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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현대물
21세기 무인
작가 : 임준후
작품등록일 : 2016.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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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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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들이 열 배 강해진다면, 나는 백 배 강해질 것이다!"
임한은 더욱 강해지고 있다.
약자를 유린하고 서민을 괴롭히던
조직폭력배와 비리 정치인, 악덕 기업주들은
한 영웅의 출현 앞에 몸을 사릴 수밖에 없다.
이제 악의 세력은 단 한 명의 적,
임한을 상대로 싸움을 벌여야 한다.

 
19 화
작성일 : 16-07-14 15:23     조회 : 531     추천 : 0     분량 : 8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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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2장 절도범

 

 

 

 

 한이 코란도를 세운 곳은 평택역 부근의 모텔 주차장이었다.

 ‘하이랜드’라는 싸구려 네온간판이 빨갛고 노란빛을 연신 번뜩이며 손님을 끌려고 안간힘을 다하고 있었다. 하지만 어둠 속에서도 선명하게 보일 만큼 먼지가 잔뜩 낀 벽면들이 이곳의 영업상황을 알 만하게 하는 곳이었다.

 그가 코란도를 주차장에 세우고 차에서 내리자 후문 출입구 밑의 어둠 속에서 누군가가 빠르게 걸어 나와 허리를 꾸벅 숙이며 인사했다.

 “오셨습니까! 형님.”

 한에게 인사를 하는 자는 170센티미터 정도의 키에 눈이 작고 하관이 쭉 빠져서 약삭빠르다는 인상을 주는 20대 초반의 사내였다. 눈동자가 이리저리 구르는 모습이 잔머리를 꽤나 굴릴 것 같은 인상이었다. 하지만 그가 한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외경심이 담겨 있었다.

 그의 눈빛에 담긴 외경의 기운에는 이유가 있었다. 단순히 한이 형사이기 때문이 아니었다.

 그는 한의 인간 같지 않은 싸움 솜씨를 지켜보았던 몇 안 되는 사람 중 하나였다.

 석준파의 핵심이랄 수 있는 열일곱 명이 한자리에 모여 있다가 한에게 박살이 나게 된 결정적인 이유를 제공한 것도 그였다.

 그가 석준파 조직원 김철에게 빌린 삼천만 원을 떼어먹고 반년 넘게 도망 다니다가 군포에서 잡혀와 린치를 당하는 현장을 한이 덮쳤던 것이다.

 그때 그는 한계를 무시하는 한의 능력을 보았고, 자신의 생명의 은인이랄 수 있는 한의 부탁이라면 죽는 시늉까지 하는 사람이 되었다.

 그의 뇌리 속에는 당시 폭풍처럼 사방을 쓸어가던 한의 신위라고 표현할 만한 모습이 사진처럼 박혀 있었다. 경외심을 느낄 수밖에 없는 장면이었다.

 “그래, 고생했다. 저 모텔이냐?”

 한이 주차장에 드리워진 천막 아래로 보이는 맞은편의 3층짜리 모텔을 가리키며 묻자, 조영구의 고개가 끄덕였다.

 “예, 저깁니다.”

 “그래! 몇 호실인지 확인은 되었고?”

 “그 자식이 들어간 다음 2층 2번째 방의 불이 켜졌습니다. 거길 겁니다, 형님.”

 조영구의 속삭이는 듯한 대답에 고개를 끄덕이던 한은 팔짱을 꼈다. 조심스럽게 그런 한을 곁눈질하며 조영구는 한의 목표가 된 자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2개월 전 한에게 생명의 구함을 받은 후 그의 수족처럼 움직이고 있는 조영구는, 짧은 기간 동안 한의 부탁으로 미행을 하다가 검거한 범인이 3건에 9명이나 된다. 이번이 네 번째이다.

 무슨 용빼는 재주가 있는지 한은 목표로 한 용의자들이 움직이는 경로를 명확하게 파악하고 있었고, 자신은 그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다 보면 어느 틈엔가 그 용의자들이 수갑을 차고 끌려가는 현장을 구경하게 되고는 했다.

 “너는 들어가서 눈 좀 붙여라, 선욱이도 쉬게 하고!”

 한의 급작스러운 말에 말없이 생각에 잠겨있던 조영구는 화들짝 놀랐다.

 “예? 아닙니다, 형님. 괜찮습니다.”

 “쉬어라! 별로 보태주지도 못하는 형편인데 날 너무 미안하게 만들지 마라!”

 담담한 음성이지만 거역하기 어려운 느낌은 받은 조영구는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알겠습니다, 형님. 죄송합니다. 잠깐 눈 좀 붙이겠습니다.”

 “괜찮다.”

 

 

 한은 조영구를 모텔 안으로 들여보내고 주차장 입구를 절반 이상 막고 있는 천막커튼의 그늘로 이동해 주변을 다시 확인했다.

 인적이 끊긴 거리는 조용했다. 모텔들이 밀집해 있는 골목이다. 50여 미터 떨어진 인도에서 작은 가로수 줄기를 붙들고 토하고 있는 취객만이 보였다.

 한은 ‘엑시드’라는 네온간판이 번쩍이는 맞은편 모텔을 살펴보았다. 네모반듯한 정사각형의 건물인데 날씨가 서늘해서인지 창문들은 모두 닫혀 있었다. 하이랜드만큼이나 낡은 건물이었다.

 한의 눈에 맑은 광채가 어리기 시작했다. 절세의 무상신안결이 운용되는 것이다.

 천막커튼 사이로 보이는 엑시드모텔의 2층 벽이 흐릿해지며 조영구가 말한 방의 내부를 드러냈다. 한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방 안에는 열풍이 몰아치고 있었다. 여인의 긴 머리카락은 침상 위에 널브러져 있고, 별다른 특징이 없는 벌거벗은 등을 드러내고 남자는 거칠게 허리를 움직이고 있었다.

 침상 아래에 이불과 옷가지들이 이리저리 흐트러져 있었다. 남자의 거친 호흡이 한의 귓전을 간지럽혔다.

 한은 천천히 팔짱을 풀며 입맛을 다셨다. 자신이 마치 관음증 환자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던 것이다.

 ‘도둑놈은 도망 다니면서도 있는 대로 기분 내고, 형사는 새벽에 잠도 못 자고 도둑놈을 지켜본다… 뭔가 불공평하다는 느낌이 드는군!’

 그는 속으로 씁쓸하게 웃었지만 저 도둑놈도 그렇게 좋은 여자를 만나 기분 내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위에서 용을 쓰고 있는 남자를 별 감흥 없는 눈으로 멀뚱멀뚱 쳐다보며 껌을 씹고 있는 여자가 남자를 사랑하고 있다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그녀가 어떤 직업인지는 굳이 추측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이곳에서 300미터만 가면 전국적인 지명도를 갖고 있는 평택의 텍사스촌이 있다. 저 예쁘장한 얼굴에 화장을 진하게 하고 약간은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자신의 몸을 남자에게 맡기고 있는 여자는 아마도 그곳에서 온 여자일 것이다. 가격이 6만원이던가.

 무상신안결을 거둔 한은 그 자리에서 기다리기 시작했다.

 30여분 정도 지났을 때 화장을 진하게 한 아가씨 한 명이 엑시드모텔을 나서는 것이 보였다. 조금 전에 본 그 아가씨였다. 여자의 모습이 골목길을 꺾어 사라졌다.

 한은 지켜보던 방 안에서 고르게 잠이 든 숨소리가 들리자 움직였다. 한의 몸이 6~7미터 떨어진 맞은편의 엑시드모텔 출입구 앞에 환상처럼 나타났다. 땅에서 솟아나는 듯한 신기였다. 절세의 암향부동신법이었다.

 엑시드모텔의 출입구가 소리 없이 열렸다가 닫혔다. 문이 열리면 저절로 울리게 되어 있는 경고음은 들리지 않았다.

 한이 출입구를 통과하며 미약하게 뿜어낸 천단무상진기가 경고음을 내게 되어 있는 소형의 종을 채찍처럼 휘어 감고 있었다.

 10센티미터 크기의 종이 무슨 힘이 있다고 무상의 진기를 뿌리치겠는가. 당연한 침묵이었다.

 출입구 옆에 붙어 있는 방에서는 50대 초중반으로 보이는 여자가 쪼그리고 잠들어 있는 모습이 보였다. 피곤할 시간이었다. 주인이 잠들어 있지 않으면 일부러라도 재워야 했을 그의 일이 조금 덜어졌다.

 그는 오른손 검지를 주인 여자의 몸으로 향했다. 그의 손가락 끝에서 일어난 소리 없는 바람이 그녀의 수혈을 집었다. 초현(初現)되는 일선지력이었다.

 그는 방과 복도 사이에 서로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트여진 곳으로 손을 집어넣어 벽면에 걸려 있는 202호 열쇠를 꺼냈다.

 그는 조용히 2층으로 올라갔다. 분명히 발은 바닥에 닿고 있었으나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 기이한 보행이었다.

 풀잎을 밟고 질주해도 풀잎이 구부러지지 않는다는 신법, 초상비의 경공이 낡은 모텔 안에서 발휘되고 있는 것이다.

 밖에서 바라보았던 방의 출입문 앞에 서자 202호라고 금박을 한 아크릴로 붙여진 방 번호가 보였다.

 방 안에서는 여전히 고른 숨소리가 난다. 그렇게 힘을 뽑아냈으니 힘들만도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따라 쓸데없는 생각이 많다. 김석준의 발경에 충격을 받았나? 또 쓸데없는 생각을 하며 그는 202호의 출입문을 열쇠로 열고 들어갔다. 소리 없이 문이 열렸다.

 방 안의 광경은 신안결로 보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달라진 것이라면 침상 위에서 잠을 자고 있는 남자가 아까는 바닥에 떨어져 있던 이불을 덮고 있는 정도였다.

 난방은 잘 되는 방이었다. 따뜻했다.

 한은 침상 옆에 섰다. 벌거벗은 가슴까지 이불을 끌어올려 덮고 있는 남자가 바로 이동한이었다. 이번 주 한의 목표인 2인조 절도범 중의 한 명이다.

 끈질긴 수사를 통해 대략적인 이동한의 소재를 파악할 수 있었던 한은 6일 전 조영구를 시켜 그를 추적케 했다. 자신은 김주혁을 추적하느라 몸을 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조영구가 이동한을 발견한 것은 이틀 전이다. 여하튼 사진을 통해서 인상착의는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보기는 처음이다.

 그는 형사라는 직업을 떠나 이동한에게 인간적인 동정심이 일어나는 것을 느꼈다.

 이동한의 전과기록을 보면 그가 최초로 남의 물건에 손을 댄 것은 13세 때였다. 그때부터 그와 경찰의 악연이 시작되었다.

 그의 나이는 이제 서른 둘이다. 하지만 절도 전과 12범에 실형전력만 7년이다. 청춘의 대부분을 교도소에서 보낸 자였다. 그리고 이제 다시 그곳으로 가게 될 것이다.

 직업을 바꾸지 않는 한 그의 삶은 계속 반복될 것이다. 그의 직업은 도둑이니까.

 동정심은 동정심이고 일은 일이다.

 그의 인생이 아무리 불쌍해도 그가 한 행위는 범죄이고 범죄에는 당연히 피해자가 있다. 피해자들을 생각하면 그의 행위에 동정의 여지는 없는 것이다.

 잠시 감상에 젖었던 한의 마음이 다시 돌처럼 굳어졌다. 이동한에게 알아내야 할 것이 있었다. 이동한은 독고다이(혼자라는 뜻의 은어)가 아니다. 반드시 파트너와 함께 움직이는 자인 것이다.

 “이동한!”

 무심해서 음산하기까지 한 한의 음성이 허름한 여관방 안을 울리자 이동한은 순간적으로 소름이 끼치며 눈을 떴다.

 “누구?”

 눈을 뜸과 동시에 벌떡 상체를 일으키던 그의 동작이 멈췄다. 그의 눈앞에 벽록색의 바다가 펼쳐지고 있었다. 무시무시한 바다였다. 그리고 그의 의식이 끊어졌다.

 “1999년 11월 10일 새벽 2시경에 수원에 있는 미림보석상에서 보석들을 훔친 사실이 있나?”

 “예, 있습니다.”

 “함께 있었던 자는 누구냐?”

 “최정국입니다.”

 “최정국?”

 “최정국과는 어떤 관계냐?”

 “학교(교도소)에서 알게 된 빵 동기입니다.”

 “훔친 물건들은 어떻게 했지?”

 “구찌가 커서 아직 장물아비가 돈을 마련하지 못했습니다. 보관하고 있습니다.”

 “어디에?”

 “최정국이 보관하고 있습니다.”

 한은 자신의 질문에 아무런 망설임 없이 대답을 하고 있는 이동한을 보았다.

 맨 정신이었다면 끝까지 오리발을 내밀었을 것이고 설사 범행사실을 자백한다고 해도 물건을 찾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숨긴 곳을 불지 않는다면 찾을 방법도 없다.

 몇 년 살고 나온 후에 물건을 판다면 그동안의 고생은 충분히 보상된다고 생각하고도 남을 놈이었다. 훔친 물건의 액수가 3억이 넘었다. 사건이 발생했을 때 5개 강력반과 1개 폭력반 40여 명의 형사가 모조리 비상소집 되었던 대형사건이었다.

 “최정국은 지금 어디에 있나?”

 “1년 동안은 잠수타고 곰(경찰을 뜻하는 은어)들이 잠잠해질 때까지 서로 떨어져 있기로 했습니다. 한 명이 잡혀도 다른 사람은 안전하도록 서로 행방을 알려주지 않기로 했기 때문에 잘 모릅니다.”

 한의 얼굴에 조금 난감한 기색이 떠올랐다. 이런 대답은 예상하지 못했다.

 “그가 몸을 숨기고 있을 만한 곳으로 예상되는 곳은 있나?”

 “예, 있습니다.”

 “어디냐?”

 한의 무표정했던 얼굴에 표정이 떠올랐다. 안도의 기색이었다.

 “서울 구파발에 정국이의 애인이 있습니다. 정국이는 일이 끝나면 그곳으로 갑니다.”

 “너는 그 사실을 어떻게 아느냐?”

 “정국이는 제가 모를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전에 정국이가 화장실 갔을 때 걔 핸드폰을 제가 받았는데 그 여자였습니다. 그때 얘기를 들었습니다.”

 “여자 이름을 아나?”

 “윤정혜입니다.”

 “다른 곳으로 이동하게 될 경우에는 수원 동부경찰서에 공중전화로 전화해서 임한 형사에게 메시지를 남겨라. 이름은 필요 없다.”

 한은 이동한을 다시 잠재운 후 202호를 나섰다. 주인 여자는 좀 전에 본 그 자세 그대로였다. 한은 열쇠를 제자리에 돌려놓은 후 들어설 때와 마찬가지의 방법으로 엑시드모텔을 나섰다.

 이동한은 다른 경찰서 관내에서 발생한 여러 절도사건의 용의자로 추적을 당하고 있었다.

 그들이 노숙자 명의로 개통한 이동한의 핸드폰 통화내역을 뽑았을 때, 그 내역서에 자신의 핸드폰 번호가 나온다면 오해받기 딱 좋을 일이다. 그래서 이동한에게 공중전화를 이용하도록 했던 것이다.

 한은 하이랜드모텔 주차장에 주차되어 있는 코란도에 탔다. 형식적이기는 했지만 조영구가 잠에서 깰 때까지 3시간 정도는 이곳에서 머물 필요가 있었다. 조영구나 김선욱의 체력은 그와는 다른 것이다.

 그는 애마의 시트에 편안하게 등을 기댔다.

 

 

 이정민은 가볍게 얼굴을 찡그렸다.

 그들이 있는 곳은 서울 강북에 있는 구파발역 부근의 해장국집이었다. 아침이었는데도 손님이 꽤 있었다. 무작위로 가까운 식당을 고른 것이었는데 음식이 깔끔했다.

 새벽에 한의 연락을 받고 서울까지 전철로 올라온 이정민은 숟가락을 놓으며 트림을 했다.

 “임 형사, 너 사우나부터 다녀와야겠다. 꼴이 그게 뭐냐?”

 “하하! 형님은 왜 아침부터 시비세요? 제가 어디가 어때서요?”

 한의 대답을 들은 이정민은 얼굴을 더 찡그렸다.

 “너 도대체 이틀 동안 뭐 하고 다녔기에 몰골이 그 모양이냐! 옷을 갈아입기는 한 거냐? 지금 네가 입고 있는 옷은 월요일 아침에 본 옷이잖아!”

 “형님도 참, 아침에 나오시면서 형수님하고 싸우셨어요? 왜 남의 옷가지고 그러세요!”

 한은 투덜거리는 이정민에게 손사래를 쳤다.

 이정민이 투덜거릴 만했다. 그는 이동한으로부터 최정국이 머물고 있을 것으로 추측되는 곳을 파악한 후 그 날 아침 조영구에게 이동한의 감시를 맡기고 바로 서울로 올라왔다. 최정국의 애인인 윤정혜를 찾는 데 꼬박 하루를 쓰고 이정민에게 연락을 한 것이다. 씻을 시간이 없었다.

 강력반 형사치고 이정민은 무척 깔끔한 걸 좋아하는 편이다. 대부분의 형사들이 여러 날 날을 새며 사건을 추적할 때는 크게 몸에 신경을 쓰지 않는데, 이정민은 무슨 일이 있어도 하루에 한 번은 속옷을 갈아입는다.

 깔끔하게 하고 다니는 게 티가 잘 안 나서 그렇지, 이제는 친숙해진 한이 그렇게 속옷을 갈아입는 이정민을 볼 때마다 작은 형수 있는 거냐고 놀리곤 할 정도였다.

 “말해 봐!”

 이정민의 눈이 반짝였다.

 “이동한은 평택에 있어요. 모텔을 전전하고 있는데 이번 주에는 그곳에 있을 것 같습니다. 하이랜드라고 평택역 근처에 있는 B급 모텔이에요. 그놈을 잡는 건 그렇게 어렵지 않습니다. 하지만 지금 잡을 수는 없어요. 이동한이 잡히면 최정국이 튈 테니까요.”

 이정민은 이동한의 공범인 최정국에 대해서 오늘 아침에 처음 들었다. 김철웅 형사에게 연락해서 전과를 뽑아보라고 했더니 역시 직업이 도둑놈이라는 것을 말해주듯 절도전과만 A4용지 3장 분량이 프린트에서 쏟아졌다.

 “최정국이는?”

 “이곳에 있는 것 같습니다.”

 한이 애매모호하게 대답하며 식탁 위에 놓인 물을 한 모금 마셨다.

 “있는 것 같다고? 그게 무슨 소리야?”

 “최정국에게 윤정혜라고 애인이 있어요. 스물 여섯 살 먹은 아가씬데, 여기서 차로 5분 정도 거리에 천만 원짜리 전세를 삽니다.”

 “그 여자가 최정국이 여잔지 확인했냐?”

 “사진을 봤습니다. 최정국과 함께 찍은 사진이 집 안에 한 장 있더군요. 좀 오래되긴 했지만 의심할 여지가 없습니다.”

 “집에 들어가 본 거냐?”

 “예, 최정국 흉내 좀 냈습니다.”

 한이 웃으며 말하자 이정민도 웃었다. 하지만 그는 한의 말에 무언가 미진한 느낌이 남는 것을 느꼈다. 함께 생활한 7개월 동안 임 형사는 이렇게 길게 설명한 적이 없었다.

 “근데?”

 “여자가 안 보입니다.”

 한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이정민에게 대답했다.

 이정민의 얼굴이 다시 찡그려졌다. 작은 눈이 세모꼴로 찢어졌다. 독사눈이다.

 “안 보여? 네가 소문내며 수사했을 리는 없고 왜 안 보여?”

 “이제부터 그걸 알아봐야 합니다. 그녀의 소재를 알아야 최정국이 있는 곳을 알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형님에게 연락드린 거구요.”

 이정민은 식당 창문 밖을 바라보았다.

 대부분이 출근하는 사람들이라 남녀 모두 정장을 입은 사람들이 많았다. 바쁘게 구파발역 쪽을 향해 걸어가는 사람들을 보던 그의 시선이 다시 한에게 꽂혔다.

 “그녀가 어디로 갔는지 추측되는 곳은 있나?”

 “아직은 없습니다. 그래서 형님과 같이 그녀의 집을 수색해보고 싶어요.”

 “압수수색 영장도 없이?”

 “이번 주말에 쉬시고 싶지 않으신가 보죠?”

 이정민은 한의 유혹에 넘어갔다. 이동한과 최정국을 잡을 수 있다면 주말에는 반 전체가 당당하게 쉴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는 이동한과 최정국을 꼭 잡고 싶었다.

 몇 개월 전 아무런 단서도 없이 한 달 가량의 시간을 그놈들을 추적하는 데 보냈다. 현장에서 보았던 피해자의 망연자실한 표정이 떠올랐다. 그때 손에 쥔 아무런 정보도 없이 맨땅에 헤딩하는 기분으로 그들을 추적하며 것을 생각하면 아직도 이마에 핏대가 선다.

 “어디냐?”

 “가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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