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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어쨌거나 스물넷
작가 : 펙트
작품등록일 : 2016.8.22

경쟁을 통해 올라온 음식들. 좋은 음식이라고 판정받아도 손님들이 찾지 않으면 가차 없이 없애는 이곳은 디저트 뷔페, 로제와인.

 
82 거짓말, 이거 진짜야?
작성일 : 16-12-03 05:26     조회 : 447     추천 : 0     분량 : 68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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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SNS 스타 커플 등장!”

  “그렇게 놀리지 마요.”

 

 

  윤아가 민망하단 표정을 지으며 출근 체크 기계에다 지문을 갖다 댔다. 대현은 계속해서 놀리는 단비의 양쪽 어깨를 잡아 세게 압박하며 마사지 해주었다.

 

 

  “이 누나가 요즘 로제와인 일에 적응하느라 힘들어서 어깨가 많이 뭉친 것 같네?”

 

 

  사건은 이러했다. 지난 저녁 단체 예약 때의 일이었는데, 윤아가 트레이에 재고를 채워 넣을 겸 소진되어 가는 디저트 항목을 보기 위해 홀로 나갔었다. 노파 한 명이 진열대 앞에서 어물쩍 서 있던 것을 윤아가 발견하고는 노파에게 어떤 디저트가 있는지, 노파의 힘없는 이를 생각해서 무르거나 쉽게 삼켜 먹을 수 있는, 많이 달지 않은 음식으로 추천해 직접 담아주었었다.

 

  함께한 무리들은 디저트를 구경하느라 바빠서 미처 노파에게 신경써주지 못한 듯, 자리로 돌아갔을 땐 노파 한 명 뿐이었다. 윤아는 곤란한 듯 표정을 짓다가 다른 일원이 올 때까지 노파에게 한 입씩 떠다 먹여주었다. 그러다 그 일원의 젊은 여성과 아이가 왔었다. 서로 인사를 나누고 윤아가 가려다가 아이가 윤아를 쫄래쫄래 따라왔었다. 윤아가 아이와 뭔가를 대화하는가 싶더니 윤아가 젤라또를 소개시켜주었다. 젤라또 담당 파티쉐가 젤라또를 퍼다주다가 아이에게 주듯 안 주는 시늉을 하며 아이와 장난쳤던 모습을 보였다.

 

 

  -바쁜데 왜 안 와?

 

 

  대현이 윤아를 기다리다 못해 주방에서 나와 한 소리였다. 윤아가 아이를 가리켰고 젤라또 담당 파티쉐는 아이와 놀고 있었다. 대현이 이마를 짚으며 엄지손가락으로 주방장을 가리켰다. 윤아가 아이에게 손을 흔들자, 아이도 윤아와 대현에게 손을 흔들었다. 대현은 못 미더운 표정을 지으면서도 미간을 피며 아이에게 손을 흔들어주었다.

 

  그 사건이 동영상으로 찍혔었다. 처음엔 단체 예약 무리 중 한 명이 파워 블로거였는데, 윤아가 예뻐서 동영상을 찍다가 그 사건이 전체적으로 찍힌 것이었다. 그것을 자신의 블로그 및 SNS에 올려지면서 빠르게 유머 페이지에 확산 되었고 쉽게 눈길을 끌게 되었다.

 

  반응은 좋았다. 본의 아니게 윤아의 미모를 알리려다가 로제와인의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찍혔고, 뷔페의 호감은 급 상승세를 탔다. 대현은 동영상에 자신의 얼굴이 나왔던 것이 부끄러웠는지 그 동영상에다가 댓글을 달았었다.

 

 

  - 제 얼굴만큼은 가려주세요.

 

 

  그 댓글에 또 다른 유저들의 댓글들이 쉴 새 없이 달렸다.

 

 

  - 진짜가 나타났다!

  - 오빠 잘 생겼어요! 잘 생기면 다 오빠야.

  - 와 요리도 잘하는데 잘 생기기까지 하다니. 정했다 내 이상형. 나랑 사귀어주세요 오빠

  - 진짜 존잘. 일반인 입덕 각.

 

 

  대현은 꽤나 적극적인 여자 유저들의 반응에 댓글을 연달아 달았었다.

 

 

  - ;

  - 저 여자친구 있어요.

 

 

  우연히 지나치던 규동이 로제와인 파티쉐들을 태그 걸면서 태클을 걸었다.

 

 

  - 쟤 보세요. 쑥스러워 합니다. 눈꼴 시렵군요.

  - 여러분들 쟤를 입덕하지 말고 나를 입덕하세요.

  - 이래봬도 차도남입니다. 총주방님 무쩌웡!

 

 

  규동과 몇몇 파티쉐들이 놀리자, 대현이 규동의 이름을 태그 걸며 집요하게 댓글을 달았다.

 

 

  - 저한테 왜 그러십니까. 내일 출근 때 두고 보겠습니다. 이.규.동. 파티시에님.

  - 죄송합니다. 총주방장님.

  - 됐어 이 새캬.

 

 

  유쾌했던 그들의 대화도 스크린 캡쳐 되면서 더욱 화제가 되었다. 단비는 이 반응을 보고 유레카, 라고 외쳤다. 화기애애한 모습을 실시간으로 업데이트하여 올리면 로제와인의 간접 홍보가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평소에도 사진을 잘 찍던 단비기에 자신의 가방에서 카메라를 꺼냈다. 대현이 놀란 듯 단비의 어깨에 손을 뗐다.

 

 

  “미친 거 아냐? 무슨 어떻게 그 가방에서 대포 카메라가 나와.”

 

 

  찰칵.

 

 

  “아, 찍지 마!”

 

 

  대현이 급히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가렸지만 이미 찍힌 뒤였다. 윤아는 갑자기 플래시 터지는 소리에 놀라 뒤로 돌아보았다. 단비가 여러 번 셔터를 눌렀다. 윤아가 당황한 듯 사물함에다 얼굴을 집어넣었다.

 

 

  “언니 저 일하기 전이라 부스스 하단 말이에요.”

 

 

  단비는 뭐가 그리도 즐거웠던 것인지 호탕하게 웃었다. 이후로 오픈 시간, 휴식 시간, 홀에 나가서까지 여러 사람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조리실에서 진지하게 작업을 하고 있는 파티시엘, 몇몇 사람들끼리 얼굴 몰아주기 엽기 사진을 찍은 모습, 몰래 작은 그릇에다가 젤라또를 먹다가 들켜서 급히 숨은 파티시에, 휴식시간에 잠시 곯아떨어져 입 벌리고 자는 파티시에, 티격 거리는 리하와 규동, 진지하게 손가락 게임에 임하는 외국인 파티시에와 이제 곧 서른이 다 되어 가는 파티시에, 호텔리어와 웃으며 대화를 나누는 파티시엘, 단비의 셀프 사진을 말이다.

 

  윤아는 퇴근 시간이 되어서 단비가 찍은 사진들을 핸드폰을 통해 전송 받아서 구경하고 있었다. 대현은 소파에 앉은 윤아를 따라 앉아 윤아와 머리를 맞대며 그것을 보았다. 그들은 엽기 사진을 크게 확대하며 웃었다. 그러다 윤아의 분위기 있는 사진이 나왔는데 대현이 윤아의 핸드폰을 빼앗아 얼굴을 확대했다. 예뻐 보였던 얼굴을 더 크게 확대해서 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윤아가 당장 지울 거라며 소파에 무릎을 세워 핸드폰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나 대현이 팔을 뒤로 빼서 윤아의 손에 닿지 않게 했다.

 

 

  “왜 예쁜데.”

  “뭐가 예뻐. 앞머리가 이상하단 말이야. 이리 줘.”

  “앞머리가 이상하단 말이야. 이리 줘어.”

 

  “따라하지 마. 바보야.”

  “따라하지 마. 바보야.”

  “도대현 바보.”

  “임윤아 바보.”

  “이씨.”

 

 

  윤아가 양손으로 대현의 볼을 주물럭거렸다. 대현이 눈웃음 지었다. 그 때 옆에서 웃음소리가 들렸다. 대현이 옆으로 돌아보았다. 어느새 카메라를 들고 주시하던 단비가 서 있었다. 무엇이 웃겼던 것인지 계속 웃고 있었다. 대현이 여전히 윤아에게 붙잡힌 상태로 말했다.

 

 

  “사진 찍지 마.”

  “동영상인데?”

  “뭐?”

 

 

  대현이 그 말을 듣자마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소파 등받이를 짚어 뛰어넘었다. 단비는 위험하다는 촉을 느꼈는지 동영상이 여전히 찍히고 있는 상태에서 도망쳤다. 단비가 헥헥 거리며 간혹 자신의 얼굴과 뒤에서 쫒아오는 대현을 찍었다. 그러다 대현이 단비의 옷자락을 잡았다.

 

 

  “이리와, 이리와. 어서 내놔.”

 

 

  그 동영상도 결국엔 단비의 개인 페이지에 올려졌다.

 

 

  -끝까지 동영상을 지켜냈습니다, 여러분. 신성한 일자리에서 총주방장과 부총주방장이 사내 연애를 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각종 페이지에서 흔한 직장의 동료들 모습 혹은 흔한 직장 동료의 외모로 화제를 끌었다.

 

 

  - 아 총주방장님과 부총주방장님 입덕했는데 둘이 사귀는 사이였다니.

  - 잘 가라 나의 여신. 행복했다. 보내준다.

 

  - 저기 어떻게 입사하는 거죠? 당장 짐 싸서 서울 가야겠다.

  - 보통 뷔페 운영하면 셰프랑 호텔리어는 친하기 어려운데 저긴 분위기가 정말 좋은 듯.

 

  - 혹시 주방장 책임자는 외모로 뽑나요?

  - 연애 진짜 달달하게 한다. 여친 말 따라하면서 눈웃음 짓는 사람 대박.

 

 

  단비는 핸드폰을 통해 실시간으로 사람들의 반응을 보며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좋았어. 반응 좋아. 괜찮은 상승세야.’

 

 

  대현과 윤아가 단비의 옆 자리에 앉았다.

 

 

  “아주 그냥 얄미워 죽을 것 같다.”

  “오늘도 신나게 찍어줄까?”

 

 

  대현이 암묵적으로 단비를 노려보았다. 단비는 대현의 반응에 크게 웃었다. 대현은 고개를 좌우로 흔들고는 고개를 윤아에게 돌렸다.

 

 

  “안 그래도 가뜩이나 피곤한데 쟤가 사진 찍은 이후로 더 피곤해진 것 같아. 심신의 안정이 필요해.”

  “왜, 재밌잖아?”

 

 

  단비가 대현의 대화에 끼어들자 대현이 포기했다는 표정을 지었다. 윤아도 단비의 편을 들어주었다.

 

 

  “그래도 재밌지 않아? 내가 처음 여기 입사했을 때보다 분위기가 많이 좋아졌다고 생각해.”

  “그렇긴 하지. 매번 경쟁에 치여 살았는데 지금은 다들 조금씩 여유를 찾고 경계를 풀었달까. 옛날의 로제와인이라면 가히 상상할 수 없었던 분위기였지만 말이야. 이게 다 네 덕이지.”

  “나?”

 

  “확실히 네가 여기 오면서부터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어.”

  “난 한 게 없는 걸.”

  “내가 그렇다면 그런 줄 알아. 진심으로 한 소리니까.”

 

 

  단비는 대현의 말을 듣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대현의 말에 공감한다는 뜻이었다. 윤아는 그 말에 기분이 좋았는지 쑥스러워했다.

 

 

  “이 자리에 없는 파티쉐들도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아쉬워. 언제쯤 데려오면 좋을까.”

 

  “글쎄. 그들은 페이 조건이 더 좋고 대우를 잘해주며 월말평가 제도가 없다는 하에서 간 거니까. 게다가 그 당시엔 그랜드 파티스가 1위였고. 적어도 우리가 그들을 데리고 오려면 우리가 1위한 순간이 아닐까.”

  “어서 우리 자리 되찾았으면 좋겠다. 어서 데려오게.”

 

  “너무 조급해하지마. 반드시 그런 기회가 올 테니까.”

 

 

  윤아는 대현의 타이름에 고개를 끄덕였다. 반드시 그러리라.

 

  갓 11월로 달력이 넘어간 날. 일찍 출근을 한 대현이 노트북을 켜 사이트에 접속했다. 요즘 계속 상승세를 탔기 때문에 혹시나, 하는 기대를 걸고 있었다. 마침 대현에게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아, 벌써 출근했어?

  “근데 왜? 너 오늘 출근 안 하냐?”

  -가는 중이야. 정체 돼서 시간이 좀 더 걸릴 뿐이야. 윤아는? 전화 안 받던데.

  “옷 갈아입는 중. 근데 윤아는 왜 찾아?”

 

 

  대현이 의심스럽다는 목소리로 물었다. 단비의 목소리가 매우 들떴기 때문에 또 무슨 꿍꿍이가 있을지에 대해 불안했다.

 

 

  “너 또 히죽거리는 거 보니 이상한 거 또 올렸지?”

 

 

  사이트 로그인 후 로딩이 되자마자 바로 보이는 3위 그래프를 보았다.

 

 

  -크큭, 이젠 내가 웃자마자 그 소리 하네.

  “그럼 뭔데. 어? 야 잠시만. 끊어봐. 이게 뭐야. 왜 3위권에 우리 이름이 없어?”

 

 

  주변에 있던 규동과 리하가 대현의 말에 놀라 몰려들었다. 정말로 3위권에 로제와인의 이름이 아니라 4위였던 체리쉬 명단이 떴다. 단비는 대현이 느끼는 심각성을 모르고 흥겨운 목소리로 대화를 이었지만 대현의 귀에는 전혀 들리지 않았다.

 

 

  “밑으로 가봐. 체리쉬 4위였잖아. 그새 우리 밑으로 내려 간 거야?”

 

 

  규동이 다급하게 부추겼다. 대현이 4위 페이지로 갔지만 다른 뷔페였다. 5위로 내려가도 역시 로제와인의 이름이 없었다.

 

 

  -축하해.

 

 

  규동이 로제와인의 순위를 찾기 위해 마우스를 대신 잡고 페이지를 이동했다. 대현은 그것을 지켜보며 분위기 파악을 하지 못한 단비에게 약간의 짜증을 부렸다.

 

 

  “뭘 축하해 기지배야. 가뜩이나 우리 순위가 안 보이는데 이상한 소리할 거면 전화 끊…….”

  -로제와인이 1위 탈환한 것을.

 

 

  4위 메리 앤 베리

  3위 체리쉬

  2위 그랜드 파티스

  1위 로제와인

 

 

  “내가 지금 뭐 잘못 본 건 아니겠지…….”

 

 

  대현은 단비와 전화 통화 중인데도 휴대폰을 노트북 옆에 내려놓았다. 대현의 주위에 있던 파티쉐들은 서로 껴안으며 좋아하고 있었다. 파티쉐들의 함성소리가 대현의 귓전을 때렸다. 대현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자신에게 어깨동무를 하는 명수에게 팔로 명수의 허리를 감쌌다. 그리고 대현도 다른 사람들과 함께 소리치며 좋아했다. 리하와 규동은 누구라 먼저 할 것 없이 동시에 서로를 안다가 얼마 가지 않아, 황급히 떨어지며 서로를 이상하게 쳐다보았다. 그러다 규동이 먼저 웃음을 터트렸다. 리하는 오늘 만큼은 기분이 좋았기 때문에 규동에게 어깨동무를 했고, 규동도 리하에게 어깨동무를 했다.

 

  윤아는 갑작스런 환호에 놀라며 피팅룸 문을 열었다.

 

 

  “뭔데? 뭔데?”

 

 

  효린이 노트북을 들고 윤아에게 보여주었다.

 

 

  “와!”

 

 

  윤아도 모르게 탄성이 나왔다.

 

 

  “거짓말. 이거 진짜야?”

 

 

  윤아는 한 번 더 새로 고침 버튼을 눌렀다. 여전히 1위라는 것은 변함이 없었다. 50% 전문가 평가와 50% 인지도로 나타나는 그래프에서 전체적 순위로 보아 로제와인의 인지도가 절대적이었다. 윤아는 그제야 실감한 듯 효린과 껴안았다.

 

 

  단비는 수화기 너머 들려오는 사람들의 환호 소리에 웃음을 터트리고는, 대현에게 말없이 먼저 전화를 끊었다.

 

 

  “아, 역시 즐거워.”

 

 

  주훤 역시 로제와인이 그랜드 파티스를 제치고 1위가 했다는 사실을 접한 상황이었다. 최근에 지욱이 마스터 자리를 내놓았던 지라, 현재 조리실 안의 파티쉐들을 제대로 지휘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가뜩이나 진행이 더뎌지는 상황에, 더 이상 나올 아이디어는 없었고, 로제와인처럼 경쟁을 하는 시스템이 아니었기 때문에, 모두들 그저 디저트를 만들려고 할 뿐이었다. 유명세를 타고 있는 로제와인에게 1위 자리를 내놓는다는 건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던 것일지도 몰랐다.

 

  탕탕! 주훤은 화가 치밀어 올라 책상을 주먹으로 마구 내리쳤다. 온몸이 부르르 떨려왔다. 기분이 몹시 더러웠다.

  디너 타임이 끝나고 청소할 시각, 그랜드 파티스의 조리실 분위기는 매우 숙연했다. 주훤이 파티쉐들에게 욕을 퍼부으며 행동에 대해 비하 발언을 했었다. 고작 그 따위 디저트 밖에 못 만든다는 둥, 어서 신선한 소재의 디저트를 만들라는 둥 심적으로 닦달했었다. 전 로제와인 파티쉐였던 몇몇 사람들은 청소를 하다 말고 멍하게 일어서 있기만 했다. 그 중 현미가 시선을 아래로 깔며 말했다. 다른 파티쉐들은 현미의 말에 맞장구를 치며 대화를 이어갔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로제와인에 남아 있어야 했던 건데.”

 

  “내 말이. 괜히 여기 와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잖아. 기존 그랜드 파티쉐들한테 매번 무시만 당하고, 임금도 계약했던 것만큼 주지도 않고. 언어폭력은 기본이고. 나주훤 저 사람은 사장이 되었다고 우리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야.”

 

  “그러고 보니 윤아 이제 다시 활동한다던데, 걔네 엄마인 김 율도 다시 활동한데.”

  “진짜? 잘 됐네. 이제 로제와인은 승승장구 할 날만 남았구나. 괜히 여기 왔다, 우리…….”

  “괜히 마스터 속만 썩이게 됐지, 뭐.”

 

 

  현미는 문득 떠오르는 리하를 생각하며 다시 밀대 질을 시작했다.

 

 

  “그래도 잘된 일이야. 로제와인이 다시 원래대로 돌아와서. 우린 잠시 유혹에 흔들려서 의리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한 속죄로 생각하고 여기서 일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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