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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무협물
수박
작가 : 강원산
작품등록일 : 2016.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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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족 고유의 무예 수박.
그 전설의 완성을 위해 뫼문의 제자 북수산이 중원에 발을 딛었다.

 
제 12 화
작성일 : 16-07-19 10:18     조회 : 680     추천 : 0     분량 : 7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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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 안에는 다시 을지상인과 중년 사내만 남게 되었다.

 “모든 걸 말해 주시게. 내 제자, 수산이가 목숨을 잃었다는 것이 어떻게 된 일인지 하나도 빼놓지 말고 설명해 줘야 하네.”

 을지상인은 여전히 눈을 감은 채 입을 열었다.

 단전 부근에서 마주 댄 손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고통스러우리라.

 사랑하는 제자의 죽음이 담긴 서찰을 보고 이 정도로 침착할 수 있다는 사실이 오히려 놀라울 지경이었다.

 방 안의 공기는 무거웠다.

 “흠흠! 일단 내 소개부터 하겠소. 고려의 추밀원에 몸담고 있는 추밀부사 조호일이오.”

 답답한 기분이 들어 헛기침을 하며 어렵게 꺼낸 말이었다.

 하지만 을지상인에게서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후우… 작금의 하늘께서, 고려의 주상전하가 폐위되었음은 상인께서 그리 관심을 가질 일이 없으니 따로 설명드리지 않겠소이다. 허나 북수산이라는 청년의 일은 진정 안타깝기만 하오.”

 그렇게 조호일의 설명은 시작되었다.

 광효 대군의 명으로 ‘금국’을 찾아갔던 조호일은 근 반 년 만에 고려로 돌아와 충격적인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최충헌이라는 상장군이 현 고려의 왕인 광효 대군을 강제로 폐하고 정효(靖孝)대군을 옹립하였음을 뒤늦게 알게 된 조호일은 시대가 바뀌었음을 깨닫고 형인 조봉인을 찾아왔다.

 조호일은 정효 대군이 새롭게 주상전하로 등극했음을 알리고 조봉인으로 하여금 곧 유배가 풀릴 것이라는 걸 말해 주었다.

 더불어 상장군인 이의민이 최충헌에 의해 살해된 것도 알려 주었다.

 이의민은 광효 대군의 충직한 신하였기에 최충헌에 의해 가장 먼저 제거된 것이었다.

 조봉인은 자세한 사정까지는 모르지만 백산이 그 이의민 상장군의 아들임을 알고 있었다. 단지 백산이 자신을 대할 때 껄끄러움이 있을까 걱정되어 모르는 척해 주었을 뿐이었다.

 이의민의 암계로 인해 먼 곳으로 유배되긴 하였으나 조봉인은 그 어떤 사적인 감정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때문에 백산이 이의민의 아들이라는 사실이 조금도 신경 쓰이지 않았고 오히려 친손자처럼 부드럽게 대해 주었다.

 조봉인은 동생인 조호일이 이의민 상장군이 살해되었다는 사실을 알려 주자 백산의 얼굴을 떠올렸다.

 백산에게 어떤 과거가 있었는지 자세히 알지는 못했으나 어린 나이에 북수백산에 올라 뫼문의 제자가 되었다는 건 대장군가에 작지 않은 문제가 있음이 틀림없다 여기고 있었다.

 하지만 적어도 이의민이 백산의 아비인 이상 이 소식을 들으면 크게 상심하리라 생각되었다.

 백산을 떠올리자 연이어 북수산에 대한 것도 생각났다.

 삼 년 전 북수백산을 떠나 중원으로 향했던 뫼문의 수제자 북수산.

 아직까지 단 한 번의 연락이 없어 을지상인이 크게 걱정하고 있음을 알고 있던 조봉인은 조호일에게 북수산에 대한 소식을 물었다.

 중원에 혹시 고려에서 온 젊은 고수의 소문이 있지 않더냐는 물음이었다.

 그런데 그 질문에 대한 조호일의 대답이 놀라웠다.

 투왕 북수산에 대한 일은 한때 중원을 떠들썩하게 만들었지만 그의 이야긴 이미 일 년 전쯤에 종지부를 찍었다는 내용이었다.

 조호일이 금국을 찾아간 것은 광효 대군이 최충헌의 반란을 눈치 채고 금국의 도움을 받길 원했기 때문이었다.

 조호일을 비롯하여 추밀원의 몇몇 조정대신들이 금국을 향했고, 사신의 신분으로 금국의 황제를 알현하게 되었을 때 북수산에 대한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금국의 황제는 고려의 무예에 대해 무척이나 관심이 많았다.

 광효 대군의 요청 사항을 성심성의껏 설명한 조호일은 저녁 연회시간에 황제로부터 무예 시범을 부탁받게 되었다.

 함께 간 사신들 중에 조호일의 무예가 가장 뛰어났기에 시범을 하기 위해 그가 나서게 되었고 수박희를 자랑스럽게 펼칠 수 있었다.

 수박희를 펼친 조호일은 금국의 황제로부터 극찬을 받았다. 중원의 무예와는 체계가 다른 고려의 무예에 매료된 것이다.

 비록 아사벌의 유파에 전해지는 비전의 ‘갈’은 아니었지만 수박희만으로도 고려 무예의 뛰어남을 충분히 알릴 수 있었다.

 그러나 수박희가 실전에는 무용지물이라는 한 무관의 비꼬는 듯한 말이 도화선이 되어 조호일과 그 무관은 비무를 벌이게 되었다.

 결과는 무승부.

 사신의 자격으로 금국을 찾긴 했지만 고려의 무예가 중원의 것에 꿀린다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던 조호일은 최선을 다해 비무에 임했다.

 하나 상대는 금국의 유명한 장수였기에 실력이 결코 만만치 않았다.

 승부는 무승부로 끝났지만 조호일은 고려를 욕되게 한 것 같아 부끄럽기만 했다.

 반대로 금국의 무관은 우쭐해졌으며 수박희를 비하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그때 그 무관의 말을 반박한 다른 무관이 있었다. 그는 금국의 황제에게 삼 년 전 중원에 나타난 고려의 한 무인의 이야기를 해 주었다.

 그 고려의 무인이 바로 투왕 북수산이었다.

 단 이 년 만에 예순아홉 명의 중원 고수를 수박이라는 고려의 무예로 꺾었던 사실이 있었음을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조호일은 북수산이라는 고려인 청년의 이야기가 나오자 내심 기뻐했다. 그러나 이어지는 말에 기겁하고 말았다.

 일흔 번째 비무 상대가 소림의 수호신승이라는 무허 대사였고 아쉽게도 그 비무에서 목숨을 잃게 되었다는 말이었다.

 들리는 소문으로는 북수산이 많은 중원의 고수를 꺾을 수 있었던 이유가 사악한 마공을 이용했기 때문이며, 무허 대사를 독으로 암살하려다 실수로 자멸을 하고 말았다고 했다.

 그러나 또 다른 소문도 있었다.

 무당을 위시한 몇몇 문파에서 북수산이 동이족이라는 이유만으로 함정을 파 살해했다는 말도 심심치 않게 들렸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점은 북수산의 죽음 이후 무림의 양대 태두라는 소림과 무당이 서로 등을 돌렸다는 것이다.

 비록 표시 나는 적대심은 없다 하나 소림이 있는 자리에 무당이 참석치 아니하고, 무당이 있는 곳에 소림이 가지 않으니 명백한 반목의 형국이었다.

 형산의 천주봉에는 무허 대사가 만들었다는 북수산의 무덤이 있었으나 사람들의 발길을 거부하고 있었다.

 귀신이라도 있는 것인지 호기심에 그곳을 찾아갔던 몇몇 무림인이 감쪽같이 사라진 일이 있어 지금은 아무도 그곳을 찾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금국 무관의 설명을 듣던 조호일은 북수산의 무예가 수박이라면 절대 사악한 마공일 리가 없다고 소리칠 뻔했다.

 그러나 금국의 황제를 면전에 둔 상황인지라 터질 것 같은 심장을 꾹 눌러 참아야 했다.

 그 무관의 설명은 끝나지 않았다.

 그는 북수산이 중원무림의 음모에 희생된 것이라는 소문이 좀 더 믿을 만한 근거가 있다며 북수산처럼 대단한 인물이 사용하는 수박을 우습게 보는 것은 안 될 말이라고 주장했던 것이다.

 그 자리는 거기서 마무리되었고 조호일은 약 육십여 일 동안 황성에 머물며 나름대로 북수산의 일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기까지 했다.

 그러나 어느 것 하나 확실하지 않았다.

 간간히 만나는 무림인들에게 물어보아도 북수산의 일을 말하길 꺼리는 기색이었고 어찌어찌 답변을 주는 사람들도 당시의 정황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

 결국 조호일은 별 성과 없이 고려로 돌아오게 되었다.

 “그 이야기를 들은 형님이 크게 놀라시었소. 가깝게 지내는 분이 그 북수산이라는 청년의 스승이라는 말을 해 주며 제게 직접 을지상인을 찾아가 달라는 부탁을 하시게 된 것이오.”

 조호일의 이야기를 모두 들은 을지상인의 표정은 허탈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따로 자식을 두지 않았던 을지상인은 북수산과 백산을 친자식처럼 생각해 왔고 훌륭하게 자라 준 것에 대해 무한한 기쁨을 느끼며 살아가던 중이었다.

 최근 들어 백산의 고집으로 인해 골머리를 썩긴 했으나 그 또한 힘들다거나 괴롭다는 감정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런데 처음으로 을지상인과 인연을 맺었던 수제자 북수산이 중원이라는 낯선 땅에 가서 덧없이 죽었다는 말을 듣게 되었으니 그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가슴이 미어졌다.

 그리고 분노가 치솟아 올랐다.

 작금의 중원무림을 보면 과거 한반도에 존재했던 아사벌이 떠올랐다.

 외세에 대한 무조건적인 배타심, 그리고 그 자신들끼리 서로를 시기하고 질투하며 무슨 수를 써서라도 남을 밟고 올라서려는 끝없는 욕심이 무림이라는 곳에서도 느껴졌다.

 무림은 과거의 아사벌과 판박이였다.

 인심은 흉흉해지고 친구와 가족조차 믿지 못하는 그런 시대가 온 것이다. 그 영향은 분명 고려에까지 미칠 게 틀림없었다.

 ‘허허… 수산아… 네가 그렇게 가다니… 난 도저히 믿을 수가 없구나.’

 믿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이미 북수백산을 떠난 지 삼 년이 지난 지금까지 소식 한 번 전하지 않았다는 건 북수산이 횡액을 당했다는 또 다른 반증이었다.

 ‘수산아… 내가 널 찾으러 가마. 네가 지나인의 땅에 뼈를 묻는 건 견딜 수가 없구나. 고향으로… 네가 살던 이곳으로 널 데려오겠다.’

 북수산을 잃었다는 상실감을 빠르게 추스른 을지상인은 속으로 피눈물을 삼키며 모종의 결심을 했다.

 “고맙네. 정말 고마워… 비록 좋지 않은 소식이라 하나 제자의 소식을 전해 주어 감사하네.”

 “별말씀을… 희소식이 아니라 죄송할 따름이오. 그럼 난 이만 가 보겠소. 더 이상 늦는다면 산에서 밤을 새워야 하는지라…….”

 조호일은 을지상인의 심기가 불편하리라는 걸 알기에 서둘러 떠나려 했다.

 마음 같아서야 제자를 잃은 을지상인을 위로해 주고 싶었지만 뫼문의 전통을 조봉인에게서 들은 바 있었기에 이대로 떠나고자 했다.

 뫼문은, 아니, 아사벌의 유파들은 조정과 연이 닿는 걸 극도로 싫어했고 한자리에 앉아 대화를 나누는 것조차 금기시하는 형편이었다.

 “조심해서… 들어가시게… 내 배웅을 나가진 않겠네.”

 떨리고 있었다.

 처음엔 몰랐으나 지금은 목소리의 떨림이 너무도 선명하게 느껴졌다.

 조호일은 자신이 죄를 지은 양 죄송스런 기분에 서둘러 자리를 떴다.

 을지상인의 슬픔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던 것이다.

 “부디 슬픔을 이겨 내시길…….”

 조그맣게 위로의 말을 던진 조호일은 백산이 내준 냉수도 마시지 못한 채 그대로 떠나갔다.

 부엌에서 열심히 밥을 짓고 있던 백산.

 그는 조호일이 떠나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불안했다. 뭔가 알 수 없는 불안감이 백산을 덮쳐 왔다.

 서둘러 밥과 찬을 준비한 백산은 네모난 상을 들고 을지상인의 방으로 향했다. 도저히 궁금해서 참을 수가 없었다.

 “스승님! 제자, 백산이옵니다. 들어가도 되겠는지요.”

 “…….”

 대답이 없었다.

 장난이 아니고서는 지금까지 백산의 말에 대답하지 않은 적이 없었던 을지상인이었다.

 하지만 분위기로 보아 절대 장난은 아니었다.

 뭔가 큰일이 있지 않고서야 을지상인이 대답을 하지 않을 리 없었다.

 “스승님! 대답이 없으시면 들어가겠…….”

 “지금부터 내 말을 잘 들어라!”

 추상처럼 떨어진 을지상인의 호통이었다.

 짚신을 벗으려던 백산은 을지상인의 외침에 밥상을 방문 앞에 내려놓고 뒤로 세 발자국 물러선 뒤 허리를 곧게 펴고 섰다.

 “하교하십시오.”

 백산은 지금 이 순간, 을지상인이 뭔가 큰 결정을 내리려는 것임을 느낄 수 있었다.

 “내일 해가 뜨면 곧바로 하산하여라. 약속한 대로 비무행을 시작하겠다. 뒤뜰에 있는 붉은 장독대 아래에 작은 목함이 있을 게다. 떠나기 전에 그 목함에 들어 있는 책을 가져가거라. 책에 적힌 순서대로 고려의 유파를 방문하고 네 무예를 인정받으면 된다. 비무 후에는 네가 경험한 내용을 기록해라. 책에 적힌 모든 유파를 방문한 이후에야 돌아올 수 있으니 그리 알거라. 그리고…….”

 거침없이 내뱉어지는 말들에 백산은 더욱더 불안함을 느꼈다. 게다가 을지상인의 음성엔 왠지 모를 슬픔이 가득 묻어 있었다.

 ‘왜 그러시는 거지? 도대체 무슨 일이 있기에…….’

 백산이 그 이유를 찾고자 머리를 굴리고 있을 때 을지상인의 말이 이어졌다.

 “그리고 네게 전할 말이 있다.”

 “새겨듣겠습니다.”

 “후우… 하늘의 주인이 바뀌었으며 그 하늘을 받들던 야차는 생을 다하였구나.”

 비틀!

 일순 백산의 다리가 확 풀렸다.

 그는 을지상인의 말이 뜻하는 바를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하늘의 주인이라 하면 주상전하를 말하는 것이고 하늘을 받들던 야차라 함은 백산의 아비인 이의민을 뜻하는 것이다.

 적을 상대함에 있어 조금의 자비심도 없다 하여 이의민 대장군에게 붙여진 이름이 바로 야차였다.

 을지상인은 주상이 바뀌었으며 이의민이 죽었다는 것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이었다.

 ‘죽었다고? 아버지가… 아버지가 죽었다고?’

 머리가 한없이 복잡해졌다.

 아무리 미워하고 증오해도 아비는 아비였다.

 그토록 자신을 박대하고 어미에게 무정했던 아비였지만 갑자기 죽었다는 말을 듣자 서글픔이 밀려들었다.

 주상이 폐위됨과 동시에 고려의 상장군이 죽었다는 것은 결코 곱게 죽지 못했음을 의미했다.

 최소한 가문의 몰살이었다. 어쩌면 성문 앞에 목이 매달려 있을지도 모를 일인 것이다.

 큰어미였던 최 씨도, 세 명의 이복형들도 모두 비참하게 죽었으리라.

 어쩌면 지금 이 순간에도 이 씨 가문의 씨를 말리기 위해 백산을 찾아 한반도 전역을 뒤지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최 씨와 이복형들이 죽었다고 생각하자 속이 시원한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자신의 손으로 복수하지 못했다는 생각에 이르자 목표 중 하나를 허무하게 잃어버린 듯했다.

 지금 백산은 자신도 이해할 수 없는 마음 상태였다.

 “산아.”

 고개를 숙인 채 멍하니 발끝만 바라보던 백산의 귀로 을지상인의 음성이 흘러들었다.

 “슬픔을 참지 말거라. 소리치고, 분노하고, 마음껏 울어라. 오늘만큼은, 적어도 오늘만큼은 그리 해도 된다.”

 “네, 명심하겠습니다. 하지만 눈물은 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백산은 을지상인의 방문을 향해 시선을 던지며 대답했다.

 “잠시 두운봉에 다녀오겠습니다. 밥상은 방문 앞에 두었습니다.”

 지금의 이 이상한 마음 상태로 스승과 함께 밥상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을 자신이 없었던 백산, 그는 잠시나마 혼자 있고 싶었다.

 백산은 을지상인의 허락을 듣지도 않은 채 산 위로 뛰기 시작했다.

 정신없이 뛰었다.

 나뭇가지들에 무명옷이 찢겨지고 상처가 나도, 아무것도 느끼지 못한 채 뛰기만 했다.

 두운봉.

 백산은 어느새 하루에도 몇 차례씩 올라오던 그 두운봉 꼭대기에 도착해 있었다.

 하늘은 어두웠고 땅은 암흑이었다. 오늘따라 달빛마저 구름 뒤로 숨어들어 빛을 만들어 주지 못하고 있었다.

 “으아아아아아!”

 백산은 소리쳤다. 무엇을 위한 외침이 아니었다.

 그렇게 소리치지 않고서는 참지 못할 것 같았다.

 잊은 줄 알았던 어미의 모습과 냉정하기만 한 아비의 모습이 동시에 눈앞에 겹쳐지며 백산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큭큭큭… 그렇게 가시려고 그토록 권력에 집착하셨습니까? 고작 그렇게 죽으려고 어머니를 죽게 내버려 두셨습니까?”

 백산은 아버지인 이의민을 미워했지만 아버지로 인정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아버지의 눈에 들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던가!

 만약 어미인 화영이 죽지 않았다면 결코 집을 떠나지 않았을 것이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아비의 마음에 들어 도움이 되고자, 힘이 되어주고자 노력했을 것이다.

 이제 백산은 완벽하게 혼자였다. 지금까지 키워 주고 돌봐 준 을지상인과 북수산을 제외한다면 백산에겐 아무도 없었다.

 그 누구보다도 자신을 아껴 주었던 사형, 북수산.

 중원에까지 수박을 널리 알리고 싶다며 당당한 걸음걸이로 북수백산을 떠났던 사형이 오늘따라 유독 보고 싶었다.

 백산은 북수산이 중원에서 목숨을 잃었다는 소식을 전혀 모르는 상태로 사형을 그리워했다.

 “사형… 빨리 돌아와. 나… 지금 너무 혼란스러워.”

 백산의 두 뺨 위로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다.

 왜 눈물이 흐르는지는 몰랐다.

 아비를 잃었기 때문에 흐르는 눈물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땅에 묻힌 지 벌써 십 년이나 지난 어미가 보고 싶어 우는 것도 아니었다.

 그냥, 그냥 눈물이 흘러내렸다.

 “이번이 마지막이야. 내가 우는 건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크흐흑…….”

 백산은 눈에서 눈물이 흐르지 않을 때까지 미친 듯이 울었다.

 여인의 울음은 가련한 것이지만 사내의 눈물은 심금을 울린다.

 백산의 눈물은 밤하늘에 빛나는 별들을 잠기게 만들었다. 숲의 밤을 지키는 부엉이도 백산의 눈물에 슬픔을 느끼는지 구슬피 울기 시작했다.

 마음속 깊숙한 곳에서부터 솟아오른 백산의 눈물이 두운봉 전역으로 퍼져 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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