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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무협물
수박
작가 : 강원산
작품등록일 : 2016.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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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족 고유의 무예 수박.
그 전설의 완성을 위해 뫼문의 제자 북수산이 중원에 발을 딛었다.

 
제 20 화
작성일 : 16-07-19 10:55     조회 : 696     추천 : 0     분량 : 88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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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리 발 기술로 인정받고 싶다고는 하나 백산은 방어적인 용도 외에는 손을 아예 쓰지 않았다.

 최주는 뫼문의 쌈수박도 아닌 단순한 발의 무예에 자신이 고전하고 있다는 사실에 화가 났다.

 “지금 이 자리는 발의 무예를 인정받기 위한 자리니까요.”

 그런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백산은 그저 씁쓸하게 웃으며 대답할 뿐이었다.

 “네놈이 지금 날 놀리는 것이냐! 이 비무가 네놈의 쓸데없는 고집을 만족시키기 위한 것이었냐는 말이다!”

 “결코 쓸데없는 고집이 아닙니다.”

 “이놈이!”

 최주는 뫼문의 제자가 발 기술만으로 자신과 동등하게 비무를 벌이자 창피한 마음이 들었고 백산은 가장 자신 있어 하는 발 기술로도 최주를 이기지 못하자 답답한 생각이 들었다.

 두 사람은 그렇게 서로를 향해 눈을 부라리며 한참을 노려보았다.

 “둘 다 그만 해라.”

 마침내 최부염이 끼어들었다. 쉽게 흥분하는 최주도, 끝까지 고집을 버리지 않으려는 백산도 심히 못마땅하게 보였던 것이다.

 “이번 비무는 무승부다. 그러니 더 이상 싸우지 말거라.”

 최주는 유래 없이 엄한 표정을 짓고 있는 최부염을 바라보며 말도 안 된다는 뜻을 표정으로 드러냈다.

 “저는 한뭐루님의 말씀을 따르겠습니다.”

 그러나 백산은 금방 최부염의 말을 받아들였다. 지금 상태로 비무를 이어 봤자 더 큰 상처를 입을 뿐 승부를 내기가 쉽지 않을 듯했다.

 어찌 보면 기회를 틈타 승부를 피하려는 것일 수도 있지만 백산은 물러날 때와 밀어붙일 때를 잘 알고 있었다. 그건 경험에서 배운 것이었다.

 스승과 줄기차게 벌여 왔던 대결은 백산에게 많은 것을 알려 주었다.

 최주는 승복할 수 없었다. 옆구리에 적지 않은 충격이 있긴 하지만 아직은 충분히 싸울 힘이 남아 있었다.

 그런 최주의 상태를 최부염은 이미 알아보고 있었다.

 “저 소년도 받아들였으니 너도 받아들여라. 더 비무를 하다간 둘 다 크게 다칠 것 같구나.”

 “하지만 아버님! 저는 아직도 힘이 남아 있습니다. 전 저렇게 어린 녀석과의 비무를 무승부로 하고 싶지 않습니다!”

 최주는 두 손을 굳게 쥐고 부르르 떨고 있는 것으로 보아 무척이나 원통해하는 듯했다.

 “이놈! 상대를 나이로 판단하려 하다니 아직 멀었구나! 너보다 어리다 하여 약하다는 생각은 버려라! 내가 보기에 저 소년은 충분히 강하다! 무승부가 되어도 부끄러워할 이유가 전혀 없다! 넌 최선을 다했고 뫄한뭐루의 이름에 조금도 부족함이 없었다. 그러니 이것으로 끝내라.”

 “아버님!”

 털썩!

 최주의 무릎이 꺾였다. 눈물이라도 흘리는 것인지 고개를 푹 숙인 채 어깨를 들썩이고 있었다. 방금 전까지 보여 주었던 호랑이와 같은 기세는 완전히 사라져 있었다.

 최주는 자신의 아비 앞에서 당당하게 이기는 모습을 보여 주고 싶었다. 과거에 있었던 아픔을 조금이나마 잊게 해 주고자 훌륭한 모습을 보이고 싶었는데 그 뜻이 꺾였으니 분했던 것이다.

 “하아아… 정말 대단한 무예입니다. 아마도 방금 보인 무예가 뫄한뭐루의 팔방동작이겠지요?”

 백산이 분위기를 돌리기 위해 다른 말을 꺼냈다. 사람들의 이목을 자신에게 돌리게 함으로써 최주가 창피해하지 않게 해 주려는 의도였다.

 “뫄한뭐루에 대해 잘 아느냐?”

 “뫄는 몸과 마음의 해탈을 뜻하며, 한은 하늘과 생명의 도(道)가 하나라는 것이고, 뭐루는 ‘마루의 얼’, 즉 종가 정신을 의미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잘 알고 있구나. 그런데 팔방동작도 아는 것이냐?”

 “동서남북의 사방과 북동, 북서, 남동, 남서의 사방에 해당하는, 총 여덟 가지의 독특한 기술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백산은 인명록에 적힌 내용을 완벽히 암기하고 있었다.

 위력적인 면은 직접 대면해 보지 않은 이상 알 길이 없으나 기본적인 사항은 미리 알아 둔다면 많은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에 꼼꼼히 봐 둔 상태였다.

 막힘없이 흘러나오는 백산의 대답에 최부염은 뫄한뭐루의 기술들을 뫼문에 빼앗긴 듯한 느낌을 받아야 했다.

 물론 백산이 이론만 알 뿐 직접 펼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씁쓸함이 남았다.

 최주는 울분을 다 토로했는지 어느새 몸을 일으키고는 어디론가 사라져 갔다. 백산은 백산 나름대로, 최부염은 그 나름대로 최주의 마음 상태를 이해하기에 붙잡지 않았다.

 “확실히 뫼문의 뿌리는 깊고 넓구나. 한데 그런 뫼문의 쌈수박을 제쳐 두고 굳이 발의 무예를 추구하려는 네 생각을 이해하기 어렵구나.”

 최부염이 백산에게 물었다.

 뫼문의 제자와 비무를 벌이고도 쌈수박을 보지 못한 게 못내 아쉬웠던 것이다.

 “뫼문의 쌈수박은 제가 감히 평가하기 어려울 정도로 고절한 무예입니다. 물론 뫄한뭐루도 마찬가지고요. 하지만 저는, 이 백산은 아직 발의 무예에 대한 미련을 버릴 수 없습니다. 고집이긴 하지만 집착은 아닙니다.”

 “허허허, 뫼문의 제자에게 뭐라 할 처지는 아니다만 너의 그 고집은 한번 크게 꺾여야 깨달음이 있겠구나. 아무튼 좋은 비무였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아까운 시간을 내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그럼 저는 이만…….”

 백산은 뫄한뭐루와의 비무에서 무승부를 기록한 것에 만족하며 몸을 돌렸다. 그때였다.

 “잠깐 나와 이야기를 하다 가지 않겠느냐?”

 백산이 다시 몸을 되돌렸다.

 아무런 대답 없이 그저 최부염을 바라보는 백산. 그 눈빛엔 의아함이 짙게 묻어 나오고 있었다.

 “보아하니 앞으로도 계속 다른 ‘갈’의 전승자들을 찾아갈 듯하여 미리 해 줄 말이 있다. 자칫 잘못하면 큰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으니 잠시 이야기를 나눠 보자꾸나.”

 “네, 한뭐루님께서 말씀하시니 당연히 따라야지요.”

 백산은 희미한 미소를 그리며 대답했다.

 “그럼 안으로 들자. 너희들은 모두 각자의 처소로 돌아가거라. 오늘 뫼문의 제자와 최주가 벌인 비무를 잊지 말도록! 큰 도움이 될 게야.”

 뫄한뭐루의 제자들에게 한마디를 던진 최부염은 두 제자의 부축을 받으며 한 전각 안으로 이동했다.

 백산은 조심조심 걸음을 옮겼다.

 왼쪽 허벅지에서 전해지는 고통이 꽤 컸던 것이다.

 반나절 정도 지나면 괜찮아지겠지만 조금만 실수했어도 한동안 다리를 쓰지 못할 정도의 부상을 당할 뻔했다.

 오른발로 최주의 옆구리를 밀어내며 몸을 뒤로 빼냈기에 천만다행이었다.

 백산은 우연한 기회에 충격을 줄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몸으로 직접 터득할 수 있었다.

 

 ***

 

 해가 어둑어둑해질 무렵 백산은 묘향산을 내려오고 있었다.

 이른 아침에 산에 올랐으나 그가 내려온 시각은 해가 기울어질 때였다.

 하루 묵고 가라는 최부염의 제안을 정중히 거절한 백산은 다리의 고통도 잊을 만큼 심각한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최주와의 비무를 끝내고 최부염의 거처에서 기나긴 대화를 했던 백산은 놀라운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바로 십오 년 전에 있었던 한 가지 비사(秘事)에 대한 이야기였다.

 십오 년 전에 아사벌의 유파를 찾아온 이십대 중반의 청년이 있었다.

 그 청년은 지금 백산이 하듯 알려지지 않은 ‘갈’의 전승자들을 찾아 비무를 벌였다.

 그저 단순히 비무를 벌인 것이면 아무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비무를 할 때마다 그 청년이 조건으로 내민 것은 엄청난 것이었다.

 비무에 지는 사람이 이긴 사람의 요구 한 가지를 들어주는 조건. 그 조건이 비사의 시작이었다.

 청년은 자신에 대해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다.

 이름도, 출신도 전혀 알려 주지 않은 청년은 자신을 이긴다면 조건에 따라 알려 주겠다며 매우 자신만만해했다.

 당시 최부염은 나이도 어리고 그리 뛰어나 보이지 않는 청년을 반쯤 무시하고 있었다. 그래서 굳이 직접 나서지 않고 다른 제자로 하여금 비무를 벌이게 해도 될 것 같았다.

 하지만 한참 혈기왕성할 나이였던 최부염은 한뭐루가 된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자신의 실력을 그 청년과의 비무를 통해 뽐낼 생각을 하게 되었다.

 최부염은 자신이 이길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에 청년의 조건을 별생각 없이 받아들이고 비무를 벌였다.

 그러나 최부염은 곧 후회를 해야 했다.

 청년의 무예는 한반도에 있는 아사벌의 ‘갈’아니었다. 바로 중원의 무예, 내공과 초식을 중요시하는 중원의 무예였던 것이다.

 한반도에 전해지는 아사벌의 ‘갈’은 복잡하고 현란한 초식이 그리 중시되지 않았다.

 그에 반해 중원의 초식은 규칙적인 흐름이 있었다. 첫 번째 초식부터 마지막 초식까지 부드럽게 이어져야 진정한 위력이 나오는 것이다.

 중원의 고수들은 그 연결이 끊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 반복적인 수련을 해야 했다.

 하지만 아사벌의 ‘갈’은 초식과 초식이 연결되기도 하지만 대부분 각자의 초식으로 존재하고 연결이 되지 않아도 적절한 시기에 알맞은 초식을 펼칠 수 있었다.

 물론 중원에도 초식을 버리고 무초식을 사용하는 고수들이 많이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들은 자신이 펼치려는 초식의 흐름이 끊기면 제대로 된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반면 아사벌의 고수들은 언제 어느 때고 원하는 초식, 원하는 기술을 펼칠 수 있긴 하지만 보기에 조금은 단조롭고 딱딱해 보였다.

 그것이 중원의 무예와 아사벌의 ‘갈’이 지니는 차이인 것이다.

 최부염은 처음으로 중원의 무예를 대했고 물 흐르듯 끊임없이 이어지는 청년의 초식에 당황했다. 뫄한뭐루의 팔방예(八方藝)를 사용하며 그 흐름을 끊으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청년은 중원의 무예에 도통했으며 아사벌의 ‘갈’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는 듯 최부염의 공격을 모두 막아 냈고 빈틈을 찾아 거칠게 몰아 붙였다.

 청년의 주특기는 ‘장(掌)’이었다.

 내공의 힘을 주입한 청년의 장력은 스치는 모든 것을 부수고, 터트려 버릴 정도로 위력적이었다.

 그리고 결국 최부염의 등허리 부분이 그 장력에 적중되었다.

 첫 번째 공격에는 그저 아찔한 충격뿐이었다. 그래서 오히려 침착해지며 적절한 대응을 시작했다.

 끝없이 반격에 반격을 거듭한 최부염은 상대의 팔을 붙잡아 땅바닥에 내리꽂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직전에 청년의 무릎이 또다시 최부염의 등허리 부위를 강타했다.

 큰 부상 없이 일어선 청년은 연이은 충격에 하반신에 힘이 풀린 최부염에게 공격을 퍼부었다.

 자신이 졌다는 것을 인정할 수 없었던 최부염은 이를 악물고 대결을 벌였으나 똑같은 자리에 세 번째 충격을 받고 쓰러지고 말았다.

 악착같이 최부염의 등허리만을 노린 청년은 결국 승리를 쟁취했다.

 최부염은 척추에 이상이 생겨 하반신에 마비가 오고 있음을 알지 못한 채 깊은 실의에 빠졌다.

 청년은 승패가 결정되자 최부염에게 조건 이행을 요구했다.

 그의 요구는 뫄한뭐루의 ‘갈’이었다.

 최부염은 절대 용납할 수 없었다. 아무리 한뭐루라고는 하나 뫄한뭐루의 ‘갈’을 외인에게 넘길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청년은 약속을 들먹이며 최부염의 자존심을 자극했고 결국 뫄한뭐루의 모든 것이 기록된 책을 넘겨주고 말았다.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자는 한뭐루의 자격이 없는 것이다.

 그래도 최부염은 조금이나마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중원의 무예는 책만으로도 얼마든지 전수가 가능했지만 아사벌의 ‘갈’은 책만 가지고는 완벽한 전수가 불가능했다.

 직접 몸으로 체험하며 교정을 받지 않는다면 수박 겉핥기식밖에 되지 않는 것이다.

 청년은 그렇게 보현사를 떠났다.

 최부염은 그 뒤로 하반신을 사용하지 못했고 결국 반신불수가 되어 비참한 생활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청년의 이야기는 거기에서 끝이 아니었다.

 그는 백산이 가지고 있는 인명록에 있는 여섯 개 유파를 모두 돌며 동일한 비무를 벌였고 그 유파들의 ‘갈’이 기록된 책을 하나하나 빼앗아 갔다고 했다.

 자존심이 드높았던 아사벌의 유파들은 그 청년의 정체조차 모르는 상태에서 서로 아무런 주의를 주지 않았다.

 자신의 유파가 한 이름 모를 청년에게 패했다는 게 알려지는 게 두려웠기에 청년과의 일을 숨겼던 것이다.

 맨 처음 뫄한뭐루가 당하고, 이어 심무도가 당했으며 을병정삼기검과 한풀, 삼성궁까지 모두 그 청년에게 당했다.

 사실 그들이 그 청년에게 당할 이유는 전혀 없었다.

 고고한 자존심 때문에, 청년의 실력을 과소평가했기 때문에 그런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 청년이 아사벌의 전승자들을 그리 쉽게 꺾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한반도에서 맥을 잇고 있는 아사벌의 칠대유파 중 단 두 곳은 청년에게 ‘갈’을 빼앗기지 않았다.

 그곳이 바로 뫼문과 가람문이었다.

 뫼문의 주인인 을지상인에게는 자식뻘 되는 사제가 한 명 있었는데 그는 가람문을 매우 증오하는 인물이었다.

 또한 가람문의 현 주인인 척대보라는 사람에게는 친동생이 있었고 그자 역시 뫼문을 지극히 싫어했다.

 이름 모를 청년이 아사벌의 유파를 찾아다니며 ‘갈’을 빼앗고 있을 때 을지상인의 사제와 척대보의 동생이 비밀리에 만나 비무를 벌인 적이 있었다.

 두 사람의 실력은 막상막하! 결국 양패구상하고 말았다.

 바로 그때 그 청년이 나타났던 것이다.

 그 청년은 서로 심한 부상을 당한 두 사람에게 발칙하게도 비무를 요청했고 역시나 자존심이 강했던 두 사람은 차례로 그 청년과 불공평한 비무를 하게 되었다.

 결과는 당연히 청년의 승리였다.

 청년은 비무 전의 조건대로 뫼문과 가람문의 ‘갈’을 요구했다.

 하지만 뫼문과 가람문의 두 제자는 그 조건을 거부했다. 대신 사내로서 약속을 지키지 못했음을 인정하며 스스로의 목숨을 끊었다.

 한낱 자존심 때문에 부상을 당한 상태에서 청년의 비무 요청을 받아들인 것이 잘못이었다. 그들은 세상모르고 날뛰던 자신들의 철없던 생각을 깨닫는 순간 스스로 자결을 택하고 말았다.

 최부염은 뫼문의 제자도, 가람문의 제자도 아니면서 그 이야기를 너무도 자세히 알고 있었다.

 그건 아사벌 유파의 주인들이 그 이후로 대대적인 회합을 가진 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뫼문과 가람문은 아까운 목숨을 둘이나 잃었고 다른 유파들은 소중한 ‘갈’을 빼앗겼다.

 이 일이 엄청난 사건을 불러일으킬 것임을 깨달은 그들은 훗날에 대비하여 뛰어난 제자를 기를 것을 약조했다.

 각 유파의 모든 걸 이어받을 수 있는 인재를 구해 훗날 벌어질 사태에 대비하자는 것이다.

 그 후로 일곱 개의 유파는 두문불출하며 엄청난 노력을 했다.

 하지만 십오 년이 지나도록 중원의 무예를 사용하는 고려인 청년은 나타나지 않았다.

 분명 목적이 있기에 그런 일을 벌였을 것인데 아무 일도 없으니 오히려 불안해진 것이다.

 그 와중에 백산이 과거의 그 청년처럼 각 유파를 돌며 비무를 하려하니 최부염은 걱정이 되었던 것이다.

 괜한 오해를 받아 그 청년과 무슨 연관이라도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 큰일이 일어날 수도 있었다.

 최부염의 설명을 모두 듣게 된 백산은 진심으로 감사를 표했다. 최부염이 자신을 걱정하는 게 진심이었던 것이다.

 백산은 최부염의 이야기를 듣고 여러 가지 감정을 느꼈다.

 자신을 하산시키면서 십오 년 전의 비사에 관한 이야기는 단 한 마디도 하지 않았던 스승이 원망스러웠다.

 그 말을 해 준다고 해도 자신이 다르게 행동할 것도 아니건만 왜 아무 말도 해 주지 않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나름대로 이유야 있겠지만 지금의 백산은 그 이유까지 내다보며 이해하기엔 어린 나이였다.

 때문에 백산은 복잡해진 심사를 어찌해야 할지 모르고 있었다.

 최부염에게 정중히 인사를 하고 최주와 간단한 인사를 나눈 백산은 그길로 묘향산을 내려온 것이다.

 터질 듯한 머리가 백산을 내내 괴롭히고 있었다.

 백산의 머릿속에는 짧은 시간 동안 알게 된 여러 가지 사실이 난마처럼 얽히고 설켰다.

 아비의 죽음, 최 씨와 이복 형제들의 죽음.

 도와주어야 할 자와 도와주지 말아야 할 자들에 대한 명확한 구분.

 한 번 도움을 줄 거라면 끝까지 도와주어야 한다는 박규의 말.

 뫼문의 제자로서 쌈수박을 버리고 발의 무예를 익히려는 자신의 고집.

 아사벌의 유파에 들이닥친 십오 년 전의 비사에 대해 아무런 말도 없었던 스승.

 스승과 사형 외에도 사숙이 있었다는 사실을 전혀 듣지 못했던 것에 대한 섭섭함.

 그리고 마지막으로 십오 년 전 비사의 주인공인 이름 모를 청년의 정체.

 이 모든 것이 백산의 머릿속에서 뒤죽박죽되었다.

 하지만 그런 고민은 그리 길게 가지 못했다.

 백산은 복잡한 생각을 머릿속에 오래 담아 둘 정도로 진지한 성격이 아니었다.

 나쁜 일은 잊고, 좋은 일만 기억하려는 상당히 낙천적인 성격이었던 것이다.

 묘향산을 완전히 내려왔을 때 백산은 더 이상 고민으로 인해 인상을 찌푸리지 않았다.

 지금 고민해 봐야 해결되는 것이 없었으니 그것보다는 앞으로 해야 할 일을 생각하는 게 훨씬 나았다.

 최주와의 비무를 통해 발 기술에 위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깨달은 백산은 힘을 키워 줄 방법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때 백산의 머릿속을 스치는 한 가지가 있었다.

 “으악! 이제 보니 발에다 흙주머니를 그대로 찬 채 비무를 했잖아!”

 힘을 키워 줄 방법을 떠올리자 이제야 흙주머니가 생각났다.

 북수백산을 내려온 이후로 줄곧 흙주머니를 차고 있다 보니 지금까지 아예 제 몸의 일부처럼 여기고 있었던 것이다.

 바로 바지를 들어 올리며 흙주머니를 확인한 백산은 두 팔을 축 늘어뜨리고 말았다.

 “후아, 정말 바보같이… 하지만 뭐, 이걸 풀고 비무를 했어도 그리 큰 차이는 없었겠지… 에이, 괜한 고민 말고 다시 수련이다! 흙의 양을 더 늘려야겠어!”

 힘차게 외친 백산은 바로 주변의 흙을 긁어모아 흙주머니에 꽉꽉 눌러 담았다. 금방 묵직해진 흙주머니가 다리를 무겁게 했으나 백산은 오히려 기분이 좋아졌다.

 무언가를 위해, 특히 자신이 좋아하는 발의 무예를 수련하기 위해 하는 모든 행동이 기분을 좋게 만들고 있었다.

 최주의 주먹에 얻어맞은 허벅지는 약간의 통증만 있을 뿐 움직이는데 불편함이 없었다.

 백산은 두 다리가 묵직해진 것을 느끼며 땅을 박차고 공중으로 뛰어올랐다.

 그리고 양 발을 좌우로 쫙 벌려 힘껏 들어 올렸다.

 백산은 잠시 그 상태로 머물렀다가 다시 다리를 모으며 바닥에 쿵하고 떨어졌다.

 “후웁! 좋아! 다음 목표는 궁홀산이다!”

 머리를 무겁게 했던 고민거리를 훌훌 털어 버리며 기분을 전환한 백산.

 그는 황해에 인접해 있는 궁홀산을 향해 힘차게 달리기 시작했다.

 묘향산에서 뫄한뭐루의 제자 최주와의 비무를 무승부로 마친 백산은 하루가 아까운 심정으로 수련을 계속하며 다음 목적지로 향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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