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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어쨌거나 스물넷
작가 : 펙트
작품등록일 : 2016.8.22

경쟁을 통해 올라온 음식들. 좋은 음식이라고 판정받아도 손님들이 찾지 않으면 가차 없이 없애는 이곳은 디저트 뷔페, 로제와인.

 
65 신은 나의 위치를 실감나게 해
작성일 : 16-11-23 05:57     조회 : 854     추천 : 0     분량 : 8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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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삼촌이 차를 몰고 로제와인으로 향하던 중이었다. 뒤에서 사이렌 소리가 들렸다. 외삼촌은 백미러를 보다가 차선을 변경해 길을 비켜주었다. 이어서 소방차가 지나갔다. 서울의 도로는 심각하게 정체된 상황이었기에 아무래도 소방차가 쉽게 앞을 나아가지 못하고 있었다. 보다 못한 외삼촌이 클랙슨을 연속으로 울렸다. 많은 차량이 소방차와 응급차를 위해 길을 놓아주었다. 외삼촌은 도로 위를 달리는 소방차를 보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나랑 가는 방향이 똑같네.”

 

 

  로제와인에 도착했다. 설마 꿈은 아니겠지, 라는 생각을 하며 눈을 깜빡였다. 로제와인 건물 앞 도로가에 소방차와 응급차가 있었다.

 

 

  “뭐, 뭐야…….”

 

 

  37층 창문에서 연기가 치솟았다. 구조대원이 간이침대를 이끌고 외삼촌 옆으로 스쳐지나갔다. 검은 제복. 윤아였다. 외삼촌이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응급차가 출발했다. 금방이라도 주저앉을 것 같은 다리를 이끌고 이미 바닥에 주저앉은 대현의 앞으로 다가갔다.

 

 

  “이게, 이게 무슨 일이야.”

 

 

  몇몇 파티쉐들이 진압 과정을 지켜보다 외삼촌의 눈치를 보고는 입을 열었다.

 

 

  “정확히 무슨 원인인지는 모르지만 분명 오븐 룸에서 일어났어요.”

  “저기에 갇힌 사람 있어?”

  “대현이와 규동이 모두 대피시켜줬어요.”

  “그렇다면 윤아는 왜……?”

  “그건 저도 잘……. 대현이 마지막으로 데려왔을 때 이미 윤아 의식이 없었어요.”

 

 

  파티쉐의 말에 외삼촌이 대현을 내려다보았다. 대현이 말했다.

 

 

  “분명 연기를 마셔서 쓰러진 건 아닐 거예요. 화재가 일어난 지 몇 초도 안 돼서 경보음 울리고 대피시키는 과정에 스프링클러가 작동했으니까요. 아마도 윤아는…….”

 

 

  화재 진압이 신속히 이루어졌다. 소방대원 중 한 명이 외삼촌에게 다가갔다.

 

 

  “이 건물의 건물주 맞으신가요?”

  “네.”

 

  “다행히도 인명 피해는 없습니다. 화재 시 대응하는 시스템이 작동해서 비교적 화재 범위는 매우 작았습니다. 사고의 경위는 좀 더 조사해볼 필요는 있지만 우선은 오븐이 가득하던 데에서 일어났습니다. 혹시 오븐 위에 천이나 물건들을 올렸나요?”

 

  “아, 아니요. 오븐의 상태가 좋지 못해서 온도를 좀 더 올린 것 말고는 없어요. 청결은 호텔 뷔페니 까다롭게 지켜왔고 습도 조절도 여름이라 더욱 중요시 여겼기 때문에 그것에 대해 문제될 건 전혀 없어요.”

 

 

  소방대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정확한 조사를 한 뒤에 알려주기로 했다. 외삼촌은 화재 당시 건물 내에 있던 손님들을 파악해 보상을 해주겠다며 연락처를 받았고, 고위 직원을 제외한 다른 직원들은 집으로 가라고 일렀다. 가스 누출 등 2차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건물은 며칠 문 닫을 생각이었다. 그 동안 예약을 미리 했었던 고객들에게 일일이 공지를 줄 생각하니 벌써부터 머리가 지끈거렸다. 머지않아 누전 검사와 가스 누출 검사 그리고 엘리베이터 작동 등 건물 내 위험 요소를 파악해줄 전문 기사들이 왔다.

 

 

  ‘윤아한테도 가봐야 하는데.’

 

 

  신은 사람에게 딱 견딜 만큼의 시련을 준다고 했다. 외삼촌이 헛웃음을 지으며 전문 기사들의 앞장을 서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신은 내가 안일하게 굴 때마다 매번 내가 서 있는 위치를 실감나게 해주는 구나.’

 

 

 -

 

 

  “아아악!”

 

 

  철컹철컹.

 

 

  “으으……, 아아!”

 

 

  1인 병실 문을 닫아도 복도에서 윤아의 비명이 생생하게 들렸다. 뒤늦게 윤아의 상태를 외삼촌으로부터 보고 받고 온 지욱도. 그들은 숨죽여 윤아가 진정할 때까지 그 주변을 서성였다. 규동은 예전부터 지켜봤던 윤아의 이상한 행동에 어느 정도 짐작을 한 상태였고, 윤아가 잠이 들었을 때에 비로소 윤아의 과거를 들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럼 윤아는 과거의 화재 사고로 정신적 장애를 겪었는데 다시 똑같은 일이 반복되었다는 건…….”

 

  “그래. 이번은 장담하지 못해. 윤아의 정신력으로 버텨질지 걱정이야. 6년으로 겨우 벽을 허물었나 싶었는데 다시 또 이렇게 된다면.”

  “다시 정상적으로 돌아오는데 시간이 그렇게나 오래 걸려요?”

 

  “사람마다 달라. 평생 극복하지 못하는 사람은 못하고 좀 더 오래걸려도 치료되는 사람, 빨리 이겨내는 사람이 있지. 윤아네 어머니 누군지 아시지?”

  “아, 네.”

 

  “그분도 외상 후 장애를 겪으셨지. 어느 정도 극복하는데에 성공했지만 다시 쇼콜라티에로서의 활동은 하시지 않아.”

  “윤아, 윤아가 로제와인에 입사한지 얼마 안 됐지만 많은 동기들과 친해졌고 부총주방장의 자리에도 서게 되었는데 한순간에 무너지다니…….”

 

 

  지욱은 규동의 말을 뒤로 한 채 굳게 닫힌 병실 문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얼마 후 의사와 간호사들이 나왔다. 안정제를 투여한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환자가 안정을 취할 수 있게 협조해달라는 의사의 말을 끝으로 그들은 병원 밖으로 나가야만 했다. 지욱이 외삼촌에게 전화를 걸었다. 몇 분 간 대화를 나누다가 지욱이 규동에게 자신의 차에 타라고 말했다.

 

 

  “일단 집에 데려다줄게. 지금 다른 위험 요소가 있는지 검진한다고 건물 며칠 동안 문 닫을 예정이래. 추후 공지는 우선적으로 예약하신 고객분들이나 피해보신 고객들 보상한 후에 알려준데.”

 

  “다른 직원들은요?”

  “이미 집으로 돌아갔나 봐.”

 

 

  대현은 우선 집으로 간 상태였다. 정신병과라 쉽사리 발을 딛어서는 안 되는 곳이었기에 집에 있는 것이 가장 최선의 선택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규동이 현관문을 열자마자 거실 소파에 앉아 있던 대현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규동에게 뛰어가다시피 다가가 윤아의 상태를 물었다. 대현의 손이, 목소리가, 눈가가 파르르 떨려왔다.

 

 

  “일단은 안정을 찾는 중이래. 아마 외삼촌께서 오늘 일정 끝나자마자 윤아에게 가실 거래. 그 때 다시 한 번 윤아 상태를 듣는 게 좋을 것 같아.”

  “하…….”

 

 

  불과 어제 전까지만 해도 윤아와 설레던 대화를 나눴었던 생각을 하니 대현의 마음이 더욱 애가 탔다. 규동 역시 애가 타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만약 다시 윤아가 복귀하지 못할 경우에 대한 불안감. 좀 더 윤아를 우선적으로 피신시켜주지 못한 것에 대한 죄책감. 옥죄어갔다. 그 중에서도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기도와 기다림 밖에 없다는 것에 회의감이 들었다.

 

 

  “정말 이럴 수밖에 없는 걸까.”

 

 

 -

 

 

  외삼촌은 오후가 되어서야 병원으로 달려갈 수 있었다. 사고 당시 윤아의 부모인 율과 대근에게 연락을 했었다. 비교적 먼 경기도 권에 살기 때문에 도착하는데 시간이 걸렸다. 윤아의 보호자로서 가까스로 병실 안에 들어갈 수 있었다. 윤아는 이미 잠에서 깨어난 상태였다. 윤아가 몸을 잔뜩 웅크리고 있었는데 외삼촌의 등장에 눈시울이 붉어졌다. 충격으로 아무 말을 하지 않았지만 알 수 있었다. 윤아는.

 

 

  “병원으로 바로 달려와 주지 못해서 미안해. 무섭지, 지금?”

 

 

  외삼촌은 윤아에게 다가가자마자 세게 안아주었다. 이윽고 윤아의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마치 이 품을 기다렸다는 듯이 외삼촌이 자신을 안은 세기보다 더 강도 있게 안았다.

 

 

  ‘외삼촌! 정말 나 파티시엘 되게 해줄 거야?’

 

 

  “너는 정말 열심히 해왔는데.”

 

 

  ‘당연하지. 윤아도 열심히 노력해야지만 외삼촌이 꼭 윤아가 될 수 있게 곁에 있어줄 거야.’

 

 

  “내가 또 한 번 널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하다…….”

 

 

  병실 문이 열렸다. 율이 다짜고짜 윤아의 모습을 보며 외삼촌에게 외쳤다.

 

 

  “오빠, 이게 무슨 일이야? 대체 어떻게 됐기에 애가 이 모양인 거야?”

  “일단 진정해.”

  “내가 진정하게 생겼어?”

  “제발……, 부탁이야. 나도 진정하고 싶으니까. 일단 복도에서 얘기해. 여기서 꺼낼 얘기가 아니야.”

 

 

  율의 숨소리가 점차 거칠어졌다. 좀 더 숨을 크게 들이쉬고 내쉬지 않는다면 금방이라도 숨이 막힐지도 몰랐다. 이 울렁거림, 낯설지 않았고 절대 다시 마주하고 싶지 않았던 감각이었다. 그들은 윤아의 병실 문을 닫고 바로 앞 한적한 복도에서 대화했다.

 

 

  “뭐라 말할 자격이 없다, 난…….”

 

 

  대근은 외삼촌을 통해 화재의 원인을 듣고 나서 얼굴을 붉혔다. 도저히 화를 참을 수 없었다.

 

 

  “원인미상의 화재라뇨!”

 

  “오븐에서 난 문제지만 부주의로 인한 사고가 아니야. 전기 누전이나 습도와 청결로 인한 문제가 아니란 말이다. 우선은 오븐에 주목하고 있지만 기계 자체에서 문제가 생긴 것 같다며 그 오븐 본사 대표가 검토 중이야.”

 

  “형님, 분명 지지난 월말평가 때 저더러 더 이상 임윤아가 하는 것에 태클 걸지 말라고 하셨지 않습니까? 임윤아가 최상의 자리에 설 때까지 대신 보호자 역할을 한다고 하셨지 않습니까! 그런데 고작 그 역할이 이겁니까? 역시 그 때 내기에 졌다고 해서 물러서면 안 되는 거였어요. 불이 피어오르는 장면을 본 것도 아니고 단지 그 연기를 보았단 이유로 저렇게 누워있는 꼴을 보면 모르시겠어요? 안 될 건 애당초 안 된…….”

 

  “넌……, 윤아가 저 상황이 되어서 걱정하는 차원에 화를 내는 거니, 아니면 네 거울이 윤아가 확실하다는 것을, 네 생각이 옳다는 것에 확신하고 화를 내는 거니?”

 

 

  대근은 외삼촌의 말에 하던 말을 멈췄다. 외삼촌은 대근의 눈을 응시하다가, 자신의 손으로 눈을 가리며 말을 이었다.

 

 

  “그래, 난 이런 걸 물어볼 자격이 없지. 다 내 탓이야.”

 

 

  ‘전부 다.’

 

 

  “내가 윤아를 두 번 죽인 꼴이 됐지.”

 

 

  “더 이상 저희 가족 일에 대해 신경 쓰지 마세요, 형님. 안 될 건 안 되는 거니까, 임윤아가 정신 치료 끝나는 즉시 집으로 데려가겠습니다.”

 

 

 -

 

 

  정신없던 하루가 끝을 달리고 있었다. 정신과 병원 이후에 쇄도하는 기자들의 인터뷰에 혼이 쏙 빠진 느낌이었다. 그도 그럴게, 한국에서 제일 잘나간다면 잘나갔던 호텔이었으니 도마 위에 오른 건 당연한 일이었다. 다행히도 인터넷 기사에는 인명피해가 없다는 점, 직원들이 교육이 잘 되어 고객들의 피신을 원활하게 도왔다는 기사가 많았지만 다시 이 호텔이 일어서려면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할지 의문이었다. 정상에 오르는 데에는 많은 것들을 포기하고 많은 것들을 쏟아 부어야 하는 것이기에 매우 힘든 일이지만, 하락할 때는 한순간이다. 더 많은 것들을 잃는다.

 

  외삼촌은 소파에서 아무렇게나 널부러진 자신의 몸을 일으켰다. 아주 느린 걸음으로 윤아의 방 문 앞에 섰다. 모두가 잠든 시간, 외삼촌의 어깨가 다시금 무거워졌다. 그 무게에 이기지 못해 무릎을 꿇었다.

 

 

  ‘내가 이 자리에 서 있어 마땅한 사람인가.’

 

 

  복도엔 외삼촌을 제외하곤 아무도 없었다.

 

 

  ‘대근이도 율이도 주훤이도 윤아도 나는 그 어느 누구도 지키지 못한 사람인데.’

 

 

  자기혐오에 걸릴 것만 같았다. 아니, 이미 걸리고도 남았을지도 몰랐다.

 

 

  ‘내가 그들의 주변에 있기 때문에 그들에게 불행이 온 게 아닐까.’

 

 

  오늘 하루 자신을 위로해줄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거라고.

 

 

  윤아는 꿈을 꾸었다. 불길이 치솟으며 자신을 뒤덮는 것을. 윤아가 허덕이며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도저히 나갈 곳이 없었다. 식은땀을 흘리며 점점 좁혀오는 불길에 몸을 움츠렸다. 이글거리는 불꽃이 번번이 윤아의 팔에 스쳤다. 윤아는 그것에 몸서리를 치며, 다시 한 번 주변을 살펴보았다. 저 멀리서 검은 형체가 보였다. 사람들은 이곳에 손짓을 하며 저마다 한 마디씩 말했다.

 

 

  ‘저기에 사람이 있어.’

 

 

  ‘누가 누굴 구해. 나부터 살아야지.’

  “아아악!”

 

 

  윤아가 소리를 지름과 동시에 꿈에서 깨어났다. 갑작스러운 비명에 놀란 대현과 규동이 침대에 손을 짚거나 윤아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윤아가 미친듯이 소리 질렀다. 두 손으로 자신의 귀를 틀어막으며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야, 진정해. 어디 아파?”

 

 

  대현이 침대 받침대를 내리고 윤아를 마주하며 침대에 앉았다. 윤아와 눈높이를 맞춰 자신이 여기 있음을 알리려 했지만, 윤아는 계속해서 비명을 지르며 귀를 틀어막던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더듬거렸다. 더듬거리면 더듬거릴수록 숨이 가빠졌다. 6년 전 겪었던 사고의 현장이, 자신을 버리고 간 사람의 목소리가, 나부터 살아야지, 라는 무심한 말에, 온통 하얀 방에서 6년 동안 보내왔던 자신의 모습이, 점점 한 알씩 늘어나는 약이, 자신이 동경한 로제와인을 메웠던 연기가 윤아의 머릿속을 마구 어지럽혔다.

 

 

  “윤아, 진정하라고! 나 봐봐. 나 여기 있어.”

 

 

  윤아는 마치 대현의 말을 거부한다는 듯이 몸부림을 쳤다. 윤아의 손등에 꼽혔던 링거가 뽑혀 손등에 피가 잔뜩 고이더니 이내 흘러내렸다. 윤아의 볼에 남겨진 눈물 자국 위로 또 다시 뜨거운 눈물이 흘렀다.

 

 

  “제발, 임윤아. 침착하게 숨부터 쉬어보자.”

 

 

  대현이 윤아의 링거 맞은 손을 잡으며 한 말이었다. 규동이 간호사를 부르기 위해 센터로 뛰어갔다. 그 와중에 윤아가 세차게 도리질을 하며 외쳤다.

 

 

  “나 몸이 뜨거워. 제발, 뜨거워. 팔이 타들어가는 것 같단 말이야!”

 

 

  대현은 윤아의 말에 혹시, 라는 생각을 하며 급히 소매를 팔뚝까지 거두었다. 윤아의 팔에는 그 어떤 화상 자국도 없었다. 때마침 의사와 외삼촌, 대근이 현장에 도착했다. 의사가 윤아의 상황을 살필 동안, 간호사가 윤아의 손등을 지열한 뒤, 주사기로 팔뚝에 안정제를 투입했다. 사색이 되었던 윤아가 안정을 되찾기 시작했다. 간호사는 그 상황을 놓치지 않고, 가져온 새 링거를 맞췄다. 외삼촌이 다급하게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물었다.

 

 

  “이 환자분은 보호자분께서 아시는 것처럼 외상 후 스트레스성 장애를 앓고 있습니다. 특정한 소음이나 이미지, 특정 단어 또는 냄새로 잊지 못할 충격적인 일을 계속해서 환기시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울증이나 절망, 신체적 환상 통증이 나타나는 것입니다. 장애의 정도를 보아 중환자실로 옮기심이…….”

 

  “안 돼요, 그것만큼은!”

 

 

   외삼촌이 고개를 좌우로 세차게 저으며 소리쳤다.

 

 

  “이 아이가, 어린 나이에 6년을 어떻게 버텨왔는데…….”

  “형님,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않습니까. 그냥 중환자실에…….”

  “중요해! 넌 대체 너에게 있어서 윤아가 뭐야?”

  “뭐요?”

 

  “넌 아무것도 모르잖아. 윤아가 어떻게 6년을 버텨왔는지! 하루하루가 얼마나 끔찍했는지 알아? 어떻게 또 그곳에…….”

  “그래서, 뭐 어쩌자는 겁니까? 분명 이 안정제 약효가 떨어지면 또 다시 난리칠 텐데, 그래서 어쩌자는 겁니까. 이게 다 형님의 소홀한 관리 때문에 이렇게 된 게 아닙니까!”

 

 

  ‘안 될 놈은 분명 안 된다고.’

 

 

  “지금 당장.”

 

 

  ‘자기 분수도 모르고 덤볐다가 망가지면 그것이 얼마나 처참한지.’

 

 

  “이동해주세요.”

 

 

  ‘형님은 아십니까?’

 

 

 -

 

 

  윤아는 천천히 눈을 뜨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하얀 천장과, 하얗게 도배된 벽지, 하얀 커튼과 창틀이 보였다. 지겹도록 봐왔던 것이라, 윤아는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돌렸다. 마침 의사가 병실 안으로 들어왔다.

 

  한편 외삼촌은 한숨을 쉬며, 다시 모인 파티쉐들의 얼굴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갑작스러운 사고에 놀라 편하게 자지 못한 얼굴들이었다. 우선 파티쉐들에게도 개인 소지품과 정신적인 면에서 보상을 끝낸 상태였지만, 이들의 실직은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 호텔은 며칠이 지난 오늘이 되어서야 다시 영업을 시작하였지만, 디저트 뷔페의 조리실이 재 기능을 하지 못했기에 재정비가 될 때까지 기다려야했다. 몇 개월도 단 며칠도 아닌 애매모호한 몇 주간의 시기기 때문에 더더욱 그러했다.

 

 

  “그 오븐은 어떻게 됐나요?”

  “우리의 과실이 아니라 완벽히 오븐의 문제였어. 물질적 변상은 그쪽 회사에서 모두 이루어질 계획이야. 하지만 그것은 그들의 일이고 문제는 너희들이야. 기간이 모호하기 때문에 여러 가지 많이 생각해보았는데 휴가로 조치를 취하는 게 나을 것 같아.”

 

  “그럼 그 기간만큼 저희의 수입은 0인가요?”

  “반 정도는 그렇고 반은 내가 취급해줄 거야. 그 동안만이라도 휴식기간이라고 생각하고 내가 여행이나 간단히 며칠 할 수 있는 일자리 알아본 데를 소개시켜줄 거야. 괜찮겠니?”

 

  “여행은 어디로 보내주나요? 우리끼리 가는 거죠?”

 

  “응. 각자 무리지어서든 혼자서든 국내라면 보내줄 수 있어. 교통이나 숙박 등 여행에 필요한 비용을 지원해줄 거야. 대신 어디 갈 것이고 무엇이 필요한지 나한테 보고해줘야 해. 그래야 그만큼 돈을 입금해 줄 거니까.”

  “그럼 일자리도 전국 범위로 알아봐주시는 건가요?”

 

  “일자리는 전국 범위로 넓혀버리면 임시 거처 문제로 불편할 것 같아서 서울권이나 못해도 경기도 권으로 알아볼 생각이야. 행사나 단기 강사로 초빙되는 일로 알아보는 거니 단기 수입치고는 괜찮을 거야.”

 

 

  파티쉐들은 갑작스럽게 놓인 결정권에 갈피를 잡지 못했다. 외삼촌은 이해가 된다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오늘 하루 생각할 시간을 갖추어 결정되면 문자로 남겨달라고 했다.

 

 

  “경환이는 괜찮아?”

 

 

  대현에게 오븐의 상태를 보고하려 오븐룸에 나오는 우연의 일로 사고 당하지 않았던 파티시에였다.

 

 

  “네. 정말 괜찮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그래도 무사한 파티쉐들을 보고 한 시름 놓았는지 외삼촌이 목이 멘 상태로 말했다.

 

 

  “그래도 고맙다. 너희들이 무사해줘서. 다행이야…….”

 

 

  ‘더한 희생자가 나오지 않아서.’

 

 

  효린이 주변을 살펴보며 외삼촌에게 물었다.

 

 

  “그런데 윤아는……?”

  “윤아는 당분간 병원에 머무를 예정이야.”

  “어디 다쳤어요?”

  “아니, 충격이 커서 안정이 필요해.”

  “그렇군요.”

 

 

  외삼촌은 고갤 돌려 1층 로비의 천장을 보았다.

 

 

  ‘그 안정이 언제쯤 되찾을 수 있을지.’

 

 

 -

 

 

  -아아, 이런, 이런. 안타깝게 됐네.

  “전혀 네 목소리는 그런 것 같지가 않은 것 같은데?”

  -무슨 소리. 내가 얼마나 걱정하고 있는데.

 

  “어휴, 어쨌든 일이 그렇게 됐다.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라 마스터도 적잖게 당황하고 계셔.”

  -뭐 어쩌겠어. 그런 오븐을 사용한 마스터 때문이지.

  “너 말 함부로 하지 마.”

 

  -명성의 1위라고 자랑했던 로제와인도 이제 한 물 가겠구만. 이참에 여기로 들어와.

  “그랜드 파티스에?”

  -전부터 내가 말해 주었는걸. 네가 여기에 들어온다면 내가 말해줬던 걸 바로 해줄게. 8월 16일부터 개업하니까 말이야. 마침 파티쉐 몇 명 더 고용할 생각이었고. 너의 긍정적인 대답 기대할게, 욱아.

 

 

  주훤은 먼저 지욱과의 전화를 끊었다. 지욱은 한동안 켜진 핸드폰 화면을 보다가 한숨을 푹 쉬었다. 그와 반대로 주훤은 자꾸만 입가에 퍼지는 미소를 숨길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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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78 너니까 가능한 거야 2016 / 11 / 29 839 0 8572   
77 77 단 한 번도 널 사랑하지 않은 적이 없어 2016 / 11 / 29 789 0 11402   
76 76 오늘 밤, 방으로 들어와 2016 / 11 / 29 601 0 7223   
75 75 대체 이 이상한 조합은 뭐지 2016 / 11 / 28 730 0 8898   
74 74 우린 단 한 번도 널 2016 / 11 / 28 666 0 11084   
73 73 당신의 모든 것 내가 빼앗아 2016 / 11 / 27 797 0 11412   
72 72 세 번의 변화 2016 / 11 / 26 520 0 10595   
71 71 넌 정리 했어? 2016 / 11 / 26 559 0 8272   
70 70 좋아, 좋아해 2016 / 11 / 25 477 0 9770   
69 69 기회는 이번이 진짜 마지막 2016 / 11 / 25 567 0 10534   
68 68 그 누나는 행복한 사람이네 2016 / 11 / 24 540 0 6712   
67 67 부디 이 아이만큼은 2016 / 11 / 24 843 0 8561   
66 66 너의 한계 2016 / 11 / 24 706 0 8925   
65 65 신은 나의 위치를 실감나게 해 2016 / 11 / 23 855 0 8859   
64 64 이게 무슨 일이야 2016 / 11 / 23 445 0 6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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