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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기타
선물
작가 : 창작불
작품등록일 : 2023.6.24

선물이라는 제목하에 서로 다른 옴니버스식으로 글을 써내려갑니다.

 
7.땀의 선물
작성일 : 23-10-14 20:03     조회 : 113     추천 : 0     분량 : 1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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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산으로 가는길

 

 ​

 

 바람이 살랑거리는 숨결을 들이쉬며 영생은 천천히 산길을 올라갔다.

 

 별로 눈에띄지도 않는 산길을 걷다가 커다란 바위옆으로 지나서 돌아보니 길이 보이지 않는 조그만 오솔길이 놓여져 있었다.

 

 나무들사이로 지나가야 하는데 마치 누군가 가꾸어놓은 듯 나무는 정열하게 서 있었고,수목원을 조성하여 새로운묘지공원으로 바꿀계획에 바쁜 아내는 지금 한창 바빴다.

 

 종가에서 내려오는 이 산을 지키려고 하자,나라에서 나오는 세금,그리고 집안사람들은 서로 돈을 달라고 아귀처럼 자신을 괴롭히고 있었다.

 

 좋다면 늘 산을 끼고 살고 있다는 점만 빼고는 아이들교육문제때문에 아내는 늘 집을 비워야 했고,혼자 아닌 혼자사는 삶을 살아온지도 거의 10여년이 되어가는 듯했다.

 

 자주오겠다는 아내는 점점 서울생활에 빠져서 잘 내려오지 못했고,자신의 수입으로는 서울생활이 더 어려워지고 있었다.

 

 낡은 아파트를 팔고 새 아파트로 이사를 가면서 내야할 융자모기지때문에 아내는 식당에서 일까지 해가면서 생활을 감당하다가 도저히 안되자 종가에서 내려오는 이산을 수목원묘지공원으로 만들어 수입을 만들자는 제안에 모두들 침을 흘리고 있었다.

 

 개발할자도 삽을 파서 땅을 만들자도 없이 그저 통장에 또박또박 돈만들어오는,김칫국만 모두들 마시고 있었다.

 

 “어허,,자네..’

 

 “종가집이면 나야.”

 

 “계좌번호가 여기 있으니 말야.”

 

 이건 도통 말이 통하지 않는 말도 되지 않는 일들이 산더미 처럼 쌓여가고 있었다.

 

 이른아침에 선선한 바람을 맞이하면서,김영생은 산을 터벅터벅 오르고 있었다.

 

 비라도 올것 같아서 우산도 가방에 넣었고,언제든지 마시라면서 아내가 만들어놓은 인삼음료수한병을 넣었고,날씨가 추워서 일회용커피와 가방에 넣어놓은 플라스틱컵도 가방안에서 흔들거리고 있었다.

 

 딸이 사다놓은 잔인데 아빠가 산에 갈때 요긴하다며 ,보온이 되는 템블러잔이라고 했다.

 

 조금 추웠다.

 

 서울가서 공부하러 보냈던 딸은 오히려 엄마가 이상하다며 서울에 있는 대학에 가지 않고 집근처에 있는 지방대학에 칫과 조무사로 들어왔기에 주말에라도 가끔 딸이 집에 오는 것도 행복한 일이었다.

 

 아들은 고등학생이라 아내는 서울에서 아직 내려올 준비도 안되었고,딸인 자연이는 옛날집의 조그마한 방한칸을 나름대로 정리하고 청소하다보니 집도 예전보다는 깔끔해지고 있었다.

 

 와서는 장독대를 청소하고 마당을 정리하고 ,사람살맛이 나는 곳으로 조금씩 변하고 있엇다.

 

 아내는 집에오면 냉장고에 음식을 채운다고 서둘러 가는 것이 일이었는데 한달에 한번 두달에 한번 ,그리고 명절때 오다가 그만이었다.

 

 영생도 간섭하지 않았다.

 

 영생자신이 한 일이라면 방두칸을 늘여서 창고방으로 사용할려고 만든것을 딸이 그방이 넓다고 이사를 온 것이었다.

 

 자신의 팔자에 자식이라도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지내야 할 팔자라는 것을 잘 알기에 ,내버려두었다.

 

 사주를 보면 자신은 스님팔자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아내가 옆에 있지 않을 것이라는 어느 스님의 말에 자신의 인생을 묵묵히 받아들이고 살고 있었던 것이었다.

 

 실제로 아내가 없는 것이 더 편했다.

 

 일찍 일어나서 농협에 근무하고 돌아와서는 산을 관리하고 집에 창고를 짓고,낡은 지붕을 수리하고 하루가 있어서 다 못할지경이었다.

 

 오래된집이라 자고 나면 수리할것들이 있었고,아내는 답답해서 미칠지경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바람이 차가웠다.

 

 명절때 서둘러와서는 평생해외여행못가보았는데,제주도로 간다고 야단법석이었다.

 

 같이 가자며 말이라고 꺼내었지만 ,그것은 예의상이지 여자친구동창생모임이라며 여자들만 10명이 넘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도 얼마나 남편에게 잘챙겨주는지 인삼차까지 만들었다고 했더니 친구들이 놀랬다며 스스로 자랑을 하고 있었다.

 

 가방에서 잠바라도 하나꺼내어 입어야 겠다고 생각했다.

 

 입구에는 초라한 수목장이 간판이 하나 세워져 있었는데 ,영생자신이 혼자서 삽질하여 간판을 떼어낸다고 고생한 것에 고개를 흔들었다.

 

 묘지공원이라는 소문이 나자 돈은 커녕,공무원이 찾아와서 조사를 해가지 않나?감놔라 배놔라?이것은 일이 더 커지는 즈음이었다.

 

 집안이 온 시끌시끌하였는데,영생은 자신이 산에다 만들어놓은 의자에 앉으려고 그 오솔길을 가고 있었다.

 

 큰 바위옆으로 돌면 조그마한 길이 있다는 것을 아는사람이 없었다.

 

 쓰러진 나무를 베어서 긴의자를 만들어놓으니 그리 편할수가 없었다.

 

 나중에 조그마한 창고라도 만들까 ?하다가 그만두었다.

 

 집이라도 만들면 꼭 누군가 와서 지내고 있었고 사람사는 세상이라 박정하게 내쫒을 수도 없는 현실이라 창고대신에 긴 벤취에 앉아서 따뜻한 커피나 한잔 할까 하고 생각했다.

 

 “아니,,그게아니라..”

 

 이게 무슨소리인가”

 

 아내의 목소리가 아닌가”?

 

 제주도로 간다는 아내는 도대체 이 산속에서 무엇을 하고 있단 말인가”?

 

 “아니면 환청인가”

 

 나이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고개를 흔들었다.

 

 분명히 아내는 새벽에 누군가 데려온다고 차를 타고 나갔으며 ,영생자신은 창문으로 통해 차한대가 온것을 보았을뿐이었다.

 

 영생자신이 집문서를 몰래 숨겨놓았고,아내가 아는 곳은 가짜로 복사한 종이로 놓고 있다는 사실은 아내가 꿈에도 생각하지 못할 부분이었다.

 

 그리고 아내는 서류상으로이혼을 요구했었다.

 

 남편이 없어야 무슨 이익을 받는다고 서류상으로 이혼을 요구하여 이미 서류상에는 부부가 아니었다.

 

 그러나 아내는 서류상으로 이혼한 사실조차 잃어버리고 지금 수목원사업으로 완전 미쳐있었다.

 

 수목원이니 어쩌니 하고 바람을 넣을때 부터가 마음에 들지 않았으며,자식하나 있게 한 것에 무한한 감사를 하고 지냈는데 아들이 도통 집에 오지를 않자 ,아들이 자신의 아들이 아니었나?하는 의문마저 감도는 느낌이 들곤하였다.

 

 그것은 자신의 지나친 의부증이라 여기면서 자신을 슬슬피하는 아들에게 대해서 따지지는 않았다.

 

 아들은 자신과 너무 다른 모습이었다.

 

 영생은 아들이 할아버지를 닮았다고 혼자서 좋아하고 있는 사실도 아무도 몰랐다.

 

 아들에 대한 문제도 아내의 바람에 대한 문제도 다 괜찮은데 ,무엇을 들썩거리게 하는 것은 괜찮은데,자신의 인생을 바람처럼 지나가게 하는 것은 좋은데,이 종가에서 내려오는 산만큼은 지켜내어야 했다.

 

 왜 자신이 고향을 떠나지 않고 이곳에서 평생을 지내는지 아내는 알길이 없는 것이다.

 

 엄마도 소문때문에 시름시름앓다가 돌아가셨는데 그때도 한말이 어떠한 일이 있어도 이 땅과 집은 지켜라”고 하는것이었다.

 

 아버지는 일찍감치 사회운동을 한다고 만석땅을 다 나누어주었는데,지금 땅을 받은자들이 그렇게 엄마를 괴롭히고 있었다.

 

 남편없는 설움을 묵묵히 견뎌내야 했던 엄마의 뒷모습이 아지랑이처럼 슬그 펐다.

 

 ​

 

 ​

 

 2.이상한 만남

 

 ​

 

 딸이 준 템플러잔을 꺼내어서 일회용커피를 넣고 젓는데 누군가 산에서 인사를 한다.

 

 “어 자네가 누구인가”?

 

 우리는 그동안 서로 인사를 하지 않았다.

 

 예전에는김 영생집안에 평생종노릇을 해온 선조때문에 조영만은 영생집근처에는 절대오지 않았으며,소문에 의하면 아들이 공부를 잘해서 서울에 있는 좋은 사립대학에 보냈다는 말이 있었지만 ,학비를 못대어서 살림이 구겨진다는 소문이 들리고 있었다.

 

 평생찾아온적도 없는 영만이가 아들때문에 찾아올수도 있으리라는 얼핏지나가는 말을 듣고 생각한적은 있었지만,이 산에 올줄은 몰랐다.

 

 그러나 저나 영생도 살림이 펴지는 않았다.

 

 수리하고 망치질을 하고 지붕이 부서지는 데 자신이 일년가까이 걸려서 고치고,수도가 고장이 나서 마당을 파서 관을 다시 묻는데 1여년넘게 하는 것을 보면 아마 옆에 있는 사람들은 다 미쳐갈수도 있으리라 생각되었다.

 

 그러나 영생은 방법이 없었다.

 

 월급에서 아내는 다달이 떼어나가고 자신이 가질수 있는 돈은 생활비정도 밖에 안되고 매달 고쳐야 할 것들은 주렁주렁 수박이 열릴듯이 돈을 달라고 하는 판에 그저 묵묵이 주어진 신체를 가지고 열심히 망치질과 삽질,그리고 시멘트까지 사서 자신이 창고를 만들어내는 일까지 모두다 누구의 도움없이 지금까지 일구어 온 것이었다.

 

 쓰러져가는 담장도 일일이 자신이 다 만든것이고 마을에서 들어오는 자신의 집앞에 난 길도 자신의 손이 거치지 않은 곳이없었다.

 

 처음에는 거친 돌길과 밭길옆에 낮은 펜스를 전부 페인트칠해서 코스모스랑 꽃을 심어놓고 도라지꽃도 심어놓은 길은 그야말로 아름다운 꽃길이었다.

 

 “아빠 이집을 카페라도 해도 돈벌겠다.”

 

 “그래”?

 

 “저기 오는 길에 코스모스길이 너무 예쁘요.”

 

 ​

 

 그냥 지나치면서 들은 말이지만,영생은 만약 자신이 직장에서 해고를 당하면 딸이 말한 카페를 생각하고 있었다.

 

 딸이 입구에 주차할 공간과 자판기커피라도 두면 자신의 학비에도움이 되겠다고 말을 한 딸의 말을 곰곰히 생각하고 있었다.

 

 옷을 살돈도 없었고 장을 볼 돈도 넉넉하지 않아서 뒷마당에 농사를 지어서 웬만한 채소는 다 혼자서 먹을 것을 해놓았고,단지 고기나 생선만 장에서 사와서 먹는 살림을 20여년넘게 해오고 있었다.

 

 정말 홀아비 처럼,아니 혼자사는 스님처럼 도를 닦듯이 살아오고 있었다.

 

 사람들은 수근거렸다.

 

 “아니 바뀐것이 아녀”

 

 “양반놈과 상놈이 말여.”

 

 영생은 그말을 들을때마다 몸에서 피가 끓어오르는 분을 삭혀야 했다.

 

 영만은 영화배우처럼 잘생겼으며,학교에서도 여자들이 줄줄 따라 다녔고,자신은 여자들한테 항상무시를 당했으며,외모도 영만과 비교할수 없을 정도로 키도 작았고,왜소하였다.

 

 부잣집여자와 결혼하여 시내에서 카페를 한다는둥,큰 건물을 사서 세를 받아서 비싼 아파트에 산다는 둥 말이 들려오고 있었지만 ,영생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돈이 있다면 이 집주위에 땅들을 더 사는 것이 꿈이었다.

 

 그런생각을 해서 신혼시절에 영생은 영만이가 내놓은 땅을 몰래 사버린일이 있었는데,나중에 아내는 펄쩍펄쩍 뛰었다.

 

 “이 시골에 평생살려고 “

 

 악에 받쳐서 부채를 부치던 아내의 얼굴이 떠오르고 있었다.

 

 당시에 아내는 서울에서 살다가 전학온 여자였는데,여학생들이 하도 괴롭혀서 영생이가 도와준 인연으로 결혼한 동창생이었다.

 

 나이가 들어가니 영만은 예전만큼 미모는 없을지몰라도,큰키에 서글서글한 외모도 나이에 비해 더 많이 늙어가고 있었고,

 

 궁색한 늙은 남자로 변해있었다.

 

 “사업이 망했나”?

 

 영생은 혼자 생각하였다.

 

 그저 아내가 벌어오는 돈만 받아들이면 살아온 인생이라 그가 무엇을 할줄 아는지 조차 영생은 몰랐으며 들리는 소문은 아내에의해서 들은 것이지,영생은 평생 동창모임에 참석한적이 없었다.

 

 “오랜만이야.’

 

 예전에는 거만하게 자신을 대하던 영만이었다.

 

 영생은 자신이 마실 커피를 대신내밀자 영만은 커피를 보더니 자신은 일회용커피는 안마신다면서 너슬레를 떨었다.

 

 “잔이 이쁘구만.”

 

 영생은 이 잔을 보면서 딸이와있다는 소문도 다 아는 듯했다.

 

 “이 산을 수목원으로 개장한다는 소문이 쫘악 났더군요.”

 

 “그래서 한번 형님을 찾아 볼까?했는데,주말에는 이 산에 올라간다고 해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허,참..”

 

 소름끼치는 대목이었다.

 

 템블러안에 뜨거운물사이로 입김이 올라오면서 영생은 마셨다.

 

 따끈한 것이 좋았다.

 

 차가운 인삼차보다는 지금 이렇게 쌀쌀한 날씨에는 커피가 제격이라면서 혼자 생각했다.

 

 영생은 대신에 냉장고에 아내가 유리병으로 만들어놓은 인삼차를 꺼내었다.

 

 “이것은 아내가 만든 인삼차야.”

 

 벤취중간에 인삼차를 두자,영만은 인삼뿌리가 보이는 잔을 보더니,관심이 있는지 시원하다며 벌컥벌컥 마시고 인삼뿌리까지 아작아작 씹고 있었다.

 

 “그런데 소문들었습니까”?

 

 “무슨”

 

 영생은 관심없다는 듯 뜨거운 커피를 한잔 더 마시고 있었다.

 

 호주머니에 핸드폰이 잡아졌다.

 

 요즘 수목원문제로 시끄러우니 아빠는 녹음을 해놓아야 한다고 신신당부하던 딸의 말이 떠올라지고 요 버턴을 눌리면 된다고 설명하던 말이 생각나서 영생은 핸드폰을 꺼내었다가,버턴을 눌렀다.

 

 잘못하면 이 산천전체가 다 날라갈수도 있다면서 딸이 더 호들갑이었다.

 

 “아빠,엄마는 모르는데,이 집안과 땅이 얼마나 가치가 있는데.”

 

 딸과 영생은 서로 통하고 있었다.

 

 집안은 아들에게 물려주어야 하는데 아들은 엄마와 생각이 같은지 시골땅은 관심이 없고 ,오면 아들은 짜증을 내고 있었다.

 

 “누구한테 전화가 왔습니까”?

 

 “아녀”?

 

 “시간이 얼마나되었는지 볼려고.”

 

 “이시간에 전화올 사람도 없고..”

 

 “그렇지요.”

 

 인삼차를 잘 마셨다는 영만은 벤취에 앉아서 경치가 좋다면서 이곳은 벤취자리가 아니라 묘자리로도 최고일듯하다면 아리쏭한 말을 꺼내었다.

 

 “그런데 수목원으로 영업이 됩니까”?

 

 “글쎄.”

 

 들리는 말로는 지목이 변경이 되어야 하는데,형님이 지목변경을 안해서 아무것도 못한다고 하더군요.”

 

 영생은 까무러 치듯이 속으로 놀랬다.

 

 “이 무슨 말같지도 않은 소리인가”?

 

 “형님이 종가집이라 아무것도 변경할수없다는 것에 사인을 했는데 그사인을 없애야만 효력이 발생한다고 하더군요.”

 

 ‘음.”

 

 이것은 아내도 말을 하지 않은 사인이었다.

 

 딸이 엄마가 이상해지고 있다는 말도 야릇하게 들리고 있었다.

 

 “그럼 영생자신이 죽어야 이 지목이 변경된다는 것이구먼”

 

 혼자서 영생은 생각하며 멀리 펼쳐지는 산능성이를 바라보며 슬픈표정이 지니가고 있었다.

 

 “그런데 제가 보기에는 이미 늦은 것 같습니다.”

 

 ‘왜 그런가”?

 

 “관심이 있으십니까”?

 

 “글쎼.”

 

 “그러니 자용이 엄마가 답답하시지.”

 

 “무엇을 하자고 해도 응,아니하자고 해도 응..”

 

 “답답해서 미치겠다고 하더니…”

 

 입술을 지긋이 깨물었다.

 

 “여편네가 할소리가 있지.”

 

 속으로 영생은 말을 했다.

 

 순간 감정적으로 벌컥화가 나서 망치와 삽을 생각했다.

 

 “아 녹음이 되고 있지.”

 

 영생은 벌벌 떠는 손을 만지작거리면서 커피를 다시 마셨다.

 

 “인연은 어쩔수 없나봅니다.”

 

 “딸이 지금 우리 아들과 사귀고 있으니 말이죠.”

 

 하늘이 노래지고 있었다.

 

 “ 자영이가 우리아들때문에 돈을 벌겠다고 지금 지방대학으로 간것으로 알고 있는데 말이죠.”

 

 심장이 멎을 듯했지만 간신히 숨을 들이켰다.

 

 “어찌보면 잠시 주인이 바뀐것 밖에 더 있겠습니까”?

 

 그말속에는 자신이 양반의 피가 흐르고 있으며 뭐가 잘못되어서 종이 양반집에 있다는 듯한 의미로 들렸다.

 

 이것은 평생 영생의 삶에 거머쥐는 지게의 무게만큼이나 누르고 있었다.

 

 영생은 자신이 가장아끼는 딸이 영만의 아들을 좋아한다는 사실에 놀랐지만,

 

 딸은 아직도 누구를 사귄다는 말을 한적이 없었다.

 

 사귈여유가 없다고 했던 것 같았다.

 

 누구한테 전화가 오는데 귀찮다고 했던 일이 떠올려지고 있었다.

 

 ​

 

 “그나저나”

 

 “자네 사업가인데 사업은 어떠한가”?

 

 그 말에 대답은 하지 않고 영만은 탁탁 옷을 털면서 일어섰다.

 

 펜데믹으로 웬만한 사업과 가게는 지금 박살이 나고 있었고,겨우 겨우 맹맥을 유지하고 있던 자신이 아무런 고민이 없는 세상에 살고 있어지는이상한 환경을 설명하지 못했다.

 

 “마누라나 잘 관리하셔야 겠수”?

 

 “고맙군,충고를 해주어서..”

 

 “법적으로는 마누라가 아니지”

 

 이말도 꺼내지 않았다.

 

 생활보호대상자신청을 위해서 이혼을 요구했던 아내가 지금 이 땅을 노리고 수목원으로 지목변경을 위해 종가집사람들을 찾아다니면서 쑤시고 다니는 꼴을 보노라면,영생이가 미친것인지,마누라가 미친것인지 구분하기가 어려웠다.

 

 능글거리게 대답을 하자 영생은 옷을 탁탁 털면서 아래로 휘청거리며 내려가고 있었는데 손에는 검은 봉지가 쥐어져 있었고 벤취옆에는 영만이가 가져온 삽한자구가 세워져있었다.

 

 제법 산을 헤매었던 것 같은 생각에 부슬부슬 내릴듯한 하늘을 보면서 우울해지고 있었다.

 

 ‘컹컹컹.”

 

 개짖는 소리가 산을 울리고 있었다.

 

 영만이가 도대체 무슨 짓을 하고 있었을까?

 

 개를 데리고 오지 않고 집에다 풀어놓았는데 개짖는 소리가 온마을을 알리듯 캥캥거리는 소리가 이 곳까지 들리고 있었다.

 

 ​

 

 3.멀고 먼 인연

 

 ​

 

 영생은 개가 짖는 소리를 들으면서 버섯을 심어놓은 곳으로 가보고서는 깜짝 놀랐다.

 

 누군가 버섯을 다 캐어서 엉망으로 만들어 놓았다.

 

 지금 밟아 놓은 것을 보니 ,영락없는 이동네사람의 소행이었다.

 

 이시간에 산에 온자는 영만이 밖에 더 있는가”?

 

 아내가 지금 바람이 나서 온동네어른을 만나서 사인을 한다는 둥,공무원을 만난다는 둥 소문은 바람결을 타고 오고 있지만 결국은 그 길목에 영생이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것이다.

 

 문득 자신의 생명이 목을 조르듯 다가오는 어둠의 그림자를 느껴야 했다.

 

 바람보다는 서울에 제법큰 아파트로 이사를 한것이 화근이라 지금 은행융자를 내지 못해서,쩔쩔매고 있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도저히 영생도 갚아낼수있는 처지도 없거니와 처음부터 이사를 하지 말라고 했을때,법적으로 남편도 아닌데 왜 큰소리 내며 도로 대드는 아내를 보았을 때,마치 고등학교때 서울에서 쫄딱 망해서 내려왔다면서. 아이들이 흉을 보는 그 시절로 돌아가려고 발버둥치는 모습이 윤회의 톱니바퀴처럼 흘러가는 것이 두려웠다.

 

 동창들사이에 떵떵거리면서 살고 싶은데 모든 것이 여건이 안되는 회전목마에 올라타서 바둥거리는 모습이었다.

 

 “카톡”

 

 버섯을 정리하다가 전화가 온것을 듣고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아빠”

 

 “자현이도 데리고 와요”

 

 “고등학교를 전학시켜야 해요.”

 

 “엄마가 너무 괴롭혀서 애도 힘들어요.”

 

 “자현이가 지금 울면서 전화가 왔는데 말이죠.”

 

 “지금 애보고 미국가자고 하는데 고등학교때가서 어떻게 영어를 따라잡을 것이며,자현이가 울어요.”

 

 “너가 물어봐라.”

 

 “아빠는 자현이가 내려오면 쉴수 있을 공간을 다 마련해놓았어.”

 

 “예”?

 

 “사랑채를 방으로 크게 만들어놓았어”

 

 “창고방처럼 보이는데요”?

 

 “선반만 치우면 넓은 방이야.”

 

 “아,,예.”

 

 자영은 너무잘되었다며 울먹거렸다.

 

 마치 문을 열면 창고로 만든것처럼 보였지만 선반몇개만 치우면 넓고 넓은 방으로 쓸수 있는 것이었다.

 

 ​

 

 서울에 간사이에 영생은 수없는 망치질과 땀으로 방을 만들었으며,아들이 함께 지낼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자 흘린땀방울은 딸의 눈물한방울에 모든것이 날라가고 있었다.

 

 “아빠,엄마는 미국으로 갈려고 해요.”

 

 “뭣이라.”

 

 지금 수목원이니 뭐니 하면서 바람을 넣어서 이땅을 팔고 미국으로 도망갈 계획을 하고 있다는 딸의 말을 듣고 서늘한 바람이 다시 지나가고 있었다.

 

 “자현이보고 얼른짐싸서 내려오라고 해.”

 

 “알겠지.”

 

 “엄마한테는 아빠가 끼어들었다는 말을 하지말고,너 두사람이 정한것으로 해.”

 

 “지금 비가 너무 많이와서 비를 피해서 산에 있어.”

 

 “아빠,지금 집에 들어가지 마세요.”

 

 “자현이 말로는 아빠집에 서류를 훔치러 누군가를 시켰다고 .”

 

 “그래..”

 

 개짖는 소리가 저렇게 요란하게 들려오는 것을 보고서야 영생은 미소를 지었다.

 

 “그래.”

 

 집을 요새처럼 만들어놓은 것을 몰랐을 것이다.

 

 뒷마당으로타고 올라가면 장미가시가 가득할 것이요.

 

 앞마당으로 뛰어내리면 개가 물을 것이요.

 

 지붕으로 올라가면 밧줄이 얽혀있어서 묶일것이요.

 

 앞마당을 벗어나서 코스모스길 가운데에 버턴만 눌리면 타이어가 찢어지는 코스가 나올것이요.”

 

 “자현이가 너무 신경이 예민해있어요.”

 

 “괜찮다.”

 

 “아빠가 다 준비한 것이니 걱정말고 내려오거라.”

 

 “고마워요 아빠”

 

 “사랑해요.”

 

 전화를 끊고나는데 자신에게도 눈물한방울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자신을 둘러싼 음모와 괴로움이 딸의 한마다에 산천처럼 쌓인 설움이 다 녹아내린다는 사실이 믿을수가 없었다.

 

 버섯나무들을 정리하고 터벅터벅 산으로 돌아내려가고 있었다.

 

 길가운데로 가다가는 이 쏟아지는 폭우에 발을디딜수가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던 영생은 자나무곁에 세워두었던 나무를 짚고 베낭을 메고 터벅거리며 산을 내려왔다.

 

 경찰차가 자신의 앞마당에 출두하고 있었고,지붕에 매달린 남자는 살려달라고 경찰에 신고를 하는 어처구니없는 사태를 연출하고 있었다.

 

 “범인들을 보실것입니까”?

 

 “아닙니다.”

 

 영생은 가방을 메고 경찰차안에 들어갔다.

 

 두대의 앰블란스가 출동했는데,지붕에 얽혀있던 남자를 보는 순간,영생은 의자 밑으로 몸을 숙였다.

 

 영만이었다.

 

 자신이 산에 있다는 것을 확신하고 명령을 내렸는데,어떻게 되었는지 일이 틀어진 것처럼 보였다.

 

 다른사람은 도망치다가 좁은 오솔길에 서 있던 나무를 들이박고 사고를 당했다고 경찰에게 신고를 했다는 것이었다.

 

 수목원이니 뭐니 하고 집안을 들썩거릴때,참 일이 꼬일지 알았습니다.

 

 “안그러합니까”?

 

 경찰이 물었을때 영생은 의자밑으로 몸을 숙이고 있었다.

 

 평생을 괴롭혔던 자신의 핏줄과 자신의 마누라까지 이용해서 이 산을 가지려고 했던 영만의 노력은 돌이킬수 없는 사건으로 번지고 있었다.

 

 정말 영만이가 이 집안의 핏줄이었을까?

 

 자신의 얼굴을 보면 그렇다고 대답을 할 수밖에 없었는데,30여년이 흐른지금 한남자는도둑으로 잡혀가고 자신은 도둑처럼 보이는 이 얼굴을 가지고 이 집을 피땀으로 일구어낸 것이었다.

 

 아내는 그뒤로 두어번 집에 오곤했지만,늘 그러하듯이 영생은 오는 듯 가는 듯 내버려두고 있었다.

 

 한바탕뛰어서 미국으로 가겠다고 발버둥치는 여자를 바람처럼 바라보고 있었다.

 

 정말인지 거짓말인지 ,아내는 더이상 명절에 오지 않았다.

 

 명절만 되면 다리가 부러질만큼 상을 차려서 제사를 지내야 하고 여러가지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 삶의 무게만큼이나 싫어하였다.

 

 자유롭고 싶은 인생이었고 자신은 이 땅에서 자유롭지 않게 살려는 지점에서 우리는 다른 인생을 살아오고 있었던 것이었다.

 

 “아빠”

 

 “학교갔다왔어요.”

 

 작은 포크레인을 운전하는 것이 너무 재미있다는 뒷산을 개간하는 아들의 뒷모습을 보면서 자신의 삶은 절대로 헛되지 않았다면서 ,무수한 세월의 아픔을 바람처럼 흘러보내면서 뒷마당에 심어놓은 토마토의 줄을 세우면서 아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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