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판타지/SF
불멸의 검, 악마의 칼날 위에 서다.
작가 : 박현철
작품등록일 : 2023.11.28

악마와 싸우는 안티히어로

 
동경의 여인 베아트리체
작성일 : 24-04-30 16:13     조회 : 18     추천 : 0     분량 : 4105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111화

 동경의 여인 베아트리체.

 

  - 니가 몽대니, 정말 몽대야?

 

 자기가 기대한 것보다 훨씬 사내다워 보였는지

 수진 누나의 말에 약간의 흥분과 떨림이 있었다.

 누나는 눈물까지 글썽이며 감격했다.

 

 - 안아보면 알 텐데...

 

 이 상황에 이 무슨 황당한 시츄에이션인지

 나도 모르게 맹추같이 단세포적인 저열한 대사를 쳤다.

 늠름한 마초라고 과시하고 싶은 수컷의 유치함일 거다.

 

 - 그래, 안아보자, 얼마나 컸는지...

 

 누나가 당황하지 않고 쾌히 받아줬다. 누나가 손을 벌렸다. 나는 다가가 누나를 안았다. 누나의 탄력적이고 농염한 수밀도 젖가슴이 부끄러움을 건드렸다. 남들은 보통 이럴 때 의례적으로 가볍게 안겠지만 나는 그러지 않았다. 누나와 바투 다가섰을 때, 어릴 때 느꼈던 누나 특유의 솔향기(率香氣)가 코를 자극했다. 누나를 안았던 팔에 힘이 불쑥 들어갔고 자유분방한 누나도 전혀 예상을 못 했는지 윽, 하고 들릴 듯 말 듯 외마디 비명을 내뱉었다. 누나도 내 어깨에 가볍게 올렸던 손에 힘을 주며 의례적이지 않다는 무언의 감정을 드러냈다. 여기서 누나를 안고 한 바퀴 도는 건 너무 오버하는 거겠지, 큭... 누나와 떨어지며 괜히 계면쩍어 한마디 던졌다.

 

 - 아들로 안았어, 남편으로 안았어?

 - 상상에 맡길게...

 

 내 짓궂은 질문에 누나는 얼굴을 살짝 붉히며 대답했다.

 누나가 걸어가면서 자연스럽게 팔짱을 꼈다.

 나를 반가움이 가득한 눈으로 쳐다보고 씩 웃으며 머리로 가볍게 내 팔을 쳤다.

 

 - 아 좋다, 이렇게 너랑 걸으니...

 - 누나랑 어제 소꿉놀이하고 오늘 또 소꿉놀이 하려고 만난 것 같다.

 - 너도 그렇구나, 나도 그래, 십몇 년이 지났는데도 전혀 낯설지 않아, 신기해.

 - 그건 누나 가슴에 늘 내가 살고 있어서 그렇겠지.

 

 누나는 속마음을 읽힌 듯 약간 당황하며 팔을 뺐다.

 

 - 엄마가 몽대를 보면 좋아할 거야...

 - 큰 병이야?

 - 응, 불치병...

 - 심각해?

 - 위험해...

 - 얼마나?

 - 아주 많이...

 

 그래서 나를 만나려는구나 싶었지만, 한편으론 내가 뭘 해주겠나 무력감과

 자괴감이 들었다.

 

  누나가 종종걸음으로 먼저 들어갔다.

 거실은 온통 고풍스러운 한옥처럼 꾸며져 있었다.

 실내는 튀지 않고 젊잖았다. 엔틱하면서 우아했다.

 그래서 경건한 분위기까지 감돌았다.

 누나가 베아트리체를 휠체어에 태워서 나왔다.

 휠체어 옆에는 링거가 꽂혀 있다. 그 링거를 보자 가슴이 아팠다.

 

 - 잘 계셨습니까?

 - 그래, 수진이 말이 맞네...

 

 내가 90도로 정중히 인사를 하자 베아트리체가

 모성(母性) 가득한 눈으로 쳐다봤다.

 

 - 네?

 - 잘생겼다구...

 

 누나가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짓궂듯이 툭 쏘았다.

 십몇 년 만에 보는 베아트리체지만, 세월이 비껴갔는지 우아함과 귀스러움

 그리고 아름다운 미모는 그대로였다.

 단지 병색이 완연했다. 베아트리체의 병이 나 때문인 거 같아 울컥 가슴이

 저몄다.

 

 - 누나도 참 이런 찌든 얼굴이 뭐가...

 - 아냐, 잘생겼어, 잘 컸네. 잘 컸어...

 

 베아트리체가 다정한 눈빛을 햇살 쏟듯 뿜어내며 말했다.

 눈빛 샤워를 하는 거 같았다. 그런데 베아트리체가 힘들어했다.

 

 - 매정한 놈...

 - 죄송합니다...

 

  전혀 그런 뜻이 아닌 걸 알지만 내가 무조건 잘못한 거 같아 몸 둘 바를 몰랐다.

 

 - 엄마, 진짜 몽대를 보고 싶어 했나 봐? 엄마답지 않게 투정을 다 부리시고? 호호...

 

 베아트리체는 대답 대신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1도 망설임 없이 시간차 공격하듯 한 반응이었다.

 내가 몽대에게 투정을 안 부리면 누구한테 부리니 하는 느낌을 받았다.

 

 왜 저 눈빛에 어리광을 부리고 싶지, 갑자기 나의 엄마 곽세린 여사의 젖을

 만지고 싶은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왤까? 베아트리체에게도 그러고 싶은 거 아닐까?

 하늘에 맹세코 정말 아가페적인 것이다. 저질이라고 날 욕하는 자들에게 정말 불순하다고 손가락질하고 싶다.

 내 동경의 여인상 나의 베아트리체여!~ 이제 나타나서 죄송합니다...

 

 - 그때, 그 마음의 병이...

 - 응, 그게 깊어졌어...

 

 내 말에 누나가 수심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

 수진 누나의 눈가가 붉어졌다.

 

 - 치료는?...

 - 소용없어.

 

 내 물음을 베아트리체가 단칼에 잘랐다.

 속이 아팠다. 누나 눈에 눈물이 맺혔다.

 나도 모르게 누나의 눈가 눈물을 손가락으로 닦아주며 가볍게

 누나의 뺨을 만져줬다. ‘누나 울지마’를 눈으로 말했다.

 누나는 처음에 흠칫 놀랬지만 내가 하는 대로 맡겼다.

 그 큰 눈이 고마워했다.

 

 - 벌써 부르고 싶었다, 근데... 염치가...

 - 성제 때문에 우릴 만나주지 않을 거라 생각했어, 성제가 한 짓이 얼마나 끔찍한 일인지 알기 때문에, 엄마가 많이 괴로워하셨고 고통 속에 사셨어... 용서를 빌어야 하지, 하면서 지금까지 온 거야.

 

 왜, 베아트리체나 수진 누나가 나에 대해 미안해하고 용서를 구해야 하지? 당사자는

 자기가 한 짓이 당연한 거라 전혀 회개(悔改)하지 않는데, 악마의 화신 장성제, 개자

 식...

 

 - 말로 아무리 용서를 구한들 변명일 뿐...

 

 기품 서린 베아트리체가 마지막 빛을 발하듯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 죄송합니다, 제가 벌써 찾아봬야 하는데... 속 좁은 놈이라 생각하십시오...

 - 아냐, 아냐, 내가 핑계 불문하고 널 찾는 게 도리지...

 

 베아트리체가 손을 내밀었다. 내가 얼른 손을 잡았다. 얼음처럼 차가웠다. 베아트리체가 내 손을 꼭 잡고 눈물을 글썽였다. 가슴이 미어졌다. 어떻게 되었던 베아트리체 눈에 눈물을 맺히게 하는 건 내 잘못도 크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모르게 베아트리체를 성큼 안아 들었다. 그래야 될 거 같았다. 베아트리체가 깜짝 놀랐다. 17살 때 본의 아니게 좌욕(坐浴)하는 모습을 훔쳐보았던, 우주 같았던 베아트리체 둔부(臀部)를 직접 손으로 느끼니 감개무량했다. 이 느낌을 에로스라 표현한다면 베이트리체를 모욕한 것일 거다. 탄력적이고 농염한 베아트리체의 몸매는 어떤 남성도 허물어질 거 같았지만 나는 전혀 색적(色的)인 생각이 들지 않았고 경외(敬畏)스러웠다. 올림포스 신전의 여신을 안은 것 같았다. 미천한 인간인 나에게 이런 영광을 주시다니... 베아트리체를 꽉 안고 부르르 떨고 싶었다. 생명의 근원지(根源地) 자궁속으로 들어가 영원히 동면에 빠지고 싶었다.

 

 수진 누나도 갑작스러운 내 행동에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말문을 잃었다. 베아트리체가 팔로 내 목을 감쌌다. 그러자 수진 누나가 안도했다. 베아트리체 가슴이 불규칙적으로 심하게 뛰었다. 잃었다고 생각한 아들을 다시 찾은 엄마의 마음처럼 베아트리체는 전율을 느꼈다. 베아트리체는 형언할 수 없는 기쁨에 몸이 녹아내렸다. 아이스크림처럼 녹아내렸다. 이건 애정이 아니라 아가페적 사랑이었다. 베아트리체는 몽대를 순간 아들이라고 착각했다. 이건 염치없지만 베아트리체는 모자간의 뜨거운 천륜(天倫)의 교감(交感)이라고 생각했다.

 

 링거병을 들고 따라온 누나가 침실로 안내했다. 나는 조심스럽게 흙 침대에 베아트리체를 눕혔다. 베아트리체는 이젠 한도 원도 없다고 생각했다.

 어떤 죽음도 가소로웠다.

 열락(悅樂)의 경지에 든 자신이 제일 행복하다고 생각했다.

 내가 베아트리체 손을 잡아 내 뺨에 대었다.

 

 - 나 얼마 못 살아.

 - 약한 말씀 마세요...

 - 정말이야, 의사의 선고가 있었어... 이젠 하루를 살아도 몽대가 있어서 좋단다.

 

  나의 정신적 지주요, 영원한 동경의 여인상이신 베아트리체여, 왜 그런 가슴 아픈 말을 하시나요?... 내 곁에 있어 달라는 베아트리체의 애절함이 담긴 말을 몽니라 해도 좋고 이기심이라 해도 좋다. 어떤 식으로 자신을 비난해도 좋고 손가락질을 해도 좋다. 애끓는 심정에 베아트리체는 나를 그리움 가득한 눈으로 바라봤다.

 나는 내 턱의 까칠하게 자라난 털을 베아트리체 손끝으로 느끼게 했다.

 베아트리체가 부처님 미소를 지으며 손등으로 촉감을 즐겼다.

 

  - 무슨 말씀을, 그런 말씀, 앞으로 제 앞에서는 절대로 하시면 안 됩니다.

 

 많이 아프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직접 당신의 입으로 말하니 충격으로 다가왔다.

 

 - 몽대야, 부탁 하나 들어다오.

 - 제가 할 수 있으면 뭐든지 하겠습니다.

 

 베아트리체의 말에 잣대를 대지 않고 대답했다.

 

 - 우리 학교에 와.

 - 전강부터 시작해 나중 학교를 맡아줘...

 - 네에?!~

 

 베아트리체 말에 수진 누나가 구체적으로 덧붙였다.

 이건 청천벽력이었다.

 가쿠슈인 시절 이후로는 상상도 못 했던 절대 일어나지 않을 거라는

 대사건이었다.

 이 무미건조한 인간에게 학교를 맡아달라니?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128 거대한 프로젝트는 망상이 아니라 꿈으로... 2024 / 5 / 19 2 0 4062   
127 뭐라구? 1병에 1억 5천... 2024 / 5 / 17 4 0 4402   
126 100조도 아닌 1,000조? 2024 / 5 / 16 5 0 4184   
125 세상은 넓고 잘난 사람도 많다 2024 / 5 / 15 5 0 4154   
124 만남은 맛난 진수성찬 앞에서 꽃을 피우고... 2024 / 5 / 14 6 0 4253   
123 수진 누나와 해후 2024 / 5 / 13 7 0 4262   
122 이 정도 배포는 돼야... 2024 / 5 / 11 8 0 4213   
121 베아트리체로부터 초청 2024 / 5 / 10 8 0 4318   
120 아버지는 베아트리체를 동경했다 2024 / 5 / 9 7 0 4262   
119 두 걸물(傑物) 2024 / 5 / 8 10 0 4063   
118 베일에 싸인 이시하라 유우Ⅱ 2024 / 5 / 7 13 0 4087   
117 베일에 싸인 이시하라 유우Ⅰ 2024 / 5 / 6 17 0 4080   
116 니가 왜 거기서 나와? 이시하라 유우 2024 / 5 / 5 12 0 4139   
115 베아트리체의 부활 2024 / 5 / 4 17 0 4315   
114 수진 누나와 추억을 소환하다 2024 / 5 / 3 16 0 4248   
113 악귀가 된 암 덩어리 2024 / 5 / 2 18 0 4232   
112 용천에게 베아트리체를 맡기다 2024 / 5 / 1 17 0 4117   
111 동경의 여인 베아트리체 2024 / 4 / 30 19 0 4105   
110 수진 누나가 전화를 걸었다 2024 / 4 / 29 20 0 4302   
109 우리 집의 실세 2024 / 4 / 27 27 0 4167   
108 패밀리 2024 / 4 / 26 24 0 4185   
107 인연(因緣)Ⅱ 2024 / 4 / 24 30 0 4075   
106 인연(因緣)Ⅰ 2024 / 4 / 24 26 0 4128   
105 여자들의 속내 2024 / 4 / 22 25 0 4191   
104 우연히 발견(?)한 직호문녹각제도장구(直弧文… 2024 / 4 / 19 27 0 4201   
103 사심과 추행의 관점 2024 / 4 / 18 29 0 4336   
102 우유부단한 스투핏(stupid) 2024 / 4 / 16 30 0 4090   
101 염불보다 잿밥에 눈먼 고분 발굴 2024 / 4 / 15 30 0 4222   
100 용천(龍泉)과 직호문녹각제도장구(直弧文鹿… 2024 / 4 / 14 30 0 4133   
99 악몽 또는 트라우마 2024 / 4 / 13 31 0 4625   
 1  2  3  4  5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