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로맨스
어쨌거나 스물넷
작가 : 펙트
작품등록일 : 2016.8.22

경쟁을 통해 올라온 음식들. 좋은 음식이라고 판정받아도 손님들이 찾지 않으면 가차 없이 없애는 이곳은 디저트 뷔페, 로제와인.

 
83 내 아가들 찾으러 왔다
작성일 : 16-12-03 05:32     조회 : 677     추천 : 0     분량 : 8743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우리 1위 했는데 설마 다시 떨어지거나 그런 일은 생기지 않겠지?”

 

 

  윤아의 질문에 대현이 아주 살짝 꿀밤을 주며 말했다.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하지 마. 우리가 어떻게 오른 자린데. 빼앗길 틈도 주지 말아야지. 우선 그 전에 애들부터 찾고.”

  “그럼 나 오늘 그랜드에 있는 애들 만나서 얘기 해보고 와야겠다.”

 

  “너 혼자 가게?”

  “응. 넌 오늘 규동이랑 약속 있다며.”

  “동창들 만나려고 했지.”

  “술은 마시지 마.”

 

  “남자들끼리 모여서 술이랑 게임 말고 뭐가 더 있나. 그냥 나 취소할까?”

  “음, 그럼 술은 조금만 마셔. 간만에 만나는 것일 텐데 다녀와. 나 혼자 다녀와도 돼.”

  “걱정인데 혼자 가는 건.”

  “설마 뭔 일 있겠어? 무슨 일 있다면 바로 연락할 테니까 걱정 마.”

  “알았어. 계속 핸드폰 보고 있을게.”

 

 

  핸드폰에 별 의미를 두지 않았던 대현이 단지 윤아가 걱정되어서 핸드폰을 하루 종일 보고 있는다고 하니, 윤아는 좋으면서도 한편으론 제대로 놀지 못할까봐 걱정이었다. 윤아는 괜찮다며 대현에게 팔짱을 꼈다.

 

  현재 그랜드 파티스로 간 현미와 제훈을 불러 카페에서 만났다. 오랜만에 보는 얼굴이라 반갑다는 듯 안부를 물었다.

 

 

  “1위 축하해.”

  “너희들 그 잘난 외모 보러 일부러 찾는 손님들도 있다는 소문이 돌던데 진짜야?”

 

 

  윤아가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신기하게도 화재 사고 이후로 그 전의 로제와인보다 더 활기차졌어. 의욕도 대단하고 확실히 단골손님도 늘어난 것 같아. 예약도 많아서 웨이팅 하는 사람들도 많고 점점 1위로서의 활동을 되찾아가고 있어.”

  “이런 말하기엔 염치없지만 정말 잘된 일이라고 생각해. 솔직히 말해서 우리가 많이 미울 텐데도 네가 먼저 찾아준 것에 많이 놀랐어.”

 

 

  제훈은 자신이 부끄러웠던 것인지 현미의 말에 고개를 숙이기만 했다. 현미도 마찬가지로 윤아와 시선을 제대로 마주치지 못하고 약간 산만한 모습을 보였다. 조금은 초췌하고 피곤해 보이는 현미와 제훈의 얼굴을 보며 지례짐작 물었다.

 

 

  “그랜드 파티스 일은 어때?”

  “최악이야.”

  “왜?”

 

  “사장이 말했던 임금과 전혀 다르게 주어지고 있어. 게다가 닦달을 얼마나 많이 하던지. 인격 모독에 언어폭력은 기본이고 제훈 오빠가 욱해서 우리를 대표해서 말하다가 얼굴을 맞기도 했어.”

  “뭐? 오빠 맞았어요?”

 

 

  윤아가 눈을 휘둥그레 뜨며 제훈을 바라봤다. 제훈이 뒷덜미를 만지며 말했다.

 

 

  “세게 맞은 건 아니고, 기분 나쁘게 툭툭 때리는 정도였어. 로제와인 파티쉐들 엄청 깔보더라. 우리를 스카우트할 때랑은 전혀 다른 태도더라고.”

 

  “계약서 같은 거 작성했지 않았어요?”

  “작성은 했는데 따로 우리가 간직할 사본은 안 주더라고. 자기가 알아서 처리하겠다면서 계약서를 가져갔었어.”

 

  “그 사람 완전 제정신이 아니네요. 당장 관둬버려요.”

  “그럴 순 없지. 아무리 임금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더라도 웬만한 빵집보다는 페이가 좋으니까 그거라도 생계유지 해야지.”

 

  “뭐 하러 약속 지키지도 않은 곳에서 일해요. 다시 우리한테 와요.”

  “뭐? 말도 안 되는 소릴. 우리가 무슨 면목으로 거길 다시 돌아가. 못 돌아가.”

  “못할 게 뭐가 있어요. 우리가 왜 일부러 열여섯 열일곱 명이서 견뎌 왔는데. 다시 언니 오빠들 돌아올 자리를 생각해서 추가적으로 파티쉐를 고용하지 않았단 말이에요.”

 

  “정말? 따로 사람을 고용 안 했다고?”

  “정말이에요. 우리 사이트에 따로 채용 공지 안 띄웠어요. 돌아와요.”

 

 

  윤아가 간절하게 말했다. 현미와 제훈은 서로를 쳐다보다가 망설였다.

 

 

  “마음은 고맙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라고 생각해. 정말 우릴 생각해줘서 고마워.”

  “너무 부담스럽게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데……. 아, 그럼 부탁 하나 있는데.”

 

 

 -

 

 

  외삼촌이 넥타이를 고쳐 맸다. 윤아가 치마 지퍼를 올렸다. 대현이 정장 재킷을 입었다. 그들이 주차장에 모였다.

 

 

  “이 날씨에 그 옷 춥지 않아?”

  “어차피 거기만 갔다가 금방 집에 올 건데.”

  “갑자기 커진 네 키가 적응이 되지 않는다, 나.”

  “킬 힐로 찍혀볼래?”

  “미안.”

 

 

  대현이 바로 수긍했다. 대현이 불안한 듯 윤아를 바라보다 자가용 문을 열어주었다. 윤아가 타고 문을 닫아줄 때 대현은 손등으로 자신의 입을 가렸다.

 

 

  “예쁘고 난리.”

 

 

  외삼촌이 그들을 데리고 도착한 곳은 그랜드 파티스였다. 정문 앞에서 내려 직원에게 자신의 키를 건넸다. 직원이 외삼촌에게 깍듯이 인사하고 대리로 주차를 하러 갔고, 그들은 또 다른 직원의 안내를 통해 사장실로 향했다. 대현은 은근슬쩍 윤아에게 손을 주어, 힐 때문에 걷는 것이 불편한 윤아를 에스코트 해주었다.

 

 

  똑똑.

 

 

  “들어와요.”

 

 

  주훤은 자신의 옆에 있던 비서에게 나가보라는 신호를 주었다. 비서가 문을 활짝 열어주자 외삼촌과 대현, 윤아가 방 안으로 들어왔다.

 

 

  “일단 자리에 앉으시죠.”

 

 

  주훤이 자리에 일어나 소파로 걸음을 옮겼다.

 

 

  “티? 아니면 커피?”

 

 

  외삼촌이 손바닥을 피며 괜찮다고 의사를 표했다. 윤아와 대현도 상관없다는 듯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그래서, 대단하신 분들이 직접 여기까지 오신 이유가 뭐죠?”

 

 

  외삼촌이 다리를 꼬며 말했다.

 

 

  “내 아가들 찾으러 왔다.”

  “하?”

  “더 높은 임금을 계약하는 것은 물론 스카우트 비용도 내겠다.”

  “14명 전부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당연하지. 한 명도 빠짐없이 전부.”

  “애당초 무리 아닙니까?”

 

 

  외삼촌이 넉살좋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왜 무리라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네. 내가 그 정도의 배짱도 없을 거라고 생각하나?”

  “여유로워 보이군요. 5위까지 하락했으면서.”

 

 

  대현이 어깨를 으쓱이며 대화에 끼어들었다.

 

 

  “지금 1위하면 된 거 아냐?”

  “5위까지 하락한 주제에 꽤나 건방지구나.”

  “그러게 1위를 오래 유지해보지 그랬어.”

  “금방 오른 순위는 금방 하락하게 되어 있어.”

  “그거 네 얘기?”

 

 

  대현이 씩 웃으며 말했다. 주훤도 웃고는 있었지만 상당히 열 받은 상태였다. 윤아가 자신의 가방에서 카메라를 꺼냈다. 주훤이 그것에 시선을 두었다. 윤아가 탁자에 카메라를 놓고 주훤을 향해 밀었다. 주훤이 그것을 놓치지 않고 잡았다.

 

 

  “알고 보니 제 임금도 지키지 않고 노동을 요구한 것으로 알고 있어요.”

  “뭐? 그게 정말이야?”

 

 

  외삼촌이 놀라 주훤을 바라봤다. 윤아가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차분하게 말했다.

 

 

  “거기다가 인격 비하는 물론 언어폭력이 난무하며 실제로 우리 구 멤버 한 명에게 육체적인 폭력도 가했다는 증거 자료도 입수 했고요.”

 

 

  주훤이 녹음 재생 버튼을 눌렀다.

 

 

  -거지 같이 여기다 빌붙었으면 일이라도 똑바로 해! 좀 더 제대로 된 걸 만들어 보라고. 너희가 괜히 로제와인에서 겉절이겠냐고. 너희들 때문에 1위에서 밀려났잖아!

 

 

  간혹 무언가 떨어져 깨지는 소리나 누군가 흐느끼는 소리, 주훤의 욕설도 들려왔다. 주훤이 덤덤하게 녹음 목록을 전체 삭제하려는 듯 화면을 눌렀다.

 

 

  “삭제하려고 해도 소용없어요. 곳곳의 컴퓨터와 USB에 옮겨놨으니까.”

 

 

  주훤이 움찔거리며 하던 행동을 멈췄다.

 

 

  “그거, 고발하면 어떻게 되는지 알죠?”

  “지금 그거 협박?”

  “네.”

 

 

  주훤이 어이가 없다는 듯 자신의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실소를 터트렸다. 외삼촌이 굳은 표정으로 자신의 주머니에서 흰 봉투를 꺼내 탁자 위에 올렸다. 그리고는 일어서 주훤을 내려다보았다.

 

 

  “아, 방금 녹음은 신선한 충격이었어. 기한을 두고 찬찬히 진행하려고 했었는데 지금 당장 사람 붙일 테니 이상한 꼼수 부릴 거면 그러지 않는 게 좋아. 여러모로 정신 건강을 생각해서 말이야. 충분히 네가 선을 넘은 것 같으니 애들은 우리가 데려가.”

 

  “애당초 사람들이 이리로 도망쳐온 것은 로제와인의 월말평가 제도 때문에 아닙니까. 그런데 다시 제 발로 그곳을 갈 거라고 생각합니까?”

 

 

  외삼촌의 손이 순간적으로 떨렸다.

 

 

  “올 거라고 확신해. 아, 그리고 그거 얇아보여도 꽤 거금의 수표인 줄 알라고.”

 

 

  대현과 윤아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대현은 한심하다는 듯 주훤을 보다가 외삼촌을 대신해 문을 열어주었다. 윤아는 주훤의 손에 있던 카메라를 빼앗아 혐오스럽다는 듯 주훤을 내려보다가 나갔다. 문 앞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던 비서가 사장실에 들어가자마자 문이 닫혔고 이어서 잔이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대현은 그 소리에 혀를 찼다.

 

 

  ‘쯧, 성질머리하곤.’

 

 

  “아, 정 비서. 아가들 집에 그랜드 파티스 마감 시간 전까지 계약서 보내고 지금 당장 파티스에 사람 하나 붙여. 당장 스카우트 계약할 거니까. 그래 수고해줘.”

 

 

  외삼촌은 자신의 차에 타자마자 긴장이 풀렸는지 등받이에 기대었다.

 

 

  “떨려 죽는 줄 알았다고.”

  “외삼촌 완전 멋있었어요.”

  “하하, 애들 못 데려오면 어쩌지.”

  “좋게 생각해요.”

 

  “내가 뷔페를 이끄는 방식이 잘못 되었나 종종 생각이 들어. 리하 언니인 예라도 주훤도 그 14명도 그걸 못 버티겠다며 떠났으니까.”

 

  “하지만 발전하기 위해서는 꼭 겪어야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누군가의 눈에는 쉬워 보이는 직업도 나름의 고충이 있을 거고 직업을 가지면 필연적으로 생기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우리의 고충이라면 그것이 고충이겠지만요. 저도 여기 초반에는 그 제도가 되게 낯설고 어려웠어요. 대현이가 이 말을 했었을 때 되게 야속하기만 했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최상의 제도라고 생각해요.”

 

 

  대현이 씩 웃으며 맞장구를 쳐주었다.

 

 

  “애당초 정말 잘못된 방법이었다면 저나 규동이도 그렇고 지금껏 버텨온 사람들 역시 진즉에 지금 자리에 없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규동이 대문 앞에서 외삼촌이 오길 기다렸다. 이윽고 외삼촌의 차가 대문 앞에 서자 규동이 기다렸다는 마냥 계단에서 튀어나왔다. 윤아가 먼저 문을 열고 다리 한쪽을 내밀었다. 규동은 윤아가 정장 입은 모습을 보자마자 놀라 눈을 크게 뜨며 입을 꼭 다물었다. 차에 내리며 살짝 눈을 내리깔았던 윤아의 모습은 매우 요염하면서도 멋들어져 보였다.

 

 

  “어, 마중 나온 거야?”

  “응. 어떻게 됐나 궁금해서. 그런데 대현이도 그렇고 둘 다 정장입고 갔어?”

  “중요한 자리인데 아무거나 둘러 입고 가기엔 기선 제압이 안 될 것 같아서.”

  “평소 이미지와 정반대라서 완전 낯설다.”

  “나도 아니까 그 말은 삼가줘.”

 

 

  외삼촌은 대현과 윤아를 집까지 데려다 준 후에 업무로 다시 로제와인으로 돌아가야 했으므로, 윤아가 외삼촌에게 인사를 했다. 차가 떠나고 윤아가 대문으로 걸으려고 할 때 발목을 접질렸다. 규동과 대현이 동시에 윤아의 손목과 팔뚝을 잡아주었다. 대현이 한숨을 쉬며 봉지에 있던 슬리퍼를 꺼내 윤아의 발 앞에 놓았다.

 

 

  “이건 또 언제 준비한 거야?”

  “출발하기 전에. 갈아 신어.”

  “코앞이 집인데.”

  “돌계단 올라야하는데 이런 높은 구두 신으면 또 발목 접질려.”

 

 

  규동이 천천히 윤아의 손목을 놓았다. 대현은 규동의 생각 이상으로 섬세했으며 윤아를 생각해주었다. 윤아는 그런 대현에게 기대며 신발을 갈아신었다.

 

 

  “쯧, 발 다 까졌네.”

  “킬 힐 처음 신는데 적응이 안 되다 보니…….”

  “다신 신지 마.”

  “그래도 신으면 예뻐 보이잖아.”

  “충분히 예쁜데 상처 내면서까지 예뻐지려고 하는 여자들의 심리가 이해가 안돼요.”

 

 

  규동이 대문을 열고 그들의 앞장을 섰다.

 

 

  ‘얘들은 연애하면 할수록 낯선 모습만 보여주네.’

 

 

  규동이 냉장고에서 반찬을 꺼낼 동안 대현이 윤아의 발을 치료해주었다.

 

 

  “아니 구두가 뭐라고 발이 이렇게 까져?”

  “미, 민망하니까 너무 쳐다보진 말아줘.”

 

 

  규동이 부엌에서 나왔다.

 

 

  “난 먼저 올라가볼게.”

  “밥 안 먹어?”

  “난 너희들이 점심시간 걸쳐서 가기에 점심 먹고 오는 줄 알고 이미 먹었었어. 그러다 너희 온다는 전화 와서 마중 나갔던 거고.”

  “그래? 알겠어.”

 

 

  윤아는 계단을 올라가는 규동의 뒷모습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규동의 발걸음이 무척이나 무거웠다. 곧장 테라스로 향하자마자 소파에 누웠다. 그리곤 자신의 팔로 얼굴을 가렸다.

 

 

  “이게 뭐람.”

 

 

  아직까지 윤아를 잊지 못한 자신이 너무나도 한심하고도 대현에게 미안했다. 윤아가 차에서 내려 정장 입은 모습을 보았을 때 또 한 번 두근거림을 느낀 자신에게 화가 났다.

 

 

  “이런 내가 너무 짜증나…….”

 

 

  윤아와 대현이 식사를 하다가 윤아가 말을 걸었다.

 

 

  “규동이 요즘 들어서 기운 없어 보이지 않아?”

  “그렇게 보여?”

 

 

  대현은 밥을 먹으며 뭔가를 알아챈 듯 계단을 바라보았다.

 

  다음날 런치 타임 시작 전, 그랜드 파티스 파티쉐들은 저마다 각자의 디저트를 만들고 있었다. 주훤은 오늘도 어김없이 파티쉐들의 손놀림을 독촉했고, 원래 그랜드 소속이었던 파티쉐들은 디저트를 만들기에만 급급했다. 전 로제와인의 파티쉐들은 주훤과 조리실 분위기를 눈치 보아가면서 디저트를 만들었다. 전 로제와인의 파티쉐들은 즐겁지도, 긴장이 되어 더욱 열심히 하겠다는 생각이 들지도 않았다.

 

  로제와인에 있었을 당시엔 다음 디저트를 위해 열심히 노력하면서 다른 파티쉐들과 머리를 맞대기도 했다. 월말평가를 준비하고 포인트를 보다 더 많이 쌓기 위해 긴장을 늦추지 않고 열심히 노력했는데, 그랜드 파티스에선 전혀 그러한 것들을 찾아볼 수 없었다. 전 로제와인 파티쉐들은 쉬는 시간이 되었을 때 저들끼리 모여 얘기를 나누었다.

 

 

  “너희들도 받았지?”

  “응. 그런데 우리가 정말 가도 되는 자리일까. 너무 염치가 없잖아.”

  “그러게. 윤아나 그런 사람들이 우리를 반긴다고 해도 다른 몇 파티쉐들은 분명 우리들을 원망스럽단 시선으로 볼 텐데 그걸 견딜 자신이 없어.”

 

  “그래도 지금 이 상황보다는 차라리 그걸 견디는 게 나을 것 같은데.”

  “정말 로제와인의 조리실의 중요성이 이렇게 뼈저리게 느낀다.”

  “그래서 우리 어쩔 거야?”

 

 

  잠깐의 정적.

 

 

  “어쩌긴 뭘 어째. 사실 우리들 답은 이미 정해져 있잖아.”

 

 

  파티쉐들은 숙연한 분위기에 고개를 끄덕이기만 했다.

 

  단비가 일찍 도착했다. 평소의 정체시간을 생각해서 애당초 이른 시간부터 준비했기 때문이다. 단비는 졸린 듯 하품을 하며 락커 문을 열었다. 단비가 놀란 듯 눈을 깜빡이며 한동안 제자리에 머물렀다. 이어서 출근을 했던 다른 동기들도 락커에 들어올 때마다 놀란 표정을 지었다. 대현이 들어옴과 동시에 단비가 파티시엘 옷을 갈아입지 않고 락커에서 나갔다. 대현이 단비를 잡으며 말했다.

 

 

  “뭐야? 어딜 가려고?”

  “여기 있을 자리는 아닌 것 같으니까.”

  “뭔 소리야. 그렇다고 무턱대고 나가냐? 마스터와 연락이 닿을 때까지 기다려.”

  “됐어. 내가 가면서 연락드려 놓을게. 마침 새로운 프로그램이 들어와서 고민하고 있던 참이었는데. 난 간다.”

 

 

  단비는 웃지도, 그렇다고 화나거나 슬픈 표정을 짓지도 않았다. 외삼촌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바로 연결이 되었다.

 

 

  -응? 무슨 일이야?

  “마스터, 저 오늘부로 여기 일은 계약이 끝난 걸로 할게요.”

  -뭐? 왜? 갑자기 왜 그래?

  “이번에 제안 들어온 프로그램이 있거든요. 아무래도 그 쪽으로 빠져야할 것 같아요.”

 

  “잠시만 기다려. 벌써 밖으로 나간 거야?”

 

 

  마침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고 외삼촌과 단비가 마주쳤다. 외삼촌이 전화를 끊으며 물었다.

 

 

  “그렇다고 그렇게 갑자기 가는 거야?”

  “아무래도 그렇게 된 것 같아요.”

 

  “곧 있으면 대회 참여권을 두고 올해 최종 순위가 발표되어서 너도 로제와인 소속으로 대회 참여해보라고 권하려고 했었는데.”

  “마음만큼은 로제와인이죠. 권유해주셔서 감사해요. 하지만 로제와인 소속으론 참여 못할 것 같네요. 조만간 식사 한 번 같이 해요.”

 

  “그, 그래. 갑작스럽다만은 내가 조만간 다시 한 번 연락할게.”

 

 

  외삼촌이 악수를 청했다. 단비가 조금은 아쉬운 표정으로 손을 마주잡았다.

 

 

  “네. 잠시 동안이라도 제게 믿고 맡겨주셔서 감사합니다.”

  “나야말로 고맙다.”

 

 

  단비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며 혼잣말을 했다.

 

 

  “아아, 그래도 오랜만에 다시 잡은 일이라 좋았는데. 아쉽게 됐어.”

 

 

  외삼촌은 단비의 일손마저 줄었기 때문에 다른 방안을 새워야겠다며 대근의 번호를 찾으며 조리실 안으로 들어갔다. 모두가 준비중이었는지 아무도 조리실에 없었다. 락커 문을 열며 여전히 핸드폰을 보며 말을 했다.

 

 

  “얘들아, 단비가 갑작스럽게 오늘로부터 일을 못하게 되어서 그런데 내가 대근이나 마땅한 인력을…….”

 

 

  그제야 외삼촌이 수신음을 들음과 동시에 고개를 들었다. 평소보다 인원수가 많아 보였다.

 

 

  “응? 뭔가 인원이 많아 보인다?”

 

 

  계속되는 수신음을 들으며 인원 파악을 하였다.

 

 

  “하나, 둘, 셋, 넷……, 열여섯……, 스물넷…….”

 

 

  -여보세요?

 

 

  외삼촌은 핸드폰을 쥐고 있던 손을 밑으로 떨어뜨렸다.

 

 

  -여보세요? 형님?

 

 

  그 때 옷을 갈아입던 남자가 손만 내밀며 말했다.

 

 

  “마스터, 저도 있어요!”

  “서른…….”

 

 

  대근은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고는 전화를 끊었다.

 

 

  “늦지 않게 잘 왔네. 실컷 속 썩이더니 잘도 왔네.”

 

 

  대현이 파티쉐들을 보며 말했다.

 

  현미가 멋쩍게 뒤통수를 긁적이며 말했다.

 

 

  “속 썩인 만큼 잘해야지.”

 

 

  외삼촌의 뇌리에서 지난 화재 사고 이후로 어제까지의 일들이 스쳐지나갔다. 윤아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때문에 고생했던 순간, 파티쉐들이 자신의 품으로 떠나던 날, 지욱도 그랜드 파티스로 향했고, 대근과 싸우면서도 뒤늦게 호전된 그들의 모습, 이 사람들을 찾기 위해 주훤과 대면했던 나날을.

 

 

  “이게 뭐야, 정말 뭐야…….”

 

 

  기억들이 외삼촌의 마음을 조금씩 건드려 놓았다. 외삼촌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얘들아 고마워. 정말, 정말…….”

 

 

  차마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한 손으로 자신의 눈을 가렸다. 외삼촌은 한동안 수많은 파티쉐들에게 안겨 눈물을 흘렸다. 윤아는 외삼촌의 등을 토닥이며 작게 속삭였다.

 

 

  “외삼촌, 더 이상 어디로 떠나는 일은 없을 거예요. 매번 저희를 위해 힘써주셔서 고마워요.”

 

  어느 때보다 따스하게 느껴졌던 11월의 어느 날.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공지 18일까지 n일에 1편 연재합니다. (건강… 2016 / 12 / 6 1365 0 -
공지 앞으로의 계획 (2) 2016 / 11 / 20 1422 2 -
공지 공모전 마지막 날 그리고 웹툰화 (2) 2016 / 10 / 31 1450 4 -
93 93 겨우 이딴 돈으로 환심사려 하다니 2016 / 12 / 9 665 0 8103   
92 92 이리와요 안아 줄 테니 2016 / 12 / 5 744 0 9259   
91 91 부정행위는 아닙니다 다만 2016 / 12 / 4 850 0 8958   
90 90 내가 저 상황이었으면 당장 죽으러 갔을 지… 2016 / 12 / 4 513 0 7980   
89 89 예선전 D, 죽음의 조 2016 / 12 / 3 517 0 7521   
88 88 God Of Crown, 왕관의 무게를 견뎌라 2016 / 12 / 3 604 0 7400   
87 87 괜찮아 나야 안심해 2016 / 12 / 3 561 0 9024   
86 86 하나 쯤은 어떻게 되도 상관 없잖아 2016 / 12 / 3 697 0 8165   
85 85 에라이 모든 커플 다 망해라 2016 / 12 / 3 683 0 6080   
84 84 너 인마, 울고 있잖아 2016 / 12 / 3 575 0 7044   
83 83 내 아가들 찾으러 왔다 2016 / 12 / 3 678 0 8743   
82 82 거짓말, 이거 진짜야? 2016 / 12 / 3 447 0 6869   
81 81 자네, 보고 있나? 바람은 이루어졌지 2016 / 12 / 3 447 0 6157   
80 80 왜 16명이야, 19명이지 2016 / 12 / 3 522 0 6970   
79 79 해가 서쪽에서 뜨겠네 2016 / 12 / 3 750 0 9801   
78 78 너니까 가능한 거야 2016 / 11 / 29 840 0 8572   
77 77 단 한 번도 널 사랑하지 않은 적이 없어 2016 / 11 / 29 789 0 11402   
76 76 오늘 밤, 방으로 들어와 2016 / 11 / 29 601 0 7223   
75 75 대체 이 이상한 조합은 뭐지 2016 / 11 / 28 730 0 8898   
74 74 우린 단 한 번도 널 2016 / 11 / 28 666 0 11084   
73 73 당신의 모든 것 내가 빼앗아 2016 / 11 / 27 798 0 11412   
72 72 세 번의 변화 2016 / 11 / 26 520 0 10595   
71 71 넌 정리 했어? 2016 / 11 / 26 559 0 8272   
70 70 좋아, 좋아해 2016 / 11 / 25 477 0 9770   
69 69 기회는 이번이 진짜 마지막 2016 / 11 / 25 567 0 10534   
68 68 그 누나는 행복한 사람이네 2016 / 11 / 24 541 0 6712   
67 67 부디 이 아이만큼은 2016 / 11 / 24 844 0 8561   
66 66 너의 한계 2016 / 11 / 24 706 0 8925   
65 65 신은 나의 위치를 실감나게 해 2016 / 11 / 23 855 0 8859   
64 64 이게 무슨 일이야 2016 / 11 / 23 445 0 6137   
 1  2  3  4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