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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어쨌거나 스물넷
작가 : 펙트
작품등록일 : 2016.8.22

경쟁을 통해 올라온 음식들. 좋은 음식이라고 판정받아도 손님들이 찾지 않으면 가차 없이 없애는 이곳은 디저트 뷔페, 로제와인.

 
78 너니까 가능한 거야
작성일 : 16-11-29 21:40     조회 : 839     추천 : 0     분량 : 85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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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그 시각, 대현은 빵집 뒤에 서 있었다. 윤아가 조리실 문을 열어 놓았기 때문에, 윤아가 무엇을 하는지 모두 들을 수 있었다. 대현은 윤아의 절규를 들으면서 천천히 벽을 타고 쭈그려 앉았다. 한 손으로 자신의 앞머리를 쥐어뜯듯이 잡고는 눈을 감았다. 윤아의 처절한 목소리를 들을 때마다 대현의 한쪽 눈썹이 찡그려졌다.

 

  윤아는 노인에게 개인적으로 허락을 맡은 뒤, 규동과 함께 조리실에서 연습했다. 원래의 계획대로라면 윤아 혼자 오려고 했지만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규동도 함께 왔다. 윤아는 다른 것들은 착실하게 해냈는데, 유독 손이 냄비 같은 물건에 데거나 오븐 손잡이를 잡을 때마다 발작 증세가 나타났다. 규동은 조리실 바닥에 거의 쓰러질 듯 주저앉아 울부짖는 윤아의 앞에서 쩔쩔 맸다. 윤아가 이럴 때마다 대현이 숫자를 세줬는데, 막상 윤아의 곁에 자신 혼자 밖에 없으니 막막하기만 했다. 규동은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조심스럽게 윤아에게 손을 뻗었다.

 

 

  ‘만약 내가 윤아를, 내가 좀 더 일찍 적극적으로 이끌어줬더라면…….’

 

 

  규동은 윤아의 어깨를 잡고 입술을 뗐다. 천천히 숫자를 외쳤다.

 

 

  ‘나도 할 수 있을까…….’

 

 

  “하나. 둘. 셋. 넷. 다섯…….”

 

 

  숫자를 센 지 열이 지났다. 규동은 여전히 상황이 좋지 못한 윤아를 보니 떨리는 가슴을 주체할 수 없었다.

 

 

  “스물, 스물하나, 스물둘, 스물셋, 스물넷.”

 

 

  스물넷까지 세워져서야 윤아는 안정을 되찾았다. 규동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쉬며 윤아에게 말을 꺼내려했는데, 윤아는 지치는 바람에 까무룩 잠들었다. 규동은 주변을 정리한 뒤 윤아를 업고 밖으로 나갔다. 대현이 벽에 기대어 쭈그려 앉은 모습을 발견했다. 대현은 규동과 윤아를 보았는데도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왜 윤아 안 도와줬어?”

  “네가 대신 도와줬잖아.”

  “윤아가 힘들 때 가장 힘이 되는 사람은 나보다 너야. 네가 윤아 남자친구잖아.”

  “춥다. 걔 빨리 방에 들여다 보내.”

 

 

  규동은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먼저 자리를 떴다. 대현은 고개를 숙이며 상상했다. 방금 전까지 윤아가 조리실에서 울부짖었을 때의 상황을. 그러고 나서 다른 한 손으로 주먹을 쥐고 자신의 무릎을 점점 빠른 속도로, 점점 더 세게 내리쳤다.

 

 

  “내가 어떻게 해줘야 하냐고.”

 

 

  규동이 민박집에 들어서자, 대근과 눈이 마주쳤다. 대근은 규동에게 업혀 잠든 윤아를 보다가, 유독 힘없이 축 늘어진 윤아의 손을 보았다. 윤아의 손은 베이고, 까지고, 데여서 엉망일 대로 엉망이 되었다. 대근은 시선을 회피하며 다른 곳으로 향했고, 규동은 윤아의 방으로 데려갔다.

 

 

  “뭐야, 너희 어디 갔다 왔어?”

  “단비 누나 깨 있었어?”

  “응. 잠이 안 와서.”

  “윤아, 빵집에서 연습하다가 왔어. 계속 추운 곳에 있었으니까 몸 따뜻하게 해줘.”

  “근데 대현이는 뭐하는데 네가……?”

 

 

  규동은 머쓱했던 것인지 뒤통수를 긁적이며 말했다.

 

 

  “그게, 요즘 따라 대현이랑 윤아가 서로 피하더라고.”

  “싸웠어?”

  “그런 거 아닐까. 윤아가 계속 피하니까 대현이도 피하는 것 같아.”

  “흐음, 어쨌든 알겠어. 얼른 자. 내일 나, 너, 대현이 이렇게 당번이잖아.”

  “응. 윤아 꼭 좀 잘 부탁해. 누나도 얼른 자고.”

  “그래.”

 

 

  단비는 규동이 대신 문을 닫아주고 나서야 윤아에게 이불을 덮어줄 수 있었다. 단비는 윤아의 흐트러진 앞머리를 정리해주며 한참을 쳐다보았다.

 

 

  ‘보통 사람의 정신이었으면 불가능했지. 너니까 이런 것도 버틸 수 있는 거야, 윤아.’

 

 

 -

 

 

  대현이 재고가 떨어진 빵을 채울 때였다. 율이 들어왔다. 대현이 놀란 눈을 하고서 율에게 물었다.

 

 

  “여긴 어쩐 일로 오셨어요?”

  “내가 만들 메뉴, 초콜릿으로 더 추가해도 되지?”

  “그래도 상관은 없는데…….”

  “그럼 됐어.”

 

 

  율은 앞치마를 두르며 단비의 옆에 섰다. 율은 숨을 크게 들이쉬고 내쉬며 단비를 쳐다보았다. 단비가 활짝 웃으며 율에게 힘내라는 듯 입모양을 한 뒤, 주먹을 쥐어 ‘아자’라고 했다. 율은 조용히 숨을 고르고 초콜릿 템퍼링(안정적인 결정을 만들기 위한 열처리)을 위한 세팅을 한 뒤 중탕한 초콜릿을 철판에 부었다. 그 다음 스크래퍼로 초콜릿을 휘저으면서 간간히 온도를 측정했다. 어느 정도 완성이 되었다고 싶을 때, 초콜릿을 틀에 넣었다. 규동과 대현은 처음 보는 율의 기술에 잠시 동안 시선을 머물렀다.

 

 

  “역시 스승님이라면 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율은 싱긋 웃으며 말했다.

 

 

  “어서 준비하고 손님들을 맞이하자.”

 

 

  그들은 준비를 끝마치고 손님들을 맞이했다.

 

 

  “그 첫날에 여기에 있었던 빵은 더 이상 안 나와요?”

  “개인적으로 그 피자빵 되게 맛있었는데.”

 

 

  윤아가 만들었던 피자빵이었다.

 

 

  “그 파티쉐가 쉴 겸 오다가 하루 도와준 거라서요. 조만간 한 번 다시 맛 보실 수 있을 거예요.”

  “그 때가 언제예요?”

  “그건 저도 잘 모르겠어요. 죄송합니다.”

  “그럼, 다음에 또 오다가 허탕 칠 수도 있으니까 전화번호 남겨도 되죠?”

  “네네. 그 빵이 되게 맛있었나 보네요?”

  “네. 되게 쫀득쫀득한 게 아, 군침 돋아.”

 

 

  단비가 웃으며 자신이 만들어놓은 초콜릿 한 봉지를 건넸다.

 

 

  “이건 죄송한 마음에 드리는 작은 서비스예요.”

 

 

  대현은 손님이 나가는 것을 보고 씩 웃었다.

 

 

  ‘걔가 저 사람들을 봐야할 텐데.’

 

 

  영업시간이 끝나자마자 대현은 율을 따로 불렀다. 율은 대현이 왜 불렀는지 어느 정도 눈치 챘던 것인지 먼저 말을 꺼냈다.

 

 

  “어떻게 극복 했느냔 말이지?”

  “네? 아, 네.”

  “소중한 사람이 옆에서 응원해준다면 돼. 내겐 단비가 제자니까, 단비가 용기 낼 수 있는 말을 해줬거든.”

  “제가 아무리 용기 주는 말을 해도, 임윤아는 아직까지 저 상태에 머무르고 있어요.”

 

 

  대현의 시선이 자꾸만 아래로 향했다.

 

 

  “죄송합니다. 제가 부족한 탓에 임윤아가 아직도 저렇게 고생하고 있는 것 같아요.”

 

 

  율은 대현의 말에 황급히 손사래를 치며 대현의 손을 꼭 잡아주었다.

 

 

  “아냐, 아냐. 대현이가 우리 윤아의 남자친구라서 얼마나 다행인데. 윤아한테 티를 안 내는 것뿐이지 엄청 노력해주잖아? 윤아도 언젠가 알아주는 날이 올 거야. 미안해, 못난 부모가 윤아를 키우는 바람에 너마저 힘들게 해버렸어.”

 

  “아뇨, 전 괜찮아요. 오히려 임윤아를 맡겨주셔서 감사하죠.”

 

  “이성친구의 좋은 점은, 부모도 동성친구도 챙겨주고 공감할 수 없는 걸 채워주거든. 윤아가 고등학교도 대학교도 나오지 못한데다가 우리도 챙겨주지 못했으니까 네가 많이 챙겨줘. 필요한 거 있으면 언제든 말하고. 오늘 윤아 닭죽 만드는 거 다시 가르쳐 줄 테니까 부엌으로 와.”

 

  “네.”

 

 

  대현은 규동이 저 멀리서 부르는 것을 듣고는, 율에게 목례한 뒤 규동에게 갔다. 규동이 무슨 얘기를 나눴는지 물어보기에, 대현은 고개를 좌우로 흔들기만 했다. 단비는 율과 그들의 뒤에서 천천히 걸으며 대화를 나눴다.

 

 

  “대현이가 네 사촌 동생이라고 했지?”

  “네.”

  “그 아이도 네 사촌 동생이라고 했지 않아? 지욱인가?”

  “네.”

 

  “걘 빵집에서 활동하고 밥 먹을 때 외에 잘 눈에 띄지 않는 것 같은데.”

  “볼 면목이 없어서 그럴 거예요.”

  “왜?”

  “글쎄요. 딱히 할 게 없으면 주변 구경하거나 독서하더라고요.”

 

  “흐음, 걔도 이왕 여기 왔으니 좋은 것만 느끼고 갔으면 좋겠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스승님, 오랜만에 초콜릿 만드니까 좋죠?”

  “응. 마냥 어려울 줄 알았는데 하다보니까 마음이 편해지더라. 어서 우리 윤아도 잘 이겨내야 할 텐데.”

 

 

  규동은 대현이 씻으러 갈 동안 윤아를 보살피기 위해 윤아의 방으로 갔다. 윤아네 방문은 활짝 열린 상태였다. 윤아는 다리를 반 쯤 마루에 걸친 채로 방 쪽을 향해 누워 자고 있었다. 규동은 자신의 주머니에 있던 밴드와 약을 꺼내며 마루에 앉았다. 윤아의 손을 고치기 전에 먼저 윤아의 얼굴을 보았다. 그나마 있었던 볼 살마저 빠져서 더욱 야위어보였다. 규동은 윤아의 눈가가 촉촉한 것을 발견하고는 천천히 눈가로 손을 뻗었다. 그 때, 대현이 머리 위에 흰 수건을 걸친 상태로 규동을 불렀다. 규동은 손을 뻗다말고 대현을 향해 고갤 돌렸다. 대현은 골반을 짚고 있던 손을 규동에게 뻗었다. 그리고는 다른 한 손으로 머리를 털며 말했다.

 

 

  “너 이제 씻으러 가라.”

  “실컷 보살펴 주지도 않다가 이제 와서 챙겨주는 건 뭐야?”

  “나 나름 보살펴 주고 있다.”

 

  “윤아를 정말 걱정하긴 해? 윤아가 힘들 땐 넌 계속 피했잖아. 솔직히 친구니까 하는 말인데, 윤아가 매번 아파하는 모습 보면 나도 힘들어. 넌 안 그래?”

  “나라고 안 힘든 줄 아냐.”

 

 

  대현은 머리를 털던 손을 아래로 떨구며 말했다. 규동은 흰 수건으로 한 쪽 눈이 가려진 대현을 올려다보다가 여전히 자신에게 뻗은 손에 약품을 주었다. 자리에서 일어나며 대현의 수건을 빼앗았다.

 

 

  “그래, 내가 참견해야할 부분은 아니지. 이건 내가 가져간다.”

 

 

  대현은 규동이 가는 것을 본 다음 다시 고개를 돌려 윤아의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선선한 바람이 불면서 윤아의 치마가 옅게 흔들렸다. 대현은 혀를 차며 자신의 후드 집업을 벗어 윤아의 다리에 덮어주었다. 그러고 나서 윤아와 마주보게 윤아의 옆에 앉았다. 윤아의 한쪽 손을 들어 자신의 손 위에 올렸다. 대현의 손 안에 윤아의 작은 손이 들어왔다. 대현은 윤아의 손을 엄지손가락으로 어루만졌다.

 

 

  “여자 손이 이게 뭐냐. 완전 엉망이잖아…….”

 

 

  대현은 윤아가 깨지 않게 조심스럽게 치료해주고는 반대 쪽 손을 잡고 들었다. 윤아가 잠결에 몸을 뒤척이며 대현을 향해 누웠다. 대현은 윤아가 깬 줄 알고 화들짝 놀라며 몸을 뒤로 내빼다가, 다시 원상태의 자세로 복귀했다. 대현은 윤아의 치료를 완전히 끝낸 뒤에 바닥에 내려놓았다. 그 다음 윤아의 눈가에 맺힌 눈물을 한 손으로 훔쳤다. 때마침 단비가 저녁 먹으러 오라며 대현을 향해 소리치며 다가갔다. 대현은 단비를 향해 쉿. 이란 입모양을 하며 검지손가락을 자신의 입에 갖다 댔다. 단비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대현에게 다가갔다. 윤아가 곤히 잠든 모습을 보고서야 깨달은 듯 대현에게만 들리도록 작게 말했다.

 

 

  “국 식기 전에 빨리 와.”

  “먼저 가서 먹고 있어.”

  “어휴, 그럴 거면 그냥 대놓고 윤아를 챙겨주지 이렇게 몰래 챙겨주면 윤아가 알겠어?”

  “뭐 하러 애 하나 챙겨주는데 티 나게 챙겨줘? 챙겨주면 챙겨주는 거지. 내 국 빼줘. 나 딴 거 먹을 거야.”

  “뭐 먹을 건데?”

  “닭죽.”

 

 

  단비는 대현을 이상한 눈초리로 보며 생각했다.

 

 

  ‘저 녀석, 그래도 챙겨줄 건 잘 챙겨주네. 하긴, 너도 너대로 힘들 거다. 엄청 속앓이 할 테지. 둘 다 힘내길 바라.’

 

 

  “그러시든지. 나 먼저 간다.”

 

 

  단비는 대현에게 손을 흔들며 자리를 떴다. 대현이 다시 고개를 돌려 윤아를 보았는데, 대현의 머리칼에 머금었던 물이 윤아의 볼에 떨어졌다. 볼을 타고 입가까지 흘렀을 때, 윤아는 천천히 눈을 떴다. 대현은 저도 모르게 놀라 엉덩이를 뒤로 빼다가 뒤통수와 문이 부딪혔다. 쾅, 하는 소리에 놀라, 윤아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윤아가 놀란 눈으로 대현을 바라보자, 대현은 자리에서 일어나 잠시 우왕좌왕하다가 죽을 갖고 오겠다며 밖으로 나갔다. 윤아는 자신의 다리에 덮어진 대현의 후드티를 잡으며, 신발을 벗고 마루에 앉았다.

 

 

  대현이 부엌에 들어서자 외삼촌과 율이 보였다. 율이 외삼촌에게 국을 더 달라고 빈 그릇을 넘겨주었을 때였다.

 

 

  “대현아, 왜 밥 안 먹어?”

 

 

  외삼촌이 물었다.

 

 

  “아, 죽 먹으려고요.”

  “죽? 너도 어디 아파?”

  “아뇨. 그냥 죽이 먹고 싶어서요.”

 

 

  대현은 윤아의 몫까지 그릇에 담은 다음 그들보다 먼저 부엌에서 나갔다. 율이 외삼촌의 빈 그릇에 국을 담으며 말했다.

 

 

  “저 죽 대현이가 만들었어.”

  “뭐? 정말? 대현이 요리 못하는데?”

  “못해서 배우는 한이 있어도 윤아를 챙겨주고 싶었겠지.”

 

 

  외삼촌이 율에게 국그릇을 건네받으며 말했다.

 

 

  “대현이도 많이 좋아졌네……. 대현이는 연속으로 안 좋은 일이 터지고 나서 로제와인 신참이라면 무조건 박하게 깠거든. 조금이라도 못하면 그 사람의 사정 볼 것 없이 나무랐지. 사람에 대한 혐오심이 있었던 건지, 사람들과 그리 섞여들려고 하지도 않았어.”

 

  “정말? 내 눈엔 전혀 안 그렇게 보이는데.”

 

  “처음에 윤아가 로제와인에 들어왔을 때, 내가 대현이한테 무턱대고 맡겼어. 윤아가 적응할 때까지 잘 부탁한다고. 윤아와 같은 또래이기도 하고 대현이가 실력이 제일 좋으니까 맡긴 것도 있긴 하지만, 부족한 윤아를 도와주면서 대현이 다른 사람과 협동심을 기를 수 있고, 다른 사람을 생각하는 마음을 길러주고 싶었거든. 대현이는 우리 스승님의 손자이기도 하고, 내 제자기도 하니까 잘 해낼 수 있을 거라고 믿었지. 그런 애가 우리 윤아의 남자친구라서 난 다행이라고 생각해.”

 

  “나도. 윤아가 어서 기운 차렸으면 좋겠어. 내가 누리지 못했던 젊은 나날의 추억들, 윤아는 조금이라도 더 만끽했으면 해.”

 

 

  한편, 대현은 윤아에게 닭죽을 건넸다. 윤아는 다리에 대현의 후드 집업을 덮은 채 쭈그리고 앉아 있었다. 대현은 아무래도 상관없는 듯 윤아에게 닭죽을 건네자마자, 윤아와 멀찍이 떨어져 마루에 앉아 닭죽을 먹기 시작했다. 그러다 종종 윤아를 힐끔 쳐다보았다. 윤아는 여전히 기운이 없는 상황이었다. 대현은 숨을 깊게 들이쉬며 윤아에게 괜한 시비를 걸었다.

 

 

  “넌 뭐 먹여줘도 힘이 하나도 없냐?”

 

 

  윤아는 대현의 말에 가만히 죽을 먹기만 했다. 맞받아쳐줄 말이 떠오르지 않기 때문이었다. 대현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죽만 먹는 윤아의 행동에 조금씩 짜증나기 시작했다.

 

 

  “언제까지 그렇게 풀이 죽어 있을 거야? 잘 극복하겠다고 말한 지 얼마나 지났다고 그렇게 풀이 죽을 거냐고. 말만으로 노력하겠다, 잘 하겠다, 최선을 다하겠다, 해놓고 지금까지 해낸 게 아무것도 없잖아. 그렇다고 계속 힘이라도 넘쳐나? 밥도 안 먹고, 말도 잘 안 하고, 방 안에만 박혀있고.”

 

 

  윤아는 먹다가 울컥해 죽에 숟가락을 담근 것을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괜히 걱정되게.”

 

 

  한동안 정적이 흘렀다. 대현은 저도 모르게 화풀이 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윤아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윤아가 먹고 있던 닭죽은 그리 줄어들지 않은 상태로 바닥에 놓여 있었다. 대현의 시선이 위로 향했다. 윤아는 두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가린 채 몸을 더욱 웅크리고 있었다. 대현은 황급히 죽을 바닥에 내려놓고 윤아에게 다가갔다. 윤아의 옆에 놓인 그릇을 옆으로 치우고, 윤아의 옆에 쭈그려 앉아 윤아와 마주했다.

 

 

  “야, 울어?”

 

 

  대현이 윤아의 오른쪽 어깨에 손을 얹었다. 윤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대현이 잡은 어깨를 살짝 흔들며 당황한 목소리로 물었다.

 

 

  “야, 우냐니까? 미안, 나도 모르게 화풀이 했다. 심한 말해서 미안. 윤아, 울지 마. 어?”

 

 

  윤아의 어깨가 조금씩 떨려오는 게 느껴졌다. 대현은 휘둥그레진 눈으로 그것을 내려다보았다. 점차 떨려오는 강도가 심해졌다. 대현은 윤아의 어깨를 잡았던 손으로 윤아의 뒤통수를 부드럽게 잡으며, 다른 한 손으로 윤아의 등을 감싸 끌어안았다. 얼굴을 윤아의 머리카락에 파묻히며 속삭였다.

 

 

  “제발 울지 마, 윤아…….”

 

 

  대현은 한동안 윤아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그러다 윤아의 몸이 떨리지 않게 될 쯤 윤아가 고개를 들기 전에, 머리카락으로 가려진 윤아의 볼에다가 뽀뽀를 했다. 그리고 윤아가 고개를 조금씩 들려고 할 때, 대현이 먼저 자리를 떴다. 분명 윤아는 대현에게 우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을 것이었다. 그 날 밤, 대현은 잠을 이루지 못했다. 팔베개를 하며 천장을 바라보다 옆으로 몸을 돌렸다. 아직 잠들지 않은 지욱과 눈이 마주쳤다. 대현은 혀를 차며 반대쪽으로 몸을 돌렸다.

 

 

  ‘내일이면 가야하는데 이런 상태론 헤어지기 싫어.’

 

 

  대현이 자리에서 일어나 윤아네 방으로 향했다. 마침 화장실을 다녀온 단비와 마주쳤다.

 

 

  “임윤아는?”

  “응? 너랑 있던 거 아니었어? 방금 전에 나갔는데.”

  “뭐?”

 

 

  그 시각 지욱이 노크 소리에 졸린 눈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누군가 문을 조심스레 닫더니 발걸음을 옮겼다.

 

 

  대현은 윤아를 찾기 위해 핸드폰과 카디건을 가지러 다시 방으로 걸었다. 윤아와 정면으로 마주쳤다. 그 둘은 벙한 표정으로 서로를 보다가 실소를 터트렸다. 둘 다 똑같은 생각을 하고 서로의 방으로 갔었던 거였다.

 

 

  “너도 나 신경 쓰느라 엄청 힘들었을 텐데 내 생각만 한 것 같아서 미안해.”

  “네가 뭐 그러고 싶어서 그런 것도 아닌데.”

 

 

  대현이 민망한 듯 뒷목을 어루만지며 말을 이었다.

 

 

  “내가 급한 것 하나 없다고 천천히 하라고 했지만 매번 돌아서서 보면 내가 부추기고 있단 걸 느끼더라. 그러면 안 되는데, 안 되는데 하면서도 너를 불안하게 만들지 않는 가……, 하고.”

  “그래도 언제나 내게 힘을 주잖아.”

 

  “아아, 이제 12시 지났으니 오늘이네. 오늘이면 나는 가야하는데 우리 언제 또 보지.”

  “미안. 내가 최대한 빨리 고칠게.”

  “그러지 말라니깐. 이번 주말 지나고 평일에 한 번 너 보러 갈게.”

  “정말? 피곤하지 않을까.”

  “여친 얼굴 보려면 기를 쓰고 가야하는 거 아냐?”

  “오오.”

 

 

  윤아가 기분이 좋았던 것인지, 자신의 몸을 대현에게 있는 힘껏 기댔다. 대현이 밀려 넘어지려다가 윤아를 잡으며 바로 앉았다.

 

 

  “당분간은 최단비도 우리 일 도와준다고 했어. 단기적이지만. 마스터께서도 도와주신다고 하셨고.”

  “외삼촌께서?”

  “응. 그러니 우리 일은 너무 걱정하지 마.”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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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78 너니까 가능한 거야 2016 / 11 / 29 840 0 8572   
77 77 단 한 번도 널 사랑하지 않은 적이 없어 2016 / 11 / 29 789 0 11402   
76 76 오늘 밤, 방으로 들어와 2016 / 11 / 29 601 0 7223   
75 75 대체 이 이상한 조합은 뭐지 2016 / 11 / 28 730 0 8898   
74 74 우린 단 한 번도 널 2016 / 11 / 28 666 0 11084   
73 73 당신의 모든 것 내가 빼앗아 2016 / 11 / 27 797 0 11412   
72 72 세 번의 변화 2016 / 11 / 26 520 0 10595   
71 71 넌 정리 했어? 2016 / 11 / 26 559 0 8272   
70 70 좋아, 좋아해 2016 / 11 / 25 477 0 9770   
69 69 기회는 이번이 진짜 마지막 2016 / 11 / 25 567 0 10534   
68 68 그 누나는 행복한 사람이네 2016 / 11 / 24 541 0 6712   
67 67 부디 이 아이만큼은 2016 / 11 / 24 843 0 8561   
66 66 너의 한계 2016 / 11 / 24 706 0 8925   
65 65 신은 나의 위치를 실감나게 해 2016 / 11 / 23 855 0 8859   
64 64 이게 무슨 일이야 2016 / 11 / 23 445 0 6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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