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
장담
서경
장담
장담
장담
장담
장담
나민채
건아성
김남재
우숙
이길조
강호풍
송진용
서하
채화담
송진용
윤신현
수담.옥
윤민호
서현
참마도
윤신현
도검
조돈형
수담.옥
강호풍
박신호
송진용
천성민
송진용
담적산
촌부
윤신현
눈매
강원산
송진용
임준후
임준후
송진용
서현
조형근
 1  2  >>
 
작가연재 > 무협물
사야지존
작가 : 나민채
작품등록일 : 2016.11.15
사야지존 더보기

작품안내
http://www.storyya.com/bbs/boa...
>

이 작품 더보기 첫회보기

악으로 깡으로 버텨온 조직의 넘버 투 백호영. 죽음의 고비 속에서 4차원을 통과하는데…….
“아니, 정말로 중국인가? 제기랄. 그 개자식들! 나를 중국에 버린 거라면 모조리 죽여 버리겠어.”
이제 그가 믿고 의지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38구경 권총과 오토잭나이프 한 자루뿐!
이제 무림에 극악한 지존이 나타났다!

 
25 화
작성일 : 16-11-25 09:59     조회 : 458     추천 : 0     분량 : 7130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25화

 

 

 

 

 

 천번지복할 굉음이 울려 퍼졌다. 굉음은 한 번으로 그치지 않았다. 연속으로 아홉 번이 울렸다. 달려오던 황군들과 즉살마도 깜짝 놀라 굉음이 난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백호영을 포위하고 있던 아홉 명의 황군이 모두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아홉의 시체 중앙에 서 있는 자. 피를 흠뻑 뒤집어쓴 채 웃고 있는 살귀!

 황군들은 끔찍함에 몸서리를 쳤다. 그런데 갑자기 살귀가 풀썩 쓰러졌다. 아홉 구의 시체 정중앙에 서서 흐흐흐 웃고 있던 백호영이 그대로 쓰러져버린 것이다.

 즉살마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재빨리 제자에게 뛰어들었다. 팽팽한 시위에 당겨진 화살처럼 앞으로 쏘아져나간 그는 백호영을 옆구리에 끼고 무작정 내달렸다.

 “잡아라!”

 뒤늦게 정신을 차린 황군들이 소리쳤다. 즉살마 뒤로 이백 명의 황군이 쫓아왔다. 즉살마는 골목 사이사이를 돌아 지붕으로 도망쳤다. 그가 임안을 벗어나지 않고 계속 주변을 맴도는 이유가 있었다. 기절해버린 부용설리 때문이었다.

 “아가야!”

 그는 황군을 피해 부용설리를 찾아냈다. 혼절한지라 불러도 대답이 없었다. 그는 백호영과 부용설리를 양 허리에 끼고 힘겹게 앞으로 내달렸다.

 “저기다!”

 황군들이 팔방에서 들이닥쳤다.

 “크윽!”

 즉살마는 모든 내력을 사속영보에 쏟아 부었다. 말을 타고 쫓아오는 황군들도 보였다. 성문을 급히 닫으려고 하는 황군을 발로 찬 후 간신히 임안을 빠져나왔다.

 두두두두

 그러나 여전히 기마대가 뒤를 쫓고 있었다. 양 옆에 두 성인남녀를 끼고 경공을 운용하는지라 그 속도는 평소보다 턱없이 느릴 수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두 사람을 붙잡고 있기 때문에 검도 휘두를 수 없는 처지였다.

 눈앞에 초원이 펼쳐졌다. 뒤에서 수십 필의 말들이 따라오고 있었다. 간격이 차츰차츰 좁아졌다. 그때였다.

 “헛!”

 저 멀리 판교(板橋 : 널다리)가 보였다. 상당히 깊어 보이는 냇가 위에 드리워진 판교. 다섯 명 정도 지나갈 수 있는 넓이었다.

 “크크크.”

 나무로 만들었으되 견고해 보였으나 즉살마에겐 별개의 문제였다. 있는 힘을 다해 판교에 도달할 무렵 기마대가 바로 뒤에 들이닥쳤다.

 “서라!”

 기병들이 앙칼지게 외쳤다. 이미 즉살마가 판교를 건넌 직후였다. 즉살마는 두 사람을 옆구리에 낀 채 한쪽 다리를 들어 올렸다. 그리고 내력을 끌어올려 판교를 내려찍었다.

 콰악

 바위에 떨어진 달걀처럼 금이 쩍 가더니 곧바로 다리 끝이 무너져 내렸다. 기병들은 판교가 한 인간에 의해 무너지자 흠칫 놀라며 말을 세웠다. 그들은 냇가를 건널 수 없었고, 단지 멀리 도망가는 살인마 일행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즉살마는 힐끔 고개를 뒤로 돌렸다. 멍하니 서서 지켜보는 기병들을 일별하며 통쾌한 웃음을 터트렸다.

 

 대도옹(大到翁) 당송군.

 그의 대명을 모르는 무림인은 없다. 정도문파인 청학문과 향도문을 몰살시킨 그의 일화는 유명하다.

 하지만 그는 무공을 모른다. 그렇다고 암기술이 뛰어난 것도 아니다. 기관지식도 아니며 관군을 이끄는 자도 아니다. 그는 단지 다른 사람보다 지략이 뛰어날 뿐이다. 그리고 사람의 마음을 흔드는 달변의 소유자이며, 도사들도 울고 간다는 심안(心眼)을 지녔다.

 정도 무인들은 말한다. 대도옹 당송군이 구대문파 중 어느 하나와 인연이 닿기만 했어도 정파 무림의 판도는 완전히 달라져 있을 거라고.

 이처럼 정도 무인들의 한탄에서도 알 수 있듯 대도옹 당송군은 사파인이다. 다른 사파인들도 그를 찾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 그러나 죽었는지 살았는지 그는 모습을 전혀 드러내지 않고 있다.

 

 “크윽!”

 “이제 괜찮아요?”

 천사인가. 선녀인가. 백호영의 가물가물한 시야 안으로 미색의 여인이 들어왔다. 차츰 초점이 잡혀가면서 그 여인이 부용설리임을 알 수 있었다. 그녀가 자신의 뺨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눈물을 흘렸다. 백호영은 머리가 지끈지끈 아팠다.

 “이제 괜찮으냐?”

 즉살마는 땀을 주르륵 흘리고 있었다. 방금 전까지 계속해서 제자에게 진기를 주입했더니 내력이 고갈되었다. 그는 백호영의 눈이 정상으로 돌아온 것 같아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눈을 감았다.

 백호영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여기는……?”

 천장은 흐린 별빛이 내다보이는 낡은 판자로 되어 있었고, 자신이 깔고 누운 것은 짚이었다. 그는 판자 틈새로 비치는 별을 바라보며 기억을 더듬어보았다.

 ‘아!’

 백호영은 문득 뭔가가 생각이 났다. 인상을 잔뜩 찌푸렸다. 비록 잠시 뭔가에 홀려 잠시 그렇게 되었지만 그 감각만은 떨쳐버릴 수 없었다. 파육감과 진한 혈향 그리고 비명 소리! 그 아비규환의 지옥도가 눈앞에 선했고 귀청을 자욱이 울렸다.

 “낭군님, 이제 괜찮아요?”

 부용설리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눈은 한없이 깊었고, 뺨을 타고 흐르는 눈물은 수정처럼 투명했다.

 툭

 그녀의 눈물이 백호영의 뺨에 떨어졌다. 눈물은 따뜻했다. 눈물이 닿자마자 뺨 주위로 온기가 가득 퍼져 나갔다. 백호영은 걱정스러워하는 그녀의 시선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쑥 빠져들었다.

 “낭군님, 다시는 그러지 마세요.”

 부용설리는 그의 반대쪽 뺨을 어루만지며 말했다. 옆에서 즉살마가 그녀의 어깨를 토닥거리고 있었다. 백호영은 그녀의 눈물이 몹시도 따뜻하다고 느꼈다.

 “울지 마.”

 “예…….”

 부용설리가 다소곳이 고개를 숙였다.

 “제자야, 혈귀라고 아느냐? 사부가 이전에 말했지. 마공을 익힌 자가 강한 충격을 받거나 심마에 접어들면 혈귀가 될 수 있다고. 크크.”

 즉살마가 타이르는 듯한 어투로 말했다. 백호영은 기억을 더듬어보았다. 짙은 혈향이 주위를 맴돌았다. 분명 자신은 커다란 충격을 받았고, 그 후 몸이 저절로 움직였다. 마치 내 몸이 아닌 것처럼.

 그런데 희한하게도 자신을 그대로 내버려 두고 싶었다. 여기저기서 비명이 터지고 피분수가 솟구칠 때마다 마음이 오히려 편안해졌다. 이런 것을 혈향에 취한 상태라고 하지.

 “내가 혈귀가 되었었나?”

 “그렇단다. 아직 심마에 접어들지 않은 네가 혈귀가 되어버린 이유는 묻지 않겠다. 무엇 때문에 강한 충격을 받았는지 묻지 않겠다는 말이다. 크크. 제자야, 알아두거라. 네가 무공을 빨리 익히게 된 것은 너의 그 마기와 사기 덕분이다. 그러나 오히려 그것이 너를 파멸시킬 수도 있다.”

 “…….”

 백호영은 잠자코 듣기만 하였다. 관군도 보았고, 마차도 보았으며, 황궁도 보았다. 더 이상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하겠는가! 이곳은 내가 살던 세상이 아닌 것이다!

 그는 주먹을 불끈 움켜쥐었다. 여전히 그의 주먹엔 마기가 실려 있었다.

 “제자야, 무엇이 네 마기를 그렇게 이끌었는지는 모르겠다만. 언젠가는 한 번 겪어야 할 일이었다. 사부는 오히려 빨리 이렇게 지나가게 된 것을 다행으로 생각한다. 너는 아직 멀었다. 크크. 조금 더 수련해야겠구나.”

 “수련?”

 “대도옹 당송군에게 말이다. 무공은 내게 배웠다만 지심(知心)은 그 늙은이에게 배우거라. 이미 혈귀가 한번 되었으니 피 맛을 알아버렸을 터. 크크.”

 백호영은 즉살마의 말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사람을 베고 싶다는 생각이 여전히 가슴속에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지금 눈앞에 있는 두 사람이 지인만 아니라면 벌써 베어버렸을지도.

 “잘된 일이구나. 네 무공은 아직 멀었으니 정신과 육체 모두 더욱 강하게 단련해야겠다. 다시는 혈귀 따위로 변하지 않도록 말이다.”

 즉살마는 단호하게 말했다.

 “낭군님, 그렇게 하세요.”

 왠지 이 아이의 말이 따뜻하게 들린다. 그렇게 해야 할 것만 같다. 백호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몸을 일으키려고 손으로 바닥을 짚으면서 ‘끄윽!’ 하고 신음을 흘렸다. 온몸이 굳어버린 것만 같았다.

 “며칠 움직이기 힘들 게다. 한번에 신기(身氣)를 발했으니. 우선 황산으로 돌아가야겠구나. 크크.”

 부용설리가 환한 표정을 지었다. 중원으로 나오면서 낭군님의 혈행이 더욱 심해졌다. 오히려 절벽 밑에서의 생활이 한가하고 좋았다.

 그녀는 백호영을 끌어안았다. 낭군님이 다시 무시무시한 요괴로 변하는 게 아닌지 걱정하고 있던 참에 잘된 일이었다. 그녀의 풍만한 가슴에 백호영의 얼굴이 파묻혔다.

 백호영은 문득 뭔가 나사가 하나 빠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 중요한 부분을 빠트린 듯한 느낌…….

 백호영은 그것이 무엇인지 금세 알 수 있었다. 들개에 대한 복수심! 이미 다른 세상인데 어찌하리오!

 ‘돌아가는 방법은 있겠지. 하지만 아직은 아닌 것 같군. 그건 그렇고 참 따뜻하군.’

 백호영은 온기에 취해 다시 눈을 감았다.

 “고마워.”

 “예?”

 “…….”

 부용설리의 따뜻한 온기가 그의 표정을 평온하게 만들었다. 무언가를 갈구하듯 힘이 잔뜩 들어간 손이 오므려졌다 펴졌다 하다가 차츰 움직임이 소멸되어갔다. 백호영은 엄마 품에 안긴 아이처럼 그렇게 잠들었다.

 

 백호영과 즉살마 그리고 부용설리는 사람의 눈을 피해 황산으로 향했다. 이미 근방에 방이 나붙었기에 인적이 뜸한 산길을 타야 했다. 저녁마다 백호영이 혈행한 산짐승으로 끼니를 대신했고, 넓은 초원을 만나면 예전처럼 마차를 빼앗아 이동했다. 황산까지 열닷새가 걸렸다.

 “겨우 도착했네요.”

 “그렇군.”

 백호영은 불복폭포 밑으로 향하는 입구를 막은 바위를 보며 말했다. 그는 고개를 돌려 부용설리를 응시했다. 그녀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은 많이 변해 있었다.

 입구를 막아 놓은 바위를 쓰다듬던 즉살마가 말했다.

 “제자야, 밀어야겠구나. 크크. 조그만 밀거라.”

 둘이서 힘을 합쳐 바위를 밀었다. 즉살마의 말대로 딱 한 사람이 들어갈 수 있을 만큼만 바위를 옮겨놓았다.

 즉살마가 백호영과 부용설리를 구멍 안으로 들어가게 한 다음 말했다.

 “너희들 먼저 내려가 보거라. 난 이전에 말했던 대도옹 당송군이라는 늙은이를 데려오마.”

 “오래 걸리나요, 어르신?”

 “크크. 그 늙은이가 자리를 옮겼다면 꽤 오래 걸릴지도 모르지. 그러나 아마 그대로일 거다. 그만 들어가거라.”

 “하지만 어르신…….”

 “크크크. 내 걱정은 말거라.”

 즉살마는 미소를 지으며 손에 힘을 주어 내력을 집중했다. 그의 손에서 붉은 기운이 어른 거렸다.

 퍼억

 그의 손가락이 바위 깊숙이 박혔다.

 “흐압!”

 기합소리와 함께 바위가 스르르 움직였다. 그의 손이 부르르 떨리고 있었다. 바위가 천천히 움직이며 구멍을 조금씩 막아갔다.

 밖에서 즉살마가 구멍을 막자 빛이 전혀 들어오지 않았다.

 “아! 어르신 어떡하죠?”

 “걱정 말아.”

 백호영은 부용설리의 등을 밀었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을 뚫으며 그들은 앉은 자세로 나아갔다.

 “하아!”

 부용설리가 탄성을 내지르며 통로에서 빠져나왔다. 상쾌한 공기가 콧속으로 담뿍 빨려 들어갔다. 그녀는 돌아서서 구멍 안을 쳐다보았다. 낭군님이 뒤이어서 빠져나오고 있었다.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살며시 손을 내밀었다.

 “나오세요, 낭군님.”

 부드러운 음성이 통로로 스몄다. 그녀의 손을 잡고 밖으로 나온 백호영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여전히 그대로였다. 멀리 보이는 가옥도 그대로였고, 자신이 이전에 빠져나가려 발버둥쳤던 절벽의 흔적들도 그대로였다. 그는 풋 하고 웃었다.

 두 사람의 일상은 그렇게 다시 시작되었다. 백호영은 하루 종일 수련에만 몰두했다. 모든 것을 잊으려는 듯 미친 듯이 매달렸다.

 적의음양공에서 말하는 혈향을 이미 맛본 탓일까? 혈귀가 되었던 이후로 적의음양공의 오묘한 심결이 한눈에 보이는 듯했다. 파육정묘검법 역시 나날이 정진되어갔다.

 그의 눈에서 분출되는 적기도 뚜렷해졌다. 사기와 마기로 혼합된 적기는 피를 불러일으켰다. 매일 밤 그는 참을 수 없는 혈기에 이끌려 숲으로 달려갔고, 그곳에서 멧돼지들을 무수히 죽였다.

 그런 그를 말리는 것은 부용설리의 몫이었고, 그들은 그렇게 늦은 밤에 가옥으로 돌아와 뜨거운 밤을 보냈다. 숲 속의 작은 동물들은 부용설리의 나른한 비음에 깜짝깜짝 놀라며 잠에서 깨어나곤 하였다.

 

 즉살마는 쉬이 돌아오지 않았다. 언젠가부터 백호영은 수련하는 와중에 자주 구멍이 있는 쪽을 바라보는 것이 습관화되었다.

 돌아온 지 삼십 일이 되었다. 백호영은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파육정묘검법을 수련하고 있었다. 검환과 오토잭나이프의 날에서 마기가 그윽이 피어올랐다. 삼십 일밖에 되지 않았으나 일 년 넘게 수련을 한 듯 검에 노련함이 깃들어 있었다.

 팍

 어디선가 큰 소리가 났다. 그는 주위를 잔뜩 경계했다. 빠른 속도로 뭔가가 다가오고 있었다. 혹시! 그는 긴장된 얼굴을 하며 동쪽으로 뛰었다. 이미 부용설리가 음식을 하던 도중에 그쪽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꺅! 낭군님!”

 달려가던 도중에 부용설리는 백호영과 부딪쳐 그의 가슴에 안겼다. 그녀의 뺨이 붉게 물들었다. 양팔로 그녀를 안고 동쪽으로 뛰는 백호영. 두 사람의 귓가를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은 빨랐다. 아니, 그들이 빨랐다.

 두 사람은 어느새 동쪽 절벽에 당도했다. 눈앞에 두 인형이 어른 거렸다. 거리가 가까워지면서 부용설리의 눈에 눈물이 핑 돌았다.

 “아, 어르신!”

 부용설리는 즉살마 옆에 다른 사람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허리가 잔뜩 굽어 즉살마의 허리쯤 닿는 키에 허연 백발이 바닥을 끌었다. 그의 고집스러운 얼굴은 상당히 독한 면모를 드러내주고 있었다. 온몸에 적포와 적색의 장신구를 걸치고 있었다.

 그의 눈만은 무척 깊었다. 그 눈을 보고 있노라니 넓은 바다에 빠져드는 것 같았다. 그윽한 청기가 눈가에 가득 맴돌았다.

 “인사하거라. 이 늙은이가 대도옹 당송군이다.”

 즉살마가 미소하며 대도옹을 가리켰다. 부용설리는 즉살마가 돌아왔다는 사실에 기뻐 자꾸만 눈물을 글썽거렸다. 그때였다.

 챙

 섬뜩한 소리! 백호영의 오토잭나이프였다. 그는 은도를 움켜쥐며 즉살마가 데리고 온 대도옹이란 노인의 면면을 훑었다. 그의 마기가 대도옹을 뒤덮었다.

 “흐음.”

 대도옹은 그의 강한 마기를 느끼고 고개를 끄덕였다.

 “참으로 고약한 놈이로세. 자네 말대로 마기와 살기가 하늘을 찌르는군. 키키키.”

 “그렇지. 내 제자는 천재지. 마공을 익히는 데 천부적인 자질을 타고났어.”

 “키키.”

 대도옹은 쉰 목소리 같은 이상한 웃음소리를 냈다.

 “제자야, 잘 있었느냐.”

 즉살마가 백호영에게 미소하며 말했다.

 “참 빨리도 왔군.”

 백호영은 툭 내뱉었다. 그러나 즉살마는 제자의 말투가 이전과 조금 달라졌다는 것을 알아챘다. 그는 흡족한 듯 크게 웃었다. 인자해 보이는 외모는 아니었으나 내면 한구석에서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모습이었다.

 부용설리의 눈에서 물방울이 뚝뚝 떨어졌다. 그녀가 손등으로 눈물을 훔치며 말했다.

 “우선 안으로 들어가요.”

 “제자야, 너는 이 늙은이에게 앞으로 많은 것을 배우게 될 것이다. 그러나 구배 따위는 올리지 않아도 된다. 크크크. 이십 년 전 나와 내기에서 진 대가니까.”

 즉살마가 걸어가며 말했다. 둘 모두 과거를 회상하고 있었다. 그런데 즉살마는 웃고 있었고, 대도옹은 눈살을 찌푸렸다.

 대도옹이 문득 고개를 돌렸다. 백호영의 날카로운 시선을 느꼈기 때문이다. 백호영은 그를 노려보며 강한 살기를 내뿜었고, 대도옹도 그에 질세라 눈 한 번 깜빡이지 않았다. 그러다 갑자기 대도옹이 웃음을 터트렸다.

 “키키. 네놈 가르치는 것도 꽤 재미있을 것 같군. 키키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25 25 화 2016 / 11 / 25 459 0 7130   
24 24 화 2016 / 11 / 25 399 0 7124   
23 23 화 2016 / 11 / 25 441 0 6721   
22 22 화 2016 / 11 / 24 395 0 6720   
21 21 화 2016 / 11 / 24 437 0 7437   
20 20 화 2016 / 11 / 24 474 0 6014   
19 19 화 2016 / 11 / 24 667 0 6083   
18 18 화 2016 / 11 / 23 438 0 6110   
17 17 화 2016 / 11 / 23 407 0 6396   
16 16 화 2016 / 11 / 23 505 0 6549   
15 15 화 2016 / 11 / 23 541 0 6380   
14 14 화 2016 / 11 / 22 596 0 7154   
13 13 화 2016 / 11 / 22 441 0 6831   
12 12 화 2016 / 11 / 22 399 0 8894   
11 11 화 2016 / 11 / 22 547 0 6722   
10 10 화 2016 / 11 / 21 499 0 6998   
9 9 화 2016 / 11 / 21 451 0 6718   
8 8 화 2016 / 11 / 17 598 0 6823   
7 7 화 2016 / 11 / 17 449 0 6703   
6 6 화 2016 / 11 / 16 488 0 6741   
5 5 화 2016 / 11 / 16 427 0 6700   
4 4 화 2016 / 11 / 16 472 0 6383   
3 3 화 2016 / 11 / 16 510 0 6692   
2 2 화 2016 / 11 / 16 402 1 7098   
1 1 화 2016 / 11 / 16 667 1 6114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