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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무협물
수박
작가 : 강원산
작품등록일 : 2016.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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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족 고유의 무예 수박.
그 전설의 완성을 위해 뫼문의 제자 북수산이 중원에 발을 딛었다.

 
제 16 화
작성일 : 16-07-19 10:54     조회 : 516     추천 : 0     분량 : 7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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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이럴 수가!”

 편한 마음으로 싸움을 구경하려던 유헌달은 경악했다.

 백산의 무예가 이 정도로 뛰어날 줄은 예상치 못했다.

 처음 아홉 명의 사내를 튕겨 낸 것은 어디까지나 우연이라고 생각했다.

 제아무리 뛰어난 사람이라도 우연이 아니라면 절대 그런 실력을 보일 수 없을 거라는 게 그의 판단이었다.

 설사 우연이 아닐지라도 자신의 수하들이 상대의 나이가 어린 것을 보고 방심했을 것이라 여겼다.

 그렇지 않고서야 스물도 채 안 되어 보이는 소년이 어찌 그런 실력을 보인단 말인가!

 유헌달은 자신이 지켜보는 상황에서 수하 셋이면 백산을 충분히 제압할 수 있을 것이라 믿었던 것이다.

 항상 뒷전에 앉아 명을 내리고, 다수로써 소수를 핍박하는 데에 익숙해져 있던 그는 자신이 직접 나서야 할 상황이 닥치자 입 안이 바짝 타들어 갔다.

 물론 그 역시 무예를 수련한 적이 있었고 남들보다 뛰어난 실력을 지녔기에 두목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방해하는 자에겐 죽음을 내리고, 원하는 걸 손에 넣고자 별의별 짓을 다 했다. 아무도 유헌달을 막지 못했다.

 그는 지금까지 그 어떤 사람을 만나도 두려움을 모르고 지내 왔던 것이다. 한데 그의 눈앞에 오연히 서 있는 소년은 차원이 달라 보였다.

 유헌달은 사신(死神)을 잘못 건드린 것이 아닌지 후회되기 시작했다.

 까딱, 까딱!

 백산의 오른손 검지가 아래위로 까딱거리며 유헌달을 도발했다.

 유헌달은 기회를 틈타 마을 안에 있는 수하들을 불러들이려다가 그 도발을 참지 못하고 몸을 움직였다.

 곱상하게 생긴 외모와 달리 성질이 더럽고 수법이 잔인하며 유달리 자존심이 높았던 그는 백산의 행동에 머리꼭지가 돌아 버린 것이다.

 이젠 눈앞의 소년이 사신이라 해도 상관없었다. 오로지 죽이고 싶다는 생각만 가득했다.

 파악!

 유헌달이 땅을 박차며 몸을 날렸다. 그의 손에는 어느새 창이 쥐어져 있었다.

 부웅!

 창은 큰 원을 그리며 떨어져 내렸다.

 백산의 상체가 옆으로 살짝 기울어지는 순간, 유헌달의 창이 백산의 오른팔 옆을 스쳐 지나갔다.

 백산은 왼발을 뒤쪽으로 접으며 발바닥으로 창대를 차올렸다.

 투웅!

 유헌달의 전력이 주입된 만큼 반탄력도 거셌다. 창이 튕겨져 오른 순간 그 힘을 버텨 볼 생각을 버린 유헌달은 창을 쥔 손을 놓았다.

 곧바로 하늘로 튕겨져 오른 일 장 길이의 창. 유헌달에게는 무기를 잃었다는 사실쯤은 이미 관심 밖이었다.

 양 손이 자유로워지자 그는 오른손을 말아 쥐며 힘차게 내뻗었다.

 부붕!

 웬만한 흙벽 정도는 한 방에 무너뜨릴 수 있는 힘이 실린 일격이었다. 그러나 힘만 실리고 속도가 없는 공격은 백산에게 위협이 될 수 없었다.

 상체를 살짝 흔든 것만으로 유헌달의 주먹을 피한 백산.

 부붕!

 붕!

 유헌달은 계속해서 주먹을 내질렀다.

 백산의 목과 얼굴 그리고 가슴을 목표로 날아드는 두목의 권격(拳擊)은 사뭇 흉험해 보였다.

 하지만 단 한 번도 백산의 옷깃조차 스치지 못했다.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은 유헌달은 백산을 두 팔로 껴안아 바닥에 내칠 생각으로 온몸을 날렸다.

 순간, 백산이 너무도 가벼운 움직임으로 뒤로 훌쩍 물러났다. 비스듬한 자세로 서 있던 백산의 양 발이 뒤쪽으로 스치듯 교차되며 찰나적으로 이동한 것이다.

 그 결과 유헌달의 두 팔은 크게 헛손질을 하고 말았다.

 그때 뒤로 물러났던 백산이 왼발을 크게 내딛으며 유헌달과의 거리를 압축했다.

 왼발 끝이 왼쪽을 향한 상태에서 땅바닥을 강하게 내려찍었다. 위치는 유헌달의 두 자 앞 땅바닥!

 그 순간 백산의 오른발이 앞으로 쑥 빠져나오며 ‘옆뻗어올리기’가 펼쳐졌다.

 쓰앙!

 날카로운 파공성을 동반하며 날아든 백산의 오른발 날이 유헌달의 배 위에 이어 가슴 앞을 스치며 턱을 향해 솟아올랐다.

 유헌달은 급히 고개를 왼쪽으로 틀었다. 순간 백산의 발이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픽!

 거센 발의 기세에 유헌달의 오른뺨에 상처가 생기며 몇 방울의 피가 튀었다. 그때 솟아오른 백산의 오른발이 접혀지며 유헌달의 목을 휘감았다.

 백산은 그 상태로 오른발을 힘껏 끌어내렸다.

 “허억!”

 쿠당!

 유헌달은 어찌해 볼 사이도 없이 바닥에 꼬꾸라지고 말았다. 그러나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퍼억!

 백산의 왼발이 유헌달의 옆구리를 강타한 것이다.

 “끄억!”

 고통스런 비명성이 유헌달의 입에서 터져 나왔고 그는 이 장여 거리를 튕겨 나가 바닥 위로 거칠게 나동그라졌다.

 “허억… 헉! 끄으으으…….”

 힘겹게 눈을 뜬 유헌달은 어느새 자신의 머리맡으로 다가와 자신을 내려다보는 백산의 시선과 마주쳤다.

 쓰윽!

 백산의 오른발이 들렸다. 유헌달은 눈앞에 크게 확대되어 오는 백산의 발바닥을 멍하니 바라봐야 했다.

 꽈앙!

 백산의 발은 유헌달의 머리 바로 옆을 내리찍었고 그 충격에 그의 머리가 크게 뒤흔들렸다.

 “으, 으그극!”

 관병의 손이 닿지 않는 깊숙한 산골짜기의 마을을 넘나들며 온갖 횡포를 부리던 산적 두목 유헌달이 오줌을 지릴 정도의 두려움을 맛보게 된 순간이었다.

 백산의 놀라운 발 기술은 유헌달로서는 처음 보는 것이었고 위력 또한 경악할 정도였다.

 유헌달은 덜덜 떨리는 입을 간신히 열 수 있었다.

 “왜, 왜 죽이지 않느냐!”

 죽일 듯이 달려들더니 마지막에 땅을 내려친 백산의 행동을 유헌달은 이해하지 못했다.

 백산은 그의 물음에 차갑게 미소 지었다.

 “저 아주머니를 또다시 건드리면 그땐 정말 목숨을 취할 겁니다.”

 휘익!

 바림이 일 정도로 거세게 몸을 돌린 백산은 여인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이제 아이가 있는 곳으로 돌아가세요. 저들은 아주머니를 더 이상 괴롭히지 못합니다.”

 백산은 여인에게 싱그러운 미소를 보여 주었다.

 “흐흑…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드려요. 이 은혜를 어찌…….”

 “은혜라니요. 저는 대가를 받고 도움을 드린 것뿐입니다. 신령님께 제 건강을 빌어 주신다는 약속, 잊지 마시길…….”

 백산은 여인에게서도 멀어져 갔다.

 바닥에 널브러진 열두 명의 사내들과 질끈 깨문 입술 사이로 피를 흘리는 유헌달을 뒤로한 채 백산은 유유히 걸어갔다.

 어느새 백산의 손에는 죽창이 쥐어져 있었다.

 빠르게 멀어져 가는 백산.

 유헌달은 부들부들 떨리는 몸을 간신히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당당하게 사라져 가는 백산을 무섭게 노려보았다.

 휘익!

 유헌달은 바닥에 떨어진 검 하나를 빠르게 낚아채 백산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여인을 뒤에서 붙잡았다.

 여인은 백산의 놀라운 신위에 넋을 놓고 있다가 이곳을 떠나야 한다는 사실을 잊고 만 것이다.

 “너, 이 새끼! 멈춰! 멈추지 않으면 이 여자는 죽는다!”

 유헌달이 여인의 목에 검을 들이대며 소리쳤다.

 그 소리에 백산의 걸음이 멈춰졌다. 힐긋 돌아본 백산. 하지만 몸을 돌리지도, 되돌아가지도 않았다.

 “이쪽으로 와서 무릎을 꿇어! 오지 않는다면 당장 이 여자를 죽이겠다!”

 유헌달은 백산을 이대로 돌려보낼 수 없었다.

 그는 여인을 이용해 백산을 불러들인 다음 받은 만큼 되돌려 줄 생각이었다.

 백산이 고통스러워할 생각을 하니 옆구리에서 전해지는 아픔도 잊을 수 있었다.

 그러나 백산은 돌아가지 않았다. 대신 빠르게 몸을 돌리며 유헌달을 향해 죽창을 집어 던졌다.

 “건들지 말라고 했잖아!”

 쐐애애애액!

 백산과 유헌달의 사이에 놓인 십여 장의 공간에 푸른 빛줄기 하나가 그려졌다.

 푸욱!

 “크아아악!”

 죽창은 유헌달의 허벅지를 관통했다.

 여인을 앞에 세워 두었던 유헌달, 그의 오른 다리가 바깥쪽으로 삐죽 나와 있던 게 화근이었다.

 화끈한 고통과 함께 다리에 힘이 풀린 유헌달은 무릎을 꿇고 말았다.

 검은 이미 바닥에 떨어졌고, 그와 동시에 여인은 유헌달에게서 벗어나고 있었다.

 “마지막 경고입니다. 더 이상 절 화나게 하지 마세요. 아주머니는 빨리 이곳을 떠나요!”

 이를 딱딱 부딪치며 몸을 떨고 있던 여인은 백산의 말에 정신을 차리며 수풀 속으로 도망쳤다.

 백산은 차마 유헌달을 죽이지 못했다.

 죄 없는 마을 사람들을 막무가내로 살해하고 불쌍한 여인을 끝까지 괴롭히려 드는 유헌달이었지만 백산은 목숨을 취하지 못했다.

 아직은 어렸던 것이리라. 아비를 따라 전쟁터를 헤매고 다녔다고는 해도 잔심부름 정도만 했을 뿐 사람을 죽여 본 적이 없었다.

 바닥에 쓰러져 신음하는 열두 명의 산적들도 큰 부상은 입었을지언정 죽은 이는 하나도 없었다.

 ‘이것으로 끝난 거야. 더 이상 여기 있고 싶지 않아.’

 백산은 씁쓸한 기분을 떨치지 못하고 몸을 돌려세웠다. 그때였다.

 서걱!

 푸슈슈슈슈!

 데구르르르!

 등 뒤에서 들리는 섬뜩한 소리가 백산의 뇌리를 파고들었다.

 바람이 일 정도로 빠르게 몸을 돌린 백산은 허공을 수놓는 새빨간 핏줄기와 함께 바닥 위를 구르고 있는 유헌달의 머리를 볼 수 있었다.

 그리고 희끗한 그림자 하나가 쓰러진 산적들 사이를 누비며 붉은 섬광을 일으키는 걸 보게 되었다.

 “머, 멈춰… 멈춰!”

 백산은 그림자를 향해 몸을 날렸다.

 섬광의 끝에 매달린 건 사람의 목이었다. 섬광은 검이었고 붉은 것은 사람의 피였다.

 누군가 백산이 등을 돌린 틈에 나타나 유헌달과 산적들의 목을 모조리 베고 있었다.

 피슈우우우!

 투르르륵!

 정확히 열세 개의 머리가 땅바닥을 구르고 있었다.

 백산이 그림자를 쫓아 검을 든 그의 손을 붙잡았을 때는 이미 열세 개의 목이 떨어져 나간 뒤였다.

 “무슨 짓입니까? 왜, 왜 이렇게 잔인한…….”

 “이거 웃기는 놈일세? 순박한 마을 사람들이 죽을 땐 꿈쩍도 안 하던 놈이 산적이 죽으니까 왜 지랄발광이야?”

 독특한 복장의 사내였다.

 그는 백산을 이상하다는 듯 쳐다보며 붙잡힌 손을 탁 쳐 냈다.

 백산은 할 말이 없었다.

 자신이 생각해도 이상했다. 마을 사람들을 보며 불쌍하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도와주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물론 이유는 있었다.

 그들의 죽은 눈빛이 백산으로 하여금 도와줄 의사가 없어지게 만든 것이다.

 여인을 구해 준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살아 있는 눈빛이 마음에 들었고 자신을 위해 신령님께 기원하겠다는 것이 고맙게 느껴졌다.

 그런데 왜 산적들의 죽음엔 아무 이유도 없이 무작정 분노하게 된 것일까? 백산은 스스로에게 물어봤지만 답이 나오지 않았다.

 “어이, 마을에 있는 이놈들 패거리는 내가 다 해치웠으니까 네 갈 길이나 가 봐.”

 온몸을 청색으로 뒤덮은 사내가 백산을 향해 말했다.

 양 손에 각각 들려진 두 개의 검, 아니, 검이라기보다는 칼에 가까웠다. 약간은 휘어져 있는 곡도를 나눠 쥔 사내는 이십대 중반 정도의 나이였다.

 사내의 옷은 모두 푸른색이었다. 상의도, 하의도 푸른색 일색이었고 들고 있는 칼 역시 은은한 청색을 띠고 있었다.

 청색에 한이라도 맺혔는지 사내의 몸에서 푸른색이 아닌 건 살색과 검은 머리칼뿐이었다.

 백산은 빠르게 흥분을 가라앉혔다. 그리고 담담히 입을 열었다.

 “왜 이들을 죽였습니까?”

 “응? 왜 죽였냐고? 너도 아까 봤잖아! 무기 하나 제대로 들지 못하는 백성들을 죽이는 이놈들을 말이야. 멀리서 지켜보다가 네가 구해 줄 기미가 보이지 않아 내가 손을 쓴 것뿐이야. 그리고 이런 놈들 살려둬 봤자 어디 다른 마을에 가서 또 이 짓거리를 할 거고… 죽이는 게 가장 빠르고 쉬워.”

 “굳이 죽이지 않아도…….”

 “너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냐? 아니면 산적들과 한패야? 희한한 소릴 하고 있네. 그리고 너! 사람을 구해 줄 거면 끝까지 책임져야지 대충 몇 대 때려 놓고 엄포만 놓으면 이놈들이 그 여자를 살려 줄 거라 생각한 거냐? 그럴 거면 아예 끼어들지를 말 것이지… 지금은 난세다. 사람 죽이는 것쯤은 길가에 놓인 돌덩이 하나 부수는 것에 지나지 않아.”

 사내는 백산에게 엄중한 충고를 하며 쌍칼을 한차례 떨치고는 허리에 꽂아 넣었다.

 그리고 주변을 돌아보며 상황이 완전히 끝났음을 재차 확인했다.

 “난 마을에서 좀 더 머물 거야. 이왕 도와주기로 했으니 책임을 져야겠지. 너도 주의해. 그런 물러 터진 성격으로는 이 난세를 살아가기 어려우니까.”

 열세 명의 사내가 흘리는 피로 이미 바닥은 흥건했고, 사내는 그 핏물을 피해 마을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당신은 누굽니까?”

 백산이 멀어져 가는 사내에게 물었다.

 “나? 성은 박 씨요, 이름은 규이니 박 씨 가문의 용맹한 싸움꾼인 쌍도치 박규라 하지, 하하!”

 자신을 박규라 소개한 사내는 호탕한 웃음을 터트리며 빠르게 사라져 갔다.

 백산은 잔인한 죽음의 현장에 서서 한동안 움직일 줄을 몰랐다.

 죽음이라는 것은 백산에게 그리 생소할 게 없었다.

 어릴 때부터 많은 죽음을 보았고 가장 아끼고 사랑하던 어미의 죽음마저 보았다.

 전쟁터에서 죽은 사람들의 시신은 목이 잘려 나간 열세 구의 시신보다 훨씬 처참했다.

 그런 처참한 죽음을 수도 없이 봐 온 백산으로서는 목이 잘린 시신을 보고도 무섭거나 두렵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지금 백산이 멍하니 서서 움직이지 않고 있는 건 스스로에게 무언가를 묻고 있기 때문이었다.

 ‘죽음을 나누는 기준이 뭐지? 내가 무슨 자격으로 죽어도 될 사람과 죽으면 안 될 사람을 구분한다는 거지?’

 혼란스러웠다.

 마을 사람들의 죽음은 모른 척 지나치고 산적들의 죽음에 어쩔 줄 몰라 하는 자신을 이해할 수 없었다.

 또한 박규가 한 말이 쐐기가 되어 백산의 가슴에 박혀 들었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생각이면 끝까지 책임을 져야 한다고? 한 번의 도움은 도움이 될 수 없다는 걸까? 왜… 왜 그래야 하지? 도움을 주는 것만으로도 모자라서 끝까지 책임을 지라니… 납득이 되지 않아.’

 박규의 말이 옳은 듯했지만 백산은 쉽게 마음속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다.

 백산의 사람 구분법은 한 가지였다.

 살아갈 가치가 있는 자와 그렇지 못한 자. 살기를 원하는 자와 살기를 포기한 자. 살기 위해 노력하는 자와 노력하지 않는 자.

 백산은 자신의 그런 구분법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한참 만에 백산의 발이 걸음을 내딛기 시작했다.

 박규의 말이 여전히 백산의 귓가에 맴돌고 있었지만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건 당연했다.

 이제 처음으로 세상에 나온 것이나 마찬가지인 백산은 아무것도 정립된 게 없었다.

 그저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대로 행동할 뿐 일반적으로 지켜지는 옳고 그름을 알지 못하는 게 당연했다.

 여덟 살에 북수백산에 올랐다가 열여덟 살의 나이가 되어 하산하였으니 사람과 사람이 부대끼며 살아가는 생활에 대해 알 리 없었다.

 아무리 어려서부터 전쟁터를 돌아다녔다고는 해도 그건 전쟁일 뿐 보통 사람이 살아가는 방식을 배울 수는 없었다.

 게다가 최 씨와 이복형제들의 괴롭힘으로 인해 백산의 가슴엔 큰 상처가 새겨져 있었고 어미의 죽음으로 마음이 닫혀 있었다.

 다른 사람들의 관점에선 산적이 사람을 죽이니 당하는 사람을 무조건 도와주어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나 백산의 입장에서는 잔인하다는 생각만 들 뿐 꼭 구해 줘야 한다는 의무감 같을 걸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지난 십 년 동안 백산이 만났던 사람은 스승인 을지상인과 사형인 북수산 그리고 칠보산의 조 노인뿐이었다.

 그러다 보니 서로 싸우긴 했지만 말을 하고 손을 섞었던 산적들이 멀리서 지켜보기만 했던 마을 사람들보다는 가깝게 느껴졌던 것이다.

 그것이 이유였다. 박규가 산적들을 죽일 때 백산이 분노한 이유가 바로 그것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백산, 본인은 아직 그걸 모르고 있었다.

 박규의 말이 옳은 것인데 왜 자신이 그런 행동을, 그런 감정을 가진 것인지 몰랐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자신의 행동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세상에 널리 퍼져 있는 상식의 선과 백산 자신만의 선이 충돌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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