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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무협물
철혈무정로
작가 : 임준후
작품등록일 : 2016.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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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대장부다. 누구보다 강하지만 슬픔을 가슴속에 담고, 마음으로 슬퍼한다.
그는 철혈의 무인이다. 번거로움을 일거에 날려 버리는 호쾌함.
그리고 숨 쉴 틈 없이 몰아치는 신속의 한 주먹!
구주천하를 질타하며 철혈의 무인으로 경외의 대상이 될 영웅의 일대기가 펼쳐진다.

 
17 화
작성일 : 16-07-15 15:34     조회 : 771     추천 : 0     분량 : 108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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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그시 입술을 문 공손우는 바닥에 결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눈을 반개한 그의 양손은 가슴 앞에서 한 치 정도 간격으로 떨어진 채 장심을 마주 보고 있었다.

 잠시 후 공손우의 자글자글 주름진 두 손이 손목 부위부터 잘 제련된 강철과도 같은 검푸른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슈우욱!

 한순간 그의 양손을 물들이던 검푸른빛이 살아 있는 듯 꿈틀거리며 허공으로 치솟았다.

 허공으로 치솟던 빛은 공손우의 미간과 한 자 정도 떨어진 곳에서 상승을 멈추고는 조금씩 작아지는 듯하더니 폭 한 치 정도의 원구를 형성했다.

 공손우의 이마에 굵은 땀방울이 맺히며 전신이 진동했다.

 그의 얼굴은 참혹하게 일그러져 있었다.

 ‘육성의 파멸천강력(破滅天罡力)으로 혼천무극진기의 기운을 제거할 수 있을 것인가? 모험이다. 내 예상대로 되지 않는다면 산호는 죽을 것이다. 하지만 하지 않을 수 없구나.’

 공손우의 얼굴에 한순간 진한 갈등의 빛이 떠올랐다.

 관산호가 죽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그를 갈등하게 만든 것이다. 하지만 그 빛은 곧 사라졌다.

 그가 본 천지일원기가 의미하고 있는 것은 너무나 중대해서 그로서는 이대로 있을 수 없었다.

 그는 관산호에 대해 상상 이상의 지극한 감정을 갖고 있었지만 천지일원기는 그의 감정 정도는 가볍게 사그라뜨릴 만큼 무거운 의미를 가진 것이었기 때문이다.

 공손우의 안색이 시체처럼 창백하게 변했다.

 지난날 그가 입은 내상은 너무나 극심한 것이어서 십오 년 가까운 세월이 지난 지금도 그가 갖고 있었던 본연의 능력을 절반도 발휘하지 못하게 만들고 있었다.

 그는 육성의 파멸천강력을 끌어올리는 것만으로도 전신의 경락이 찢겨 나가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

 그것은 분근착골보다도 몇 배는 더 참혹한 것이어서 혹독한 수련으로 수십 년을 보낸 공손우와 같은 사람이라 할지라도 참아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것이었다.

 하지만 공손우는 믿어지지 않는 인내력으로 고통을 견디어내고 있었다.

 그가 참지 못한다면 관산호의 운명은 그가 생각한 것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될 것이기에.

 그것은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흐릿하지만 강철의 검푸르고 단단한 그것과 비슷한 빛을 발하던 구체가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끝없이 계속될 것 같던 구체의 움직임은 관산호의 하단전, 기해혈(氣海穴) 상공 세 치 위에서 정지되었다.

 그리고 하강이 시작되었다.

 관산호의 하체는 이불에 덮여 있었지만 구체의 움직임에는 아무런 지장을 주지 못했다.

 이불과 맞닿는 듯하던 구체는 솜 뭉치에 물이 스며들 듯 이불 속으로 사라졌다.

 잠시 후,

 혼천무극진기의 수련을 마치고 달게 잠을 자던 관산호의 표정 없던 얼굴에 조금씩 표정이 생겨났다.

 미간이 좁혀지고 굵은 눈썹이 일그러졌다.

 그의 얼굴은 시간이 지날수록 붉게 물들어갔고, 벌거벗은 상체는 굵은 힘줄이 지렁이처럼 튀어나와 기이한 무늬를 만들었다.

 관산호는 들짐승이 전신을 물어뜯어 갈가리 찢어놓는 듯한 막대한 고통을 느끼며 감각이 깨어나고 있었다.

 그는 어지간한 아픔은 눈빛조차 변하지 않을 만큼 인내심이 강했지만 지금 그의 전신에서 느껴지는 고통은 그가 살아오면서 경험했던 그런 것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었다.

 ‘이건 꿈이야. 일어나야 한다.’

 그는 자신이 잠을 자고 있으며, 이 고통은 꿈속에서 느끼는 허상이고 눈을 뜨면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미칠 듯 고통스러워하면서도 눈을 뜨지 못했다.

 그것은 그의 심신이 공손우의 기세에 완전하게 제어되고 있기 때문이었다.

 지금 공손우가 허락하지 않는 한 관산호는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그의 전신이 검붉게 물들며 금방이라도 터질 듯 부풀어올랐다.

 악몽과도 같은 시간이 흘러갔다.

 비 오듯 땀을 흘리며 격공전력(隔空傳力)의 수법으로 관산호의 몸 안에 있는 파멸천강력의 정수 천강지기를 움직이던 공손우의 입가에 떠올랐던 고통의 빛이 약해졌다.

 그의 입가엔 희미하지만 만족스런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기쁨이 고통을 누른 것이다.

 ‘혼천무극진기가 소멸되려 한다.’

 관산호의 백회 부위에서 솟아오르던 천지일원기의 신비로운 빛이 그 힘을 잃어가며 흩어지고 있었다.

 혼천무극진기는 무림의 다른 심법이나 신공류와는 달리 단전에 내공을 전혀 축적하지 않는다.

 무극진기의 일정 단계에 도달하면 천지간에 존재하는 대자연지기를 단전에 축적된 내공처럼 끌어다 쓸 수 있다.

 그 힘은 대자연지기의 일부를 받아들여 만들어내는 내공과는 비교할 수 없이 정순하며 거대한 힘이었다.

 무극진기의 실제가 그러했기 때문에 수련자의 단전에 내공을 축적할 이유가 없었다.

 그래서 무림의 일류고수인 강풍양조차 관산호의 몸에서 내공을 발견할 수 없었고, 무극진기를 단순한 체술 정도로 생각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럼 육체에 내공이 축적되지 않는 혼천무극진기를 공손우는 어떻게 소멸시키고 있는 것일까.

 무극진기의 일단공인 감응천인결은 수련자의 원영지기를 대자연지기와 가장 근접한 상태까지 순수하게 만들고, 수련자의 육체가 무리없이 대자연지기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그 신체와 경락, 혈맥의 구조를 최적화하는 데 그 목적이 있었다.

 그리고 그러한 일단공이 마무리되면 대자연지기는 혼천무극진기의 정화(精華)인 원영지기와 호응하여 그 경계 지점에 강력한 대자연지기의 기해(氣海)를 형성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무극진기의 최후 단계에 도달하면 그 기해조차 사라지고 시전자의 기운과 천지의 기운이 따로 존재하지 않는 경지에 도달하게 되지만 그 이전까지 기해는 유지되며 무극진기의 수련 정도가 깊어질수록 더 두텁고 강력해진다.

 만약 무극진기의 수련자가 무공을 사용하려 한다면 언제든 그 기해 속에서 필요한 만큼의 기를 받아들여 사용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무림사에 대자연지기를 내공처럼 사용하는 그런 무공이 존재했다는 기록은 없다.

 당세에 혼천무극진기라는 것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를 아는 사람도 몇 명 되지 않는 것이다.

 대자연지기와 무극진기의 정화인 원영지기의 경계점.

 그곳이 백회였다.

 천지일원기는 대자연지기가 무극진기를 수련한 자의 경계점에 기해를 형성하기 시작했을 때 나타나는 징표였던 것이다.

 공손우는 혼천무극진기를 수련한 적이 없었지만 그것의 수련이 진척되었을 때 어떤 현상이 벌어지는지에 대해서는 그것의 창안자에 버금갈 만큼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었다.

 이백 년에 걸친 선대의 연구가 그것을 가능하게 했다.

 그 지식을 바탕으로 그는 혼천무극진기를 소멸시킬 수 있는 나름대로의 방안을 강구했고, 그것을 시행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가 시행한 방법은 그의 눈앞에서 분명한 효과를 보여주었다.

 그가 혼천무극진기를 소멸시키기 위해 구상한 방법은 의외로 간단했다.

 백회혈이 원영지기와 대자연지기의 경계점이 되기 위해서 혼천무극진기의 일단공 감응천인결은 수련자의 상단전을 개방한다. 그리고 그곳에 원영지기가 머물 터를 닦는다.

 혼천무극진기의 정화인 원영지기란 도가(道家) 수행자들이 우화하기 전 도달한다는 원영신(原靈身:기(氣)로 이루어진 육체)의 근간이 되는 기운을 말한다.

 그리고 혼천무극진기에서의 무극(無極)은 태극과 음양오행 이전의 단계, 즉 극한의 순수를 의미한다.

 공손우는 그런 원영지기와 무극의 상태를 깨뜨리기 위해서는 그 순수함에 다른 색을 입혀 원영지기의 성질을 변화시키고, 상단전에 집중된 원영지기를 하단전으로 이동시키면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의 판단은 관산호가 익힌 혼천무극진기의 성취도가 아직 일단공에 머물고 있다는 것에 기초하고 있었다.

 그가 알기로 무극진기가 대자연지기를 자유로이 움직일 수 있는 것은 무극진기가 삼단공에 도달해야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관산호의 원영지기가 상단전을 완벽하게 통제할 만큼 터를 잡아야 하는데 그렇게 자리잡는 것은 이단공이 완성되어야 한다.

 하지만 아직 관산호는 무극진기의 이단공에 입문하지도 못한 상태여서 그의 상단전에 머물고 있는 원영지기의 기운은 미약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이 사용한 파멸천강력의 내력 중 일성을 관산호의 하단전에 심고 있었다.

 그것은 극심한 내상으로 인해 가뜩이나 흐트러진 그의 심신을 위태롭게 만들 수 있었지만 그는 차후에 일어날 일 같은 것은 신경 쓰지 않고 있었다.

 그가 자신의 내공을 관산호의 하단전에 심으려고 하는 이유는 혼천무극진기가 상단전을 중심으로 관산호의 원기―원영지기―를 자리잡게 하므로 하단전에 다시 중심을 만들어 원기를 하단전으로 이동시켜 상단전의 역할을 중지시키려고 하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되면 상단전과 일체화되어 원영지기와 대자연지기의 경계점 역할을 하던 백회혈이 힘을 잃게 되고, 그 경계점을 중심으로 형성되기 시작한 대자연지기의 기해(氣海)가 흩어지면서 결국 혼천무극진기는 소멸되리라는 것이 그의 추측이었던 것이다.

 이것은 위험한 모험이었다.

 타인의 육체에 자신의 진기를 보내어 운용하는 경우는 드물지 않다.

 간단히 예를 들면, 고수라 불리는 대부분의 무인은 내상을 입은 사람을 자신의 진기로 치료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물론 지금 공손우가 시전하는 것과 같은 격공전력의 수법은 무림인들도 들어는 보았겠지만 평생 가야 한 번 볼까 말까 할 만한 것으로 초절정고수들이나 가능한 방법이다.

 그렇게 타인의 육체에 자신의 진기를 보내어 운용하였을 때 그렇게 운용된 진기의 일부는 운용 도중 소멸되고, 소멸되지 않은 진기는 시술자에게 되돌아온다.

 그렇지 않은 경우 피시술자는 생명이 위태로운 지경에 빠지게 된다.

 무공을 익혔든 익히지 않았든 모든 사람은 원기를 갖고 있다.

 그 원기는 태어날 때부터 갖고 있는 것으로 태어났을 때는 일정한 성질을 갖고 있으며 사람마다 각기 그 성질이 다르다.

 무인들이 익히는 심범이나 신공류 또한 각자의 성질을 갖고 있다.

 무공에 무지한 사람들이 하는 오해 중의 하나가 한 스승 밑에서 같은 심법을 배운 사람들의 내공은 같은 성질을 갖고 있을 것이라는 것이다.

 그런 경우가 과연 존재할까. 결론은 결코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심법이나 신공을 수련하면 천지간에 존재하는 기운 중 일부를 끌어들여 단전에 축적하게 되는데 그때 축적되는 기운은 순수한 천지의 기운이 아니다.

 수련자의 원기에 의해 미세하게나마 변형된 기운이 축적되는 것이다.

 그 미세한 차이 때문에 다른 사람의 신체에 자신의 내공을 보내어 그곳에 머물게 하는 것은 극단적으로 위험한 일이 된다.

 시술자와 피시술자의 내공이 피시술자의 신체 내부에서 충돌하면 가장 가벼웠을 때 사지가 마비되는 정도로 끝난다.

 대부분의 경우 피시술자는 즉사한다.

 그 때문에 문파의 원로들이 죽어갈 때 자신의 내공을 후인들에게 남기지 못하는 것이다.

 만약 그렇지 않고 한 문파에서 같은 무공을 익힌 사람들의 내공 전수가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면 소림이나 무당과 같은 역사가 긴 거대 문파에서는 천 년 내공을 지닌 무인들이 드물지 않게 나왔을 것이다.

 하지만 불가능하다고 알려졌던 그 내공 전수가 지금 공손우와 관산호 사이에서 성공하려 하고 있었다.

 그것은 공손우의 생각처럼 그가 익힌 파멸천강력이 가히 불가일세의 절대신공이기 때문이라는 이유도 있었지만 그 때문만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의 의도를 성공하게 만들고 있는 것은 믿어지지 않게도 그가 소멸시키려는 혼천무극진기였다.

 혼천무극진기는 순수하기 이를 데 없는 대자연지기를 근간으로 하는 신공이어서 특정한 한 가지의 성질을 갖고 있지 않았다.

 그래서 무극진기는 파멸천강력의 기운과 충돌하지 않을 수 있었고, 그런 가운데 파멸천강력의 정수 천강지기(天 之氣)는 관산호의 하단전에 터를 만들 수 있었던 것이다.

 관산호의 상단전에 머물던 원기가 하단전에 터를 잡기 시작한 천강지기의 강대한 인력(引力)을 이기지 못하고 서서히 하단전으로 이동하기 시작했고, 그 흐름은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빨라졌다.

 그와 함께 그것을 감지한 공손우의 입가에도 미소가 짙어졌다.

 하지만 어느 순간,

 공손우의 입가에 드리워졌던 미소가 씻은 듯 사라졌다.

 대신 찢어질 듯 부릅뜬 그의 두 눈에 믿을 수 없다는 불신의 빛이 강하게 떠올랐다.

 ‘무슨……?’

 그의 창백한 얼굴이 파멸천강력을 끌어올렸을 때보다도 더 참혹하게 일그러졌다.

 관산호의 하단전에 터를 만들던 천강지기가 그의 뜻과는 상관없이 격렬하게 뒤틀리며 거대한 소용돌이를 만들고 있었다.

 그런 현상이 벌어짐과 동시에 공손우의 통제 하에 있던 천강지기가 썰물처럼 관산호의 하단전으로 빨려 들어갔다.

 관산호의 하단전에서 발생한 기의 소용돌이는 너무나 강력해서 공손우는 순간적으로 아무런 방도를 세울 수 없었고, 그 찰나의 순간 그가 보유한 천강지기의 대부분은 관산호의 하단전으로 흘러들어 갔다.

 그리고 하단전으로 이동하던 관산호의 원기의 흐름이 서서히 정지되는가 싶더니 상단전으로 되돌아가기 시작했다.

 원기가 막 기해혈에 도착하기 직전 벌어진 일이었다.

 그와 동시에 하단전으로 밀려들어 갔던 천강지기가 오히려 임맥을 거슬러 올라 원기의 뒤를 따르기 시작했다.

 공손우의 예측대로라면 아직 관산호의 상단전에 머무는 원영지기의 힘은 미약해서 결코 이런 일은 발생할 수 없었다.

 그는 이해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는 선대로부터 내려오는 혼천무극진기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었지만 그 지식을 남긴 그의 선대 중 누구도 혼천무극진기를 익히며 연구했던 사람은 없었다.

 그래서 그들의 연구는 중대한 허점을 갖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들 중 누구도 대자연지기가 갖는 실제 힘이 어느 정도인지 알고 있지 못했던 것이다.

 단지 이러할 것이다라는 추측만이 가능했을 뿐.

 공손우가 익힌 파멸천강력의 천강지기는 가히 인세에 드문 가공할 힘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그 힘의 평가는 인세의 것이었다.

 대자연지기와 비교한 것이 아닌 것이다.

 비록 관산호의 백회혈이라는 경계점에 형성되기 시작한 대자연지기의 힘은 아직 미약했지만 그 뿌리를 천지에 두고 있는 순수한 힘이었다.

 대자연지기는 자신을 끌어당겨 안정시키던 관산호의 원기가 멀어지며 상태가 불안정해지자 다시 안정 상태로 돌아가기 위해 강력한 인력을 발생시켜 원기를 끌어당겼고, 그 힘을 이기지 못한 원기와 그것을 끌어내리던 천강지기까지 함께 끌려 올라가기 시작했던 것이다.

 공손우가 본래의 능력을 온전히 갖고 있었다면 아직 미약한 대자연지기의 인력을 끊어내고 천강지기를 통제할 수 있었겠지만 불행히도 그의 능력은 온전했던 시절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공손우의 얼굴이 하얗게 변했다가 퍼렇게 질려갔다.

 옷 밖으로 드러난 그의 얼굴과 목, 두 손의 굵은 힘줄이 미친 듯이 튀어 올라 구렁이처럼 꿈틀거렸다.

 ‘이겨내야 한다. 질 수는 없다. 내 비록 지난날의 능력을 갖고 있지 못하다고는 하나 아직 소년기도 벗어나지 못한 아이의 힘에 질 수는 없다. 절대로.’

 그는 전력을 기울여 천강지기를 통제하려 노력했고, 그 노력이 통해서일까.

 관산호의 원기를 따라가던 천강지기가 서서히 움직임을 멈추며 강력한 힘으로 원기를 끌어들이기 시작했다.

 서로를 끌어당기려는 천강지기와 대자연지기의 인력은 막대한 힘으로 관산호의 내부에서 부딪쳤다.

 우두둑우두둑!

 관산호의 전신에서 뼈가 부러지는 듯한 소리가 쉴 새 없이 들리고, 전신이 두 배는 되어 보일 정도로 부풀어올랐다.

 그의 이목구비는 부풀 대로 부푼 살덩이들 속에 묻혀 굴곡이 사라졌고, 탄탄하던 상체의 근육은 부풀어오를 대로 부풀어올라 돼지의 방광처럼 둥그렇게 변했다.

 그곳에 있는 것은 관산호가 아니라 하나의 거대한 살덩어리로 이루어진 괴물이었다.

 그를 졸졸 따라다니는 강예령이라 해도 지금의 그의 모습을 본다면 그가 관산호라는 것을 믿지 못할 것이다.

 …….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커억!”

 사투를 벌이던 공손우의 입술 사이로 격렬한 신음 소리와 함께 한 사발은 됨 직한 핏덩어리가 터져 나왔다.

 툭!

 그리고 그의 가슴 앞에서 장심을 마주 보고 있던 두 손이 힘없이 그의 무릎 위로 떨어졌다.

 그는 한 손으로는 입가의 피를 닦고 한 손으로는 바닥을 짚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힘겨워 보이는 동작이었다.

 ‘혼천무극진기……. 무섭구나. 아직 이단공조차 완성되지 않았는데도 이처럼 강한 힘을 갖고 있다니……. 소멸은 실패했다. 하지만 호아의 무극진기를 중단전에 봉인(封印)해 놓았으니 그것만으로도 다행스러운 일이다. 봉인된 무극진기의 힘이 미약하니 천강을 뚫고 나오는 것은 불가능하다. 게다가 호아가 수련한 무극진기와 천강이 서로 충돌하지 않으니 생명에는 지장이 없을 것이고. 후일 호아가 천강의 힘을 얻는다면 무극진기는 완전하게 소멸할 것이다. 이것으로 만족할 수밖에…….’

 그는 침상에 누워 있는 관산호를 내려다보았다.

 이곳에 들어올 때와 마찬가지로 온화한 빛을 담은 눈길로.

 그러나 그 눈에는 섬광처럼 번뜩이던 빛이 사라지고 보이지 않았다.

 그의 두 눈은 평범한 노인처럼 힘이 담겨 있지 않았다.

 관산호는 대법이 시행되기 전처럼 단잠에 빠져 있었고, 언제 터질 듯 부풀어올랐냐는 듯 탄탄한 근육으로 뭉친 상체는 구릿빛의 윤기가 흘렀다.

 공손우는 혼천무극진기의 완전한 소멸은 성공하지 못했지만 관산호의 원기를 중단전에 봉인하고 그것을 천강지기로 포위하는 데 성공했다.

 마치 호수의 가운데 자리잡은 섬처럼 관산호의 원기는 천강지기라는 호수에 갇힌 것이다.

 무극진기의 정화인 원기가 천강지기에 의해 봉인되면서 대자연지기를 끌어들이던 원기가 갖고 있는 인력은 끊어졌고, 당연히 백회혈을 경계점으로 축적되던 대자연지기는 흩어져 다시 천지로 돌아갔다.

 대자연지기가 천지로 돌아갔다는 증거로 관산호의 백회혈에서 솟아오르던 천지일원기의 모습이 이제는 보이지 않았다.

 그것이 공손우가 혼천무극진기를 봉인했다고 확신하는 명확한 근거가 되었다.

 그렇게 혼천무극진기를 봉인하기 위해 공손우가 한 희생은 막대한 것이었다.

 ‘그나마 갖고 있었던 내력의 구 할을 잃었다. 게다가 수명까지 줄어 이제는 반년도 버티기 어렵다니……. 계획했던 대로 일을 추진할 시간이 남아 있지 않구나. 허허허,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그의 얼굴에 허탈한 빛이 스쳐 지나갔다.

 관산호의 원기를 봉인한 천강지기는 공손우의 내력 중 구 할로 이루어졌다.

 그것은 그가 그만큼의 내력을 잃었다는 것을 뜻했다.

 내력의 구 할이 사라지면서 간신히 억눌러 놓았던 지난날의 내상이 그의 전신 경락을 태풍처럼 휩쓸며 오장육부를 망가뜨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더 이상 그것을 제어할 수 있는 힘을 갖고 있지 않았다.

 내상의 고통은 끔찍한 것이었다. 하지만 공손우의 얼굴 어디에서도 고통의 빛은 읽을 수 없었다.

 그에게 있어 내상의 고통 정도는 고통에 속하지도 못했다.

 그보다 더 끔찍한 고통 속에서 수십 년을 단련한 사람이 그인 것이다.

 ‘그곳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지금 호아를 그곳에 데리고 간다면 성공할 수 없다.’

 공손우는 곤혹스러운 얼굴이었다.

 그는 내력의 구 할을 잃고 수명까지 줄었다. 하지만 그런 것은 이미 그의 관심 밖이었다.

 목숨에 대한 애착은 스승으로부터 검(劒)을 하사받던 날 버렸다.

 그리고 십오 년 전의 그날 이후 무공에 대한 미련도 버렸다.

 버릴 것이 아무것도 없는 그였기에 내력을 잃고 수명을 잃은 지금 그에 대한 아쉬움도 없는 것이다.

 게다가 그에게 중요한 것은 천하의 미래였지 그의 미래가 아니었다.

 지금 그가 허탈해하는 것은 자신이 잃어버린 것 때문이 아니라 내공과 수명이 줄어듦으로 인해서 관산호를 위해 안배했던 것들이 어긋나려 하기 때문이었다.

 ‘그곳의 준비가 완료되기 위해서는 아직 반년 정도의 시간이 더 필요하다. 그래서 그 시간이 지나고 나서 호아가 자연스럽게 그곳으로 갈 수 있는 계기를 만들려고 나름의 안배를 했던 것인데……. 일이 이렇게 꼬이다니, 일은 사람이 꾸미나 그 성사는 하늘에 달렸다더니[謀事在人 成事在天], 옛 어른들의 말씀이 하나도 틀린 것이 없구나. 허허허.’

 내심 허탈한 웃음을 흘리던 그의 얼굴이 무거워졌다.

 ‘무리하면 대사형의 눈을 피할 수 없다. 사제들 중 누군가가 이미 내 흔적을 발견하고 나를 추적하고 있을 수 있는 상황에서 나와 호아가 갑작스럽게 사라진다면 대사형은 나와 호아의 관계를 눈치 챌 것이고, 호아에 대한 추적도 같이할 것이다. 그리고 그분과 사제들의 능력이라면 내가 곁에 없는 호아가 그분의 수중에 떨어지는 데 일 년도 걸리지 않을 것이다. 그곳의 비밀을 아무리 철저히 지킨다 해도 그 이상의 시간을 벌어주지는 못할 것이다.’

 관산호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은 그 끝을 알지 못한다는 무저갱처럼 깊게 가라앉아 있었다.

 살아오며 단 두 명을 제외하곤 천하의 그 누구도 두려워하지 않던 그가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그만큼 그가 아는 사람들의 능력은 가공스러웠기에.

 하지만 그 두려움은 그 자신이 아니라 관산호로 인한 것이었다.

 그는 이미 목숨에 대한 미련을 초탈한 사람이었다.

 그 자신을 위해서라면 세상에 두려워할 것이 아무것도 없는 사람인 것이다.

 그의 생각은 계속되었다.

 ‘내가 그분의 시야에서 호아를 벗어나게 해주려면 우리 둘이 동시에 움직이면 안 된다. 하지만 이제부터라도 호아의 기초를 잡아주지 않는다면 안배가 완성된 후라도 호아가 그것을 얻을 가능성은 거의 없는데…….그것을 얻지 못한다면 어떤 무공으로도 그분을 막지 못한다.’

 그는 자신의 생각에 확신을 갖고있었다.

 ‘진퇴유곡이로구나……. 내게 남은 시간은 없고 안배도 아직 완성되지 않았고. 그리고 봉인된 무극진기를 소멸시키기 위해서는 호아의 내부에 심은 천강지기가 완성되어야 하는데…….’

 번민에 빠진 공손우의 탄식이 거듭되었다.

 무겁게 굳은 그의 안색은 펴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었다.

 그는 절세의 능력을 지닌 사람이었지만 그가 펼친 대법과 관산호가 보여주는 모습 사이에 기이한 부조화가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얼마 전 그가 내심 중얼거렸던 것처럼 일은 사람이 꾸미나 그 성사는 하늘에 달린 법.

 창밖으로 사위를 뒤덮고 있던 어둠이 조금씩 옅어지고 있는 것이 보였다.

 힘을 잃은 노인과 밤새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지 못하는 소년이 머물고 있는 방의 창문 틈으로 새벽의 어스름한 빛이 기웃기웃하며 넘어 들어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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