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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불멸의 검, 악마의 칼날 위에 서다.
작가 : 박현철
작품등록일 : 2023.11.28

악마와 싸우는 안티히어로

 
수진 누나가 전화를 걸었다
작성일 : 24-04-29 13:40     조회 : 14     추천 : 0     분량 : 4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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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0화

 수진 누나가 전화를 걸었다.

 

  엄마와 아버지, 민교는 내가 무슨 말을 할지 내 입만 쳐다봤다. 여기서 안 해! 라고 하는 것도 민교 입장 생각해서 아닌 것 같고 그렇다고 민교와의 결혼은 추호도 생각한 적이 없었다. 난감했다. 민교는 돈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여유로운 표정을 지었다. 정한수 한 그릇도 충분하니 내가 빨리 한마디라도 내 생각을 표명해주기를 바랐다. 그러면 말을 받아서 일사천리로 자기 의견을 개진할 태세였다.

 

 그때, 스에마쓰 아야코 얼굴이 갑자기 스쳐 지나갔다. 스에마쓰 아야코는 언제나 내가 우유부단할 때나 아니면 다른 일에 집중해서 깜빡할 때면 어김없이 내 머리에 둥우리를 짓고 살고 있다는 존재감을 상기시켰다.

 창졸간에 벌어진 일이라 누구 때문인지 모르지만, 이별 뒤에 그 헤어짐의 이유가 무엇인지 잘잘못을 따지지 않고 한때 일장춘몽이었다고 치부하고 잊으려고 해도 잊히어지진 않았다. 스에마쓰 아야코가 원인이 아니고 내가 이별의 원인을 제공하지 않았을까 하는 손에 잡히지 않은 막연한 죄책감 같은 게 들었기 때문이었다.

 

 (E) 따르르릉!!~ 따르르릉!!~

 

 핸드폰에 장착한 전화벨 소리가 귀청을 때렸다.

 조달호 교수였다. 민교의 표정이 굳어졌지만 나에겐

 이 사면초가의 상황에서 빠져나갈 수 있는 더할 나위 없는 절호의 기회였다.

 아버지와 엄마는 내가 딸도 있는 데다가 직장도 변변찮은데도

 누가 봐도 눈 돌아갈 미모에 살가운 민교가 이 집의 식구가 되겠다고 적극적이니

 민교가 넝쿨 채 굴러온 호박이었다. 스에마쓰 아야코는 안중에 없었다.

 10년 가까이 연락이 두절이 됐으니 철부지 시절 한여름 밤 꿈일 뿐이라고 여겨

 내가 한국에 온 뒤로 한 마디도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 쉿~

 

 손가락으로 조용히 하라고 입을 가리고 나는 얼른 전화를 받았다.

 손바닥으로 핸드폰을 가리고 나지막하게 말했다.

 

 - 네, 교수님.

 - 전화 왔더라, 가봐.

 - 어딜요?

 - 민암 재단.

 - 네?! 거긴 돈을 보따리에 싸서 들고 와도 싫습니다.

 - 부산 민암 재단 말고 경남 민암 재단이라니까.

 - 그래도 싫습니다, 교수님 옆에서 딸랑이나 될래요...

 - 이게 내가 만만하구나, 그런 서릴 하는 거보니... 까불지 말고, 급하대,

  지금 당장 가봐.

 - 네? 지금 당장요?

 - 그래, 부탁한대, 신신당부했어, 전화 갈 거야.

 - 아 가기 싫은데... 교수님 옆에 있으면 안 돼요?

 - 안 돼, 내 옆에 있을 사람 점 찍어 놨어.

 - 누구요? 민교 말입니까?

 - 니가 알 필요 없고, 위에서도 전화가 왔기도 했고...

 - 위에 라면 총장님?

 - 응... 그 참 말이 많네, 까라면 깔 것이지... 다급한 목소리더라, 젊은 여자야,

  땅기지?

 - 젊은 여자라고요?

 - 그래, 목소리가 아주 부드러우면서도 샤프하더라, 잘해 봐, 바람아, 큭...

 

 조교수가 자기가 나에게 전달해야 할 말은 나름 다했다 싶었는지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바로 전화벨 소리가 크게 울렸다.

 

 (E) 따르르릉!! 따르르릉!!~

 

 이상하게도 아까부터 전화벨 소리가 유난히 크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화를 받으려고 얼른 내 방으로 갔다.

 

 아 맞다, 조선의... 장난꾸러기, 내 딸 선의는 정말 내 딸이다.

 피는 못 속인다고 나 닮아서 보통 짓궂지 않았다.

 만나기만 하면 나한테 꼭 하나씩은 장난을 걸었다.

 딸이 아빠에게 에둘러 애정을 표현한 거겠지, 좋은 게 좋다고 만구

 내 식으로 생각했다.

 이번엔 전화벨 소리다. 그래도 고맙다. 이 정돈 약과니까.

 잘 때 두 손을 수갑 채우기도 하고, 쑥뜸을 엄지발가락에 놓기도 하고,

 소주병 위에 찬물이 든 종이컵을 올려놓아

 몸부림 심한 내가 건드려 얼굴에

 쏟아지게 만들기도 하고, 등등 정말 다양하게 수없이 많다.

 책 한 권 쓸 분량은 충분히 되었다.

 조선의의 짓궂은 장난은 일방적으로 내가 당하는 걸로 끝이 난다.

 유일한 복수는 내가 갑자기 선의 뺨에다가

 뽀뽀 세례를 퍼붓는 게 전부였다.

 

 볼륨을 급하게 낮췄다.

 모르는 전화번호였다. 전화를 받았다.

 

 - 네...

 - 몽대야, 나야.

 - 사랑은 머무는 게 아니고 떠나는 거라면서 떠나놓고 왜 또 날 찾아요?

  보고 싶지 않아요.

 - 큭큭, 넌 여전하구나.

 - 젖 달라는 소릴 안 했는데 어떻게 여전해?

 - 얘는 어릴 때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네, 왜, 내 목소리 들으니까 젖 생각나?

 - 응, 세 살 밖에 차이 안 나는데 누나는 늘 엄마였잖아, 남편 역할도 있는데...

 - 그때는 엄마가 좋더라, 그래야 니가 내 아기가 되니까...

 - 그럼, 품에 안은 건 아기를 안은 거였어? 남편이나 애인을 안은 게 아니고?

 - 당연하지... 나이 먹어서 그런지 수위가 높다... 큭...

 - 내가 느낄 땐 아닌 거 같은데...

 - 까분다, 어째 넌, 예나 지금이나 똑같냐?

 - 그럼, 일편단심 민들레지, 누냐를 향한...

 - 치, 도망갈 때는 언제고...

 

 성제의 사촌 누나 수진 누나였다. 드라마 대산지 영화 대산지 아니면 하이틴 소설의 한 대목인지 수진 누나가 소꿉놀이할 때마다 나를 세워놓고 눈물을 글썽이며 읊은 대사였다. 떠올려 보니 누나를 안 만난 지 십몇 년은 족히 된 것 같았다. 그 중간에 성제라는 인간이 껴 있기에 만나고 싶어도 만날 수가 없었다. 눈에 보여도 베를린 장벽이 가로막은 거처럼 아는 척을 못 했다. 한 번은 중학교 3학년 땐가? 길에서 우연히 수진이 누나를 만났는데 수진이 누나는 반가워 손을 흔들며 나에게 다가왔지만, 나는 모른 척 도망가버렸다. 어떻게든 성제가 알게 되면 성제 새끼가 명치를 때려 숨이 턱턱 막히게 했기 때문에 그렇다. 성제는 성제 쪽 식구 중 누구건 만나는 것을 극도로 싫어했다. 그래서 성제에게 안 맞으려면 보고 싶은 베아트리체나 수진 누나를 먼발치서 보여도 피했다.

 

 - 우리 교수가 잘 봤네, 샤프하다고...

 - 그 교수 명도네, 목소리만 듣고 샤프한 줄 알고...

 - 여자가 마음에 들면 그 교수는 모두 샤프하다고 그래, 그러나 누난 진짜 샤프하네.

 - 나도 무디어졌어, 나이가 장난 아냐...

 - 누나, 올해 오십이야? 나이 들먹이게... 늙다리 소릴 다하고...

 - 세파에 시달리다 보니 그리된다, 하...

 - 내가 보고 싶어서 전화한 게 아니고? 세 살 정도는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어...

  요즘 연하남이 유행이라며?

 - 까불지 마, 그래도 그런 말 들으니 좋다, 몽대야, 음... 지금 여기 오면 안 돼?

 - 가는 거야 어렵나, 가기가 그래서 그렇지... 왜, 뭔 일 있어?

 - 응, 엄마가 많이 아파, 너를 만났으면 해... 꼭... 나도 보고 싶고...

 - 큰엄마가? 알겠어, 바로 갈게, 창원에 있는 경남 재단에 가면 되지?

 - 그래, 고마워, 정말 고마워... 기다릴게.

 

 전화를 끊었다.

 전화를 끊고 나니 만감이 교차 됐다.

 망설여졌지만 성제 때문만은 아니었다. 뭔가 벌어질 거 같은 불안감?...

 

 이젠 성제가 괴롭혀도 악다구니로 붙을 힘이 있었다.

 내가 누군데 산전수전을 겪은 조몽댄데... 이젠 호락호락 당하고 있질 않지,

 누구 때문에 여기까지 왔는데... 성제에 대한 복수심 같은 게 훅 타올랐다.

 나는 가족들에게 강사 자리 추천이 들어왔다는 두루뭉술하게 설명하고

 서둘러 집에서 빠져나왔다.

 

  * * *

 

 택시를 잡아 타고 창원에 있는 또 다른 민암 재단으로 향했다. 창원에 있는 민암 재단은 부산과 달리 국제고등학교는 없어도 부산 민암 재단에 없는 의대와 한의대에, 의대 부속 양 한방 병원까지 있었다. 들리는 말에 부속 양 한방 병원은 금융계의 거목인 베아트리체 부모님이 기증한 거라고 했다. 그래서 이름도 SSK 병원이라고 했다. 전체 규모는 부산의 민암 재단보다 컸다.

 

 베아트리체와 수진 누나는 재단 땅에 속해도 학교 건물과 동떨어진 곳에 살고 있었다. 높다랗고 긴 돌담이 보이는 길가에서 택시를 내렸다. 거대한 성문 앞에 서는 것 같이 철문이 막아섰다. 긴장되고 약간 떨렸다. 크게 심호흡했다.

 성제의 큰엄마, 내가 이름 붙인 베아트리체와 그냥 좋았던, 어릴 적 순수한 감정으로

 좋아서 졸졸 따랐던 수진 누나를 만난다니 가슴이 벅찼다. 실로 몇 년 만이냐...

 서먹할 거야... 쭈굴한 내 외모 보고 실망하지 않을까, 그럼 어쩌지? 별생각이 다 들었다.

 

 내가 오는 줄 알고 문을 열어 놓았다. 다리에 힘을 주고 천천히 돌계단을 오르자 넓은 잔디가 깔린 정원이 나오고 웅장한 한옥식 건물이 보였다. 궁전에 들어서는 거 같았다. 역사가 서린 경복궁의 문턱을 넘어서는 거 같았다.

 

 수진 누나가 마중 나와 있었다. 짧지도 길지도 않은 베이지색 치마를 입은 다리가 올곧았다. 늘씬한 키에 볼륨도 있지만 다듬어진 몸매가 주는 관능미에, 전형적인 동양 미의 얼굴에, 재기발랄함까지 더해 귀티가 더 돋보였다. 압도적인 매혹이라 이 조몽대의 심장을 설레게 했다. 누나의 아름다움은 인위가 아니라 천성(天性)이었다.

 그 아름다운 여인 앞으로 쑥스러운 썩은 미소를 날리며 한발 한발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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