진 장소로부터 밝은 빛이 확 비쳐 들었다.

 사방으로 비추는 빛이 아니었다. 손바닥 넓이의 빛이 어둠을 뚫고 일직선으로 날아와 백산의 어깨를 비추었다.

 “두 발자국 앞으로 옮기고 청동거울을 가슴 쪽으로 올려!”

 백산은 뭐 하는 것인지 알 수 없었지만 일단은 박규의 말대로 움직였다. 백산이 들고 있는 청동거울이 가슴 쪽으로 움직일 때 어깨를 비추던 빛도 가슴 쪽으로 서서히 움직였다.

 빛과 거울이 일치되는 순간, 반사된 빛이 통로의 천장 쪽으로 꺾여졌다.

 “좋아! 그 상태에서 거울을 왼쪽으로 돌려!”

 박규의 지시는 계속되었다. 백산은 거울을 비스듬히 돌려세웠다.

 반사된 빛은 천장에서 벽으로, 다시 통로 쪽으로 이동했다.

 그때 백산의 눈에 벽이 아닌 또 다른 통로가 보였다.

 “이쪽에 다른 통로가 보입니다.”

 “맞아. 그쪽에 통로가 하나 더 있지. 통로의 정 중앙으로 빛을 이동시켜 봐!”

 백산은 거울을 조정하여 새로 나타난 통로의 좌우 벽을 확인한 뒤 중앙으로 생각되는 위치로 빛을 이동했다. 그러던 어느 순간.

 차아앙!

 얇은 철판에 돌조각 하나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며 강한 빛이 통로 안쪽에서 터져 나왔다. 동시에 어둡기만 했던 통로의 바닥 위로 사람의 발자국 같은 것이 나타나며 빛을 뿜기 시작했다.

 “어이, 어린놈! 뭐 보이는 거 없어?”

 백산은 세 개의 통로가 교차되는 장소에 있었기에 모든 방향을 볼 수 있었지만 박규는 한쪽 통로의 모서리에 있었기에 지금 일어나는 현상을 볼 수 없었다.

 “통로 바닥에 발자국이 보입니다.”

 “그래? 정말로 보인다 이거지! 됐구나! 하하하! 발자국이 어떤 방식으로 나 있는지 외울 수 있냐?”

 “외울 필요도 없습니다. 바닥의 중앙에서 일자로 곧게 나 있네요.”

 “뭐? 일자라고? 보폭은?”

 “보통 걸음으로 반 보 정도입니다.”

 “좋았어. 이제 거울을 내려놔도 된다.”

 백산은 청동거울을 바닥에 내려놨다. 반사되는 빛이 사라지자 바닥 위로 떠오른 빛들도 일제히 사라졌다. 그때 박규가 있는 장소에서 횃불이 확 밝혀졌다.

 “이거 고마운데? 네가 없었으면 정말 고생 좀 할 뻔했는데 말이야…….”

 오른손에 횃불을 들고 왼손에 또 다른 청동거울을 들고 있는 박규가 다가섰다.

 “혹시 그 거울을 사러 진파리 시장 거리에 나타난 겁니까?”

 “당연하지. 이 동명왕릉(東明王陵)에 설치된 기관은 보통이 아니라서 말이야. 이 방법을 알아내는 것만도 사십여 일이 걸렸다고… 대단하지 않나?”

 횃불과 얼굴을 동시에 들이밀며 음산하게 웃는 박규의 모습에 백산은 움찔하며 반 보 뒤로 물러섰다.

 백산은 아무 대답을 하지 않았다.

 “쳇! 그렇다고 대답하면 입에 가시라도 박히냐? 아무튼 안으로 들어갈 방법을 알아냈으니 여기도 끝났군. 이거 고마워서 어쩌지? 뭐, 필요한 거 없나? 쓸데없는 질문만 아니라면 뭐든 한 가지 부탁 정도는 들어줄 수 있는데 말이야.”

 박규의 기분 좋은 말에 백산의 아미가 찌푸려졌다. 뭔가를 고민하던 백산. 그러나 백산의 입에서 나온 대답은 간단했다.

 “지금은 없습니다.”

 비무를 해 달라는 부탁을 하려다 말을 삼키고 말았다.

 어차피 처음부터 아무 사심 없이 도와주려는 것이었기에 도와준 걸 빌미로 비무를 부탁하기가 좀 그랬던 것이다.

 “없어? 사내자식이 욕심도 없냐? 아무튼 알았다. 대신 저 통로 뒤에 있는 ‘널방’에 들어가서 마음에 드는 물건이라도 있으면 말해. 하나 정도는 줄 테니까.”

 박규는 빚지고 사는 성격이 아닌지라 백산에게 뭔가를 보답하고 싶었다. 아무리 조건 없이 도움을 받았다고는 해도 신세를 진 것은 분명했으니까.

 “어디 보자… 이곳이 중앙이니까… 여기서부터 반 보 걸음으로 쭉 걸어가면 된다 이거지?”

 잠시 통로의 중앙에 쪼그려 앉았던 박규는 손으로 뭔가를 계산하더니 금방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조심조심 앞으로 걷기 시작했다.

 백산은 횃불이 점점 멀어져 가자 얼른 박규의 걸음을 그대로 쫓아 통로를 걷기 시작했다.

 “각별히 조심해서 걸어. 까딱 잘못하면 그대로 황천행이니까. 저기, 저 시체들처럼 되고 싶지 않다면 말이야.”

 백산이 뒤따르고 있음을 알고 있는 박규가 주의를 주며 한 곳을 가리켰다. 그곳엔 세 구의 인골(人骨)이 존재했다.

 죽은 지 굉장히 오래된 시체인지 제대로 된 형태를 갖춘 것이 없었다. 하나는 벽에 비스듬히 기대어 있었는데 목 윗부분이 없었다. 무언가에 잘려진 듯 목뼈의 절단면이 꽤나 매끄러워 보였다.

 다른 하나는 벽에 꽂혀 있었다. 정확히 이마를 관통한 기다란 쇠창이 인골 하나를 벽에 매달아 놓고 있었던 것이다.

 마지막 하나는 산산조각이 나 있는 상태였다. 머리뼈마저도 세 조각 정도로 나뉘어져 있었고 팔, 다리, 몸통 할 것 없이 죄다 분해에 가까운 상태로 뼈가 흩뿌려져 있었다.

 “도굴꾼들이군요.”

 “그렇지. 제대로 된 준비도 없이 도굴을 하다간 저 꼴이 되기 쉽다 이거야. 하지만 이 정도 기관 진식으로 겁을 먹을 내가 아니라는 말씀!”

 “그런데 저들 복장이 고려의 것이 아닌데요?”

 “맞아. 저들은 중원인이지. 같잖은 지나인들이 우리 땅까지 들어와 도굴을 하려 하다니… 하지만 뭐, 나도 조만간 중원으로 가서 신나게 도굴할 거니까 피장파장이지, 큭큭큭!”

 박규는 뭐가 그리 좋은지 혼자 웃으며 통로를 걸어갔다.

 “이제 다 왔다. 어디 얼마나 대단한 것이 있는지 확인해 볼까?”

 박규와 백산이 도착한 곳은 가로, 세로 이 장 길이가 조금 안 되는 그리 크지 않은 석실이었다. 네 개의 벽에는 다행히도 불을 붙일 수 있는 등잔이 설치되어 있어 석실 안은 금방 밝아졌다.

 환하게 밝아진 석실 안을 둘러본 두 사람은 잠시 넋을 잃어야 했다.

 온 천지사방에 그려진 그림들.

 연꽃의 그림이 사방을 뒤덮고 있었다. 게다가 천장의 건축양식도 상당히 특이했다. 그저 밋밋한 천장이 아니었다.

 위를 올려다보았을 때, 네모난 모양 안에 방향을 튼 또 다른 네모가 있었고, 그 안에는 다시 방향이 다른 네모가 계속해서 반복되는 독특한 건축양식이었다.

 “오오! 정말 대단한걸? 이 정도 수준의 연화문(蓮花文)이 그려져 있을 줄이야… 게다가 말각조정식천장(抹角藻井式天障)이라니… 대단해, 정말 대단해!”

 백산으로서는 알아듣기 힘든 말을 하고 있는 박규였다.

 연화문이니 말각조정식천장이니 하는 말을 알아들을 수 없어 백산은 질문을 던졌다.

 “연화문과 말각조정식천장이 뭡니까?”

 “아, 그거? 고대의 왕릉을 찾아다니다 보면 참으로 많은 것을 알게 되지. 왕릉들을 보면 건축양식도 다 다르고, 그 안에 그려진 벽화들로 그 당시의 생활을 엿볼 수도 있다 이거지. 연화문은 말 그대로 연꽃문양을 벽화로 그린 것을 말하는 거야. 꽤 많은 왕릉을 가 봤지만 이렇게나 훌륭한 연화문은 별로 본 적이 없는데 말이야… 말각조정식천장은 지금 저 위에 보이는 방식으로 짓는 건축양식을 말하지. 보다시피 네모 형태 안에 또 다른 네모가, 그 안에 또 네모가 만들어지면서 천장을 이루는 형태야. 아마 이런 양식은 중원에서도 보기 어려울걸?”

 나름대로 잘 정리해서 설명해 준 박규는 백산에게서 감탄하는 기색이 조금은 나올 줄 알았다. 하지만 백산은 그저 고개를 갸우뚱할 뿐이었다. 마치 그게 뭐 어쨌다고? 라는 말로 되묻는 표정이었다.

 “흠흠! 뭐, 크게 신경 쓰지는 말자고. 그럼 물건을 챙겨 보실까?”

 박규는 백산의 반응에 살짝 실망하며 할 일을 시작했다.

 중앙에 놓인 고급스러운 관. 그 안에 들어 있을 희귀하고 값비싼 물건을 훔쳐 갈 생각인 것이다.

 드르르!

 힘껏 관을 밀어낸 박규. 그때였다.

 푸슛!

 날카로운 파공음이 박규를 향해 쏘아져 나갔다. 그러나 박규의 반응은 놀랍도록 빨랐다.

 스팟!

 박규의 양 손이 번쩍하는 순간 빠르게 날아들던 쇠침은 네 동강이 났고 두 개의 곡도는 어느새 칼집에 꽂혀 들고 있었다.

 찰칵!

 완전히 칼집으로 사라진 두 개의 도!

 실로 가공할 빠르기였다.

 “쳇! 어딜 가나 관을 열면 꼭 이런 장치가 되어 있다니까. 뭐, 놀랄 건 없어. 늘 겪던 일이라서, 하핫!”

 아무렇지 않은 듯 말하는 박규의 모습에 백산은 실소를 흘렸다. 그냥 보기에는 실없이 건들거리는 하류 도굴꾼에 불과했으나 지닌바 능력은 상상을 뛰어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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