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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현대물
21세기 무인
작가 : 임준후
작품등록일 : 2016.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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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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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들이 열 배 강해진다면, 나는 백 배 강해질 것이다!"
임한은 더욱 강해지고 있다.
약자를 유린하고 서민을 괴롭히던
조직폭력배와 비리 정치인, 악덕 기업주들은
한 영웅의 출현 앞에 몸을 사릴 수밖에 없다.
이제 악의 세력은 단 한 명의 적,
임한을 상대로 싸움을 벌여야 한다.

 
24 화
작성일 : 16-07-14 15:25     조회 : 498     추천 : 0     분량 : 77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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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6장 추적

 

 

 

 

 문진혁은 서울 방배동에 있는 건물의 5층 복도를 걷고 있었다. 그의 뒤를 두 남자가 따랐다. 경호를 책임지는 자들이었다. 대리석으로 된 복도와 벽면의 인테리어가 꽤 고급스런 건물이라는 느낌을 주는 곳이었다.

 잠시 후, 그는 유일상사라는 상호가 붙어 있는 사무실 현관문 앞에 섰다. 노크를 하고 들어서자 30여 평의 사무실 안에서 바쁘게 움직이는 직원들이 보였다. 남녀 모두 평범한 회사원들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준형의 지시로 밤낮 없이 움직이고 있는 문진혁이 평범한 사무실을 찾아올 까닭이 없다.

 유일상사는 외면적으로 주류도매업을 주로 하는 합법적인 기업이다. 연매출액이 이백 억이 넘는 곳으로 꽤 잘 나가는 사업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속사정은 다르다.

 이곳의 회장이 서울의 밤을 사분의 일은 지배한다는 거대조직 경춘파의 보스 강경춘이기 때문이다.

 문진혁이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자 30대 중반의 사내가 나타났다. 부드러운 인상이었지만 눈매가 날카로웠다.

 “문진혁 씬가요?”

 “예, 그렇습니다.”

 “들어오시죠, 회장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두 분은 이곳에서 기다리시죠.”

 문진혁은 자신을 수행한 두 명을 사무실에 남겨두고 안내하는 자를 뒤따라갔다.

 사무실에서 일을 하고 있던 직원들은 그런 그들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습관이 되어 있는 것이다. 그들은 지금 찾아온 자들이 합법과는 무관하다는 것을 그동안의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안내를 하는 자가 비서실장인 최윤길이기 때문이다.

 최윤길은 세금계산서가 필요한 일에는 절대 개입하지 않는 자였다.

 문진혁이 안내된 곳은 ‘회장실’이라는 명패가 문에 붙어 있는 곳이었다. 건물의 제일 안쪽에 자리 잡은 사무실이었는데, 이곳까지 오는 데 사무실 두 개를 거쳐야만 했다.

 강경춘이 나이가 들어갈수록 조심성이 더 많아진다는 생각을 하면서 문진혁은 회장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최윤길을 따라 들어갔다.

 사무실은 10평 정도 되었다. 책상과 소파 등이 최고급 수입가구들이라는 것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벽면에는 마호가니 책장과 동양화 몇 점이 배치되어 있었다. 한쪽 벽면에 ‘정신일도 하사불성(精神一到何事不成)’이라고 한문으로 크게 액자를 해놓은 것이 보였다.

 중앙의 소파에 몸을 파묻고 있던 자가 고개를 돌려 최윤길의 뒤를 따라 들어오는 문진혁을 바라보았다.

 40대 후반의 그리 키가 크지 않은 사내였다. 하지만 소파에 파묻힌 그는 작아 보이지 않았다. 거인의 풍모를 지닌 자였다.

 문진혁은 자신을 바라보는 강경춘의 눈길을 살짝 비꼈다. 쏘는 듯한 눈길을 이겨내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 눈에는 험난한 세월을 헤쳐 나간 자의 무게가 있었다. 문진혁이 정중하게 고개를 숙이며 말문을 열었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회장님!”

 “오랜만이군, 아우님! 앉으시게.”

 소파에 앉은 문진혁은 상체를 세웠다. 부탁을 하러 온 입장이지만 자신은 강경춘보다 격이 낮은 자가 아닌 것이다. 자신은 지금 이준형을 대행하고 있었다. 형식은 부탁이지만 실상은 명령을 전하기 위해 온 것이다.

 “그래, 부탁할 것이 있다고?”

 깨끗한 인상의 예쁘장한 아가씨가 커피를 탁자 위에 놓고 갔다. 강경춘이 커피 잔을 들어 올리며 문진혁에게 물었다.

 “예, 회장님.”

 “말해 보게.”

 “수원과 용인, 화성, 안양의 지역조직에 힘을 써 주십사 하는 부탁을 드리기 위해 왔습니다.”

 “그쪽에 어떤 힘을 써 달라는 것인가?”

 강경춘은 궁금한 얼굴로 되물었다. 그가 알기로 문진혁이 몸담고 있는 조직의 힘은 상상을 초월했다. 서울을 4등분하고 있다는 자신도 거역할 수 없는 힘을 지닌 곳이 그곳이었다. 그런 곳에서 써달라는 힘의 내용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저희가 찾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자를 찾기 위해서 그 지역조직의 정보력이 필요합니다.”

 “조직의 정보력이? 자네들의 정보력이 오히려 더 정확하고 방대하다고 알고 있는데?”

 “그쪽으로도 의뢰를 해놓았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가지고 있는 그자에 대한 정보를 분석한 결과로는, 그자는 공식적인 루트보다는 비공식적인 루트 속에서 더 빨리 찾아질 것 같다고 판단되어 이렇게 부탁을 드리게 되었습니다.”

 “어떤 자이기에?”

 “그건 말씀드릴 수가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강경춘의 얼굴에 못마땅한 기색이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문진혁은 부탁한다고 말하고 있지만 실상은 명령이었다.

 시키면 해야 한다. 선택의 여지가 없는 일이다. 강경춘도 자신의 목숨이 아까운 줄은 아는 자인 것이다.

 “알겠네, 최 실장을 자네에게 붙여주겠네. 그 친구가 영향력이 넓으니까, 어렵지는 않을 걸세!”

 “감사합니다. 회장님, 그럼 물러가겠습니다.”

 문진혁이 다시 정중하게 인사를 하고 나가자 강경춘의 안색이 일변했다. 살기 넘치는 얼굴이었다. 새파란 꼬마에게 무시당했다는 느낌이 그의 살기를 일깨우고 있었다.

 범죄와의 전쟁으로 전국의 조직들이 지리멸렬한 이후 그는 수많은 군소 조직이 할거하는 서울의 한복판에서 오늘날의 경춘파를 만들어 낸 사람이다. 남에게 무시당하며 살기에 그의 자존심은 너무나 강한 것이다.

 그는 탁자 위의 인터폰을 눌렀다.

 “예, 회장님.”

 비서의 깨끗한 목소리가 인터폰으로 흘러나왔다.

 “최 실장 들여 보내!”

 “알겠습니다, 회장님.”

 강경춘의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살기에 비서의 목소리도 경색되었다. 곧 최윤길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찾으셨습니까, 회장님!”

 “들었나?”

 “예, 들었습니다.”

 최윤길은 회장실에 설치된 도청장치를 통해서 들은 이야기를 생각했다. 회장실의 도청은 물론 강경춘의 허락이 있는 상태에서만 가능한 일이다.

 “어떻게 생각하느냐?”

 “저들의 힘으로도 쉽게 찾지 못하는 자라면 상당한 능력자라고 봐야 할 겁니다. 더구나 기색으로 보아 찾는 자에게 무언가 손해를 보았다는 느낌입니다. 일단은 저자들이 먼저 부탁한 것이니 함께 움직이며 그자가 누구인지 찾아보겠습니다.”

 “우리가 먼저 발견해야 한다. 저들이 손해를 볼 정도의 자라면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테니까!”

 “알겠습니다, 회장님.”

 최윤길은 무거운 어조로 대답했다. 그가 모시는 자의 어투에서 강한 기대를 읽을 수 있었던 것이다.

 강경춘의 눈빛이 무섭게 빛났다. 문진혁의 말투에서 상대에 대한 투지를 읽은 그였다. 대등하거나 자신보다 강한 자가 아니라면 투지가 생기지 않는다는 것은 불변의 법칙과도 같다. 어쩌면 이것이 변화의 조짐일 수도 있다는 기대가 그의 가슴을 들뜨게 하고 있었다.

 

 

 드러나지 않게 주변을 살피던 50대의 중늙은이가 턱 끝으로 누군가에게 신호를 보냈다.

 허벅지까지 오는 얇은 회색 잠바를 걸친 40대의 남루한 남자가 속도를 줄이는 버스를 기다리며 줄을 섰다. 버스가 정차했다. 앞문과 뒷문이 동시에 열렸다. 사람들이 바쁘게 버스에 올라타기 시작했다.

 최수영은 조심스럽게 어깨에 멘 작은 가방을 끌어당겨 오른쪽 옆구리에 꼈다. 엄청나게 큰 액수는 아니었지만 큰아들이 대학교 앞의 자취방을 옮기는 데 보탤 돈 400만원이 들어 있는 가방이었다. 온라인으로 붙일까 하다가 아들의 얼굴도 볼 겸해서 일부러 10만 원짜리 수표로 찾은 돈이었다.

 그녀의 잔주름이 잡힌 입가에 흐뭇한 미소가 떠올랐다. 큰아들 성주를 생각하면 늘 웃음이 나는 그녀였다. 그녀는 버스가 서자 앞사람의 움직임을 따라 버스를 타기 위해 걸음을 옮겼다.

 그때였다. 누군가 왼쪽에서 그녀의 앞으로 새치기를 하며 어깨를 몸으로 밀었다. 갑작스런 일이라 세게 밀쳐진 것이 아니었음에도 그녀의 자세가 흐트러졌다. 그녀는 오른손을 들어 버스의 열린 문 끝을 잡았다. 쓰러질 뻔했던 것이다.

 1~2초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녀의 가방에서 돈이 사라지기엔 충분한 시간이었다. 그녀의 가방면에는 20센티미터 가량의 가는 선이 밑바닥과 수평으로 그어져 있었지만 아무도 알아채지 못했다. 그녀는 버스에 올라탔고 버스는 출발했다.

 가뿐하게 한 건을 해치운 이동팔은 버스정류장을 벗어났다. 인도엔 사람들이 여전히 바쁘게 오가고, 차도엔 차들이 열심히 달리고 있었다. 별다를 것이 없다.

 하지만 그의 동물적인 감각은 이 거리의 무엇인가가 분명히 변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그것도 자신과 일행이 위험한 쪽으로…

 그는 자신의 감각을 믿었다. 그 믿음은 자신을 배신한 적이 없었다. 덕택에 최근 6년 간은 제대로 된 식사를 하며 살아오지 않았던가. 콩밥 생각만 하면 넌더리가 나는 그였다.

 이동팔은 몸이 오그라드는 느낌을 받으며 자신을 4~5미터 뒤에서 따라오고 있는 서도식에게 신호를 보냈다.

 서도식은 이동팔이 보내는 신호가 무슨 뜻인지 잘 알았다. 콩밥에 넌더리가 나기는 이동팔의 학교(교도소)후배인 파트너 서도식도 마찬가지였다. 그의 손에 긴장으로 땀이 배기 시작했다.

 근처에 곰(형사)이 있다는 신호였다.

 이동팔이 곰을 보았다면 신호를 보내는 것이 아니라 이미 튀었을 것이다. 신호를 보낸다는 것은 곰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이고, 그것은 아직 도주방향을 정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곰이 어느 방향에 있는지 알지 못한 채 튀면 재수가 없을 때는 정면에서 부닥칠 수도 있는 것이다.

 

 

 두 사람이 정신없이 눈동자를 굴리며 태연한 척 걷고 있는 것을 보며 한은 소리 없이 웃었다.

 그들은 독안에 든 쥐였다. 한은 이정민과 함께 조사할 것이 있어 시내에 나온 길이었다. 이정민이 약국에 다녀올 일이 있다며 잠시 떨어졌을 때 그는 근처의 버스정류장에 독특한 기의 흐름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

 길거리에서 이 정도의 집중력을 보이는 사람이라면 스토커 아니면 범죄자 둘 중 하나였다. 그것도 목표를 발견한 스토커나 범죄자였다. 평범한 사람이 버스를 기다리면서 타인에게 이 정도의 집중을 보일 확률은 백분의 일도 되지 않았다.

 한의 천단무상진기는 최근 타인이 지닌 기의 흐름을 보고 느낄 수 있을 정도로 그 성취가 점점 깊어지고 있었다. 그런데 인간의 기는 사람마다 천차만별이다.

 일례로 오컬트 분야에서는 사람마다 틀린 오라의 모습을 사진으로 찍는다. 특별한 사진기를 이용하면 일반사진처럼 인간의 오라를 현상할 수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한에게 그렇게 특별한 사진기는 필요 없다.

 그는 타인의 기의 색깔뿐만이 아니라 그 청탁(淸濁)의 정도, 그리고 방출되는 기운을 통해서 상대의 마음을 대략적이나마 추정할 정도의 경지에 이르고 있었다. 그것은 격벽 투시하는 무상신안결의 힘과는 다른 것이었다.

 무상진기가 칠성의 경지를 향해 가며 나타나는 여러 공능 중의 한가지였다. 상단전이 흔들리면서 심안이 열리고 있는 것이다.

 그가 버스정류장 쪽을 보았을 때 서도식이 버스를 타려는 여자의 왼쪽 어깨를 몸으로 슬쩍 밀고 있었다. 덕분에 여자의 옆에 다가서던 이동팔은 충분한 시간을 벌었다. 사실 시간이랄 것도 없었다. 그의 손가락 사이에 끼인 특수면도날이 가방 옆면을 찢고 그 안에 든 돈 봉투를 재빠르게 빼내어 그의 허리춤에 쑤셔 넣는 데 걸린 시간은 2초 정도였으니까.

 이동팔을 처음부터 주시하더라도 눈치 채기 힘들 정도로 숙련된 전문가의 솜씨였다.

 한은 먼저 핸드폰으로 이정민에게 간단한 상황을 보고했다. 어디까지나 조장은 이정민이다. 보고는 당연하다.

 이정민이 반대편 약국에서 나와 서도식의 뒤를 따라붙는 것을 보며 그는 버스정류장을 벗어나는 이동팔에게 슬쩍 미세한 살기를 흘렸다. 이동팔의 눈동자가 이리저리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누군지는 잡아봐야 알겠지만 확실히 저 나이까지 현직에서 뛸 만한 감각이 있는 자였다.

 예민하지 못하면 할 수 없는 보직이 소매치기라지만 실상 전문가의 솜씨까지 단련된 자를 만나기는 쉽지 않다.

 95퍼센트의 소매치기는 바람잡이부터 시작해서 최소 4명 정도의 인원이 한 팀으로 움직인다.

 전문가는 함께 움직이는 숫자가 많지 않다. 수가 많으면 나누어 먹을 것이 적은 법이고, 한둘로 충분한 일을 공연히 군식구를 붙여서 나누어 먹을 필요는 없는 것이다.

 이것도 직업이라고 자선사업과는 다르다며 4개월 전에 잡혔던 자칭 전문가가 거품을 물고 주장하는 것을 적이 있는 한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동팔은 진정한 전문가의 반열에 오르기 직전의 자였다. 파트너가 한 명밖에 없었으니까.

 

 

 아무렇지도 않은 척 바쁘게 눈동자를 굴리던 이동팔의 얼굴이 눈에 띄게 어두워지고 있었다. 이렇게 존재감이 확실한 자의 종적을 잡아내지 못한 적은 없었다. 그의 머리를 울려대는 위험신호는 계속되고 있었다. 상대는 만만찮은 자였다.

 왼쪽에 보이는 작은 골목길을 스쳐 지나가며 눈만을 돌려 골목 안쪽을 힐끔 보던 그의 눈이 부릅떠졌다.

 그의 몸이 반사적으로 앞으로 튀어 나갔다. 골목으로 들어서는 입구에 장신의 사내가 이를 드러내며 웃고 있었던 것이다. 온몸의 솜털까지 곤두섰다. 하지만 튀어 나가려고 하는 것은 그의 의지뿐이었다.

 어느 틈에 다가선 사내의 한쪽 다리가 그의 다리를 걸었다. 허공에서 중심을 잃은 그의 몸이 곤두박질쳤다. 사내가 땅으로 넘어지는 이동팔의 소매를 잡더니 한 번 휘젓자 이동팔의 몸이 허공에서 다시 한 번 공중제비를 돌며 땅으로 떨어졌다. 사량발천근의 기법이 펼쳐진 것이다.

 움직이는 물체는 계속 그 방향으로 움직이고자 하는 경향이 있다. 바로 관성의 법칙인데, 움직이고자 하는 방향을 정확하게 읽을 수 있다면 적은 힘으로도 큰 힘을 낼 수 있다. 그것이 넉 냥으로 천근을 움직이는 힘, 사량발천근의 개념이다.

 이동팔이 비명을 지를 새도 없이 땅에 내동댕이치기 직전, 한은 이동팔을 걸어 넘어뜨린 다리를 뻗었다. 이동팔의 복부가 한의 정강이에 걸리며 지면과 충돌하려던 몸이 멈추었다. 이동팔의 이마가 땀에 젖고 있었다. 하지만 서도식이 만난 사람은 한과 같은 배려가 없는 사람이었다.

 한이 땅에 엎드린 이동팔의 양손을 뒤로 꺾어 수갑을 채울 때, 서도식은 이정민의 원투스트레이트를 코로 받으며 땅에 주저앉았다.

 소싯적 전국체전 플라이급 3위를 했던 적도 있는 아마추어 복싱선수 출신인 이정민이다. 웬만한 맷집으로는 버티질 못한다. 이정민은 여유 있게 서도식의 팔을 뒤로 꺾어 수갑을 채웠다.

 지나가던 행인들이 인도 한복판에서 벌어진 일장의 활극에 발걸음을 멈추고 있었다.

 자고로 가장 재미있는 구경거리가 불구경과 싸움구경인데, 환한 대낮에 시내 한복판에서 싸움이 난 것이다. 그것도 형사와 범인간의 싸움이.

 돈 주고도 쉽게 볼 수 없는 광경인데 걸음을 멈추지 않는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다.

 “임 형사, 돈 찾았어?”

 “여기 있습니다.”

 한은 이동팔을 일으켜 세운 뒤 그의 팬티 속에서 봉투를 꺼내어 이정민에게 흔들었다.

 이동팔이 그런 한을 보고 있었다. 아직도 자신이 어떻게 해서 수갑을 차게 되었는지 잘 모르겠다는 듯 얼떨떨한 표정이었다. 이정민이 실소를 하며 입을 열었다.

 “알지? 선수들이잖아! 아줌마 돈 소매치기해서 잡힌 거야. 변호사 선임할 수 있어. 말하기 싫으면 안 해도 돼. 불리하다고 생각되면 말하지 마.”

 이정민이 이동팔에게 미란다원칙을 고지하는 것을 듣고 있던 한의 눈빛이 차가워졌다. 이동팔은 다시 솜털이 곤두서는 전율을 느꼈다. 두려움이 빠르게 척추를 타고 전신으로 흘렀다.

 “하지만 말하지 않았을 때 발생하는 모든 불행한 사태에 대해서는 너희가 책임져야 한다!”

 한이 이동팔과 서도식을 향해 나직한 음성으로 말을 뱉은 후 이정민을 향해 고개를 돌리며 슬쩍 웃자 이정민이 그를 향해 윙크를 했다. 황금의 콤비였다.

 이삼일 땡땡이 쳐도 될 뜻밖의 횡재를 버스정류장에서 건진 이정민의 얼굴에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소매치기를 범행 직후의 현장에서 잡았다. 거기에 훔친 돈까지 나왔다. 더 이상 바랄 게 없을 정도였다.

 원래 소매치기의 증거물이 몸에서 나오는 것은 드문 경우였다. 현장에서 잡아도 어느 틈엔가 증거물을 없애버리는 것이다. 그만큼 손과 눈이 빠른 자들이 우글대는 곳이 이쪽 파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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