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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현대물
21세기 무인
작가 : 임준후
작품등록일 : 2016.7.6
21세기 무인 더보기

작품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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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들이 열 배 강해진다면, 나는 백 배 강해질 것이다!"
임한은 더욱 강해지고 있다.
약자를 유린하고 서민을 괴롭히던
조직폭력배와 비리 정치인, 악덕 기업주들은
한 영웅의 출현 앞에 몸을 사릴 수밖에 없다.
이제 악의 세력은 단 한 명의 적,
임한을 상대로 싸움을 벌여야 한다.

 
18 화
작성일 : 16-07-14 15:23     조회 : 674     추천 : 0     분량 : 98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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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은 자신에게 칼을 들이대는 자들을 곱게 보내줄 만큼 마음이 넓은 남자가 아니다. 그의 능력이 아무리 저들과 차원을 달리한다고 하여도 까딱하면 한순간 이승을 하직할 수 있는 상황에서 상대에 대한 동정은 우스운 것이다. 그래서 그들의 운명이 결정되었다.

 한은 자신의 왼쪽 어깨를 찔러오는 자의 손목과 팔꿈치를 단숨에 잡아 꺾었다. 추호의 망설임도 없었다.

 “뻐걱!”

 “으악!”

 팔꿈치와 손목이 반대방향으로 꺾이며 부러진 뼈가 근육을 뚫고 튀어나왔다. 손에 쥔 칼이 흘러내리는 사내의 가슴을 쳐서 밀어내며 한은 옆으로 반보 이동했다. 그의 등을 노리던 칼이 그의 몸 5센티 정도 떨어진 곳에서 바람소리를 내며 지나갔다. 칼을 든 사내의 몸이 목표를 잃고 앞으로 숙여졌다. 한은 그자의 옆구리를 무릎으로 올려 차며, 그 충격에 고통으로 숙여진 자의 등 위로 올라탔다.

 순간적으로 한의 허리를 노리고 휘두르던 칼의 궤적이 바뀌었다. 한에게 무릎으로 걷어차여 갈비뼈가 부러진 채 숨을 쉬지 못하고 땅으로 속절없이 쓰러져가는 동료의 목덜미에 칼이 파고들 듯 다가들었다. 한은 쓰러지는 자의 등을 밟고 허공으로 50센티미터 뛰어오르며, 자신의 동료에게 칼질을 하려다가 놀라서 칼을 거두고 있는 자의 손목을 밟고 얼굴을 걷어찼다. 한의 창안절기 난엽세와 폭풍세의 초식들이 줄에 꿰인 듯 연이어 펼쳐졌다.

 “퍽!”

 “크억!”

 비명도 제대로 지르지 못하고 뒤로 넘어가는 사내의 코는 얼굴에 파묻힐 정도로 주저앉아 있었고, 핏물로 얼룩진 입에서 이빨이 옥수수처럼 쏟아졌다. 가슴 앞에 칼을 모은 채 한에게 뛰어들던 자가 그 광경을 보고 주춤했다. 하지만 한이 같이 주춤해야 할 이유는 없다.

 한은 그자의 측면으로 돌아나가며 손목을 틀어쥐고 발로 상대의 무릎을 걷어찼다. 난엽세 중의 회선보와 삼단연환퇴의 일식이 그림처럼 펼쳐졌다. 하지만 일면 우아하고 섬세하기까지 한 그 몸놀림이 만들어낸 장면은 핏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빠각!”

 “끄아악!”

 부러진 무릎 뼈가 바지를 뚫고 나오며 섬뜩한 핏물을 뿌렸다. 일행인 배정규의 욕설을 시작으로 상대를 덮친 지 5초도 되지 않아 4명이 병신이 되어 이리저리 쓰러지는 것을 본 윤형진의 얼굴에 핏기가 가셨다. 그는 전권에서 한 걸음 물러나 있는 김석준을 돌아보았다. 다급함과 두려움이 어우러진 얼굴이 시체처럼 창백했다.

 “개새끼야! 넌 왜 안 덤벼?”

 찢어지는 고성에도 김석준의 몸은 미동도 없이 한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전혀 끼어들 의사가 없어 보였다. 한은 무표정한 얼굴로 윤형진에게 다가섰다.

 “으어어어, 임 형사님! 이제 그만합시다. 우리 애들도 많이 다쳤으니 이 정도에서 그만둡시다.”

 윤형진은 필사적인 표정으로 칼을 땅에 던지고 양손을 내저었다. 그는 공포에 질려 있었다. 별명이 철대인, 포커페이스라더니 저승사자가 따로 없었다.

 ‘이런 실력을 가진 놈을 덮치라고 하다니! 도대체 사장님은 어디서 이놈에 대한 정보를 얻으셨길래 이렇게나 실력 차이가 나는 거야, 도대체….’

 그 와중에도 윤형진이 무사히 돌아가게 된다면 이종하에게 정보를 전달한 자를 족칠 궁리를 하며 이를 악물었다.

 “손을 내밀어라!”

 한의 무심한 음성이 골목 안에 낮게 깔렸다. 김석준을 만나며 모처럼 흥이 나던 기분이 이자들 때문에 잡쳤다.

 “왜….”

 윤형진은 한의 의도를 알 수가 없어 주저하며 오른손을 내밀었다. 그는 빨리 이 상황을 정리해야 했다. 비명소리를 들은 누군가가 신고라도 해서 경찰이 출동하기라도 하면 낭패였다. 자신들은 현직 형사를 테러하려 한 것이다. 자신들의 상처가 심하긴 하지만 자신들이 먼저 칼을 들었으니 상대를 물고 들어갈 여지도 없었다. 잡히면 최소한 5년은 학교(교도소)생활을 해야 할 것이다.

 “빠직!”

 “끄으윽….”

 윤형진의 생각은 계속 이어지지 못했다. 멀쩡했던 오른손 중지가 부러진 채 손등에 붙어서 덜렁거리는데, 맨 정신으로 생각을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 리 없었다.

 한이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 고통으로 몸서리를 치고 있는 윤형진을 내려다보고 있을 때 김석준이 한에게 다가왔다. 한은 그런 그를 차가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너도냐?”

 김석준은 간단하게 고개를 저어 자신에게 싸울 뜻이 없음을 나타냈다.

 “아니다, 내가 졌다. 이들을 데리고 갈 수 있게 해다오. 이들은 너를 친 것에 대한 대가를 충분히 받았다. 이들을 교도소에 보낼 생각인가?”

 한은 침울한 표정이었지만 불리함을 알고도 아직 당당함을 잃지 않은 김석준에 대해서 호감이 되살아나는 것을 느꼈다. 어떻게 해서 뒷골목 세계로 빠지게 되었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저 나이에 발경을 할 정도면 재질이나 노력이 범상한 자는 아니었다.

 “데리고 가라.”

 한은 잠시 말을 끊고 자신에게 집중하고 있는 김석준을 보았다.

 “이종하에게 조만간 내가 찾아간다고 전해라. 그 자리에서 너를 보지 않기를 바라마.”

 “어떻게?”

 “윤형진은 이종하의 잘 알려지지 않은 숨겨진 오른팔이지.”

 한의 낮으면서도 굵은 목소리에는 확신이 어려 있었다. 김석준의 얼굴에 체념의 빛이 어렸다. 상대는 이미 상황파악이 끝나 있는 것이다.

 “알겠다.”

 

 

 “삐요삐요~.”

 불과 2분 뒤 순찰차 세 대가 경광등을 번쩍이며 현장에 도착했다. 현장에 도착한 경찰들은 바닥에 점점이 뿌려진 핏자국을 보고 끔찍한 비명소리가 몇 번 들렸다는 신고내용처럼 이곳에서 무슨 일인가가 있었다는 것을 알았지만 아무도 없는 빈 골목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추측할 수는 없었다.

 잠시 후, 현장에 출동한 경찰의 보고를 받고 형사기동대 차량이 도착하여 주변을 수색하였으나 핏자국 외의 아무런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

 

 

 김석준이 윤형진 일행을 추슬러 봉고차에 싣고 사라지는 것을 본 그도 곧 그 자리를 떠났다. 달리는 코란도의 맞은편에서 순찰차 세 대가 경광등을 켜고 사이렌을 울린 채 급박하게 달려오더니 빠르게 그의 차를 스쳐 지나갔다.

 “누군가 신고한 모양이군.”

 한은 아무것도 찾지 못할 동료들에게 일말의 미안함을 느꼈다. 하지만 벌어진 일을 미주알고주알 이야기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아직은 이종하를 처리할 때가 아니었다. 시간은 많았다.

 이종하는 소싯적 뒷골목의 밑바닥부터 시작해 지금의 자리에 오른 자다. 자진해서 조직을 버리고 떠날 자가 아니었다. 그가 자신의 조직을 버리지 않는 한 한에겐 언제든 기회가 있는 것이다.

 “김석준이라… 쓸 만한 놈인데 아깝군!”

 그는 잠시 전 자신과 손속을 나누었던 김석준에 대해 생각했다. 그에 비교되어서 그렇지 일반적인 무술을 배운 사람들과 비교한다면 김석준은 대단한 고수였다. 그만한 발경을 구사할 정도라면 실력뿐만이 아니라 머리도 좋을 수밖에 없다. 기에 대한 높은 이해도가 따르지 않는다면 발경은 하늘의 별을 따는 만큼이나 배우기 어려운 기술이다. 단순히 몸을 수련한다고 저절로 얻어질 수 없는 것이 발경이다.

 한은 김석준이 아까웠다.

 말로가 뻔한 세계에서 속절없이 스러지기에 그라는 인간 자체가 너무 아까운 것이다.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는 폭력조직에 속한 자들의 운명은 시작할 때 이미 정해져 있다고 할 수가 있다. 폭력조직에 대한 한 국민의 정서나 공권력의 태도는 미국이나 이탈리아, 일본과 같은 나라와는 다르다. 폭력조직의 역사와 규모도 당연히 다르다.

 이탈리아에는 미국의 마피아가 원조로 삼는 시칠리아 마피아가 있다. 이탈리아 통일의 시기에 소외되기 시작한 남부 시칠리아 섬에서 시작했다는 이탈리아 마피아는 백수십 년에 달하는 역사와 수만의 조직원을 거느리고 있으며, 현직 검사와 장관에 대한 폭탄테러를 이탈리아 국내에서 자행하고도 그 뿌리가 뽑히지 않을 만큼 저력이 있다.

 미국의 마피아는 이탈리아에서 이미 온 이민자들과 시칠리아 마피아의 조직원들이 1930년대 대공황을 거치면서 거대조직으로 성장했다. 대공황 당시의 금주법(禁酒法)을 교묘하게 위반하며 막대한 자금을 모은 그들은 그 후 미국 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각 방면의 배후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현재에도 당연히 존재하고 있다. 대공황 당시 금주법 덕분에 막대한 자금을 모았던 마피아의 일원 중에는 잘 알려진 알 카포네와 같은 자들이 있었다. 이탈리아 마피아와 미국마피아를 통칭해서 코사노스트라 라고도 부른다.

 우리나라의 조폭들이 형제의 의를 맺는 의식을 가졌다고 신문지상의 사회면을 시끄럽게 하곤 하는 야쿠자는 일본에 있는 폭력조직이다. 잘 알려진 것처럼 야쿠자는 화투 중에서 쓸모없는 패들을 일컫는다. 야쿠자의 기원은 사무라이라고들 한다. 막부 시절 사무라이들의 권위는 대단하였다. 기분이 나쁘다는 이유로 지나가던 농민의 목을 쳐도 처벌을 받지 않았다는 기록이 남아 있을 정도이니 그들의 기득권이 어떠했을지 알 수 있다.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막부체제가 정립되어 긴 평화의 시기가 계속되는 동안 수요가 줄어든 일본의 무사들이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일정한 조직을 만들기 시작한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이 배운 것은 싸우는 기술뿐이었으니 그 조직이 폭력조직으로 그 성격이 굳어진 것도 당연했다. 그것이 현대의 야쿠자다. 통칭해서 야쿠자라고 불리고는 있으나 별개의 조직들이 각자 활동하고 있으며, 그중 우리에게도 어느 정도는 알려져 있는 야마구치구미, 이나가와구미 등의 조직들이 대표적이다.

 세계 최대의 폭력조직이 무엇인가라고 묻는다면 반드시 거론되는 것이 중국의 삼합회다. 일명 흑사회, 트라이어드라고도 한다. 삼합회도 야쿠자처럼 하나의 단일조직이 아니다. 죽련방(쭈리엔팡이라고도 한다.), 홍방, 청방, 몇 년 전 국내 TV에도 소개된 적이 있었던 14K 등 그 갈래를 따지자면 수십 개에 이르는 조직들을 통칭하여 삼합회라고 부른다. 그 역사는 청대 이민족인 만주족으로부터 명을 회복하려고 결성했던 비밀결사인 천지회까지 거슬러 올라간다는 설과 청 말기 서양제국들의 침입으로부터 청을 보호하기 위해 결성된 민초들의 비밀결사라는 설까지 여러 가지가 있다.

 장개석이 모택동에게 밀려 대륙을 떠나기 전까지 삼합회의 영향력은 중국 전토에 미쳤다고 한다. 하지만 삼합회를 보호하던 장개석이 대만으로 밀려나고 나서 삼합회의 활동범위는 대만과 홍콩에 머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중국이 영국으로부터 홍콩을 반환받으면서 삼합회는 중국 본토로의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으며, 미국에도 진출한 삼합회 조직들은 차이니즈 마피아라고 불리며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러시아 마피아는 소련연방이 붕괴된 이후 급격하게 성장했다. 최근에는 세계 최대의 폭력조직은 러시아 마피아가 아니냐고 말하는 사람이 많을 정도의 인적 규모를 가지고 있다. 러시의 폭력조직의 특성은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러시아군과 정보조직의 요원들이 많다는 것에 있다. 소련연방이 사라지면서 가혹한 구조조정의 혼란 속에서 일자리를 잃은 군과 KGB요원들이 폭력조직의 구성원으로 흡수되었던 것이다. 현재 비공식적으로 추정되는 러시아 마피아의 자금은 오천 억 달러가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외 동남아 마약의 황금의 삼각지대를 지배한다는 트라이앵글, 콜롬비아 마약카르텔 등의 거대 폭력조직을 비롯해서 각 나라마다 폭력조직이 있으나 이들이 대표적인 세계적 규모의 폭력조직들이다. 이들의 조직원은 각 10만 명 단위를 넘어서고 있으며, 연 수입은 그 나라의 GNP의 몇 퍼센트를 점유한다는 식으로 계산해야 할 만큼 막대하다. 실례로 일본 야쿠자 중 대표적인 조직인 야마구치구미의 연 수입은 1조엔, 우리나라 돈으로 10조원을 넘는다고 한다. 그러한 조직력과 자금력 때문에 각 나라의 공안조직들 조차도 완전하게 그들의 뿌리를 뽑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국내로 눈을 돌리면 사정이 다르다. 국내에는 그런 역사를 가지고 있는 조직도, 그만한 자금력을 가진 조직도 존재하지 않는다. 많으면 수백 명의 조직원에 수백억 단위의 돈을 움직이는 조직은 있으나 그들이 다른 나라의 거대 폭력조직처럼 계속 성장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첫 번째 이유로는 그들이 어떤 전통을 만들기 전에 여러 차례에 걸쳐 뿌리가 뽑혀서 폭력조직의 전통이라고 할 만한 것이 일천하다는 것을 들 수 있다.

 잘 알려진 것처럼 김두한, 이정재 등으로 대표되는 해방 전후의 폭력조직들은 5.16군사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박정희 장군에 의해 박살났다. 두목급들이 형장의 이슬로 사라질 정도였으니 따지고 보면 가장 강력한 조폭단속을 한 것이다. 박정희 정권 말기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던 폭력조직들은 80년대 초 신군부가 실시한 삼청교육대에 강제로 끌려가면서 대부분의 조직이 쑥대밭이 되었다.

 그들이 맞은 세 번째의 시련은 노태우 정권이 실시했던 범죄와의 전쟁이었다. 이때 삼청교육대의 후유증을 어느 정도 씻어내고 자리를 잡아가던 폭력조직들은 철퇴를 맞았다. 조직이라고 불리울 만한 대부분의 것들이 싹쓸이 당했다. 검거 선풍 속에 무사할 수 있었던 자들이 거의 없었던 것이다. 일반인들은 크게 감흥이 없겠으나 폭력조직들로서는 정말 암울했던 때였다.

 90년대를 거치며 전국 규모의 거대조직이 사라진 힘의 공백을 메우기 위한 조직간의 군웅할거시기를 지나 서울에는 네 개의 거대한 폭력조직이 생겨났다. 이제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언제까지 평화가 지속될 지는 미지수라고 할 수 있었다.

 그 후에도 매년 경찰의 전 수사력을 동원한 주기적인 조직폭력배 소탕작전이 벌어지고 있다. 일단 폭력조직의 조직원으로 파악되면 계보라는 것으로 관리되는데, 그 계보에 등재된 자가 사건을 일으켰을 때는 일반인과는 비교할 수조차 없는 엄한 처벌을 받는다. 단순히 상대를 폭행해서 전치 2~3주가 나온 사건이라면 일반인의 경우 불구속 상태에서 벌금 몇 십 만원, 많으면 백만 원 전후를 판결 받는 것에 그치지만 계보에 등재된 폭력배라면 구속되는 것이다.

 조직폭력배, 일명 조폭이라고 불리는 딱지를 붙인 자들은 완전히 손을 씻고 조직에서 탈퇴한 것이 명백하다고 판단될 때까지 짧게는 몇 년 동안 길게는 수십 년 동안 경찰에 의해 관리된다. 그렇게 철저하게 관리되는 조직폭력배들이 그 수사망을 온전히 벗어나 거대한 조직을 구성할 만한 자금을 모으기는 지난한 일이다.

 일반인들이 조폭을 보는 시각도 다른 나라와는 많이 다르다. 어느 나라라도 조폭을 좋아할 사람은 없겠으나 우리나라는 특히 조폭에 대한 혐오감이 더욱 강하다. 20대 미만의 청소년들에게는 영화나 책에서 보는 조폭에 대한 환상이 있을지 모르지만 현실적으로 늘 자금이 부족한 우리나라의 조폭은 다른 나라의 조폭들보다 평범한 민간인에게 끼치는 해가 더욱 크다.

 그들은 필연적으로 민간인에게 공갈과 폭력을 통해 돈을 버는 식의 민생에 해를 끼치는 활동들을 하게 되고, 그 피해를 입는 사람들이 조폭을 좋아할 수는 없는 것이다. 현재는 우리나라의 조폭들도 표면적으로 합법적인 사업을 영위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하려고 하고는 있으나 그것도 만만치 않은 일이라 고군분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반인들은 그들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신고를 잘 하지 않는 경향이 있으나 그들의 세력이 약화되었을 때는 신고가 봇물을 이룬다. 뿌리가 뽑히게 되는 것이다.

 대부분의 조폭들이 비슷한 과정을 거치며 교도소를 제집처럼 드나들다가 결국에 손을 씻고 평범한 생활로 돌아오지만 그때 그들에게 남은 것은 빈약한 학력과 지적능력, 그리고 힘을 잃어가는 육체뿐이다. 젊은 날의 혈기 방장함에 대한 절반의 후회와 절반의 그리움, 그리고 그럴듯하게 각색된 무용담(?)만을 가지고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

 

 

 한과 김석준 사이에는 넘어가기 어려운 강이 놓여 있었다.

 서로 가는 길이 달랐고, 김석준에게는 그가 젊은 날을 다 바쳐 온갖 어려움을 헤치며 만들어놓은 조직을 한이 무너뜨렸다는 원한이 있었다. 하지만 한은 김석준에 대한 미련이 사라지지 않는 것을 느꼈다. 좀처럼 없는 경우였다.

 한은 대명회를 알게 되고 그 뒤를 추적하면서 개인이 갖는 한계를 느끼고 있었다.

 사람과 자금에 대한 한계였다. 김주혁 한 명을 추적하는 것도 사실 벅찬 면이 있었다. 엄밀하게 따지자면 그에게 대명회를 추적하는 것은 부수적인 일이었다. 그는 본업이 있는 직장인인 것이다.

 강력반 형사로서 해야 할 일은 매일매일 산더미처럼 쌓인다. 수원은 인구 100만에 가까운 대도시이고 당연히 매일 발생하는 사건들도 많았다. 대명회를 추적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은 한두 달 내에 결판이 날 일이 아니었다. 그에게 대명회만큼이나 매일매일의 사건들도 중요했다.

 거의 매일 그의 애마 코란도의 거리 표시기는 100킬로미터 이상을 경신하고 있었다.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직업이 바로 강력반 형사라는 직업이기 때문이다. 머리만 굴려서는 범인을 잡을 수 없다. 어쨌든 조사하고 탐문하고 그리고 쫓아가서 덮쳐야 범인을 잡을 수 있는 것이다.

 사람이 필요했다. 자신과 뜻을 같이하는 능력 있는 사람의 도움이 점점 절실해지고 있었다. 그동안 자신의 직업상 정보원들을 만들었고 또 만들어가고 있었지만 그들은 대명회의 추적에 도움이 되는 사람들이 아니었다.

 지역의 정보를 파악하는 것과 대명회와 같은 전국적인 규모로 추정되는 조직을 추적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일이다.

 능력이 있어야 했다. 그것도 어떤 어려운 상황에서도 그것을 풀어낼 만한 능력이….

 자금도 조금씩 문제가 되기 시작했다. 돈이라는 것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어찌되었든 무언가를 해서 벌어야만 되는 것이 돈이다.

 한의 능력이 아무리 대단해도 하늘만 쳐다보아서야 돈이 생길 리가 없다. 아버지 임정훈이 남겨준 유산과 교통사고 당시 받은 보험금, 가해자로부터 합의금으로 받은 돈을 합치면 상당한 금액이었고, 지금도 그중 상당부분이 남아 있긴 했지만 들어오는 돈보다 나가는 돈이 많아지고 있었다.

 그의 신체적인 힘은 현대 과학문명의 이기가 갖는 이로움을 외면한다 해도 크게 곤란할 일은 없었다. 하지만 자동차나 비행기를 두고 신법을 이용해 움직인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았다.

 현실적으로 다른 사람의 시선을 피하면서 그렇게 움직이기도 만만한 일이 아니지만 문제는 지속성이다.

 그도 인간인 것은 틀림없고 끊임없이 움직이면 지쳐서 쉬어야 한다. 하지만 자동차나 비행기는 연료만 갈아주면 되는 것이다. 쉴 필요가 없다.

 그의 행동반경은 점점 넓어지고 있었다. 그에 비례해서 나가는 비용도 증가하고 있었다. 하지만 보유하고 있는 돈과 매월 들어오는 돈은 한정되어 있다. 공무원은 급여가 박하다.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도 경찰공무원이고 보수도 박하긴 마찬가지다.

 그라고 다른 공무원들보다 더 많은 월급을 받는 것도 아니고 따로 돈이 생길 구석이 있는 것도 아닌 것이다. 경찰 3년차로 넘어가고 있는 그의 급여는 이런저런 수당을 모두 합쳐도 180만원이 채 되지 않았다. 아직은 자금 때문에 곤란한 경우는 없었지만 이 상황이 언제까지 유지될 수 있을지 그도 자신할 수 없는 것이다.

 

 

 한은 핸드폰을 들어 저장되어 있는 번호를 눌렀다. 신호가 가는 소리가 몇 번 들린 후 약간 지친 듯한 목소리가 수화기에서 흘러나왔다.

 “접니다. 형님!”

 핸드폰에서 반색하는 기색이 느껴졌다.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공손한 목소리였다.

 “음! 지금 있는 곳은 어디냐?”

 “형님. 지금 평택역 근처 하이랜드라고 모텔에 있습니다. 그 자식은 앞에 엑시드라는 모텔에 들어갔어요. 아까 전화드렸을 때 들어가는 것을 본 후로 지금까지 나오지 않았습니다.”

 “후문도 체크하고 있는 거냐?”

 “예, 형님. 선욱이가 후문 쪽에 차 대고 지키고 있어요. 그쪽으로도 나간 적 없습니다.”

 “누가 찾아온 흔적은?”

 “죄송합니다, 형님. 밖이라 그것까지는 확인이 안 됩니다.”

 “알았다. 20분 정도면 도착할 거야. 수고 좀 해라!”

 “헤헤, 형님. 수고라니요! 그런 거 없습니다. 그럼 조금 있다 뵐게요!”

 한은 핸드폰의 전원을 끈 후 생각하기 시작했다. 김석준에 대한 미련은 나중 일이다. 지금은 해야 할 일이 있었다.

 한은 코란도의 액셀러레이터를 힘차게 밟으며 영구와 선욱이가 기다리고 있는 평택으로 향했다.

 차량의 통행이 줄어든 1번 국도를 따라 한의 애마 구형 검은색 코란도의 모습이 멀어져 갔다. 어둠에 잠긴 국도 위로 차량들의 헤드라이트 불빛만이 간간이 교차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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