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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판타지/SF
리셋 라이프
작가 : 이그니시스
작품등록일 : 2016.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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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전쟁터에서 죽었다.
원하지 않았던 죽음. 그리고 차갑게 흩어지던 마지막 숨결.
그런데, 다시 눈을 떴다. 게다가 10년 전의 시간으로 돌아가 있다.
10년의 시간과 다시 주어진 기회. 내가 원하는 대로, 세상을 통제하리라!

 
제 16 화
작성일 : 16-07-14 16:17     조회 : 523     추천 : 0     분량 : 7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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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4: 좋게 말하면 알아들어야지.

 

 

 

 제국력 372년 7월 4일.

 에디킨츠의 동부는 제국령이다.

 국경에서 2킬로미터를 남겨두고 높은 성벽을 세워 4킬로미터 건너편의 에디킨츠와 국경을 마주하고 있다.

 상비군의 비율이 제국에서 제일 높고, 군대의 훈련 강도도 제일 높기로 유명한 도시다.

 만약에 양국 사이에 전쟁이 벌어지면 에디킨츠는 무슨 일이 있어도 도시 서부를 점령해야만 한다.

 그것은 아조트령인 서부도 마찬가지라서 같은 도시의 두 부분은 언제나 아슬아슬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좀 사이좋게 지내면 좋으련만.

 “양국의 친선을 위해서 출발한 사절단은, 당연히 친선을 위해서 노력을 경주해야만 합니다. 제가 이런 간단한 말을 하는 이유는, 여러분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행동이 아조트에서는 분노를 사게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아조트에 들어가기 전, 사절단은 자체점검을 시작했다.

 사절단의 주요 인물들이 모여서 아조트에서 벌일 활동에 대해 회의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작위에 있어서는 이곳의 모든 이들을 압도할 수 있는 나는, 꽤나 상석에 앉아서 발언을 할 권리가 주어졌다.

 비록 미성년자의 말이라서, 무시될 가능성도 배제하진 못하지만.

 다마치는 모호한 감정을 담은 눈으로 날 보면서 말했다.

 “옳은 말입니다. 헤르듀크 군은 생각이 깊군요. 좀 더 이야기를 해보지 않겠습니까?”

 나는 절도 있게 고개를 숙이고는 말했다.

 “양국의 불화의 원인은 서로 다른 종교입니다. 저는 결코 그것이 나쁘다고 말하려는 게 아닙니다. 다만, 친선을 위해서 서로가 민감한 부분을 건드리진 말아야 한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예를 들자면 어떤 행동인가요?”

 투르보가 날 도우려는 듯 관심을 드러내 보였다. 그것으로 청중들의 다른 관심도 내게 향할 수 있게 된다.

 나는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면서 침착하게 말을 이었다.

 “종교적인 토론은 좋지만, 서로의 종교를 비방할 필요는 없습니다. 두 나라가 서로 화합을 위해야 한다면, 종교의 문제를 인정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친교는 실패로 끝나게 됩니다. 예를 들자면 빛의 신 라이닌이 태양신의 하위신이라고 말하는 게 있습니다.”

 “그렇지만, 헤르듀크 군. 그건 엄연한 사실이네. 그랜드 선샤인에선 그것이 옳다고 결정을 내렸네.”

 다마치는 어린아이가 함부로 말하는 게 아니라는 식으로 타이르듯 말을 꺼냈다.

 그에 동조하듯 몇몇 사람들이 피식피식 웃는 모습이 보였다. 가소롭게 보인다는 거지.

 이것으로 내 ‘적’을 파악할 수 있었다.

 나는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조트의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할까요?”

 “그렇게 생각하도록 해야지. 그래야만 친선의 목적이 있지 않는가? 엄연한 사실을 받아들이게 해야지.”

 “당신들이 틀렸다. 우리가 옳다. 우리의 말을 믿어라. 이렇게 하는 것이 친교라고 말씀하시는 건 아니겠지요? 이르 고신관님.”

 다마치는 입을 다물었다. 그의 눈에 조금씩 이채가 감돈다.

 이제야 나를 얕봐선 안 될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아무튼 이걸로 한 가지 확인할 수 있었다.

 저 ‘병신’, 역시 사고 칠 생각으로 사절단에 참여한 거로군.

 “제가 아는 바로는 아조트의 라이닌 대신전, 라이트 오브 오리진에선 태양신 아추니에 대해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근원을 타고 가면, 두 신은 ‘최초의 하나’에서 나오는 거니까요. 아, 고신관이 계신 자리에서 건방지게 제 짧은 신학을 운운하진 않겠습니다. 다만 전 일반론을 이야기하려는 것입니다.”

 이야기를 하고는 물을 한 모금 마셨다.

 이곳에서 어떻게든 나를 지지하는 여론을 끌어내야 한다. 그래야 병신의 병신 짓을 조금이라도 예방할 수 있다.

 “사람은 누구든 자신이 좋아하고 믿고 따르는 것이 모욕당하면 화를 냅니다. 정말로 좋아하는 거라면 그것이 모욕당했을 때 응당 화를 내는 게 당연합니다. 제국의 국민들에겐 아추니가, 아조트 왕국의 국민들에겐 라이닌이 그런 존재입니다. 그것이 두 나라 사이의 깊은 골일 테지만, 꼭 그것은 운운하지 않아도 친교는 성립할 수 있습니다. 생각해 보십시오. 여러분들도 친구가 있을 것이고, 그 친구에겐 자신이 생각하기에 이해할 수 없는 습관이나 버릇이 있을 것입니다. 그럴 경우, 여러분은 어떻게 하나요? 그 습관이나 버릇이 보기 싫다고 친구와 관계를 끊습니까? 악화시킵니까? 그렇진 않을 것입니다. 싫어하는 버릇이라면 적어도 여러분의 앞에서는 내비치지 않으려고 노력하거나, 혹은 여러분이 묵인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친구이기 때문이지요. 그렇지 않습니까?”

 나는 부드럽게 청중을 향해 물었다. 일리 있는 말을 한 연후에 곧바로 그것에 대해 인정을 받아야 한다. 그래야만 내 말이 옳다고 생각하기 쉬우니까.

 “하긴 그렇군.”

 “굳이 종교문제로 시끄러워질 필요는…….”

 “친교라면 어려운 문제를 먼저 제시하지 않아도…….”

 사람들은 웅성이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 같았다. 대체적으로 내 이야기가 먹혀들어가는 것 같았다.

 물론 다마치를 비롯해 그의 주변에 있는 이들은 벌레 먹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반박할 수는 있지만, 여론이 내게 기울고 있으니 뭐라고 할 수 없는 것이다.

 “물론 이런 문제는 양국이 천천히 시간을 들여 해결해야 할 것입니다. 이르 고신관님의 말씀 또한 옳습니다. 그렇지만 저희는 처음으로 나서는 친선 사절단입니다. 민감한 문제를 당면의 과제로 둘 필요는 없습니다. 먼저 두 나라 사이가 친해지도록 해야 합니다. 먼저 친구가 되어야 합니다. 그렇게 두 나라 사이의 우호를 다지고, 그 단단한 기반 위에서 심각한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그 기반이 있다면, 그 문제에 대해서 얼마든지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 때가 아닙니다. 그러니 종교적인 문제는 피해갔으면 하는 게 제 건의사항입니다.”

 알기 쉽게 설명하면서 청중을 높이고 예의바르게 들어간다. 귀족이라면 누구든지 배우는 대외화법이다.

 덕분에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내 말에 공감하고 있었다.

 게다가 나는 다마치의 주장도 높이 샀다. 사람은 보통 자신을 칭찬하는 사람에게 뭐라고 할 수 없는 법이다.

 “그러면 헤르듀크 군은 이르 고신관님이 아무런 말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겁니까?”

 다마치 측의 사람이 이미 예상했던 질문을 했다. 내가 일부러 그렇게 들릴 여지가 있게 말했기 때문에 보기 좋게 걸려들었다.

 나는 부드럽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렇지 않습니다. 종교적인 분쟁을 야기할 것을 제외하고도, 이르 고신관님은 훌륭한 업적을 이루실 수 있는 분입니다. 두 나라의 종교계가 서로를 인정하며 화평의 발을 내딛는다면, 두 나라도 거기에 따라가지 않겠습니까? 제가 식견이 짧아서 무조건적으로 존경하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그랜드 선샤인에서는 그런 목적으로 이르 고신관님을 파견했다고 생각합니다. 오랫동안 아추니의 신자이셨고, 신학을 깊이 공부하셨으니 두 나라의 종교계의 친선을 위한 초석을 쌓는다는, 그런 의미 있는 일을 하실 수 있으리라 믿고 있는 것입니다.”

 나는 오히려 다마치를 존경하고 있다. 그러니 그가 좋지 않을 일을 하는 것을 볼 수가 없다.

 나는 내가 존경하는 사람을 믿고 있고, 그것을 드러내는 것이다.

 위의 말과 같은 뜻의 말에 다마치의 인사들은 아무런 질문을 할 수 없게 되었다.

 당연하지. 조금 전 내게 질문을 던진 어느 멍청이 덕분에 그들이 가지고 있던 반박할 근거가 사라졌으니까.

 다마치는 나를 지긋이 바라보았다. 이미 여론은 내게 기울어졌다. 나는 다마치 고신관을 존경하는 기특한 소년이었고, 사람들은 존경하고 있기에 실수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지금과 같은 말을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이럴 때에, 그가 자신의 목적이 라이닌의 신도들을 계몽하는 것이라고 말한다면 스스로가 친선과는 거리가 멀다고 주장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리고 그것은 다른 면에서 공작가와 신전의 대립으로 보일 수도 있다.

 물론 아버지는 날 도와주지 않을 테지만, 속사정을 모르는 이들에겐 그렇게 보일 것이고, 다마치도 그것을 모르고 있다.

 자, 어떻게 하실 건가?

 “헤르듀크 군의 말이 참으로 옳소. 과연 태양의 축복을 받은 제국의 신민답소. 굳이 양국의 미묘한 문제를 당장 이끌 필요는 없겠지. 지금은 우리 세대가 기초를 다져놓을 때이오. 모든 일은 그 이후에나 해야겠지. 잘 말해 주었소, 아리세인 헤르듀크 군.”

 나는 삐져나오려는 웃음을 참으며 정중하게 고개를 숙이며 손으로 아추니의 성표를 그렸다.

 “아닙니다. 고신관님이라면 이미 알고 계셨던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쓸데없는 참견을 잘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허허. 그렇지 않소. ‘에칼레돈’ 공작의 자제들은 모두 총명하기 그지없다고 들었는데, 과연 그렇군. 자, 모두들 들었을 것이라고 생각하오. 헤르듀크 군이 말한 것이야말로 사절단이 진정 추구해야 할 부분이외다.”

 나는 겸양을 표하며 자리에 앉았다.

 이것으로 회의는 자연스레 친교를 위해서 어떤 부분을 조심해야 하느냐에 대해서 토론하는 시간이 되었다.

 일단 이것으로 안전장치를 걸었다. 그렇지만 내게 크게 한방 먹은 저 ‘병신’이 어떻게 나올지는 모르겠다.

 그러니 오늘까지만 안심하고, 내일부터 시작될 아조트 진입부터는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지.

 

 “친구와 적을 동시에 만드는군. 그래도 널 얕보던 사람들이 네 귀족적 능력을 인정했어. 상대를 추켜세우며 자신의 의견을 납득하게 만들었으니까. 그렇지만, 적으로 삼지 말아야 할 사람을 적으로 삼았어. 뭐, 그 고신관이란 영감이 병신 짓을 하려고 했다는 걸 알게 되었으니 다행이네. 덕분에 그 영감도 조심할 테지.”

 “평가가 어중간하군. 그래서 점수는?”

 “75점. 한마디로 멋졌어. 리셀.”

 아이라는 생긋 웃으며 내 어깨를 두들겼다.

 나도 그 정도의 성공을 예상했기에 아이라의 평가는 기분 좋은 것이었다.

 “그런데 리셀. 고신관이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걸 알았나?”

 “그의 경력이 그걸 말해주고 있거든요.”

 나는 투르보, 요즘 애칭으로 ‘롭’이라고 부르게 된 그에게 말했다. 롭은 고개를 갸웃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렇군. 다마치 고신관은 신학 논쟁에서 무패를 자랑했지. 때론 막무가내로 의견을 밀어붙인다고 하는 소문이 있었지.”

 다마치는 그야말로 논쟁실력으로 고신관까지 올랐다고 알려진 사람이다.

 막가는 성격도 있지만, 그것을 신앙이라고 말해 할 말이 없게 만드는 것이 주특기이기도 하지. 난 고개를 끄덕여 긍정했다.

 “예. 하지만 어린아이에게 신학논쟁을 시작하자고 했을 땐 조금 놀랐어요. 미리 발을 뺄 구석을 두긴 했지만요.”

 “맞아. 훌륭했어. 자신의 능력을 인정하고 겸허히 물러난 상대를 잡아끌면 오히려 자신에겐 독이 될 테니까. 후퇴한 구석에 함정까지 두었어. 게다가 그것 하나로 상대가 신학적인 부분을 끌고 올 수 없게 만든 것도 훌륭해. 일반론이라고 못을 박다니. 교활하네, 리셀.”

 “교활하다니. 상대가 어린아이라고 방심한 덕분이지. 그래도 앞으로는 조심해야겠어. 이번 회의로 확실하게 적아를 구분 지을 수 있었으니까. 앞으로가 문제군. 흐음.”

 “적은 일단 다마치를 비롯한 10여명이고……. 아군은 일단 우리 둘로 시작해서, 오늘 비교적 많이 끌어들였군.”

 아이라는 천천히 사람들의 목록을 세었다.

 대체적으로 오늘 회의로 내 편에 끌어들인 사람은 20여명.

 확실하게 표시를 내진 않았지만, 일단 내 의견에는 앞으로도 동조하리라 생각하는 인물들이다.

 그녀는 그러다가 생각났는지 작게 손뼉을 치고는 말했다.

 “일단 앞으로 다마치가 걸어올 시비에 대해서 대응논리를 준비해야겠어. 롭 오빠. 시간되시죠?”

 “아, 그래. 파벌이 생기는 건 내가 원하는 일이 아니지만, 그래도 친선을 위해서는 리셀 쪽이 옳으니까. 손을 거들어야지.”

 나는 잠깐이지만 아이라를 바라보았다.

 그녀에 대한 내 인상은,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소녀라는 거다.

 예쁘장한 얼굴이나 말하는 태도로는 보통의 16세지만, 그것을 초월해 본질을 꿰뚫는 천성이나 그것을 대수롭지 않게 대하는 대범한 태도는 분명 뭔가가 있어 보인다.

 당장은 날 도와주고 있지만, 완전하게 내 편이 되었다고 하긴 어렵다. 나중에라도 하인드 가문에 대해서 잘 알아봐야겠어.

 나는 말했다.

 “아, 미안하지만 두 사람 잠시 수고 좀 해줘요. 나는 잠시 갈 곳이 있어서요.”

 아이라는 뚱한 표정으로 날 보다가 말했다.

 “대응논리는 네가 말해야 해. 어딜 가려는 건데?”

 “마차 개조. 잘 되고 있나 궁금해서.”

 “아. 그렇지. 하긴, 조이는 너무 크니까. 그럼 늦지 않게 롭 오빠 방으로 찾아와. 오늘 안으로 대응논리 네다섯 개는 외워야 하니까.”

 “알았어. 그럼 롭 형, 나중에 봐요.”

 “그래. 되도록이면 빨리 와라.”

 나는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는 다른 길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리셀! 요구사항이 있으면 똑바로 말해야 해! 잘못해서 이상한 결과물 만들지 말고!”

 아이라는 갑자기 그렇게 외치고는 손을 흔들며 멀어졌다. 나는 모퉁이를 돌아 사라지는 그녀의 모습을 보며, 살짝 표정을 굳혀야 했다.

 설마……? 에이, 아니겠지. 어떻게 알겠어?

 마차를 개조하는 걸 보러 간다는 건 사실이었다.

 조이가 타기에 마차가 너무 작아서 어떻게든 개조를 하거나, 조이가 탈 말을 구해야 했으니까.

 다만, 후자보다도 전자가 더 쉬웠다. 키 2미터에 몸무게 150킬로그램을 넘는 거구를 태울 수 있는 말은, 아마도 저기 북부평원의 야생마 밖에 없을 것이다.

 아무튼 마차는 순조롭게 개조되고 있었기에 별 걱정은 없었다.

 개조되는 부분을 조이에게 맞춰야 하기에 직공들과 이것저것 이야기하는 조이에게 안부를 건네고 숙소로 돌아왔다.

 어느 사이엔가 친해진 마를린과 레비디안이 어디론가 나갔다는 것에 일단 안심한 뒤에, 나는 옷을 갈아입었다.

 조금 거칠어 보이는 평민들의 여행복으로 갈아입고는 반신거울에 서서 비춰보았다.

 검은 머리에 검을 눈을 한, 그럭저럭 잘생긴 소년의 모습이 거기에 비춰졌다.

 귀족의 옷 보다는 평민의 옷이 어울린다는 건 귀족으로서 아이러니하지만 반은 귀족이 아니니 그렇다고 치지 뭐.

 나는 오른쪽 눈을 감고는 오른손의 검지와 중지를 들어 지그시 눌렀다. 은근한 압박감이 느껴지고 나는 그 상태로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나의 눈은 진실로 드러난다.”

 아무런 느낌도 없다. 당연하다.

 나는 손을 떼고는 눈꺼풀을 열었다. 거울 속에서, 검은 눈과 파란 눈을 가진, 오드 아이의 소년이 스스로를 조금은 서글프게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를 길러주신 어머니가 푸른 눈이고, 아버지는 검은 눈이다. 그리고 나의 생모 역시 푸른 눈이었다. 그리고 나는 양쪽의 특성을 모두 타고 났지만, 사정에 의해 검은 눈을 하고 있는 거다.

 길러주신 어머니의 기억에, 그녀의 아기는 검은 눈을 하고 있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것도 죽기 전이다. 아버지는 그야말로 ‘모든 것’을 내게 알려주었다. 그래서 덕분에 현실을 인정하게 되었지.

 마법으로 눈동자의 색을 바뀌게 하는 것이라 시력에는 이상이 없단다. 게다가 이 시술만 해도 가격이 꽤 된다고 했다. 영구적으로 변하게 하지 않은 이유는 내가 진실을 알게 하기 위해서라나?

 그때야 원망했지만 이건 이것대로 훌륭한 위장수단이다.

 “자, 출발하자.”

 나는 숙소를 나와 홀로 거리를 걷기 시작했다.

 

 “어서 오십시오! 무엇을 해 드릴까요?”

 내가 찾아온 곳은 ‘에디안 물류 운송’이라는 회사의 사무실이었다.

 크던 작던 각종 물건을 각지에 책임지고 배달하는 것으로 이름이 높다. 제도 네크에 본점이 있고, 각 도시에 지점이 있어 안전한 물류 운송으로 이름이 높다.

 겉으로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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