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
 1  2  3  4  5  6  7  8  9  >>
 
작가연재 > 현대물
21세기 무인
작가 : 임준후
작품등록일 : 2016.7.6
21세기 무인 더보기

작품안내
http://www.storyya.com/bbs/boa...
>

이 작품 더보기 첫회보기

"너희들이 열 배 강해진다면, 나는 백 배 강해질 것이다!"
임한은 더욱 강해지고 있다.
약자를 유린하고 서민을 괴롭히던
조직폭력배와 비리 정치인, 악덕 기업주들은
한 영웅의 출현 앞에 몸을 사릴 수밖에 없다.
이제 악의 세력은 단 한 명의 적,
임한을 상대로 싸움을 벌여야 한다.

 
17 화
작성일 : 16-07-14 15:22     조회 : 535     추천 : 0     분량 : 8615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제11장 테러

 

 

 

 

 어둠 속에 잠긴 도장 안을 유령처럼 부유(浮遊)하는 사람이 있었다. 2.5미터의 천장에 닿을 듯 허공에 뜬 채 소리 없이 흐르고 있는 몸의 주인공은 한이었다. 그는 전신에 검은색 도복을 입고 있었다. 느릿하게 허공을 밟고 있는 그의 모습은 영락없는 유령의 형상이다.

 한 걸음이 내딛어질 때마다 40여 평의 체육관 끝에서 끝으로 그의 몸이 천천히 미끄러졌다. 이름그대로 어둠 속에 흐르는 향기, 암향부동신법(暗香浮動身法)이 시전되고 있는 것이다.

 빠르게 움직이는 것보다 느리게 움직이는 것이 몇 배는 더 내공을 소모시킨다. 더군다나 허공에 떠 있는 상태에서야 두말할 필요도 없다.

 그의 움직임은 충분히 눈으로 따라갈 정도로 느렸다.

 암향부동신법은 비교할 수 없는 속도와 더불어 그 은밀성(隱密性)에서 여타의 어떤 신법도 따라올 수 없는 묘용이 있다.

 그런 신법을 저렇게 느리게 움직이기 위해서는 대단한 집중력과 내공의 소모를 감수해야 한다.

 이제는 빛이 바랜 도장의 푸른색 매트리스에 소리 없이 내려앉은 그의 콧등에 한 방울의 땀이 맺혀 있었다.

 암향부동신법의 위력은 불가일세이지만 천단무상진기가 뒤를 받쳐 주지 않는다면 무용지물과 같다.

 현재 그가 이룩한 암향부동신법의 성취는 칠성 정도에 머무르고 있었다. 천단무상진기가 육성의 성취인 것에 비추어 본다면 이것도 대단한 성취였다.

 매트리스 위에 서자마자 그의 신체가 도장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40평, 132평방미터의 도장 안에 그의 몸으로 가득 차는 듯한 착각이 일어났다. 제아무리 눈이 좋은 사람도 지금 한의 움직임을 쫒을 수는 없다. 그는 현재 공간과 공간 사이의 틈을 건너뛰는 몸놀림을 보이고 있으니까.

 여하튼 인간의 동체시력으로는 그를 따라잡을 수 없다.

 일정한 공간 안에서의 움직임은 암향부동보다도 오히려 나은 점이 있다고 무명산인조차 극찬했던 소유유운(逍遙流雲)의 보법(步法)이 운용되고 있었다.

 

 

 한이 무상진결 세 권(卷)을 은행의 개인금고에서 가지고 나온 것은 경찰에 입문하고 나서 삼 개월 정도가 흐른 뒤였다. 경찰업무를 배우면서 그는 공격수법이 아닌 신법과 안법 등 신체의 각 기관을 극대화하는 공부들에 대한 필요성을 절감했다.

 현실의 법제상 도청과 미행 등은 사생활과 개인정보를 침해하기 때문에 불법일 뿐 아니라 합법적으로 그러한 수단을 사용하기 위한 절차도 대단히 복잡하였고, 무엇보다도 보급된 장비가 거의 없었다.

 파출소 단위에서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장비는 구경조차 할 수도 없었다. 그리고 형사계와 과학수사반이나 다른 수사업무를 담당하는 부서의 고참들에게 물어보아도 돌아오는 대답은 한결같았다. ‘너 영화를 너무 많이 보았구나’ 하는 것이 주된 반응이었다. 그들도 그런 장비들은 구경해 본 적도 없다고들 했다.

 그는 무상진결의 모든 내용을 일단 암기한 후 소각했다. 보관하고 있기에는 위험부담이 너무 컸기 때문이다.

 그는 두 번째 권의 실전실용(實戰實用)수법 중 무명산인이 수집한 절기들에 먼저 주목했다.

 그가 먼저 수습한 것들은 좁은 공간 내에서는 귀신도 잡을 수 없다는 소요유운보(逍遙流雲步)와 천룡구전(天龍九轉), 능공천상제(陵空天上帝), 부신수영(浮身隨影)등 신법 7가지와 천리지청술(千里支廳術), 사용을 극히 자제하라는 무명산인의 신신당부가 시선을 끌었던 마도(魔道)의 섭혼대법(攝魂大法), 보이지 않는 혼이라도 제압할 수 있다는 최고의 점혈법 쇄혼수(鎖魂手), 허공을 격하여 혈도를 점할 수 있는 일선지력(一線指力) 등이었다.

 제 삼 권의 천단무상검도(天壇無常劒道)는 세 개의 초식으로 이루어진 검법이었다. 그 내용을 차근차근 음미하면서 그는 가까운 시일 내에 이것을 익힐 가능성은 거의 전무에 가깝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제 일초부터 검강으로 시작하는 이 검법은 이름 그대로 검의 도(道)에 이르는 길에 대해 논하고 있었다.

 필요한 내공의 막대함은 물론이거니와 무도에 대한 일정한 깨달음에 도달하지 않고는 보아도 무슨 소린지 이해하기 난해한 절기였다. 앞의 두 권은 이제 내용을 해석하는 데 무리를 느끼지 않게 된 그도 삼 권의 내용은 일단 뒤로 미룰 수밖에 없을 정도였으니까.

 검에서 강기(罡氣)를 일으킨다는 것은 꿈과 같은 일이라 할 수 있었다.

 장풍이나 지풍 등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 강기다. 응축된 기의 기둥, 현대식으로 풀어서 말한다면 파괴적 에너지가 무한으로 집적되어 유형화된 것이 강기였다.

 한의 천단무상진기는 성취도나 그의 무도에 대한 깨달음으로 볼 때 기를 유형화 시킬 정도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 그가 유형화된 강기를 신체 외부에 만든다는 것은 아직 요원해 보였다. 단시간 내에 이를 수 있는 경지가 아니었다.

 그는 무상문의 진산절기 13종 중에서 암향부동신법과 격벽투시의 공능이 있는 무상신안결, 두 가지만을 수습했다.

 그는 아직까지 무상문의 절기 중 공격수법들을 익힐 필요를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그가 수련한 천단무상진기의 수련 정도가 무상문의 절기들을 받쳐줄 만한 수준이 되지 못했다.

 천단무상진기가 최소 육성 이상, 제3단공에 접어드는 성취를 이룬 후에야 무상문의 절기들은 제 위력을 낸다.

 아무리 무상문의 진산 절기들이 절대의 절학이라고 해도 시전자가 제대로 된 위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면 무명산인이 수집한 제반 절기들만도 못한 것이다.

 그는 크게 욕심을 내지 않고 있었다.

 기와 관련된 무예는 조급증을 가장 경계해야 한다. 늘 위험이 상존하기 때문이다. 천고의 절기 천단무상진기도 그런 위험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그러나 시간이 모자랐다.

 그는 직업이 있는 직장인이다. 더군다나 그 직업이 개인시간 없기로는 업종 중에서 수위를 다투는 경찰, 그것도 강력반 형사였다. 무상진결을 어린 시절과 같이 차분히 수습할 시간이 제대로 주어질 리 만무했다.

 천단무상진기는 생활행공이 가능한 심법이지만 다른 여타의 절기들은 일반인의 상상을 초월하는 동작을 수반하는 것들이었다. 오랫동안 홀로 수련해야 할 것들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그는 그럴 만한 시간을 낼 수가 없었다. 무상문의 진산절기들은 자투리시간을 활용해서 익힐 수 있는 것들이 아니다. 온전히 모든 것을 걸어도 한두 해 안에 수습할 수 있다고 자신할 수 없는 절학들을 형사생활을 하며 익히기는 어려운 것이다.

 그는 도사가 되고 싶은 생각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무상진결의 절기들을 완성하는 것을 일생의 목적으로 삼고 있지도 않았다.

 무상문의 절기들이 탈 인간적인 면모를 보이고 궁극적으로는 개인의 완성을 목적으로 한다고 해도 그는 산속에 틀어박히기엔 아직 너무 젊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업무상 즉시 사용 가능하면서도 익히는 것이 용이한 무상진결 2권의 수집절기들이었다. 그의 선택은 탁월했다. 물론 도(道)를 전업으로 수행하는 사람들이 그 사실을 알았다면 기꺼이 그를 미친놈이라고 부를 만한 선택이었지만 말이다.

 그는 육신의 힘만으로 현대의 최첨단 장비들도 하지 못할 일들을 가능하게 할 수 있었다. 게다가 아무도 인간이 그러한 능력을 가지고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그를 경계하지 않는다는 것이 활동하는 데 제약을 없애 주었다.

 

 

 한은 수련을 마친 후 도장을 나섰다. 주말에 청운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그리고 조장인 이정민 형사 가정의 평화를 위해서라도 잡아야 하는 도둑놈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강력반 형사생활을 시작하면서 야간에 집에서 자는 것을 거의 포기해야 했다.

 자의 반 타의 반이었는데 밝은 대낮에 움직이는 나쁜 놈들은 원래 희귀한 법이다. 그래서 대명천지에 어쩌고 하는 사극의 대사도 있는 것이다. 서양 전설에 나오는 뱀파이어도 빛을 받으면 죽는다.

 그가 잡아야 할 온갖 범죄자들도 낮에는 움직이는 자가 거의 없었다. 모두 어둠이 도시를 덮으면 활동하기 시작하는 자들인 것이다. 결국 그들을 잡기 위해서 활동시간대를 맞추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래서 어둠은 한의 활동시간대가 되었다.

 새벽 1시의 공기는 어쨌든 깨끗하다. 차량들의 운행도 뜸하다. 이정민 형사에게는 이틀 동안 따로 수사를 한 후 수요일부터 합류하자고 했으니, 반장님에게는 알아서 보고해 줄 것이다. 그동안 도둑놈 둘이 짱 박혀 있는 장소를 명확하게 해 둘 필요가 있었다.

 그 중 한 명의 움직임에 대해서는 개인정보원인 영구와 선욱에게서 계속 듣고 있긴 했지만 눈으로 확인하는 것이 가장 확실하다. 둘을 한꺼번에 잡기 위해서는 조금 바쁘게 움직여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한은 자신의 애마를 향해 걸었다.

 그는 집 앞 골목에 세워둔 구형 코란도로 걸어가다가 몸을 세웠다. 호주머니에 손을 집어넣으며 걸음을 멈춘 그의 눈이 자연스럽게 주변을 훑었다.

 목표가 자신인 것은 명백했다. 한 떼의 사내들이 자신들은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철썩 같이 믿으며, 주차된 차량 뒤나 골목의 모서리 이곳저곳에 몸을 숨기고 있었다. 벽 너머의 모습까지 볼 수 있는 그의 시야에 어둠이 방해가 될 수는 없었다.

 그들의 모습은 어둠 속에서도 적나라하게 한의 시야에 들어오고 있었다.

 그는 가볍게 고개를 좌우로 번갈아 꺾었다. 목에서 우두둑 거리는 소리가 기분 좋게 났다.

 바보들이었다.

 저렇게 살기를 듬뿍 뿌리며 손에 연장을 들고 있으면서 들키지 않을 수 있다고 믿고 있다니. 명백하게 자신을 무시하는 처사였다. 그는 저들이 자신을 무시한 대가를 치르게 해 주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가 코란도를 세워놓은 골목에 들어섰을 때 차량의 뒤에 서 있던 자가 불쑥 그의 앞으로 나섰다.

 180센티미터 정도 되는 이십대의 사내였다. 큰 눈이지만 각이 져 있었고, 입술이 꽉 깨물고 있었다. 스포츠형의 머리와 단단해 보이는 어깨가 아래위 검은 양복 차림과 잘 어울리는 모습이다.

 한은 천천히 주먹을 말아 쥐기 시작하는 사내를 바라보았다. 코란도 뒤에 사람이 있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자가 일부러 몸을 숨기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알았다.

 자신에게 들으라는 듯 구둣발로 바닥을 박자에 맞춰 두드리는 자가 숨어 있는 자일 수는 없다.

 “임한! 맞나?”

 낮은 저음이 가슴을 울리는 목소리다.

 “나다.”

 한은 자신의 앞을 가로막고 있는 자가 누구인지 생각났다. 자신이 무너뜨린 신흥폭력조직 석준파의 보스 김석준이다.

 저자라면 그에게 원한을 가질 만하다. 하지만 그가 알고 있기로 김석준은 21세기 폭력배치고는 고전적인 면이 있어서 조직끼리 전쟁 중일 때라도 자신이 직접 나설 때는 맨주먹 다이다이(1대1을 말하는 은어)로 붙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했다. 그런데 지금 주변에 숨어 있는 다섯 명의 숨소리는 구경하는 자의 것이 아니라 언제라도 공격할 준비를 하고 있는 자의 그것이었다.

 거기까지 생각했을 때 김석준이 움직였다. 아무 말도 없었고, 한도 굳이 말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이야기는 주먹을 나눈 후에라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것이다.

 김석준은 2미터 정도 떨어져 있던 신출내기 형사와의 간격을 없애 버리려는 듯, 예고 없이 땅을 박찼다.

 그는 공중에서 맹렬한 기세로 두 발을 번갈아 차며 뛰어들었다. 한의 모습이 그 자리에서 꺼지듯 사라졌다. 그의 무릎이 부러지듯 꺾였다. 그 자리에 주저앉는 동작이 너무 빨라, 마치 그의 상체가 허공에서 갑자기 사라진 듯했다.

 그의 오른쪽 주먹이 허공에 뜬 채 아직 거두어지지 않은 김석준의 사타구니와 항문 사이의 회음을 후려치는 듯했다. 그때 그의 눈에 미묘한 빛이 스쳐 지나갔다.

 그는 도중에 손을 거두었다. 그리고 무릎을 구부리고 쪼그려 앉은 채 바람처럼 바닥을 쓸어오는 김석준의 하단돌려차기를 피해, 오른쪽으로 낮은 측면 공중제비를 돌아 전권에서 물러났다. 이 모든 움직임은 물이 흐르는 듯했다.

 김석준의 몸에 소름이 돋았다. 시작하자마자 승부가 끝날 뻔했던 것이다. 눈앞의 상대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이 어두워졌다.

 자신은 전력을 다하고 있었다. 그런데 상대의 움직임에는 여유가 넘쳐흐른다. 상대가 왜 도중에 주먹을 거둬들였을지는 알 수 없었으나 상대의 한 수만으로도 그는 이 싸움의 승패를 예상할 수 있었다. 하지만 결과를 알면서도 피할 수 없는 싸움이다. 김석준은 뒤로 물러나는 한을 따라붙었다.

 김석준의 발질과 몸놀림은 충분히 정제되어 있었다. 한이 무상진결을 수습하지 않았다면 승부를 장담하지 못했을 솜씨였다.

 그는 오랜만에 손속을 나누고 싶은 수준의 적을 만났다. 그는 이 드물게 오는 기회를 매너 없이 단방으로 무너뜨리고 싶지 않았다. 그는 상대가 자신에게 원하는 것이 무엇이든 일단은 놀아주기로 했다.

 근접거리로 다가선 김석준의 오른쪽 주먹이 한의 관자놀이를 향해 날았다. 한이 가볍게 고개를 비틀어 그것을 피하자 머리 옆을 스쳐 지나가던 팔이 구부러지며 팔꿈치가 그의 인중을 찍어왔다. 한은 허리를 비틀어 김석준의 팔꿈치를 피했다. 그의 코와 종이 한 장 차이로 지나가는 상대의 팔꿈치에서 바람이 찢어지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김석준은 무위로 끝난 팔꿈치 공격이 채 거두어지기도 전에 20센티미터 정도 뛰어오르며 왼쪽 무릎을 차올렸다. 한의 몸이 뒤에서 누가 잡아끌기라도 하는 듯 뒤로 미끄러졌다. 빗나간 공격을 진각으로 바꾸며 김석준은 한 발 전진했다.

 앞선 공격들은 모두 이 일격을 상대에게 선사하기 위한 눈속임에 불과했다. 상대의 솜씨로 보아 초반의 방심 상태일 때 승부를 짓지 못한다면 그가 이길 가능성은 없었다.

 그가 힘차게 내딛은 왼발이 땅을 울릴 때 그의 온몸은 내뻗는 오른손을 중심으로 나선형을 그렸다.

 발과 허리, 어깨, 주먹의 전신이 하나로 합일되었다. 그가 지금까지 수련한 몸 안의 기운도 함께 나선을 그리며 비틀렸다. 발과 허리가 가속을 그리며 집중된 힘이 주먹에 전달되었다.

 그의 주먹은 상대의 손바닥에 가로막혔지만 그 순간 응축된 기운이 폭발했다. 발경(發勁)이었다.

 “쾅!”

 김석준의 귀에는 폭발하는 기의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그의 숨이 가빠졌다.

 발경을 사용할 정도의 고수가 그런 공격을 했다고 눈을 감을 리도 없으니, 자신이 발경을 사용한 후의 광경이 눈에서 벗어났을 리도 없다. 그는 더 이상의 공격을 하지 못하고 그 자리에 멈췄다.

 그의 눈앞에 자신을 마치 기특하다는 듯이 쳐다보며 흰 이빨을 보이고 있는 상대가 자신의 발경을 막은 손바닥을 털어 내며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서 있었던 것이다.

 상대는 이를 드러내며 소리 없이 웃고 있었다. 철들고 나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패배감이 김석준을 덮쳤다.

 김석준의 폭발하는 발경을 천단무상진기의 해(解)자결로 풀어낸 한은 모처럼 흥겨운 기분이 났다.

 경악에 가득 찬 시선으로 자신을 보고 있는 김석준은 자신이 알기로 올해 스물 여덟이었다. 저 나이에 이 정도의 발경력을 쌓은 사람은 아마 나라 안을 다 뒤져도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자신도 무상진결을 얻지 못했다면 지금 김석준 정도의 경력을 쏟아낼 자신이 없는 것이다.

 주변의 살기가 증폭되기 시작했다. 그 둘의 싸움을 이해할 수 있을 정도의 수준에 도달한 사람이 아니라면 외견상 한은 일방적으로 밀리고 있었다. 한 번도 김석준에게 공격을 하지 못하고 피하기만 한 것으로 보이는 것이다.

 이종하가 신뢰하는 화성파의 조직원 다섯 명은 자신감을 얻었다.

 “나가자!”

 그들 다섯 명의 첫째 윤형진은 골목길의 좁은 공간 안에서 벌어진 싸움이 소강상태를 보이자 다른 네 명에게 명령했다.

 싸움에 임하면 상대가 쓰러질 때까지 멈추지 않는다는 미친개 김석준이 상대에 대한 공격을 멈추고 서 있는 것이 약간 의아했다. 하지만 그는 김석준이 상대의 허점을 찾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일방적으로 김석준에게 밀리긴 했지만 신출내기 형사의 솜씨도 가볍게 볼 것은 아니었다. 김석준의 공격을 피하는 몸놀림이 바람처럼 가벼워 보였다. 하지만 밀린 것은 밀린 것이다. 자신들이 합세하면 승부는 단숨에 갈라질 것이고 오늘 자신은 맡겨진 임무를 완수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며 윤형진은 다른 네 명과 함께 숨어 있던 곳에서 뛰어나와 한의 주변을 포위했다.

 그들의 손에 들린 회칼이 골목에 설치된 가로등의 희미한 빛에 반사되고 있었다. 살기 넘치는 모습이었다.

 김석준이 패배를 시인하기 위해 입을 열려고 할 때, 결국 그들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상대를 처리하고 싶어도 안 되는 것은 안 되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실력에 자신을 갖고 있는 만큼 상대의 수준을 알 수 있는 눈도 갖고 있었다.

 “내가 소문을 잘못 들었나? 김석준! 너는 떼거지로 린치하는 스타일은 아니라고 들었었는데?”

 한의 말투 속에서 자신에 대한 실망의 기색을 느낀 김석준의 얼굴이 수치심에 시뻘겋게 변했다. 그러나 저들은 자신의 명령을 듣지 않는 자들이다.

 그는 물러나야 할 때 물러나지 못하는 자신의 신세가 비참해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팔짱을 낀 채 고개를 비스듬히 기울이며 김석준을 바라보는 한의 얼굴 어디에도 긴장은 없었다.

 자신을 포위한 다섯 명의 칼 든 남자들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한 모습이었다. 어떻게 보면 오만하기 그지없는 모습이라 그를 포위했던 사내들은 열이 받을 대로 받았다.

 “이런 씨벌놈을 봤나! 신분증에 잉크도 마르지 않은 새파란 형사 나부랭이 새끼가! 배때기에 칼이 들어가고도 그런 표정을 지을 수 있는지 한번 보자!”

 그들 중 몸이 마르고 눈이 세로로 길게 찢어진 자의 날카로운 음성이 골목을 울렸다. 그 욕설과 함께 포위하고 있던 사내들이 손에 든 회칼을 일제히 움직였다. 좁은 골목 안에 스산한 칼빛이 난무하기 시작했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25 25 화 2016 / 7 / 14 571 0 8586   
24 24 화 2016 / 7 / 14 498 0 7771   
23 23 화 2016 / 7 / 14 580 0 10035   
22 22 화 2016 / 7 / 14 566 0 7865   
21 21 화 2016 / 7 / 14 584 0 5914   
20 20 화 2016 / 7 / 14 482 0 8494   
19 19 화 2016 / 7 / 14 533 0 8128   
18 18 화 2016 / 7 / 14 675 0 9890   
17 17 화 2016 / 7 / 14 536 0 8615   
16 16 화 2016 / 7 / 14 511 0 5506   
15 15화 2016 / 7 / 10 470 0 5371   
14 14화 2016 / 7 / 10 478 0 4088   
13 13화 2016 / 7 / 10 570 0 6321   
12 12화 2016 / 7 / 10 632 0 8337   
11 11화 2016 / 7 / 10 656 0 6857   
10 10 화 2016 / 7 / 7 559 0 8789   
9 9 화 2016 / 7 / 7 484 0 7776   
8 8 화 2016 / 7 / 7 581 0 6282   
7 7 화 2016 / 7 / 7 527 0 5416   
6 6 화 2016 / 7 / 7 524 0 8139   
5 5 화 2016 / 7 / 7 655 0 7244   
4 4 화 2016 / 7 / 7 483 0 8875   
3 3 화 2016 / 7 / 7 578 0 6651   
2 2 화 2016 / 7 / 7 533 0 6816   
1 프롤로그 2016 / 7 / 6 815 0 7943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철산대공
임준후
철혈무정로
임준후
천명
임준후
천마검엽전
임준후
켈베로스
임준후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