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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로맨스
슈퍼용알과 언년이
작가 : 서연
작품등록일 : 2016.12.8
슈퍼용알과 언년이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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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명이 용알이라면서요? 저보다는 낫네요. 전 언년이거든요.
중국집 막내딸로 철가방을 들고 배달을 다니면서도 트로트를 흥얼거릴 만큼 낙천적인 윤지.
가족들 사이에선 일명 언년이로 통한다.
싱그러운 그녀의 모습은 어미 용의 보호 아래에서 고이 품어진 용알, 재하의 눈에 우연히 띈다.
자신에게 관심을 표하며 배달족을 무시하지 않는 그의 돼먹은 모습에 윤지 역시 덩달아 빠지지만,
알면 알수록 그의 용알스러운 모습을 깨닫고 실망하기 일쑤.
결국 그녀가 직접 두 소매를 걷어붙이고 나설 수밖에 없게 되는데….
우리의 언년이는 과연 슈퍼 용알을 그녀만의 삼돌이로 탈바꿈시킬 수 있을까?

 
5 화
작성일 : 16-12-12 13:22     조회 : 409     추천 : 0     분량 : 50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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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하야, 어디 불편하니?”

 정신없이 수다를 늘어놓던 명화가 걱정스런 표정으로 재하를 올려다보며 물었다.

 “괜찮아요.”

 “참, 여보, 우리 재하 말이야. 출장 갔다 오자마자 일을 해서 그런지 애가 안색이 영 안 좋아. 한 이삼일 쉬게 해 줘.”

 아내의 말을 들은 기순이 힐끔 재하를 쳐다보며 말했다.

 “어디 아픈 게야?”

 “아프긴요.”

 “애가 일 욕심이 많은 걸 알면 당신이 알아서 휴가를 줬어야지.”

 하고 싶은 말이 굴뚝같은 기순이지만, 아들에 대한 일이라면 물불 가리지 못하는 아내의 성미를 너무도 잘 아는지라, 그는 입을 다물기로 했다. 한술 더 뜬다고 재하의 곁에 앉은 여동생 명화마저 호들갑을 떨자, 그는 아예 아들에게서 시선을 돌렸다.

 “아이고, 우리 재하가 외지에 가서 고생을 하느라 몸이 상했구나!”

 귀한 자식일수록 강하게 키우는 법이라는데 두 여자의 유난 때문에 강하게는커녕 간섭 한 번 제대로 못 해 본 그였다. 기순은 모쪼록 누이동생이 소개한다는 처자가 심지가 굳은 인물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밤사이 아내의 잔소리를 피할 출구를 마련한 채.

 “피곤하면 한 이틀 쉬려무나.”

 

 “아주 놀고들 계시네!”

 서른이 넘은 자신을 돌잡이 아이처럼 다루는 어머니와 고모에게서 해방된 재하는 방으로 들어서기가 무섭게 짜증을 털어냈다.

 “선 같은 소리! 아휴, 성질나!”

 거칠게 책상 서랍을 열고 담배를 꺼낸 재하는 빠른 걸음으로 테라스를 향해 걸어갔다. 안 그래도 심란해 죽겠는데 뜬금없이 맞선이야기를 꺼낸 고모가 그렇게 미울 수가 없었다. 아니, 거절이라는 걸 할 수 없는 자신이 죽이고 싶을 만큼 미웠다.

 “휴우!”

 한 모금의 담배 연기를 토해내고 나자 거칠어졌던 숨소리가 어느 정도 가라앉는 것 같았다.

 ‘재하야, 너는 우리 장씨 가문의 기둥이야, 기둥. 알지?’

 어려서부터 귀에 딱지가 듣게 듣고 자란 말이 창가에 드리운 짙은 어둠처럼 밀려들었다. 그는 창가에 놓인 재떨이에 재를 털며, 상체를 숙여 열린 문 사이로 들어오는 차가운 바람을 들이마셨다. 사춘기를 지나면서부터 이따금 가슴이 답답해질 때면 테라스에 나와 차가운 밤바람을 한없이 들이마시곤 했다. 장재하이기 이전에 한 집안의 장남으로서 살아가야 할 자신의 숙명이 느껴질 때면, 어린 가슴에도 답답함이 느껴지곤 했었다.

 ‘장재하, 사는 게 썩 괜찮니?’

 ‘아주 나쁘진 않잖아.’

 ‘어머니나 고모의 말에 아니라고 대답할 수 없는데도?’

 ‘후후, 그거야 어쩔 수 없는 일이고.’

 ‘살 만하다는 소린가?’

 ‘애당초 그런 걸 물을 자격 같은 건 나한테 없었지.’

 한 모금의 담배를 태우는 사이 스스로와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던 재하의 눈에 총기가 떠올랐다. 급하게 담배를 비벼 끈 재하가 숙였던 상체를 일으켰다.

 잘못 본 게 아니라면 창 아래로 보이는 다마스-얄궂은 로고가 찍힌-는 그녀가 타고 온 차가 분명했다. 그렇다면…….

 질근질근 배추를 짓밟다 끌려 나온 이상한 여자와 단 한 순간에 가슴으로 뛰어든 여자가 동일 인물이라는 사실이 분명해졌지만, 재하는 웃을 수가 없었다. 그제야 언젠가 윤형에게서 스치듯 지나가는 말로 친정집이 이사를 했다는 말을 들은 기억이 떠올랐다.

 ‘이럴 수가, 바로 옆집에 살면서도 까맣게 모르고 지냈다는 건가?’

 얼마든 그럴 수 있는 일이지만, 재하는 오늘에서야 그녀를 본 일이 못내 개탄스럽게 여겨졌다.

 삼 층에서 내려다본 단층집은 아담했다. 그는 야트막한 담에 쌓인 작은 마당과 디귿 모양으로 둘러선 건물을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어느 창문에서 새어나오는 빛이 그녀의 것일까, 하는 생각을 하며.

 하고 싶은 일들이며 갖고 싶은 것들에 대해 목이 말라본 적이 없는 그였다. 부모님의 마음을 상하게 할 만한 행동은 해 본 적도 없지만, 대개는 부모님 편에서 먼저 자신의 필요를 채워주곤 했었다.

 재하는 새삼 가슴 한구석이 답답해지는 걸 느꼈다. 뚜렷한 대안도 없이 선뜻 한 여자에 대한 욕심을 품어버린 자신이 무척이나 무력하게 느껴졌다.

 ‘이윤지, 널 접수하고 싶다…….’

 “후후후…….”

 결코 어울리지 않는 생각을 하는 자신을 보며 그는 끝내 입술 사이로 헛헛한 웃음을 토해냈다.

 적지 않은 연애를 해 봤지만 말 그대로 연애일 뿐이었다. 시작과 끝을 염두에 둔. 한두 번은 길게 연을 이어가고 싶은 생각을 하게 만든 여자도 있었지만, 어머니의 귀에 들어가기 전에 먼저 자신 쪽에서 끝을 말하고 말았다. 어머니의 마음을 흡족하게 할 만한 여자인지 확신할 수가 없어서였다.

 ‘뭘 원하는 거지?’

 시작과 끝을 전제로 하는 연애엔 이런 식의 답답함 같은 건 없었다. 스타트 신호와 같은 ‘끌림’이면 충분했다. 다시금 허탈한 웃음이 새나오자, 그는 새로 꺼낸 담배를 입에 물었다. 고작 몇 분에 불과한 시간에 한 여자에게 제대로 꽂힌 자신이 믿기지 않았다. 아니, 자고 나면 이런 답답함이 말끔히 사라져있을 것만 같았다.

 ‘휴우, 제발 그랬으면 좋겠군.’

 어둠 속에서 유독 빛을 발하는 작은 창문을 내려다보며 재하는 자신의 바람이 묻어난 담배 연기를 길게 뿜어냈다.

 

 ‘미치겠군.’

 사이드 테이블에 놓인 시계를 확인한 재하는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헝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부스럭 소리를 내며 침대에서 내려서던 그는 발끝에 와 닿는 빈 술병을 보며 얕은 한숨을 내쉬었다.

 평소, 잠이 안 온다는 사람들을 보면 대체 어떻게 하면 그럴 수 있을까 싶어 신기했었다. 불면이니 불안이니 하는 것들과 거리가 멀게 살아온 그는, 조각 잠과 다툼을 벌여야 하는 이 밤이 낯설기 그지없었다. 게다가 감은 눈 가득 밀려드는 한 여자의 얼굴은…….

 여간해서는 집 안에서 하루에 서너 개비 이상 피우는 일이 없는 담배이지만, 그는 서랍에서 꺼낸 담배를 들고 테라스를 향해 걸어갔다.

 싸한 밤바람과 함께 야속하리만큼 짙은 어둠이 밀려들었다. 길게 들이킨 담배를 손가락 사이에 꽂으며 그는 적막한 어둠 속에 묻힌 작은 집을 내려다보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대체, 넌 누구니?”

 

 

 4. 언년, 그녀의 소신

 

 

 겨울비가 몰고 온 한파 덕분에 이른 시간부터 청요릿집의 전화통에 불이 일었고, 덕분에 잠결에 불려 나온 윤지는 발바닥에 불이 날 정도로 배달을 해야 했다.

 “인간들이 손가락 뒀다가 뭐하려고 허구한 날 시켜 먹네. 지지리 복도 많은 것들.”

 아버지가 들으면 경을 칠 소리였지만, 절로 게으른 여자들에 대한 욕설이 튀어나왔다.

 배달 일을 하면서 깨달은 게 있다면 하나는 사람들이 직업을 그 사람의 인격쯤으로 치부한다는 것과, 주부라는 타이틀을 단 여자들의 대개가 꽤나 게으르다는 사실이었다. 그나마 나이 지긋한 사람들은 그렇지 않지만 비교적 젊은 축에 속하는 주부들은 날이 흐리네, 춥네, 덥네 하는 핑계로 돈을 치르고 식사를 대신하는 경우가 많았다.

 “다녀왔습니다!”

 “힘드냐?”

 퉁퉁 부은 얼굴로 배달통을 내려놓는 윤지에게 석구가 물었다.

 “등에 땀나서 좋아요.”

 “낄낄낄.”

 “발바닥도 축축하다고요.”

 뻘건 국물이 출렁대는 짬뽕만 내리 들고 다녔더니 실은 허리가 욱신거릴 지경이었다.

 “아빠, 우리 청요리 그만하고 다른 걸로 전업하면 안 돼?”

 별소릴 다 듣겠다는 듯 석구가 낄낄거리며 김치가 담긴 접시를 랩으로 감쌌다.

 “국물 없는 요리로 바꿔 봐요.”

 “별걸 갖고 다 트집일세. 오늘은 아버지가 일당 거하게 줄 테니까, 조금만 고생해.”

 “쩝, 몇 번지에요?”

 “장인 건재 3층.”

 “!”

 장인 건재 3층이라는 말에 윤지가 멈칫 놀란 표정을 지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그곳엔 배달을 가지 말라던 어머니의 말과 허우대 멀쩡한 남자가 자신에게 관심이 있어 하더란 셋째 언니의 말이 떠올랐다.

 “아, 왜 그래?”

 하지만 차마 어머니의 말을 아버지에게 옮길 용기는 생기지 않았다.

 “허리가 너무 아파서 그래요. 수철 오빠 오면 오빠한테 가라고 하면 안 돼요? 전 그릇 찾아와야 하니…….”

 때마침 가게 문이 열리고 수철이 안으로 들어섰다.

 “아니, 이게 무슨 일이야!”

 놀란 윤지를 제치고 문 쪽으로 달려간 석구가 피가 흐르는 이마를 붙들고 있는 수철을 의자에 앉혔다.

 “오빠, 왜 그래?”

 “어서 가서 수건 좀 가져와.”

 피로 흥건한 손을 내리게 하고 수철의 상처를 살핀 석구의 말에 당장 내실로 달려간 윤지가 수건과 구급 상자를 들고 왔다.

 “조심하지 않고.”

 “꼬맹이가 뛰어드는 바람에……. 으윽!”

 별스럽지 않게 말하던 수철이 별안간 신음을 삼키자, 석구가 얼른 그의 어깻죽지를 눌렀다.

 “아아…….”

 “안 되겠다.”

 피를 닦아내던 수건을 내려놓은 석구가 수철을 일으켜 세웠다.

 “괜찮아요, 사장님.”

 “괜찮긴, 어깨가 빠진 것 같은데. 윤지, 네가 배달하고 있어, 아버지가 병원에 다녀올 테니. 처남!”

 석구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주방 문이 열리고 형만이 잰걸음으로 달려 나왔다.

 “에고, 이게 무슨 일이래?”

 “내 수철이 데리고 병원에 다녀올 테니까 그 사이 처남이 홀 좀 봐.”

 “어서 다녀오세요.”

 한두 번 겪는 일은 아니지만 매번 마음이 짠한 형만이 어서 다녀오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다니까요.”

 “이 녀석아, 괜찮은데 어깨가 이렇게 안 움직여? 잔말 말고 빨리 나오기나 해.”

 그제야 수철의 옷에 검붉은 음식물이 묻어있는 걸 본 석구가, 착잡한 표정으로 그를 데리고 문을 나섰다.

 두 사람이 문을 나서자 철가방을 연 형만이 기가 찬 목소리로 말했다.

 “흐미, 아예 내동댕이를 쳤나 보네.”

 하도 어이가 없어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는 윤지를 대신해, 주방에서 나온 주방장 배씨의 목소리가 형만의 말을 받아쳤다.

 “워매, 또 다친겨? 워째 저래 자주 다친대요?”

 “그러게.”

 “요참엔 어델 다쳤대요?”

 “나도 몰라. 병원에 갔으니 와봐야 알지.”

 친오빠나 다름없는 수철의 다친 모습을 보자 윤지의 머릿속에 남아있던 모든 생각들이 비워졌다. 열여섯 살에서부터 지금까지 올곧게 배달 일만 해 온 그를 두고 힘이 드네, 어쩌네 했던 자신이 너무도 이기적인 것 같았다.

 “배달 갔다 올게요.”

 잔뜩 풀이 죽은 윤지가 장부에 적힌 메모를 보고 배달 가방에 음식 그릇들을 챙겨 넣었다.

 “우리 윤지 잘하믄 울겄네?”

 둔한 건지 아니면 둔한 척하는 건지 매사에 심각함을 모르는 주방장 배씨의 말에, 윤지는 그를 힐끔 흘겨보는 시늉을 하곤 가게를 빠져나왔다.

 십여 년이 훌쩍 뛰어넘는 시간을 배달 일을 해 온 수철을 생각하자, 가슴 한구석이 싸해 왔다. 오늘처럼 배달이 밀리는 날엔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을 텐데, 그런 그에게 태연히 배달을 미루려 했던 자신에게 화가 치밀었다. 그깟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 때문에. 그깟 아무짝에도 필요 없는 몸 사림 때문에.

 이를 앙다물고 고통을 삼키던 수철을 떠올리며 윤지는 침울한 표정으로 차에 시동을 걸었다.

 ‘오빠,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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