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떤 말도 하지 못 했다. 눈물이 볼을 타고 흘렀기 때문이었다. 왜 주책 맞게 눈물이 났던걸까? 그 와의 이 시간이 마지막이 될지 모른다는 것을 예감 했던 것일까?
그가 말했다.
“어쩌면 말이죠. 당신이 먼저가 아니고 제가 먼저 일지 모릅니다.”
나는 그 순간 그에게 모든 걸 고백 해야 한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를 불렀다. 나는 그를 어떻게 부를지 몰라서 저기요 하는 말을 했다. 그는 그 말을 묵묵히 듣고 있었다.
“저는 말이죠. 당신이 생각 하는 당신의 인연의 사람이 아니예요. 어쩌면 당신과 나의 만남이라는 것은 철저히 조작이 되었을 지도 몰라요.”
“압니다. 당신이 어떤 사람이라는 거.”
나는 그 순간 입을 닫았다.
그는 알고 있었다. 나는 그 사실이 너무 충격적이라서 입을 다물 수 없었다.
“당신의 반응이 이럴 거라고 예상 했습니다. 그래서 진실은 아프다고 말하지 않았습니까? 나는 당신이 상처를 받는 걸 원하지 않습니다. 그냥 내가 당신의 인생에서 서서히 사라질 수 있기를 바랬습니다. 그래서 그냥 당신을 모른 척 하려 했습니다. 아무리 마음이 쏠려도 아무리 가슴이 두근거려도 말입니다. 내 처지에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건 죄악과 같습니다. 전 누군가를 사랑할 자격도 없는 자 이니까요. 하지만 당신 곁에 있고 싶었습니다. 당신을 만나고 싶었습니다. 당신의 얼굴을 마주 보며 안녕하세요 하고 웃고 싶었습니다. 그것뿐입니다. 당신을 소유 하고 싶지도 않고 당신의 무엇이길 원하지 않습니다. 어떻게 내가 감히 당신을 요 전 당신의 인생에서 사라져 버릴 이슬과 같은 사람입니다. 그러니 내가 자격 따위가 있을리 만무 하지 않습니까? 하지만 그래도 그래도 정말 그래도 잠시라도 당신의 곁에 당신이 지나가는 마음 한켠에 내가 있었다고 기억해주길 그래 주길 바랬습니다. 그러면 사라져 버릴 당신의 마음도 사라져 버릴 나의 존재도 진실이 될 수 있을 것 같았으니까 압니다. 제 욕심이 과 했다는거 이대로 당신을 흔들어 놓지 않고 그저 내 마음 꿀꺽하고 삼키는 걸로 만족 해야 했다는 거 압니다. 너무나 잘 알지만 사라져갈 내 인생에 당신이라는 선물을 잠시 나마 품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더 아프고 그래서 더 힘들지만 후회는 않습니다. 내가 당신을 사랑했으니까 당신에 대해서 뭘 안다고 사랑이라고 하겠냐 마는 그것은 저도 모릅니다. 이 감정이 어떤 것인지 한 번도 겪어 보지 못한 이 감정을 무어라 불러 야 좋은지 몰라서 말입니다. 하지만 당신을 하루에 한 번 지나치듯 볼 수 있다는게 살아가는 힘이 되고 어둠 같은 내 마음에 당신이라는 빛이 지나가고 나면 나도 꿈꿔도 된다고 말하는 것 만 같아서……”
그는 고개를 숙였다. 그는 슬픔을 삼켰다. 꿀꺽하고 말이다. 나는 걱정이 되었다. 그가 삼킨 슬픔이 그의 어디쯤에서 폭발을 할까? 그래서 어디쯤에서 무너져 내릴까? 차라리 이 자리에서 삼킨 슬픔을 다 토해 놓아도 좋았으리
“당신이 나를 지켜 보고 있다고 생각 하니 나는 힘이 났습니다.”
실상 무너져 내린 것은 나였다. 그는 나를 보고 웃엇다. 그러며 말했다. 힘이 난다고 힘이 난다. 힘이 난다. 내가 그를 지켜 보는 것이 힘이 난다.
나는 단순히 스토커일 뿐인데 말이다. 나는 소리를 내며 냅킨으로 연신 눈을 찍으며 울었다. 그는 그런 내 모습을 보며 그저 빙그레 웃을 뿐이었다. 그래서 나는 더 울었다. 나의 우는 모습을 지켜주는 사람이 있다는 게 받아 줄 대상이 있다는게 이렇게 응석 받이가 되는 거라는 것을 그 순간 알았다. 나는 외로웠던 거였다. 그도 마찬가지 였다. 외로운 조각이 또 다른 외로운 조각을 찾아 낸 것이 었다. 그래서 우리는 서로를 알아 볼 수 있었던 거였다. 그 한 조각이 이제 사라지려 하는 순간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 그리고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