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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어쨌거나 스물넷
작가 : 펙트
작품등록일 : 2016.8.22

경쟁을 통해 올라온 음식들. 좋은 음식이라고 판정받아도 손님들이 찾지 않으면 가차 없이 없애는 이곳은 디저트 뷔페, 로제와인.

 
93 겨우 이딴 돈으로 환심사려 하다니
작성일 : 16-12-09 04:38     조회 : 664     추천 : 0     분량 : 8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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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한 가지 더 있습니다.”

 

 

  대현이 눈살을 찌푸렸다.

 

 

  “특별 게스트분들을 데려왔습니다. 소개하겠습니다! 20인의 특별 심사위원분들을!”

 

 

  관람석에서 어두운 천이 걷어지며 20명의 앉아있던 20명의 심사위원의 모습이 밝혀졌다. 기존 10명의 소속 마스터와 윤아의 아빠인 대근, 지난 시즌의 우승자들과 다른 해외에서의 역대 기록으로 우승한 미국인, 유명 음식 칼럼 대표가 있었다.

 

 

  대현이 귓속말로 윤아와 얘기를 나눴다.

 

 

  “아무래도 우리 이미 걸려든 것 같은데.”

 

  “예감이 안 좋아. 지난 일반인도 나주훤이 모은 사람들이었다며. 원래 윗사람들이 뒷돈 같은 거 받았다고 비리가 있으면 있지, 아예 없지는 않잖아? 물론 아빠랑 외삼촌이 그랬을 거라곤 생각하지 않지만 다른 사람들 말이야. 걱정 돼. 거기다가 아빠랑 외삼촌은 로제와인과 관련된 사람들이기 때문에 우리에게 표도 못 주잖아. 다른 소속 사람들도 자기 소속의 사람에게 표를 못 주는 것처럼.”

 

  “거기다가 저 차 웅은 원래부터 쌍둥이 쇼콜라티에로 알려졌는데 하필 초콜릿 공예를 주제로 하다니.”

  “어쩌지, 대현아.”

  “일단 우리 할 것만 신경 쓰자. 이왕 이렇게 된 거 우리 실력으로 판을 뒤집는 것 밖에 없어.”

 

 

  단비가 간단한 스트레칭을 하며 옆에 있던 지욱에게 말했다.

 

 

  “우리도 나름 윤아네 팀 못지않게 최강 팀인데 기합 제대로 넣자고.”

  “이번 경연엔 의욕이 대단하네.”

 

  “내 분야가 나왔는데 이참에 배지한 번 받아봐야지 않겠어? 너도 그랜드 파티스 소속으로서 최초로 배지를 받으면 좋잖아. 네가 이렇게 노력하는 모습, 철없는 그 나주훤도 조금은 알아줄 거라고 생각해.”

 

  “정말 누나가 그렇게 생각하는 거야?”

  “시작되면 네가 먼저 시작해. 노력해서 안 되는 건 아직 내 인생 살면서 보지 못 했거든.”

 

 

  지욱이 자신의 발끝을 보다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강한 집념에 찬 눈빛으로 자신의 바로 앞에 있는 대현의 뒤통수를 보았다.

 

  링크 경연이 시작되었다. 앞서 윤아는 친목 파티에서 리하와 링크 대회를 했었다. 그 당시엔 윤아가 트라우마를 이기지 못했을 때라 제대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달랐다.

 

 

  ‘확실히 그 때의 긴장감이 경험으로 도움이 되긴 되네. 거기다가 지금은 3시간짜리인데 20분씩 돌아가면서 하는 거니까.’

 

 

  윤아가 선두자로서 대현이 윤아의 행동 하나 빠짐없이 지켜보았다. 윤아는 단호박을 찔 동안 대현이 바로 쓸 수 있도록 모든 것을 계량해두며 대현에게 순서가 바뀌면 어떤 것을 어디에 넣는 것인지 따로 분류해두며 말해주었다. 그리고는 초콜릿 쿠키를 지퍼백에 넣고 민대로 두들겨 고운 파우더 상태의 크러스트를 만들었다. 설탕을 넣고 섞은 뒤에 녹인 버터를 넣고 골고루 섞어주었다. 그 후에 유산지를 낀 사각 틀에 크러스트를 꾹꾹 눌러 주었다. 윤아가 시계를 보며 말했다.

 

 

  “단호박은 너 차례가 될 때 다 쪄질 거야. 퓌레를 만들 때 생크림과 함께 곱게 갈아줘. 아주 고은 액체여야만 해. 치즈 케이크에 있어서 부드러운 질감은 생명이니까.”

 

 

  삑. 위치를 바꾸라는 신호였다. 대현이 단호박 상태를 확인했다. 잘게 잘라 익혔기 때문에 생각보다 단시간에 익었다. 대현은 퓌레를 만들며 동시에, 크림치즈가 부드럽게 풀릴 때까지 거품기를 작동시켰다. 심사위원이 와서 윤아에게 질문했다.

 

 

  “이번에 보여줄 것은 설탕 공예인데 어떻게 만들 예정이죠?”

 

  “저희는 타르트 틀을 이용해서 단호박 치즈 케이크를 만들 생각이에요. 거기다가 쿠키 아이스크림으로 케이크의 맛을 한층 업그레이드 시킬 것이고, 산딸기 퓌레를 맨 밑에 깔아서 느끼한 맛을 잡아주도록 할 거예요. 거기다가 위에 엔젤 헤어(설탕 공예의 기초로써 실낱처럼 엉켜놓은 기법)을 올릴 생각입니다.”

 

  “치즈 케이크에 단호박 찌는 시간 등 해야 될 게 많은데 가능하겠어요? 거기다가 링크 미션이라 혼자서 하는 것보다 시간이 더 지체 되는데요.”

 

  “팀워크라면 문제없습니다.”

  “뭐든 욕심이 과하면 더 못해지는 건 알아주셨으면 좋겠네요.”

 

 

  심사위원은 옆에 있던 웅에게 향했다.

 

 

  “하시려는 건 뭐죠?”

 

  “라즈베리 초콜릿 원통을 만들어 제아누즈(스펀지라고 불리는 기본 케이크 시트) 조각과 두 가지 크림 등을 순서대로 넣고 초콜릿 소스는 따로 부을 수 있도록 준비하고 맨 위에 아몬드 튀일(프랑스식 바삭한 과자)로 꾸밀 생각입니다.”

 

  “초콜릿 소스는 어디다 붓는 거죠?”

  “그 위에 적당량을 부어 드시면 됩니다.”

  “먹기 힘들 것 같은데요.”

 

 

  심사위원의 태클에 웅이 정색을 했다. 심사위원이 다른 곳으로 넘어가며 말했다.

 

 

  “이번엔 제대로 된 음식이 나왔으면 좋겠군요. 실력으로선 탈락 위기입니다.”

 

 

  2시간이 지났다. 지켜보는 심사위원도, 계속해서 위치를 바꾸며 음식을 만드는 참가자들도 체력의 한계를 느끼고 있었다.

 

  어디선가 쾅, 넘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규동의 파트너인 파티시엘이었다. 바닥에 흘린 물 때문에 미끄러진 것이었다.

 

 

  “괜찮아요?”

 

 

  규동이 파트너에게 물었다.

 

 

  “으으, 괜찮아요.”

 

 

  윤아가 깜짝 놀라 규동네 팀으로 돌아보려고 할 때 대현이 외쳤다.

 

 

  “신경 쓰지 마. 우리 일에만 집중해!”

 

 

  심사위원이 규동네 팀으로 다가와 물었다.

 

 

  “여긴 설탕 공예를 어떻게 할 생각이죠?”

  “저희는 스토리를 정했습니다. 그릇 모양의 페스츄리를 나무 삼고 그 위에다가 여러 산뜻한 과일들을 그 나무의 열매로 삼을 겁니다. 그 전체를 새싹 모양의 초록빛 줄기로 주변을 감쌀 것입니다.”

 

  “페스츄리엔 별다른 맛을 첨가하지 않습니까?”

  “네. 아무래도 과일이 그 효과를 낼 것이니까요.”

  “한 시간 밖에 안 남았습니다. 슬슬 설탕 공예에 들어가셔야만 해요.”

  “네.”

 

 

  남은 시간은 30분.

 

 

  ‘이제 체력과 정신력의 싸움이겠군.’

 

 

  대근은 오로지 윤아의 팀만 주목하고 있었다. 깍지 낀 손으로 자신의 코에 지지하며 생각에 잠겼다.

 

 

  ‘하필 뇌물로 먹여 승리를 하려고 하는데 그 상대로 희생되어야 할 팀이 내 딸이라니.’

 

  대근이 얇게 뜬 실눈으로 꽤 떨어져 앉아있는 외삼촌과 그 너머로 보이는 주훤을 보았다.

 

 

 -

 

 

  어젯저녁, 소속 마스터들을 제외한 심사위원의 저녁 식사가 있었다. 어느 정도 무르익은 분위기에 문이 열리더니 주훤이 들어왔다. 주훤이 깍듯이 인사하며 웃었다.

 

 

  “지속되는 대회 심사에 피곤하시죠?”

  “우리야 한 게 뭐가 있는가, 자네야 말로 피곤할 테지.”

  “내일 심사가 이어지는데 술은 적당히 드시는 게 좋을 듯 하군요.”

 

  “안 그래도 우리 슬슬 일어나려고 했는데, 한 잔 하시겠는가?”

  “저야 합석해주신다면 감사하죠. 마침 방금 계산은 제가 했습니다.”

  “왜 자네가 계산하는가?”

 

 

  주훤이 각자에게 돈 봉투를 쥐어주며 한 층 더 밝은 미소를 지었다. 대근이 물었다.

 

 

  “무엇을 위한 뇌물이지?”

  “뇌물이라뇨. 그저 고생하시는 특별 심사위원님들께 이번 대회 후원 대표로 드리는 돈입니다.”

 

 

  다른 심사위원이 봉투 내용을 보며 말했다.

 

 

  “확실히, 이번 그랜드 파티스가 후원을 했다지.”

  “열심히 노력하는 우리 사람들을 예쁘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누군가는 시치미를 떼며 은근슬쩍 봉투를 손에 쥐는가 하면, 누군가는 서로의 눈치를, 누군가는 헛기침을 하며 음식을 먹는데 집중했다. 간혹 미간을 찌푸리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그 중 한 명이 대근이었다. 대근은 봉투를 주훤에게 던지다시피 주며 말했다. 조금은 화가 난 목소리이기도 했다.

 

 

  “확실히 나이가 어린 사장이 융통성이 없군.”

  “네?”

  “우리를 지금 물로 보나?”

 

 

  방에 있던 모든 사람이 대근에게 주목했다.

 

 

  “이 대회는 고작 뇌물 따위로 통할 대회가 아니다. 모두의 염원이고 모두의 희망인 대회다. 이 대회를 심사하는 사람들은 저마다의 노력으로 올라왔으며 수많은 대회의 경험이 있기에 부정행위로 오르려고 하는 자를 눈 뜨고 볼 수 없다. 요리계의 대가인 우리들의 이름을 고작 이런 푼수 돈으로 홀리려고 하다니 부끄럽기 짝이 없구나.”

 

 

  돈 봉투를 쥐었던 사람이 대근의 눈치를 보며 돈 봉투를 주훤에게 건넸다.

 

 

  “그, 그래. 우리의 자존심이 이딴 돈에 넘어갈 순 없지.”

 

 

  대근이 옷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번 대회, 이렇게까지 하는 걸 보니 후원한다고 자처한 것도 노린 것 같군. 우리들이 먹는 음식에 돈까지 지불했다더니 어지간히 이번 그랜드 파티스 출전자 실력이 형편없나봐? 환심을 사려고 한 계획이었다면 실패야. 왜냐면 그 돈, 내가 너한테 지불할 거거든. 그럼 이 음식은 내가 지불하게 된 것이지.”

 

 

  대근이 자신의 지갑에 있던 돈을 꺼내어 책상에 놓으며 주훤에게만 들릴 정도로 말했다.

 

 

  “우리를 건들지 마. 명 짧아지는 건 너니까.”

 

 

  대근이 허리를 피며 말했다.

 

 

  “내일 중요한 대회인데 이만 돌아갑시다. 최상의 컨디션으로 최상의 음식들을 맡이 해야 하니까요.”

 

 

 -

 

 

  주훤이 입술을 깨물며 웅을 내려 보았다.

 

 

  ‘스승님과 악이 남았다기에 통할 줄 알았더니만, 이런 변수가 생길 줄이야.’

 

 

  윤아는 포크로 설탕 용액을 찍어 조리대에 마구 흩뿌렸다. 투명하고도 가느다란 실 형태의 설탕이 겹겹이 쌓아 실 뭉텅이로 만들어졌다. 윤아는 그것이 적당히 손에 묻지 않을 정도로 굳었을 때에 동그랗게 모양을 잡아 준비된 케이크 수만큼 만들었다.

 

  맨 먼저 넓적한 붓으로 산딸기 퓌레를 접시 한가운데에 그었다. 퓌레 소스가 점점 부족해지면서 그라데이션 효과를 만들었다. 거기다가 단호박 치즈 케이크를 올리고 엔젤 헤어와 산딸기, 페퍼민트 잎을 올렸다. 케이크의 반대쪽엔 뾰족한 스푼으로 럭비공 모양의 아이스크림을 떠 두었다. 그리고 아이스크림의 끝과 끝부분에 원 형태로 실을 붙여 행성의 띠처럼 공중에 띄웠다.

 

  대현은 윤아의 속도와 시계 초침이 흐르는 속도를 비교했다. 여유의 시간을 남기지 않고 완성 할 것 같았다.

 

  웅은 연기와도 같은 희고 옅은 물결을 둘러싼 붉은 원통의 초콜릿을 접시 위에 세웠다. 그 후에 제아누즈 조각과 라즈베리 크림, 초콜릿 크림, 키르쉬(발효시킨 버찌 즙을 증류시켜 만든 술) 초콜릿, 콩피(절여서 보존하다) 후레즈(딸기), 초콜릿 크림 순으로 담았다. 그 후에 아몬드 튀일을 큼지막하게 올리고 원통 밑에도 길이라도 놓는 듯 뿌리고 옆에다 작은 포트에 초콜릿 소스를 담았다.

 

  단비는 11개의 접시 상태를 보았다. 자신이 에어브러쉬(기계로 공기 중에 쏘아붙이는 붓)로 초록빛, 붉은 빛을 섞어 도일리 페이퍼 모양을 본 떠 접시에다 그린 것이 있었는데 시간이 지나 굳은 상태였다. 레이스처럼 화이트 초콜릿으로 머핀 틀을 만든 것을 접시에다 올렸다. 그 안에다 퐁당 오 쇼콜라를 놓고, 위에다 얇게 자른 딸기를 하나의 장미처럼 하나씩 겹쳐 올렸다. 그리고 그것과 떨어진 곳에 딸기와 크림을 갈아 만든 음료와 에어브러쉬로 꾸민 초콜릿 두 가지를 놓았다.

 

 

  “모두 그만.”

 

 

  겨우 끝마친 참가자들이 박수를 쳤다. 네 차례의 심사가 끝나고 심사위원들끼리 회의를 펼쳤다.

 

 

  “팀워크로 따지면 임윤아와 도대현의 팀워크가 제일 좋아요. 임윤아와 도대현 서로 누구라 할 것 없이 팀을 이끄는 힘이 있어요. 리더로서의 자격이 충분하죠. 맛도 훌륭하고요. 다만, 설탕 공예치고는 매우 기초적인 부분을 해서 아쉽습니다.”

 

  “그 상대인 차 웅도 나쁘진 않았는데 아이디어도 그릇 대신 초콜릿을 이용할 생각을 하고. 하지만 그 퀄리티만큼 맛이 안 따라줬죠. 매번 조금씩 부족한 모습을 보여줬어요.”

 

  “퀄리티 하면 최단비가 속한 팀 아닙니까? 확실히 쇼콜라티에인데 초콜릿 주제를 줘버리니 이렇게 우아한 작품을 만들었죠. 공예에 있어서 중요한 건 광택이 아닙니까. 무엇보다 광택을 제일 잘 표현한 팀이에요. 섬세함이 무엇인지를 보여줬죠.”

 

  “그럼 이번 경연은 이걸로 결정 되었군요.”

 

 

  세 명의 심사위원이 강단 위로 올랐다.

 

 

  “이번 경연에 배지를 차지할 팀은……, 윤아 씨!”

 

 

  윤아가 화들짝 놀라 고개를 떨었다.

 

 

  “누구라고 생각하시나요?”

 

 

  윤아가 낚였다며 대현과 마주보며 웃었다.

 

 

  “이번마저 저희에게 배지를 주시진 않겠죠?”

  “달리 생각해두신 팀이 있나보네요?”

  “최단비 씨와 도지욱 씨 팀이요.”

 

 

  심사위원이 한 손으로 확성기처럼 가려 뒤에 있던 지욱에게 말했다.

 

 

  “도지욱 씨, 남자니까 말해두겠는데 여자의 촉이라는 게 이렇게도 무섭습니다. 조심하세요.”

 

 

  지욱과 단비가 배지를 받으러 앞으로 나왔다.

 

 

  “배지를 8강 진출 발표하기도 전에 준다는 건 무슨 뜻인지 아시겠죠?”

 

 

  지욱과 단비는 이번 경연에서 최고의 작품을 보여줬기에 자동적으로 8강 진출하게 되었다. 그것을 지켜보던 외삼촌이 겨우 주먹을 풀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 뒤를 이어 오늘 밤 편하게 잘 수 있는 사람은 도대현 씨와 임윤아 씨 팀입니다. 여전히 맛은 끝내주네요. 언제 휘청할지 한계가 궁금한 파티쉐들입니다.”

 

  “이 대회의 최연소 여학생, 젊음의 패기로 결승전까지 진출해봅시다. 지난 대회의 유망주라고 불리셨는데, 이젠 이번 대회의 우승자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시길 바랍니다.”

  “1위와 3위, 5위와 일반인. 이번 판을 통해 반전이 그려졌군요. 순위 물갈이가 필요한 시점일지도 모르겠군요.”

 

 

  로제와인 출신인 제훈은 결국 탈락했다. 같이 탈락된 규동이 팔짱을 낀 상태로 뒤로 돌아보며 웃었다.

 

 

  “맘 편하게 TV로 방송이나 봐야지.”

 

 

  8강전은 4일 뒤에 시행될 예정이었다. 앞서 2일씩 격차를 두어 진행했지만, 이번은 TOP8로 가려지면서 대회 광고를 찍는 일정이 추가되어 휴식시간을 합쳐 이틀을 더 추가한 것이었다. 탈락한 사람들도 함께 인터뷰를 할 동안, 웅이 주훤의 소환을 받았다.

 

 

  “장난해?”

 

 

  주훤이 웅을 부라리며 한 소리였다. 뒤에 있던 정이 웅의 손을 잡아주었다.

 

 

  “서포트를 해줘도 못 받아먹어? 아, 화가 나네.”

 

 

  주훤은 최근에 심사위원에게 뇌물을 주려다 실패한 자신을 떠올렸다. 너무나도 수치스러웠으며 그에 대한 증오심은 가슴을 답답하게 만들었다.

 

 

  “기껏 도지욱이 추천해서 올려줬더니만, 너희가 어떻게 그랜드 비의 파티쉐였지? 정말 이해가 되지 않는군. 왜 하필 도대현과 임윤아한테 깨지는 거냐고! 미스로드에서도 두 번 깨져서 설마하고 뇌물 먹이려고 했더니만 정말 설마가 진짜가 될 줄 몰랐네. 수치스러운 것들. 내 자존심을 더 깎아내리다니.”

 

 

  띠로롱. 이번에도 역시 지난 대화와 마찬가지로 울린 음이었다. 주훤이 주변을 돌아보았지만 주훤, 웅, 정 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주훤이 바로 뒤에 있던 복도 코너를 돌아보려고 할 때였다.

 

 

  “PD님, 오늘 외식하실래요?”

  “오늘은 조금 힘들 것 같군요. 선약이 잡혔거든요.”

 

  “에이, 또 여자친구 먼저 챙기는 것 봐요. 우리 앞에선 무심한 척 고고한 척 하더니 완전 순애보잖아요.”

  “파스타가 갑자기 끌린다고 하는데 먹으러 가야지, 생각한 것뿐입니다.”

  “그게 순애보지 뭐예요! 에이, 이제 크리스마스도 다와 가는데 내 옆구리가 시려워 서러워 살겠는가.”

 

 

  PD와 스태프들이 복도를 지나쳤다. 주훤은 애써 표정을 바꾸려는 듯 깊은 숨을 내뱉었다. 스태프가 사라지고 나서야 주훤이 웅과 정을 노려보며 말했다.

 

 

  “너희들은 그랜드 파티스에서 영영 끝이야.”

 

 

  웅은 제자리에서 고개를 떨어뜨리며 주먹을 쥐었다. 웅의 손을 잡고 있던 정이 지나치는 주훤의 팔을 부리나케 잡았다.

 

 

  “끝이라니요! 한 번만, 하, 한 번만 기회를 주세요.”

  “한 번? 기회?”

 

 

  주훤이 힘껏 정의 손길을 뿌리쳤다. 손가락으로 정의 이마를 툭툭 치며 말했다.

 

 

  “네가 사장이었으면 이런 실력인 사람을 굳이 받아들이고 싶겠어?”

 

 

  웅이 고개를 들어 정을 바라봤다. 정이 주훤으로 인해 뒤로 넘어지면서 벽에 뒤통수를 세게 부딪쳤다. 웅의 발이 움찔거렸다. 주훤이 자신의 앞에 꼬꾸라진 정을 보며 비웃었다.

 

 

  “생각이 없네.”

  “더럽고……, 더러워서 안 해.”

 

 

  웅이 씩씩거리며 다가왔다. 주훤이 웅을 내려다보며 어깨를 으쓱였다.

 

 

  “그래야지.”

 

 

  주훤이 자리를 떴다. 웅이 쭈그려 앉으며 정에게 원망스럽다는 표정을 지으며 소리쳤다.

 

 

  “왜 자꾸 형이 저 자식한테 굽실거리는 거야!”

  “우리 부유한 일자리 가지는 게 꿈이었잖아.”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우리가 있어야할 자리는 저기였으니까.”

  “왜 매번 형이 상처 받냐고.”

  “단 2분이라도 형이라는 위치의 책임감이랄까.”

 

 

  정이 다시금 웅의 표정을 보았을 땐, 원망스럽기보단 상처받은 표정에 가까웠다.

 

 

  “이제 철 좀 들겠냐, 동생아.”

 

 

  웅이 고개를 숙였다. 차마 정을 볼 낯짝이 없었다. 정의 희생이 매번 따르면서도 그것을 모르는 척 넘기고 자신의 고집을 꺾지 않았던 것이 떠올랐다.

 

 

  “차라리 잘 됐어. 좀 더 못한 곳에 가더라도 다시 한 번 시작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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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69 기회는 이번이 진짜 마지막 2016 / 11 / 25 567 0 10534   
68 68 그 누나는 행복한 사람이네 2016 / 11 / 24 541 0 6712   
67 67 부디 이 아이만큼은 2016 / 11 / 24 843 0 8561   
66 66 너의 한계 2016 / 11 / 24 706 0 8925   
65 65 신은 나의 위치를 실감나게 해 2016 / 11 / 23 855 0 8859   
64 64 이게 무슨 일이야 2016 / 11 / 23 445 0 6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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