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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무협물
철혈무정로
작가 : 임준후
작품등록일 : 2016.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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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대장부다. 누구보다 강하지만 슬픔을 가슴속에 담고, 마음으로 슬퍼한다.
그는 철혈의 무인이다. 번거로움을 일거에 날려 버리는 호쾌함.
그리고 숨 쉴 틈 없이 몰아치는 신속의 한 주먹!
구주천하를 질타하며 철혈의 무인으로 경외의 대상이 될 영웅의 일대기가 펼쳐진다.

 
20 화
작성일 : 16-07-15 15:50     조회 : 691     추천 : 0     분량 : 8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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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2장

 전야(前夜)

 

 

 

 

 강천기의 눈은 초점이 흐렸고, 턱은 떨어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그의 표정은 일각 전부터 그 상태로 고정된 채 변화가 없었다.

 초점이 흐려진 그의 시선은 연무장의 한가운데서 움직이고 있는 관산호에게 못 박혀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관산호는 지난 한 달간 배운 것을 강천기의 앞에서 시연하고 있는 중이었다.

 강풍양은 사흘 동안 풍뢰비결과 풍운뇌격도법, 그리고 복마천뢰산수의 구결과 형에 대해 강론한 후 다시는 관산호를 찾지 않았고, 그 후부터 관산호는 홀로 수련해 왔다.

 강천기는 오늘 아침 자신의 수련 진행 상황을 살펴봐 달라는 관산호의 부탁을 받고 연무장으로 왔으며, 관산호가 무공을 시연하기 시작한 후 넋이 나간 듯한 표정이 되어버렸다.

 일각 전,

 관산호는 두 다리를 어깨 넓이로 벌리고 무릎을 직각으로 구부려 허벅지가 바닥과 수평을 이루자 즉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복마천뢰산수였다.

 편안한 표정으로 정면을 똑바로 응시하며 두 주먹을 양 허리에 붙였던 그의 하체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왼발이 반 보 정도 앞으로 나가며 오른 주먹이 허리를 벗어나 정면의 허공으로 뻗어나갔다.

 주먹이 전진하며 활짝 펼쳐진 채 정면을 크게 흩치듯이 선회했다.

 그의 두 발은 쉬지 않고 팔방을 밟아나갔고, 두 주먹은 발의 움직임과 맞추어 팔방을 휘저었다.

 ‘시작은 크고 느리게, 중심은 낮게… 익숙해지면 점점 더 작고 빠르게, 그리고 중심을 높게 이동시킨다. 너무 긴장하면 근육이 굳어 최적의 시점에 공수 전환을 할 수 없으니 적절한 긴장감을 유지하도록 노력하고, 시선은 타점에 집중하되 전체를 보도록 노력하라. 접근할 때는 작은 바람처럼 스며들고 공격할 때는 폭풍처럼 상대가 숨을 돌릴 여유를 주지 말고 연환하여 몰아쳐라.’

 관산호의 뇌리에는 그가 펼치는 동작들의 요결들이 면면부절 떠오르고 있었다.

 사흘 동안 쉼없이 이어졌던 강풍양의 가르침이다.

 혼천무극진기를 수련하던 때와 마찬가지로 그의 움직임은 느리기 그지없어서 지켜보는 사람이 있었다면 아마도 하품을 하며 잠에 빠졌을지도 몰랐다.

 느림을 제외하고 그의 움직임에서 특징을 잡아낸다면 움직임이 사방 반 장 이내의 연무장 중앙을 전혀 벗어나지 않는 것이었다.

 그의 동작은 굼벵이가 기어가는 것처럼 느렸지만 흐느적거릴 듯 힘이 없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두 발은 바닥에 붙인 채로 주먹과 손바닥, 손날과 손끝, 손등, 손목, 팔뚝, 그리고 팔꿈치와 어깨 등 상체의 모든 부위를 움직이며 공간을 가르는 그에게서는 눈을 부릅뜨게 만드는 강렬한 패기와 가슴을 시원하게 만드는 호쾌함이 느껴졌다.

 그처럼 느린 동작에서 그러한 감정을 느끼게 만든다는 것도 기이한 일이었다.

 느린 동작이었기에 연무장에는 미풍도 불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펼치는 무공을 강풍양이 보았다면 기절초풍했을 것이다.

 지금 관산호가 펼친 복마천뢰산수는 속도 면에서만 강천기에게 뒤질 뿐, 그 형(形) 면에서는 오히려 더욱 완벽한 바가 있었고, 그 안에 실린 패기와 호쾌함은 강천기가 흉내 낼 수 없을 정도로 강렬한 것이었다.

 무공의 오의(奧義)라는 것은 그 무공이 본래 가지고 있던 위력을 제대로 발휘하게 해주는 핵심을 뜻한다.

 오의를 깨닫지 못한다면 그 무공을 익혔다고 볼 수도 없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 형만 익혀도 무공의 위력을 제대로 펼칠 수 있다면 다른 사람과 비무 한번 하는 것만으로도 무공이 외부에 전해질 테니 비전무공이라는 것이 존재할 수가 없다.

 그래서 각 무공의 오의는 문파 내에서도 극비에 속해 구결조차 뜬구름 잡는 식으로 아리송하게 후대에 전해진다.

 선대의 해석이 없다면 구결을 구한 사람이라 해도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 무공의 오의였다.

 그런데 관산호가 펼친 복마천뢰산수와 풍운뇌격도법은 그 본연의 오의가 흘러넘칠 정도였다.

 그 자신은 모르고 있었지만.

 관산호의 시연이 시작되자마자 그의 움직임에 담긴 의미를 알 수 있었기에 강천기는 넋이 반쯤 나간 모습이 되어버렸던 것이다.

 그 자신은 십오 년여의 세월 동안 수련했지만 관산호가 펼치는 것과 같은 복마천뢰산수는 한 번도 펼친 적이 없었다.

 그것은 하고자 해서 되는 일이 아니었고, 그에게는 불가능하게 여겨지던 것이었다.

 관산호가 팔 년의 세월 동안 그와 강예령의 수련하는 것을 지켜보았다고는 하지만 직접 수련을 시작한 지는 강풍양의 강론을 포함해서 한 달에 불과했다.

 그것은 관산호가 그들의 수련을 지켜보며 복마천뢰산수의 정수를 이해했고, 강풍양의 강론으로 그것을 완성시켰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 외에는 지금 관산호의 성취를 설명할 방법이 없었다.

 단지 지켜보는 것만으로 이 정도의 성취를 이룬 것은 무림사에 드문 일로 무공을 아는 자라면 이런 얘기를 듣고 믿을 사람이 없었을 것이다.

 관산호의 무공시연을 직접 보고 있는 강천기도 자신의 눈을 믿지 못할 지경인데 하물며 그들이야 오죽하겠는가.

 ‘…본가의 무공이 배우기 쉬운 것이었나, 아니면 내가 바보였던 것일까?’

 강천기는 자신의 눈앞에서 펼쳐진 현실을 환상이 아닌가 하며 혼란스러워하고 있었다.

 근 반 시진에 가까운 시간 동안 복마천뢰산수와 풍운뇌격도법을 펼치던 관산호의 움직임이 멈추었다.

 “후우우우…….”

 그의 전신은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그의 체력은 강풍양이 인정할 만큼 남다른 바가 있어서 폭 이백여 장에 달하는 철사보의 중앙 연무장을 한 시진 내내 돌아도 거의 땀을 흘리지 않을 정도였다.

 그런 그가 불과 반 시진의 연무로 전신이 땀에 목욕이라도 한 것처럼 변했으니 방금 그가 행한 복마천뢰산수와 풍운뇌격도법의 시연이 무척 힘들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의 시선이 강천기를 향했다.

 “형님, 어떻습니까?”

 “…뭐가?”

 관산호의 시연이 끝난 후에도 멍한 얼굴로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던 강천기가 퍼뜩 놀란 눈빛으로 말했다.

 “아버님은 익히는 것까지는 바라지 않으셔도 배우고는 가라고 하셨는데 형님 생각엔 제가 제대로 배운 것 같습니까?”

 늘 표정이 거의 없어 강씨 집안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마음속을 제대로 읽어내기 어려운 사람이 관산호다.

 모르는 사람이 그를 보았다면 지금도 그저 무표정하게만 보일 터이다.

 하지만 강천기는 관산호의 눈에 떠오른 희미한 불안감을 읽었다.

 관산호는 정식으로 무공에 입문한 지 이제 한 달에 불과한 초보 중의 초보였다.

 그 한 달 동안 그는 하루 한 시진 이상 자본 적이 없을 만큼 무공 수련에 집중했다.

 하지만 자신의 성취가 어느 정도인지 본인이 알기는 어려운 법.

 그 결과를 강천기에게 확인받고자 하는 것이다.

 강풍양은 관산호의 성취도에 대해 확인이 필요없다고 말했지만 강천기는 확인하고 싶어했다.

 관산호가 어느 정도라도 스스로를 호신할 정도가 되지 못하면 그는 관산호가 떠나는 것을 그냥 내버려 둘 생각이 없었다.

 관산호의 나이는 십오 세.

 아직 가정을 떠나 혼자 독립하기에는 너무 어린 나이인 것이다. 그래서 오늘 이 자리가 마련되었다.

 관산호의 질문을 받은 강천기는 잠시 입을 열지 못했다.

 관산호의 성취는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는 것이어서 그는 순간적으로 할 말을 찾지 못했다.

 관산호가 무공에 자질이 있을 것이라는 것은 그도 익히 예상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

 철사보내의 후인들 중 단 한 달 만에 가전무공을 관산호 수준까지 익혀낸 인물은 과거에도 현재에도 존재하지 않았다.

 천에 한 명 있을까 말까 한 자질의 소유자라고 호북성 남부 무림인들이 인정한 단무혁도 이십 년의 세월 동안 무공을 수련해 왔지만 최근에도 부친 단규천으로부터 변함없는 지도를 받고 있다.

 하지만 그가 볼 때 관산호는 지금 상태로도 부친 강풍양이 가르칠 것이 없어 보였다.

 지나친 비약일 수도 있었지만 그만큼 관산호가 그에게 보여준 성취는 충격적이었다.

 관산호의 복마천뢰산수와 풍운뇌격도법은 형과 오의, 두 가지 모두 무공의 본의에 근접해 있었다.

 그것은 믿기 어려운 성취였고, 강풍양도 믿지 못할 것이다.

 상식적으로도 있을 수 없는 일이었지만 관산호는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

 가전무공을 시전함에 있어서 관산호가 완벽한 것만은 아니었다.

 그의 무공 시전 중에는 간혹 초식과 초식의 연결, 그리고 초식의 마무리에 파탄이 드러나고는 했다.

 하지만 그것은 초식에 대한 관산호의 이해가 잘못되었기 때문이 아니라 그가 내공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였다.

 내가(內家)에 속한 무공들은 충분한 내력이 뒤를 받쳐 주지 않은 상태에서는 초식을 완전하게 펼치는 것이 가능하지 않다.

 그리고 강가의 무공은 내가무공에 속한다.

 자신의 대답을 기다리는 관산호를 보며 강천기는 관산호에게 지금까지 느껴본 적이 없는 감정을 느꼈다.

 그것은 두려움이었다.

 같은 무공을 익힌 선배로서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는 시기심 같은 것은 생길 여지도 없었다.

 아직 미숙한 그가 보아도 관산호의 자질 자체가 그와는 천양지차였고, 무엇보다도 관산호는 그가 사랑하는 아우였다.

 동생을 시기할 만큼 그는 못나지 않았다.

 하지만 두려움은 달랐다.

 그는 자신이 본 관산호의 능력이 인간이 갖고 있는 한계를 벗어난 것이라고 느꼈다.

 그것이 그가 느끼는 두려움의 본질이었다.

 상상했던 것 이상의 무언가를 보았을 때 보통 사람들이 느끼는 경외감.

 강천기는 지금 관산호를 보며 그것을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그와 함께 그는 관산호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도 느꼈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속담이 있다.

 과거의 무림사를 살펴보면 뛰어난 자질과 능력을 갖고도 채 싹을 틔워보지도 못하고 사라진 인재들이 얼마나 많은가.

 자신보다 뛰어난 사람을 보면 짓밟아 일어서지 못하게 만들고 싶어하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많은 게 세상이라는 것을 그가 공부한 역사는 충분히 말해주고 있었다.

 강천기의 마음속에 경악과 불안이 교차했다.

 하지만 그는 알지 못했다,

 관산호가 보여준 무공 습득 능력이 온전히 그의 천부적인 자질에 의존한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만약 자질에만 의존했다면 그의 눈앞에서 일어난 일은 가능하지 않았으리라는 것도.

 그리고 그것을 깨닫지 못하는 것은 당사자인 관산호도 강천기와 다를 바 없었다.

 “네 생각에는 네 성취가 어떤 것 같으냐?”

 혼란스런 머릿속을 미처 정리하지 못한 강천기가 되물었다.

 “마음에 안 듭니다. 어려워요. 제대로 흉내라도 내보려 했는데 아무리 반복해도 완벽해지지가 않습니다.”

 관산호는 혀를 차며 말했다.

 자신이 펼친 복마천뢰산수와 풍운뇌격도법이 마음에 안 든 탓이다.

 강씨 남매가 가전무공을 수련하는 것을 지켜본 세월만 팔 년여였다.

 비록 그가 무공을 수련하기 시작한 지는 한 달이 채 되지 않았다고는 하지만 하루 온종일 무공에 매달려 한 달을 수련해도 강풍양이 시전하던 당시의 무공들을 제대로 흉내조차 내지 못했다고 생각하자 그런 자신이 마음에 들지 않은 것이다.

 물론 그 대답을 들은 강천기는 자신은 역시 바보였나 보다고 생각하며 내심 한숨을 쉬었고.

 관산호의 말이 계속되었다.

 “한 달 만에 흡족한 수준의 성취를 얻을 수 있을 거라고는 기대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조금은 기대를 했었는데……. 더 노력해야겠습니다, 형님. 형님 눈에도 많이 부족해 보입니까?”

 “그래, 많이 부족해. 하지만 아버님이 원하는 수준 정도는 된 것 같다.”

 강천기는 속마음과는 달리 심드렁한 어조로 말했다.

 그리 탐탁지 않아하고 있다는 기색이 엿보이는 어조였다.

 그는 본능적으로 지금 관산호를 칭찬하면 안 된다는 것을 깨닫고 있었다.

 대부분의 칭찬은 그 사람의 사기를 북돋워주지만 때로는 그 사람을 자만에 빠지게도 하기 때문이다.

 후자의 경우는 칭찬을 하지 않느니만 못하다.

 관산호의 신중한 성격으로 보아 칭찬을 듣는다고 그가 자만할 것으로는 생각되지 않았지만 미래는 누구도 모르는 것이다.

 강천기의 말을 들은 관산호의 얼굴이 편안해졌다.

 그는 자신이 한 달 익힌 무공으로 강천기의 칭찬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는 기대조차 하지 않았다.

 강천기를 실망시키지 않기만 해도 그에게는 큰 성공이었다.

 강천기는 말을 이었다.

 “상 대협께서 너를 받아들이시고 네가 그분의 무공을 익힌다면 아마 네가 본 가의 무공을 쓸 일은 없을 테지. 그렇다고 본 가의 무공을 등한시하지는 말아라. 후일 네가 본 가의 무공을 대성해서 아버님 앞에서 시연할 수 있다면 아버님이 얼마나 기뻐하실지는 너도 알지 않느냐.”

 “알고 있습니다, 형님. 실망시켜 드리지 않을게요.”

 관산호는 조금 긴장한 기색으로 말했다.

 강천기의 말은 길었다. 하지만 요지는 간단한 것이었다.

 이제 의부 강풍양이 바라는 조건은 충족되었고, 그는 이제 철사보를 떠나도 되는 것이다.

 그가 의창을 벗어나는 것은 팔 년 전 철사보에 들어온 후 처음이다.

 누구보다 담대하고 냉정한 그였지만 긴장되지 않을 수 없었다. 놀러 나가는 것이 아닌 때문이다.

 관산호의 말에 강천기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신형을 돌렸다.

 시연이 끝났으니 연무장을 나가려는 것이다.

 걸음을 옮기며 그가 말문을 열었다.

 “아버님의 허락이 떨어지면 함께 떠날 수 있겠다. 내가 먼저 떠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함께 갈 수 있어 좋구나.”

 “우문 스승님이 그처럼 극찬하며 소개해 주신 분이니 대단한 분일 겁니다.”

 “이름을 들어본 적은 없지만 명예에 관심이 없어 평생 초야에 은거한 채 학문과 병법만을 연구하신 분이라고 들었다. 나도 기대하고 있다.”

 말을 하던 강천기는 관산호에게 고개를 돌리며 싱긋 웃었다.

 관산호가 무공 수련에 매진하는 동안 강풍양은 강천기를 가르칠 사람을 찾았다.

 강천기의 스승이 될 사람을 추천한 사람은 의외로 가까이 있었는데 관산호의 학문 스승인 우문상이었다.

 강풍양이 강천기를 가르칠 사람을 찾는 것은 철사보 사람이라면 다 아는 일이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한 달여 동안 그에게 여러 사람을 추천했다.

 그들 중에는 유림과 무림 양쪽에 대단한 명성을 얻은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강풍양은 삼 일 전 자신을 찾아온 우문상이 추천한 무명(無名)의 인물에게 강천기를 보내기로 결정했다.

 강천기는 우문상이 부친에게 추천한 사람이 누군지 몰랐다.

 강풍양은 그에게 단지 가르침을 받을 충분한 자격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는 말만을 했을 뿐이다.

 하지만 그것으로 충분했다.

 강풍양은 남을 칭찬하는 데 극히 인색한 사람이어서 우문상이 추천한 사람에 대한 그러한 언급은 가히 극상에 속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강천기가 한 달이라는 짧은 시간이 지난 지금 관산호의 무공 성취를 확인해 보고자 하는 배경에는 그런 사정이 있었다.

 그는 곧 철사보를 떠날 예정이었고, 그전에 자신에 이어 보를 떠날 관산호가 스스로를 호신할 능력이 있는지의 여부를 확인해 보고 싶었던 것이다.

 강천기와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후원의 연못가에 선 관산호가 조금 가라앉은 음성으로 말문을 열었다.

 “그런데 형님은 유화 소저를 포기하시는 겁니까?”

 “응?”

 관산호의 난데없는 질문에 얼떨떨해하던 강천기의 얼굴에 붉은 기가 돌았다.

 질문의 의미를 깨달은 때문이었다.

 “떠나기 전에 마음을 밝힐 생각이다. 하지만 기다려 달라고는 못할 것 같다. 너무 긴 세월이니까.”

 강천기의 대답을 들은 관산호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십 년 예정의 수련이다.

 그리고 그 십 년은 여자에게 가장 아름다운 세월인 것이다.

 잠시 쓸쓸한 표정을 짓던 강천기가 기색을 바로 하고 관산호를 돌아보았다.

 “아버님도 늙어가신다. 령아가 자라고 있다고는 하지만 우리가 없는 동안 잘 모실 수 있을지 걱정이다.”

 “…….”

 관산호는 입을 열지 못했다.

 연못의 잔잔한 수면을 바라보는 그의 눈 밑에도 그늘이 졌다.

 “아버님이 우리의 수련 기간으로 잡고 계신 기간은 십 년이다. 그때 나는 스물여덟, 너는 스물다섯이 된다. 하지만 아버님은 육순에 가까운 연세가 되시는데……. 령아가 속이 깊기는 하지만 너무 어려 철이 없는 것이 마음에 걸린다.”

 낮은 음성으로 말을 잇던 강천기가 길게 숨을 뱉더니 자신보다 세 치는 높은 관산호의 어깨를 강하게 손으로 짚었다.

 “최고의 무인이 되어라. 나도 최고의 학문과 병법을 익히기 위해 혼신을 다하마. 우리가 당신의 기대에 부응하는 인물이 되어 멋진 인생을 사는 것이 늙어가시는 아버님께 우리들이 해드릴 수 있는 최고의 효니까.”

 “예, 형님.”

 관산호의 대답은 늘 그렇듯 짧았다.

 쓸쓸해 보이던 강천기의 얼굴이 밝아졌다.

 관산호의 짧은 대답에 그의 마음이 든든해졌기 때문이다.

 사내는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인생을 살고,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스스로의 존재를 증명한다.

 그것이 강천기와 관산호의 부친 강풍양의 지론이고 그가 삶을 살아가는 방식이었다.

 강천기의 성품은 죽은 모친을 닮아 정이 많고 부드러워 남성적인 면이 약했다.

 그래서 그는 부친의 지론을 온전히 받아들이기 어려웠지만 관산호는 달랐다.

 강풍양의 지론은 관산호의 지론이기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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