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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어쨌거나 스물넷
작가 : 펙트
작품등록일 : 2016.8.22

경쟁을 통해 올라온 음식들. 좋은 음식이라고 판정받아도 손님들이 찾지 않으면 가차 없이 없애는 이곳은 디저트 뷔페, 로제와인.

 
71 넌 정리 했어?
작성일 : 16-11-26 18:02     조회 : 559     추천 : 0     분량 : 82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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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아는 소파 앞에 쭈그려 앉아 대현과 눈높이를 맞췄다. 그리고는 가만히 대현을 바라봤다.

 

 

  “대현아, 자?”

 

 

  대현은 여전히 눈을 감고 있을 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너 또 자는 척 하는 거지?”

 

 

  이번에도 대현은 대답하지 않았다. 윤아는 좀 더 대현에게 다가갔다. 여태껏 대현이 잘 때 다가가면 대현은 항상 자는 척을 했었다. 어쩌면 이번에도 그럴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윤아는 눈감은 대현을 뚫어져라 쳐다보다가 대현의 입술에 뽀뽀를 했다. 그런데도 일어나지 않았다.

 

 

  “정말 자는 건가…….”

 

 

  윤아가 일어서자, 대현이 천천히 눈을 뜨고 윤아의 손목을 잡았다.

 

 

  “너 뭐한 거야, 방금.”

  ‘뭐야, 이번에도 안 자고 있었잖아. 괜히 민망하게.’

  “어, 음…….”

 

 

  윤아는 다시 쭈그려 앉아 대현과 마주보았다.

 

 

  “화나게 해서 미안해. 너무 편한 것만 찾다 보니까 내 본분을 잊었어. 이젠 정말 내 노력으로 극복하려고 힘낼게.”

 

 

  윤아는 나름대로 용서를 구했지만, 대현의 표정은 아직도 무덤덤했다. 윤아는 이번에 대현이 완전히 화가 났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남자들은 여자가 애교 부려주면 화 바로 풀려.’

 

 

  윤아는 지난 번 기차에서 보았던 커플을 떠올렸다. 여자가 남자에게 쉴 새 없이 뽀뽀를 해주자, 남자는 환하게 웃으며 좋아했었다.

 

 

  ‘흠……, 그런 건가. 그게 애굔가?’

 

 

  윤아는 다시 한 번 대현에게 다가가 입술에 연속으로 두 번 뽀뽀를 했다. 대현의 얼굴엔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왜 이래?”

  “나름 애굔데.”

  “허, 이게 애교라고?”

  “진짜 남자들은 여자친구가 이런 거 해주면 기분 풀려?”

  “누, 누가 미쳤다고 이런 거에 기분 풀려?”

 

 

  윤아가 울상을 지으며 물었다.

 

 

  “그럼 내가 어떻게 하면 기분 풀 거야?”

 

 

  대현은 윤아의 말에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그런데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대현에겐 윤아의 입술밖에 보이지 않았다. 윤아의 손목을 잡은 손에 힘주어 자신의 쪽으로 끌어당겼다. 그리고는 윤아에게 아주 오랫동안 뽀뽀를 했다. 윤아는 눈을 크게 뜨다가 서서히 눈을 감았다. 손을 어디다 둬야할지 몰라 소파의 커버를 쥐었다 피기를 반복했다. 대현이 천천히 입술을 떼고 윤아의 눈을 똑바로 주시했다. 누구라 먼저 할 것 없이 대현과 윤아는 눈이 마주치자마자 웃었다. 대현이 나지막하게 말했다.

 

 

  “이미 화 풀렸어.”

  “다행이다. 앞으로 대현이가 기분 안 좋으면 내가 뽀뽀해줄까?”

  “뭐? 왜 이렇게 애가 대담해? 너 원래 이런 애였냐?”

 

 

  대현은 상당히 당황하고 있는데, 윤아는 그저 천진난만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대현은 싫다고 딱 잘라 말하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고 나서 윤아를 자신의 옆에 앉혀 가만히 손만 잡고 있었다. 윤아는 대현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싱긋 웃었다. 대현도 싫지는 않았던 것인지 윤아의 손을 더욱 세게 잡았다. 그 둘의 손은 오늘따라 유난히 뜨거웠다.

 

  리하는 눈을 뜨자마자 화장실을 가기 위해 기숙사 문을 열었다. TV와 소파보다도, 소파에서 머리를 맞대며 자고 있는 대현과 윤아가 더욱 눈에 띄었다. 리하의 뒤를 이어서 명수와 효린, 그리고 규동도 나왔다. 그들은 꽤나 놀랐는지 입을 쩍 벌렸다. 리하는 짜증난 표정을 지으며 윤아와 대현의 사이를 갈랐다. 대현은 힘겹게 눈을 떴고, 윤아는 눈을 비비다가 떴다.

 

 

  ‘정말 이 둘이 확 갈라버리고 싶다.’

 

 

  “여기가 무슨 연애하러 온 곳이야?”

 

 

  그제야 대현과 윤아는 상황파악을 하고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대현과 윤아는 시선처리를 하지 못하고 갈팡질팡 하다가 서로 눈이 마주쳤는데, 황급히 다른 곳으로 시선을 두었다. 사람들이 여전히 대현과 윤아를 쳐다보았다. 대현은 저도 모르게 민망해서 애꿎은 규동에게 화를 냈다.

 

 

  “내 얼굴에 꿀 발라 놨냐? 보지 마!”

 

 

 -

 

 

  윤아는 그간 며칠 동안 원장과 파티쉐들의 도움과 노력이 힘을 업어, 어느 정도 기본적인 것은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다고 오븐까지 쓸 수 있는 것까진 아니었지만 나름 오븐 없이 만들 수 있는 디저트는 완벽하게 만들었다. 덕분에 아이들이 오븐 없이 만들 수 있는 디저트에 흥미를 가지게 되면서, 전보다 윤아를 많이 따랐다. 윤아는 디저트를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여전히 청소와 잡일을 도맡아 했다.

 

  윤아는 엄마가 보고 싶다고 찡얼거리는 아이나, 서로 싸우며 울고불고 난리 난 아이들을 손쉽게 달랬다. 나긋나긋한 목소리와 밝은 인상, 그리고 아이와 눈을 똑바로 마주하는 행동 때문에 더더욱 그러했다. 리하는 팔짱을 끼며 윤아를 바라보다가, 옆에 있던 대현에게 말했다.

 

 

  “우리보다 며칠 더 늦게 왔으면서도 은근 보면 아이를 더 잘 다루는 것 같단 말이야. 고수야, 고수.”

  “저렇게 단순하게 구니까 애들이 쉽게 따르는 거지.”

  “흐음, 글쎄.”

  “왜?”

 

 

  리하는 대현을 빤히 쳐다보았다.

 

 

  ‘대현이도 임윤아랑 같이 있는 거 보면 단순하단 말이야.’

 

 

  “아무것도 아냐.”

 

 

  ‘임윤아가 고수인지, 대현이가 은근 순진한 건지.’

 

 

  “뭐야, 엄한 사람한테 시비야?”

 

 

  리하는 다른 곳으로 가면서 자신의 뒤에 있는 대현에게 손사래를 쳤다.

 

 

  ‘나도 이제 슬슬 정리해야 하나. 걔도 나랑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까나.’

 

 

  리하는 TV를 보고 있는 규동의 옆에 앉았다. 규동은 드라마를 보고 있느라 한참 정신이 없었다. 리하가 옆에 앉았는지도 몰랐다. 리하는 괜히 자신을 알아봐주지 못해 괘씸했던 것인지, 리모컨으로 TV를 껐다. 그제야 규동이 리하를 돌아봤다.

 

 

  “야! 한참 시어머니가 저 못된 애 혼내고 있었단 말이야!”

 

 

  리하는 무덤덤한 표정으로 규동에게 리모컨을 던졌다. 규동은 간신히 리모컨을 받고 다시 TV를 켜려고 할 때였다

 

 .

  “너 벌써 정리 다 했어?”

  “뭐가?”

 

 

  규동이 리하를 보며 물었다. 리하의 무덤덤한 표정을 보고나서야, 비로소 리하가 말하려고 했던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아직.”

  “너 고백해본 적은 있긴 있어?”

  “아니…….”

  “지질하게.”

  “뭐?”

 

  “비록 1년 전이긴 하지만 적어도 난 고백한 적이 있는데. 심지어 넌 임윤아랑 같이 산다며. 내가 3년 동안 대현이와 같이 일했던 시간이랑 맞먹을 거 아냐. 고백할 기회 전혀 없었어?”

 

  “있긴 있었는데 매번 내가 놓쳤어.”

  “정말 지질하네.”

 

 

  규동은 리하와 같이 일하면서 매번 시비를 걸었으므로 크게 화난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막상 리하의 말을 들으니 자신이 매번 놓쳤다는 것에 후회가 됐다.

 

 

 

  “그럼 넌 정리 다 했어?”

  “그럴 리가. 3년 동안 좋아했는데 어떻게 3일 만에 정리해?”

  “너도 지질해.”

  “이게 씨!”

 

 

  규동과 리하는 서로 노려보다가 꺼진 TV를 바라봤다.

 

 

  “난 오늘 단 번에 정리할 거야.”

  “어떻게?”

  “고백할 거야.”

  “뭐?”

  “왜? 불만 있어?”

  “둘이 사귀잖아.”

 

  “그걸 누가 모른데? 그냥 말만 고백한다는 거야. 내가 걔를 좋아한다고 티를 내도 걘 내가 진심이 아니라고 생각하거든. 그래서 내가 그냥 이러이러 했다. 어디 임윤아랑 잘 먹고 잘 살아봐라, 하고 끝내게. 너도 그렇게 해. 어차피 오늘이 여기에 있는 마지막 날이니까 분위기도 있고 좋네.”

 

  “글쎄, 고백은 좀…….”

  “네가 이러니까 정말 좋아하는 여자도 놓치는 거야. 뭐가 문제야? 그냥 네가 좋아했다는 걸 말하는 거잖아. 말하고 나면 속 편안할 걸?”

 

  “그런가?”

  “어쨌든 그리 알라고. 하여간 너나 나나 은근 뭐가 겹쳐.”

 

 

  곧 있으면 제과제빵 시간이었다. 리하는 자리에서 일어나 2층으로 향했다. 규동은 리하의 말에 곰곰이 생각하다가 다시 TV를 켰다. 규동이 보던 장면은 물론 드라마 자체가 방영이 끝난 상태였다. 규동은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끝나버렸네…….”

 

 

  대현과 규동은 윤아를 도와 아이들을 한꺼번에 모아 가르쳐주었다.

 

 

  “오늘은 블랑망제를 가르쳐 줄 거야.”

  “블망라제?”

  “블랑망제.”

  “그게 뭐야?”

  “우유에 향료나 여러 가지 재료를 섞어서 얼린 건데, 아이스크림처럼 시원하고 부드러워.”

  “그럼 아이스크림 아냐?”

  “음, 푸딩이라고 해야 하나, 젤리 모양의 과자라고 해야 하나?”

 

 

  윤아는 난감한 듯 대현을 쳐다보았다.

 

 

  “그거나, 그거나 똑같아. 젤리 모양의 과자라고 보면 돼.”

 

 

  규동이 블랑망제에 쓰일 재료를 조리대 위에 올렸다. 아이들은 호기심에 재료 하나하나를 따져 물었다.

 

 

  “이 길쭉한 갈색은 뭐야? 갈고리 같이 생겼어.”

  “아, 이건 바닐라의 씨앗이야. 여기 갈고리를 칼로 잘라서 안에 있는 까만 알갱이를 칼로 긁어내서 쓸 수 있어.”

  “이건 뭐야?”

  “젤라틴. 젤리 만들 때 쓰이는 거야.”

  “이건?”

  “물엿이야.”

  “엿? 맛있어?”

  “응? 음, 딱히 맛이 있는 건 아닌데 좀 달아.”

 

 

  아이들은 단 맛만 난다는 물엿을 신기하게 쳐다보다가 대현의 앞치마를 잡아당겼다. 대현이 허리를 숙여 아이들과 눈높이를 맞췄다.

 

 

  “엿 먹어봐.”

  “뭐?”

  “먹어봐. 진짜 달아? 초콜릿 맛 아니야? 엿 먹어 봐.”

 

 

  ‘이 놈들이…….’

 

 

  아이들은 순진한 표정으로 대현에게 말했지만, 대현은 오묘하게 기분이 나빴다. 규동이나 친한 친구였다면 한 대를 때렸겠지만, 차마 아이들이라서 그럴 수가 없었다. 대현은 끓어오르는 화를 참고 억지 미소를 지었다.

 

 

  “궁금하면 너, 나, 먹어봐.”

 

 

  윤아는 대현의 등짝을 때렸다. 대현이 등을 문지르며 윤아를 노려봤다.

 

 

  “왜 때려?”

  “애한테 할 말이야?”

 

 

  대현은 저 혼자 투덜대며 허리를 폈다. 아이들을 한 번씩 노려보곤 재료를 손에 쥐었다. 규동은 뭐가 그리도 웃긴지 크게 소리 내어 웃었다. 대현이 손에 쥐고 있던 럼(사탕수수의 즙을 발효시켜 증류한 술) 병의 주둥이를 들고 규동에게 던지는 시늉을 했다. 규동은 애써 웃음을 참으려는 듯 끅끅거렸다. 대현은 럼 병을 다시 내려놓고, 냄비에다가 우유와 바닐라빈, 그리고 설탕을 넣고 가열했다.

 

 

  “어라, 우리 젤라틴 미리 안 불렸지 않아?”

  “아.”

 

 

  대현은 윤아의 말에 그때서야 알게 된 듯 외마디를 쳤다. 규동은 그럴 줄 알았다며 미리 불린 젤라틴을 꺼낸 뒤 우유가 끓기 시작할 때 넣었다.

 

 

  “내가 혹시나 싶어서 미리 준비해뒀어.”

  “정말? 고마워. 역시 규동이는 준비성이 철저해.”

 

 

  규동과 윤아는 마주보며 웃었다. 대현은 그들을 아니꼬운 시선으로 삐딱하게 쳐다보았다. 그 때, 대현에게 물엿을 먹어보라고 했던 아이가 규동과 윤아의 옷자락을 동시에 잡았다.

 

 

  “누나, 형아. 둘이 사귀어?”

  “뭐?”

 

 

  도리어 물었던 건 규동도 윤아도 아니었다. 대현은 규동의 옷자락을 잡은 아이의 손을 떼고 자신의 옷자락을 쥐게 했다. 한순간에 정적이 흘렀다. 대현은 괜히 민망했던 것인지 험한 표정으로 아이를 쳐다보았다. 아이가 대현의 표정에 겁을 먹고 울음을 터트렸다. 대현이 원하던 바가 이루어지지 않자, 대현은 우는 아이 앞에서 쩔쩔 매며 사과를 했다. 아이가 우는 상황이라 웃으면 안 되었는데도, 윤아와 규동은 웃었다. 규동은 그런 윤아를 바라보며 넌지시 웃었다.

 

  오늘 아이들을 재우는 당번은 대현과 리하였다. 아이들은 이미 꿈속을 헤매고 있었다. 리하는 이불을 걷어차는 아이에게 다시 이불을 덮어준 뒤 뒤돌아보았다. 대현은 몸부림이 심해 이부자리를 이탈한 아이를 업고 제자리에 눕혀주었다. 리하가 먼저 입을 열었다.

 

 

  “내일이면 다시 집으로 돌아가네. 집에 가면 뭐할 거야?”

  “다음 주부터 다시 운영할 로제와인 신경 써야지. 친목파티에 있을 공예품도 생각하고.”

  “임윤아랑 데이트 안 해? 그것보다 누가 먼저 고백했어?”

  “내가.”

  “뭐?”

 

 

  대현은 민망했던 건지 주름진 이불만 내려다보았다.

 

 

  “내가 이미 먼저 고백했고, 임윤아가 시간을 갖고 싶다기에 후에 걔가 다시 고백하더라.”

 

 

  대현은 윤아가 고백했던 순간을 떠올리며 픽 웃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상황이 웃겼다.

 

 

  “살다가 별별 특이한 고백 다 들어봤다.”

 

 

  리하는 윤아가 어떻게 고백했는지 물어보려다가 말았다. 리하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이건 그냥 하는 말이니까 들어줘.”

  “뭔 얘긴데?”

 

 

  리하는 숨을 크게 들이쉬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좋아해.”

 

 

  대현은 자신이 잘못 들었다고 판단하여 다시 한 번 물었다.

 

 

  “좋아한다고. 진심으로.”

  “난 지금 뭐라고 답해줘야 하냐?”

  “그냥 부담 갖지 말고 들어. 난 그 사건보다 훨씬 전에 널 좋아했어.”

 

 

  로제와인이 정식으로 오픈한 건 3년 째였다. 그 때 당시 초창기 멤버의 주된 인물은 지욱과 대현, 단비와 규동, 리하와 리하의 언니인 예라, 마지막으로 명수였다. 예라는 무심하면서도 은근 챙겨줄 줄 아는 대현을 좋아했다. 대현 역시 예라에게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니었던 지라, 얼마 후에 사귀었고 그들은 약 1년 동안 연애를 했다. 리하는 예라가 좋아하기 훨씬 전부터, 그러니까 로제와인에 들어왔을 때부터 대현을 좋아했지만, 그들이 사귀는 바람에 그 감정을 마음속에 묵혀 뒀어야만 했다.

 

  리하는 예라가 무척이나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자신보다 먼저 대현에게 고백을 한 것도 있지만, 대현이 예라에 대해 모르는 것이 있기 때문이었다. 예라는 유독 대현에게 집착이 강해서, 파티시엘들이 대현의 근처를 얼씬만 거려도 바로 다음 날에 예라의 타깃이 되었다. 예라의 타깃이 된 사람들이면 전부 악랄한 괴롭힘을 당해야 했고, 심지어 그 사람의 아이디어를 훔치기도 했다. 예라는 로제와인에 입사한 것치곤 실력이 뛰어나지 않았기에 훔친 몫도 있었다. 참지 못한 동기들이 예라에게 번번이 무시를 당하거나, 괴롭힘을 당했을 때 대현에게 이른다고 예라를 협박하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예라는 사람들에게 폭력을 쓰면서까지 입막음을 시켰다.

 

  그러던 어느 날, 대현은 단비를 통해 예라의 행동들을 알게 되었다. 대현은 1년 동안 예라와 사귀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사실을 처음 접했다는 것에 큰 충격을 받았다. 대현은 예라에게 실망감과 분노를 느끼며 헤어지자고 말했다. 예라는 사람들이 많은 곳인데도 불구하고 대현에게 매달렸다. 대현은 예라를 떼어내며 험악한 표정을 지었다. 예라는 울컥한 마음에, 조리실의 물건들을 대현에게나 이 사실을 알려준 단비에게 물건을 던지며 난동을 부렸다. 대현은 단비 대신에 물건에 맞으며 예라에게 다가가고는, 예라의 두 손목을 세게 쥐었다. 그리고 예라에게 이르기를.

 

 

  ‘너 따위 실력도 없고 어정쩡한 인간이 제일 싫어. 너 따지고 보면 권리하의 인맥 빨로 들어왔잖아? 동생의 추천으로 간신히 여기에 입사했다고 들었는데, 권리하한테도 이딴 식으로 깽판 부려서 추천서 써달라고 했냐? 다시 한 번 말하는데, 너랑 나랑은 이미 깨졌어. 두 번 다시는 로제와인에 얼씬도 하지 마. 지금 당장 짐 싸서 꺼져.’

 

 

  그 사건을 계기로 대현의 관념과 성격이 험악하게 뒤바뀌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랑프리 대회가 주최되었다. 강력한 우승 후보였던 대현과 지욱 중에 지욱이 우승을 거머쥔 뒤 다시 프랑스로 유학을 가게 되었다. 거기다가 단비와 예라에게 피해를 받았던 몇몇 파티쉐들이 그만두자, 대현의 성격은 더욱 모질어졌다. 로제와인에 입사하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입사 테스트를 고난위도로 박하게 주었고, 입사하더라도 제대로 하지 않는다면 가차 없이 로제와인에서 쫒아냈다. 리하는 다른 여자들이 대현에게 다가가지 않자, 이때가 기회라고 생각하여 고백을 했다. 그런데 리하가 생각해왔던 것과 완전히 다른 답을 듣게 되었다.

 

 

  ‘미안한데, 네가 권예라의 동생이라서 너도 못 믿겠다. 함부로 내가 생각하면 안 된다는 거 알지만, 그냥 이젠 누구랑 사귀고 뭘 같이 한다는 게 싫어졌다.’

 

 

  그 때 당시 상처 받은 표정을 지었던 것은 대현이었다.

 

 

  “솔직히 고백 거절당한 게 자존심 상해서, 그 다음부터 널 싫어하게 될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더라. 좋아하니까, 언젠가는 기회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혼자서 줄곧 좋아하고 있었어. 근데 그게 점점 집착이 되어버려서 나도 언니랑 다를 바가 없어졌지. 그래서 네가 내가 진심이 아닐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그건 오해야. 그냥 뭐, 널 좋아했다고. 이젠 정말 안 좋아할 거야. 임자가 있어도 좋아한다는 건 내 자존심이 너무 상하잖아?”

 

 

  대현은 예라에게 조금은 미안했던 것인지, 사과를 하려고 입술을 뗐다. 리하는 대현이 뭐라 말하기도 전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아, 아무것도 말하지 마. 내가 말했잖아. 그냥 듣고 한 쪽 귀로 흘려.”

 

 

  ‘지금 쯤 걘 고백 했으려나.’

 

 

  “아니, 임윤아 어디 있는지 아냐고.”

  “쳇. 난 또. 걘 유치원 앞에 있는 놀이터에 있어.”

 

 

  대현 역시 자리에서 일어나 기숙사 문을 열었다. 고개를 반만 돌려 리하를 보지 않은 채 씩 웃었다. 리하는 멍하게 그것을 바라봤다.

 

 

  “그래도 고맙다.”

 

 

  리하는 대현이 완전히 사라지자 혼잣말을 했다.

 

 

  “고마우면 진작 알아줬어야지……. 아아, 이제 난 몰라. 둘이서 콩을 볶든, 깨를 볶든.”

 

 

  한편 윤아는 규동이 앉은 그네 옆에 앉았다.

 

 

  “아까부터 여기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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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71 넌 정리 했어? 2016 / 11 / 26 560 0 8272   
70 70 좋아, 좋아해 2016 / 11 / 25 477 0 9770   
69 69 기회는 이번이 진짜 마지막 2016 / 11 / 25 567 0 10534   
68 68 그 누나는 행복한 사람이네 2016 / 11 / 24 541 0 6712   
67 67 부디 이 아이만큼은 2016 / 11 / 24 844 0 8561   
66 66 너의 한계 2016 / 11 / 24 706 0 8925   
65 65 신은 나의 위치를 실감나게 해 2016 / 11 / 23 855 0 8859   
64 64 이게 무슨 일이야 2016 / 11 / 23 445 0 6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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