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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귀신과 로맨스, 해도 되나요?
작가 : 김말이dl
작품등록일 : 2023.11.9

퇴마사라는 직업을 가지게된'수아' 그리고 그녀의 곁을 떠도는 '처녀 귀신'. 그런데 처녀 귀신이 퇴마를 잘한다?! 수아는 처녀귀신에게 호감을 느끼게 되고, 그들사이에 벌어지는 우당탕탕 퇴마 로맨스!과연 그녀들은 귀신과 사람이라는 차이를 극복하고 사랑할 수 있을까?

 
1화
작성일 : 23-11-09 17:25     조회 : 138     추천 : 0     분량 : 76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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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화

 

 

 

  그날은 눈이 시리도록 푸른, 하늘에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이었다. 부모님을 조르고 졸라서 마침내 기대했던 놀이공원에 갔던 날. 그날 신나게 놀고 돌아오던 길에서 수아의 부모님은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다. 그것은 아주 끔찍한 교통사고였다. 맞은편에서 달려오는 1톤 트럭. 운전자는 면허 취소 수준의 음주운전. 그게 사건의 경위였다. 20XX년 12월 25일 그리고 부모님이 이 세상에 남기신 몇 글자 안 되는 글이기도 했다. 그날의 수아는 아직 부모님이 돌아가셨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그날부터 수아는 꼬박 일주일 동안 끔찍한 악몽에 시달렸다. 귀신들이 쫓아오고 수아는 계속 달리지만 잡히기 전에 절벽으로 떨어지고 절벽 밑에도 귀신들이 있는, 계속해서 도망치는 꿈이었다. 일주일 후 병실에서 눈을 뜬 수아의 앞에 보인 것은 처음 보는 할아버지였다.

 

 "누구세요?"

 

 그 말을 한 직후 수아의 머릿속에서 누군가 빠르게 속삭이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마치 생애 마지막 비명을 지르는 갈라진 것 같은 쇳소리로.

 

 

 '누구세요누구세요누구세요누구세요누구세요'

 

 "윽!"

 

 그 이명은 소리가 멈춘 후에도 한동안 계속될 정도로 큰 소리였다.

 

 "그건 요안(妖眼)이란다."

 

 처음 보는 할아버지는 알 수 없는 말했다. 누구시지? 왜 계시는 거지? 부모님은 어디 가신 거지? 등의 수많은 질문이 빠른 속도로 수아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요.. 요안이요?"

 

 '그래 나는 요안요안요안요안요안이야'

 

  수아는 이 상황이 마냥 당황스러웠다. 신나게 놀고 집에 가던 길에 갑자기 번쩍하더니 기억이 끊겼다. 일어나 보니 병원이었다. 그런데 처음 보는 할아버지가 이상한 말을 늘어놓고 있었다. 또 머릿속에서는 누군가 자신이 내뱉은 말을 반복하고 있었다. 그녀는 몰랐지만 요안의 적응 과정이었다.

 

 "요안은 이름만 눈과 관련 있다. 오감에 모두 다 작용하지. 눈에 관해 반응이 가장 크게 나타나서 이름이 요안이다. 나는 김 할아버지라고 부르면 되고, 너희 부모님은 돌아가셨다. 너는 지금부터 국가 소속 백량당(白良黨)에서 일하게 될 거다. 거부할 수 있고 거부한다면 국가가 자립할 수 있게 지원도 해준다. 그러니 신중하게 생각해 보고 결정해라."

 

 수아는 이 상황이 이해되지 않았다. 뭐? 부모님이 돌아가셨다고? 퇴마 뭐시기를 하라고? 국가 소속은 또 뭐야. 그래서 수아는 지금 할 수 있는 질문 중에 가장 최선의 답을 내놓았다.

 

 

 '이건 꿈이다!'

 

 수아는 다시 자려고 눈을 질끈 감았다. 꿈일 거야. 분명 꿈이어야만 해. 그렇게 마음속으로 주문을 외우며 다시 잠에 들려는 찰나,

 

 -찰싹

 

 할아버지가 다가와 수아의 손등을 가볍게 때렸다.

 

 "악! 왜 때리세요!"

 "정신 바짝 차리고 현실을 받아들여. 나는 너의 사수가 될 거다. 지금은 시기가 좀 이르긴 하지만 뭐 요안을 얻었으니 어쩔 수 없지. 당분간 쉬면서 몸과 정신을 회복해라 쓸 곳이 많아질 거니까."

 

 '사수? 거부해도 된다면서요... 왜 벌써 사수입니까...'

 

 수아는 정말 이 일 하는 것을 거절해도 되는지 궁금해졌다. 그리고 사실 일이라면 별로 하고 싶지 않기도 했다. 아직 어리니까.

 

 '뭐? 부모님이 돌아가셨다고? 사고? 흥. 다 말도 안 되지. 이건 신종 사기인가? 특이하네'

 

 수아는 이런저런 생각하며 돌아누웠다가 깜박 잠이 들었다. 일어난 것은 이튿날 아침 7시경 이였다.

 

 "박수아씨, 혈압 체크 하실게요."

 

 병원의 하루 일과가 시작됐다.

 

 "박수아씨 x-ray 찍으실게요."

 

 "박수아씨 CT 찍으실게요."

 

 '으아아 너무 바빠'

 

 "박수아씨 링거 맞으러 A동 주사실로 가시면됩니다."

 

 "박수아씨......"

 

 복잡하고 고된, 바빴던 하루가 지나가고. 수아는 병실에 앉아서 쉬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문득 기시감이 들었다.

 

 

 '부모님은 어디 가신 거지?'

 

 

 분명히 그녀의 부모님의 성격이라면, 전날에는 밤이 늦어 오시지 못하셨더라도 오늘은 꼭 오실 터였다. 아니, 어제부터 이상했다. 분명히 간호라도 해주실 거라고 두 분 다 들어오셔서 앉아 계셨을 것이다. 수아는 갑자기 덜컥 겁이 났다. 정말 부모님이 돌아가신 거면 어떡하지. 심장이 쿵쾅대는 소리가 몸 밖으로 들릴 만큼 불안해졌다. 어제 처음 봤던(이상한) 할아버지가 분명히 그녀의 부모님이 돌아가셨다고 말했다. 그럴 리가 없는데 순간 너무 소름이 돋아서, 앉아 있을 수 없었다. 수아는 바로 병실을 뛰쳐나갔다.

 

 

 '엄마..! 아빠..!'

 

 어디 가신 거예요!

 

 

 탁탁탁탁탁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 앉아 있는 사람들, 비상계단. 이 모든 것을 지나가는 1분 1초가 마치 영원처럼 느껴졌다. 뛰어서 병원 접수대까지 온 그녀는 숨을 한번 몰아쉬고는 자신도 모르게 크게 외쳤다.

 

 

 "엄마 아빠는 어디 가셨죠?"

 

 접수대의 직원 분은 당황스러워 보였다.

 

 

 "어머니 아버지 성함이 어떻게 되시죠? 입원하셨다면 저희가 알려드릴게요."

 

 

 이름? 이름이 뭐더라?

 

 "아! 엄마 이름은 김시자 현자 쓰시고 아빠는 박현자 섭자 쓰세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기다린 지 몇 분일까.

 

 

 "김시현 씨와 박현섭 씨 맞으실까요?"

 

 

 접수대 직원 분이 굳은 표정으로 말하셨다.

 

 

 '왜지? 무슨 일 있으신가. 혹시 큰 사고가 나서 크게 다치신 거라면 어떡하지?'

 

 

 두근거림을 참아가며 접수대의 직원 분께 물어보았다.

 

 

 "혹시 무슨 일 있으신가요? 많이 다치셨나요?"

 

 

 정말 수만 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찰나

 

 

 "정말 죄송하지만 두 분 다 돌아가셨습니다. 안치실로 안내해 드릴까요?"

 

 

 풀석-

 

 

 대답을 듣고 나는 쓰러졌다.

 

 

 "여기 환자가 쓰러졌어요! 빨리 와주세요!"

 

 수아가 쓰러지자 그 뒤로 놀란 간호사의 목소리가 따라왔다.

 

 

 희미하게 멀어지는 말소리를 뒤로 하고 수아는 잠이 들었다. 그 후 내가 깨어난 것은 하루 뒤였다.

 

 

 

 "진짜 부모님이 돌아가셨다고.."

 

 

 나는 이 사실을 이 믿기지 않았다. 내가 내 눈으로 확인하기 전까지는.

 

 

 

 

 

 

 -안치실

 

 

 "부모님의 시신을 보여드릴 수는 없습니다. 시신 훼손이 많이 되어서요. 관련 법 조항에 따라 아무리 보고 싶으셔도 보실 수 없습니다."

 

 

 "정말 한 번도 보면 안 되는 거예요?."

 

 어린 소녀는 눈물을 참고 말했다. 이윽고 고개를 숙였다.

 

 

 "네, 정말 보여드릴 수 없습니다. 안 그러면 근처라도 오셔서 보시겠어요?"

 

 장례 지도사는 어린 소녀가 부모님 두 분을 다 잃었다는, 안타깝다는 생각 때문에 그만 가까이서 보는 것을 허용해주고 말았다.

 

 "엄마! 아빠!"

 

 

 수아는 바로 달려가 부모님을 가까이서 뵈었다.

 

 안치실에 나란히 놓여 있는 시체 두 구

 

 수아는 슬픔, 분노, 공포, 두려움, 억울함 같은 감정들이 몰아치는 해일 같은 느낌보단 단 한 가지 혼란함, 그 혼란함의 중압감에 더욱 압도당했다.

 

 '이건 우리 엄마 아빠가 아니야.'

 

 엄마 아빠의 몸이 이렇게 딱딱하고 차가울 리가 없었다. 수아가 아는 자신의 부모님의 몸은 언제나 자신을 포용해 주는 부드러움과 따뜻함으로 차 있었으니까.

 

 '혹시 덮개를 열면 안 될까? 잠깐이면 괜찮지 않을까?'

 

 수아는 잠깐의 타협 끝에 잠깐, 아주 잠깐 덮개를 열기로 했다.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그날이 수아에게 평생의 트라우마가 생기는 날이었다. 많이 훼손된 시신을 보여주지 않는 이유를 알게 되는 날이기도 했다.

 

 덮개를 열어보니 그곳에는 정말로 수아의 부모님이 계셨다. 수아는 아직도 이 부모님이 돌아가셨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두 눈으로 봤음에도 불구하고 이건 몰래카메라 아닐까. 저건 인형일 거야. 이건 꿈이야. 같은 생각을 했다.

 

 정말로 이것이 꿈이 아닌 지를 확인하기 위해 몇 차례 볼을 꼬집고 난 후에야 수아는 이 사실을 받아들였다.

 

 

 '안 돼, 안 돼, 안 된다고! 말도 안 돼!'

 

 

 안치실에는 한동안 수아의 구슬픈 통곡 소리로 가득 찼다.

 

 

 

 

 

 

 

 

 

 

 수아가 병원에서 퇴원하고 난 후의 시각은 정말 쏜살같이 지나갔다.

 

 부모님의 장례를 혼자 치르고, 고등학교 입학은 포기하고 생업을 위해 사회에 뛰어들 수밖에 없었다. 당장 돈이 없었기 때문이다. 수아는 몰랐지만 장례식은 병원 관계자 분들의 도움으로 어찌어찌 잘 해결됐다. 하지만 부모님 사망 신고를 해야 하는지도 몰랐고 그래서 재산을 상속받지 못했다.

 이렇게 생활하다 보니 몇 년이 지나갔다.

 

 하지만 그 사이의 과정이 순탄하지 만은 않았다. 귀신들이 번번이 일을 망쳐 놓았기 때문이다.

 

 취직을 하려고 들면 그 가게가 장사가 안 되게 해서 알바를 구하지 않게 한다던지. 장이라도 보려고 하면 환각을 일으켜 잘못된 물건을 집게 한다던지. 이명을 아주 크게 들리게 해서 일상생활을 못 하게 막는다던지 말이다. 이 정도는 애교다. 이제는 꿈에도 나와서 괴롭힌다. 부엌에서 밤새도록 울고 있다던지. 방안을 콩콩 뛰어다닌다던지 하는 식으로 말이다.

 아 그 퇴마 어쩌고 하는 일은 안 하기로 했다. 너무 위험해 보이기도 했고, 별로 그런 일은 하고 싶지 않았다. 예전부터 귀신이라면 질색을 했으니까. 그렇다. 수아는 귀신이 싫었다. 어릴 때부터 종종 보이던 귀신은 그녀가 하고 싶은 일을 방해하고는 했으니까. 어릴 때는 지금처럼 심하지 않았다. 기껏해야 크레파스만을 훔쳐 가곤 했으니까.

 

 

 '아. 그 요안이라는 거 때문인가'

 

 아마 그럴 수도 있겠다. 요안을 얻고 나서(할아버지 말에 따르면) 그 후로 더 심해졌으니까. 그리고 최근에 그녀의 옆을 떠도는 처녀 귀신도 한 명 생겼다.

 '할아버지를 찾아가 봐야 하나. 근데 어디 계시는지 모르는데. 일단 보류. 지금은 카페 아르바이트 갈 시간이야.'

 그렇게 수아는 자취방 현관을 나섰다.

 

 

 

 

 

 

 

 하루 뒤, 사고가 난 지 8년 후 인 날, 그녀는 23살이 되었다.

 

 일가 친척이 없는 그녀로서는 이까지 달려온 것만 해도 정말 칭찬 받을 만 한 일이다. 하지만 지금, 그녀는 국가 소속 백량당에 찾아가기로 했다. 하루가 다르게 귀신들의 괴롭힘이 심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더 이상 견딜 수 없었다. 정말 한계였다.

 

 

 '후우, 긴장되네. 정말 찾아가도 될까?'

 

 

 그녀는 지금 부산 시청 앞에 서 있다.

 

 

 '국가 소속이라고 해서 무작정 찾아왔는데, 아직 있을까? 백량당.'

 

 

 그리고 알아들을 수 있는지도 모르겠고.

 

 

 '그래도 부딪혀 보자! 가는 거야!.... 집에 갈까.'

 

 그녀는 '일단 시도해 보고 아니면 말고' 라는 마인드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었다. 소심하게 살아온 그녀로서는 최후의 보루였다.

 

 

 '그래. 한번 시도해 보는 거야.'

 

 

 그녀는 용기를 내서 시청 안 접수대로 걸어갔다.

 

 

 

 

 

 어찌저찌 접수를 하고 기다리고 있는데 저 멀리서 익숙한. 잊을 수 없는 흐릿한 인영이 다가왔다.

 

 "자 들어가자."

 

 그날 수아에게 믿을 수 없는 이야기를 했었던 할아버지였다. 수아는 이제서야 그 말을 믿게 됐다. 요안인지, 뭔 지를.

 

 "제가 온 지 어떻게 아셨어요?"

 

 수아는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그에 관한 이야기는 안에서 하자. 일단 따라와라."

 

 수아는 여전히 알 수 없는 할아버지의 말씀에 의문이 들었지만 일단 따라가기로 했다.

 

 

 할아버지를 따라가는 길은 신기했다. 건물 안인데도 마치 물가에 있는 듯 물안개가 끼었고, 처음 온 사람이라면 길을 잃어버릴 만큼 복잡했다. 중간에 길을 빙글빙글 도는 느낌도 들었고 오르막길인데 마치 내리막을 걷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가끔 길을 걷다 정신을 차리고 보면 천장에 거꾸로 서 있기도 했다. 지나다니는 사람들은 있는 듯 없는 듯했고, 그들이 안 보이는 것처럼 행동했다. 마치 무협에 나오는 진법 같았다. 수아는 중간에 신기해서 한눈팔다가 길을 잃어버릴 뻔했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신경도 쓰지 않고 그냥 계속 가셨다.

 

 "잠시만요! 잠깐만 기다려 주세요!"

 

 수아는 다급하게 할아버지께 외쳤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반응도 하지 않고 앞으로 계속 나아가셨을 뿐이다.

 

 결국 수아는 그곳에서 길을 잃었다.

 

 

 

 

 

 '하 망했다...'

 

 수아는 벌써 20분째 한 자리에서 맴돌고 있다. 아무리 걸어도 같은 구조물만 보였다.

 

 "도와주세요! 살려주세요! 누구 없어요?"

 

 지금 이 말도 10번째 외치고 있었다.

 

 '진짜 답이 없네. 어떡하지.'

 

 수아가 있는 곳 주변은 개미 한 마리 지나가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간간이 지나가는 사람들은 수아가 있는지도 모르고 스쳐 지나갔다. 마치 세계와 동떨어진 느낌이었다.

 

 '내 가 도 와 줄 게'

 그 순간 수아에게 아무 말도 안 하고 붙어 다니던 처녀 귀신이 갑자기 말했다.

 

 "으악!"

 

 펄쩍

 

 귀신이라면 질색하는 수아는 소스라치게 놀라 천장에 머리가 닿을 만큼 뛰어올랐다.

 늘 눈에 보이기는 했어도 말을 걸지 않아서 생각도 못 하고 있던 존재가 갑자기 말해서 생간 작은 해프닝이었다.

 

 

 

 

 

 "하.. 언니, 그래서 뭘 도와주실 수 있나요?"

 

 겨우 놀란 가슴을 추스른 수아는 처녀 귀신에게 물어봤다.

 수아와 처녀 귀신의 나이 차이는 1살로 언니 동생 하기로 했다. 처녀 귀신은 자신의 이름이 기억나지 않아 승천할 수 없다고 했다.

 

 '여 기 서 나 갈 수 있 도 록 해 줄 게. . .'

 

 "언니 그, 어떻게 말하는 건? 안 되는 건가요?"

 

 '이 렇 게 밖 에 말 못 해. 좀 느 리 지 만 이 해 해 줘. . .'

 

 수아는 한국인으로서 좀 아니 많이 답답했다. 하지만 그건 지금 신경 쓸 것이 아니다. 한시라도 빨리 이 계속 맴돌고 있는 장소를 탈출하고 싶었다.

 

 "보통 다른 귀신들은 맨날 괴롭히기만 했지 한 번도 도움이 된 적은 없었는데. 어떻게 제가 믿고 따르죠?"

 

 '너 예 뻐 서 도 와 줄 거 야. 한 번 만 믿 어 줘.'

 

 귀신은 상상 이상의 얼빠인 것 같았다. 사실 수아는 객관적으로 보았을 때 아주 예쁘게 생기기는 했다.

 

 딱 어깨까지 내려온 5대 5로 곱게 빗어 넘긴 자연 갈색의 단발. 흑진주와 블랙 다이아몬드를 곱게 갈아서 한데 뭉친 듯한 아주 짙은 검은 눈동자. 쌍꺼풀이 있는, 크고 아름다운 눈. 오뚝하고 콧볼이 작은 코. 윗입술은 볼륨감이 충분하고 아랫입술은 앵두를 품은, 입꼬리가 예쁘게 올라간 귀여운 입술. 턱 선은 전체적으로 갸름하고 달걀 형인 얼굴. 균형 잡힌 몸.

 

 아름답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난 그렇게 예쁘지는 않은데.'

 

 수아는 전국의 여성들을 아주 쉽게 울릴 생각을 하고 있었다.

 

 "뭐.-, 지금은 답이 없으니까 일단 한 번 믿어볼게요. 그래서 언니, 어떻게 하면 나갈 수 있죠?"

 

 '앞 으 로 다 섯 걸 음 직 진 한 뒤 오 른 쪽 으 로 돌 아 서...'

 

 "언니, 그냥 손동작으로 알려주세요."

 '말이 너무느리시네.'

 

 '알 겠 어'

 

 처녀 귀신은 말이 느려서 이제부터는 손동작으로 알려주기로 했다.

 

 '이건 앞으로 다섯 걸음. 다음은 오른쪽으로 여섯 걸음. 그 뒤엔 뒤로 세 걸음. 뭐야 생각보다 쉽잖아? 나가려면 벽 같은 거라도 부숴야 하는 줄 알았네.'

 

 수아와 처녀 귀신 언니는 예상외로 죽이 척척 잘 맞았다.

 

 '그래서 여기서는 왼쪽으로 일곱 걸음.....'

 

 

 

 그렇게 언니의 말을 따르기를 20분째. 수아는 아까 그 자리에서 할아버지를 기다릴 걸 하고 후회가 되기 시작했다. 길을 잃으면 가만히 있으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언니, 그래서 여기서 언제 나갈 수 있나요?'

 

 '네 가 너 무 많이 돌 아 다 녀 서 좀 복 잡 해.'

 

 "아. 가만히 있을 걸... 진짜 옛말 틀린 거 하나도 없네.."

 

 '조 금 만 덜 돌 아 다 니 지, 나 도 힘 든 데. . .'

 

 "언니, 뭐라고요? 잘 안 들리는데요?"

 

 '이 런 ㅆ'

 

 "네? 뭐라고요?"

 

 '빨 리 가 기 나 해'

 

 "아, 알겠어요! 빨리 가겠습니다~"

 

 수아와 귀신 언니는 몇십 분간 같이 있다 보니 많이 친해진 것 같다. 서로 농담도 주고받을 수 있는 사이가 되었다. 사실 귀신 언니가 수아에게 호의적으로 나와 준 것도 영향이 크다. 수아에게 귀신이란 자신을 괴롭히고 방해하는 존재라고만 생각해 왔는데 언니의 호의 덕분에 귀신이랑도 친해질 수 있다는 것을 느낀 수아였다.

 

 '이 제 조 금 만 더 가 면 돼.'

 

 "알겠습니당."

 

 '여 기 서 오 른 쪽 으 로 두 걸 음 가 서 뒤 를 돌 기 만 하 면!'

 

 뚜벅뚜벅

 

 "자! 오른쪽으로 두 걸음 왔고 이제 뒤를 보기만 하면! 그곳에는 길이! 있..."

 

 

 그러나, 그곳에는 길이 아닌 막다른 벽이 있었다.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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