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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현대물
21세기 무인
작가 : 임준후
작품등록일 : 2016.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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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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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들이 열 배 강해진다면, 나는 백 배 강해질 것이다!"
임한은 더욱 강해지고 있다.
약자를 유린하고 서민을 괴롭히던
조직폭력배와 비리 정치인, 악덕 기업주들은
한 영웅의 출현 앞에 몸을 사릴 수밖에 없다.
이제 악의 세력은 단 한 명의 적,
임한을 상대로 싸움을 벌여야 한다.

 
22 화
작성일 : 16-07-14 15:24     조회 : 566     추천 : 0     분량 : 78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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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4장 김석준

 

 

 

 

 새벽의 밤하늘은 맑았다. 밤하늘 여기저기에 별이 드문드문 보였다. 수원의 공기도 그렇게 좋은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하며 한은 집을 향해 걷고 있었다.

 그의 뒤로 골목길의 한 귀퉁이를 간신히 점하며 주차되어 있는 그의 애마 검은색 코란도의 모습이 어렴풋이 보이고 있었다.

 최정국은 결국 자백했다. 천단무상진기의 기세를 이기지 못한 것이다.

 훔친 물건들은 최정국의 노모가 살고 있는 온양의 시골집 뒤뜰에 묻혀 있었다. 그 물건들을 최정국과 함께 가서 회수하고 잠깐이나마 눈을 붙이기 위해 반원들 모두 귀가했다.

 반원들과는 아침 10시에 다시 모이기로 했다. 마무리는 서너 시간이면 될 것이고 오후부터 내일까지는 푹 쉬어도 될 것이었다. 오늘 오후에는 청운과의 약속이 있다. 오늘이 바로 토요일이다.

 생각에 잠겨 걷던 그의 신형이 집 앞에서 우뚝 멈춰 섰다. 멈추고 싶어서 멈춘 것이 아니었다. 그의 집 현관문 앞 계단에 웅크리고 앉아 있는 사람이 있었던 것이다. 그 사람이 천천히 일어섰다. 희미한 가로등 불빛 아래 얼굴이 드러났다.

 검은 양복에 강인한 얼굴, 김석준이었다.

 “얼굴 보기가 너무 어려운 형사로군!”

 김석준은 자신의 앞에 서 있는 장신의 형사를 보았다. 자신에게 잊을 수 없는 패배감을 주었던 자였다. 그러면서도 묘하게 미워할 수 없는 자이기도 했다. 자신을 바라보는 그의 표정은 그 날과 그다지 다르지 않았다. 그 얼굴을 보자 김석준은 자신이 이곳에 있다는 것이 그를 놀라게 하지 못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흑백이 뚜렷해서 더 맑고 깊어 보이는 눈이 자신을 무심하게 응시하고 있었다.

 “그 날의 일은 정식으로 사과하겠다. 나답지 못한 짓을 했다.”

 김석준은 한에게 고개를 숙여 사과했다. 정중한 태도였다. 장난기나 놀림의 기색은 없었다. 한의 눈 끝에 작은 주름이 잡혔다. 그는 웃고 있었다.

 “이 밤중에 사과를 하기 위해서 기다렸다는 말인가?”

 사람을 기다리기에는 너무 이른 시간이었다. 새벽 5시인 것이다.

 “당연히 볼 일이 있다. 네가 나보다 강하다는 것은 그 날 충분히 겪었고 또 보았다. 하지만 끝을 본 것은 아니었지. 내 눈이 정확하다면 너는 그 날 전력을 다하지 않았다. 상황이 더러워서 나도 내 실력을 모두 보이지 못했다. 나는 끝을 보고 싶어 너를 찾았다. 피곤하지 않다면 지금 너와 붙고 싶다.”

 한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한 후 자신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는 김석준이 마음에 들었다.

 청운 외에 이렇게 마음에 드는 사람을 만난 적이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김석준의 근성이 그의 호감을 자극한 것이다.

 “들어가자. 이곳은 도장이다. 손을 섞기에 아주 적당한 장소지.”

 한은 성큼성큼 걸어갔다.

 현관문을 막고 있던 김석준이 길을 비켰다.

 열쇠로 현관문을 열고 있는 한의 왼쪽 측면이 무방비 상태로 김석준의 눈앞에 개방되었다. 하지만 한도 김석준도 전혀 표정의 변화가 없었다.

 오늘 김석준은 한을 습격하기 위해 온 것이 아니다.

 그가 원하는 것은 정당한 승부였다. 그는 자신의 한계를 깨닫게 해준 그의 일생에 처음 맞닥뜨렸던 고수와의 일전을 바랄 뿐이었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간 한이 스위치를 올리자 도장 안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도장 안에서 새로운 것은 최근에 바꾼 샌드백이 전부였다. 회칠이 떨어져 나갈 정도는 아니었지만 사방의 벽면은 이곳이 낡은 건물이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푸른색이었던 매트리스도 이제는 변색되어 제 색깔을 잃어가고 있었다. 근 일주일 만에 귀가하는 주인을 맞이하는 도장바닥은, 현관문이 열리며 바람이 밀려들자 바닥에 가라앉아 있던 먼지들을 허공으로 밀어 올렸다. 옅은 먼지가 날리자 김석준이 손을 내젓다 한에게 말했다.

 “4일 만이지?”

 “….”

 말없는 한에게 다시 김석준이 입을 열었다.

 “4일 동안 이 앞에서 지키고 있었거든!”

 “정성이군.”

 한은 피식 웃었다. 재미있는 놈이다. 전형적인 무인 스타일인데 어쩌다가 그쪽으로 빠졌는지 더 궁금해졌다.

 한은 탈의실에 들어가 도복을 두 벌 들고 나왔다. 검은 색의 도복으로 한이 직접 디자인하고 평소 알고 지내던 작은 의류업체에서 수작업으로 만든 옷이다. 그는 한 벌을 김석준에게 던졌다.

 “맞을 거다. 나와 체형이 별 차이가 없으니까!”

 “좋은 도복이군!”

 김석준은 도장 한쪽 구석에서 한이 건네준 도복으로 갈아입었다. 움직임이 편안하고 옷감의 질이 좋았다. 마음에 드는 도복이었다. 소매와 바지 끝단이 약간 길었지만 움직임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었다.

 고수들의 싸움에서 사소한 조건도 승패에 영향을 주지만 다른 한편으로 정말 고수라면 사소한 조건에 구애받지 않기도 한다. 옷이 조금 길다는 것이 김석준에게 승패에 영향을 줄 정도의 장애가 되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그 정도에 구애 받기에는 그는 충분히 강한 자였다.

 한도 한쪽 구석에서 도복으로 갈아입었다. 김석준은 이미 도복으로 갈아입고 가볍게 몸을 풀고 있었다. 온몸의 관절을 충분히 풀어주고 있었다. 그도 조용히 근육과 관절들을 이완시키기 시작했다. 며칠 동안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지만 크게 피곤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쉬지 않고 운행하는 천단무상진기의 기운이 그의 피로를 풀어주기 때문이다. 물론 완전한 휴식보다야 나을 수는 없지만 피곤을 느끼지 않을 정도는 되었다. 더구나 그는 무예수련 경력만 20년이 넘는 사람이다. 기본적으로 보통사람과 체력이 같을 수는 없는 것이다.

 

 

 무예를 가리키는 용어는 많다.

 무술, 무예, 무도, 그 외에도 여러 가지 호칭이 있고 그것들이 완전히 다른 개념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그 근본은 다를 수가 없다.

 육체를 움직여 적을 제압하는 기술인 무예, 무예를 수련하여 도에 이르고자 하는 사람도 있고 한이 익힌 무상진결도 그 분류에 들어간다고 할 수 있지만, 한은 도(道)라는 글자에 집착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아버지에 의해 무인(武人)으로 키워진 사람이었다.

 한의 아버지 임정훈은 스포츠로서의 무술을 수련한 사람이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그는 무인이란 끝없는 수련으로 한계를 극복한 자라고 생각하는 사람이었고, 한에게 승부는 목숨을 건다는 각오로 임하라고 가르쳤던 사람이다. 그는 한을 한 번도 무술대회에 내보낸 적이 없었다.

 무술대회는 스포츠이고 대회에서 사용하는 기술들은 점수를 많이 딸 수 있는 것들이 주종을 이룬다. 하지만 그가 불의의 사고로 사망하기 전까지 한에게 가르쳤던 것은 일격에 상대를 완전히 무력화시켜야 한다는 개념, 바로 일격필살의 개념이었다. 그런 그가 한을 스포츠화 된 현대의 무술대회에 내보낼 리가 없었던 것이다.

 무상진결을 수습하면서 한은 새로운 차원의 무예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순리를 지향하며 지고무상한 도를 추구하는 무상진결의 수련이 한의 정신세계를 고양시킨 것도 사실이지만 그러한 무상진결도 그에게서 아버지의 가르침을 잊게 하지는 못했다. 그의 단호한 손속이 임정훈의 영향임을 부인할 수는 없다.

 어떤 의미에서는 무상진결을 남긴 무명산인이 아닌 임정훈이 그의 진정한 스승이었다. 한의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남겼고 아직도 그 영향력이 사라지지 않는 사람, 그가 바로 한의 아버지 임정훈이었으니까.

 

 

 한과 김석준은 마주 섰다.

 김석준의 몸에서 강렬한 무형의 기세가 피어올랐다. 투지였다. 그의 눈이 살기에 가까운 투지로 빛나고 있었다. 전에 겪은 패배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한은 목을 가볍게 좌우로 꺾었다.

 “시작하지!”

 한의 말이 떨어짐과 동시에 김석준이 움직였다.

 도장의 매트리스 위에 발바닥을 붙인 채 미끄러지듯 날아온 그의 정권이 한의 목젖을 노렸다. 정직한 일격이다.

 상대가 예의를 지키려 한다는 생각을 하며 한이 우측으로 상체를 기울이자 김석준의 오른발이 바람처럼 한의 왼쪽 무릎을 걷어찼다. 한의 몸이 뒤로 물러나는 대신 순간적으로 일보 전진했다. 김석준의 발이 허공을 걷어차는 것과 동시에 그의 가슴에 한의 왼쪽 어깨가 강력하게 부딪쳐 갔다. 폭풍세 중 파산고였다.

 김석준은 이를 악물었다.

 그는 오른발로 바닥을 디디며 전방으로 빠르게 공중제비를 돌았다. 한의 어깨를 이용한 공격이 허공을 때렸다. 공중제비를 돌던 김석준의 왼발 끝이 몸을 아직 돌리지 못한 한의 목 뒷덜미를 강하게 찍었다.

 한의 손이 바닥을 짚었다. 주저앉은 것이다. 그 상태로 몸을 돌린 한의 눈에는, 허공에서 자신을 향해 몸을 돌린 김석준의 착지하는 모습이 들어왔다. 완벽한 균형이다. 속으로 감탄하며 그는 양손으로 바닥을 짚고 양발을 차올렸다. 난엽세의 풍우란엽이다. 하지만 김석준의 몸이 우측으로 두 걸음 움직여서 공격은 무위로 끝났다.

 한의 공격을 피한 김석준이 뛰어올랐다. 허공에서 김석준의 강력한 앞차기가 이어졌다. 6번의 앞차기를 손목으로 받아 흘리며 한은 3미터를 물러났다. 대단한 체공시간에 파괴력이다. 실전에서 이런 기술을 사용한다는 것은 정말 위험할 것이다. 후속공격을 이을 호흡이 남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석준은 아직 여력이 있어 보였다.

 바닥에 떨어지는 김석준의 턱을 향해 한의 오른 주먹이 날았다. 주먹을 피하며 김석준의 몸이 한의 가슴으로 파고들었다. 접근전을 택한 것이다. 거리를 둔 공격이 전혀 먹히지 않는다면 남는 것은 접근전뿐이다. 그리고 김석준은 접근전에 자신이 있었다.

 기합은 없었다. 기합을 통해 힘을 보충하기에 그들은 너무 강한 사람들인 것이다. 고요했던 도장 안의 공기가 두 남자의 격렬한 움직임을 따라 요동쳤다. 침묵 속에 움직이는 그들의 신형은 눈으로 따라잡기 힘든 속도로 움직이고 있었다.

 김석준은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다른 의미에서 한도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무상진결상의 절기들을 전혀 사용하지 않은 채 그는 폭풍세와 난엽세만으로 김석준을 상대하고 있었던 것이다.

 한은 자신의 가슴 안쪽으로 파고드는 김석준을 허용했다. 그의 접근전 실력을 보고 싶었던 것이다.

 김석준의 팔꿈치가 아래쪽에서 한의 턱을 향해 솟아올랐다. 한의 고개가 덜컥 젖혀졌다. 순간적으로 공기가 갈라졌다가 합쳐지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한의 턱을 스쳐 지나던 김석준의 오른쪽 팔꿈치가 방향을 바꾸었다. 젖혀진 한의 고개가 제자리를 찾기도 전에, 그의 팔꿈치가 바람소리를 내며 한의 인후에 무서운 속도로 떨어져 내렸다. 한의 몸이 반보 우측으로 이동했다. 그때 김석준의 무릎치기, 슬격이 한의 옆구리를 쳤다.

 “퍽!”

 김석준의 공격은 한의 팔뚝에 막혔다. 하지만 그의 공격은 계속되었다. 김석준의 몸이 허공 30센티미터 정도 떠오르며 반대편 무릎이 다시 한의 옆구리를 쳤다. 연환슬격이었다. 한의 양팔뚝이 김석준의 슬격을 막자 허공에 떠 있던 김석준의 두 팔이 구부러지며 양손 날이 한의 목덜미를 쳤다. 그 순간 한의 몸이 90도로 방향을 바꾸며 김석준의 가슴으로 파고들었다. 폭풍철주의 기세를 실은 그의 팔꿈치가 김석준의 명치를 때렸다.

 “쿵!”

 김석준의 몸이 2미터 가까운 거리를 후퇴했다. 한의 팔꿈치를 막은 왼쪽 팔뚝이 마비되는 듯했다. 그의 왼팔이 늘어져 들어 올려지지 않았다. 무서운 충격이었다. 하지만 왼팔의 마비를 풀어줄 시간이 없었다. 한의 신형이 그의 코앞에 있었던 것이다. 한의 왼쪽 팔꿈치가 허공에서 반원을 그리며 김석준의 오른쪽 귀밑으로 다가서고 있었다. 김석준의 얼굴에 핏기가 가셨다. 보고도 피할 수 없는 빠름이 그 일격에 담겨 있었던 것이다.

 “퍽!”

 “크윽….”

 “으으음….”

 도장 안이 다시 정적에 잠겼다.

 김석준은 도장의 한쪽 구석에 처박혀 뒹굴고 있었다. 그의 입가에 피가 흐르고 있었다. 얼굴을 부여잡았던 그가 큰 대자로 바닥에 누워버렸다. 그 눈에는 허망함과 후련함이 복잡하게 얽히고 있었다.

 김석준보다는 나은 상태임은 분명했지만 한의 모습도 그렇게 좋지는 않았다. 서 있기는 했지만 그는 복부를 한 손으로 쓰다듬으며 인상을 찡그리고 있었다.

 한의 팔꿈치가 김석준을 강타하면서 그도 김석준의 마지막 일격을 복부에 받았던 것이다. 최후의 일격, 발경이었다. 김석준의 혼신을 다한 일장이 그 충격의 대부분을 흘렸음에도 잠시나마 한의 내부를 뒤흔들다.

 어쨌든 승부는 명확하게 갈렸다. 누구보다도 김석준 자신이 그것을 잘 알았다.

 그는 한의 마지막 공격이 그대로의 위력으로 자신을 쳤다면 지금 자신은 이렇게 정신을 차리고 있지 못했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10여 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도장 안은 정적을 유지했다. 그 정적을 깬 것은 김석준이었다.

 “왜지?”

 “이건 대련이다.”

 한의 대답을 들은 김석준의 굵은 눈썹이 꿈틀했다.

 “내겐 실전이야!”

 “네 생각은 중요하지 않다.”

 “으하하하하!”

 한의 무심한 대답에 김석준의 입에서 웃음이 터졌다. 허탈한 웃음이었다.

 한이 천천히 가부좌를 틀며 그 자리에 앉았다. 김석준도 일어났다. 언제까지 낭패한 꼴을 보일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도 가부좌를 틀며 한과 마주앉았다.

 “조금 쉬었다 가도 되겠지?”

 “할 말이 있나?”

 한은 김석준이 자신에게 무언가 할 말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의 눈이 강렬하게 자신을 쏘아보고 있었다. 충격에서 어느 정도 회복된 모습이었다. 맷집도 대단한 자였다. 자신의 마지막 일격에 깃들었던 힘의 절반을 회수했다지만 보통의 사람이라면 턱뼈가 부서졌을 타격이었다. 그런데 김석준은 10여 분도 안 되어 처음의 자세를 회복하고 있는 것이다. 한은 진심으로 감탄했다.

 “너 정도의 자가 일개 말단형사라는 것을 이해할 수가 없다. 왜 그 자리에 있나?”

 “사람의 생각은 모두 다르지. 능력이 있다고 모두가 출세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출세의 문제가 아니다. 능력이 있으면 자신이 원하지 않아도 주변에서 가만 놔두지 않는다. 나는 네가 자신의 능력을 왜 숨기고 있는지를 말하는 거다. 사람들이 너의 능력을 알고 있다면 그런 자리에 머물고 싶어도 머물 수 없었을 테니까.”

 한은 천천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대답하고 싶지 않다는 뜻이다. 김석준은 의혹을 느끼고 있었다. 수원의 지역조직을 저자만큼 잘 아는 자도 없을 것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자신의 조직이 와해될 리가 없었고, 이종하가 무리를 하면서 제거하려 들지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저자의 강력반 형사 경력은 이제 7개월여에 불과했다. 5년 정도만 되어도 어떻게 이해했을 것이다. 그러나 저자의 정보력과 육체적인 강인함, 그 날 보았던 과단성과 냉혹함은 지금 저자의 나이와 경험으로 이루어질 수 없는 것들이다. 온갖 난관을 돌파하며 이날까지 살아온 자신도 저자처럼 생각하고 움직이지 못한다. 김석준은 한이 자신의 이해의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고 느꼈다.

 “다 했나?”

 “아니, 우리에게 그렇게까지 했어야 했나?”

 김석준의 눈빛이 강해졌다.

 “나는 형사다.”

 한이 자신을 똑바로 쏘아보고 있는 김석준의 눈을 마주 보며 짤막하게 끊어지는 어조로 대답했다.

 “그리고 너희는 조폭이지. 설명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렇군, 내가 어리석은 질문을 했군.”

 김석준이 쓸쓸한 어조로 말했다. 저자와 자신은 극과 극의 관계와 같다. 김석준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너는 내가 산을 내려온 후 처음 만나는 고수다. 오늘 상대해 줘서 고맙다.”

 김석준은 다시 정중하게 한에게 고개를 숙였다.

 진심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한도 일어나 그에게 마주 인사했다. 평생을 통해 이런 대결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몇 번이나 오겠는가. 이만한 적수를 만날 기회가 다시 올 것인가. 한이 김석준에게 감사하는 이유였다. 제아무리 한이라도 자신의 미래가 어떻게 전개될지 알 수는 없으니까.

 “김석준! 손을 씻고 싶다면 나를 찾아와라!”

 현관에서 헤어지려는 순간 한이 입을 열었다.

 김석준은 한의 눈을 바라보았다. 깊고 깊어서 끝이 보이지 않는 눈이다.

 “생각해 보지!”

 김석준의 몸이 새벽의 미명 속에 묻혔다.

 한은 천천히 현관문을 닫았다. 모처럼 기분 좋은 피로가 느껴졌다. 쉬고 싶었다. 그는 도복을 갈아입기 위해 탈의실로 들어갔다.

 도장의 창문 밖으로 부옇게 하늘이 밝아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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