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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무협물
철혈무정로
작가 : 임준후
작품등록일 : 2016.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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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대장부다. 누구보다 강하지만 슬픔을 가슴속에 담고, 마음으로 슬퍼한다.
그는 철혈의 무인이다. 번거로움을 일거에 날려 버리는 호쾌함.
그리고 숨 쉴 틈 없이 몰아치는 신속의 한 주먹!
구주천하를 질타하며 철혈의 무인으로 경외의 대상이 될 영웅의 일대기가 펼쳐진다.

 
21 화
작성일 : 16-07-15 15:57     조회 : 589     추천 : 0     분량 : 8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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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칠 개월 전 강풍양이 공손우에게 구해준 외원의 집은 작지만 혼자 살기에 불편하지 않을 정도는 되었다.

 방이 두 개였고, 음식을 해 먹을 수 있는 주방이 따로 있었다.

 음식의 재료는 강씨 집안의 유모인 능 여인이 수시로 챙겨주기에 먹을 것에 대한 걱정은 없었다. 하지만 식사는 공손우가 직접 만들어 먹어야 했다.

 술시 초여서 어둠이 외원을 덮었다.

 불이 꺼져 있어 아무도 없는 듯하던 공손우의 집 안에서 나직한 음성이 흘러 나왔다.

 “어르신, 조금이라도 드셔야 합니다.”

 침중한 음성이었다.

 벽에 등을 기대고 자는 듯 눈을 감고 있던 공손우가 눈을 떴다.

 그는 자신의 침상 옆에 선 채 근심이 가득 담긴 눈으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중년인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지난 한 달 사이 그의 모습은 몰라보게 변해 있었다.

 육신은 마른 갈대처럼 바짝 말랐고, 새하얀 백발은 윤기가 전혀 없이 푸석푸석했다.

 게다가 목을 가누는 것도 힘들어 보였고, 초점이 흐린 눈에서는 진물이 흘렀다.

 중년인은 손에 간단한 음식이 놓인 작은 쟁반을 들어 공손우의 앞으로 내밀고 있었다.

 “허허허, 곤(坤). 쓸데없는 짓 하지 말라고 했지 않은가. 먹으려 했다면 어련히 알아서 먹었을 것을.”

 “몸이 너무 상하셨습니다.”

 무겁게 가라앉은 중년인의 음성에는 진한 안타까움이 깔려 있었다.

 “내가 자초한 것일세. 그 아이를 탓할 일이 아니야.”

 “하지만 희생이 너무 컸습니다.”

 “해야만 하는 일이었네.”

 말을 하던 공손우는 해골을 연상시킬 정도로 마른 손을 들어 그가 곤이라 부른 중년인의 손에서 쟁반을 받아 들었다.

 그는 곤의 심정을 잘 알고 있었고, 위로해 줄 필요를 느꼈다.

 곤은 그를 신앙처럼 믿고 따르는 사람이다.

 천하에 그 자신보다 더 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을 만큼 충성심이 강했다.

 그런 곤이 관산호에게 서운한 감정을 품는 것은 미래를 위해 좋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의 그로서는 곤을 위로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는 곤이 주방에서 만든 음식을 먹는 것 외에는 없었다.

 공손우가 숟가락을 드는 것을 본 곤의 얼굴이 더욱 어두워졌다.

 그가 공손우를 만나는 것은 반년에 한 번으로 제한되어 있었다.

 그가 하는 일이 자리를 자주 비울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는 달반 전에 공손우를 만났었다.

 그런 그였기에 공손우가 그에게 보낸 전서구를 받지 않았다면 이곳에 올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가 전서구를 받은 후 쉬지 않고 천 리를 달려 이곳에 도착한 것은 한 시진 전이었다.

 그리고 그는 공손우의 상태를 보고 경악했다.

 십오 년 전 공손우는 심각한 내상을 입었지만 그동안 내상을 잘 다스려 악화되는 것을 막아왔는데 이렇게 증세가 급격하게 악화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경악과 분노에 몸을 떠는 그에게 공손우는 한 달 전 관산호의 방에서 있었던 일을 전부 이야기했다.

 숨길 이유가 없는 일이었다.

 곤은 그가 하고 있는 안배의 책임자였으니까.

 음식이 절반 정도로 줄어들었을 때 공손우는 쟁반에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그 손에는 힘이 없었다. 하지만 차분했고 흔들림이 없어 정지된 동작의 연속이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공손우를 보고 있던 곤은 들끓던 가슴이 진정되는 것을 느꼈다.

 공손우의 움직임은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평생 동안 자신을 철저하게 다스린 사람들에게서 느껴지는 기품을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이 그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불가일세의 거인이 뜻을 이루지 못한 채 이처럼 초라한 곳에서 조용히 스러지고 있는 것이다.

 곤의 마음을 읽은 것일까.

 공손우는 고졸한 미소를 입가에 떠올리며 말문을 열었다.

 “오래전 존경하는 친구이자 적인 그가 내게 해준 말이 있네. 천지의 도(道)는 무정(無情)해서 인과에 따라 흘러갈 뿐, 사람의 바람을 들어주지는 않는다고. 그 바람이 아무리 간절한 것일지라도 말일세.”

 곤은 긴장된 빛으로 공손우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공손우의 생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은 그도 알고 공손우 자신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런 공손우가 하는 말이었다.

 게다가 공손우가 하는 말은 단 한마디의 말이라도 그에겐 천금보다 귀한 것이었다.

 누구나 평생 동안 만나기를 염원해도 만나기 어려운 희대의 기인이 공손우였기에.

 공손우의 말이 이어졌다.

 “최근 들어 그의 말이 더 가슴에 사무쳐. 그는 나를 만날 때마다 말했었지. 도(道)는 선악의 분별도 옳고 그름의 분별도 없으며, 선하다고 상을 주고 악하다고 벌을 주는 도는 그러길 바라는 인간의 꿈일 뿐 천지의 도가 아니라고. 자연은 스스로 그러하며 인과에 따라 흘러갈 뿐이니 천지의 일부인 인간사에 대한 인위적인 조작은 아무리 좋은 의도에서 시작된 것일지라도 재앙을 부를 뿐이라고.”

 공손우는 나직하게 탄식했다.

 “하지만 내 믿음은 그와 달라 그의 생각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지. 그래도 나이가 들 만큼 들어서인지 그가 했던 말이 무슨 뜻인지 어렴풋이 알 수 있을 듯도 하네. 그렇지만 여전히 받아들일 수는 없네. 나는 내 믿음에 따라 평생을 살았고 그렇게 살았던 것을 후회하지 않거든. 한 가지 가슴 아픈 것은 평생을 염원하던 것이 최악의 결과로 눈앞에 나타났다는 것이지만 아직 그것을 바로잡을 기회가 있으니 최선을 다할 뿐일세. 그리고 내가 마무리를 짓지 못하면 자네가 마무리 지으면 될 것이고.”

 “어르신, 왜 그런 말씀을……. 어르신께서 마무리 지으실 수 있을 것입니다.”

 “허허허, 자네도 나이가 들었군. 이제는 빈말도 할 줄 알고.”

 공손우는 빙그레 웃으며 말을 이었다.

 “내가 자네를 부른 것은 내 몸 상태가 이렇게 되면서 상황이 급박해졌기 때문일세. 시간이 없으니 계획을 조금 앞당겨야겠어.”

 “하명해 주십시오, 어르신.”

 “수일 내로 호아가 철사보를 떠나네.”

 공손우의 말에 곤은 눈을 치켜떴다.

 놀란 얼굴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원래 그들의 계획대로라면 관산호가 철사보를 떠나는 것은 아직 삼 개월 정도 뒤여야 했다.

 관산호가 철사보를 떠나 자연스럽게 그들과 만날 수 있게 하기 위한 계획은 현재도 진행 중인 사안이다.

 그처럼 계획을 세워 진행할 수밖에 없는 것은 그들과 관산호의 만남이 결코 그들을 감시하는 사람들의 눈에 뜨여서는 안 되기 때문이었다.

 “비무자 상익청의 사사를 할 것이라고 하더군.”

 공손우의 말에 곤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상익청이라는 이름은 그를 놀라게 하기에 충분한 무게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그 놀람은 그의 얼굴을 일그러뜨릴 정도는 아니었다.

 그의 얼굴이 일그러진 것은 공손우의 내상이 급격하게 악화되어 가는 이유를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공손우는 그 몸을 하고도 관산호의 주변을 수시로 조사하고 있는 것이다.

 비록 몸이 많이 망가지긴 했지만 철사보 내에 그가 마음먹고 움직였을 때 그를 눈치 챌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은 없다.

 곤은 이를 악물었다.

 안타까웠지만 그로서는 공손우의 행동을 막을 방법이 없었다.

 “그럼 복건성으로 가겠군요.”

 “그렇겠지.”

 공손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비무자 상익청은 대륙 중남부의 강소, 절강, 복건, 광동성을 주 무대로 활동하지만 그 중심은 복건성이라고 알려져 있다.

 “호아는 복건으로 가면 안 돼. 그 아이는 안배된 장소로 가야만 해. 상익청의 무공은 쓸 만하지만 그의 무공을 배워서는 결코 대세를 바꿀 수 없네.”

 흐릿하던 공손우의 눈에 초점이 모아지며 강한 빛을 발했다.

 “나는 날이 밝는 대로 그곳으로 떠나겠네. 흔적을 끊고 그곳으로 가려면 나 또한 시일이 걸릴 테니 일찍 떠날 필요가 있어. 그리고 자네는 호아가 철사보를 나서 복건성에 도달하려면 족히 한 달은 걸릴 것이니 행로의 중간쯤 그 아이를 만나 그곳으로 데리고 오게.”

 “알겠습니다, 어르신.”

 “상황이 우리의 주도 하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서 임기응변이 많이 필요할 게야. 호아의 고집 또한 만만치 않으니 그 아이가 상익청에게 가는 것을 포기하도록 만드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고.”

 “가능한 자연스러운 상황을 만들겠습니다. 그리고 제 진정한 신분을 밝힌다면 산호도 상익청을 포기하고 저를 따라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무가에서 자란 아이니 제 이름을 모를 리 없으니까요. 너무 염려치 마십시오, 어르신.”

 곤의 음성에는 과장된 자신감이 실려 있었다. 그리고 그 과장은 의도적인 것이었다.

 미래가 불확실하다고 불안해하기엔 그와 공손우가 가진 바람은 너무나 절실한 것이었으니까.

 “그러길 바라네.”

 공손우의 눈과 곤의 눈이 마주쳤다.

 그때였다.

 곤의 시선이 창밖을 향하는가 싶더니 연기처럼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곤이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제자리에 나타난 것은 셋을 헤아릴 시간이 흐른 뒤였다.

 곤을 바라보는 공손우의 얼굴이 굳어 있었다.

 “……?”

 “인기척이 있는 듯해서……. 하지만 제가 잘못 들은 모양입니다. 아무도 없었습니다.”

 “흠…….”

 곤의 말을 들은 공손우의 시선이 잠시 주변을 훑었다.

 매의 눈처럼 날카로운 빛이 서려 있었다. 하지만 그의 눈에 서렸던 날카로움은 곧 사라졌다.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구먼. 하지만 만약이라는 것이 있으니 가보게.”

 평소의 공손우였다면 분명 곤이 보인 행동에 대해 다르게 반응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그는 내상의 고통을 억누르며 명줄만을 부여잡고 있는 상태였다.

 정상적인 생각과 반응을 하기엔 그는 너무 지쳐 있었다.

 “알겠습니다.”

 “자네에겐 늘 미안하이.”

 “어르신, 그런 말씀은 제가 감당하기 힘듭니다.”

 “허허허, 자네가 알기에는 너무 부담스러운 것이라 나와 관련된 이야기는 끝까지 하지 않을 생각이었네만 일이 묘하게 꼬여서 마음을 바꿨네. 내 몸이 이러니 호아와 같이 있는 시간도 길지 않을 테니까. 자네가 모든 것을 알고 있지 못하면 어디서 일이 잘못될지 몰라.”

 “몰라도 저는 상관없습니다. 어르신의 뜻대로 하십시오.”

 곤의 대답을 들은 공손우의 눈매가 한층 부드러워졌다.

 “허허허, 그곳에서 산호와 함께 올 자네를 기다리고 있겠네. 그곳에서 자네가 그동안 갖고 있던 모든 궁금증을 풀어주겠네.”

 “다시 뵈올 때까지 강녕하십시오, 어르신.”

 곤은 깊숙이 허리를 숙여 인사하고 신형을 돌렸다.

 반쯤 몸을 돌리는가 싶던 그의 신형이 그 자리에서 기척도 없이 꺼지듯 사라졌다.

 가공할 경신술이었다.

 곤이 떠난 후 침대에 누운 공손우의 눈이 초점을 잃었다.

 ‘호아가 창룡지존부를 갖고 있다 해도 내가 준비한 안배를 거치지 않는다면 그것은 아무 의미 없는 패물에 불과해. 호아야, 너는 안배가 준비되어 있는 그곳에서 나와 만나야만 한다.’

 공손우의 눈이 서서히 감겼다.

 잠시 후 그의 호흡이 끊어졌다.

 가사(假死) 상태에 들어간 것이다.

 그의 몸 상태는 최악이어서 현존하는 어떤 영약으로도 치료가 불가능했다.

 그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그는 자신의 기력을 최대한 보존하기 위해 필요한 때가 아니라면 신체의 모든 기능을 정지에 가까운 상태로 유지하고 있었다.

 그것이 그의 남은 생명을 늘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그는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있는 사람이었고, 그 일을 하기 위해서는 남은 그의 생명을 가능한 한 늘여야만 했다.

 

 

 ‘이사형, 무슨 생각을 갖고 계신 겁니까?’

 처마 밑의 그늘에 몸을 숨긴 채 석상처럼 서 있던 중년인은 내심 길게 탄식했다.

 그의 귀에조차 들릴 듯 말 듯한 가늘고 긴 숨소리로 미루어 공손우는 잠이 든 것이 분명했다.

 ‘관산호, 그곳, 그리고 안배라…….’

 그가 서 있는 곳에서 집 안은 보이지 않아서 안에서 어떤 일이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것은 일반인의 경우에나 통용될 수 있는 말이다.

 주위 삼십 장 이내에서 일어나는 일이라면 설사 그 일이 철벽으로 막힌 동굴 안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하더라도 중년인은 눈으로 보는 것과 다름없이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

 그가 익힌 가공할 무공이 그것을 가능하게 해주었다.

 ‘좀 더 일찍 접근해 보는 건데 아쉽군.’

 중년인은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그가 아는 공손우는 비록 내상을 입었다고는 하나 결코 가볍게 볼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가볍게 보기는커녕 공손우의 몸이 정상이었다면 그를 추적, 감시한다는 것은 상상치도 못했을 것이다.

 지금도 공손우의 내상이 중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그가 삼십 장 이내로 접근한다면 그의 능력으로는 공손우의 감각을 피할 수 없었다.

 그 때문에 그는 십오 년 동안 공손우를 데리고 오라는 지시를 이행하지 못했다.

 공손우의 근처에 접근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은 상황에서 그를 나포하는 것이 가능할 리 없었던 것이다.

 그에게 내려진 지시가 공손우를 죽이라는 것이었다면 상황은 달랐을 것이다.

 직접 손속을 겨룬다면 내상을 입은 공손우는 그를 이길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죽이지 않고 공손우를 데리고 가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싸우지 않고 도망친다면 그로서도 공손우를 잡을 수 없는 것이다.

 그 결과가 십오 년 동안의 쉼없는 추적이었다.

 때문에 중년인은 공손우가 도주를 멈추고 철사보에 칩거하는 것을 알게 된 이후로도 감히 공손우의 집 근처로 접근하지 못했고, 공손우의 종적을 놓치지 않는 것에 만족해야만 했다.

 물론 그에게 지시를 내리는 사람으로부터 공손우를 처리하라는 지시가 떨어졌다면 그는 움직였겠지만 아직 그런 지시는 떨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 저녁 그는 공손우의 집으로 스며들 듯 사라지는 정체불명의 인영을 발견한 후 십오 년 동안 이어지던 나름의 규칙을 깨뜨리고 공손우로부터 불과 이 장 정도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까지 접근했다.

 공손우가 누구와 접촉하는가는 반드시 알아야만 하는 일이어서 타초경사의 우를 범하는 행동이 될지도 몰랐지만 그렇게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그는 알 수 있었다,

 공손우의 내상이 그의 생각보다 더 심각하다는 것을.

 공손우는 이 장 거리까지 접근한 중년인의 존재를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

 평소의 공손우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이사형에게 내가 모르는 변화가 있었다. 십오 년 동안 진행되지 않던 내상이 갑자기 이렇게까지 악화되다니, 아무런 계기 없이 이런 상황이 될 리가 없어. 이사형이 어떤 분인데… 그리고 저 곤이라는 자는 대체 누군가? 긴장하지 않았으면 들킬 뻔했다. 당대에 천하십대고수를 제외하고 내 존재를 알아차릴 수 있는 자가 존재했던가?’

 생각에 잠겼던 그는 전면의 바람조차 흐트러지지 않는 경이로운 신법으로 공손우의 거처에서 멀어지기 시작했다.

 그가 삼십여 장을 벗어나는 데는 찰나의 시간이 걸렸을 뿐이다.

 그 즈음이었다.

 “주군, 그자를 놓쳤습니다.”

 곤혹스러운 기색이 가득한 전음 일성이 그의 귓가를 울렸다.

 걸음을 멈춘 중년인의 눈에 경악의 빛이 떠올랐다.

 “놓쳤다고?”

 “그자는 전문가입니다.”

 “추종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채고 도주한 것이냐?”

 “그렇지 않습니다. 기색으로 보아 그자는 저희 존재를 눈치 채지는 못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놓쳤다는 것이냐?”

 “그자는 흔적을 지우며 도주하는 것이 몸에 배어 있는 전문갑니다.”

 “그럼 그자가 평소처럼 움직이는 데도 놓쳤다는 말이로군.”

 “죄송합니다.”

 전음의 주인은 할 말을 잃은 듯 마지막 말은 들릴 듯 말 듯 작아져 있었다.

 중년인은 어이가 없어 잠시 입을 열지 못했다.

 그가 거느린 수하의 수는 아홉에 불과했지만 개개인의 능력은 가히 절세라 부를 만한 것이었다.

 그런데 곤이라는 자는 그런 능력을 가진 수하들을 따돌렸다.

 가볍게 생각할 일이 아니었다.

 “철사보에 관산호라는 아이가 있다. 그 주변을 수색하라. 그자는 그 아이의 주변을 맴돌 것이니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결코 그자를 놓쳐서는 안 된다.”

 “존명!”

 딱딱하게 굳은 음성이 그의 귓속을 울림과 함께 전음의 주인은 사라졌다.

 ‘대사형은 이사형이 이곳에 오래 머무는 이유가 무엇인지 알고 싶어하신다. 그것을 확실하게 알기 위해서는 이사형과 관련된 자들을 전부 파악해야 한다. 그리고 곤이라는 자는 이사형과 심상치 않은 관계로 보였다. 놓치면 안 되는 자야.’

 생각에 잠긴 중년인의 신형은 어둠과 동화되어 흐릿해져 갔다.

 뜻밖의 일들이 있었지만 공손우에 대한 감시는 계속되어야 했다.

 대사형이 그에게 지시한 것을 파악할 때까지 그 감시는 끝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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