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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로맨스
벨라가 제임스를 만났을 때
작가 : 스피루리나
작품등록일 : 2016.11.16
벨라가 제임스를 만났을 때 더보기

조아라
http://www.joara.com/premium_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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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때부터 가장 친했던 친구, 크리스틴과 가장 사랑했던 남자친구, 제임스가 바람을 폈다.
믿을 수 없는 현실에 결국 헤어짐을 택하며 도망쳐버린 벨라.

몇 년 후, 황궁 소속 관리로 제임스와 크리스틴을 마주한다.
모르는 사이로 지내고 싶지만 자꾸 벨라의 앞에 나타나 그녀를 괴롭히는 제임스와 크리스틴.

어떻게 하면 그들과 멀어질 수 있을까.

 
2장 : 벨라가 처음으로 제임스와 멀어졌을 때
작성일 : 16-11-17 11:21     조회 : 674     추천 : 0     분량 : 1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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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장 : 벨라가 처음으로 제임스와 멀어졌을 때>

 

 중등아카데미로 입학하는 준비 내 예상보다 어려웠다. 그저 초등아카데미에서는 한 명의 담임선생님이 제국어, 수학, 과학, 외국어 등을 알려주셨고 난이도가 있는 문제를 다루지 않았기 때문에 비교적 쉽게 성적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중등 아카데미는 각 과목별로 선생님이 다르고 조금 더 심화된 내용과 암기력을 요구했다. 초등아카데미를 졸업하고 중등아카데미로 입학하기 전 약 2달간의 시간은 선행 학습을 하기엔 짧은 시간이었다. 물론 나는 2달 동안 제임스와 같은 수업을 듣고 같이 밥을 먹을 수 있어 행복하게 그 시간을 보냈다.

 

 “중등아카데미는 공부하는 것이 더 어려워질 뿐만 아니라 다른 도시에서 온 친구들도 함께 공부를 하기 때문에 성적을 유지하기 어려운 거 알지? 특히 리옹 중등은 우리 제국뿐만 아니라 다른 왕국에서 온 친구들이 많아. 그래서 리옹 중등에 배치 받은 친구들은 오늘부터 자율학습시간을 가질 예정이니 다들 그렇게 알고 수업 시작해볼까?”

 

 학원은 늘 그렇듯 더 많은 리옹 고등아카데미 진학생을 만들기 위해 다른 곳에 비해 가능성이 높은 리옹 중등아카데미 학생들에게 자율학습시간을 제안하였고 나 또한 그 수업에 참여하게 되었다. 다만 제임스는 조던 중등으로 가게 되었기 때문에 같은 수업을 들을 때도 있지만 예전에 비해 많은 시간을 함께하지 못하게 되었다. 그런 시간이 생긴다는 것은 충분히 나를 불안하게 만들었고 그런 나를 제임스는 알지 못한 채 수업에 집중하고 있었다.

 

 “우리가 살고 있는 모스코제국은 지금으로부터 5000년 전 아인 대공에 의해 세워졌어. 아인 대공이 세운 제국은 한 개의 제국이고 하나의 언어와 하나의 언어를 사용했어. 그러나 아인 대공이 죽고 나서 제국의 수도, 모나코로부터 멀리 떨어져 영향력을 적게 받았던 지역부터 점차 분열되기 시작되었지. 그렇게 분열된 제국은 현재의 3개의 소국과 2개의 왕국 그리고 제국으로 이어져 왔지. 그럼 2개의 소국과 3개의 왕국에 대해서 설명해 볼 친구는……. 벨라?”

 

 역사 선생님은 세계사를 설명하시면서 수업을 듣고 있는 학생들을 쳐다봤고 선생님 눈에 유독 수업에 참여하지 못하는 내가 거슬렸을 것이다. 그렇기에 질문을 던지시고 나에게 대답을 요구하신 거고, 나는 선생님의 눈빛에 부응할 수밖에 없었고. 또 제임스가 뒤에서 '벨라? 선생님께서 널 뚫어져라 쳐다보고 계셔' 라고 말하며 내 귓가에 속삭여 빨개지려는 내 얼굴을 위해 재빨리 일어나서 대답했다.

 

 “네, 먼저 2개의 소국은 노르엔, 호움입니다. 노르엔은 제국을 기준으로 북서쪽에 위치하였으며 밀라니아 왕국과 저희 제국 사이에 끼어 있습니다. 노르엔은 해양도시가 매우 발달되어 바다에서 잡히는 생선을 주로 수출하는 일로 이익을 취합니다. 날씨는 1년 내내 춥고 바람이 강하며 대부분의 주민들은 해안가에서 살고 있습니다. 호움은 땅의 정령인 노움에서 유래된 이름입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땅의 정령을 신으로 모시며 국교로 삼고 있으나 특이하게도 섬입니다. 그래서 호시탐탐 섬을 벗어나 영토가 넓은 저희 제국을 노리고 있으며 양과 소 등 가축을 키우는 목장이 많은 나라입니다.”

 

 내가 선생님의 질문에 대답을 못할 리가 없었다. 어차피 다 아는 내용이었고 선생님도 내가 다 알고 있을 거라는 가정 하에 질문 하신 거다. 나는 한차례 목을 가다듬고 뒤에 앉아있는 제임스 쪽을 쳐다보지 않으려고 애를 쓰며 다른 친구들에게 3개의 왕국에 대해서 마저 설명하였다.

 

 “3개의 왕국은 토른, 밀라니아 그리고 아일시티입니다. 가장 특이하면서도 독특한 특징을 가지는 아일시티는 대륙 동쪽에 위치하며 제국에 둘러싸여 있는 형태입니다. 아일시티라는 이름은 말 그대로 아일이라는 도시에서 유래되었으며 제국에서 가장 먼저 분열을 일으키며 독립한 도시이자 왕국입니다. 처음엔 도시였으나 점차 영토를 확장하며 왕국의 모습을 갖추었습니다. 제국에서 분열되었지만 아일시티의 왕족과 제국의 황족은 혈연관계이며 황위에 오르지 못한 황족들이 아일시티의 왕이 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 가장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곳입니다. 두 번째로 토른은 제국의 가장 동쪽에 있으며 영토의 반절이 바다와 인접해있습니다. 바다와 인접해 있지만 어획량이 많아 수출은 이루어지고 있지 않으며, 굉장히 숙련된 기사들을 배출하는 곳으로 유명한 왕국입니다. 실제로 토른의 왕은 싸움에 능하며 다룰 수 있는 무기가 다양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밀라니아입니다. 밀라니아는 서쪽 끝자락에 있으며 길쭉한 형태의 왕국입니다. 그곳은 저희나라만큼은 아니지만 대륙에서 두 번째로 큰 영토를 가지고 있으며 굉장히 아름다운 자연환경으로 유명합니다. 그들은 아름다운 자신들의 나라를 꾸미는 것에 열중하며 많은 대륙인들이 그곳에 여행이나 휴양을 떠납니다. 이상입니다.”

 

 나의 설명이 끝나는 동시에 수업이 끝나는 종이 울렸고 선생님은 재빠르게 나의 칭찬을 하면서 수업을 마친다는 말과 함께 교실을 나가셨다. 나는 그제야 설명하느라 한참을 서 있었던 다리를 접으며 자리에 앉아 책을 덮었다. 수업이 끝나자마자 다른 친구들은 선생님과 같이 재빠르게 교실을 빠져나가 집으로 돌아갔다. 나도 어서 집에 가고 싶었지만 자율학습을 위해 학습실로 이동하려 했다.

 

 이동하려는 나를 붙잡은 건 다른 친구들과 빠져나간 줄 알았던 제임스였다. 그는 내가 들고 있는 문제집을 뺏어가며 말했다.

 

 “정말 대단한 것 같아, 벨. 다 같이 배운 내용인데 그걸 그렇게 세세하게 기억하고 있을 줄 몰랐어. 나는 중등시험 끝나는 동시에 다 까먹었는데 말야.”

 

 그는 날 내려다보며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봤다. 내가 배운 걸 기억하고 있는 게 그렇게 신기한 일인 줄 몰랐다. 공부보다는 운동이나 게임에 관심이 많다는 것을 증명하듯이 그의 성적은 좋지 않은 편이어서 인가? 금세 학습실 앞에 도착한 우리는 서로를 마주보며 다음 주에 만나자는 말을 했다.

 

 “내일은 주말이어서 못 보겠네. 벨은 내일도 학원에 나와서 공부해?”

 

 “응, 아마도. 입학식이 일주일밖에 남지 않아서 주말에도 나와서 공부하라고 하더라. 제임스 너도 주말에 나와서 공부하는 건 어때?”

 

 나는 주말에라도 제임스를 보고 싶은 마음에 평소에 말하지도 않았던 핑계를 대면 그가 학원에서 공부할 것을 물어봤다.

 

 물론 그의 대답은 안 나오겠다는 말이었지만.

 

 “아아. 아무리 벨이 부탁해도 그건 어려울 것 같어. 주말에는 친구들이랑 축구하기로 했거든. 다음 주 월요일에 보자, 알겠지?”

 

 역시나 제임스는 주말에 있는 약속을 언급하며 거절했다. 내심 그가 나를 위해 한 번쯤은 같이 학원에 있어 줬으면 했었는데 아직 그럴 사이는 아니었나 보다. 조금은 실망한 내색을 하면 제임스를 서둘러 돌려보내려하자 그는 머리를 긁적이며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서 그를 기다리고 있는 친구들한테 달려갔다. 그리고 나는 스스로를 다독이며 자리에 앉아 한참을 공부에 집중하였다. 제임스가 나의 제안을 거절한 것을 안 떠올리게 하기 위해 평소에 비해 더 집중했다.

 

 제임스가 없는 주말은 더디게 흘러갔다. 통신기로 그와 계속 문자를 주고받았기 때문에 그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는 알고 있었지만 그와 함께 있는 것과 그저 문자를 주고받는 것은 매우 달랐다.

 

 그는 한참 축구를 하고 있어 내가 방금 보낸 문자에 답장하지 못할 것이다. 적어도 한 시간쯤은 답장이 안 오겠지. 아니면 두 시간? 제임스가 친구들과 축구할 때면 답장을 잘 안 하고 나를 신경 써주지 않는다는 사실이 싫다. 평소에는 못 느끼다가 이렇게 그가 답장을 하지 않을 때면 유독 제임스가 나랑 그저 친한 친구라는 게 잘 느껴져서 싫었다. 어차피 그와 더이상 발전될 관계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띠동'

 

 제임스다. 분명히 내가 문자를 보낸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답장이 온 것이다.

 

 '벨, 아직 학원이야?'

 

 나는 그의 질문에 잡고 있던 펜을 놓고 버튼을 눌렀다.

 

 '응, 적어도 2시간은 더 공부할 거야. 왜 그러는데?'

 

 '그렇구나, 그럼 한 4시쯤에 집에 가겠다는 거네. 알겠어.'

 

 그렇게 답장을 보낸 제임스는 내가 왜 그러냐는 질문을 했는데도 그 질문에 대한 답을 하지 않은 채 더이상 답장을 보내지 않았다. 제임스한테 문자가 왔다는 사실에 부풀었던 내 마음은 더이상 답장을 보내지 않는 그에게 실망하며 금세 풀이 죽었다.

 

 '왜 갑자기 문자를 보내고 답장을 안 하는 거야. 아 답답해. 제임스는 뭘 하고있는 거지?'

 

 나는 그렇게 공부를 하는 것 같지도 않은 2시간을 보내며 오후 4시쯤 문제집을 정리하면서 학원 계단을 내려갔다. 여전히 답장을 하지 않는 제임스를 생각하면서 말이다. 그때, 손에 쥐고 있던 통신기에 불이 들어오며 화면에는 제임스의 이름이 떴다.

 

 “여보세요? 제임스?”

 

 나는 제임스한테 전화가 온 적이 별로 없어 떨리는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제임스의 이름을 말했다.

 

 “나야 벨. 잠깐 멈추고 뒤돌아 봐봐.”

 

 “뒤?”

 

 나는 뒤를 돌아보라는 그의 말에 내심 무서웠다. 주말의 학원은 거의 비어있었고 계단은 창문이 없어 빛이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에 어두컴컴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뒤를 돌아보지 못하고 그냥 서 있으며 통신기로 제임스를 다시 한 번 불렀다. 제임스를 다시 부르며 가만히 서 있던 내 뒤로 누군가 내 어깨를 잡았을 때 나는 그만 주저앉으며 소릴 질렀다.

 

 “엄마야!!!!!”

 

 그러자 내 뒤에서 듣기 좋은 중저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벨! 괜찮아? 무슨 일이야. 갑자기 주저앉아서 놀랬어.”

 

 내 뒤에 서 있던 사람은 제임스였고 그는 뒤돌아보라는 그의 말에 갑자기 내려가던 계단에서 주저앉은 나를 보며 놀랐던 것이다. 그는 내가 그가 뒤에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는 것을 몰랐나 보다.

 

 내가 놀란 가슴을 부여잡으며 뒤를 돌아 제임스를 쳐다보았다. 큰 키를 가진 그이기 때문에 평소에도 나는 그를 볼 때 고개를 젖히고 쳐다봐야 했는데 그가 나보다 높은 쪽에 위치하다 보니 더 높게 느껴졌다.

 

 “제임스!! 놀랬잖아. 갑자기 뒤에서 잡으면 당연히 놀라지. 잠깐만.”

 

 나는 아직도 진정되지 않는 마음을 추스르며 심호흡을 하였다. 내 대답에 그는 전혀 몰랐다는 눈빛을 하며 말했다.

 

 “아……. 미안해. 난 그저 너가 뒤돌아보지 않길래 왜 그러나 싶어서.”

 

 “그렇지만 너무 어두워서 무서웠단 말이야. 거기에다가 갑자기 너가 뒤돌아보라고 하니깐 더 무서워져서…….”

 

 내가 사실대로 무서웠다는 말을 하자 제임스는 내가 한 번도 보지 못한 표정을 지었다. 마치 웃긴 걸 참아야 하는데 못 참겠는데 무서웠다고 하니깐 위로는 해줘야 하는데 이런 눈빛 말이다.

 

 그의 눈빛을 내가 제대로 해석한 건지 모르겠지만 그가 갑자기 학원에 나온 건지 물어봐야 했다.

 

 “그나저나 학원에는 언제 온 거야? 축구하고 있는거 아니었어?”

 

 “축구하고 있었는데 말이야,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한 거 있지. 그래서 너 학원에 있는데 비 오는 거 몰랐을 거 같아서. 우산 갖다 주러 왔어.”

 

 우산 갖다 주러 왔다. 이 말에 가까스로 진정시켰던 마음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그 말을 하면서 어찌나 활짝 웃던지 나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 나왔다. 그가 나를 생각해줬다는 게 나를 위해 학원에 와 주었다는 게 너무나도 행복해서 얼굴에 새겨지는 웃음을 멈출 수가 없었다.

 

 그런 나를 쳐다보는 제임스는 자신이 와서 그렇게 좋냐는 질문을 하며 나를 놀렸고, 나는 계속해서 터져 나오는 웃음에 주체를 못 하며 우리는 계단을 내려갔다.

 

 그의 말대로 밖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나는 제임스를 쳐다보며 우산은 월요일에 꼭 돌려줄 테니까 비 맞지 말고 얼른 집에 돌아가라는 말을 했다.

 

 그러자 그는 “응? 내가 왜 집에 가. 너 집에 데려다주고 가야지. 추우니깐 후드 꼭꼭 올리고 가자.” 라고 말하며 내가 후드집업을 목까지 잠갔는지 살펴봤다.

 

 나는 또다시 요동치는 마음 느꼈다. 나를 집까지 데려다준다는 말이 너무나도 좋아서 우산을 쓴 제임스를 쳐다보며 아까 그가 웃은 것처럼 눈을 살포시 반달 모양으로 만들며 웃었다.

 

 그런 나를 보며 제임스는 똑같이 웃었고 우리는 나의 집 쪽을 향해 걸었다. 각자 쓰고 있는 우산 때문에 옆에 나란히 서서 걷지는 못했지만 그가 나와 같이 집에 가고 있다는 사실이 비가 오는 날씨도 햇살이 쨍쨍한 날씨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마치 소풍 간 날 먹었던 솜사탕과 같은 맛이 입안에서 느껴졌다. 늘 학원을 중심으로 나와 제임스의 집은 반대 방향이었기 때문에 같이 가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제임스는 나의 집이 어딘지 몰랐고 내가 가고 있는 방향을 따라 걸으며 말했다.

 

 “배는 안 고파? 주말에도 공부하면 안 힘들어? 리옹 중등이 힘든 곳이긴 하지만 이렇게까지 무리하는 거 보니깐 리옹 가지 말 지그랬어.”

 

 나를 걱정해주는 말이 이렇게 달콤하게 들릴 줄 몰랐다. 그저 그가 걱정을 해주면 내 걱정을 해준다는 것에 감사했는데 이제는 같이 있다 보니깐 그가 하는 모든 것이 달달하고 꿈처럼 느껴진다.

 

 리옹 초등아카데미와 마찬가지로 나의 집은 학원에서도 5분 거리에 위치해있었고 금세 도착해버리는 것이 싫었던 나는 나도 모르게 제임스와 같이 있고 싶어 나의 집이 아닌 더 먼 쪽의 집을 향해 걸었다. 그런 나를 아는지 모르는지 끝까지 제임스는 내가 가는 길을 따라와 줬고 내 진짜 집과 가장 멀리 있는 집까지 와서야 그는 발걸음을 멈췄다.

 

 “다 왔네. 비와서 추우니깐 집에 들어가서 따뜻하게 있어, 벨. 그럼 월요일에 학원에서 만나.”

 

 제임스는 그렇게 나를 두고 뒤돌아 가면서 손을 흔들었다. 나는 손을 흔들면 월요일에 보자고 말하는 그를 한참이나 쳐다보았고 더이상 그가 보이지 않게 되었을 때 나의 진짜 집을 향해 걸어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분명히 제임스와 같이 걸었을 땐 너무나도 짧게 느껴지던 거리가 혼자 걸으려니 길게 느껴지는 것은 당연했다. 평소에는 생각 없지 잘만 다녔을 길을 이제는 이 길을 지나갈 때마다 제임스를 생각할 것이다. 분명히 나는 그럴 것이다.

 

 제임스와 보낸 짧은 순간처럼 일주일은 금방 지나갔고 드디어 리옹 중등아카데미에 입학하는 날이 왔다. 아침에 제임스에게 조던 중등은 어떻게 생겼냐는 질문을 문자로 남기며 나는 리옹 중등을 향해 걸었다. 리옹 중등은 리옹 고등과 담장 하나를 두고 붙어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다들 리옹 고등을 바라보며 공부했고 당연히 리옹 중등에서 리옹 고등으로 진학하는 학생들은 많았다. 리옹 초등만큼은 아니지만 집에서 걸어서 10분 내에 위치한 최상의 위치와 리옹 고등 진학률을 생각하자면 리옹 중등은 나에게 아주 좋은 곳이었다.

 

 내가 리옹 중등아카데미 입구에서 멍하니 서 있자 뒤에서 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목소리는 내게 유일한 동성친구이며 나와 비슷한 성적을 유지해 나의 라이벌이기도 한 카렌이었다. 그녀는 똑똑한 만큼 굉장히 그림에 큰 소질을 보였고 나는 그녀가 그린 그림을 함께 보며 좋아했다. 그리고 카렌은 나와 같이 리옹 중등아카데미에 다닐 예정이었기 때문에 나는 그녀와 다른 반이 된다는 생각을 못한 채 리옹 중등에 입학했다.

 

 내가 카렌과 같은 반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을 몰랐듯이 카렌도 몰랐다. 사실 카렌은 리옹 중등에 입학하기 한 달 전쯤 이곳 리옹으로 이사 온 지방 출신이다. 이사 오고 바로 등록한 학원에서 나와 만나고 짧은 시간 내에 친해진 우리는 같은 리옹 중등에 배치된 것에 기뻐했는데 다른 반에 배치될 줄이야. 제임스와 떨어진 것도 슬픈데 카렌과 떨어지게 되자 나는 갑자기 몰려오는 외로움을 느꼈다. 그리고

 

 그런 나를 눈치 챈 카렌이 말했다.

 

 “그래도 같은 아카데미잖어. 걱정하지 말고 새 학기 준비하자. 나 아까 전에 들었는데 여기에 나와 같은 취미를 가진 친구들이 모인 동아리가 있대서 그 동아리 면접 보기로 했어. 응원해줄 거지?”

 

 나를 안심시키며 말하는 카렌에게 나는 당연히 응원한다는 말을 했다. 그러고 나서 우리는 각자 배치된 반을 향해 걸으며 수다를 떨었다. 리옹 중등에 있는 시설 중 가장 기대되는 시설은 어딘지, 여러 도시에서 모였기 때문에 시험문제가 어려울 것 같다 등등 나와 카렌은 교실 문 앞까지 수다를 멈추지 않았다.

 

 나는 1학년 4반이었고 카렌은 8반이었다. 2학년 때는 같은 반이 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1년 동안은 각자 다른 반에서 생활하게 될 것이다. 나는 왠지 모르게 느껴지는 설렘에 들뜬 마음으로 교실 문을 열었고 내 앞에 펼쳐지는 것은 하얀색 연기였다.

 

 “대박!!!! 괜찮아? 야, 어떡하냐. 진짜 미안하다. 우린 켄인줄 알고…….”

 

 그것은 분필 지우개였다. 그것도 분필 가루를 엄청 머금은 지. 우. 개. 나는 머리에 묻은 분필 가루와 옷을 털며 짜증을 감추지 않고 말했다.

 

 “뭐야 이게? 그 켄인지하는 누군지 모르는 친구 말고도 다른 친구들도 다니는 문인데 이렇게 장난치는 게 좋니? 더러워진 옷은 어떡할 건데?”

 

 “와 진짜 미안해. 우리가 정말정말 미안하다. 새 학기 첫날인데 그냥 넘어가면 안 될까?”

 

 “뭐?”

 

 나는 너무나도 어이가 없어서 어버버거리고 말았다. 제임스한테만 보여주는 내 모습은 착한 학생이지만 사실 나는 다른 사람과 부딪히면 왠지 모르게 더러워진다는 생각이 들고 그 생각을 거리낌 없이 표출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기 때문에 내 성격이 조금은 싸가지가 없다는 말을 들어도 이해했다. 내가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했던 이유이기도 했고 말이다.

 

 장난을 친 그들은 내 뒤로 켄이라는 친구가 나타나자 우르르 몰려가며 저 여자애가 너인 줄 알고 장난을 쳤는데 니가 안 와서 당황스럽게 되었다는 둥의 이야기를 하며 자리에 앉았고 나는 켄이라는 친구에게 따질 생각으로 그에게 걸어가려 했다.

 

 “자, 모두 자리에 앉도록. 어머, 거기 온통 흰색가루인 친구. 무슨 일이니? 괜찮다면 일단 아무 자리에 앉을래?”

 

 내가 들어온 문이 아닌 다른 문으로 들어오신 선생님께서 나를 가리키면서 일단 자리에 앉을 것을 말하셨고 나는 화를 참으며 자리에 앉아야만 했다.

 

 선생님은 담임을 맡게 되신 분으로 사회를 가르치시는 분이셨고 우리에게 시간표와 교과서 그리고 1학년 일정표를 나누어 주시면서 말했다.

 

 “자리는 오늘 번호순으로 다시 배치할 거고 짝은 남녀 짝으로 할 거야. 일단 이번 교시에는 그렇게 앉아있으렴. 다음 교시에 자리표를 가져와서 자리 배치를 할 거니까 모두들 조용히 앉아있자.”

 

 그녀는 그렇게 말하면 교실 왼쪽 앞에 위치한 대형 모니터의 전원을 켰다. 그러자 모니터에서는 아카데미 교장으로 보이시는 분이 나왔고 늘 그렇듯 지루한 연설이 시작되었다.

 

 “저희 리옹 중등아카데미에 오신 학생분들 환영합니다. 모스코 제국의 자랑인 리옹에서 가장 수준 높은 교육을 보이는 리옹 중등학교는 학생 여러분의 미래를 함께 그려나갈 것입니다….”

 

 나는 아까전의 일을 금세 잊어버리고 교장 선생님의 연설을 배경음악으로 책상 위로 학원문제집을 꺼냈다. 그리고는 샤프를 골라 재빠르게 문제를 읽어가며 눈을 굴리고 있었다. 그때 내 눈앞으로 그림자가 지면 나를 부르는 듯한 목소리가 들렸다.

 

 “저기……. 저기?”

 

 “나?”

 

 나는 고개를 들어 나는 부르는 사람을 쳐다보았고 그 사람은 아까 내가 분필 지우개를 맞게 된 원인인 켄이라는 친구였다. 그는 선생님 눈치를 보며 비어있는 내 옆자리로 잽싸게 앉으면서 넉살 좋게 안녕이라고 말했다.

 

 “안녕? 난 켄이라고 해. 평민이고 조던 초등아카데미 출신이고, 또 취미는 축구고 좋아하는 음식은……”

 

 “잠깐만!!! 뭐하는 거야, 너? 왜 갑자기 니 소개를 하는 건데?”

 

 “그야, 아까 나 때문에 곤란한 일을 겪었다고 해서 미안하니까?”

 

 그는 곤란한 일을 겪었다는 말을 하며 한참을 털어냈지만 흰색가루 때문에 회색빛이 도는 내 머리를 가리켰고 나는 까먹고 있었던 그 일이 생각나 크게 소리를 치며 그에게 따지려고 했다.

 

 그 순간 내 주머니에서 느껴지는 진동에 나는 큰 소리를 내려던 입을 다물고 통신기를 확인했다. 제임스였다. 그는 내 학기 첫날이 어땠는지 물으며 자신이 있는 조던은 굉장히 자유분방하고 자신이 알던 친구들이 많이 와서 재밌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내왔다.

 

 그러다가 옆에서 느껴지는 시선에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려보니 내 통신기 화면을 쳐다보는 켄이 있었다. 그는 내 문자의 주인공을 찾아보며 말했다.

 

 “남자친구? 우와. 우리 이제 1학년인데 벌써 남자친구가 있는거야? 너 대단하다. 이름이 어디보자….제임스? 조던 초등출신 제임스???”

 

 나는 다시 한 번 깜짝 놀라며 켄을 쳐다봤다. 그가 제임스를 알고 있었다.

 

 “너, 제임스를 알아?”

 

 “당연하지. 초등생 때 같은 반이었는걸. 너가 제임스 여자친구야? 제임스 녀석 여자친구가 있으면서 말을 안 했다 이거지.”

 

 “아냐, 그런 거. 그냥 같은 학원에 다니는 친구일 뿐이야. 그런 식으로 오해 안 했으면 해.”

 

 단호하게 말하는 내가 싫었다. 그냥 제임스의 여자친구로 오해하게 내버려 두고 싶었지만 제임스가 알게 될까 봐 무서웠다.

 

  그는 아마도 그런 얘기를 들으면 굉장히 곤란해 할 것이 분명했다.

 

 나는 켄에게서 시선을 다시 문제집으로 돌리며 문제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는 내가 더이상 말을 하고 싶어 하지 않자 '그래? 알겠어.'라는 말을 하며 원래 자신이 있던 자리로 돌아갔다.

 

 교장 선생님의 연설은 한참 전에 끝났었고 나는 다음 교시에도 이어서 문제만을 풀기 시작했다. 2교시를 시작하는 종이 울리고 나서 몇 분 지나지 않아 아까 봤던 담임선생님께서 들어오셨다.

 

 그녀는 자리표를 가져왔으니깐 다들 자리를 빨리 옮기라고 말했고 나는 문제집을 챙겨 내 자리로 이동했다. 점점 내 자리에 가까워질수록 재 옆자리로 추정되는 자리에서 한 남학생이 손을 흔들고 있었다. 설마 하는 마음으로 간 내 옆자리에는 켄이 웃으며 '역시, 너랑 나랑 무언가 통하는 게 있다니깐. 얼른 앉아.'라고 말하고 있었다.

 

 나는 리옹 중등에서 시작하는 내 첫날이 그렇게 순탄치 않다는 것을 느끼며 자리에 앉아 아까 마저 풀지 못한 문제를 풀어나갔고 옆자리에 켄은 뒷자리에 앉은 자신의 친구들과 수다를 떨었다.

 

 그렇게 리옹 중등에서의 첫날은 지나갔고 금세 리옹 중등에서의 중간고사가 다가왔다.

 

 모든 중등 아카데미는 중간고사 3일, 기말고사 4일 동안 시험을 보게 된다. 어느덧 한 달 조금 남은 중간고사에 나는 제임스를 보지 못하는 날이 늘어갔다. 중등아카데미로 오고 나서 더이상 제임스와 나는 같은 학원에 있지만 같은 수업을 들을 수 없었고 쉬는 시간도 달라서 간간히 하는 문자만으로 제임스를 보지 못하는 안타까움을 달래야만 했다.

 

 다행히도 꾸준히 공부해온 덕분에 첫 중간고사 준비는 순조롭게 이루어졌다.

 

 나의 중등아카데미의 첫 중간고사는 물 흐르듯 흘러갔다. 생각만큼 어렵지는 않았지만 생각만큼 성적이 잘 나오지 않았다. 그 사실 때문인지 계속해서 우울한 기분은 나아지지 않았다.

 

 어느덧 중간고사가 끝나고 한 학기를 마무리하는 기말고사가 다가올 때 쯤 나는 요즘 들어 연락을 자주 못 하던 제임스의 소식을 듣게 되었다.

 

 다른 아카데미를 다니게 되면서 연락이 뜸해졌지만 그가 나에게 보내는 소식은 늘 그처럼 따뜻했다. 나는 그런 제임스를 떠올릴 때면 늘 행복한 기분이 마음부터 몽글몽글 피어났었던 것 같다.

 

 그런데 중간고사 이후로 그는 더이상 연락을 보내오지 않았다. 나는 제임스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닌지 걱정했다. 그런 내 걱정이 불안감을 조성했고 꼭 나쁜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는 말처럼 나는 그날 제임스가 학원은 그만두었다는 말을 들었다.

 

  그는 나에게 어떠한 말도 없었고 연락도 없었으며 내가 걱정하고 있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제임스는 중등아카데미에서 첫 기말고사 끝나도 연락이 없었고 그 이후로도 연락을 하지 않았다. 내가 먼저 그에게 연락을 해볼까 라는 생각에 문자를 보내봤지만 그는 답장을 하지 않았다.

 

 어떻게 된 일인지 제임스는 갑자기 사라져 버렸다. 나는 허탈감과 허망함에 그를 원망할 생각조차 못 하고 있었고 그렇게 나의 리옹 중등에서의 1학년은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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