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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어쨌거나 스물넷
작가 : 펙트
작품등록일 : 2016.8.22

경쟁을 통해 올라온 음식들. 좋은 음식이라고 판정받아도 손님들이 찾지 않으면 가차 없이 없애는 이곳은 디저트 뷔페, 로제와인.

 
70 좋아, 좋아해
작성일 : 16-11-25 17:46     조회 : 477     추천 : 0     분량 : 97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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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외삼촌은 종이가방을 조수석에 놔두고 차를 출발시켰다. 윤아는 시계를 보고서 어쩌면 놓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대현만은 놓치기 싫었다. 대현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았다.

 

 

  ‘이번엔 내가 말해주고 싶어.’

 

 

  대현에게 통화를 시도했지만 받지 않았다. 그 시각 대현이 티켓을 확인하고 약간의 여유를 두며 화장실로 향할 때였다.

 

  외삼촌의 차가 역 앞에 세워지자마자, 윤아는 차에서 박차고 나와 역을 향해 미친듯이 달리기 시작했다. 3분 뒤라면 기차 출발 시간이었다. 숨이 턱 밑까지 차올랐다.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좀 더 빨리 속도를 냈다.

 

 

  ‘내 마음을 다 표현 할 거야.’

 

 

  저 멀리서 대현의 뒷모습이 보였다. 대현은 한 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다른 한 손으로 핸드폰을 보고 있었다.

 

 

  “어, 임윤아한테 언제 또 전화 왔었지.”

 

 

  ‘또 말 못하고 놓치고 싶지 않아.’

 

 

  윤아의 눈에서 대현의 뒷모습이 점점 크게 보이자,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가슴이 벅찼다. 숨을 헐떡이느라 그런 것은 아니었다. 단지…….

 

 

  “좋아해!”

 

 

  윤아는 대현을 뒤에서 와락 안았다. 하마터면 대현은 핸드폰을 떨어뜨릴 뻔했다.

 

 

  “너무 늦게 말해줘서 미안해. 눈치 없이 굴어서 미안해. 전부터 알고 있었는데, 마음을 정했는데 좀처럼 말할 수가 없었어. 그래도 이런 나, 계속 기다려줘서 고마워. 매번 날 도와줘서 고마워.”

 

 

  대현은 윤아의 품에서 벗어나 뒤로 돌아보았다. 윤아의 두 볼이 붉게 상기되었는데, 눈을 보니 금방이라도 울 것 같았다.

 

 

  “뭐 때문에 여기까지 왔어? 진정하고 나서 마저 말해도 되니까 숨 좀 돌려.”

 

 

  윤아는 고개를 좌우로 세차게 흔들고 다시 대현을 쳐다봤다. 윤아의 눈가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말하고 싶어.”

  “뭘?”

  “좋아해.”

  “뭐……?”

 

 

  대현은 눈을 크게 뜨고서 연속으로 깜빡였다.

 

 

  “좋아해. 나 대현이가 좋아. 너무 좋아. 네가…….”

 

 

  대현이 진정하고 나서 마저 말해도 된다며 숨을 돌리라고 했지만, 윤아는 그럴 수 없었다. 이미 고백하는 그 자체가 너무나 가슴에 벅찼기 때문이었다. 윤아는 목이 메다 못해 입술이 떨려왔다. 윤아의 눈가에 맺혔던 눈물 한 방울이 윤아의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정말 좋아.”

 

 

  대현은 윤아를 안아주기 위해 팔을 벌렸다. 윤아는 대현이 자신을 안아주기도 전에 까치발을 들어 대현의 입술에 뽀뽀를 했다.

 

 

  “대현아 나랑 사귀……, 으, 으아앙.”

 

 

  윤아는 저 혼자 감정이 폭발해 결국 울음을 터트렸다. 대현은 고백하다가 울음을 터트린 윤아가 당황스러웠다. 살다가 이런 고백은 처음이었다. 대현은 소리 내어 웃으며 윤아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그래, 사귀자. 지금이라도 나 잡아줘서 고맙다.”

 

 

  대현이 윤아를 안아주려고 할 때, 저 멀리서 외삼촌의 목소리가 들렸다. 외삼촌은 종이가방과 캐리어를 들고 뛰어 오고 있었다. 표정은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오만상을 지었다. 그제야 윤아는 자신도 모르게 짐을 모조리 놔두고 뛰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윤아는 멋쩍게 뒤통수를 긁적였다.

 

 

  “허, 헉……, 내가 표 샀으니까 이거 가져가면 돼.”

 

 

  대현은 윤아 대신에 캐리어를 받았다. 윤아는 종이가방과 티켓을 받으며 고맙다고 말했다. 외삼촌은 숨을 몰아쉬고는 대현에게 말했다.

 

 

  “우리 윤아 잘 부탁한다.”

  “꼭 책임지고 무사히 돌아오겠습니다.”

 

 

  대현과 윤아는 기차에 올라탔다. 대현은 짐들을 머리맡에 위치한 짐칸에 놔둔 뒤, 윤아의 맞은편에 앉았다. 곧바로 윤아는 대현의 옆에 앉고는 대현을 멀뚱히 쳐다보았다. 윤아의 행동을 계속 지켜보자니 웃음밖에 나오지 않았다.

 

 

  “으이구.”

 

 

  대현은 윤아의 앞머리를 짓눌러 쓸어내리듯 손으로 만졌다. 윤아는 눈을 감다가 다시 뜨며 대현을 올려다보았다. 대현은 윤아의 손을 잡고 편하게 등을 기댔다. 대현의 위치에서 대각선으로 떨어진 곳에서 대현을 향해 마주보고 앉은 남녀가 보였다. 여자는 남자에게 연속해서 뽀뽀를 해주고 있었다. 윤아는 대현이 무엇을 보는지 알기 위해 대현의 시선을 따랐다. 금세 윤아의 얼굴이 붉어졌다. 남자는 여자를 부둥켜안으며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대현은 괜히 보는 자신이 부끄러워져, 윤아의 눈을 가렸다.

 

 

  “뭘 봐. 왜 봐. 보지 마.”

  “네가 보기에 나도 본 건데.”

 

 

  대현은 윤아의 눈을 가린 손으로 다시 윤아의 손을 잡았다.

 

 

  “몰라. 보지 말라면 보지 마.”

 

 

  기차가 출발했다. 윤아는 출발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잠들었다. 어제, 오늘 연달아서 우느라 지쳤기 때문이었다. 대현은 여전히 잡은 윤아의 손을 자신의 배 위에 올리고 눈을 감았다.

 

 

  ‘간만에 편하게 잘 수 있겠다.’

 

 

 -

 

 

  대근은 율을 차에 태웠다.

 

 

  “당신, 정말 괜찮아?”

 

 

  대근은 어제 저녁에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외삼촌은 율과 대근을 윤아의 방에 끌고 갔다. 대근과 율은 열심히 했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방을 보고 감탄을 했다.

 

 

  ‘윤아는 너희들이 상상하는 그 이상으로 노력을 엄청 많이 해. 노력과 연습으로 다져진 윤아의 실력은 말도 못할 정도지. 이걸 봐서라도 윤아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줬음 좋겠어.’

 

 

  그리고 율이 했던 말이 대근의 주위를 맴돌았다.

 

 

  ‘난 24년 동안 윤아에게 무엇을 해주었을까. 내가 엄마로서 뭘 해줬을까.’

 

 

  대근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운전대를 잡았다.

 

 

  ‘그럼 난 걔한테 뭘 해줬지? 입원비? 또 뭐가 있는데?’

 

 

  “참나……, 입원비라니. 이것도 웃기는 소리군.”

  “그게 무슨 소리야?”

  “아니, 아무것도.”

 

 

  그 때, 외삼촌이 차 문을 열고 뒷좌석에 탔다. 대근은 운전대를 잡은 상태로 고개를 돌려보았다.

 

 

  “형님이 여긴 왜……?”

  “우리 간만에 셋이서 밥 한 끼 할래? 내가 밥 쏠게.”

 

 

 -

 

 

  -당장 다들 밖으로 나와라. am. 8:00 / 대현

 

 

  “나오긴 했는데, 무슨 일이지?”

 

 

  규동의 질문에 리하는 아리송한 표정을 지었다. 골목길 저편에서 대현이 보였다. 리하는 눈을 비비다가 다시 눈을 크게 뜨고 보았다. 대현은 윤아와 같이 걸어오고 있었다. 윤아는 환하게 웃으며 리하에게 달려갔다. 이내 윤아가 리하를 앉자, 리하는 윤아의 달려오는 힘을 이기지 못하고 뒤로 한 발자국 물러섰다.

 

 

  “나 너희들이 보고 싶어서 왔어.”

 

 

  리하는 그 말에 애써 무덤덤한 표정을 지으며 윤아의 등을 토닥여 주었다. 윤아는 옆에 있던 효린에게도 리하를 안은 것처럼 안았다. 효린은 잘 왔다며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윤아가 씩 웃으며 효린을 보다가 이번엔 규동을 와락 안았다. 규동은 윤아의 갑작스런 행동에 놀라 멍하게 대현을 바라보았다. 대현은 한 쪽 눈썹을 찌푸리며 윤아의 뒷덜미를 잡고 자신의 쪽으로 끌어당겼다. 윤아가 찡얼거리며 대현을 노려보자, 대현이 윤아의 손을 잡았다.

 

 

  “남자친구가 있는데 감히 다른 남자를 안아?”

  “뭐? 남자친구?”

 

 

  대현과 윤아를 뺀 모든 사람들이 동시에 외쳤다. 대현은 부끄러우면서도 은근 과시는 하고 싶었던 것인지 윤아와 잡은 손을 번쩍 들어 흔들었다. 규동은 놀란 표정으로 대현과 윤아를 번갈아보다가 환하게 웃었다.

 

 

  “축하해. 둘이 사귀게 된 걸.”

 

 

  규동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리하와 명수, 그리고 효린은 규동을 지그시 보았다. 규동은 부담스러운 시선에 뒤로 한 발자국 물러섰다.

 

 

  “왜, 왜들 그래?”

 

 

  리하는 됐다는 듯 한숨을 쉬곤 윤아에게 물었다.

 

 

  “그새 외상 후, 그거 극복한 거야?”

  “으응, 아직. 극복한 건 전혀 아니지만 아빠한텐 정식으로 허락 맡고 왔어. 빨리 극복하기 위해선 내가 직접 움직이는 게 더 좋을 것 같아서.”

  “그런 거라면 일단 짐이나 풀어. 우리가 여기 시스템이 어떤지 가르쳐 줄 테니까.”

 

 

  윤아는 리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곤, 유치원 원장과 간단한 담소를 나눈 뒤 짐을 풀었다.

 

 

  “여긴 어딘데 이렇게 넓어?”

  “애들 기숙사야. 지금은 애들 수업 받고 있으니까 텅 비어 보이는 거야.”

 

 

  윤아는 규동의 설명에 고개를 끄덕였다. 규동은 성심 성의껏 유치원의 시스템에 대해 가르쳐주었다. 리하는 그런 규동의 모습에 다시 한 번 빤히 쳐다보았다.

 

 

  “대체 왜 자꾸 날 보는 거야?”

  “아니. 그냥 할 거 마저 해.”

 

 

  규동은 리하의 말이 찜찜하게 들려왔다. 고개를 기웃거리곤 다시 설명을 해주었다. 리하는 그런 규동을 다시 빤히 쳐다보았다.

 

  시계바늘이 9시 정각을 가리킬 때였다. 아이들과 유치원 교사들이 봉고차를 타고 유치원에 도착했다. 윤아는 노란 가방을 들고 아장아장 걸어오는 아이들이 무척이나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아이들은 처음 보는 윤아를 신기하게 쳐다보다가 허리를 100도로 꺾어서 인사했다. 윤아도 아이들처럼 100도로 배꼽인사를 했다. 규동과 대현은 윤아의 천진난만한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보다가, 서로 눈이 마주쳤다. 규동은 괜히 머쓱했던 것인지 유치원 현관으로 가서 아이들의 신발을 벗겨주기 시작했다.

 

 

  “임윤아, 우리도 어서 들어가자.”

  “응.”

 

 

  그 찰나였다. 한 여자 아이가 봉고차 입구에서 가만히 버티고 있을 뿐 나올 기미가 없었다. 유치원 교사가 어서 나오라고 몇 번이고 말했지만, 아이는 울먹이면서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엄마 보고 싶어! 빨리 집에 보내줘!”

 

 

  맞벌이 부부를 위한 기숙사 제도 때문에 부모를 일주일에 두 번 볼 수 있다는 것이, 아이에겐 엄청난 스트레스였던 것이었다. 윤아 옆에 있던 유치원 교사가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한숨을 쉬었다.

 

 

  “매 월요일 아침부터 전쟁이다, 전쟁이야.”

 

 

  윤아는 아이에게 다가가가 봉고차 입구에 쭈그리고 앉았다. 아이는 울다가 멈추고 윤아를 내려다보았다. 윤아는 한동안 아이와 눈을 마주하다가 환하게 웃으며 인사를 했다. 아이는 처음 보는 윤아의 얼굴을 보고서 얼떨결에 자신도 인사를 건넸다. 윤아가 아이에게 손을 뻗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이는 자신에게 타박하지 않는 윤아를 한참 지켜보다가, 손을 뻗어 윤아의 손을 잡았다. 그제야 윤아는 일어나서 아이를 안아 올렸다.

 

 

  “언니가 이 일이 처음이라서 많이 어설프겠지만, 이곳에서 만큼은…….”

 

 

  윤아는 아이의 명찰을 힐끔 쳐다보다가 다시 아이에게 환하게 웃었다.

 

 

  “다솜이 엄마만큼 내가 잘 해줄게.”

 

 

  오전 시간이 끝나고 오후가 되었다. 유치원생들은 삼분의 일로 나누어 놀이터에서 체육활동을 하거나, 미술 시간을 갖거나, 제과제빵을 배웠다. 윤아는 오랜만에 빵을 만들 생각을 하면서 앞치마를 둘렀다. 숨을 크게 들이쉬고 내쉬는 것을 몇 번 반복하다가 2층에 위치한 조리실로 향했다. 윤아는 아직 적응기간인데다가, 상황을 미리 대비해서 다른 파티쉐들과 달리 한 명만 맡기로 했다. 그 아이는 아침에 마주했던 다솜이었다. 윤아가 반갑게 인사를 하자, 다솜은 주뼛주뼛 자신의 옷자락을 한 움큼 잡다가 겨우 인사를 건넸다.

 

  윤아는 침을 힘겹게 삼키고 조리대 위에 놓인 재료들을 보았다. 다른 파티쉐들도 긴장한 것은 마찬가지였는지, 아이들을 가리키다가 종종 윤아를 훔쳐보곤 했다. 윤아는 떨리는 손으로 볼을 잡았다. 볼에 차례대로 재료를 넣으며 그 재료의 이름을 말했다. 다솜은 별로 흥미가 없다는 듯이 그것을 내려다보았다.

 

 

  “다솜아, 하기 싫어? 아님 어려워?”

  “하기 싫어.”

  “왜?”

  “나 이런 거 하기 싫어. 엄마 보고 싶어.”

 

 

  윤아는 다솜의 관심을 끌기 위해, 다솜의 눈앞에 볼을 들이밀었다. 그 다음 위생 장갑을 낀 손으로 반죽하기 위해 밀가루를 잡았다. 차가운 밀가루의 감촉이 느껴졌다. 삽시간에 윤아의 팔에 소름이 돋았다. 동시에 윤아는 볼을 놓치고 제자리에 주저앉았다. 대현이 아이들을 가르쳐주다 말고 윤아에게 달려갔다. 윤아의 어깨를 부여잡으며 숫자를 세주었다. 윤아는 대현이 세주는 숫자에 맞춰 숨을 몰아쉬었다. 다솜은 놀란 눈을 하고서 윤아를 바라보다가 발 받침대에서 내려왔다. 윤아는 숫자가 10까지 올라가고 나서야 겨우 진정할 수 있었다. 윤아는 이마를 짚으며 한숨을 쉬다가 아이를 올려다보았다. 토끼 눈을 한 다솜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파티쉐들은 윤아가 지금 당장 조리실에 복귀한다는 것이 무리라고 느꼈다. 윤아는 지금 당장 해야 하는 반죽마저 해내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장애 증상이 나타나지 않게 여러 가지 대책을 생각해보았지만, 마땅한 것이 전혀 없었다. 결국 윤아는 자진해서 유치원의 간단한 잡일과 청소를 도맡아 하기로 결정했다.

 

 

  “첫날부터 내가 무리한 걸 부탁해서 미안해.”

  “아니에요. 저야 말로 아무 도움 못 드려서 죄송해요.”

 

 

  원장은 원장실에서 윤아의 양 손을 꼭 잡은 상태로 마주보았다.

 

 

  “네가 오늘 맡았던 다솜이 기억나?”

  “네.”

  “걔는 이 유치원을 다니기 정말 싫어해.”

  “부모님과 떨어져 지내는 것 때문에요?”

  “응. 그런 것도 있는데, 다솜이가 제과제빵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노력한 만큼 실력이 따라주지 못해.”

  “노력을 더 하면 되죠.”

 

  “그게……, 다솜이는 아직 어린 아이다보니까, 안 돼, 못해, 이런 생각하면 바로 싫증을 느끼더라고. 사고적인 면이나 그런 게 아직 미성숙하다 보니, 도전하는 걸 선뜻 두려워해.”

  “흠, 성숙한다고 해도 도전하는 걸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많을 거예요. 제가 그 아이를 담당해도 되나요?”

  “그래도 되긴 하지만 혼자서 괜찮겠어?”

 

 

  윤아는 넌지시 웃으며 대답했다.

 

 

  “네.”

 

 

  원장실에서 나와 2층으로 향했다. 윤아는 다솜을 담당하기에 앞서 자신부터 뭔가를 만드는데 성공해야 할 것 같았다. 원장을 통해서 2층 조리실에 가는 것을 허락 맡았다. 그 때, 누군가 윤아의 어깨를 손으로 툭 쳤다. 윤아는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

 

 

  “네 비명 때문에 내가 더 놀라겠다.”

 

 

  대현은 윤아의 어깨에 팔을 두르면서 말했다.

 

 

  “여긴 왜 왔어?”

  “이번에 다솜이를 담당 맡았거든. 못해도 하나쯤은 만들 수 있는 게 있어야 같아서.”

  “오늘 오후에 반죽이랑 오븐만 봐도 무서워했잖아.”

  “하다보면 적응되겠지.”

 

 

  대현은 불과 몇 시간 전에 수많은 아이들 앞에서 좋지 못한 모습을 보여줬다고 생각해서, 금방 풀이 죽어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대현의 예상을 뒤엎고, 뭐라도 시도하겠다는 윤아의 굳은 의지를 보니 기분이 좋았다. 대현은 자신도 도와주겠다며 조리실 문을 열었다. 조리실엔 다솜이 혼자서 뭔가를 읽고 있었다.

 

 

  “다솜이 여기서 뭐해?”

  “어, 빵 못 만드는 언니다.”

  “하하……, 이건 웬 거야?”

  “내가 만들었어.”

  “정말? 먹어봐도 돼?”

  “응.”

 

 

  윤아는 조리대 위에 있던 브라우니 조각을 반으로 갈라 대현에게 나누어주었다. 대현과 윤아는 브라우니를 한 입에 다 먹었다. 쫀득하면서도 부드러운 브라우니에서 진한 초콜릿 맛이 느껴졌다. 중간 중간에 청크 초콜렛이 박혀 있기도 했다. 분명 원장의 말에 의하면 다솜은 실력이 없어서 의기소침해 있었다고 그랬다. 그런데 원장의 말과 전혀 달랐다.

 

 

  “진짜 맛있다. 이거 어떻게 만든 거야?”

  “이거.”

  “이 종이상자는 뭐야?”

  “브라우니 믹스. 마트에 가면 다 팔아. 언니처럼 반죽 이것저것 넣지 않아도 돼. 계란 노른자도 필요 없어.”

  “왜?”

  “여기 믹스에 이미 다 만들어졌거든. 그냥 물이랑 가루랑 섞으면 브라우니가 될 수 있어.”

 

 

  대현에겐 상식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었다. 브라우니를 계란을 포함한 각종 재료 필요 없이 단순히 물과 가루를 섞어서 브라우니를 만들 수 있는 게 이상했다.

 

 

  “그리고 언니 오븐 무서워한다며.”

  “응?”

  “다 알아. 언니들이랑 오빠들이 얘기하는 걸 엿들었어.”

  “아…….”

  “이건 오븐도 필요 없어. 전자레인지에 돌리면 끝이거든.”

  “엥? 그게 가능해?”

  “볼래?”

 

 

  다솜은 새로운 상자를 꺼내 그 안에서 믹스 가루를 꺼냈다. 볼에 믹스를 부었다. 갈색 가루였는데 초콜릿 알맹이도 같이 들어있었다. 다솜은 거기다가 소량의 물을 부은 다음 휘저었다. 어느 정도 질척해지자, 전자레인지에 4분 동안 돌렸다. 전자레인지에서 반죽이 익으면 익을수록 진한 초콜릿 냄새가 났다. 띵, 하는 소리와 함께 다솜은 오븐 장갑을 낀 손으로 그것을 꺼냈다. 다솜의 말대로 브라우니가 완성되었다. 대현은 처음 보는 브라우니 믹스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세상이 많이 발전했긴 발전 했네. 모양도, 맛도, 냄새도 나쁘지 않아.”

 

 

  다솜은 대현의 말에 조금은 뿌듯한 듯 옅게 미소를 지었다. 윤아는 아이를 재우기 위해 보낸 다음, 대현과 둘이 조리실에서 남아 빵 만들기를 시도했다. 볼 안에 재료들이 들은 것까진 볼 수 있지만 그게 고작이었다. 대현은 낙심하지 말라며 윤아의 어깨를 두드려줬지만 윤아는 의기소침한 표정으로 고개만 끄덕였다.

 

 

  또 다시 제과제빵 시간이 찾아왔다. 윤아는 어떻게 하면 자신이 성공해서 다솜을 가르칠지 생각하니 너무나 막막했다. 한숨을 푹 쉬면서 앞치마를 두른 뒤 조리대로 향했다. 다솜이 종이상자 뒤에 있던 설명서를 쳐다보며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고 있었다. 윤아가 뭐하냐고 물었다.

 

 

  “언니도 이거 같이 해.”

  “나도?”

  “이건 빵 못 만드는 언니라도 쉽게 할 수 있잖아. 굳이 오븐도 쓰지 않아도 되고.”

 

 

  윤아는 설명서를 가만히 보다가, 일단은 다솜의 기분에 맞춰줘야겠단 생각을 하곤 고갤 끄덕였다. 그 이후로 다솜의 기분을 맞춰주다가 저도 모르게 그것에 빠져, 며칠 내내 다솜과 함께 브라우니 믹스로만 브라우니를 만들었다. 어떻게 만들면 더 좋을지 고민을 하다 보니 만드는 요령도 생기게 되었다. 처음엔 다른 파티쉐들도 그것에 신기해했지만, 며칠이 지나다 보니 조금은 안쓰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 중 대현은 그런 윤아의 모습을 보고 화가 나서, 윤아가 반죽하는 것을 제지했다.

 

 

  “너 지금 장난 하냐?”

  “왜?”

  “언제까지 이런 거에 머물러 있을 거야!”

 

 

  조리실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윤아와 대현을 쳐다보았다. 대현은 사람들의 시선을 둘러보곤 자신의 위치로 돌아갔다. 윤아는 대현이 왜 화내는지 이유가 몰랐다. 무엇 때문에 대현이 화났을지 생각해보았지만, 자신은 그다지 대현을 화나게 할 행동을 하지 않았다. 아이들이 잠든 시간에도 조리실에서 남아 생각을 했다. 윤아의 눈엔 조리대 위에 놓인 브라우니 믹스만이 보였다. 누군가 조리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윤아는 팔짱을 끼던 팔을 풀고 명수를 쳐다보았다. 명수는 윤아와 대현과 같은 팀으로서 활동해왔던지라, 윤아를 걱정하는 차원으로 왔던 것이었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깊이 하고 있었어?”

  “그냥……, 대현이가 왜 그렇게 화났는지 생각하고 있었어.”

 

 

  명수는 조리대 위에 놓인 브라우니 믹스를 힐끔 쳐다보다가 윤아를 바라봤다. 확실히 윤아는 한 달 전과 달리 많이 핼쑥해진 모습이었다. 명수는 대현이 왜 그렇게 화를 냈는지, 그리고 윤아가 갑자기 브라우니 믹스에 푹 빠졌는지 이유를 알았다.

 

 

  ‘솔직히 윤아가 푹 빠질 만도 해. 그 동안 이것 때문에 마음고생이 심했으니까.’

 

 

  “윤아 넌 빵을 만들고 싶은데, 빵을 만드는데 필요한 오븐과 기본적인 반죽을 못하고 있어. 그런데 브라우니 믹스는 네가 생각하는 이미지의 반죽과 전혀 다른 형태고, 오븐 대신 전자레인지로 쉽게 만들 수 있으니까 그거에 빠진 거야. 그렇다고 그 자체가 문제인 건 아냐. 다만 그 편한 믹스만 사용하니까, 네가 진짜 노력해서 뭔가를 시도한다는 마음이 사라져서 문젠 거야. 아이들이야 그렇다고 쳐도, 우린 로제와인 소속의 파티쉐야. 전문가라고. 네 의지가 많이 약해진 건 대현이 뿐만 아니라 우리도 안타깝다고 생각하고 있어. 대현이가 충분히 화낼 만도 해.”

 

 

  “역시 그렇지?”

 

 

  명수는 윤아를 이끌고 3층으로 향했다. 3층은 아이들이 자는 곳과, TV를 보거나 바닥에 앉아 쉴 수 있는 공간으로 나눠져 있었다. 대현은 TV를 켜 놓은 상태로 소파에 누워 자고 있었다. TV를 보다가 잠든 것 같았다. 명수는 그런 대현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남자들은 여자가 애교 부려주면 화 바로 풀려.”

  “정말? 애교는 어떻게 하는 거야?”

  “글쎄. 대현이랑 어서 화해하길 바랄게.”

 

 

  명수는 어깨를 으쓱이며 씩 웃었다. 그리고는 조심스럽게 기숙사 문을 열어 그곳에 들어간 뒤 다시 문을 닫았다. 윤아는 조심스럽게 대현에게 다가갔다.

 

 

  ‘애교는 어떻게 부리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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