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로맨스
어쨌거나 스물넷
작가 : 펙트
작품등록일 : 2016.8.22

경쟁을 통해 올라온 음식들. 좋은 음식이라고 판정받아도 손님들이 찾지 않으면 가차 없이 없애는 이곳은 디저트 뷔페, 로제와인.

 
86 하나 쯤은 어떻게 되도 상관 없잖아
작성일 : 16-12-03 05:49     조회 : 697     추천 : 0     분량 : 8165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올해 로제와인의 TOP1은…….”

 

 

  윤아는 외삼촌의 말에 눈을 찔끔 감았다.

 

 

  “임윤아다.”

 

 

  윤아가 외삼촌의 말에 천천히 눈을 떴다.

 

 

  “보통 트로피트롤 타르트 발상은 타르트 위에 슈크림을 산처럼 쌓아 꾸미는데, 윤아는 슈 반죽을 평평하게 깔아서 구운 뒤에 타르트 위에 겹겹이 쌓고 슈 안에 들어가야 할 내용물로 도포했어. 거기다가 시럽으로 마치 거미줄처럼 주변을 수없이 둘러 꾸몄지. 남다른 발상이야.”

 

 

  대현이 당했다는 듯 웃었다.

 

 

  “이렇게 7명이 선발되었다.”

 

 

  외삼촌의 소개에 모두가 박수를 쳤다. 외삼촌이 박수를 치며 말을 이었다.

 

 

  “앞으로 지금 내가 건네주는 것은 예상하다시피 참여권이다. 각자 포트폴리오 작성 후 내일 출근할 때 대현이에게 전해줘. 꼭 잊지 마. 내일 한꺼번에 관계자에게 보내야하니까. 이번 대회는 거의 기존 로제와인의 TOP이 출전하는 거니까 기합 제대로 넣자. 오늘로부터 대회가 끝날 때까진 대회에만 집중하면 되니까 모두들 힘내고 대회에서 보자.”

 

  “응? 대회가 끝날 때까지 대회에만 집중하다뇨? 뷔페는요?”

  “아, 내가 윤아나 온지 얼마 안 된 사람들에겐 안 가르쳐줬구나. 우리뿐만 아니라 모든 소속 디저트 뷔페들이 대회에 집중할 수 있도록 운영하지 않도록 단합했어. 해봤자 12월 연말 전에는 끝나니까. 자.”

 

 

  외삼촌이 허공에 손을 펼쳤다. 하나둘씩 그 손 위에 포개기 시작했다. 모두의 손이 모았을 때 기합을 외치며 각자 주먹을 쥐어 자신의 가슴팍으로 끌어당겼다.

 

 

  “화이팅!”

 

 

 -

 

 

  “내가 따라줘?”

 

 

  보드카를 마시던 주훤의 앞에 앉으며 한 지욱의 말이었다. 주훤은 자신을 혐오스럽게 보았던 윤아의 표정을 머릿속에서 지울 수가 없었다. 주훤이 손에 쥐고 있던 술잔을 던지려고하자 지욱이 잡아 막았다.

 

 

  “결국 14명이 다시 로제와인으로 돌아가고 이번 최종 순위도 2위로 밀려난 걸로 알고 있어.”

  “싸울 생각이면 가라.”

  “내가 도와줄게.”

  “난 이미 널 거절했는데?”

  “하지만 지금 당장 필요한 것도 나 아냐?”

 

 

  순간의 정적이 찾아왔다.

 

 

  “병 줬다가 다시 약 주는 이유가 뭐야.”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해서 왔어.”

  “누구를 위한 기횐데?”

  “우리 둘 다.”

  “무슨 뜻인지 이해 못할 친구네.”

  “이게 다 너한테 배운 거야. 이 자식아.”

 

 

  지욱이 주훤의 술을 빼앗아 대신 마셨다.

 

 

  “넌 어차피 다시 떠날 거잖아. 그랜드에 관뒀던 것처럼 나 같은 건 무시하고 네 할 거나 하라고! 배신하라고 이 새끼야.”

 

  “배신한 거 아냐 이 또라이 자식아. 애당초 나는 마스터 자리에 어울리지 않았어. 어차피 이럴 것 같아서 만약을 대비하고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떠났던 거야. 우리 원래의 그랜드 파티쉐들 다시 부르고 로제와인 카피 했던 디저트 싹 갈아엎자. 아직 일주일이라면 늦지도 않았어. 그래도 5명이나 출전시킬 수 있잖아? 내가 명예 회복을 위해 그랜드 파티스의 소속으로 참여할게. 이게 내 할 일이야.”

 

  “남들은 다 나를 경멸하고 무시하는데 넌 왜 자꾸 나한테 와.”

 

 

  주훤은 집으로 돌아가자마자 침대에 누웠다. 아무 맛도 느껴지지 않는 상태에서 취하기만 한다는 사실이, 매우 기분이 나쁘게 다가왔다. 주훤은 한쪽 무릎을 세우고 양 팔을 양 옆으로 쭉 뻗었다.

 

 

  ‘남들이 너보고 욕해도 내 친구니까 별 수 있나.’

 

 

  지욱이 자신에게 심한 소리를 들어도 이렇게까지 다가오는 이유를, 주훤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지욱이 초등학교 고학년이었을 때, 프랑스로 유학 간 적이 있었다. 프랑스의 학교를 나오면서 꽤나 오랫동안 주변 환경과 분위기, 그리고 사람들을 적응하지 못했다. 인종이 다르다는 이유로 현지인에게 무시와 왕따를 받기도 했다. 그러다 때마침 학교에서 꽤나 태도가 불량하고 불성실했던 학생이 있었는데, 그 사람이 주훤이었다. 주훤 역시 인종 차별과 그 시선으로 인해 태도가 불량하게 변했던 계기였다. 그들은 같은 처지였기에 서로를 의지하기 시작했다.

 

  물론 처음부터 삐끗거리지 않고 친하게 지낸 것은 아니었다. 주훤의 능글거리는 성격과 불량한 생각과 태도, 그리고 여자를 홀대하는 생각이 지욱의 성격과 전혀 달랐기에 종종 싸움이 있었다. 하지만 돌아서면 그 둘 밖에 없다는 것을 알았기에 지욱이 주훤에게 맞춰주는 게 대다수였다. 그렇게 시간이 지날수록 지욱의 성격이 주훤과 같아졌고 주훤은 자신을 따르고 챙겨주는 지욱을 좋아하게 되었다.

 

  중학교를 졸업할 시기였다. 지욱은 고등학교를 한국으로 가야했는데, 주훤 역시 지욱을 따라 한국으로 가게 되었다. 몇 년 간 프랑스에서 생활하다가 한국에서 적응하는 시기까지 꽤나 힘들었지만, 역시 비슷하게 겪어왔던 부분이기에 탈 없이 지나갔다.

 

  그들은 파티시에가 되는 것이 꿈이었고, 그러기 위해서 프랑스에서 유학을 했던 것이었기에 지욱은 머지않아 창설될 로제와인에 대해 말해주었다. 그리고 외삼촌을 소개시켜 주었다. 주훤은 누군가 자신을 그대로 받아주고 이끌어주는 사람에 대해 굉장히 신기하게 느껴졌다. 프랑스에선 워낙 사고를 치고 다녔던지라, 자신을 진지하게 맞대어 상대해주는 사람은 동기인 지욱뿐이었지 스승으로 삼을 만한 사람은 없기 때문이었다. 주훤은 그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자신을 제자로 받아들여 가르쳐주는 외삼촌을 존경해왔었다.

 

 

  “그래, 해왔었지.”

 

 

  주훤은 잠시 동안의 회상을 접어두고 눈을 감았다.

 

 

  “친구야, 날 도와주겠다고 말하는 건 고마운데…….”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해서 왔어.’

 

 

  “네 말대로 이런 기회는 다시는 없을 테지. 왜냐면 내가 이번 대회에서 로제와인을 짓깔아 뭉개 버려 끝낼 거거든.”

 

 

  그 때만 생각하면 화가 치밀어 분노가 가시지 않았다.

 

 

  ‘그딴 쓰레기 같은 정신으로 뭘 어떻게 하겠다는 거냐! 네가 그러고도 프로냐?’

 

 

  주훤은 옛적에 했던 외삼촌의 말이 떠올라, 주먹으로 침대를 세게 내리찍었다.

 

 

  “사람한테 정 따위가 있을 리가 없잖아.”

 

 

  주훤은 자리에서 일어나 침대 옆에 있던 서랍 위의 탁상 액자를 보았다. 액자 속 사진엔 외삼촌의 앞에 나란히 앉아 웃고 있는 대현, 주훤, 마지막으로 지욱이 있었다. 주훤은 신경질적으로 그 사진이 보이지 않게 액자를 덮었다.

 

  주훤은 업무가 끝나자마자 한국 디저트 뷔페 공식 홈페이지로 들어갔다. 각 디저트 뷔페의 소속의 어떤 파티쉐가 이번 그랑프리 대회에 참가하게 되는지 볼 수 있었다. 주훤은 로제와인에 새로운 글이 뜬 것을 발견하고는 그것을 눌렀다.

 

  로제와인의 참가자 프로필이 전부 떴다. 주훤은 찬찬히 7명의 리스트를 모조리 보다가 맨 위로 올렸다. 대현의 프로필 다음에 윤아가 나와 있었다. 윤아는 로제와인의 화재 사고로 인해 자신의 엄마인 율과 똑같은 장애를 겪게 된 적이 있어, 당시에 파티쉐 소속 사람들에게 많은 화제가 되었다. 자신도 극복하지 못했던 것을 자신보다 어린 윤아가 성공했다는 것이 화가 났다. 게다가 전 역대 파티쉐인 대근과 7성급 쇼콜라티에였던 율을 뛰어넘은 파티시엘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니, 기분이 나빠질 대로 몹시 나빠졌다.

 

 

  “로제와인의 참가자는 7명, 우리 그랜드 파티스는 5명…….”

 

 

  ‘스승은 대체 얼마나 더 가지려고.’

 

 

  “하나쯤은 어떻게 되도 상관없잖아.”

 

 

  ‘대체 얼마나 날 더 깔보려고.’

 

 

  주훤은 자신의 떨리는 주먹을 보고 헛웃음을 지었다. 아무래도 자신이 너무 흥분했다는 것을 느꼈다. 마침 지욱이 사장실로 들어왔다.

 

 

  “이번 대회에 참여할 사람들의 목록이야. 대다수가 돌아왔지만 아예 새로 입사한 사람도 있어. 그런데 입사한 사람치고 실력이 괜찮아서 그 사람 명단도 들어갔어.”

 

  “뭐야, 이 쌍둥이가 참여한다고?”

  “간만에 실력을 보았는데 이번에 완전 독기 품었던 걸.”

  “흐응. 그래?”

 

 

  그랜드 파티스의 몇몇 구 인원이 다시 합류를 했지만 모두 쉬쉬하는 분위기였다. 그 중 쌍둥이 동생이 기분이 상한 채로 가만히 입을 다물었다.

 

 

  ‘내 돈벌이가 로제와인 때문에 오락가락하다니.’

 

 

  이번 그랜드에 다시 합류하게 된 것도, 겨우 대회에 출전할 수 있었던 이유도 모두 자신의 형이 굽신 거려 들어올 수 있었던 거였다. 지욱과 약간의 안목이 없었다면 불가능 했을 문제였다. 동생에게 했던 주훤의 말이 심기를 건드렸다. 자존심이 상했다.

 

 

  ‘너희가 그랜드 파티스를 대표하는 파티쉐라. 글쎄 이미 너희 때문에 우리가 창피함 당한 게 한 두 번이 아니라서. 지욱이는 너희가 이번엔 잘 해냈다기에 넣어주는 거라지만 지켜보겠어.’

 

  “로제와인, 절대 가만두지 않아.”

 

 

 -

 

 

  그 시각 윤아는 가족과 외식을 했다. 예전에 대현과 함께 갔었던 카레 전문점이었다.

 

 

  “이번에 너 보러 유영이 올지도 몰라.”

  “정말요?”

  “너 첫 출전이잖아. 대회.”

  “그래도 그거 하나를 보러 왕복비도 어마어마한데 온다고요?”

 

  “이제 한 번은 한국 올 때 됐지. 한 두 달 정도는 쉬다가 다시 프랑스로 올라갈 생각이야.”

  “결과가 생각한 것만큼 안 나오면 어쩌죠.”

  “여보, 한 마디 해줘요.”

 

 

  대근은 카레를 먹다말고 갑작스런 율의 말에 카레를 먹으려다 말고 숟가락을 내렸다.

 

 

  “네가 부족한 게 뭐가 있다고.”

 

 

  율은 대근의 말에 씩 웃었다.

 

 

  “들었지?”

 

 

  윤아가 조금은 걱정을 덜어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아, 맞아 로제와인 학원에 대해서 말인데 역시 너 평일 강사로 활동할 거지?”

 

  “그래야죠. 못해도 학원이 자리 잡을 때까진 도와줄 생각이에요. 월요일에서 목요일까지는 제가 할 생각인데 로제와인에서 몇 명 스카우트 한다고 해도 금, 토, 일은 찾기 힘들 것 같아요. 아무래도 로제와인은 주말 활동이니까. 그런데 학원도 운영하고 빵집도 운영이 가능해요?”

 

  “일단 로제와인 학원은 아예 네 아빠가 원장으로서 이끌 거야. 대신 나는 거기 강사로 활동하는 게 아니라 빵집에서 다른 사람을 채용해서 꾸려나갈 생각이야. 학원 쉬는 날이나 외삼촌이 가끔 시간이 날 때 도와주는 것으로 하고, 빵집에서 쓰일 레시피 같은 것들은 전부 우리의 아이디어로 나온 것에서 할 생각이야.”

 

  “둘 다 휴일은 없어요?”

  “학원은 아무래도 휴일이 잘 없을 것 같고 있어봤자 공휴일 정도겠지. 빵집은 평일 격주로 하루씩 쉴 것 같아.”

 

  “언제부터 시작할 예정이에요?”

  “그건 잘 모르겠어. 이것저것 내부 공사랑 인테리어 전문가들도 지금 알아보고 있긴 한데 못해도 내년 안으로는 운영하지 않을까.”

 

  “이제 잘될 일만 남았네요.”

  “얘는 무슨, 장사는 앞 일 모른다고.”

  “그래도 엄마랑 아빠가 대빵이잖아요. 분명 잘 될 거예요.”

 

 

 -

 

 

  윤아는 식사 후 가족과 헤어졌다. 요즘 들어 다시 로제와인 앨범을 채워나가고 있었기 때문에 틈틈이 찍었던 사진들을 인화해 앨범에다 보관할 생각이었다. 단비가 운영하는 카페에서 사진을 인화하고 자신의 품에 안으며 길을 거닐었다.

 

  주훤은 자신의 차를 이끌고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신호를 기다리다가 자신의 앞에서 횡단보도를 건너 스쳐지나가는 윤아를 발견했다. 주훤의 머릿속에서 맴도는 윤아의 표정과는 달리, 주훤을 지나치는 윤아의 표정은 굉장히 밝았다. 신호등이 빨간 불로 바뀌었다. 주훤은 운전대를 잡고 있던 손에 힘을 주었다.

 

 

  -어디야, 이 컴컴한 밤에.

  “아직 9시밖에 되지 않았는걸.”

 

 

  대현은 윤아가 아직 돌아오지 않은 것에 대해 불안해 전화를 걸었다.

 

 

  “나 이제 버스 정류장으로 갈 거야.”

  -너 GPS는 켜 놨지?

  “과잉보호야.”

 

  -난 네가 가족이랑 밥 먹는다기에 아버님 차타고 집 오는 줄 알고 있었단 말이야. 네가 서울을 매번 나나 다른 사람들이랑 함께 해서 모르나본데 별별 미친놈들이 모여 사는 게 서울이야. 위험하다고.

  “어휴 알겠어, 알겠어. 켰어 방금.”

 

  -그래. 너 거의 도착할 즘에 버스 정류장에서 기다릴게.

  “밖에 추워서 굳이 그럴 것…….”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윤아가 누군가의 힘에 의해 컴컴한 골목으로 패대기쳐졌다. 윤아의 핸드폰이 골목 끝에 떨어져있었다. 윤아의 양쪽 무릎이 청바지로 인해 가려져서 몰랐지만 분명 상처가 났을 것이다. 윤아가 떨리는 손으로 한 쪽 무릎을 감싸고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흑기사, 흑장미가 많으니 살기 참 편하지?”

 

 

  윤아는 자신을 차 안에 가두어 성희롱할 뻔 했던 상황과, 친목 파티에서 자신을 이용해 로제와인을 망신을 주고 리하의 멱살을 잡았던 남자의 손을 떠올렸다.

 

 

  “나주훤…….”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 윤아는 덜컥 겁을 먹은 바람에 숨을 잘못 쉬어 딸꾹질을 했다. 주훤의 자신의 발 옆에 떨어진 봉투를 주웠다. 내용물을 보다가 시시했던 것인지 한 사진을 제외하고 모두 흩날렸다. 주훤이 쥐고 있던 사진 한 장은 대현과 윤아 단 둘이서 다정하게 웃으며 찍었던 사진이었다.

 

 

  “돌려줘, 사진.”

  “그래, 돌려주지.”

 

 

  찌익. 윤아의 눈동자가 공중에 팔랑거리는 사진을 따라갔다. 윤아와 대현의 사이를 찢어 완전히 갈라졌다.

 

 

  “뭐, 뭐하는 짓이야…….”

  “이딴 게 얼마나 가는 줄 알아?”

 

 

  윤아는 최대한 침착하기 위해 숨을 들어 내쉬기를 반복했다. 바닥에 흩어진 사진들을 하나둘씩 줍기 시작했다. 주훤은 자신의 앞에서 떨리는 손으로 사진을 줍는 윤아를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윤아가 모든 사진을 줍고 마지막으로 주훤이 밟고 있는 사진의 끝을 조심스럽게 잡았다. 주훤은 천천히 쭈그려 앉아 윤아와 눈을 마주했다. 윤아의 눈은 금방이라도 울어버릴 것 같이 반짝였다. 주훤은 윤아가 잡은 사진 모서리의 반대쪽에 손가락으로 집으며 말했다.

 

 

  “난 너만 보면 역겨워.”

  “뭐……, 라고?”

 

 

  “네가 스승의 조카지? 쇼콜라티에인 김 율과 전 역대 파티시에인 임대근의 딸 말이야. 네 친구들은 로제와인에서 TOP을 이루는 사람들이고, 널 아껴하는 지욱과는 어느 정도 친분이 있고. 널 좋아하는 도대현은 스승이 신뢰하는 제자고. 최단비도 꽤 너를 아껴한단 말이지.”

 

  “그런 관계 같은 거 다 한 순간이야. 무(無)에서 무(無)로 유지되는 것이지.”

  “나……, 한테 이러는 이유가 뭐야?”

  “네가 잘 되는 꼴 보면 화나니까.”

  “내가 당신에게 잘못한 건 없잖아! 왜 나만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야?”

  “안달?”

 

 

  주훤은 자신이 잡고 있던 사진을 꾸겨 옆으로 던졌다. 다른 손으로 윤아의 어깨를 밀쳤다. 윤아의 등이 벽에 부딪혔다. 주훤이 윤아의 얼굴을 때렸다. 윤아의 몸이 움츠려졌다. 이번엔 얼굴을 잡았다. 볼을 갈겼다.

 

 

  “그래, 나 안달 났어. 이렇게 남자의 힘에 대응 한 번 못하고 겁에 질린 주제에, 고작 네까짓 게 나를 이기려고 하고 혐오스럽게 쳐다보는 너 하나 쯤 어떻게 해버리고 싶어. 너 하나를 건들면 날뛰는 사람들이 많으니까. 그 반응이 즐거워.”

 

  “변태.”

 

 

  주훤이 윤아의 목을 졸랐다. 윤아의 숨결이 얕아졌다. 윤아가 주훤의 팔목을 잡고 저항하기 위해 발버둥을 쳤지만 소용없었다. 윤아에겐 힘이 없었다.

 

 

  “당신은 내가 볼 때 제정신이 아니야.”

 

 

  주훤이 주먹쥘 때였다. 윤아의 코에서 붉은 물줄기가 흘러내렸다. 주훤은 윤아의 갑작스런 코피에 당황한 듯 주춤했다. 그 때였다. 누군가 주훤의 옆구리를 세게 발로 찼다. 주훤은 가해진 힘을 따라 바닥에 내팽겨 치듯 넘어졌다. 대현이 씩씩거리며 윤아의 앞에 섰다.

 

 

  “네가 여긴 어떻게…….”

 

 

  주훤이 상체를 일으키며 물었다. 대현이 무릎 한 쪽을 굽혀 윤아의 눈높이를 맞췄다. 윤아의 얼굴은 말도 아니게 엉망이었다. 코피를 흘린 채 뺨이 금방이라도 살 터질 것처럼 붉었고, 입술이 터져있었다. 목에는 선명하게 손자국이 남아있었다.

 

  대현이 잽싸게 일어나 주훤의 위를 올라탔다. 주먹으로 똑같이 주훤의 얼굴을 몇 차례 때렸다.

 

 

  “쓰레기 새끼! 어딜 여자의 얼굴에 상처 낼 생각해!”

 

 

  주훤을 때려도 전혀 분이 풀리지 않았다. 일어서 발로 주훤의 다리를 걷어찼다.

 

 

  “네가 이러고 있으니 제자리에 머무르고 있는 거잖아! 괜히 마스터께서 너보고 때려치라고 한 말이 아닌데 왜 네가 피해자인 척 혼자 드라마 찍냐고!”

  “하, 하하. 이번 대회 내가 후원하는 건데 너 내 얼굴에 상처 냈냐?”

 

 

  주훤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네가 후원하든 어떻든 내 알 바 아닌데.”

  “그 말 후회하게 해주지.”

 

 

  이번엔 주훤이 대현의 입을 주먹으로 때렸다. 대현의 고개가 옆으로 돌아갔다. 대현이 고개를 돌리며 험악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럼 지금 더 쳐 맞아라, 분리수거도 안 될 폐기물아.”

 

 

  대현의 발길이 몇 차례 오갔다. 그러다 문득 뒤에서 윤아의 훌쩍임에 멈췄다. 대현은 쓰러져 벽에 겨우 몸을 지탱하는 주훤에게 말했다.

 

 

  “마스터께서 너한테 정 떨어질 만하다.”

 

 

  대현은 자신이 하고 있던 목도리로 윤아의 목에 감아주었다. 윤아의 목과 얼굴 하관을 가릴 수 있는 임시방편이었다. 한숨을 쉬고는 윤아의 핸드폰과 사진을 주워 자신의 야상 패딩 주머니에 넣고 골목을 벗어났다. 주훤은 그들이 사라져도 한동안 쓰러져 누운 상태로 크게 웃었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공지 18일까지 n일에 1편 연재합니다. (건강… 2016 / 12 / 6 1366 0 -
공지 앞으로의 계획 (2) 2016 / 11 / 20 1423 2 -
공지 공모전 마지막 날 그리고 웹툰화 (2) 2016 / 10 / 31 1450 4 -
93 93 겨우 이딴 돈으로 환심사려 하다니 2016 / 12 / 9 665 0 8103   
92 92 이리와요 안아 줄 테니 2016 / 12 / 5 744 0 9259   
91 91 부정행위는 아닙니다 다만 2016 / 12 / 4 850 0 8958   
90 90 내가 저 상황이었으면 당장 죽으러 갔을 지… 2016 / 12 / 4 514 0 7980   
89 89 예선전 D, 죽음의 조 2016 / 12 / 3 518 0 7521   
88 88 God Of Crown, 왕관의 무게를 견뎌라 2016 / 12 / 3 605 0 7400   
87 87 괜찮아 나야 안심해 2016 / 12 / 3 561 0 9024   
86 86 하나 쯤은 어떻게 되도 상관 없잖아 2016 / 12 / 3 698 0 8165   
85 85 에라이 모든 커플 다 망해라 2016 / 12 / 3 683 0 6080   
84 84 너 인마, 울고 있잖아 2016 / 12 / 3 576 0 7044   
83 83 내 아가들 찾으러 왔다 2016 / 12 / 3 678 0 8743   
82 82 거짓말, 이거 진짜야? 2016 / 12 / 3 448 0 6869   
81 81 자네, 보고 있나? 바람은 이루어졌지 2016 / 12 / 3 448 0 6157   
80 80 왜 16명이야, 19명이지 2016 / 12 / 3 523 0 6970   
79 79 해가 서쪽에서 뜨겠네 2016 / 12 / 3 751 0 9801   
78 78 너니까 가능한 거야 2016 / 11 / 29 840 0 8572   
77 77 단 한 번도 널 사랑하지 않은 적이 없어 2016 / 11 / 29 790 0 11402   
76 76 오늘 밤, 방으로 들어와 2016 / 11 / 29 601 0 7223   
75 75 대체 이 이상한 조합은 뭐지 2016 / 11 / 28 730 0 8898   
74 74 우린 단 한 번도 널 2016 / 11 / 28 667 0 11084   
73 73 당신의 모든 것 내가 빼앗아 2016 / 11 / 27 799 0 11412   
72 72 세 번의 변화 2016 / 11 / 26 521 0 10595   
71 71 넌 정리 했어? 2016 / 11 / 26 560 0 8272   
70 70 좋아, 좋아해 2016 / 11 / 25 478 0 9770   
69 69 기회는 이번이 진짜 마지막 2016 / 11 / 25 568 0 10534   
68 68 그 누나는 행복한 사람이네 2016 / 11 / 24 541 0 6712   
67 67 부디 이 아이만큼은 2016 / 11 / 24 844 0 8561   
66 66 너의 한계 2016 / 11 / 24 707 0 8925   
65 65 신은 나의 위치를 실감나게 해 2016 / 11 / 23 855 0 8859   
64 64 이게 무슨 일이야 2016 / 11 / 23 446 0 6137   
 1  2  3  4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