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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현대물
21세기 무인
작가 : 임준후
작품등록일 : 2016.7.6
21세기 무인 더보기

작품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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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들이 열 배 강해진다면, 나는 백 배 강해질 것이다!"
임한은 더욱 강해지고 있다.
약자를 유린하고 서민을 괴롭히던
조직폭력배와 비리 정치인, 악덕 기업주들은
한 영웅의 출현 앞에 몸을 사릴 수밖에 없다.
이제 악의 세력은 단 한 명의 적,
임한을 상대로 싸움을 벌여야 한다.

 
20 화
작성일 : 16-07-14 15:23     조회 : 481     추천 : 0     분량 : 84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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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한이 차를 세우고 이정민을 데리고 간 곳은 한적한 골목에 위치한 2층 단독주택이었다. 붉은 벽돌집이었는데 서울에서는 보기 드물게 집안에 몇 그루의 나무가 심어져 있었다.

 “여깁니다.”

 “문이 잠겨 있는 것 같은데?”

 “윤정혜의 집은 이곳 반 지하 01홉니다. 반 지하 집이 두 채인데 오른쪽 집입니다. 어제 보니까 낮 시간에는 집이 비었다가 저녁 6시에 다른 거주자들이 들어왔어요. 지금도 이곳은 빈집일 겁니다.”

 한은 방금 전 천리지청술을 펼쳐 이미 주택 안에 사람이 없음을 확인했지만 이정민 형사의 의구심을 풀어주기 위해 설명했다.

 “어떻게 들어가려고?”

 “문 열어드릴 테니까 열리면 들어오시기나 하세요.”

 한은 이정민에게 웃어 보이고 담을 따라 걸었다. 이정민이 시야에서 보이지 않는 지점에서 주변을 훑어보던 그의 몸이 순간적으로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소요유운보였다.

 이정민은 닫힌 대문이 빼꼼히 열리면서 한이 얼굴을 내밀고 어서 들어오라고 손짓했다. 자신의 후배가 정말 대책 없는 놈이라는 생각이 하며 재빠르게 대문 안으로 뛰어들었다.

 한이 짧은 철사를 이용해 현관열쇠를 땄다. 집 안에 들어온 이정민은 자신을 들여보내고 뒤따라 들어온 한과 함께 집 안을 수색하기 시작했다.

 윤정혜와 최정국이 살고 있는 집은 10평도 채 되어 보이지 않았다. 방은 두 개가 있었지만 부엌이 너무 좁았고 거실은 그저 생색을 내기 위해 만들어 놓은 것 같았다.

 “추적을 할 만한 단서라고는 나오는 게 없는데요. 어제도 느낀 거지만 생필품을 제외하고는 최정국이 이곳에 있었다고 추정할 만한 단서가 없어요. 아주 철저한 놈입니다.”

 한은 한 시간 가깝게 집 안을 뒤졌지만 단서가 될 만한 것을 발견하지 못했다. 한이 이정민을 돌아보았을 때 이정민은 15센티미터 정도 크기의 플라스틱 약통으로 보이는 것을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뭡니까?”

 “최정국은 철저할지 몰라도 여자는 아닌 것 같아. 아무래도 여자가 임신한 모양이다.”

 뜬금없는 임신 얘기에 한이 다시 한 번 이정민을 보았다.

 “예?”

 “이게 뭔지 모르겠어?”

 이정민이 플라스틱 통을 들어 보였다. 꽤 유명한 제약회사에서 나오는 철분제였다. 그것을 광고하는 CF를 가끔 텔레비전에서 본 기억이 났다.

 한의 눈이 빛났다. 역시 경험은 무섭다. 유부남과 총각이란 게 이런 식으로도 차이가 나는구나 하는 생각에 한은 내심 미소를 지었다.

 “철분제가 바닥이 났어. 계속 복용했단 얘기지. 빈혈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특히 여자라면 임신했을 가능성이 커.”

 이정민의 눈이 날카롭게 번뜩이기 시작했다. 작은 눈이 세로로 길게 찢어지자 살벌한 분위기가 연출되었다.

 “집 안을 보면 비운지 며칠 되지 않았어. 옷가지나 냉장고에 들어 있는 음식들을 보면 멀리 간 것도 아니고, 이 집을 완전히 떠난 것도 아냐. 이게 뭘 의미하는지 알겠어?”

 한은 이정민의 말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와 최정국이 갑자기 집을 떠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떠오른 것이다.

 

 

 한은 이정민과 함께 점심을 먹고 있었다. 아침의 그 식당이었다. 계획을 세우고 수원에서 기다리고 있던 장문석과 김철웅에게 행동방향을 알려주었다. 꽤 바쁘게 지나간 오전이었다.

 식사를 마친 둘은 하루에 두 번씩이나 들러준 손님이라고 주인이 나름대로 신경 써서 가져다 준 커피를 마셨다. 헤이즐넛이었다.

 “이 커피, 해장국집에 어울리지 않는 것 같은데. 그래도 맛은 괜찮은 걸. 뒤져 봐야겠지?”

 이정민이 자신을 보고 짓는 웃음의 의미를 아는 한의 얼굴이 찡그려졌다.

 “하지만 해운대에서 바늘 찾는 식이 될 공산이 큽니다.”

 “너 그런 거 잘하잖아!”

 “하긴, 형님이 숨겨 둔 작은 형수 찾는 것보다는 쉽겠죠. 하하하!”

 “이 자식이! 여기서 왜 있지도 않은 작은 형수가 나와!”

 이정민이 크게 소리치자 식당 안에서 식사를 하던 사람들이 놀라서 그들을 쳐다보았다. 이정민은 멋쩍은 표정으로 손님들을 향해 가볍게 고개를 숙여 보이고 자신보다 15센티미터는 큰 임한의 귓불을 쥐어 잡고 식당을 나섰다. 계산은 당연히 고참 몫이다.

 

 

 수원 동부경찰서 형사계는 모든 반들이 하나의 사무실을 사용한다. 서울에 있는 경찰서들은 강력반마다 각자의 사무실이 거의 따로 있지만 지방의 경찰서 중에 그런 사무실 구조를 갖고 있는 곳은 드물다. 대낮의 형사계는 그리 시끄럽지 않다. 대부분의 형사들이 밖에서 일하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형사들이 범인을 검거하는 것이 거의 밤중에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고 파출소에서 데리고 온 폭력사건을 처리하는 것도 거의 밤에 이루어진다.

 하지만 오늘 형사계 사무실은 10시가 넘었는데도 시끌벅적했다. 조회도 끝나고 밖으로 활동 나갈 강력반과 폭력반의 외근 형사들이 모두 형사계 안에 있었던 것이다.

 “저 자식들이야?”

 김동준 형사는 쓸어 넘길 머리카락도 없는 짧게 깎은 머리를 손바닥으로 쓸며 이정민의 어깨를 쳤다.

 그의 눈에는 호기심이 가득했다. 형사계 대기실의 한쪽에 수갑을 찬 채 고개를 숙이고 있는 두 사내가 있었다. 이동한과 최정국이다.

 이동한은 평택 엑시드모텔에서 머물고 있다가 그곳을 급습한 장문석, 김철웅 형사와 지원받은 형사 2명에게 모텔 안에서 긴급 체포되었다. 창문을 통해 도주하려다 김철웅 형사가 한 번 패대기질을 쳤다고 했는데, 그래서인지 이마에 혹이 하나 붙어 있었다.

 수갑을 차지 않은 손으로 이마에 난 혹을 어루만지고 있는 이동한의 옆에는 170센티미터도 채 안 되는 체격의 사내가 역시 수갑을 차고 있었다. 최정국이다.

 그는 서울 변두리의 작은 산부인과에서 한과 이정민에게 검거되었다. 이틀 동안의 쉼 없는 추적은 그렇게 끝났다.

 한과 이정민이 최정국을 찾았을 때 그는 윤정혜와 함께 병실에 있었다. 아이를 낳은 지 이틀이 지났다고 했다. 윤정혜는 지금 형사계 철문 밖에 마련된 휴게실에서 기다리고 있는 중이었다.

 자연분만을 해서 제왕절개보다는 회복속도가 빠르다고 하더라도 아직 움직이기에는 일렀지만 그녀는 고집스러웠다. 돌아가 몸조리를 하고 나중에 찾아오라는 형사들의 숱한 권유에도 불구하고 아직 이곳에 있었다. 면회라도 한 번 하고 싶다고 이정민 형사에게 통사정하고 있지만 조사가 끝나기 전에 면회가 가능한 사람은 변호사밖에 없다.

 그녀의 처지는 금방 서 내에 소문이 나서 아이가 있는 여경들이 음료수를 사다주기도 하고 위로의 말을 건네기도 했다. 하지만 형사계로 들어와 최정국과의 면회를 부탁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녀의 사정은 딱했지만 일은 일인 것이다.

 조사가 끝나고 유치장으로 옮겨진 후에야 일반인의 면회가 가능하다. 윤정혜의 눈물에 마음이 약해진 이정민이었지만 면회를 허락할 수는 없다. 아직 장물을 찾지 못했다. 저 여자도 공범일 수 있는 것이다.

 최정국과 윤정혜가 장물에 대해 말을 맞추고 입에 자물쇠를 채워버린다면, 피해자의 손해는 회복할 수 없다. 피해액이 워낙 컸고, 이동한과 최정국은 무일푼이나 다름없어서 털어도 나올 돈이 없는 것이다.

 “어, 동준이형! 저놈이 이동한이고 저놈이 최정국이야!”

 둘을 차례로 가리키는 이정민 형사의 얼굴에 피곤이 가득했다.

 이정민은 김동준의 2년 후배다.

 이동한과 최정국은 최근 잡은 절도범 중 최대어라고 할 수 있는 자들이었다. 수요일 아침 임 형사와 합류하고 지금까지, 3일 동안 집에 들어가지 못했지만 충분한 보람이 있었다. 이제는 저자들에게서 피해품을 은닉한 장소만 자백 받으면 만사가 오케이였다.

 “피곤해 보이는데! 조사는 어디까지 진행된 거야?”

 김동준은 이정민의 어깨를 안마하듯 주무르며 물었다.

 “조사는 얼추 마무리 됐어. 전에 우리 서 관내에서 발생했던 금은방털이 사건은 자백했고, 타서 관내에서 저지른 것도 세 건을 자백했어. 모두 대상이 금은방이고 아직 미해결된 사건들인데 피해액만 5억 9천이 넘어.”

 “자백만? 증거는?”

 “최정국이 어딘가에 은닉한 것 같아… 아직 찾지는 못했어.”

 “그럼 어떻게 하려고? 그때 수사할 때도 저자들 지문이나 여타의 증거물이 전혀 없어서 뺑이 쳤잖아!”

 “형도 참! 별 걱정을 다 하우. 우리가 뭔가 들이밀었으니까 자백하지. 쟤들이 경력 몇 년찬데 그냥 불었겠수!”

 “뭘 들이밀었는데?”

 김동준의 눈이 호기심으로 반짝였다.

 “병실에 있던 최정국이 애인 윤정혜의 몸에서 반지와 목걸이, 팔찌 1개씩을 찾아냈는데, 그게 미림보석상에서 털린 물건이 맞더구만. 주인한테 확인한 사실이야. 비싼 물건이 아니고 흔한 것들이라 그걸 알아볼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는 걸! 그걸 들이미니까 쟤들이 그제야 불기 시작하더라고.”

 “그것들이 미림 것인 줄 어떻게 알았어?”

 “미림은 진품은 자기만의 표식을 물건 뒷면에 아주 작게 표시를 해놔. 그걸로 확인한 거야. 워낙 큰 보석상이니까 그런 것도 하는 모양이더라고. 쟤들이 그건 신경 쓰지 못한 거지.”

 “상당하군. 고생 많이 했어.”

 “고생은 임 형사가 다 했지 뭐. 우리야 임 형사가 다 수사해 놓은 걸 잡기만 한 건데….”

 말꼬리를 흐리던 이정민은 화제를 바꿨다.

 “형네도 한 건했다면서?”

 “도둑놈 하나 잡긴 했는데… 피라미야. 그놈 잡느라고 나도 보름 넘게 헤맸는데, 재수가 없어서 저 자식들하고 겹치는 바람에 날 샜다. 반장님이 그러시는데 아침조회 때 온통 4반 얘기만 했대. 우리가 잡은 도둑놈은 말도 꺼내지 못했다더라. 불쌍한 우리 반장님!”

 씩씩거리며 이동한과 최정국을 보는 김동준의 모습에 이정민이 미안한 듯 고개를 돌렸다.

 “미안하게 왜 그래, 형! 내가 커피 한잔 살게! 다음에는 안 겹치게 잘 잡을 테니까. 열 받지 말라고!”

 이정민은 말을 하면서도 자신의 말이 스스로 우스워 피식 웃었다. 강력반 형사가 잡아야 할 범죄자가 있는데 길일을 받아가며 잡는다는 건 말이 안 되는 것이다.

 “임 형사! 커피 한잔 마시자!”

 이정민이 최정국과 이동한의 구속관련 서류들을 정리하고 있던 한을 향해 소리쳤다.

 “예, 형님!”

 대답을 하며 일어서는 한을 본 김동준이 이상하다는 듯 이정민을 보며 말했다.

 “왜 임 형사를 시켜? 나가서 마시면 되지!”

 김동준이 나가자며 이정민의 팔뚝을 잡자 이정민이 손을 내저었다.

 “형! 안 돼! 나 못 나가!”

 이정민이 실색을 하자 김동준은 어리둥절해졌다.

 “왜?”

 “최정국 애인이 밖에 있어. 아까 깜박 잊고 나갔다가 형사계 앞이 울음바다가 됐었다고. 2층 상황실장님까지 쫓아 내려왔단 말이야. 나 못 나가!”

 사정을 알게 된 김동준의 입가에 쓴웃음이 번졌다. 이정민을 이해한 것이다.

 “이 직업도 가끔은 사람이 할 짓이 못 된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

 한은 김동준의 중얼거림을 들으며 검찰청으로 보낼 서류를 바쁘게 작성하고 있는 장문석과 김철웅에게도 한잔 뽑아 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의 짬밥으로는 아직 서류를 만질 수 없다. 구속서류를 작성할 정도가 되려면 최소한 1년 이상 적어도 2년은 형사생활을 해야 하는 것이 불문율이다.

 한의 범인 검거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그의 형사경력은 이제 7개월 정도에 불과하다.

 그는 형사계 내에서 불과 몇 개월 만에 누구에게나 그 능력을 인정받고 있었지만 형사로서는 아직 이마에 젖내도 가시지 않은 신출내기인 것이다. 제대로 자신의 몫을 다하는 형사 소리를 들으려면 3년은 채워야 했다. 아직도 그에게는 가야 할 길이 멀다.

 구속서류는 용의자를 검거 후 36시간 이내에 검찰청에 도착해야 했다. 법이 그렇다. 그래서 형사들은 범인을 검거하게 되면 당연히 집에 들어가지 못한다. 36시간 안에 범인으로부터 자백을 받고 그것을 증명할 수 있는 물증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서 검찰청으로 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이동한과 최정국이 검거된 지 이제 13시간이 지났다.

 

 

 그는 결재판을 들고 형사계 문 앞에 민원인이 대기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휴게실로 들어갔다. 자판기는 그곳에 설치되어 있었다. 그리고 윤정혜도 그곳에 있었다.

 그녀는 눈을 감고 소파에 비스듬히 기대어 있었다. 난산이었다고 들었다. 그녀는 헐렁한 임부복을 걸치고 있었고, 흐트러진 머리카락이 아무렇게나 어깨를 덮고 있었다.

 지쳐 잠이 든 모습이었다. 이제 핏덩이인 아이를 친정엄마에게 맡기고 부랴부랴 병원을 나섰다고 했다.

 그녀를 바라보는 한의 눈에 씁쓸한 빛이 떠올랐다. 김동준 형사의 중얼거림이 가슴에 와 닿았다. 하지만 흔들릴 수는 없는 일이다.

 그는 자판기에서 커피 여섯 잔을 뺐다. 결재판에 올려진 커피를 들고 형사계 사무실로 들어가며 한은 다시 한 번 윤정혜를 돌아보았다.

 앞으로 최정국이 사회로 복귀할 몇 년 동안 그녀의 고생이 눈에 선했다. 최정국이 출소해서 마음을 다잡고 정상적인 사회인이 되어 있기를 바랄 수밖에 없었다.

 

 

 최정국의 오른 손목과 의자 다리를 수갑으로 연결시킨 채 김철웅은 최정국과 마주 앉아 있었다. 그는 고개를 숙이고 있는 최정국을 쏘아보고 있었다. 부아가 치밀었기 때문이다.

 “최정국! 이제 그만 말할 때도 되지 않았나? 물건 어디에 숨겼어?”

 김 형사는 벌써 여섯 시간째 최정국과 씨름을 하고 있었다. 이 자식도 정말 독종이라는 생각을 하며 김철웅은 목소리를 낮췄다.

 이미 구속서류는 한 시간 전 외근 당직반편에 검찰청으로 보냈다. 이제 이동한과 최정국을 경찰서에 데리고 있을 시간은 검거한 어젯밤부터 계산해서 열흘이 남았다.

 점심을 먹고 잠시 쉰 뒤 시작한 최정국과의 씨름이 저녁을 먹고 난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었다. 가능한 오늘 중으로 물건의 은닉장소를 파악하고 주말을 푹 쉬고 나서, 두 사람을 검찰청으로 송치시키기 전까지 피해품을 확보하려고 했던 계획에 차질이 생길 기미가 보였다.

 윤정혜가 가지고 있던 소지품 중 훔친 물건이 나오자, 순순히 자백을 했던 최정국이 물건의 은닉장소에 대해서는 조가비처럼 입을 꼭 다문 채 열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최정국! 네가 얘기하지 않는다고 네 죄가 가벼워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지 않나? 도대체 학교(교도소)에서 뭘 배운 거야, 그동안의 경험들이 다 어디로 갔어! 이미 자백도 다 받았고 일부이긴 하지만 물증도 확보됐어. 네가 말하지 않는다고 해도 너와 이동한을 교도소로 보내는 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 네가 말하지 않으면 네 죄가 더 무거워지기만 한다는 걸 왜 몰라!”

 김철웅의 마지막 말은 결국 고함이 되었다. 밤을 새며 조사를 받은 최정국의 피곤에 절은 얼굴에 일말의 변화도 없었던 것이다. 옆에 있던 한이 나섰다.

 “김 형사님! 제가 최정국과 얘기 좀 해보겠습니다. 시간 좀 주실래요?”

 그의 말에 열 받아 씩씩대던 김철웅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네가 한번 얘기해 봐라. 이 자식 정말 벽창호다, 벽창호! 난 밖에 나가서 담배나 한 대 빨고 올게.”

 한은 김철웅이 일어선 의자에 앉았다. 최정국의 눈에 독기가 서렸다. 의자에 앉은 저 무표정하고 무식하게 생긴 인간이 처자식 앞에서 자신을 끌어왔던 것이다. 아직도 그때 도주하려다가 맞은 가슴에 통증이 느껴졌다.

 저자가 병실에 들어설 때 형사인 줄 바로 느낄 수 있었다. 경찰에 쫓긴 경력만 19년인 그였다. 퉁기듯이 일어나 몸을 돌려 문밖으로 뛰쳐나가려고 할 때, 저자의 주먹이 어느 틈엔가 자신의 가슴을 쳤다.

 제대로 보이지도 않는 주먹이었다. 키는 작아도 맷집은 자신했던 자신이 그 일격에 그대로 무너졌다. 그리고 평생 처음이다 싶을 정도의 고통을 느꼈다. 뒤따라 병실로 들어선 키 작은 형사에게 수갑이 채워졌다. 저 인간의 직업이 형사이기 때문이라는 것을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가슴으로는 이해할 수 없었다.

 눈빛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었다면 자신은 이미 최정국에게 살해당했을 거라고 생각하며, 한은 입을 열었다.

 “버틴다고 해결될 상황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 텐데!? 버티는 이유가 뭔지 한번 말해 보겠나?”

 최정국은 여전히 말없이 한을 노려보고만 있었다.

 한은 말로는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최정국이 자신에 대해 가지고 있는 감정이 문제가 아니었다. 문제는 최정국이 아버지가 된 것이다.

 그가 이번에 교도소에 가게 되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의 상습절도가 된다. 이 법만으로도 형이 가중되는데, 그와 이동한이 훔친 피해품의 액수가 거의 6억에 달한다.

 저들이 돈이 있어 일류 변호사를 산다고 하여도 최소 3년 이상은 교도소 생활이 예약된 것이다.

 한은 최정국의 생각을 알 수 있었다.

 저자는 몇 년 더 살고 나오는 한이 있더라도 물건의 은닉처는 불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출소한 후 물건을 처분해서 윤정혜와 자식을 먹여 살리려는 것이다. 물론 최정국의 기분을 어느 정도는 이해했다. 하지만 그가 열쇠와 금고에 대한 전문적인 기술을 가지고도 정상적으로 살 생각을 하지 않고 일확천금을 노리는 것에는 동의할 수가 없었다. 그 행태에 동의한다면 그는 형사가 아닌 것이다.

 한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 음성에 절대한 기세가 실리기 시작했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결코 견뎌낼 수 없는 기세, 천단무상진기가 한의 음성에 실려 최정국의 심령에 쏟아졌다. 최정국의 독기에 찼던 얼굴이 파리하게 질려가기 시작했다.

 형사계 내에 있는 다른 형사들이 한과 최정국을 가끔 쳐다보았지만 그들 사이에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아는 사람은 없었다.

 천단무상진기의 힘은 최정국에게 선택적으로 집중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최정국이 검거된 지 23시간이 지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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