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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어쨌거나 스물넷
작가 : 펙트
작품등록일 : 2016.8.22

경쟁을 통해 올라온 음식들. 좋은 음식이라고 판정받아도 손님들이 찾지 않으면 가차 없이 없애는 이곳은 디저트 뷔페, 로제와인.

 
67 부디 이 아이만큼은
작성일 : 16-11-24 23:21     조회 : 843     추천 : 0     분량 : 85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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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제와인이에요.”

 

 

  윤아는 대현의 말에 힘이 났기 때문에, 힘들어도 일단 도전하고 싶었다. 외삼촌은 우선 사기라도 높이기 위해 제과제빵 전문 책이나 레시피, 사진 모음집을 주었다. 그리고는 업무가 있기 때문에 먼저 돌아갔고, 다른 사람들도 뭔가를 가져오겠다며 자리를 떴다. 윤아는 그 동안 디저트 사진들을 꼼꼼히 살폈다. 다행이도 일반 디저트 사진은 보아도 무섭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지만 레시피 설명에 보인 오븐 사진에 살짝 몸이 경직되곤 했다.

 

 

  대현은 집에 돌아가 윤아의 방으로 들어갔다. 윤아의 방에는 브로마이드나 잡지 칼럼 등 디저트에 관련한 이미지들이 벽에 도배되어 있었고, 간혹 디저트의 레시피나 때마다 떠오른 아이디어를 필기한 포스트잇도 붙여 있었다. 누가 보더라도 윤아가 그만큼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저번에 몇 번 들어왔을 적엔 한 두 개가 고작이었는데 몇 주 새에 늘어난 것이었다. 대현은 책꽂이에서 로제와인 앨범을 발견할 수 있었다. 한 번 쭉 훑어보다가, 이정도면 윤아가 좀 더 로제와인에 빨리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만들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대현은 고개를 끄덕이고 이번엔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외삼촌이 각마다 팀을 짜서 아르바이트 겸 여행을 가게 된 곳들의 리스트를 뽑았는데, 대현이 오늘을 위해 외삼촌 대신 가지고 있었다. 그 리스트에 해당된 사람의 명단과 번호가 적혀 있었다. 대현은 그 팀의 한 사람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 난데. 지금 아르바이트 중이야?”

  -아니. 지금은 쉬고 있어.

  “내가 임윤아를 위해서 뭐 좀 하려고 하는데…….”

 

 

  대현은 몇몇 사람들에게 전화를 한 뒤, 규동과 명수에게 자신을 대신해 병원에 가달라고 문자를 보냈다. 시간이 꽤나 지나고 난 후에야 규동과 명수에게 알겠다는 답장을 받았다. 이어서 핸드폰에 메시지가 도착했다는 팝업창이 떴다. 이미 먼저 현장으로 갔던 파티쉐들의 문자였는데, 저마다 그곳에서 있었던 일을 사진으로 찍거나 단체로 사람들과 찍은 사진이 대화의 상당수를 차지했다. 대현은 어느 하나 놓치지 않고 모두 다 저장을 했다.

 

  대현은 책상에 엎드려, 그 상태로 저장했던 사진들을 찬찬히 구경했다. 사진 속 파티쉐들은 모두 해맑은 표정이었고, 디저트를 만드는 모습도 굉장히 좋아보였다. 그걸 보니 한 시라도 빨리 윤아가 쾌유했으면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대현은 휴대폰에 고정했던 시선을 위로 올려보았다. 어지럽게 쌓인 책들 사이로 한 앨범이 보였다. 대현은 허리를 펴고 그것을 꺼냈다. 지난 벚꽃 축제 때 미스로드 우승으로 받았던 앨범이었다. 그러고 보니 윤아에게 이 앨범을 한 번도 보여준 적이 없었던 것 같았다. 대현은 그 앨범 속을 바라보려다가 말고 고갤 돌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앨범 속 사진은 너무 민망했다.

 

  단비가 운영하는 카페에 도착했다. 대현은 파티쉐들에게 받은 사진이 인화될 동안 멀뚱히 서 있었다. 단비는 갓 나온 사진을 정리하며 말했다.

 

 

  “얘기 들었어. 윤아, 지금은 어때?”

  “묻지 마라.”

  “애가 걱정 되서 물어보는 건데, 난 걱정도 하면 안 돼?”

 

 

  대현이 숨을 길게 내뱉으며 말했다.

 

 

  “그냥 묻지 마라. 나도 모르겠으니. 스스로 괜찮다고 말은 해도 분명 임윤아는 괜찮지 않을 거다.”

  “나도 거기 가볼까?”

  “넌 그냥 가만히 있는 게 도움 된다.”

  “그래도 신경 쓰이는 걸. 율 스승님의 딸이잖아.”

 

  “아, 하긴……, 그 분도 임윤아처럼 같은 사고와 후유증을 갖고 계시지.”

  “응, 맞아. 그 분은 정말 대단한 쇼콜라티에였어. 윤아가 스승님의 모든 면을 꼭 빼닮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이기지 못하고 그 상태로 끝나게 되는 것마저 닮지 않았으면 좋겠어. 하루라도 빨리 일어났으면 좋겠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자, 사진 인화 다 되었어.”

  “얼마야?”

  “우리 대현이한테는 공짜지.”

  “제발 그 우리라는 말 그만 둘 수 없어?”

  “왜, 우리 맞잖아.”

  “그만 좀 해. 언제 적 일인데.”

 

 

  단비는 장난스런 표정으로 대현에게 물었다.

 

 

  “순진한 윤아 양은 대현이한테 고백 했으려나.”

  “뭔 고백?”

  “몰라?”

 

 

  대현은 전혀 모른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때서야 단비는 윤아와 대현이 아직 사귀지 않았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단비는 ‘흠’이라며 팔짱을 끼다가 얼른 가보라고 말했다. 대현은 안 그래도 그럴 거라며 자리를 떴다. 단비는 팔짱 낀 한 손을 빼서 컴퓨터에 아직 남아있는 윤아의 사진을 보았다.

 

 

  ‘하긴 지금 당장 자기 몸 추스르기도 어려운데, 아직 대현이한테 고백하긴 무리겠지.’

 

 

  윤아는 자신의 눈앞에 놓인 상황에 상당히 놀랐다. 휴게실에서 음료수를 마시며 잠시 동안 쉬고 있었다. 그런데 대현이 아무렇지도 않게 들어오더니, 그 뒤를 이어 명수와 효린이 윤아와 마주보고 앉았다. 거기다가 리하와 규동이 휴게실에 들어오더니 자신의 옆에 앉았다. 별 말도 하지 않고 아이디어 노트를 공개하며 각자 할 일을 했다. 아이디어 스케치를 하기도 하고 레시피를 외우거나, 서로 어떻게 하면 더 좋을지 조언을 해주기도 했다. 리하는 자신이 쓰고 있던 제과제빵 레시피 책을 옆에 있던 윤아에게 건넸다. 윤아는 자신이 발작 이후로 본 사람들이 태연하게 잘 해주기에, 작은 목소리로 리하에게 물었다.

 

 

  “왜 떠나지 않았어…….”

  “어딜 떠나?”

  “추악하잖아, 나.”

 

 

  윤아의 맞은편에 있던 효린이 손을 뻗어, 테이블 위에 놓인 윤아의 손을 잡았다. 윤아는 효린에게 시선을 돌렸다.

 

 

  “윤아 넌 내가 항상 힘들 때마다 나한테 손잡아 줬어.”

 

 

  윤아는 자신의 손을 타고 전해져오는 효린의 온기를 느낄 수 있었다.

 

 

  “난 언제 너한테 손을 잡아줄 수 있는 날이 올까 생각했어.”

 

 

  이어서 명수와 규동도 말했다.

 

 

  “효린이는 예전과 다르게 먼저 손을 뻗을 수 있어. 효린이를 이렇게 강하게 만들어줘서 고마워.”

  “늘 열심히 했으니까 지금도 하던 대로 하면 돼. 거부하지 않은 지금 자체로도 넌 충분히 잘 하고 있는 거야.”

 

 

  대현은 따로 말이 없었지만 규동의 말에 동의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리하는 뭔가를 말하기 민망하다는 표정을 짓다가 겨우 입을 열었다.

 

 

  “나도 만약 네가 정성과 노력으로 날 봐주지 않았더라면 지금의 난 여전히 누군가를 헐뜯고 있었을 거야. 솔직하게 말해서, 내가 널 헐뜯을수록 이상하게 내가 잘못했다는 걸 알게 되더라고.”

 

 

  윤아는 점점 커져가는 눈으로 리하를 바라봤다.

 

 

  “그리고 한 사람이 이르기를. 자신은 변화하는 사람을 따를 것이라고. 그리고 다른 사람이 이르기를. 변화하는 사람을 따르는 것보다 나를 변화시켜준 사람을 따르는 것이라고. 난 후자에 공감돼.”

 

 

  리하가 말하는 ‘한 사람’은 윤아를 일으키는 말이었고, ‘다른 사람’은 규동을 말하는 것이었다. 리하는 자신의 옆에 있는 규동과 눈이 마주쳤다. 규동은 환한 미소를 지었고, 리하 역시 씩 입 꼬리를 올리더니 규동을 따라 환하게 웃었다.

 

 

  “혼자서 6년이 걸렸으면 우리 힘까지, 아니 마스터의 힘까지 합하면 금방이야. 그러니까 제발 죽 좀 먹어.”

  “나중에 저녁시간이 되면…….”

  “지금 당장 먹어.”

 

 

  대현은 당장 먹으라며 자신이 사온 죽을 윤아에게 건넸다. 아직 죽은 식지 않았다. 윤아는 주변 사람들을 둘러보다가 죽을 바라봤다. 대현이 뚜껑을 열고 숟가락을 건넸다. 며칠 만에 먹어보는 음식인지 몰랐다. 윤아는 천천히 한 입씩 떠먹기 시작했다. 그 순간 울컥하면서도 금방 눈시울이 붉어졌다.

 

 

  “얘들아 고마워.”

 

 

  규동이 넌지시 웃으며 말했다.

 

 

  “지금 고맙다고 말하지 않아도 돼. 나중에 완전히 치유되었을 때 그 때 고맙다고 해도 늦지 않아.”

 

 

  윤아가 죽을 다 먹고 나서 다시 디저트에 대해 공부를 했다. 한 시간 정도 지나서야 명수와 효린이 먼저 자리를 떴고, 그 다음 리하도 엄마를 보살피러 가야한다고 갔다. 규동이 윤아 대신 죽을 담았던 일회용 통을 버리러 갈 동안, 대현은 윤아 옆에서 다리를 꼰 상태로 책을 보았다.

 

 

  “아, 그럼 우리 또 너한테 뭐 얻어먹겠네?”

  “이 씨.”

 

 

  윤아는 손으로 대현의 앞머리를 짓이기듯 뒤로 넘겼다.

 

 

  ‘이마 까도 잘생겼어. 괜히 짜증나.’

 

 

  윤아의 볼이 다시 붉어지기 시작했다.

 

 

  “얼른 나아라. 너 혼자 끙끙 앓는 것도 우리한테 민폐니까.”

  “말이라도 좀 예쁘게 하면…….”

  “아, 힘 좀 내고 죽 좀 제 때 먹어! 계속 밥을 거르니까 힘이 없지.”

 

 

  대현은 욱하다가 다시 진정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여태껏 힘들었던 월말평가도 다 버텨왔고 이제 친구들도 많은데, 지금 이것도 금방 이길 수 있어.”

 

 

  대현은 윤아에게 로제와인 앨범과 단비에게 받은 앨범을 건넸다. 윤아는 그것을 받으며 단비에게 받은 앨범을 펼치려 했다. 대현은 급히 허리를 굽혀 앨범의 표지를 힘주어 닫았다.

 

 

  “나, 나중에 봐. 지금 나 있는데서 보지 마.”

  “이게 뭔데?”

 

 

  대현은 윤아의 말에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대현은 천천히 윤아에게 다가가 윤아의 이마에 짧게 뽀뽀를 했다.

 

 

  “이런 거…….”

  “뭐?”

  “아, 몰라! 보든가 말든가! 난 간다!”

 

 

  대현은 황급히 휴게실 밖으로 나갔다. 문을 열자마자 벽에 등을 기대고 있던 규동을 발견할 수 있었다. 대현은 규동의 갑작스런 등장에 놀라 소리쳤다. 그리고는 휴게실 문을 닫고 복도를 걷기 시작하자, 규동도 따라 걸었다.

 

 

  “왜 휴게실에 안 들어왔냐?”

  “그냥 느낌이 내가 있으면 안 될 느낌이 들어서.”

  “우린 참 한 사람 좋아하는 방법이 힘들다.”

 

 

  규동은 씩 웃으며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도 좋아하니까.”

  “너 임윤아의 어디가 좋다고 했지?”

  “윤아가 하는 행동이 모두 사랑스러워. 환하게 웃는 표정을 보면 말도 못할 정도야.”

  “뭐, 사, 뭐? 오글거리는 말 잘도 하는 구나.”

 

  “네가 물어봤잖아.”

  “실컷 좋아하면 뭐해. 걔한테 안 다가가면 그만이잖아. 내가 확 뺏어버린다.”

  “이미 뺏은 거 아니었나?”

  “뺏긴 뭘 빼앗아. 막말로 걔가 지금 내 여자친구라도 되냐?”

 

 

  윤아가 번뜩 뭔가를 생각하곤 링거 지지대를 이끌며 허겁지겁 뛰었다.

 

 

  “그런가. 그럼 넌 윤아의 어디가 좋아?”

 

 

  대현과 규동은 엘리베이터에 멈췄다. 엘리베이터가 밑층으로 내려갈 동안 대현이 대답했다.

 

 

  “그냥 다…….”

  “뭐? 푸하하! 네가 말하니까 더 오글거린다.”

  “이자식이.”

 

 

  대현은 한참 웃고 있는 규동을 노려보다가 엘리베이터 층수를 셌다. 층수가 점점 오르고 있다.

 

 

  “네가 굳이 그렇게 말 안 해도 오글거리는 거 잘 안다.”

 

 

  바로 뒤에서 누군가 멈춰 숨을 헐떡였다. 대현과 규동이 뒤를 돌아보았다.

 

 

  “나 아무래도 가고 싶어!”

 

 

  그 말 한 마디를 하기 위해 뛰어온 윤아의 모습이 뭐가 그리도 웃겼는지 대현과 규동이 서로를 마주보다가 다시금 윤아를 보며 웃었다.

 

 

  “역시 이래야 너지!”

 

 

  엘리베이터가 층에 다다르면서 문이 열렸다. 대현과 규동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윤아와 마주보았다.

 

 

  “그럼 그 때 보자. 무리는 하지 말고.”

  “응!”

 

 

  이어서 문이 닫히고, 대현은 규동에게 말했다.

 

 

  “그래도 좋아하니까.”

 

  대현과 규동은 집에 돌아오자마자 외삼촌과 저녁식사를 했다. 외삼촌은 젓가락을 들다말고 말했다.

 

 

  “일단 윤아는 극복할 의지가 있으니, 신장개업한 이후에 윤아가 언제 들어와도 어색하지 않을 만큼 윤아의 자리를 남겨두면서 기존 멤버들을 유지하는데 힘쓸 생각이야. 그 부분에서는 너희 동기들이기도 하니 조금 도와줬으면 해.”

  “당연하죠.”

  “우선 이번 주 일요일까지 지켜보고 먼저 가거라. 너희들도 마냥 집에서 쉬면서 병원에 들락날락 거리는 건 한계가 있어.”

  “그렇지만.”

 

  “윤아가 나한테 부탁한 거야. 자기 때문에 애들의 발목을 묶을 수 없다고.”

  “괜찮아질 수 있을까요?”

  “그건 나도 장담 못해. 솔직히 위험한 도박 같은 것일지도…….”

 

 

  외삼촌이 신경 쓰이는 것은 한 두 개가 아니었다. 윤아의 문제는 물론이고, 주훤이 운영하는 그랜드 파티스의 문제, 타 지역에 간 다른 파티쉐들, 내부 수리와 끝도 없는 업무, 언제 불쑥 찾아와 윤아를 데리고 갈지도 모르는 대근을 생각하면 머리가 복잡했다.

 

 

  ‘환자분께서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의 기초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에 직면하고, 과거의 한 부분으로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을 배울 수 있는지 스스로 아시는 것이 중요합니다.’

 

 

  “토요일까지 갈 준비를 끝내고 있어. 상황을 보고 윤아를 데려갈지 판단할 테니까.”

 

 

  외삼촌은 내일부터 심리치료사의 도움을 받아, 윤아가 과거의 일을 받아들이는 것을 배울 수 있는지 유무를 알려고 했다. 일요일이 되는 날, 몇 번의 상담 후에 바로 출발 시킬 생각이었다. 어쩌면 윤아에게 급작스러워 무리일지도 몰랐지만, 어떻게 보면 이것이 가장 빨리 극복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이었다.

 

 

  ‘어쩌면 이 달이 최대의 고비일지도…….’

 

 

  오늘은 대현 외에 사람들이 내일 갈 준비를 하기 때문에, 병문안을 오지 않았다.

 

 

  -그랜드 파티스 진격의 오픈…사람들의 폭발적인 반응 때문에 자리도 없어.

 

 

  윤아는 핸드폰을 통해 인터넷 기사를 보았다. 내용을 쭉 훑어보았는데 지욱이 그랜드 파티스의 파티쉐 마스터로 활동한다는 말이 덧붙어 있었다.

 

 

  “어째서 지욱이 오빠가…….”

  “내가 그렇게 하라고 했어.”

 

 

  외삼촌이 병실에 들어오며 말했다.

 

 

  “그랜드 파티스로부터 지욱이를 파티쉐로서 스카웃 했어. 지욱이는 주훤이와 절친한 사이거든. 주훤이의 일이 걱정되기도 하니까 나 대신에 그곳에 있어달라고 말했어.”

  “그렇군요…….”

 

  “어때, 불편한 건 없어?”

  “저기, 외삼촌. 언제부터 혹독하게 할 거예요?”

  “그건 오늘 오후에부터 할 거야. 심리치료사와 간단하게부터 시작할거니까 그리 긴장할 필욘 없어. 아직 점심시간도 지나지 않았으니까 지금은 편안하게 있으면 돼.”

 

 

  윤아가 고개를 끄덕이자 외삼촌은 윤아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부디 이 아이 만큼은…….’

 

 

  외삼촌이 병실에서 나가자, 딱히 할 게 없었던 윤아는 대현이 주었던 두 개의 앨범을 꺼냈다. 단비가 주었던 앨범은 벚꽃축제 때 보았던 포토북이었다.

 

 

  “대현이랑 찍은 사진이 전혀 없는데 어떻게 포토북을 만들었지?”

 

 

  윤아는 표지 한 장을 펼쳤다. 종이의 한가운데에 인쇄된 문구가 있었다.

 

 

  -이건 단비가 주는 스페셜 포토북! 파파라치로 찍은 베스트 컷들을 모아서 앨범을 만든 거니까 재밌게 감상하시길!

  “파, 파파라치?”

 

 

  윤아는 앨범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대현과 미스로드에서 한참 마카롱을 만들 때의 모습, 인터뷰를 할 때의 모습, 우승 트로피를 받으며 서로 부둥켜안고 좋아했던 대현과 윤아, 길거리 음식들을 먹으며 담소를 나누거나 때론 티격태격 시비를 걸었던 모습이 차례대로 사진에 나타났다. 윤아는 옛 일을 떠올리며 그 때 무슨 대화를 했고, 어떻게 놀았는지를 추억을 되살려보았다. 그리고 다음 장으로 넘기자, 종이 두 장을 가득 메울 정도로 큰 사진이 눈에 띄었다. 그것은 윤아가 놀라기에 충분했다. 그 사진은 윤아와 대현이 불꽃축제를 구경할 때였는데, 대현이 윤아를 뒤에서 안으며 윤아의 머리카락에 뽀뽀했던 사진이었다.

 

 

  ‘어, 그렇담 그때의 그 느낌은 얼굴이 아니라 입술이었어?’

 

 

  윤아의 얼굴이 달아올랐다.

 

 

  ‘대, 대체 누가 찍었기에 사진이 이렇게…….’

 

 

  윤아는 부끄러워서 다음 장으로 넘길 수 없었다. 이것보다 더 한 사진이 있으리라 생각하곤 다급하게 앨범을 덮었다. 화끈하게 달아오르는 얼굴을 진정시키기 위해 창밖을 바라봤다. 그런데도 자꾸만 그 사진이 떠올랐다. 윤아는 빨리 잊을 방법이 없을까 찾아보다가 로제와인의 앨범을 발견했다. 윤아는 그 앨범을 집어 들었다. 윤아가 사진 찍었던 것들을 전부 이 앨범에 진열해놓곤 했는데, 최근에 고민할 것이 많다보니 찍지 못했다.

 

  윤아는 중간 즈음까지 앨범을 정리했다고 생각하고는, 어림잡아 중간 페이지를 펼쳤다. 전혀 보지 못했던 사진들이 그 후로부터 몇 페이지가 더 있었다. 농촌에서 밭일을 도우는 파티쉐들, 환한 미소로 아이들을 가리키는 파티쉐들, 세계 디저트 박람회에 참여한 파티쉐들 등 다양하게 사진이 찍혀있었다. 윤아가 찍은 사진들이 아니었다. 윤아는 한참 넘겨보다가 빈 칸에 붙어 있는 포스트잇을 발견했다.

 

 

  -내가 애들한테 시켜서 인화한 사진이니까 보고 힘내라. 얼른 우리랑 여행하러 가야지.

 

 

  윤아는 대현의 삐뚤빼뚤한 글씨체를 보며 싱긋 웃었다.

 

 

  “나도 그곳으로 가고 싶어, 대현아.”

 

 

  앨범의 첫 장부터 다시 보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윤아는 앨범의 첫 장부터 펼쳤다. 로제와인의 입간판을 찍은 사진, 로제와인의 전체적인 건물을 찍은 사진이 첫 장을 장식했다. 그 다음 페이지엔 디저트 뷔페의 입구와 카운터, 초콜릿 공예품과 초콜릿 분수 등이 있었다. 윤아의 얼굴엔 금방 화색이 띄었다. 어서 다음 장으로 넘기고 싶다는 생각에 빠른 속도로 페이지를 넘겼다. 그러자 조리실 내부 사진이 드러났다. 오븐룸에서 파티시엘이 다 구워진 빵을 꺼내는 모습, 대형 반죽 기계를 지켜보는 파티시에와 파티시엘, 피팅룸에서 장난스럽게 사진을 찍은 윤아가 보였다.

 

  락커에서 화재 경보음이 울리며 사람들이 다급하게 비상구로 빠져나갔던 장면이 순식간에 윤아의 뇌리에 지나쳐갔다. 윤아의 숨이 다시금 가빠지기 시작했다. 외삼촌에게 연락을 하기 위해 손을 뻗었다. 손끝에 휴대폰이 닿기만 했을 뿐 잡히지 않았다. 숨이 더욱더 가팔라졌다. 겨우 핸드폰을 잡았다. 떨리는 손으로 잠금을 해제한 후 외삼촌의 번호를 찾았다. 귓가에서 경보음이 실제로 울리는 것 같았다. 윤아에겐 지금 당장 숫자를 세어줄 사람이 없었다. 덜덜 떨리는 손이 통화버튼을 눌렀다. 이내 윤아의 숨이 덜컥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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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74 우린 단 한 번도 널 2016 / 11 / 28 666 0 11084   
73 73 당신의 모든 것 내가 빼앗아 2016 / 11 / 27 798 0 11412   
72 72 세 번의 변화 2016 / 11 / 26 520 0 10595   
71 71 넌 정리 했어? 2016 / 11 / 26 559 0 8272   
70 70 좋아, 좋아해 2016 / 11 / 25 477 0 9770   
69 69 기회는 이번이 진짜 마지막 2016 / 11 / 25 567 0 10534   
68 68 그 누나는 행복한 사람이네 2016 / 11 / 24 541 0 6712   
67 67 부디 이 아이만큼은 2016 / 11 / 24 844 0 8561   
66 66 너의 한계 2016 / 11 / 24 706 0 8925   
65 65 신은 나의 위치를 실감나게 해 2016 / 11 / 23 855 0 8859   
64 64 이게 무슨 일이야 2016 / 11 / 23 445 0 6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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