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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현대물
더 기븐(The Given)
작가 : 풍령인
작품등록일 : 2016.7.7
더 기븐(The Given) 더보기

작품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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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 더보기 첫회보기

풍령인 작가의 더 기븐은 꽤 오래 묵은 작품이다.
작가가 영국 유학시절 축구에 눈을 뜨게 되면서 적게 된 이 이야기는
당시 수많은 독자들이 열광했던 “축구이야기”라는 소설과
같은 시기 같이 주목받았던 소설이며,
이제야 그 첫 번째 이야기가 선을 보이게 된 것이다.
세계를 무대로 둥근 공 하나, 꿈을 향한 열정으로 잔디장을
누빈 젊은 청춘들의 성장 이야기.

 
20 화
작성일 : 16-07-15 10:14     조회 : 433     추천 : 0     분량 : 7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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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2004. 7. 31.

 대한민국 경기도

 

 

 오전 9시.

 토요일인 만큼 아직 고요하다. 하지만 이 집은 고요하지 않았다.

 “꽤 많이 챙겨 왔다?”

 간편한 차림으로 설아와 예진을 맞은 지후.

 그새 키가 또 큰 건지 약간 작은 티와 슬쩍 보이는 복근이 섹시하다.

 머리칼을 제외하고 털이 무성하지 않은 지후는 야성미 넘치는 다리가 아닌 매끈한 다리까지 가져 반바지 아래 종아리 근육이 색기 넘쳤다.

 “여자라면 다 이런 거야.”

 설아는 그렇게 말하며 지후를 폭 안았다.

 “우리 지후 얼마 만이니!”

 “…….”

 지후는 설아가 껴안아줘도 얼굴 하나 바뀌지 않았다. 그리고 지후가 포옹을 풀었을 때 말했다.

 “누나 살 좀 빠졌네?”

 “어머, 그래? 요즘 누나가 운동 시작했는데, 크게 티 나나 보네?”

 설아가 활짝 웃으며 말하자 지후가 초를 쳤다.

 “근데 가슴만 빠진 거 같아.”

 “이, 이게!”

 지후는 슬쩍 설아의 사정권에서 빠지고는 예진을 보았다.

 “네가 아는 언니들도 온다고? 그 때 만났던 걔들?”

 작년 5월에 만나고 한 번도 보지 못한 애들이다. 그런데 오늘 같이 놀자고 온다고 한다.

 “흐음, 연습생 하면 뻔뻔해지나?”

 지후의 말에 예진의 얼굴이 빨갛게 변했다.

 “오……. 오지 말라고 할까?”

 “농담이야. 나야 여자가 많으니 좋……. 아니, 귀찮지.”

 불안한 눈으로 보다가 뒷말에 도끼눈으로 변하는 예진.

 그때 예진의 핸드폰이 울렸다.

 “여보세요? 아, 다 도착했어? 어, 잠시만. 언니, 다 왔다는데?”

 “거기서 기다리라고 해. 괜히 집까지 오면 피차 불편하니까. 우린 다 준비됐으니 바로 나가지 뭐.”

 “우리 바로 나갈게요. 거기서 기다려요!”

 번호를 끊고 짐을 지후가 다 챙겨서 나왔다. 부피가 컸지만 운동했다고 무겁지는 않았다.

 “후우!”

 운전석에 앉은 설아는 호흡으로 긴장을 풀었다.

 옆에 있던 지후가 물었다.

 “면허 따고 몇 번이나 운전했어?”

 “음……. 2번?”

 설아의 대답에 지후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마음껏 몰아. 나 생명 보험 가입되어 있어.”

 “야!”

 

 

 다행히 급정거나 급출발은 없었다.

 조금 불안 불안하던 운전은 곧 익숙해 졌는지 수월하게 버스 터미널에 도착했다.

 “예진아!”

 예진을 봤는지 김수영과 효연이 뛰어오고 뒤에 수연이 설렁설렁 걸어왔다.

 “안녕하세요, 김수영이에요. 예진이랑 같은 연습실 써요.”

 “남윤서입니다. 수영 언니랑 같아요. 예진 언니랑 같이 연습생이에요. 이 언니는 이수연이라고 하는데, 조금 잠이 많아서 비몽사몽하니까 이해해 주세요.”

 윤서의 또박또박한 설명에 인사만 꾸벅하고 졸린 지 하품을 하는 수연. 설아는 웃으며 그녀들을 반겼다.

 “반가워. 내 이름은 임설아고, 너희들 보다……. 어디 보자. 4살 많네?”

 통성명과 족보 정리 이후 여자들은 곧 친해졌다. 유일한 남자인 지후만이 묵묵히 조수석에 앉아 있었다.

 “아, 지후야!”

 “어, 왜?”

 “너 경기 잘 봤다고.”

 1년 가까이 못 봤지만 김수영은 스스럼없이 지후에게 말을 걸었다.

 “그래? 중계 잘 안 해줄 텐데, 용케 봤네.”

 “응, 진짜 안 해주더라.”

 축구로 대화의 물꼬를 텄지만 좋은 소재는 못 됐다. 수영이 축구에 대해 잘 몰랐으니까.

 결국 얘기하다 지친 예진을 비롯한 여자애들이 잠들어 버리고 남은 것은 설아와 지후뿐이었다.

 “너는 안 자?”

 “응.”

 “왜?”

 “운전만 하면 졸리잖아. 그리고……”

 지후의 세심한 배려에 설아가 미소 지을 때였다.

 “누나가 사고 내면 증인 한 명은 있어야 할 것 같아서.”

 

 

 

 에버랜드 리조트의 호스텔, 홈 브리지에 도착한 시간은 11시 무렵이었다.

 체크인 시간이 2시이지만 그냥 들어갔다. 운이 좋으면 지금도 체크인 할 수 있으니까.

 “감사합니다. 꿈과 환상이……”

 다행히 체크인에 성공했고 짐은 바로 풀 수 있었다. 남은 것은 이제 수영이냐, 놀이 동산이냐 하는 것.

 “당연히 수영! 내일 수영 하면 피곤해서 운전도 잘 못한다고!”

 “수영이요!”

 “아무데나.”

 이미 2명 이상이 찬성했으니 수영으로 결정.

 수영복을 챙긴 일행은 해적스 베이에 입장했다.

 그런데…….

 “한 분 당 77,000원으로 총 385,000원 입니다.”

 가격이 장난 아니었다.

 40만원에 가까운 돈. 지후 뒤에서 계산을 보던 수영과 효연의 눈동자가 동그래졌다.

 “헉…….”

 “도, 돈 많이 안 가지고 왔는데…….”

 이미 전날 놀러 갈 걸 알고 돈을 조금 챙기긴 했다.

 하지만 고작해야 3만원일 뿐. 그 2배가 넘는 돈이 들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다.

 해적스 베이가 비싸다고 들었지만 이 정도나 될 줄이야.

 지후가 결제하고 나오니 수연, 수영 등이 돈을 건넸다. 주현은 뒤에서 안절부절 못했다.

 “미, 미안……. 부족한 건 나중에 줄게…….”

 지후는 피식 웃으며 돈을 받았다.

 별 말 하지 않았지만 왠지 ‘비루한 서민들.’ 이러는 것 같아 속이 뒤틀린 그녀들.

 기분이 나빠져 입술을 삐죽이고 있을 때 지후는 다시 매표소로 갔다.

 “베이 코인 3만원 어치씩 5개 주세요.”

 “15만원 입니다.”

 다시 한 번 카드의 위엄을 시전 하는 윤지후 님.

 단 10분 만에 총 535,000원이 사라졌다.

 지후는 한 명 당 하나씩 주며 말했다.

 “이제 10만원 줄 거야?”

 “…….”

 지후의 말에 얼굴이 발개진 소녀들. 지후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농담이야. 기분 나빴다면 사과할게. 그런데 부를 때에 이런 것도 생각 못 했겠어? 애초에 내가 다 내려고 했어.”

 “그래도 50만원 가까이 썼는데……”

 “방값도 생각해야지. 70만 원에 가까워.”

 빙글빙글 웃으며 무지 큰 액수를 말하는 지후 님.

 이 분을 찬양하라.

 화려한 싱글은 어려운 법이니.

 “나는 돈 버는 입장이니까 너무 개의치 마. 너희는……. 음 그게 좋겠다.”

 지후의 말에 살짝 긴장하는 소녀들.

 빙그레 웃으며 말하는 지후.

 “내가 안 다치게 기도나 해 줘. 그래야 계속 돈을 버니까.”

 농담하듯 말하는 지후를 보며 소녀들은 조금 감동 받았다.

 마음의 부담감을 조금이라도 줄여주려는 그의 마음을 느낀 것이다.

 “대신 베이 코인 다 쓰고 3만원 넘게 나오면 나도 돈 받는다? 알았지?”

 “응…….”

 예진과 자신의 사이를 언제 캐물을까 고민하던 소녀 2인방과 조연 소녀 1명을 한 방에 조련한 지후는 빙글빙글 웃으며 라커룸에 들어갔다.

 “그럼 잠시 후에 보자.”

 등을 보이며 손만 드는 지후의 모습은 그야 말로 폭풍 간지였다.

 돈 버는 남자의 위엄이 이것인가.

 월급봉투 내역서의 파괴력이 이것인가.

 왔노라, 보았노라, 느꼈노라.

 “멋있다…….”

 누군가 작게 뇌까렸다. 그걸 들은 예진의 미간이 좁아졌다.

 자신이 보기에도 폭풍 간지인데 그 은혜를 입은 입장에서 얼마나 멋져 보일까. 상상만 해도 싫었다.

 “씨잉!”

 예진이 괜히 화를 낼 때 설아가 그녀를 다독이며 말했다.

 “자, 예진아. 너의 수영복으로 남자의 마음을 녹일 때야. 알겠지?”

 입을 꾹 다물며 굳게 다짐하는 예진.

 그녀는 성공할 것인가.

 

 

 

 솨아아아!

 시원하게 내려오는 물줄기를 맞으며 예진은 전의를 불태웠다.

 “우후후! 우리 예진 가슴 좀 컸네?”

 “꺄악!”

 갑작스럽게 뒤에서 껴안아 가슴을 주물럭거리는 설아의 행동에 예진이 깜짝 놀라 가슴을 가렸다.

 “중2 치고는 작은 편은 아니야. 자신감을 가져.”

 설아의 칭찬에도 예진의 얼굴은 빨갛게 되어 바뀔 줄 몰랐다.

 “언니인데 뭐 어때. 그리고 이거 써 봐.”

 설아가 내밀은 것은 샴푸와 바디 클렌저.

 “여자나 남자나 향기에 약한 것은 마찬가지야. 단지 여자가 조금 더 약한 거지. 네 향기를 그이한테 아주 박아 버려. 후각 상피가 변이 될 때까지! 알았지?”

 “응!”

 “언니!”

 옆에서 씻던 수영이 다가왔다. 요 근래 폭풍 성장기를 거친 듯, 1년 전에 비해 무려 10cm가 큰 수영. 지금은 165cm에 가깝다.

 설아에 비해 작지 않은 키. 하지만 몸매가 딸렸다.

 “고, 곧 클 거예요!”

 누구한테 말하는지 모르겠다만, 그럴 거라 믿겠네.

 “조용해. 공공 예절 모르냐?”

 밝은 갈색 머리를 감으며 인상을 찌푸리는 우리의 수연 씨. 161cm의 아담한 키임에도 머리를 감는 그녀의 뒤태는 무척 아름다웠다.

 샴푸 광고에 나오는 모델 같다고 할까. 게다가 앞을 본다면…….

 “눈 안 처 까부냐, 시방!”

 촤아아악!

 어디서 배운 건 지 몰라도 탁월한 사투리 구사 능력이다.

 그렇다면 막내 남윤서 양을 보자.

 장신의 조짐이 나타나는 키 159cm, 길쭉한 팔과 다리. 시선을 위로 올리면…….

 “꺄악!”

 미안해요. 잘못했어요.

 

 

 

 얼굴이 빨개져 나오는 소녀 4명과 태연한 성인 1명. 지후는 밖에서 꽤 기다린 듯 하품을 하고 있었다.

 “왔어?”

 “응…….”

 “얼굴이 왜 그래? 무슨 일이라도?”

 “아, 아무것도 아니야!”

 예진이 황급히 대화를 끊었다. 그 모습에 고개를 갸웃하던 지후는 뭐, 됐겠지 라고 생각하며 더 언급하지 않았다.

 “근데 우리 어때? 예뻐?”

 수영이 지후 앞에서 빙그르르 돌며 물었다. 예진이 헛! 하며 제지하려 했지만 늦은 때였다.

 “음……. 다들 예쁜데? 개성이 잘 사네.”

 지후의 칭찬에 다들 환하게 웃었다.

 그러면 안 보고 넘어갈 수 없는 수영복 쇼 타임.

 먼저 여인 파 맏언니, 임설아.

 만 20세의 성숙한 여인으로 키 167cm, 스리 사이즈…….

 “그 입 다물라!”

 ……는 넘어가도록 하고.

 입은 수영복은 유일한 비키니 수영복의 착용자. 마른 몸매에 어울리지 않는 풋풋한 글래머 함이 잘 나타났다.

 남자들에게 제법 인기 많을 타입이다.

 둘째, 이수연.

 만 15세, 키 161cm, 몸무게…….

 “혓바닥이 피 바닥이 되어 봐야 반성할 것이더냐?”

 죄송합니다. 시정하겠습니다.

 그녀의 수영복은 수영복이라기보다 짧은 핫팬츠에 몸에 붙는 셔츠를 걸쳤다, 가 어울렸다. 참고로 위, 아래 둘 다 수영복이다. 물에 젖는다고 몸에 붙지 않으니 안심…….

 후우…….

 “왜 한숨을 쉰 거지?”

 이유는 말할 수 없지요.

 없고, 말고요.

 자, 그럼 다음.

 셋째, 김수영.

 만 14세, 키 165cm, 몸매 중 자신 있는 것은 가녀린 허리.

 “오, 알고 있네?”

 길쭉한 장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모델 포스에, 여름에 어울리는 까무잡잡한 피부는 건강미까지 준다.

 그녀는 브래지어 형태의 상의와 통이 큰 치마를 입었다.

 그런데……. 아니. 말을 말자.

 넷째, 한예진.

 만 14세, 키 164cm, 가녀리고 청순해 보이는 외모를 자랑스러워한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빈…….

 “야!”

 네, 님이 짱이지요. 잠시 잊었네요.

 여하튼 입은 수영복은 기다란 원피스 형태의 수영복. 물에 들어가면 원피스가 물에 하늘거리고, 만일 잠수해서 본다면 하의와 간혹 보이는 상의, 그리고 드러난 속살에서 치명적인 매력을 발견할 것이다.

 막내, 남윤서.

 만 13세, 키 159cm, 순수해 보이는 얼굴만큼 착할 테니, 스리 사이즈 공개를 강행…….

 “막내 수영복은 귀엽고 깜찍한 테니스 웨어에 가까운 타입입니다. 더 이상의 관심은 꺼 주세요.”

 치고 나오는 막내 지킴이 김수영, 이수연 양.

 그대들의 뜻에 신의 가호가 있기를.

 여자들은 다 봤으니 남자를 보자.

 유일한 남자, 윤지후.

 만 14세, 키 184cm, 수영복은 입은 상태다.

 끝.

 “어디부터 갈까?”

 “씨 웨이브!”

 그렇게 말하며 달리기 시작하는 소녀들.

 지후는 뒤에서 그걸 보며 천천히 뒤따르기 시작했다.

 

 * * *

 

 놀 만큼 놀고 즐길 만큼 즐긴 후에 먹는 밥만큼 맛있는 것도 드물다.

 지후는 갈아입을 옷 보다 먹을 것을 중점적으로 챙겨왔기 때문에 저녁식사는 푸짐했다.

 지친 체력을 보충해 줄 고기, 빠져서 안 될 김치, 필수 불가결, 상추 등의 야채……. 여기에 밥까지 함께하니 정말 맛있는 식사였다.

 “으아……. 잘 먹었다…….”

 설거지까지 마치고 방에 들어와 누우니 피로가 솔솔 밀려 왔다.

 하루 종일 물에서 놀았으니 지칠 법도 했다. 체력이라면 자신 있는 지후까지 피로감을 느낄 정도니, 다른 이들은 어떻겠는가.

 설마 예진을 비롯한 소녀들이 연습생이라고 해도 축구선수와 체력을 비교하는 우둔한 이는 없을 것으로 본다.

 “힘들다…….”

 “졸려…….”

 방바닥에 아무것도 깔지 않은 게 더 시원했다. 온돌바닥이라 그런지 적당히 차가운 게 에어컨도 필요 없을 것 같았다.

 “지금 자면 안 돼요. 건강에 안 좋아요.”

 유일하게 눕지 않은 윤서가 그렇게 말하며 모두를 일으켰다.

 밥 먹자마자 자는 게 몸에 안 좋다는 것은 다들 아니까, 하나 둘씩 자리에 앉았다.

 “하암……. 졸려…….”

 하지만 잠이 달아나지 않는다. 이렇게 가만히 앉아있으면 결국 졸 것 같은 느낌.

 무언가를 해야 하는 데 복잡한 건 영 내키지 않는다.

 “뭐가 좋을까?”

 “간단한 게임?”

 “게임? 좋지. 어떤 걸로?”

 게임은 많고, 할 시간은 많다. 적당히 배만 꺼질 때까지 하면 되니까.

 “피곤한데 움직이는 건 싫고……. 간단하게 진실 게임하자. 원래 진실 게임은 술 먹고 해야 진짜인데……. 아쉽다.”

 설아의 말에 다들 눈을 반색했다.

 “헤헤, 언니이이~”

 “어머머, 얘들 봐? 내 나이에 너희들 술 먹이면 큰일 나 이것들아!”

 그새 좀 친해졌다고 설아에게 달라붙는 수영. 수연도 말은 안 해도 꽤 기대하는 눈치였다.

 “안 돼!”

 설아가 딱 잘라 말하자 수영도 어쩔 수 없다는 듯 떨어졌다. 풀이 죽은 그 모습에 설아는 마음이 좀 아팠는지 사족을 달았다.

 “대신 지후가 좋다고 말하면 사 줄게.”

 설아의 말에 모두가 지후를 보았다. 당장이라도 허락을 구하는 눈빛.

 “왜 내가 허락해야 해?”

 “여기서 물주고, 그리고 유일하게 남자잖아. 우리 술 취하면 네가 지켜 줘야 할 거 아냐. 안 그래?”

 단순 명쾌한 그 논리에 모두들 고개를 끄덕였다.

 “마음대로 해.”

 지후의 동의에 설아는 진짜 술을 사러 나갔다.

 매점이 멀지 않았기에 금방 돌아왔을 때엔 이미 술자리가 갖춰진 후였다.

 간단한 안주와 술잔까지.

 “그런데 윤서야, 너도 먹으려고?”

 “전 언니들 말리려고 앉은 거예요.”

 술잔 잡고 그런 말 하면 설득력이 없어요, 남윤서 양.

 “응응. 자, 그럼 일단 한 잔씩 따르고……. 아, 여기서 술 마셔본 사람?”

 설아의 질문에 다들 서로 눈치만 봤다.

 “난 당연히 먹어봤고. 예진은 내가 주량을 아니까 됐고. 너희 둘. 먹어 봤어, 안 먹어 봤어?”

 “먹어 봤어요…….”

 “얼마?”

 “1병……?”

 수영의 대답에 설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천천히 마시면 덜 취할 것이다.

 “너는?”

 “양주를 주로 마셔서 잘 모르겠어요.”

 “그 나이에 양주면 많이 센데……. 다크호스가 여기 계셨군, 그래.”

 “나쁜 건 빨리 없애야죠.”

 딱 부러지게 말하는 윤서의 태도.

 얘가 이런 애였나, 하는 신발견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 언니 라인들.

 “주량은?”

 “10 잔이요.”

 “헐.”

 병으로 계산하는 것보다 잔으로 계산하면 더 정확하다. 9부 따랐을 때 7잔 반 가량이 1병정도 되니 대충 1병 넘게 마시는 셈이다.

 “여기 지존이 계셨네.”

 설아는 그렇게 말하면서 모두에게 잔을 따랐다. 첫 잔을 건배로 시작하기 전에 지후가 말했다.

 “다들 1병 이상 마시지 마. 아니 5잔. 5잔 이상 마시려고 하면 뺏을 거야.”

 지후의 말에 모두들 고개를 끄덕였다. 밥까지 두둑하게 먹은 지금, 과음은 부침개를 만들 뿐이다.

 “그럼 룰은 정해졌네?”

 설아는 그렇게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

 장난감을 발견한 꼬마 같은 순수한 미소.

 “벌칙 주를 마실 수 있는 기회는 5번. 5번이 끝나면 질문은 못해. 듣는 건 허락할게. 알겠지? 그리고 1명이 끝나면 다른 4명이 불리할 수 있으니까 그때 더 할지 말지 정하자. 자, 그럼 시작!”

 5잔을 따르고 남은 것을 큰 잔에 따라 부은 후에 술병을 돌렸다.

 빙그르르ㅡ

 술병은 돌고 돌았다.

 태양을 따라 도는 지구처럼,

 님을 찾아 노니는 나비처럼.

 그 끝이 향한 곳은,

 “어? 우리 귀염둥이 아니야?”

 지후였다.

 지후가 걸리자 모두들 킥킥 거리며 질문을 준비했다. 그 질문의 끝은…….

 “지금 좋아하는 사람 있어? 이 자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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