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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어쨌거나 스물넷
작가 : 펙트
작품등록일 : 2016.8.22

경쟁을 통해 올라온 음식들. 좋은 음식이라고 판정받아도 손님들이 찾지 않으면 가차 없이 없애는 이곳은 디저트 뷔페, 로제와인.

 
91 부정행위는 아닙니다 다만
작성일 : 16-12-04 22:17     조회 : 849     추천 : 0     분량 : 8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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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이번 본선 붙는 건 로제와인의 권리하라고 했지?"

   "네."

 

   "너는 내가 짜낸 시나리오에 그대로 행동하기만 하면 돼."

   "그럼 혹시 지난 패자부활전 예선에서 제가 붙은 이유도 그 이유 때문인가요?"

 

   "그렇지. 그랜드 파티스를 대표하는 파티쉐인데 예선전 패자부활전에 있다니. 이건 오히려 우리의 명예를 떨어트리는 짓이잖아. 안 그래?"

   "제 실력으로 오른 게 아니라 인맥으로 오른 것이었습니까……."

 

   "자시 실력이 어떤지 확인도 안 하고 무작정 만든 사람이 얼마나 위로 올라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솔직히 네가 지금 이 자리에 서 있는 이유도 다 네 형 덕인지 알지?"

 

 

   웅은 마저 말을 잇지 못했다.

 

 

   "그건 시민 투표기 때문에 내가 사전에 주위에서 사람을 모아 대기시켜 놓고 있었으니까 대부분 투표가 너한테 몰렸지. 이번 주제, 너는 프렌치 머랭으로 해야 하니까……."

 

 

   띠로롱. 알림 음이 울렸다. 방송에서 울리는 음이 아닌 주변에서 작동된 기기의 소리였다. 주훤이 주위를 둘러보았다. 자신의 뒤에 살짝 열린 문틈에서 들렸을 거라 추측하며 주훤이 방 안으로 들어갔다. 웅은 그것을 지켜보다가 복도 끝에서 리하와 마주쳤다. 리하가 아무렇지 않은 척 자리를 피해 반대편에 있는 코너로 꺾어 화장실로 직행했다.

 

 

   '뭐야, 방금. 내가 제대로 들은 것 맞지?'

 

 

   심장이 요동쳤다.

 

 

   '이 사실을 마스터께 알려야 해. 분명 나주훤 뭔가를 꾸미고 있어. 나랑 붙는 차웅이란 사람이 분명 나를 노리는 거겠지.'

 

 

   리하는 대회장에서 나와 계단 위에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모두가 대회에 신경 쓰느라 건물 안으로 들어갔기에 리하 혼자뿐이었다. 가뜩이나 생리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예민해질 대로 예민해진 리하였다.

 

 

   "아, 불규칙한 생리통이 이번 달엔 심하게 생겼네."

 

 

   리하는 조금이라도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자신의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리하니?

   "엄마!"

   -지금 시합 중 아니야?

   "응. 1부랑 2부로 나뉘는데 난 2부 오후에 쳐."

 

   -긴장 되서 전화했지?

   "역시 엄마. 한 번에 맞추네. 나 생리통도 너무 심해서 죽을 것만 같아."

   -에이, 죽을 것 같단 건 함부로 하는 거 아냐. 많이 긴장 되지? 밥은 먹고 간 거야?

   "괜히 긴장 되서 체할까봐 죽 아까 남은 거 먹고 갔어."

   -리하는 잘 해낼 수 있을 거야. 내 딸이잖아?

   "하하, 엄마. 그럼 나 무적이네."

 

   -그렇지. 엄마는 리하가 올해 들어서 한층 밝아지고 친구들과 어울려서 일하는 모습이 정말 보기 좋다고 생각했어.

   "뭐, 뭐? 내가 언제 친구들이랑 어울렸다고."

 

 

   리하가 부끄러운 듯 말을 더듬었다. 엄마의 웃음소리가 수화기 너머서 들려왔다.

 

 

   -너무 긴장하지 말고 노력한 만큼 열심히 해서 와. 엄마는 리하가 자랑스러워. 사랑해.

   "뭐, 뭐야. 뜬금없이 고백은. 나도……, 나도 사랑해 엄마."

 

 

   갑작스런 인기척이 느껴졌다. 리하가 깜짝 놀라 뒤로 돌아보았다. 자신보다 더 윗 계단에 있던 웅이 보였다. 리하는 자신이 엄마에게 방금 전 고백했던 말을 웅이 들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허겁지겁 전화를 끊으며 웅을 올려다보았다.

 

 

   "뭘 쳐다봐?"

 

 

   리하가 위로 한 계단 올랐지만 웅이 비켜줄 생각하지 않았다. 리하가 멈춰서 웅을 노려봤다.

 

 

   "안 비켜?"

   "분명 나이는 내가 더 많은 것 같은데 반말하네?"

 

   "하? 네가 미스로드에서 대현이랑 임윤아에게 그렇게도 깨진 걸 봐와서 말이야. 이 대회에서 실력이 곧 나이와 권위를 나타내는 거 아니겠어? 나보다 실력이 아래인 것 같은 사람에게 존댓말을 쓰는 건 내 스스로에게 실례지."

 

   "자신만만하구나."

   "그래서, 내 앞에 버티고 서 있는 용건은?"

   "어디서부터 들었지?"

   "네가 나주훤의 백으로 부정행위 하고 있는 거?"

   "다 들었군."

 

 

   리하가 팔짱을 꼈다.

 

 

   "창피하지도 않나?"

   "뭐?"

 

   "나보다 나이가 많아서 존댓말 해주길 바라면서 행동은 철부지잖아. 네가 그러고도 그랜드 파티스 소속 사람인가? 나주훤이 이끈 그랜드라서 뭐, 솔직히 정상적이지 않은 소속이란 건 알겠는데 그래도 멀쩡히 잘 하고 있는 다른 소속 사람에게는 미안해야할 짓인 것 같은데."

 

   "뚫린 입이라고 멋대로 지꺼리는구만."

   "뚫린 코라고 멋대로 숨만 쉬는구만."

 

   웅의 주먹에 힘이 잔뜩 들어가 핏줄이 섰다. 웅의 표정은 자존심이 상해 잔뜩 일그러져 있었다.

 

 

   "덕분에 조금의 미안한 감정은 사라졌다."

   "뭔 소리야?"

   "그 뚫린 입 막아주지."

 

 

   웅이 한 계단 내려가 주먹 진 손을 리하에게 뻗었다. 그 손으로 리하를 밀었다. 반항 한 번 하지 못한 채 리하의 몸이 순식간에 높은 계단에 굴러 맨 밑바닥에 쓰러졌다.

 

 

   "이게 뭐야……."

 

 

   웅은 남자 목소리에 놀라 뒤로 돌아보았다. 규동이 말을 잇지 못하고 웅을 바라보다 바닥에 꼬꾸라져 쓰러진 리하의 이름을 크게 부르며 뛰어갔다.

 

 

   "으으……."

 

 

   규동이 리하를 안다시피 상체를 일으켜 상태를 보았다. 다리엔 상처와 멍으로 둘러싸였다. 리하의 손목이 흉측하게 부었다.

 

 

   "이거 뼈 금 간 거 아냐? 리하야, 리하야! 내 말에 대답해봐."

 

 

   리하의 정신은 깨어있으나 막대한 통증에 규동의 말이 전혀 들리지 않았다. 규동이 웅을 노려보았다. 웅의 몸이 덜덜 떨려왔다. 그 때, 대현 역시 이곳으로 도착했다.

 

 

   "이규동, 권리하. 여기 있어? 1부 경연 시작됐는데."

 

 

   규동이 도망치려는 웅의 모습에 소리쳤다.

 

 

   "그 놈 잡아!"

 

 

   대현은 영문도 모른 채 계단 밑에서 들려오는 규동 말에 웅을 잡으려고 했다. 웅은 대현의 손길을 뿌리치고 도망쳤다. 대현이 혀를 차며 계단 밑으로 내려갔다.

 

 

   "뭐야? 권리하 상태 왜 이래?"

   "그 놈이 리하를 계단에서 밀었어."

   "뭐? 이 정도 높이의 계단에서 밀었다고?"

   "난 지금 리하 데리고 병원 가볼 테니 제작진에게 알려줘."

 

 

   대현이 급히 전화로 119를 불렀다. 규동은 응급차가 오는대로 리하를 실고 출발했다. 대현이 대회장으로 돌아갔다. 주변을 살펴보고는 미스로드 PD이자 이번 대회의 담당 PD에게 뛰어갔다.

 

 

   "PD님, 이번 대회 진행 스태프 어디 있어요?"

   "왜? 무슨 일이야? 어, 스탭님 여기 참가자가 찾아요."

 

 

   마침 대회 밖으로 나가려던 스태프가 PD의 말에 다가왔다.

 

 

   "이번 2부에 참여하는 차 웅이 권리하를 계단에 밀었어요."

   "그럼 방금 응급차가 대회장 밖에서 왔다 갔다는 건 그 때문인가요?"

 

   "네. 상태가 심각해요. 손목 골절이 왔을지도 몰라요. 온 몸이 상처투성이고. 다른 2부 참가자가 그걸 목격해서 급히 권리하 참가자를 데려 병원으로 갔어요."

   "아하, 이거 큰일인데요. 앞으로 세 시간 뒤면 경연이 시작됩니다. 다른 그 참가자는 제 시간 안에 올 수 있는 거예요? 그 참가자마저 안 오면 둘 다 실격처리로 됩니다."

 

   "뭐라고요? 그 미친, 아니 그랜드 파티스 소속인 차 웅의 부정행위로 일어난 사건으로 왜 그 둘이 실격 처리가 됩니까!"

   "자자, 일단 진정하세요. 다른 사람들 듣겠어요. 그 사람이 현장을 목격했다고 해도 차 웅이란 참가자가 했단 정확한 물증이 있습니까? 심증만 있는 상황입니다. 차 웅이라는 참가자가 확실히 그랬다는 물증이 있어야만 그 사람이 실격이 되지, 안 그러면 지금 이 자리에 이탈한 두 사람이 실격 처리 됩니다."

 

 

   대현이 머리를 쓸어 넘기며 숨을 몰아쉬었다. 스태프가 말을 이었다.

 

 

   "일단 이번 시합이 끝나고 경위를 살펴보고 공지를 따로 드리겠습니다. 지금 당장엔 대회 진행하는데 있어서 차질을 둘 수 없습니다."

 

 

   '뭐 이딴 경우가 다 있어.'

 

 

   PD는 스태프가 가고 나서 대현에게 물었다.

 

 

   "그 리하라는 애 상태가 많이 안 좋아? 응급차까지 부른 정도면……."

   "만약 함께 갔던 이규동이 돌아온다고 해도 권리하의 상태로는 실격 확정이에요. 그 몸을 이끌고 대회를 이끄는 건 무리에요."

 

   "허, 이거 참 문제가 많네. 이걸 말하려고 해도 단비는 지금 경연 중이니."

 

 

   그 시각 이탈리안 머랭을 주제로 한 단비는, 머랭을 이용한 버터크림으로 케이크를 만들 계획이었다. 우선적으로 토르레(평평하게 층을 이룬 케이크와 달리, 옆면으로 층을 이룬 케이크)에 필요한 반죽을 했다.  단비의 조리대 뒤에 있던 지욱은 달걀 흰자를 분리해서 설탕을 여러 번 나눠 믹스 했다. 그 후에 달걀의 비린내를 없애기 위해 약간의 바닐라 에센스를 넣었다. 모든 반죽이 끝나, 오븐 팬에 불규칙한 원 모양으로 치덕치덕 발라 두 개를 만들고 오븐에 구웠다.

 

 

   "지금 만들고 계신 건 무엇이죠?"

 

 

   심사위원 중 한 명이 물었다.

 

 

   "프렌치 머랭으로 만든 파블로바(머랭을 이용해 시트 대신 만들어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운 케이크)입니다."

   "생각보다 안전하게 가는 군요. 기본 맛으로 하는 겁니까?"

 

 

   심사위원이 머랭을 살짝 맛보았다.

 

 

   "달걀의 비린내를 없애기 위해 바닐라 에센스를 넣었습니다."

   "무엇으로 꾸밀 거죠?"

   "밋밋한 맛에 상큼한 효과를 주기 위해 베리류로 장식할 생각입니다."

   "잘 생각하셨어요."

 

 

   제훈과 현미도 각자 프렌치와 이탈리안 방식으로 나름의 주제를 해석해 빵을 만들었다.

 

 

   "20분 남았습니다."

 

 

   윤아는 다 구워진 프렌치 형식의 대형 마카롱 상태를 보았다. 어느 정도 식은 것을 확인하고 본격적인 데커레이션을 앞두고 있었다. 두 명의 심사위원이 다가왔다.

 

 

   "마카롱 플레이팅이라도 할 생각인가요?"

   "음, 살짝 달라요. 프렌치가 겉은 바삭하면서도 속이 부드럽기 때문에 그 성질을 이용해 핫케이크처럼 겹겹이 쌓아 올려 꾸밀 생각입니다."

 

   "마카롱을 핫케이크처럼 겹겹이 쌓는다라 독특하군요. 이건 뭐죠?"

   "벚꽃 잼이에요. 진짜 벚꽃을 이용할 거예요."

   "짜네요."

 

   "하하, 그렇게 드시면 짜요. 솔트 캬라멜처럼 짠맛이 단맛을 극대화시키는 방식을 활용해, 벚꽃 잼과 시럽이 그 역할을 할 거예요."

   "너무 달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만, 행운을 빌죠."

 

 

   분홍빛 도는 대형 마카롱을 우선 맨 밑에 깔아 벚꽃 시럽을 뿌리고 잘게 썬 딸기를 골고루 뿌려주었다. 그리고는 흰 크림을 얕게 떠 발라 층을 올리는 것에 반복했다. 그리고 맨 위에 데코 스노우(녹지 않는 슈가파우더로써 데커레이션에 쓰이는 가루)를 뿌리고 약간의 크림 위에 산딸기와 피스타치오를 올렸고, 그 위에다 미로와를 발라 금박으로 마무리를 했다. 마지막으로 벚꽃 시럽을 주위에 일정한 간격으로 떨어뜨려 장식을 시작했다.  지욱은 머랭 시트 위에 도톰한 생크림, 다시 시트와 생크림을 올렸다. 그리고는 위에 체리와 산딸기, 블루베리로 가득 채우고 사이에 페퍼민트 잎을 꽂았다. 비교적 쉬운 데커레이션이었기에 빨리 마무리를 할 수 있었다.

 

   단비는 면적이 넓은 원기둥 형태로 시트를 돌돌 말았던 것에 버터크림을 도포했다. 시계를 흘깃 쳐다봤다.

 

 

   '아슬아슬하겠네.'

 

 

   "10분 남았습니다."

 

 

   단비와 같은 조리대를 이용하던 파티시엘이 단비의 케이크를 흘깃 보며 짧은 욕지기를 했다. 아무래도 문제가 생긴 듯 했다.

 

 

   "아씨, 이 상태로 내밀었다간 100퍼센트 욕먹을 텐데."

 

 

   파티시엘은 어쩔 수 없다며 토치로 머랭의 윗면을 보기 좋게 그을렸다.

 

 

   "3, 2, 1. 모두 멈춰주세요."

 

 

   박수를 끝으로 단비와 경쟁을 치룰 파티시엘 먼저 호명되었다.

 

 

   "둘 다 레몬에 관련 되서 했네요."

 

 

   단비는 무난하게 넘어가는 평을 받았다.

 

 

   "굉장히 실력 있는 친구인데 긴장을 해서 그런지 뛰어나게는 만들지 못 하셨네요. 그래도 이탈리안 머랭의 사용 방법을 정확하게 알고 무스에 섞어서 부드러움을 한층 업그레이드 한 건 칭찬해야 마땅할 행동이라고 생각합니다."

 

 

   단비가 멋쩍은 듯 웃었다. 이번엔 옆 참가자의 레몬 머랭 타르트였다.

 

 

   "타르트 밑 부분이 탔네요?"

   "아……."

   "토치로 타르트 밑 부분에도 쏘았습니까? 질문하죠. 이 타르트 만들기에 벅찼죠?"

   "네."

   "레몬 머랭 타르트를 원래 따뜻하게 먹는 것인지 물어보고 싶군요. 자리로 돌아가 주세요."

 

 

   이어서 윤아였다.

 

 

   "아까 마카롱을 독특하게 해석하기에 나름 재밌다고 생각했는데 맛이 어떨지 궁금하군요."

 

 

   윤아가 두 손을 마주잡으며 심사위원의 평가가 떨어지길 기다렸다.

 

 

   "우리 팬트리에 정말 별걸 다 갖다 놓았군요. 이런 것까지 재료에 있을 줄이야."

   "짭조름한 벚꽃 시럽과 잼이 단맛을 극대화 시킨 것, 성공하셨어요. 윤아 씨."

   "지난 10인 단체에서도 1조의 케이크 담당하셨죠?"

 

 

   윤아가 고갤 끄덕이며 대답했다.

 

 

   "네."

   "깡패네요."

   "네?"

   "맛 깡패. 저 뒤에 있는 사람 모두를 방망이질로 때릴 맛이네요."

 

 

   그것을 들었던 단비가 피식 웃었다.

 

 

   '내 안목은 틀리지 않았지.'

 

 

   "2부를 심사한다고 해도 이렇게 맛있는 건 없을 것 같아서 미리 배지를 드리겠습니다."

 

 

   여기저기서 열띤 반응이 나왔다. 윤아가 놀라 물었다.

 

 

   "정말 제가 받아도 되나요?"

   "아니면 다른 사람 줄까요?"

   "아, 아니요!"

 

 

   심사위원이 직접 윤아에게 다가가 앞치마 골반부분에 배지를 달아주었다.

 

 

   "남자가 아니라서 가슴팍 대신에 여기다 꽂아준 거예요. 편하게 16강 당일까지 기다리세요."

   "감사합니다."

 

 

   윤아가 자신의 조리대로 돌아오면서 단비가 자신을 향해 손을 펼친 게 보였다. 윤아가 단비의 손바닥에 하이파이브를 하며 자리로 돌아갔다.  32강전 1부는 제훈과 현미의 경연에 제훈이, 단비와 지욱은 간단히 일반인을 제쳐 올랐고, 윤아는 아직 진행하지 않은 2부를 제치고 당당히 1위의 증표인 배지를 받게 되었다.

 

 

   "조리대 정리와 휴식을 위해 1시간 뒤에 2부 경연을 치루겠습니다.“

 

 

 -

 

 

   리하는 응급 간이침대에 실려 긴급 치료를 받았다. 규동이 안절부절 하며 리하의 상처를 지켜보았다.

 

 

   "뼈가 틀어져서 맞춰야 하니 아플 거예요."

 

 

   의사의 말에 리하의 틀어진 손목뼈를 맞췄다. 리하가 간신히 비명을 참고 있었다. 규동이 미간을 찌푸렸다. 계속 지켜보기도 끔찍한 치료인데도 눈을 쉽게 뗄 수가 없었다.

 

 

   "나 여기 계속 있어 줄까?"

 

 

   리하의 눈가에 맺힌 눈물이 광대를 타고 흘러내렸다. 리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규동이 반대편 손을 잡아주었다.

 

 

   "소리 질러도 돼. 아프니까."

 

 

   리하는 아픈 감정보다 앞서 치밀어 오르는 분노에 눈물이 나왔다. 리하는 자신의 몸 상태에 예상할 수 있었다.

 

 

   "권리하 씨 보호자 분."

   "네."

   "권리하 씨가 이 치료 직후에 요리 대회를 해야 한다고 했죠?"

   "네."

 

   "아무래도 무리일 것 같습니다. 대회를 포기하셔야 해요. 뼈가 부러졌기 때문에 당장 반 깁스를 해야 하고 몇 주간 움직이면 안 됩니다."

   "정말 대회를 나갈 수 있는 방법이 없나요?"

 

   "안타깝습니다만 방법이 없습니다. 지금쯤이면 깁스를 하고 있을 겁니다. 우선 약 처방을 지어줄 테니 3일 뒤에 다시 오시고 엑스레이를 찍어봐야겠습니다. 절대로 움직여서는 안 됩니다."

 

 

   규동이 복도에 서서 리하가 나오길 기다렸다. 리하의 얼굴은 너무나도 어두웠다.

 

 

   "나 대회 못 나간다지?"

   "응."

   "짜증나……. 내가 왜 그 새끼 때문에……."

 

 

   규동이 리하의 눈물을 엄지로 훔쳐 주었다. 단지 지금의 포옹은 위로의 포옹이라고. 이성으로서 해주는 포옹 따위가 아니라고.

 

   한 시간이 지나서야 리하는 진정할 수 있었다. 아니, 그저 눈물이 멈춘 것뿐이었다.

 

 

   "너 가봐야 하는 거 아냐?"

   "그렇긴 하지만 너 그 상태로 대회장에 다시 갈 수 있겠어?"

   "일단 상황은 알려봐야지. 빨리 대회장으로 가자. 택시 타고 가야할 걸. 안 그러면 너도 대회장 이탈했다고 실격되어버릴 거야."

 

 

   리하는 자신의 경황을 알리기 위해 대회의 스태프에게 말했지만 정확한 물증이 없다며 2부 대회를 준비하기에 바빴다. 대현이 이맛살을 찌푸리며 리하의 깁스를 보았다.

 

 

   "깁스를 한 정도면 상태는 알만 하겠구나. 게다가 오른손이라니. 이정도면 한 두 달은 로제와인 복귀도 힘들겠는데."

   "짜증나. 왜 아무도 내 말을 안 믿어주는 거지?"

   "나도 얘기해봤는데 물증이 없다면서 쉬쉬하는 분위기더라."

 

 

   그 중 여 심사위원과 남 심사위원이 리하에게 다가왔다.

 

 

   "경기 도중에 다친 사람 맞죠?"

   "네."

 

   "왜 다친 지는 대회 스태프들이 말을 안 해주더군요. 그러다가 이번 PD가 알려주기에 들었는데 심각하군요. 개인적으로 로제와인 소속이라 기대했는데 매우 안타깝게 되었습니다."

   "저는 실격이죠?"

   "혹시 그 상태로 절대로 요리 하지 말라고 의사가 그랬습니까?"

 

   "네. 아무래도 제가 오른손잡이인데 오른팔을 깁스했기 때문에……."

   "왼손이라도 한 번 해보시겠습니까?"

   "네?"

 

   "결과야 부상자와 멀쩡한 사람을 붙여놓고 한다는 게 빤할 수도 있지만, 가뜩이나 소속 사람은 매 해마다 기회가 주어지는 게 아니라 2년에 한 번씩 기회를 주어지는데 다시금 2년을 기다린다는 게 사실상 어렵죠. 심사위원이기 전에 수많은 대회를 참가해보았던 사람으로서 얼마나 비통한지 알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기회를 드리고 싶습니다. 해보시겠습니까?"

 

   "네."

 

 

   규동이 리하에게 말했다.

 

 

   "너 정말 괜찮겠어? 괜히 무리하다가 더 어긋나면 어떡하려고."

   "왼손으로 하면 되지."

   "말이 쉽지……. 너 내 앞에서 경기해. 하다 안 되면 내가 도와줄 거니까."

   "그거 부정행위 아냐?"

 

 

   심사위원이 규동과 리하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딱히 부정행위는 아닙니다. 우리 심사위원이 도와준다면야 문제가 되겠지만. 지난 시즌도 그렇고 다른 해외에서 주최된 시즌도 그렇고, 관람석에 있던 부모님이 열어지지 않은 병의 뚜껑을 열어주든지, 다른 참가자의 버터가 없어서 옆에 있던 참가자가 버터를 나눠주는 등 약간의 도움이 있었거든요. 오히려 그 도움이 감동을 주거나 심사에 있어 큰 영향력을 줄지도 모릅니다. 문제는 도와준 사람에게 있어서 시간적이나 물질적으로써 부족해 불리해지는 경우가 생길지도 모르지만요."

 

 

   남자 심사위원이 리하에게 악수를 청했다. 리하는 왼손으로 심사위원의 손을 잡았다. 남자 심사위원이 마치 힘이라도 전해주기라도 하듯 손아귀에 힘을 주며 위아래로 흔들었다.

 

 

   "굿 럭."

 

 

   윤아는 준비가 되어 무대로 올라가기 직전인 리하의 앞길을 막았다. 윤아는 누구보다도 리하의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윤아는 다른 사람들과 달리 흔들리지 않은 눈빛으로 리하의 눈을 마주보았다.

 

 

   "절대 포기하지 마."

 

 

   심사위원이 자신의 손을 있는 힘껏 잡았던 감촉이 지워지질 않았다. 리하는 그 손으로 주먹을 쥐었다.

 

 

   “마음 약하게 먹을 일은 없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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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 85 에라이 모든 커플 다 망해라 2016 / 12 / 3 683 0 6080   
84 84 너 인마, 울고 있잖아 2016 / 12 / 3 575 0 7044   
83 83 내 아가들 찾으러 왔다 2016 / 12 / 3 677 0 8743   
82 82 거짓말, 이거 진짜야? 2016 / 12 / 3 447 0 6869   
81 81 자네, 보고 있나? 바람은 이루어졌지 2016 / 12 / 3 447 0 6157   
80 80 왜 16명이야, 19명이지 2016 / 12 / 3 522 0 6970   
79 79 해가 서쪽에서 뜨겠네 2016 / 12 / 3 750 0 9801   
78 78 너니까 가능한 거야 2016 / 11 / 29 840 0 8572   
77 77 단 한 번도 널 사랑하지 않은 적이 없어 2016 / 11 / 29 789 0 11402   
76 76 오늘 밤, 방으로 들어와 2016 / 11 / 29 601 0 7223   
75 75 대체 이 이상한 조합은 뭐지 2016 / 11 / 28 730 0 8898   
74 74 우린 단 한 번도 널 2016 / 11 / 28 666 0 11084   
73 73 당신의 모든 것 내가 빼앗아 2016 / 11 / 27 798 0 11412   
72 72 세 번의 변화 2016 / 11 / 26 520 0 10595   
71 71 넌 정리 했어? 2016 / 11 / 26 559 0 8272   
70 70 좋아, 좋아해 2016 / 11 / 25 477 0 9770   
69 69 기회는 이번이 진짜 마지막 2016 / 11 / 25 567 0 10534   
68 68 그 누나는 행복한 사람이네 2016 / 11 / 24 541 0 6712   
67 67 부디 이 아이만큼은 2016 / 11 / 24 843 0 8561   
66 66 너의 한계 2016 / 11 / 24 706 0 8925   
65 65 신은 나의 위치를 실감나게 해 2016 / 11 / 23 855 0 8859   
64 64 이게 무슨 일이야 2016 / 11 / 23 445 0 6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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