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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무협물
수박
작가 : 강원산
작품등록일 : 2016.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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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족 고유의 무예 수박.
그 전설의 완성을 위해 뫼문의 제자 북수산이 중원에 발을 딛었다.

 
제 21 화
작성일 : 16-07-19 10:56     조회 : 590     추천 : 0     분량 : 8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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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6장 환도무예지보(桓刀武藝之寶)

 

 

 

 백산은 묘향산을 내려온 이후로 계속 남서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다음 번 목적지는 황해도의 서쪽 끝에 위치한 궁홀산이었다.

 그곳에서 벌써 십 년째 틀어박혀 지내고 있다는 심무도의 달인, 신두식을 찾아야 했다. 거리상으로 아직 이십 일은 지나야 도착할 수 있는 위치.

 하지만 백산은 조금이라도 시간을 줄이기 위해 속도를 높였다.

 묘향산과 궁홀산의 사이에는 특별히 높은 산등성이가 없었기에 이미 대부분의 눈들이 거의 녹아 있었다. 아직은 미약하지만 따뜻한 계절이 머리를 들이미는 중이었다.

 백산은 듬성듬성 자라나 있는 나무들 사이를 빠르게 달렸다. 그러다가 문득 뫄한뭐루의 최주가 떠올랐다.

 쌈수박과 유사한 전신을 이용한 공격법들.

 쌈수박이 쾌속함과 신묘함으로 강한 살인 기술을 펼치는 것이라면 뫄한뭐루는 웅장하면서도 위력적인, 힘 위주의 무예였다.

 손을 이용하여 상대의 중심을 흩트리거나 특정 타격점을 이용한 강력한 파괴력으로 상대를 일시에 무너뜨리는 무서운 무예.

 또한 뫄한뭐루는 잡기 기술이 뛰어났다. 무승부를 기록한 최주 역시 그 잡기 기술에 능숙했다.

 상대를 잡아 직접 타격을 주거나, 그 힘을 역이용하여 땅 위에 메치는 기술. 백산 자신도 직접 당해 보았기에 그 위력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백산은 자신이 아무리 빠르고 강한 공격을 펼쳐도 엄청난 힘을 지닌 상대에게 한 번이라도 붙잡히면 낭패를 볼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빠름도 중요하지만 상대의 위력적인 힘에 맞설 강한 위력의 공격이나 방어가 필요하다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어쩔 수 없이 타격을 허용하게 되더라도 그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적절한 대처법도 익혀야 했다.

 백산은 묘향산을 내려온 이후로 계속 흙주머니의 흙의 양을 늘리며 다리의 힘을 길렀다. 무리를 해서라도 단기간 내에 다리의 파괴력을 높이려는 것이다.

 백산의 발은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한 걸음 걸을 때마다 쉭쉭 소리를 내며 차올리고, 돌려 차는 백산.

 흙주머니의 무게 때문인지 속도는 이전보다 느려진 듯했지만 그 움직임에 깃든 힘은 훨씬 강력해 보였다.

 점점 발의 위력이 강해지자 백산은 흐뭇한 마음이 되었고 한 번쯤 마을에 내려가 닳아 버린 짚신을 살 생각도 하게 되었다.

 백산은 중간에 잠시 쉬어 갈 장소로 북계의 남쪽 끝자락에 있는 평양을 떠올리고 있었다.

 평양(平壤).

 대동강이 중심을 관통하고 그 지류(支流)인 보통강이 줄기줄기 뻗어 있는 꽤나 넓은 지역이었다.

 평양은 강이 있음으로 해서 교역이 발달하였고 황해와 연결되어 중원에서 문물을 받아들일 수도 있었다.

 평양성에 들어선 백산은 십 년 만에 활기가 가득한 백성들의 모습을 원 없이 구경할 수 있었다.

 봇짐장사를 하는 장돌뱅이들은 거리 곳곳에 흩어져 고래고래 소리치며 물건을 팔았고, 가게를 직접 차린 장사치들도 이에 질세라 우렁차게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백산은 평양의 ‘봉화리’에 들어서 있었다. 평양의 북동쪽에 위치한 봉화리는 대동강 줄기를 옆에 끼고 있어 다른 곳보다 더욱 활기가 가득한 곳이었다.

 백산은 시장길 가득 늘어선 온갖 먹을거리를 보며 군침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먹을거리를 살 만큼 충분한 포(布:돈을 대신하는 일종의 교환 물품)가 없었기에 그림의 떡이었다.

 꽤나 오래전에 건원중보(乾元重寶)가 만들어진 이후부터 물건 값을 치를 때는 ‘철전’과 ‘포’ 두 종류를 사용해 왔다.

 철전은 주조 방법도 복잡하고 유통에 제한이 있었기에 널리 이용되지 못해 일반적으로 포가 사용되었다. 물물교환의 방식이나 마찬가지인 포를 이용한 생활은 아직까지 개선될 여지가 보이지 않았다.

 철전의 외형은 둥글며, 중앙에 네모난 구멍이 나 있었다. 앞면에는 건원중보라는 네 글자가 새겨져 있고, 뒷면에는 동국(東國)이라 표시하여 중원의 건원중보와 차이를 두었다.

 백산은 그런 철전을 지니지 않았고 옷감처럼 돌돌 말려진 포가 몇 묶음 있을 뿐이었다.

 그 포는 짚신을 사거나 급한 일이 있을 때 사용하라며 을지상인이 챙겨 준 것이었다. 아무리 먹고 싶은 음식이 많아도 그런 것에 귀중한 포를 사용할 수는 없었다.

 먹을거리에 대한 관심을 돌리기 위해 백산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빨리 짚신을 사서 평양을 떠날 생각이었다.

 한참 정신없이 걷던 백산의 눈에 짚신을 파는 장돌뱅이 한 명이 보였다. 냉큼 그 앞으로 다가선 백산.

 “짚신 좀 봐도 되겠습니까?”

 “짚신을 사려우?”

 흰색 무명천 위에 짚신을 주르륵 펼쳐 놓고 쪼그려 앉아 있던 장돌뱅이가 백산을 보며 화색을 띠었다. 아직 개시도 못했기에 짚신을 산다는 백산의 말이 무척이나 반가웠던 것이다.

 “세 개만 주십시오.”

 “오! 그러시우. 짚신이야 많으니 발에 맞는 걸 고르면 되고… 하하하!”

 장돌뱅이는 신이 났다. 오전이 다 지나도록 물건을 하나도 못 팔다가 한 번에 세 개를 팔게 되었으니 당연했다.

 그때 짚신을 파는 장돌뱅이 옆에서 다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게 말이 되오? 중화(中和) 진파리(眞坡里)에 왕릉이 있다니…….”

 “아, 이 사람아, 정말이라니까! 내가 어제 진파리에 갔다가 직접 들은 이야기일세. 사실이 아니라면 쌍도치 박규가 평양에 왜 왔겠는가? 천하에 다시없을 도굴꾼인 그가 할 일 없이 나타났겠는가? 그곳에 분명 왕릉이 있을 것이야.”

 맨바닥에 윷판을 깔아 놓고 윷놀이를 하고 있던 두 사내의 대화.

 백산은 쌍도치 박규라는 이름에 저절로 고개를 돌렸다. 북수백산을 내려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만났던 쌍도치 박규.

 ‘두 개의 칼에 미친 자’라는 별명처럼 그의 허리엔 늘 두 개의 칼이 매어져 있었다. 그 칼을 사용하는 박규를 직접 보았던 백산은 왠지 다시 한 번 만나고 싶어졌다.

 마을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산적을 모조리 도륙한 냉혈한.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지극히 당연한 행동이었다.

 오히려 자신이 마을 사람들을 구하지 않고 그냥 가려 했던 것이 크게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백산은 한 달이 넘게 고려를 떠도는 동안 조금씩 달라지고 있었다.

 서둘러 짚신 값을 계산한 백산은 두 사내 곁으로 다가섰다.

 “저, 실례합니다. 박규라는 사람이 진파리에 나타났습니까? 그는 어떤 사람인가요?”

 “응?”

 백산의 참견에 조금 젊은 사내가 그를 아래위로 훑어보며 이상한 눈초리를 보였다. 자신들끼리 한 이야기를 몰래 엿들은 듯한 기분이 들어 기분이 나빴던 것이다.

 “우리 이야기를 엿들었나?”

 사내의 말에 백산의 손이 슬그머니 뒷머리로 향했다.

 “옆에서 짚신을 사다가 우연히 듣게 되었습니다.”

 머리를 긁적이며 어색한 웃음을 지어 보인 백산. 그 순박한 모습에 사내의 표정이 금방 풀어졌다.

 “하하! 거참 나이도 어려 보이는데 사람 대하는 태도가 아주 수더분하구만. 그런데 쌍도치 박규에 대해 물었나? 그는 말이야… 음… 뭐랄까…….”

 “이보게! 어린 도령! 쌍도치 박규는 엄청난 도굴꾼이네. 무예도 출중하여 조정에서도 잡지 못하고 있다지 아마? 그러니 괜한 관심 갖지 마시게. 위험 인물이야.”

 젊은 사내가 뜸을 들이자 나이 든 사내가 냉큼 끼어들었다. 그 바람에 할 말이 막힌 젊은 사내는 인상을 구기고 말았다.

 “거참, 김 씨! 사람 말을 어찌 그리 막아 버리시오? 윷판에서 물려 달라고 생떼를 부리질 않나, 닷새 전에 빌려 간 포(布)도 여태껏 갚지도 않고…….”

 “이 사람이 지금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윷판에서 물림수가 없으면 무슨 재미라고!”

 갑자기 말다툼으로 바뀌어 버린 상황에 백산은 어찌해야 할지 난감했다. 그때였다.

 “도령! 잠시 이리로…….”

 짚신을 팔던 장돌뱅이가 백산을 불렀다. 윷판에 모여 있던 사람들은 두 사내의 싸움을 말리려고 우왕좌왕하고 있었기에 백산은 장돌뱅이가 있는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쌍도치 박규에 대한 것은 제가 알려 드리리다.”

 박규라는 인물이 유명하다는 게 사실인지 그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없어 보였다. 백산은 장돌뱅이의 말을 차분히 들어 주었다.

 “저도 직접 만난 적은 없지만… 알려진 바로는 이십대 중반의 사내며, 체구는 그리 큰 편이 아니라고 하더이다. 칼을 두 개나 차고 다니는데 그 칼솜씨가 보통이 아니라는 소문이라오. 그런데 그 사람이 유명하게 된 이유는 놀라운 도굴 솜씨 때문이라고 하오. 파헤친 왕릉만도 벌써 네 곳이 넘는다고 하던데…….”

 백산은 점점 흥미가 끌렸다.

 도굴꾼이라는 생소한 직업을 가진 사내, 게다가 눈부신 칼솜씨까지 지녔다. 이미 한 번 만나 봤지만 몇 마디 말을 나눠 보지 못했기에 다시 만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지금 그자가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습니까?”

 “평양 남동쪽에 있는 진파리 근처에서 모습을 드러냈다고 하더이다. 가우리 시대의 동명왕(東明王) 무덤이 그곳에 있다는 소문이 나도는 걸로 봐서 그것이 목적인 듯한데…….”

 “동명왕의 무덤이라… 말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백산은 장돌뱅이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그 자리를 떠났다.

 두 개의 칼에 미친 자, 쌍도치 박규.

 백산은 그를 만나 다시 묻고 싶었다. 스스로 살고자 하는 의지가 없는 사람을 구해 주는 것이 정말 옳은 것인지, 그리고 한 번 도움을 준 자는 왜 끝까지 돌봐 주어야 하는 것인지…….

 이미 무엇이 옳은지는 백산도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확답을 듣고 싶었다. 쌍도치 박규라면 확실한 답을 알려 주리라.

 백산은 박규를 만나기 위해 진파리로 걸음을 옮겼다.

 “잡아라!”

 “모든 길목을 봉쇄하라!”

 “삼인 일조로 움직여라!”

 백산이 진파리에 도착해 쌍도치 박규를 수소문하고 있을 때 사방에서 다급하게 소리치는 관병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관병이 행하는 일에 섣불리 끼어들었다가는 치도곤을 당하기 쉬웠기에 백산은 멀리서 지켜보고만 있었다. 게다가 백산이 이의민의 아들인 이상 그 정체가 발각되면 쫓기는 신세가 되리라.

 주상을 폐위하고 새로운 주상을 옹립할 정도의 최충헌이라면 이의민과 연관된 자들을 뿌리째 뽑으려 들 것이 분명했다.

 백산은 가급적 관병들의 눈에 띄지 않기 위해 흙담에 바짝 붙어 서 있었다.

 어지럽게 이어져 있는 골목길 사이로 관병들이 정신없이 뛰어다니는 모습이 줄기차게 보였다.

 붙잡으려는 인물이 상당한 위험 인물인지 ‘별장(別將:정7품의 무관직)’들의 모습도 간간히 보였다.

 백산이 확인한 별장들만 해도 벌써 다섯 명째. 한 명의 별장이 통솔할 수 있는 병사의 수가 오십 명이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최소 이백오십 명가량의 병사들이 진파리를 들쑤시고 있다는 말이었다.

 사람 하나 잡자고 이 정도 인원이 움직인다는 건 그만큼 상대가 무서운 인물이라는 것이다.

 백산은 그 주인공이 쌍도치 박규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나 대단한 인물일 줄은 예상치 못했다.

 그때 멀리서 보이는 높은 담장 위로 검은 그림자 하나가 불쑥 솟아올랐다. 시력이 꽤나 좋은 편인 백산은 그 그림자의 허리에 두 개의 기다란 막대가 양쪽으로 매어져 있다는 것을 알아봤다.

 “어, 저 사람…….”

 그 그림자가 박규일 가능성이 높았다.

 “관병들도 못 잡는 사람을 내가 뒤쫓을 수 있을까? 아, 아니지! 언제부터 내가 그런 고민을 했다고…….”

 백산의 입가에 야릇한 미소가 걸렸다.

 백산은 박규를 상대로 묘한 호승심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특별히 싸워야 할 이유는 없지만 이 정도로 유명한 인물이면 비무를 청해도 될 듯했다.

 하지만 일단은 박규의 뒤를 쫓는 게 먼저였다.

 그 뒤에 자신의 고민거리에 대한 확답을 듣고 비무를 청하든 말든 해야 했다.

 백산은 비무 상대를 반드시 이겨야겠다는 승부욕은 전혀 가지지 않았다. 그는 다른 목적으로 비무를 해 나갈 생각이었다.

 배우고 싶었다. 그리고 깨닫고 싶었다.

 뫄한뭐루의 최부염과 최주가 말했던 사문에 대한 배신이라는 말을 정확히 이해하고 싶었다. 그리고 사문에 대한 책임감이 어떤 것인지도 알고 싶었다.

 비무를 하다 보면, 계속 ‘갈’의 전승자들과 비무를 벌이다 보면 알 수 있게 되리라.

 그것이 백산의 생각이었다.

 이제는 비무 결과에 연연하고 싶지 않았다. 발의 무예를 인정받는 것보다 우선적으로 해결할 것이 생긴 것이다.

 백산은 쌍도치 박규를 쫓기 시작했다.

 목표가 시야에 들어온 이상 놓칠 일은 없었다. 백산의 추적술은 북수백산의 많고 많은 산짐승들을 상대로 익혀진 것이었다.

 짐승들의 발자국과 냄새, 배설물… 하다못해 땅에 떨어진 작은 털이라 할지라도 백산은 놓치지 않았다.

 험난한 절벽과 암석 지대, 그리고 울창한 숲이 가로막아도 백산은 끝끝내 목표한 짐승들을 찾아내 사로잡을 정도로 악착같았다. 그런 백산이 쌍도치 박규를 쫓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정작 쌍도치 박규는 백산의 추적을 아는지 모르는지 관병들을 피해 요리조리 몸을 숨기며 도망칠 뿐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뒤따르고 있는 백산은 신경도 쓰지 않았다.

 도굴꾼이 되려면 몸놀림이 빨라야 하며 주변을 살피는 능력도 뛰어나야 했다. 그럴 만한 충분한 능력이 있었던 박규.

 한데 아직까지 백산의 존재를 모른다는 건 이상한 일이었다.

 분명 박규가 눈치 채지 못할 정도로 백산의 움직임이 은밀했거나 그가 일부러 백산의 추적을 용인하는 것이리라.

 쉬익!

 박규는 담장이 나타나면 뛰어넘었고 가옥이 가로막으면 지붕을 타고 넘었다.

 몇 번의 도약으로 간단히 담을 넘고 서까래를 넘어가는 박규, 그는 도굴꾼답게 매우 재빠른 동작을 보여 주었다.

 관병들이 넓은 지역을 포위하고 있었으나 박규는 빈틈을 정확히 찾아내 유유히 빠져나가고 있는 것이다.

 백산은 박규의 뒤를 그대로 따르고 있었다. 가까이도 아니고, 그렇다고 너무 먼 거리를 둔 것도 아닌 매우 적당한 거리. 백산은 박규의 흐릿한 모습만으로도 충분히 뒤쫓을 수 있었다.

 그렇게 한 식경(약 30분)가량의 시간이 흘렀을 때 박규와 백산은 빽빽이 자라난 대나무 숲에 들어서게 되었다.

 쉬이이이!

 그리 싸늘하지 않은 바람이 숲을 훑고 지나가자 대나무들이 일제히 흔들리며 장관을 연출했다. 그리고 그때 백산은 박규의 종적을 놓치고 말았다.

 시각과 청각이 동시에 방해를 받는 시점을 노린 것인지 바람이 대나무 숲을 휩쓰는 순간, 박규의 모습이 오간 데 없이 사라진 것이다.

 백산은 이동을 멈췄다. 상대의 종적을 놓친 상태에서 계속 움직이는 것은 좋지 않은 선택이었다.

 온 사방이 녹색 빛으로 가득 찬 장소. 바람은 여전히 대나무를 흔들어 백산의 시야를 방해했다.

 샤악!

 무언가 움직였다. 바람 소리와는 다른 감각. 백산은 그것이 박규의 움직임이라고 확신했다.

 샤악!

 좀 전과는 전혀 다른 장소에서 들려오는 소리. 이것이 한 사람에 의해 만들어진 소리라면 진정 빠른 움직임이었다.

 보이지 않는 누군가가 노리고 있었다. 살기조차 느껴지지 않았기에 상대의 위치를 도저히 잡아낼 수가 없었다. 그러던 어느 순간.

 쩍!

 피익!

 백산이 서 있는 곳 바로 옆의 대나무가 갈라지며 무엇인가가 번쩍였다.

 파락!

 어느새 백산의 옷깃이 날카로운 것에 의해 잘려 나갔다.

 피익! 핏!

 이번에는 두 번의 번쩍임이 동시에 일었다. 순간 백산의 목과 허리에 칼 두 자루가 대어졌다.

 “감히 나를 뒤쫓… 어? 너는…….”

 칼의 주인이 내뱉은 말이었다.

 놀라운 은신술과 빠른 움직임, 그리고 피할 엄두가 나지 않을 만큼 빠른 쾌검술.

 사내는 두 개의 칼을 양 손에 나눠 쥐고 있었다. 오른손의 칼은 백산의 목에, 왼손의 칼은 옆구리에 대어져 있었다.

 이십대 중반의 청년. 두 개의 칼에 미쳤다는 쌍도치 박규였다.

 박규는 각진 얼굴에 짙은 눈썹을 지닌 호남형의 인물이었다. 박규의 얼굴을 살피던 백산은 눈앞의 사내가 이전에 만났던 그 인물임을 재확인할 수 있었다.

 “어이, 어린놈! 뭘 그리 쳐다봐? 그 마을에서 여기까지 내 뒤를 쫓은 거냐? 대체 뭐 하는 놈이야?”

 박규는 두 개의 칼을 여전히 백산의 몸에서 떼지 않은 채 질문을 던졌다.

 “당신… 도굴꾼입니까?”

 칼이 목과 복부에 대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백산의 질문은 직설적이었다. 마치 일부러 피하지 않았다는 듯 별것 아니라는 표정이었다.

 “어쭈? 내 뒷조사라도 했나 보군. 너, 조정의 끄나풀이었냐?”

 “그렇게 생각한다면 목을 베십시오.”

 “내가 못할 줄 알아?”

 너무도 당당한 백산의 말에 박규는 심사가 뒤틀리고 말았다.

 자신보다 적어도 예닐곱 살 정도는 어려 보이는 백산이 목에 칼이 대어진 상황에서도 두려움이 없자 배알이 꼴린 것이다.

 게다가 지금까지 자신이 뒤를 이렇게 가까이서 따라온 자도 없어 기분이 나빴다.

 “정말 목을 벨 생각이라면 그 전에 제 질문에 답부터 주시겠습니까?”

 “뭐… 뭐? 질문? 나한테 질문 따위를 하려고 쫓아온 거냐?”

 박규가 황당해하며 언성을 높이자 백산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웃어? 내가 우습게 보이나! 덜 자란 망아지 새끼 같은 놈이 나를 길가에 흘린 개똥으로 본다 이거지! 큭큭… 정말 죽으려고 환장을…….”

 “묻고 싶은 게 있습니다.”

 쉬잇!

 백산의 말에 박규가 두 개의 칼을 동시에 움직여 그의 목과 허리를 베었다. 그러나 백산의 몸은 놀랍도록 유연했다.

 칼이 베어지는 속도보다 빠르게 고개를 숙이고 허리를 비틀며 위아래 두 개의 칼을 모두 피해 냈다.

 박규의 칼이 허공을 베고 있을 때 이미 위험에서 빠져나온 백산은 눈부신 속도로 돌려차기를 날렸다.

 퍽!

 백산의 발이 박규의 어깨를 강타했다.

 정말 죽일 생각은 아니었지만 이토록 쉽게 칼을 피해 내고, 게다가 반격을 가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한 것이다.

 “윽! 이놈이?”

 박규가 열이 뻗쳐 정말로 살수를 펼치려는 순간이었다.

 “잠깐!”

 백산의 오른손이 쫙 펴지며 박규의 정면을 가로막았다.

 분명 싸움을 멈추자는 표시.

 박규는 무의식적으로 움직임을 멈췄다. 그러나 멈춰 놓고 보니 이상한지라 어색함을 없애기 위해 오른손에 들린 칼을 앞으로 쭉 뻗어내며 소리쳤다.

 “네 말 때문에 멈춘 게 아니야!”

 백산은 그 말에 피식 웃음이 났다.

 “풉! 압니다.”

 “또 한 번만 웃어 봐라. 이번엔 정말로 네놈 심장에 이 칼을 꽂아 줄 테니…….”

 박규의 말에 백산이 눈을 말똥말똥 떴다. 천진한 소년의 모습. 박규는 그런 백산에게 더 이상 칼을 겨누기가 민망해졌다.

 “쳇! 역시 아녀자와 꼬맹이는 피해야 할 대상이야.”

 박규는 결국 칼을 내렸다. 두 개의 칼이 허공에서 번쩍하는 순간 허리의 칼집으로 스며들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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