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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불멸의 검, 악마의 칼날 위에 서다.
작가 : 박현철
작품등록일 : 2023.11.28

악마와 싸우는 안티히어로

 
될 대로 돼라(Qué será, será)
작성일 : 24-04-10 09:11     조회 : 19     추천 : 0     분량 : 41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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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6화

 될 대로 돼라(Qué será, será).

 

  길쭉하면서 거무틱틱한 바위에서 굴곡진 부분만 삐져나왔지만,

 틀림없이 삐져나온 부분은 허연 엉덩이였다.

 잘 익어 떡 벌어진 밤송이를 까고 나온 밤 같았다.

 깨물었던 밤을 주머니에 넣었다.

 천천히 다가갔다. 일부러 바스락 소리를 냈다.

 인기척을 느꼈는지 민교가 말했다.

 

 - 잠깐만요 선배, 거기 서서 보세요, 정말 거무틱틱한 멧돼지처럼 보여요?

 - 아니...

 - 어떻게 보여요?

 - 탐스럽고 백옥같은 엉덩이...

 - 그런데, 왜?...

 - 미안, 사과할게... 바위 색깔이 거무틱틱 해서 나도 모르게...

 

 나는 말을 끊고 거무틱틱한 멧돼지 같다고 한 실언에 대해 계면쩍어하며

 사과했다.

 잠자던 늑대가 눈을 번쩍 뜨고 으르릉댔다.

 뛰쳐나가려고 팬티를 물어뜯었다.

 

 - 가까이 와서 확실하게 보세요...

 - 늑대 때문에...

 - 네에? 여기 늑대 있어요?

 

 민교는 팬티도 올리지 않고 놀라서 일어섰다.

 투피스 주름치마가 내려와 허연 엉덩이를 덮었다.

 늑대가 발광했다.

 민교 옆에 바투 붙었다.

 

 - 늑대가 어디 있어요?

 - 아니 그 늑대 말고... 끄르릉 소리가 안 들려?

 - 들리는 거 같기도 하고...

 - 지금은 늑대 굴에서 나오려고 끄르릉 거리기만 해...

 - 갑자기 달려들어 물면 어떡해요, 어 무서워...

 

 민교가 내 몸에 바짝 몸을 밀착했다. 눈은 나를 삼킬 듯이 이글거리며 스스로 늑대 굴에 들어왔다. 무르녹는 민교의 몸이 관능으로 떨었다. 무서워서 떠는 거보다 정복당하고 싶은 설렘이었다. 전신의 말초신경(末梢神經)을 바늘로 찌르는지 본능이 찌르르

 꿈틀거려 혓바닥 날름대는 뱀과 다름없었다.

 시원하게 생긴 쌍꺼풀 눈에는 아무리 무서운 늑대라도 받아 줄 준비가 되었다는 듯이 덤벼라, 갈구하고 있었다. 무장해제... 무주공산... 야설에 심심찮게 등장하는 말처럼

 민교가 그랬다.

 

 잘 익어 홍시처럼 무르녹는 탐욕의 몸을, 낳은 지 한 달 남짓한 털이 보드라운 고양이 새끼처럼 내 가슴 속을 파고들었다. 깊은 가을 햇빛은 따사롭다 못해 따가웠다. 노곤했다. 연체류(軟體類)처럼 몸이 흐물거렸다. 이렇게 안고 잘까? 민교와 나는 그 상태로 앉았다. 한 몸이 된 우리의 격렬한 움직임 때문에 마른 풀과 마른 나뭇잎이 바스락 소리를 크게 냈다. 소리가 엄청 커 주위를 돌아봤다.

 운우지정이 끝나자 갑자기 엉덩이가 따가웠다. 찡그리며 끄집어냈다. 밤송이였다.

 민교가 큭 하고 웃었다. 바위에 등을 기댔다. 민교 어깨를 안았다. 민교는 머리를 내 어깨에 기댔다. 눈을 감고 가을 햇빛과 살랑대는 바람을 음미(吟味)했다.

 

 언저리 타임까지 합산해서 약 100분이 흘렀다.

 

 - 나 텐프로예요...

 - 텐프로? 상위 10 프로? 내가 볼 땐 상위 5 프로는 너끈할 걸...

 - 고마워서 어쩌지...

 

 나를 바라보는 눈은 갈증에 목말라했다. 나는 외면하고 일어나 바지를 추슬러 입었다.

 

 -우리 속궁합은 천생연분, 오늘부터 1일, 어때요?

 - 애도 아니고...

 

 나는 그 말이 싫지 않았다. 그렇다고 CC처럼 붙어 다니고 싶지도 않았다.

 

 - 선배 싫어? 나 집도 있어요...

 - 잘됐네, 한 번씩 놀러 갈게...

 - 나하고 사귀는 게 싫어요?

 - 아니... 사귀고 자시고 할 게 어디 있어, 우리가 10대야?

 - 연애는 10대처럼 하고 싶어, 씨...

 - 가자...

 

 바지에 붙은 검불을 털었다. 민교가 나한테 매달려 내 눈을 간절하게 쳐다봤다.

 금방이라도 눈물을 흘릴 것 같았다. 마음이 약해졌다.

 

 - 너무 매달리면 스토커 된다...

 - 나 집착하는 스타일 아니에요, 적당히 할게, 그냥 남들처럼...

 - 알았어...

 - 내가 왜 선배를 좋아하는지 알아요?

 - 나쁜 남자라서?

 - 촌스럽게.

 - 친할머니 외할머니가 그랬어, 엄마두...

 - 선배는 모성 본능을 일으켜요, 그게 선배의 가장 큰 매력이에요, 선배의 여자들 다 그렇게 생각할 걸요, 말은 하지 않겠지만...

 

 킥하고 내가 웃었다.

 

 - 이런 멀대같은 인간이 모성애를 불러일으킨다고? 희멀건 병색 때문에 그러는가?

 - 선배는 선배의 치명적인 매력을 모르는 것 같아...

 - 아 왜 그래, 징그럽게... 유치하게시리, 어 소름끼쳐...

 - 사랑하면 안 돼요?

 

 갈구하듯 쳐다보더니 짜증 섞인 내 표정을 보고 금방 눈꼬리를 내렸다.

 

 - 서두르자, 약속 있어...

 - 이봐, 젊은이...

 

 깜짝 놀랐다.

 백발이 성성한 할아버지가 계면쩍은 웃음을 머금고 서 있었다.

 

 - 다 봤어요?

 

 민교가 민망하지도 않은지 할아버지를 똑바로 노려보며 톡 쏘았다.

 

 - 다 본 건지는 모르겠는데.... 전반전 뛰고 10분 쉬고 후반전 뛰는 거까지는 봤네.

 - 아, 할아버지 엉큼하게, 인기척을 하셔야죠.

 - 인기척보다 더 큰소리를 냈어, 밤 딴다고...

 - 할아버지 혹시 핸드폰에 찍었어요?

 

 내가 문득 불안한 생각이 들어 물었다.

 

 - 아니, 그럴 시간이 없었어, 나도 할마이랑... 암튼 고마워?

 - 뭐가요? 생 비디오를 보여줘서요?

 - 아니, 내가 살아났어, 할마이는 내 고기 먹인다고 고기 사러 갔고...

 - 할아버지 이런 거 찍으면 큰일 납니다, 콩밥 먹습니다, 진짜 안 찍었죠?

 

 나는 재차 겁을 주듯 물었다.

 

 - 알아 나두, 그럴 시간 없었대도 그러네, 이거 삶아 먹어, 고마워서 그래, 마음 같아 서는 성황당에 산신령으로 모시고 싶어...

 - 네에?

 

 할아버지가 대답 대신 나를 향해 두 손 엄지를 치켜들며 경의를 표했다.

 

 - 가, 빨리...

 - 이거 가져가...

 

 할아버지가 밤이 가득 든 바케츠를 줬다.

 나는 바케츠를 들었다. 가져간다 안 가져간다, 실랑이하다 보면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았다. 그러다가 지나가는 사람이라도 나타나면 할아버지는 구구절절이 그때 봤던 상황을 설명할 것이고... 무슨 창피야 그래서 서둘러 끝내고 싶었다.

 송현동 고분 길가에 세워둔 민교 차 앞에 섰다. 빨간 아반테 신형이었다. 문을 열어 뒷자리에 밤이 든 바케츠를 실었다.

 아래로 걸어 내려오면서 난 약속이 있어 못 가져가니까 민교에게 가져가라고 했다.

 그년 만나러 가냐고 물었고 알 필요 없다고 말했다. 그년은 이시하라 유우를 말하는

 것이었다. 질투하니 그런 말도 하기 싫었다. 동물적 관계, 본능적 관계 이 말이 맞는

 지 모르겠지만, 그러고 싶었다. 민교하고는... 어디 가는지 모르겠지만 태워주겠다고

 해서 싫다고 했다.

 

 - 밤 삶아 놓을 테니 올래요?

 - 아니... 내일 학교서 보자.

 

 나는 화왕산 초입 빌라촌까지 걸어가 빈 차로 손님을 기다리던 버스에 올랐다.

 카톡이 왔다. 민교의 주소였다. 김해 율하의 오피스텔이었다. 오든 안 오든 밤은 삶아 놓는다고 했다. 주머니 속에서 아까 깨물었던 탐스러운 밤을 꺼냈다. 버릴까 말까 하다가 다시 주머니에 넣었다.

 창녕 시외버스 정류장에서 내려 김해 장유로 가는 시외버스를 탔다. 격전을 치른 뒤라 잠이 쏟아졌다. 기사 아저씨가 차표 확인하러 올 때 길을 잘 모르니 장유에 도착하면 내려달라고 부탁했기에 안심하고 뻗었다. 정신없이 잤다. 매번 느꼈지만, 차에서 자는 잠은 꿀맛이다. 특히 조수석에서 자는 잠은 단잠이다.

 나는 운전을 하고 이시하라 유우가 내 옆자리에 자고 있다. 열린 차창으로 감미로운 가을바람이 불어와 유우의 검붉은 머리가 날렸다. 봉곳한 수밀도의 젖가슴이 옷섶 사이로 하얀 살결을 드러냈다. 그걸 훔쳐보고 있는데 갑자기 앞에서 빵!! 하고 200 데시벨의 클락슨 소리가 들렸다. 거대한 덤프트럭이 정면으로 달려왔다.

 나는 비명을 질렀고, 누가 나를 흔들어 깨웠다. 눈을 번쩍 떴다. 내 뒷자리에 앉은 중년 남자였다.

 

 - 휴~

 - 어허 젊은 사람이 정신을 못 차리네, 어젯밤에 뭐 했어? 빨리 내려 장유야...

 - 어이구, 죄송합니다...

 

 기사 아저씨 부탁으로 내 뒷자리 중년 남자가 깨운 것이었다.

 나는 입가에 흐른 침을 닦으며 서둘러 버스에서 내렸다.

 

 - 아, 언제 봤다고 반말이야...

 

 괜한 트집으로 버스 뒤꽁무니에 대고 중얼거렸다.

 장유 문화센터 앞에서 김해공항 가는 리무진을 탔다. 또 눈이 스르륵 감겼다.

 안 자야지, 안 자야지 하면서 잤다.

 

 - 안 내려요? 돌아갈 거요?

 - 아, 아닙니다...

 

 어느새 김해공항에 리무진이 도착해 있었다. 기사 아저씨가 잠에 곯아떨어져 있는 나를 발견하고 깨웠던 것이었다. 공항 터미널에서 빠져나온 사람들이 장유로 가기 위해 타고 있었다. 그들 사이를 뚫고 내렸다.

 김해공항 안으로 들어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2층 출국장으로 올라갔다.

 수많은 사람이 붐볐다. 꼭 김해 새벽시장처럼 인파들로 넘쳐났다. 시계가 pm 7시를 가리켰다. 밖은 파장(罷場) 무렵의 을씨년스럽고 휑하다면 출발을 앞둔 이곳은 개장(開場) 전의 시장 분위기라 들뜨고 활기가 넘쳤다.

 

 -카톡, 보인다, 3층 커피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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