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
 1  2  3  4  5  6  7  8  9  >>
 
작가연재 > 현대물
21세기 무인
작가 : 임준후
작품등록일 : 2016.7.6
21세기 무인 더보기

작품안내
http://www.storyya.com/bbs/boa...
>

이 작품 더보기 첫회보기

"너희들이 열 배 강해진다면, 나는 백 배 강해질 것이다!"
임한은 더욱 강해지고 있다.
약자를 유린하고 서민을 괴롭히던
조직폭력배와 비리 정치인, 악덕 기업주들은
한 영웅의 출현 앞에 몸을 사릴 수밖에 없다.
이제 악의 세력은 단 한 명의 적,
임한을 상대로 싸움을 벌여야 한다.

 
25 화
작성일 : 16-07-14 15:25     조회 : 570     추천 : 0     분량 : 8586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한은 이정민과 함께 이동팔과 서도식을 차에 태우고 가면서 반장과 장문석, 김철웅 형사에게 연락해 형사계에서 만나기로 했다. 2인 1조로 수사를 하지만 범인을 검거를 하게 되면 모두 함께 처리하는 것이 강력반의 전통이다.

 본래는 추적이 어느 정도 완료된 이후 검거시점부터는 한 몸처럼 움직이는 것이 강력반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소매치기 검거는 의외의 성과라고 할 수 있었다.

 작정하고 검거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형사계에서 만난 이장후 반장과 나중에 합류한 장문석조는 더 좋아했다.

 사건 싫어하는 형사 없는 법이다. 일이 싫으면 버틸 수 없는 곳이 형사계다. 게으르면 자연스럽게 교체되는 곳이고, 일을 하지 않으면 단번에 표가 나는 곳이 또 이곳이다. 끊임없이 사건이 접수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동네에 3년 이상 남아 있는 형사들은 대부분이 일벌레인 것이다.

 한과 이정민이 이동팔 일행을 데리고 형사계에 들어섰을 때, 이장후는 이미 와 있었다. 장문석조는 서울에서 내려오는 길이라고 했다. 당연히 이장후 반장의 얼굴이 밝았다. 월요일을 산뜻한 기분으로 시작할 수 있어 만족스럽다는 표정이다.

 최근 아침마다 과장이 각 반의 반장들과 함께 하는 조회나 석회에서, 과장에게 칭찬을 들으면 들었지 싫은 소리를 들어본 기억이 없는 그였다.

 정년을 몇 년 안 남긴 그이지만 칭찬이 싫을 까닭이 없다.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이번 주도 좋은 날들이 이어지리라는 예감을 하는 이장후였다.

 강력반장은 대체로 지휘를 한다. 직접 현장에서 탐문하거나 추적을 하지는 않는 편이다. 물론 경찰간부 후보생이나 경찰대학 출신의 젊은 반장 중 현장을 직접 뛰는 사람도 있기는 하지만 흔하지는 않다.

 강력반장의 지역 내 위치는 꽤 높은 편이다. 현장에서는 경찰서 고위간부 보다도 더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경우도 자주 있다. 강력반장은 고급간부들처럼 1년 단위로 지역을 이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장후 반장은 이곳에서 순경으로 시작했고 반장으로만 이미 5년째다. 해가 바뀌면 타 지역으로 전보되는 계장 이상의 간부와는 입장이 다르다. 그의 지역 내 정보는 누구보다도 빠르다. 수원에서 어떤 분야에서든 이름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의 정보망을 거의 벗어나지 못했다. 따라서 지역 내 사람들이 어려워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정민이 자리에 앉아 이동팔과 서도식을 심문하기 시작했다. 그들과는 힘들게 씨름할 것이 없었다. 현장에서 검거된 데다가 증거물이 이미 확보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부인한다는 것은 죄질을 더 나쁘게 만들뿐이라는 것을 그들 자신도 알고 있었다.

 한은 이동팔이 이정민에게 범행사실 일체를 순순히 자백하는 것을 듣고 있었다. 서도식이 작성하는 진술서를 옆에서 읽던 한은, 당직반인 형사 2반에서 큰 소리가 나자 고개를 돌렸다.

 “도대체 그딴 개소리를 어디서 들은 거야? 그따위 헛소리를 어떤 씨벌 놈이 떠든 거야?”

 육두문자를 섞어가며 소리를 지르고 있는 사람은 다혈질로 유명한 조갑 형사다.

 대부분의 형사들이 밖에서 활동하는 시간이라 텅 빈 형사계에는 한의 강력4반과 파출소에서 동행해 오는 사건을 처리하는 금일 당직 형사2반의 직원 5명밖에는 없었다.

 해병대 출신인 조 형사는 입이 걸기로는 형사계 내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사람이지만 실상 정이 많은 사람이다. 하지만 피의자로 잡혀온 사람들이 조 형사가 정이 많은 사람인지 알 까닭이 없고, 아마 알 기회도 없을 것이다.

 형사와 피의자는 사건이 끝나면 다시 볼 일이 없는 관계니까.

 “저 새끼! 살인미수란 말이에요, 왜 나한테만 그러는 거예요?”

 마주 앉은 피의자의 언성도 만만치 않게 높았다. 그는 왼쪽 눈두덩이가 퍼렇게 부어 있고, 오른쪽 눈썹에 2~3센티미터 정도의 찢어진 흔적이 있었다.

 그의 손짓이 가리키는 곳은 형사계 내 피의자 대기석이었는데, 그곳에도 얼굴에 울긋불긋 물감을 들인 듯 피칠을 한 사람이 자신을 가리키는 상대편 피의자를 보고 있었다.

 “야, 조개병! 시끄러워서 조사가 안 되잖아! 도대체 무슨 일인데 대낮부터 그렇게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는 거야!”

 이동팔의 조서를 받던 이정민이 조 형사에게 소리를 질렀다.

 “아 형님 글쎄, 이 씨벌 놈이 자기가 상대 코뼈 주저앉힌 건 생각 안 하고, 얻어맞아서 쓰고 있던 안경이 깨지면서 눈썹을 다쳤다고 난리네요. 저기 앉아 있는 놈이 살인미수 아니냐며 구속시키라고 지랄이잖아요! 아무리 설명을 해도 살인미수라고 주장하니 복장이 터집니다.”

 얘기를 들은 이정민이 피식 웃었다.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이상야릇하고 근거 없는 이야기가 마치 정설처럼 떠돈다는 것을 그도 알고 있었다.

 안경을 쓰고 있다 맞으면 최악의 상황이라야 실명이다. 유리파편이 눈에 맞아 죽는 사람은 없다.

 도대체 살인미수가 거기에서 왜 나오는지, 어떤 놈이 만든 말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런데도 그런 사이비 이야기는 안경 쓴 사람 대부분이 알고 있으니 조 형사가 열 받을 만도 했다.

 “못 알아들으면 못 알아듣는 대로 조사 받으면 되지, 뭘 그런 거 갖고 낮부터 열 받고 그러는 거야. 진짜가 시작되려면 아직도 멀었는데 낮에 진 다 뺄 거야?”

 이정민은 조 형사에게 툭 던지듯 말하고는 다시 이동팔의 조서를 받기 시작했다.

 한은 그의 형사계 경력에 걸맞은 일을 하기 위해 일어났다. 고생하는 고참에게 커피를 한잔 받아다 주는 일이 그것이다.

 

 

 문진혁은 무표정한 얼굴로 최윤길의 옆에 앉아 차창 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풍경들을 보고 있었다. 그들은 벤츠의 뒷좌석에 앉아 수원으로 향하고 있었다.

 강경춘이 최윤길을 딸려 보낸 뒤, 문진혁은 최윤길에게 상대의 인상착의를 말해 주었다.

 김상욱이 당했던 자와 김주혁을 미행했던 자가 동일인인지를 확신할 수 없었던 그는 김상욱을 박살냈던 사내의 솜씨와 인상착의에 대해서만 얘기해 주었다.

 구체적인 이야기를 할 수도 없었지만 사실 화정옥 주변을 어슬렁거렸던 자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해 줄 만한 것도 없었다.

 최윤길은 문진혁을 용인 지역의 밤거리를 장악하고 있는 덕수파의 보스 김덕수에게 먼저 데리고 갔다. 문진혁이 용인부터 알아보기를 원했기 때문이다. 이유가 무엇 때문인지는 말을 하지 않으니 알 수 없었지만 꽤 심각한 일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문진혁은 김덕수에게서 쓸 만한 이야기를 들을 수가 없었다. 화정옥과 김주혁에 대해 미주알고주알 전부 이야기할 수는 없는 일이다. 화정옥 주변에서 얻은 단서라고는 지프차를 탄 인상착의를 알 수 없는 자라는 것이 전부였다.

 화정옥 근처의 숲에 있다가 CCTV에 찍힌 자의 뒷모습으로 추정된 그자는 키가 컸다. 하지만 키가 크다는 단서 하나로 사람을 찾을 수는 없다. 그가 김덕수에게 해줄 수 있는 이야기의 단서가 거의 없으니 쓸 만한 이야기를 들을 수도 없었다.

 김덕수는 수원의 화성파 보스 이종하를 찾아가 보라고 권했다. 최근 이종하가 누군가에게 된통 쓴맛을 보고 은인자중하고 있다는 소문을 들었는데, 그자의 솜씨가 환상적이라는 것이었다.

 주먹으로 먹고사는 자들은 같은 직종에 있는 자들이 가장 잘 아는 법이었다. 문진혁이 말하는 솜씨를 가진 자라면 소문이 나도 벌써 났을 텐데, 김덕수는 그런 자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었다. 그가 들어보지 못했다면 용인 지역에는 그런 자가 없다는 것과 같다.

 김덕수는 그 일에 대해서는 화성파에서 워낙 쉬쉬하는 분위기라서 사실 여부를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날 까닭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문진혁이 요구하는 날짜에 화정옥 부근에 잇던 지프차에 대해서 찾아주겠다고 약속했다.

 모든 일에 우선해서 처리하겠다는 약속을 김덕수에게 받은 문진혁은 최윤길과 함께 용인을 떠났다. 이종하를 만나기 위해서는 수원으로 가야 했다. 그래서 그는 최윤길과 함께 벤츠를 타고 수원으로 가는 영동고속도로를 달리고 있는 것이다.

 동수원톨게이트를 빠져나온 벤츠는 수원시 외곽으로 향했다. 30여 분 정도를 달린 벤츠가 멈춰 선 곳은 2층짜리 저택 앞이었다. 어둠에 잠긴 저택은 거대했다. 저택을 성벽처럼 둘러싸고 있는 담의 한쪽에 설치되어 있던 철제 셔터 문이 위로 올라갔다.

 주차장이 나왔다. 안에는 BMW와 벤츠가 1대씩 주차되어 있었다. 문진혁이 탄 벤츠가 주차장의 빈 공간에 차를 주차시키자 주택의 현관에서 10여 명의 부하들과 함께 기다리고 있던 이종하가 다가왔다. 그는 최윤길의 전화를 먼저 받고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이종하는 문진혁은 모르지만 최윤길은 잘 알고 있었다. 그가 아무리 수원 지역의 최대 조직인 화성파의 보스이지만 최윤길을 집 안에서 기다릴 수 있는 신분은 아니다.

 최윤길이 비록 비서실장이지만 영향력과 무력을 비교한다면 이종하는 최윤길을 상대할 수 없다. 경춘파와 화성파는 비교 자체가 불가능한 것이다.

 “어서 오십시오, 최 실장님! 삼 년만인 것 같습니다.”

 “이 사장님의 얼굴은 갈수록 젊어지시는군요. 사장님, 이분은 문진혁씨입니다. 저희 회장님과 호형호제하시는 분입니다.”

 “그렇습니까? 이종합니다. 반갑습니다. 들어오시죠.”

 “문진혁입니다.”

 최윤길이 문진혁을 이종하에게 인사시켰다. 이종하는 문진혁의 정체가 궁금했지만 최윤길이 설명을 해 주지 않자 묻지는 않았다. 이종하는 손님들을 직접 안내해 저택 안으로 들어갔다.

 건평만 한층 당 족히 100평은 되어 보이는 집이었다. 내부 장식도 돈으로 도배를 한 흔적이 역력했다.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외제였다. 하지만 기품이나 멋과는 상당히 동떨어진 것들이어서 주인의 안목이 부실함을 여실히 드러냈다.

 이종하의 학력은 중학교 1학년 중퇴가 전부다. 문화라는 것과는 담을 쌓고 살아온 그의 한계였다.

 이종하는 수원토박이다. 어렸을 때부터 성질이 더러워서 남에게 무시당하거나 손해를 보는 것을 절대 참지 못했다.

 중학교 1학년 때 같은 반 학생 1명을 반년 동안 병원에 신세지게 만드는 일을 벌인 후 퇴학당했다. 그는 곧 수원의 뒷골목을 전전하는 양아치에서 조폭으로, 정해진 수순을 밟았다.

 주먹으로 만사를 해결하는 이 직업이 무척 마음에 든 그가 나름대로 노력을 하게 된 것은 당연했다.

 기회는 1990년대에 왔다. 범죄와의 전쟁의 서슬이 시퍼렇던 시절이 지나 시골에서 은둔했던 그가 돌아왔을 때 수원에 개발의 바람이 몰아닥쳤다. 동수원 일대와 영통 방면이 계속해서 개발되었다.

 그는 조폭이었지만 경제관념이 철저한 자였다. 짠돌이라고도 할 수가 있었다. 그는 이 개발바람을 타고 지역에서 거부라고 불릴 정도가 되었다. 돈으로 사기도 하고 공갈협박으로 강탈하기도 했던 땅값이 수십 배 폭등했던 것이다.

 그가 부동산투기로 거부가 된 일은 그를 아는 많은 사람들에게 하늘이 드디어 미친 것이 틀림없다는 한탄을 토하게 했다.

 그는 벌어들인 돈으로 자신이 가장 잘하는 것을 열심히 했다. 자신을 따르던 후배들을 모아 화성파를 만들고 수원의 군소 조직들을 통합해 나간 것이다.

 조직간의 전쟁이 수년 동안 어둠 속에서 계속되었다. 그리고 현재 수원에서 그를 거역할 조직은 없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위치에 그는 와 있었다.

 “최 실장님, 전화상으로 하셨던 부탁이 무언지 말씀해 보시죠. 제 힘으로 도와드릴 수 있는 일이라면 최선을 다해 볼 생각입니다.”

 이종하가 거실 중앙에 놓인 소파에 앉으며 맞은편의 최윤길에게 말했다.

 “주위를 물려주십시오.”

 최윤길의 말을 들은 이종하가 자신의 뒤에 서 있던 부하 두 명을 눈짓으로 내보냈다.

 “제가 말씀을 드리기보다 문진혁 씨에게 이야기를 듣는 편이 나을 겁니다. 저는 회장님의 지시로 문진혁 씨를 수행하고 있는 입장이고, 실제 도움이 필요한 분은 이분이니까요.”

 이종하의 부하들이 모두 밖으로 나가는 것을 확인한 최윤길이 문진혁을 눈으로 가리키며 말하자, 이종하는 소파에 앉아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문진혁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저희 회장님은 다른 분들이 이분을 대하실 때 회장님을 대하듯 해주시기를 바라고 계십니다.”

 막 입을 열려다가 최윤길의 말을 들은 이종하의 얼굴에 놀람의 기색이 스쳐 지나갔다. 바로 태연한 기색을 회복하기는 했지만 최윤길이 한 말의 내용은 이종하가 놀랄 만했다.

 강경춘과 같은 무게로 상대를 해달라는 사람이라니, 이자의 신분이 무엇이기에 강경춘이 그런 말을 최윤길에게 했는지 궁금했다. 하지만 문진혁은 그의 궁금증을 풀어주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이 사장님, 며칠 전 사장님의 부하들이 좌절을 겪은 적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부탁을 드리기 전에 저는 그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문진혁은 정중한 어조로 말했지만 그 말을 들은 이종하의 눈초리가 가늘어졌다. 그의 부하들이 있었다면 이종하의 심사가 뒤틀리기 시작했다는 것을 눈치 챘을 것이다.

 문진혁이 하는 말은 예의에 어긋나는 것이다. 부탁을 하러 왔다면서 저런 식으로 말할 수는 없다.

 아무리 강경춘이 호형호제하는 자라고는 하나 자신도 한 지역의 보스였다. 그런 그의 면전에서 아무렇지 않은 듯 처음부터 자신의 치부를 말해 달라고 하는 저자의 얼굴을 부셔버리고 싶었다.

 이종하는 소파의 팔걸이에 올려놓은 손을 부셔져라 움켜쥐었다. 하지만 이종하는 그런 기분을 내색하지 않았다. 기분이 그렇다 해도 저자의 옆에 앉아 있는 최윤길을 무시할 수는 없다. 이종하는 웃었다.

 “어디서 그런 얘기를 들었는지 모르지만 그건 말하기 좋아하는 자들이 지어낸 이야깁니다. 저도 그런 얘기가 떠돈다는 말을 부하들에게 들은 적은 있지만 사실이 아닙니다.”

 웃고는 있었지만 이종하의 음성이 딱딱해졌다. 문진혁도 분위기를 눈치 챘다. 자신이 실수한 것이다.

 “기분이 나쁘셨다면 미안합니다. 그럴 의도는 없었습니다. 저희가 찾는 자와 닮은 점이 있는지 확인해 보고 싶은 제 욕심이 너무 앞섰습니다.”

 “부탁하실 게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 이야기를 해보시죠. 내용을 들어봐야 제가 도울 수 있는 일인지 아닌지를 알 수 있지 않겠습니까?”

 이종하가 화제를 바꾸었다. 그 얘기는 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화성파를 이끌면서 수많은 싸움을 치렀지만 그 날과 같은 패배는 없었다. 지금도 지방으로 잠수한 다섯 명은 병원신세를 지고 있었다. 앞으로도 최소한 석 달 이상은 병원신세를 져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그일 이후 이종하도 바깥나들이를 삼가고 있었다. 어째서 그 신출내기가 조용히 넘어갔는지 모르지만 불안이 가시지 않는 날들이다. 아직 채 열흘도 지나지 않은 일이다.

 “얼마 전에 수원에서 저희 수하 몇 명이 심하게 당한 적이 있습니다. 수하들을 상하게 자의 인상착의입니다.”

 문진혁은 가슴에서 한 겹 접힌 종이 한 장을 꺼내어 이종하에게 건넸다. 이종하는 종이를 받아 폈다.

 종이 안에는 눈 밑을 손수건 같은 것으로 가린 반 복면한 사내의 전신상이 그려져 있었다. 그림 속의 사내는 대형승용차의 천장을 올라타고 있었는데, 승용차의 천장 중앙부분이 종잇장처럼 우그러져 있었다. 사내의 모습과 대비를 시키기 위해 그린 듯했는데, 차와 비교해 보면 사내가 꽤 장신임을 알 수 있는 그림이었다.

 “수하들을 병원으로 보낸 잡니다. 그건 그들의 기억을 최대한 살려 그린 몽타주입니다. 그를 상대했던 자들의 기억으로는 그자는 신장 185에서 190, 몸무게는 80에서 90이라고 합니다.”

 그림을 보던 이종하의 얼굴에 조금씩 놀람의 빛이 떠올랐다. 문진혁은 긴장했다. 이종하가 그림 속의 사내를 알아보는 듯했던 것이다.

 “누군지 아시겠습니까?”

 그림을 보던 이종하가 고개를 들었다. 문진혁의 어조는 조금 빨라져 있었다.

 문진혁이 자신의 기색을 눈치 챘다는 것을 느낀 이종하가 고개를 저었다. 문진혁이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그는 산전, 수전, 공중전에 백병전까지 거친 자였다. 문진혁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스쳐보기만 해도 알 수 있었다. 문진혁에 대해 이미 심사가 뒤틀린 그는 자신이 그림을 보고 떠올린 자에 대해 솔직하게 말하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었다.

 “이 그림만으로 누군지 알아본다는 것은 불가능하겠군요. 몸무게로 차의 천장을 찌그러뜨린 것처럼 보여서 조금 놀랐을 뿐입니다.”

 문진혁의 얼굴이 실망으로 어두워졌다. 하지만 그는 곧 평정을 되찾았다. 첫 숟갈에 배부른 법은 없다.

 “이자를 찾아주실 수 있겠습니까?”

 “수원에 있는 자라면 반드시 찾아주지요. 하지만 시간은 좀 걸릴 겁니다. 얼굴이 모두 드러난 그림이 아니어서….”

 “얼마나 걸리겠습니까?”

 “일단 삼사일 정도 시간을 주시지요. 그자가 수원에 있는 자가 맞다면 그 정도 시간이면 윤곽이 나올 겁니다. 수원은 생각보다 좁은 도시니까요.”

 이종하의 대답을 들은 문진혁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더 이상의 용건은 없는 것이다. 이제는 이종하의 답을 기다려야 했다. 최윤길이 함께 일어서는 것을 본 이종하가 입을 열었다.

 “두 분, 어디서 머무실 겁니까. 아직 정하지 않았다면 제가 머물 곳을 마련하지요.”

 “그래 주시겠습니까!”

 “민호야!”

 최윤길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자 이종하가 소리를 질렀다. 곧 검은 양복을 입은 20대 중반의 청년이 들어왔다.

 “이분들 수원호텔로 모셔라. 하 지배인에게 내가 부탁한다고 특별히 말하는 것 잊지 말고!”

 “예, 알겠습니다. 사장님.”

 청년은 이종하에게 90도로 인사를 하더니 최윤길과 문진혁을 데리고 갔다. 현관문 앞까지 나온 이종하에게 최윤길과 가볍게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이종하도 마주 인사를 하자 그들은 곧 저택을 떠났다. 벤츠를 타고 떠나는 그들을 바라보는 이종하의 눈빛이 미묘하게 변하고 있었다.

 

 

 

 

 (2권에 계속)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25 25 화 2016 / 7 / 14 571 0 8586   
24 24 화 2016 / 7 / 14 498 0 7771   
23 23 화 2016 / 7 / 14 580 0 10035   
22 22 화 2016 / 7 / 14 566 0 7865   
21 21 화 2016 / 7 / 14 583 0 5914   
20 20 화 2016 / 7 / 14 481 0 8494   
19 19 화 2016 / 7 / 14 531 0 8128   
18 18 화 2016 / 7 / 14 672 0 9890   
17 17 화 2016 / 7 / 14 535 0 8615   
16 16 화 2016 / 7 / 14 510 0 5506   
15 15화 2016 / 7 / 10 469 0 5371   
14 14화 2016 / 7 / 10 478 0 4088   
13 13화 2016 / 7 / 10 569 0 6321   
12 12화 2016 / 7 / 10 632 0 8337   
11 11화 2016 / 7 / 10 655 0 6857   
10 10 화 2016 / 7 / 7 557 0 8789   
9 9 화 2016 / 7 / 7 483 0 7776   
8 8 화 2016 / 7 / 7 580 0 6282   
7 7 화 2016 / 7 / 7 525 0 5416   
6 6 화 2016 / 7 / 7 523 0 8139   
5 5 화 2016 / 7 / 7 654 0 7244   
4 4 화 2016 / 7 / 7 481 0 8875   
3 3 화 2016 / 7 / 7 577 0 6651   
2 2 화 2016 / 7 / 7 533 0 6816   
1 프롤로그 2016 / 7 / 6 811 0 7943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철산대공
임준후
철혈무정로
임준후
천명
임준후
천마검엽전
임준후
켈베로스
임준후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