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
태선
갈마루
임준후
임허규
날 없는 창
노쓰우드
구유
글쓰는기계
유호
이원호
류지혁
사이딘
사이딘
인기영
김원호
인기영
사이딘
약먹은인삼
프로즌
염탁근
이그니시스
강명운
눈매
인기영
눈매
사이딘
이그니시스
강명운
사이딘
이그니시스
사이딘
전정현
 1  2  >>
 
작가연재 > 판타지/SF
가면의 레온
작가 : 눈매
작품등록일 : 2016.7.7
가면의 레온 더보기

스낵북
https://www.snackbook.net/snac...
>
작품안내
http://www.storyya.com/bbs/boa...
>

이 작품 더보기 첫회보기

중원을 공포로 떨게 만든 희대의 악마, 혈마존.
그의 영혼이 기억을 잃은 채 차원 이동을 한다.
한 소년과 몸이 바뀐 후 깨어난 혈마존.
기억은 지워지고 싸가지없는 본성만 남았다.
욱할 때마다 튀어나오는 살벌한 말투와 그의 독자무공.
살인광이었던 그가 전혀 어울리지 않는 대신관이 되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그 본성이 어디 가나….

 
21 화
작성일 : 16-07-15 13:42     조회 : 406     추천 : 0     분량 : 7624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레온에게 발목을 잡힌 루나는 잠시 당황해서 얼굴까지 발갛게 달아올랐다.

 상처로 얼룩지긴 했지만 그녀의 발목과 발은 예쁜 곡선을 그리며 잘 빠져 있었다.

 하지만 레온의 눈에는 그런 것들이 보이지 않는지, 묵묵히 자신의 가방에서 천 조각을 꺼냈다. 비상용으로 챙겨둔 것이었다.

 “이런 상태로 계속 여행하는 건 힘들어. 다음 마을에 도착하면 의사를 찾아보도록 하자. 신전이라도 있다면 신관에게 부탁을 하는 것도 좋겠군.”

 “괘, 괜찮은데. 아얏! 살, 살살해.”

 “괜찮다더니?”

 레온이 피식 웃자, 루나가 입술을 삐죽 내밀고 고개를 돌렸다.

 “못됐어.”

 레온은 말없이 루나의 발에 천을 둘러서 단단히 묶었다.

 “다 됐어.”

 “어머, 진짜 한결 편하네.”

 루나가 다시 신발을 신고 땅을 디뎌보았다. 발에 닿는 촉감이 한결 나아졌다.

 루나가 주먹을 불끈 쥐며 소리쳤다.

 “좋았어! 이제 얼마든지 갈 수 있을 것 같아!”

 “쉬라고 할 때 쉬는 게 낫지 않겠어? 금방 고통이 줄어서 갑자기 힘이 솟는 것처럼 여겨질 뿐일 텐데.”

 “역, 역시 그럴까?”

 루나가 고개를 갸웃하고는 배시시 웃었다. 햇살에 비친 그 모습은 정말 천사가 내려와 미소 짓는 것처럼 아름다웠다.

 문득 얼굴이 붉어진 레온이 고개를 휙 돌렸다.

 ‘제길! 또 사술인가!’

 그가 빨라지는 심박을 느끼며 천천히 심호흡을 했다.

 루나는 바위 옆에 세워둔 나무통을 보고 물었다. 처음에는 그저 굵고 긴 나무통이었는데 지금은 제법 모양이 잡히고 있었다.

 “그런데 며칠 전부터 뭘 그리 열심히 깎는 거야?”

 “마두금(馬頭琴).”

 “마두… 뭐? 그게 뭔데?”

 “악기야.”

 “너 악기도 연주할 줄 알아?”

 “조금은.”

 “언제 악기까지 배웠어?”

 루나는 질문을 던져 놓고도 아차 싶었다. 자신도 모르는 걸 기억 잃은 레온이 알 리 없지 않나.

 ‘역시 번개의 힘인가?’

 엉뚱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자꾸 그렇게 의식된다.

 그러고 보니 레온이 무언가를 만드는 것 역시 전에는 보기 힘든 모습이었다. 그것도 상당히 능숙한 칼질로 나무를 깎는 것은 더더욱.

 사각사각.

 레온은 다시 묵묵히 나무를 깎아갔다. 악기는 등에 메야 할 만큼 제법 커 보였다. 루나는 쪼그리고 앉아서 레온이 나무 깎는 것을 한참 바라보았다.

 그런데 그때, 두 사람이 걸어왔던 방향에서 먼지가 뿌옇게 일어나며 뭔가 빠른 속도로 다가오고 있었다.

 “마차?”

 호화로운 장식으로 치장된 마차가 거침없이 달려오고 있었다. 그리 빠른 속도는 아니었지만 좁은 숲길에서는 자칫 위험할 수도 있을만한 속도였다.

 “비켜라!”

 마부가 날카롭게 소리쳤다.

 당황한 루나가 얼른 몸을 피하려고 하는데,

 “앗!”

 하루 동안 다리를 절던 버릇 때문인지 그녀는 발이 뒤엉키면서 넘어지고 말았다.

 레온이 벌떡 일어났다.

 “루나!”

 운동신경이 좋은 남자라면 얼른 일어나서 피할 수 있을 정도의 거리였지만 잔뜩 겁에 질린 루나에게는 무리였다. 그녀가 얼굴을 가리며 비명을 내질렀다.

 “꺅!”

 레온이 앞뒤 가릴 것도 없이 숲길 복판으로 뛰어들었다. 그는 루나의 앞을 가로막고 섰다. 그리고 목청껏 소리쳤다.

 “멈춰라!”

 당황한 마부도 고삐를 힘껏 잡아당기며 말들을 급히 세웠다.

 “워어! 워!”

 이히히힝!

 말들이 급히 멈춰 서면서 앞발을 높이 치켜들었다. 레온은 뺨에 말발굽이 스쳐 지나가는데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

 대신 그의 부릅뜬 두 눈에서는 엄청난 위압감이 풍겨져 나오고 있었다. 마치 이 앞으로 단 한 발자국이라도 내딛었다가는 목숨을 버릴 각오를 하라는 듯.

 푸르릉! 푸릉!

 그 눈빛이 통하기라도 했는지, 말들이 레온 앞에서 곧 온순해졌다.

 가까스로 위기를 모면했지만 사람들은 잠시 동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마부는 마부대로 놀랐고, 루나는 자신의 앞을 가로막고 선 레온의 등을 넋을 잃은 채 바라보았다. 이 순간 레온의 등이 그 어느 때보다도 넓어 보였다.

 레온이 천천히 돌아섰다. 그가 루나를 보고 피식 웃었다.

 “그러게 얌전히 쉬라니깐.”

 눈물이 왈칵 나왔다.

 루나는 그래도 눈물을 보이기 싫어 입술을 꾹 깨물었다.

 레온이 다가와서 그녀의 손을 잡아 일으켜 주었다.

 “괜찮아?”

 끄덕끄덕.

 “하여튼 잠시도 눈을 떼기 힘들군. 짐짝 하나 가지고 다니는 기분이라니깐.”

 뭐라고 반박을 해야 하는데. 그래야지 자연스러울 분위기인데.

 한데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자꾸만 눈물이 나오려고 해서. 떨리는 가슴이 진정되지 않아 숨도 쉬기가 힘들어서. 그저 고개만 푹 숙이고 있었다.

 그때 뒤늦게 정신을 차린 마부가 시끄럽게 소리쳤다.

 “네 이놈들! 지금 길을 가로막고 서서 무엇들 하는 것이냐! 당장 사과를 해도 모자랄 판에! 썩 비켜서서 고개를 숙이지 못할까!”

 레온이 몸을 돌렸다.

 얼음장보다도 차가운 표정.

 그의 표정이 어찌나 싸늘한지 기세등등하게 외치던 마부는 순간 딸꾹질까지 해대며 움찔 놀랐다.

 “사과라면 그쪽이 먼저지.”

 “뭣, 뭣이? 이런 무엄한!”

 “사람이 있는데도 무시하고 숲길에서 그런 속도로 달린다는 건 제 정신이라고 보기 힘들어.”

 “이런 대가리에 피도 안 마른 자식이 감히 어느 앞이라고!”

 “누구 앞이든 인간의 목숨은 똑같은 것 아닌가? 그쪽은 마차에 치이면 피 대신 금이라도 흘리나?”

 “네 이놈! 뚫린 주둥이라고 함부로 놀리는구나!”

 때마침 마차 안에서 젊은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무슨 일인가?”

 문이 열리며 젊은 청년이 고개를 내밀었다. 눈매가 조금 날카롭지만 이목구비가 뚜렷해서 상당히 미남형이었다. 그 역시 마차가 급정거하면서 충격을 받았는지 이맛살을 잔뜩 구기고 있었다.

 마부의 표정이 급변하면서 머리를 조아렸다.

 “죄송합니다, 나리. 갑자기 이 녀석들이 길을 가로막아서는 바람에.”

 그러자 사태를 지켜보던 레온이 조소를 머금었다.

 “말은 제대로 하시지. 갑자기 나타난 건 우리가 아니라 그쪽이잖아.”

 “저, 저놈이 그래도!”

 마부가 다시 열을 올렸다.

 하지만 마차 안에서 젊은 사내가 내려서자 마부도 황급히 마부석에서 내려와 머리를 조아렸다.

 “나, 나리, 나오실 것까지는 없습니다. 제가 알아서…….”

 “사고가 있었나?”

 남자는 반듯하게 다려진 제복을 입고 있었는데, 척 보기에도 고위 귀족의 자제쯤으로 보였다. 허리춤에는 멋들어진 롱 소드를 차고 있었고, 훤칠한 키에 어깨도 딱 벌어져 위엄이 있어 보였다.

 마부가 연신 굽실거리며 대꾸했다.

 “다행히 급히 멈췄기에 아무 일도 없었습니다.”

 “그럼 대충 정리하고 떠나지. 갈 길이 머니까.”

 “예, 곧 정리하겠습니다.”

 남자가 다시 마차에 오르려는데, 레온이 싸늘하게 말했다.

 “사과부터 하라니까.”

 루나가 레온의 팔을 잡아당겼다.

 “야, 너 왜 그래? 그만하면 됐잖아.”

 그렇지 않아도 귀족의 길을 가로막은 것이 불안한 그녀였다. 그런데 자꾸만 레온이 도발을 해대니 그녀는 안절부절못하고 속만 바짝바짝 타들어갔다.

 마차에 오르려던 사내가 문득 멈추고 레온을 돌아보았다.

 그의 시선은 어쩐지 한참 아랫사람을 내려다보는 듯한, 멸시와 무시가 담긴 묘한 눈빛이었다.

 “자네, 방금 뭐라고 했나?”

 “사과부터 하라고 했는데?”

 사내는 어이없다는 듯 피식 웃음을 지었다. 그 웃음에는 아직 여유가 있었다.

 마부가 다시 악을 쓰다시피 고함을 내질렀다.

 “네 이놈! 이분이 누군 줄 아느냐!”

 레온은 그저 물끄러미 마부를 응시했고, 루나는 마른 침을 삼켰다.

 “이분은 리카드 백작님의 아드님이신, 세이스 폰 리카드 경이시다!”

 세이스는 마부의 거창한 소개를 들으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한데 이어진 레온의 반응이 기가 막혔다.

 “그래서?”

 “뭣, 뭣이!”

 “그래서 어쩌라고? 아, 이름부터 밝히고 정식으로 사과하려고?”

 놀란 것은 마부와 세이스뿐만이 아니었다. 루나도 놀라서 레온의 팔을 꼬옥 붙들었다.

 태어나서 백작 이상의 귀족 가문을 단 한 번도 마주친 적이 없는 그녀였다.

 루나가 사태가 더 심각해지기 전에 얼른 나섰다.

 “정말 죄송합니다, 나리. 무례를 용서하십시오.”

 루나가 얼른 레온의 팔을 붙들고 이끌었다.

 “비켜 드리자. 어서.”

 루나가 이렇게까지 나오자, 레온도 마지못해 걸음을 옮겼다. 마음 같아서는 저 뻔뻔한 녀석들의 모가지를 잡아 비틀고 싶었지만, 루나 앞에서 그런 행동을 할 수는 없었다.

 한데 이번에는 세이스가 그들을 붙잡았다.

 “잠깐.”

 루나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결국 화가 나고 만 것일까? 이미 사태를 수습하기에는 너무 늦어버린 것일까?

 하긴 레온이 귀족들을 향해 거침없이 막말을 해댔으니, 백작이나 되는 가문의 사람이라면 당장 칼을 뽑아들어도 할 말이 없으리라.

 한데 세이스는 자신을 도발하는 레온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았다.

 대신 머리를 조아리고 어쩔 줄 몰라 하는 루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처음에는 레온의 시건방진 태도 때문에 미처 알아보지 못했는데, 이제 보니 대단한 미녀였던 것이다.

 ‘평민인데도 이렇게 아름다운 여자가 존재할 수 있구나.’

 조금은 넉넉해 보이는 허름한 옷. 그리고 종아리까지 내려오는 헐렁한 바지. 그럼에도 그녀의 굴곡 있는 몸매는 완전히 숨겨지지 않았다. 거기에 어깨까지 내려오는 눈부신 금발과 또렷한 이목구비, 청순하면서도 명랑한 인상을 풍기는 여인이었다.

 ‘다시 봐도 정말 아름답구나.’

 세이스가 평민에게 이렇게까지 반한 적은 처음이었다. 그는 가슴이 두근거리는 걸 느끼며 물었다.

 “그대 이름이 무엇이오?”

 “루나… 입니다.”

 조금은 머뭇거렸지만, 목소리는 또렷또렷했다.

 “루나. 고개를 들어보시오.”

 루나가 시선을 들어 세이스를 보았다.

 가까이서 본 세이스는 정말 조각처럼 잘생겨 보였다. 하지만 어딘지 상대를 깔아보는 듯한 눈빛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어딜 가는 길이었소?”

 “수도로 가는 길이었습니다.”

 “수도? 아란스 시로 가고 있었단 말이오?”

 “예.”

 “허참. 이거 인연이구려. 우리도 마침 왕성으로 가는 길이었소만.”

 그때 레온이 짐짓 짜증난다는 표정으로 불쑥 끼어들었다.

 “아, 그래서 어쩌라고?”

 이제 마부는 더 이상 뭐라고 내뱉을 말조차 잃어버린 듯 입만 척 벌렸다. 세이스가 슬쩍 눈살을 찌푸리자, 루나가 다시 나섰다.

 “얘가 번개를 맞고 기억을 잃었답니다. 그래서 아직 사리분별을 잘 못하고 있습니다. 이해해 주세요.”

 루나가 다시 사정하자, 레온이 그녀의 손목을 확 잡아끌었다.

 “됐어. 그딴 용서 필요 없어.”

 루나는 이제 하늘이 노랗게 변했다.

 아, 도대체 이 녀석은 다 된 밥에 코를 빠트려도 유분수지. 기껏 상황이 좋게 흐르고 있었는데!

 그녀는 레온의 등 뒤에서 한숨만 푹 내쉬었다.

 이렇게 되자 루나에게 온화한 표정을 짓던 세이스도 조금 짜증이 났는지 이맛살을 구겼다.

 “그대는 누군가?”

 “본좌는 레온이다.”

 “저 아가씨와 어떤 관계인가?”

 “그건 왜 물어? 지금 네가 해야 하는 건 우리 관계를 파악하는 게 아니라, ‘죄송합니다’ 하고 사과하는 거야.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듣겠나?”

 세이스는 눈썹을 꿈틀거렸다.

 하지만 끝까지 화를 눌러 참았다. 이제 막 만난 아리따운 여성 앞에서 경박스러운 모습을 보이긴 싫었다.

 다른 누구보다도 품위와 위신을 지키려고 애쓰는 그였다. 이런 정신 나간 평민 때문에 마음에 드는 여자 앞에서 실수를 하는 건 그 스스로도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는 그런 성격이었다.

 “하하하. 정말 번개를 맞고 정신이 어떻게 되었던 모양이군. 내 오늘은 그대들의 실수를 눈감아 주도록 하겠네.”

 세이스는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품위 있게 처신했다고 여겼다.

 그는 정말로 레온을 미친 사람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백작의 아들인 자신에게 저렇게 함부로 대할 수는 없었다. 그를 너그러이 용서함으로서 루나에게 좀 더 점수를 얻고 싶은 것이었다.

 물론, 한낱 평민 앞에서 이런 진지함까지 가지는 것이 이상하기도 했지만, 그만큼 루나는 그에게 아름답게 보였다.

 단지 권위로 그 아름다움을 갈취하는 것이 아닌, 진정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관심을 얻고 싶었던 게다.

 하지만 곧바로 이어진 레온의 말.

 “더 이상 입 아프게 하지 마라. 지금 당장 사과해.”

 마부도 루나도 이제는 두 손 두 발 다 든 상황이었다.

 오로지 세이스와 레온만이 두 눈에 불똥이 튀도록 서로를 노려보았다.

 결국 세이스가 어깨를 으쓱였다. 그리고 그의 입에서 뜻밖의 말이 흘러나왔다.

 “우리가 숲길에서 조금 과하게 달렸던 모양이군. 정말 미안하게 생각하네.”

 그는 자신이 생각하기에 가장 신사적이면서도 품위를 지킨다고 생각되는 쪽을 선택한 것이었다. 어디 똥이 무서워서 피하겠나.

 실제로 그건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는지, 루나도 의외라는 듯 세이스를 바라보았다.

 세이스는 그런 루나를 보며 다시 한 번 빙그레 웃었다.

 “많이 놀랐소? 다시 한 번 사과하겠소.”

 “아, 아닙니다.”

 세이스가 레온을 돌아보고 온화한 목소리로 물었다.

 “이제 화가 좀 풀렸나?”

 레온이 그를 물끄러미 응시하다가 말했다.

 “이 정도로 해두지.”

 그제야 마부와 루나가 가까스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세이스가 이번에는 루나를 돌아보며 말을 이었다.

 “먼 길을 가야 할 텐데 괜찮다면 동승하시겠소?”

 “네에?”

 갑작스런 제안에 루나가 깜짝 놀랐다.

 “그렇지 않아도 혼자 여행길에 오른 참이라 적적하던 중이었소. 어떻습니까? 괜찮다면 함께 제 마차에 동승하는 것이.”

 루나로서는 그 어떤 유혹보다도 달콤했다.

 지금까지 레온과 함께 걸어오면서 얼마나 힘들었던가. 게다가 저런 호화로운 마차라니. 그녀도 여자다. 저런 마차를 한 번쯤 타보는 꿈을 꾸지 않았을 리가 없다.

 게다가 세이스는 자신과 같은 평민에게도 존대를 하고, 레온에게도 곧바로 사과까지 하지 않았나. 어쩌면 자신의 첫인상과는 다르게 좋은 사람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녀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에요. 말씀만은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하하, 그러지 말고 같이 갑시다. 서로에게 득이 되지 않소.”

 그때 레온이 뜻밖의 대답을 했다.

 “그렇게 해. 거절할 이유가 없잖아. 호의를 베풀겠다는데.”

 ‘정말 그래도 괜찮은 거야? 방금 전까지 죽일 듯이 노려보더니?’

 루나는 목구멍까지 차오른 말을 삼켰다.

 마침 세이스가 레온에게 말했다.

 “한데 마차에는 세 명이 동승하기는 좀 힘들 것 같네만. 나 혼자 여행할 거라고 여기고 그리 공간을 크게 준비하지 않았거든.”

 실제로 마차는 세 명이 들어가도 충분한 크기로 보였다.

 하지만 마차 주인이 그렇게 이야기 하니 루나도 뭐라고 할 수 없었다.

 세이스가 말을 이었다.

 “대신 뒤에 짐마차가 따로 있는데 거기라도 좋다면 어떤가?”

 과연 루나가 돌아보니 호화로운 마차 뒤에 짐마차가 있었다. 짐마차에는 특이하게도 마부가 두 명이었다. 지금까지는 놀란 가슴 진정시키느라 미처 그쪽까지 보지 못했던 것이다.

 레온이 이번에는 정중한 태도로 답했다.

 “상관없소.”

 “하하! 그럼 그렇게 하도록 하지. 그럼 가시죠.”

 세이스가 루나를 안내했다. 그는 노골적으로 레온을 무시하고 있었다.

 하지만 레온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짐마차가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그가 마부석을 지나 짐칸으로 갈 때 마부 두 명이 날카롭게 그를 쏘아보았다.

 한 명은 뺨에 검상이 새겨져 있었고, 다른 한 명은 뱀처럼 가늘게 찢어진 눈을 가진 자였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25 25 화 2016 / 7 / 15 426 0 7511   
24 24 화 2016 / 7 / 15 467 0 5893   
23 23 화 2016 / 7 / 15 421 0 7126   
22 22 화 2016 / 7 / 15 405 0 6683   
21 21 화 2016 / 7 / 15 407 0 7624   
20 20 화 2016 / 7 / 15 426 0 7116   
19 19 화 2016 / 7 / 15 392 0 6095   
18 18 화 2016 / 7 / 15 417 0 7204   
17 17 화 2016 / 7 / 15 407 0 7558   
16 16 화 2016 / 7 / 15 442 0 6220   
15 15 화 2016 / 7 / 11 432 0 6075   
14 14 화 2016 / 7 / 11 426 0 5240   
13 13 화 2016 / 7 / 11 425 0 6202   
12 12 화 2016 / 7 / 11 428 0 6063   
11 11 화 2016 / 7 / 11 428 0 5980   
10 10 화 2016 / 7 / 7 533 0 6618   
9 9 화 2016 / 7 / 7 456 0 5553   
8 8 화 2016 / 7 / 7 409 0 7252   
7 7 화 2016 / 7 / 7 388 0 5464   
6 6 화 2016 / 7 / 7 413 0 6566   
5 5 화 2016 / 7 / 7 407 0 6302   
4 4 화 2016 / 7 / 7 407 0 5883   
3 3 화 2016 / 7 / 7 412 0 6209   
2 2 화 2016 / 7 / 7 400 0 6397   
1 1 화 (1) 2016 / 7 / 7 700 1 6886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무영 이계를 훔
눈매
무적문주
눈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