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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불멸의 검, 악마의 칼날 위에 서다.
작가 : 박현철
작품등록일 : 2023.11.28

악마와 싸우는 안티히어로

 
요시야 서점에서의 늑대 울음
작성일 : 24-04-02 17:30     조회 : 25     추천 : 0     분량 : 44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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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0화

 요시야 서점에서의 늑대 울음.

 

  - 새벽 4시까지 하는 요시야 서점이 좋아, 아니면 이타야 서점이 좋아?

 

 나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 중에 하나라는 이타야 서점에서 아야코와

 추억을 만들고 싶었다.

 

  - 이타야 서점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 중에 하나라며?

 

 그러나 결정은 요시야 서점으로 났다.

 

 - 그래도 난 요시야 서점이 좋아, 엄청난 장서에다 풍부한 영화, 음악 관련 DVD와 CD, 그리고 다양한 팬시와 문구, 거기에다 대박 크다는 거지... 새벽 4시까지 놀라면 서점이 크면 좋잖아, 몽이랑 둘이서 어디 처박혀 숨기도 좋고...

 - 둘이서 숨바꼭질하려고 서점 간다고? 애들 부를까? 둘이서 하면 재미없잖아?

 - 신혼여행 갈 때도 애들 데리고 갈래? 안 가...

 

 아야코가 정색하고 삐친 건 처음 봤다. 오후 3시가 다가오자 추워졌다. 토도로키 계곡(等々力渓谷)의 아치형 새빨간 다리 벤치에 둘이서 꼭 붙어서 노닥거린 시간이 벌써 몇 시간째인가? 아침 9시에 아야코를 만나 10시에 자연공원 와서 한 바퀴 돌고 11시 즈음 앉았으니 족히 4시간은 된 거 같았다. 근데 시간이 왜 이렇게 빠르지, 금방 앉은 거 같았다. 왜 우리는 매일 아쉬워하는 걸까? 내일 또 만나면 되는데... 만나 보면 아야코가 나를 꼭 입대를 앞둔 청년을 대하듯 안타까워했다. 그런데 내가 고집을 피워 뭐하게, 이런 걸로 애초부터 이길 생각이 없었다. 아버지처럼 그 아버지의 아들이라 여자에게 무조건 지는 게 상책 아닌가...

 

 - 알았어, 시키는 대로 할게, 가자, 요시야 서점으로... 확실히 우리는 학구파야 서점 에서 놀길 좋아하는 걸 보면, 그렇지?

 

 내가 벌떡 일어났다. 아야코가 미안한 듯한 표정으로 일어나며 미소를 지었다.

 

 - 몽, 원하는 대로 해... 이타야 서점으로 가자...

 - 아냐, 요시야 서점으로 고 고 고~

 - 아내는 다소곳해야 하는데, 내 주장만 내세우고...

 - 괜찮아, 그 정돈 애교잖아, 가자, 거기서 맛있는 거 사 먹자, 배고프네...

 - 고마워... 뭘 먹을까?

 

 아야코가 내 팔에 팔짱을 꼈다. 우리는 그런 상태로 흐트러지지 않고 군악대처럼

 두 발을 맞춰서 자연공원을 빠져나왔다. 그러다가 아야코가 내 팔뚝에 매달리는 장난도 쳤다.

 

 - 어때?

 - 맛있네, 역시 맛집은 다르다. 나카우(なか卯) 규동, 우동에다 해산물 튀김 가리아게까지 곁들이니까 환상적이다.

 

 아야코가 추천한 곳이라 아야코가 신경이 쓰이는지 내게 물었다. 번지 점프로 정식 부부연(夫婦緣)을 맺은 뒤부터 아야코는 내 의견을 중시했다. 전형적인 아내의 자세인 양 다소곳했고 깍듯했다. 물론 사랑스러운 아내로서 가지는 아양과 투정과 애교가 없는 바는 아니지만 그게 매력 아닐까...

 요시야 서점 부근 지하상가에서 우리는 점심 겸 저녁을 먹고 요시야 서점에 들어갔다. 매번 느끼지만 웅장했다. 서점이 대체 몇 층이야, 8, 9층은 됐다. 여기서 술래잡기를 하면 정말 술래는 찾기가 힘들 것 같았다.

 창밖은 빛과 어둠이 뒤섞여 낮도 밤도 아닌, 개와 늑대의 시간이라고 명명한 모호한 경계의 시간, 블루 아워로 물들었다. 저 산에 보이는 짐승이 내가 키운 개인지 나를 해칠 늑대인지 분간이 안 되는, 어둑어둑한 석양의 실루엣은 불안하고 위험한 우리들의 미래를 나타낸다고나 할까?

 똑같은 크기의 책장이 가지런하게 즐비했다. 빈칸은 책으로 빼곡하게 들어차 있었다. 책장을 밀어 도미노 게임 하면 재밌겠다는 악동(惡童) 같은 생각에 큭, 큭, 큭... 속으로 웃었다.

 가와바디 야스나리의 “설국”을 볼까? 이시하라 신따로의 “태양의 계절”을 볼까? 아니면 ‘A의 숨결은 더욱 거칠어졌고 뿜어서 나오는 열기가 B의 부푼 가슴을 뜨겁게 달아 올렸다. 정신이 혼미해지는 A, 이제는 어쩔 수가 없었다. 두 집안의 끈끈한 맺음도 윤리적 질서도 관습적 법도도 배경의 정서적 의미도 가슴 속 깊은 곳에 터져 나오는 활화산 마그마 같은 18세 청춘을 어쩌지 못했다. 마하트마 간디인들, 부처인들... A가 B를 안고 쓰러졌다’로 시작하는 씨몬의 야광충(夜光蟲)을 볼까?

 

 그때였다. 그 사건이 터진 건, 그 엄청난 일이 벌어진 게, 천지개벽의 순간이...

 책을 꺼내 보려고 손을 내미는 순간 아야코가 숙여서 내 품으로 들어왔다. 싱긋 웃었지만, 얼굴은 상기되어 있었다. 나는 반사적으로 두리번거렸다. 마침 주위엔 아무도 없었다. 의자에 앉은 사람들은 책을 본다고 우리가 관심의 대상이 되지 않았다.

 

 - 내가 그랬잖아, 그런 건 묻는 게 아니라고...

 - 스노우 모빌 타고 별장 갈 때?

 - 여러 곳에서 암시도 주고...

 

 아야코가 씩 웃었다. 눈은 농염(濃艶)으로 물들었다. 찰나였다. 아야코 손이 동면에 빠진 늑대 동굴의 문고리를 잡았다. 나는 경악(驚愕)했다. 비명을 안으로 삼켰다. 아야코 손이 내 바지의 지퍼를 천천히 내렸다. 내 몸은 얼음처럼 굳었다. 무슨 짓이지?... 내가 바지 지퍼를 잡은 아야코 손을 와락 잡았다. 아야코가 그 큰 눈으로 나를 쳐다보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당장 요절을 내야겠다는 간절한 눈빛이고 손을 치우라는 고갯짓이었다. 동면에 빠졌던 늑대가 갑자기 깨어났다. 으르렁, 으르렁거렸다. 문만 열면 튀어 나갈 태세였다. 늑대 울음소리가 그랬다. 들어보면 안다. 늑대는 문을 열려고 머리로 받았다. 본능은 이미 통제의 선을 넘었다. 주위 사정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 니가 빼려고 한 책 사실 내가 쓴 소설이야...

 - 뭐?!

 

 나는 깜짝 놀랐다. 대체 이게 무슨 말인가? 원조교제가 무슨 뜻인지 모르는 18세 소녀인 아야코 네가 썼다고? 고작 18살이 D.H 로렌스가 쓴 소설이나 헨리 밀러 소설보다 더한 색정(色情) 소설을 썼단 말인가? 물론 평가는 헨리 밀러는 물론이고 D.H 로렌스 보다 문학성이나 예술성이 높다는 게 이구동성이지만... 책도 전 세계적으로 대중 소설이 아닌 순수소설로서 3권이 한 질인 5천만 질이 팔렸다. 아야코 그대는 누구인가? 진정 하늘에서 내려온 올림포스 신전의 여신인가? 대체 비상함이 어디까지인가?

 

 아주 짧은 순간이었다. 현실적으로는 1분 채 안 걸렸지만, 나에겐 24시간 온종일처럼 길었다. 일각(一刻)이 여삼추(如三秋)란 말이 실감 났다. 껍데기만 남고 다 빠져나갔다는 느낌을 받았다. 말초 끝에 아련히 아쉬움이 남지만 나는 얼른 늑대를 넣고 자물쇠를 잠갔다. 더 이상 바라는 건 욕심이었다. 충분히 나를 증명했다. 아야코가 그 뇌쇄적인 눈으로 쳐다보며 가볍게 내게 입맞춤을 했다. 나쁘지 않았다는 뜻일까? 아니면 이젠 명실공히 일심동체가 되었다는 걸까? 마침 인기척이 있어 우리 둘은 서둘러 떨어졌다. 나는 조마조마한 가슴을 쓸어내렸다. 정신 차려보니 나는 도저히 민망해서 아야코를 쳐다볼 수 없었다. 몸 둘 바를 몰랐다. 무슨 핑계라도 대고 그곳을 벗어나고 싶었다. 그렇게라도 안 되면 애들이라도 나타나 주면 얼마나 좋을까... 나의 분신 쥰페이는 왜 안 나타나는 거야... 약속도 하지 않은 쥰페이가 원망스러웠다. 내 심정이 이런데 아야코는 어떨까?... 아야코도 말없이 나를 따라다니지만 자기가 주도해서 일을 치렀지만 나름 당황스럽고 뻘쭘한 것 같았다. 이야기로도 몇 번 듣지 못했을 정도로 순진무구한 10대 소녀가 남녀 간의 성행위를 직접경험했으니 실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렇다고 아야코에게는 후회란 없었다. 엄밀히 따지면 오히려 뿌듯했다. 부모를 비롯한 누구에게도 부끄러울 게 없었다. 거추장스러운 고등학생이라는 신분이 거슬릴 거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한 적이 없었다. 사회적 제약은 가소로웠다. 나를 옭아매는 건

 아무것도 없다. 사랑하는 사람과 합궁이 뭐가 나쁜가, 결혼까지 하지 않았는가, 결혼하지 않아도 나는 얼마든지 장소 불문하고 몽과 사랑을 나눌 수 있고 자신할 수 있다. 뻔뻔스러운 게 아니라 떳떳하다. 뭐가 부끄러운가, 뭐가 부도덕한가, 옛날에는 허용되는 사회적, 도덕적 규범이 오늘의 잣대로는 용납되지 않는다는 게 웃기지 않는가, 그럴 바에야 그놈의 규범은 무시해버리는 게 상책일 것이다. 욕정(欲情)이냐, 사랑이냐 묻는다면 나는 사랑이라고 단언한다. 나는 내 사랑을 한 번도 의심한 적 없다. 두 암수의 꾀꼬리가 노니는데 왠 참견이지? 이상한 눈초리는 거두어라. 아야코는 나와 하염없이 걸으며 자신에게 몇 번이나 되물었고 세상에 외쳤다. 그렇게 바짝 붙어서 요시야 서점 8, 9층을 3번이라 오르락내리락했다. 전혀 피곤하지 않았다. 요시야 서점에서 상상도 하기 힘든 아야코와의 운우지정(雲雨之情)의 파장이 육체적 고됨을 상쇄시켰다. 아야코에게서 비로소 인간의 냄새가 났다. 더 자세히 말하자면 여자 냄새가 났다. 뭐라고 설명할 수 없는 여자들만 풍기는 그런 냄새였다. 우리나라 시인이 봄날의 물오른 뭐라고 했는데 그 물오른 뭐라는 여자가 내뿜는 거였다. 그 냄새 때문에 눈 돌아간 늑대가 자물쇠를 물어뜯었지만 절대로 열지 않았다. 나는 욕정을 잠재우기 위해 9층을 아야코와 3번이나 걸었고, 아야코는 합체가 되는 그 순간의 오르가즘(orgasm)을 온몸에 되새김하기 위해 나와 걸었다. 한 번씩 쳐다보는 이글거리는 눈빛을 외면하는 이유는 그 자리서 그녀를 안고 쓰러지고 싶은 걸 자제하기 위함이었다. 저 큰 눈의 눈빛, 사람을 미치게 하는 눈빛, 제발 거둬다오, 감당하기 힘들단다, 아야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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