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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판타지/SF
리셋 라이프
작가 : 이그니시스
작품등록일 : 2016.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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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전쟁터에서 죽었다.
원하지 않았던 죽음. 그리고 차갑게 흩어지던 마지막 숨결.
그런데, 다시 눈을 떴다. 게다가 10년 전의 시간으로 돌아가 있다.
10년의 시간과 다시 주어진 기회. 내가 원하는 대로, 세상을 통제하리라!

 
제 19 화
작성일 : 16-07-14 16:18     조회 : 583     추천 : 0     분량 : 7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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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이만트 왕세자는 나지막하게 말했다.

 “다마치 고신관께서 자네 덕에 친교가 어떻게 되지 않을까 걱정하시더군. 오늘 국경에서 들은 이야기도 그렇고.”

 두 번째 건에 대해선 할 말 없다. 정말로 내가 양국 친교의 걸림돌이 되는 건 아니겠지.

 나는 빙긋 웃으면서 그에게 말했다.

 “고신관님이 무슨 말을 하셨는지 모르지만, 사절단 내에서 저보다 더 양국의 친교를 바라는 이는 없을 거라 자부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 분쟁도 일종의 교제니까.”

 울컥하는 기분이 올라온다.

 라이만트 왕세자야 무슨 죄가 있겠는가.

 단지 다마치 이놈이 선수를 칠 때 그 자리에 있지 않았던 내가 병신이지. 으이구!

 나는 그럴 생각이 없다고 말하려 했지만, 먼저 왕세자가 나섰다.

 “혹시라도 자네가 다마치 신관의 말처럼 친교에 걸림돌이 왼다면, 나는 전력으로 그 돌을 치울 것이네, 명심하게나.”

 글쎄 그럴 생각이 없다니까요.

 나는 좋은 인상을 주려던 것을 일단 포기했다.

 지금은 다른 건 몰라도 왕세자의 오해는 풀어야 한다. 대체 다마치 신관이 뭐라고 했기에 이 사람이 이렇게나 심한 말을 하는 걸까?

 그때, 옆에서 레비디안이 말했다.

 “듣자하니 꽤나 건방진 말을 할 수 있게 되었군, 오렌지.”

 “누구지?”

 라이만트 왕세자는 얼굴을 살짝 찡그리며 레비디안을 바라보았다.

 기품 있는 얼굴에 불쾌감이 얹히는 게 보였다. 저건 마치 형이 나를 바라볼 때와 꽤 비슷한 얼굴 같다……가 아니지!

 레비디안?!

 “호오? 이젠 목소리마저 잊은 거야? 무예의 전당에서 수련하던 날이 꽤 가벼웠나 보군.”

 그녀는 왕세자를 상대로 비웃음을 띄우면서 팔짱을 끼었다.

 나는 경악해서 그녀를 말리려다가, 그녀의 말에서 퍼뜩 정신을 차렸다. 무예의 전당에서 수련하던 날이라고?

 라이만트 왕세자의 표정이 바뀌었다.

 불쾌감에서 놀라움으로 점차 변하고 있었다.

 그는 의심스럽단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설마……. 그 목소리는……. 이비?”

 “이제야 기억났나 보군. 오랜만이야, 오렌지.”

 레비디안은 가면을 살짝 들어 올리며 빙긋 미소 지었다. 이것으로 확실해졌다.

 두 사람은 아는 사이였던 것이다. 그것도 무예의 전당에서.

 “그런데……. 오렌지라니. 별명입니까?”

 “아, 원래 애칭은 라임이었어요. 거기서 라임 오렌지. 그러니까 오렌지였지요.”

 나의 물음에 레비디안이 간단하게 대답했다. 나는 거기서 뭔가를 느낄 수 있었기에 딱 하나만 질문하기로 했다.

 “그거 누가 지었습니까?”

 “내가 지었죠.”

 “아, 역시.”

 “방금 전의 발언에 대해 설명해 주겠어요?”

 그녀는 나를 째려보며 내게 뭔가를 추궁하려는 듯 돌변했지만, 나는 될 대로 되라는 한가로운 표정으로 맞섰다.

 정말이지 이 사람은 검 이외의 면에서는 엄청나게 센스가 떨어지는구나.

 “리셀. 방금 무척 실례되는 것 같은 생각을 한 표정이었는데…….”

 “생각은 마음대로 하게 좀 놔두세요. 그리고 이쪽 왕세자님이 버림받으신 것 같은데요.”

 “응? 아, 맞아. 인사는 없는 거야?”

 라이만트 왕세자는 나와 레비디안을 번갈아 보다가 어색한 표정으로 물었다.

 “저기, 어떻게 된……. 거죠? 이비가 왜 여기……?”

 “난 리셀 군의 검술 선생이야. 그 외엔 시끄러운 걸 싫어했을 뿐이지. 그건 그렇고, 다마치란 사람에게서 무슨 말을 들은 거지?”

 레비디안은 팔짱을 끼고 라이만트 왕세자를 압박해 들어갔다.

 그녀에게도 내가 사정을 이야기했기 때문에, 나와 다마치로 파벌이 갈리려고 한다는 건 알고 있는 상황이었다.

 항상 그렇지만 그녀가 진심으로 상대를 압박하면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이 몇 없다.

 당연히 라이만트 왕세자는 굉장히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저기 말이죠, 이비. 이건 국가적인 문제라서…….”

 “괜찮아. 난 어느 나라에도 속하지 않으니까.”

 “저기…… 이쪽도 좀 이야기에 끼워주실래요?”

 “아, 미안해요. 오랜만이에요, 안나. 건강해 보이네요.”

 “예. 이제야 말을 걸어 주셨네요. 이비 언니. 그런데 이 사람 너무 괴롭히지 마세요. 이번 사절단에 상당히 기대를 걸고 있어서 그런 거니까요. 사람이 실수할 때도 있잖아요?”

 안나라고 불린, 왕세자비로 보이는 여성은 매우 느긋한 태도로 말했다. 압박감을 버티는 게 아니라 능숙하게 피해가는 것 같은 은근한 모습이다.

 그 와중에 레비디안에게 말을 건 것만 봐도 훌륭하다.

 그녀는 라이만트 왕세자와 레비디안을 보던 우리들에게 시선을 돌리고는 느긋하게 인사했다.

 “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르잔나인 레아조티안이랍니다. 왕세자비에요.”

 “예에……. 아, 안녕하세요. 아리세인 헤르듀크입니다.”

 “세르마일라 하인드입니다.”

 “투르보 세 말타드입니다.”

 “어머나, 다들 귀한 집 자제분들이네요. 만나서 정말 반가워요.”

 어쩜 저렇게 사람이 느긋할 수 있을까.

 덕분에 팽팽히 긴장했던 공기가 엿가락만큼이나 늘어졌다.

 그녀의 조금 느릿한 말투를 듣고 있자면 세상에 바삐 살 게 뭐있나 싶은 생각마저 든다.

 “하아……. 안나가 있으면 싸우는 게 바보 같아진다니까.”

 레비디안은 이마에 손을 올리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 말에 동의 백만 표를 던져주겠어. 세상에 저렇게 주변을 느긋하게 만들어주는 사람도 있었구나. 새로운 세상의 일면을 알게 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이야기를 놓치지 않는 것이 레비디안의 장점이었다. 그녀는 허리에 손을 올리며 라이만트 왕세자에게 말했다.

 “인사도 했으니, 아까 한 이야기나 자세히 해 보지?”

 의외로 집요하십니다. 선생님.

 

 4분의 3박자.

 현악기와 관악기, 타악기가 어우러진다.

 서로 손을 잡고 둥글게 원을 그리며 춤을 추는 사람들의 옷자락이 걸음마다 팔락이며 사뿐하게 날아오른다.

 가볍게, 가볍게.

 무도회에 춤이 없으면 무도회가 안 되겠지.

 오렌지 왕세자가 정식 개회를 선언한 이후, 음악이 울리면서 자연스레 무도회 분위기로 변했다.

 아이라는 롭 형에게 한 곡을 신청했고, 학자와 잿빛머리 아가씨는 멋들어진 춤을 추고 있었다.

 나와 오렌지 왕세자는 조금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에 대한 이해를 높여갔다.

 레비디안이나 아이라, 롭 형이 옆에서 내 말을 도와주며 오렌지 왕세자를 이해시키는 데 도움을 주었다.

 그는 그 후 성급히 단정내린 것에 사과하고는 다마치와 나에 대해서 다각도적인 면에서 검토를 해 보겠다고 했다. 그리고서 ‘감히 내 제자를 못 믿겠다 이거지?’라고 성을 내는 레비디안에게 쩔쩔매야 했다.

 그가 아내와 춤을 추러 간 이후, 나는 실례가 되지 않을 정도로만 두 사람사이의 사정 이야기를 부탁했다.

 그녀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며 간단하게 말했다.

 “10년쯤 전이었을 거예요. 무예의 전당의 수련생으로 그가 왔었죠. 그때 만났어요.”

 “그 점이 이해하기 힘든데……. 무예의 전당이면 대륙 반대편이지 않습니까? 무예를 배운다면 아조트 내의 ‘작은 숲의 신전’도 있는데……. 아니면 남쪽으로 조금 내려가면 ‘빛나는 매화의 산’도 있지 않습니까?”

 대륙에는 무예로 유명한 여러 단체가 있다.

 대륙 최강자라 불린 사람들을 배출하지만, 정치에는 관여하지 않는 순수한 무인들의 단체다.

 그 중 유명한 두 곳이 아조트 근처에 있는데, 작은 숲의 신전은 그 규모가 제일 큰데다가 아조트 국내에 있다. 보통은 가까운 곳으로 가는 게 일반적이지 않나?

 “뭐, 그건 그렇죠.”

 레비디안은 고개를 끄덕이며 포도주 잔을 들고는 안의 적포도주를 몇 번 빙글빙글 돌렸다.

 포도주와 다른 술을 좀 마셔서 그런지 그녀의 얼굴은 조금 발그레했다.

 저거 말려야 되나……. 그렇게 생각할 무렵, 그녀는 계속 말했다.

 “하지만 아조트의 왕가는 대대적으로 라이닌을 수호하는 인상이 강해요. 작은 숲의 신전은 무예를 위한 집단이지만……. 무신을 섬기는 곳이에요. 그러니 제외. 빛나는 매화의 산은 ‘팬케알’ 공화국에 있는데, 10년 전에는 아조트와의 관계가 미묘했죠.”

 “그래서 무예의 전당으로?”

 “예에. 대륙 반대편에 있으니 별 위험도 없겠다 싶어서 그랬겠죠. 그때 만났어요.”

 그랬군. 10년쯤 전이라면 그녀가 내 나이 때이고, 오렌지 왕세자도 12살 무렵이었을 것이다. 동문수학했던 사이였구나.

 “동기였나 보군요.”

 “아뇨. 제자였어요.”

 잠깐, 방금 뭐라 그랬습니까?

 “예?”

 “절 뭐로 보는 거예요? 우연찮게 얻은 실력으로 이름 높인 사람? 사범자격쯤이야 12살에 얻었다고요. 혹시 저를 거친 제자가 당신 밖에 없다고 생각하진 않겠죠? 세어보면…… 당신이 백서른네 번째예요.”

 손가락을 몇 번 꼽은 그녀는 더 없이 산뜻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무래도 저건 10명 단위로 꼽은 것 같다. 늘 겪다보니 몰랐는데, 역시 이 사람은 검왕이 맞다.

 이제야 이해가 된다.

 오렌지 왕세자가 쩔쩔매던 모습은, 확실히 내가 그녀에게 쩔쩔매던 모습과 같았다.

 나는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음. 라이만트 왕세자의 처지가 이해됩니다. 가엾게도.”

 “리셀.”

 “예?”

 그녀는 빈 잔을 내려놓고 새 잔을 들어 올리고는 생긋 웃으면서 더없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요즘 들어 자꾸 기어오르는 것 같은데, 간이 얼마나 커졌는지 잠시 배를 갈라 봐도 될까요? 잠깐이면 돼요. 사람 배 가르는 거야 많이 해 봐서 익숙한 일이니까요.”

 그러면서 그녀는 살짝 치마를 들어 올려 보였다. 그녀의 종아리에 매어진 단검을 보며, 나는 이해했다.

 과연 검왕. 아무리 무도회라도 검을 떼어놓지 않는군요.

 그런데 저거 내 이스페르펙트잖아!

 “그게 왜 거기 있습니까?”

 “마를린이 전해줬어요. 무도회 동안에는 빌려줄 거죠?”

 “언제 그렇게 친해졌……. 아니, 그것보다는 사후(事後) 확인이라는 겁니까? 하아…….”

 “말이 많네요. 사후(死後)확인 받고 싶어요?”

 그녀는 한 잔을 더 마셨다. 너무 마신 것 같아 좀 불안하다.

 얼굴이 많이 붉은데……, 혹시 이렇다가 취한 사람의 고전적인 대사가 나오지나 않을까 걱정이다.

 “후우……. 술이란 거, 의외로 맛있네요.”

 나왔다. 정말로 선생님은 검 이외엔 유행지수가 좀 떨어지시는군요. 껄껄껄.

 웃을 때가 아니잖아!

 짠짜자짠! 채앵-!

 그때 음악 하나가 끝났다.

 춤을 추던 사람들이 서로에게 인사하고는 뒤로 물러났다.

 오렌지 왕세자는 부인과 함께 어디론가 다른 곳으로 향했고, 아이라도 롭 형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이쪽으로 돌아왔다.

 “춤 잘 췄어?”

 “응. 롭 오빠의 솜씨가 꽤나 대단하던데?”

 “내가 뭘. 아이라가 많이 도와줬지. 안 그랬으면 몇 번인가 발 밟았을 거야.”

 “헤에……. 좋겠네…….”

 이야기를 듣던 레비디안이 잔속의 액체를 굴리며 지나가듯 말했다. 그때 아이라가 나와 레비디안을 보더니 내 팔을 잡아끌었다.

 “리셀. 잠깐만.”

 “어, 왜?”

 그녀는 날 막무가내로 끌고 조금 떨어진 테이블로 갔다. 그녀는 충분히 거리가 멀어진 것을 확인하고는 대뜸 질문했다.

 “이비 언니를 설마 ‘벽의 꽃’으로 내버려둔 건 아니겠지?”

 “벽의 꽃? 아.”

 벽의 꽃은 무도회에서 춤추지 못하고 벽 근처에 서 있는 여성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다른 말로는 파트너도 없고 인기도 없는 불쌍한 레이디를 가리킨다.

 내가 말이 없자 아이라는 도끼눈으로 날 바라보았다.

 “야……. 너, 이비 언니가 얼마나 섭섭해 하시겠어?”

 “어? 아니……. 선생님이 그런 거에 신경 쓰는 사람이었던가?”

 “후우……. 얘가 뭘 모르네. 그거 알아? 예쁘게 차려입고 무도회장에 나온 여자들은 모두 춤 한 번 쯤은 추고 싶어 한단 말이야. 이비 언니라고 해서 다를 것 하나 없어. 그러니 가서 춤을 신청하란 말이야.”

 아이라는 내 가슴을 콕콕 찌르며 말했다.

 나는 고개를 돌려 슬쩍 레비디안을 보았다.

 진주색 드레스를 입은 검은 머리의 여성은 가면을 쓰고 있어도 천부적인 아름다움을 발하고 있었다.

 거기에 발그레한 얼굴과 귀는 귀여움을 더해주고 있었다.

 아아. 깨달았다.

 그녀가 춤을 추고 싶은가, 그렇지 않은가는 제외하고서도……. 그녀 같은 미녀가 춤을 추지 않으면 상당히 아까운 일이다.

 그렇지만, 선생님은 성별로 대접받는 걸 싫어하시는데 말이지.

 나는 그 점을 조심스레 말했다.

 “아니……. 그런데, 신청하면 도리어 화를 내실 것 같은데…….”

 “진짜 못 알아들은 척 할래? 너 말이지, 언니 같은 사람이 평소에 안 하던 일 하려면 얼마만큼의 용기를 짜내야 하는지 모르는 것도 아닐 텐데? 누군가 도와주기 전에는 그런 희망도 못 비칠 정도라고. 넌 애가 어쩜 굵직한 일에는 머리가 잘 돌아가면서 이런 세세한 일엔 매가리가 없니!”

 따악!

 “윽! 거긴 정강이……!”

 내가 기습적인 고통에 괴로워할 때, 그녀는 또 한 번의 킥을 장전(!)하며 표독스런 표정을 지었다.

 “갈래, 안 갈래?”

 “가, 갈게요. 으윽…….”

 나는 절룩이면서도 얼른 등을 돌렸다.

 그런 내 등으로 아이라의 기막혀 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으휴, 좋게 말하면 알아들어야지. 하여간 남자들이란…….”

 다른 말보다 뒷말이 가슴에 꽂힌다, 야.

 나는 롭 형과 대화를 나누는 선생님께 다가갔다.

 마침 그때 새 음악이 흐르기 시작했고, 나는 옷매무새를 가다듬었다. 물론 아이라에게 맞은 정강이도 털었다.

 “흐흠. 흠. 저기, 선생님?”

 “예? 왜요? 리셀 군.”

 올라갔다. 눈꼬리와 말끝이 동시에 올라갔다.

 어쩐지 심장이 바짝 죄어오는 기분이다.

 아아, 대체 왜 이러냐.

 댄스신청 한 게 한 두 번이냐!

 “저기……. 한 곡 추실래요?”

 “네? 지금 뭐라고 했죠?”

 윽! 순간 얼음장이 깔린다.

 냉기가 풀풀 풍겨서 주변의 공기가 하얗게 얼어붙을 것만 같은 기분이다.

 그렇지만 나는 용기를 내서 손을 내밀었다.

 더 없이 정중하게, 정성을 담아, 그녀에게.

 “괜찮으시다면, 이 불초 제자와 한 곡 추시지 않겠습니까?”

 “진심으로?”

 “물론이지요. 레이디.”

 그녀는 작게 한숨을 쉬고는 눈을 내리깔았다. 그리고는 들고 있던 잔을 롭 형에게 넘기고는 여전히 딱딱한 표정으로 날 보며 말했다.

 “좋아요. 응하지요.”

 후아……! 살았다!

 그녀는 기품 있는 동작으로 내 손위에 자신의 손을 올렸다.

 나는 가볍게 그녀의 손을 맞잡았고, 나와 그녀는 사람들이 춤을 추는 공간으로 걸어갔다.

 몇 걸음 걸었을까, 그녀는 말했다.

 “리셀. 정확하게 해둘 게 있는데요.”

 “예?”

 “이건 리셀이 신청했기에 마지못해 응하는 거예요. 아시겠죠?”

 흘깃 그녀를 보니 고개를 들고 눈을 살짝 감은 채 도도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나는 그녀의 귀가 끝까지 새빨개져 있었다는 걸 놓치지 않았다.

 나는 빙긋 웃으며 말했다.

 “예. 알겠습니다.”

 “정말로 잘 아는 거예요?”

 이내 그녀가 뚱한 표정으로 물었고, 나는 그 대답에 빙긋 웃으며 그녀의 허리에 손을 둘렀다.

 그녀는 내 어깨에 손을 올렸고, 우리의 거리는 지근거리라 부를만한 것이 되었다.

 옅게 바른 분향과 얕게 뿌린 향수 냄새, 거기에 은은한 술 냄새. 그리고 가면에 가려진 그녀의 발그레해진 얼굴.

 어쩐지 즐거운 기분에 나는 미소를 유지한 채로 말했다.

 “춤 출 줄 아시죠?”

 “절 무시하시는 건가요? 좋아요. 실력을 보여드리지요. 따라올 수 있을까요?”

 “검이라면 몰라도, 춤은 지지 않을 겁니다. 근데 꽤 즐거워 보이시는데요?”

 난 익살맞게 말했고, 순간 그녀는 욱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다 이내 고개를 휙 돌리며 퉁명스레 말했다.

 “누, 누가 즐겁다는 거죠? 이건 리셀이 권해서 마지못해 추는 거예요. 알겠어요?”

 “예예. 잘 알겠습니다. 그럼 시작하죠.”

 “정말이지, 알아들었어요? 어머!”

 귀엽게 투덜대는 그녀의 허리를 잡고 스텝을 이끌었다.

 그녀는 오기에 찬 표정을 하고서는 내 스텝을 따라 발을, 몸을 놀리기 시작했다.

 나와 그녀는 그렇게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추었다.

 

 아마도 이건, 바쁘고 심각한 일정이 시작되기 전의 가벼운 기분풀이로서 기억될 것이다.

 뭐, 내가 좀 더 키가 컸다면 더할 나위가 없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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