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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시냇가의 꽃들
작가 : 누리아리마리소리
작품등록일 : 2019.10.1

시냇가에 아무렇게나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꽃들처럼,
여러 계층의 개성 있고, 사연 많은 사람들.
각자의 이익을, 그리고 목적을 위해, 고군분투하던 사람들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가혹하고 억울하여, 나쁜 선택을 하게 된다.
그러던 중, 우연히 한 날 한 장소에서 모이게 된다.
급작스럽게 사건에 모두 휘말리게 되고, 계획 없던 동행이 시작된다.
서로를 경계하고 못 믿던 그들이지만,
시간이 지나, 차츰 서로를 알아가면서, 끈끈한 인연이 되어 간다.
하지만, 그들에게 죽음의 그림자는 계속 추격해 오고...
시냇가의 꽃들에게, 추운 봄이라도 찾아올 것인가?...

 
30화. 시냇가의 꽃들
작성일 : 23-07-02 13:03     조회 : 209     추천 : 0     분량 : 4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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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속보가 나가기 바로 전..

 취조실에서 김형사와 박형사가

 뷰띠끄랑 똠양꿍과 입씨름중이다.

 

 

  "그러니까 말을 해~ 정보에 따라서 2년짜리 안으로 확 줄여준다니까~

 안그럼 그냥 20년이라고~~~."

 

  "우리가 주는 정보는 차원이 다르단께요~

 이건 형사님들 평생 해도 못잡는 건디~."

 

  "아, 그냥 땔쳐뿌소 마, 드가 20년 푹~ 살람더!"

 

  "어느정도를 원하는데~ 니들이 한게 있는데 어떻게 그냥 풀어주냐?!"

 

  ".. 천자회라고 아는교?"

 

  "!! 너 지금 뭐라고 했어! 천! 자회!"

 

  "아, 아시는구만~ 그 천자회를 딱 갖다 드리겠다니깐요.. 어째 이제 좀 딜이 박히는거 같네."

 

  "너 진짜지? 허튼 짓이면 너네들은 짤 없이 20년짜리다."

 

  "그니까~ 오늘 우리 나간다는 보장 하에 갖다드릴테니까~ 각서 한장 써 달라고요. 인감 콱 박아서 확실하게!"

  

 

  쾅! 철컥! -

 

 

  취조실 창(매직 미러) 바깥에서 지켜보던

 박반장이 멧돼지처럼 뛰어들어온다.

 

 

  "그려 아라써! 써 줄테니까 일단 부, 불어봐!"

 

  "어허~ 순서가 있지요~ 각서부터 한 장 들이대주시랑께요~."

 

 

  얼마간에 눈치 대치가 지나고 박반장이 결의에 찬 손바닥을 책상에 '턱!' 하고 내려친다.

 

 

  "니들 한 번 믿어본다 내가.."

 

  "반장님. 그래도 이건 좀.."

 

  "솔직히 천자회에 대해서 쟤들이 얼마나 안다고 각서까지는.."

 

  "쟤들이 천자회를 안다는 자체가 빼박증거야.

 군,경,검 어떤 기관에서도 천자회 조직 구성, 편성, 위치 어떤 것도 파악된게 없는데, 피해 현장이랑 피해자만 수두룩하지..

 이 기회에 천자회 쓸면 2계급 특진은 기본이야.. 지금 잡범이랑은 차원이 달라..

 잡을수만 있다면.. 황금알이다.. 팬이랑 종이 가져오고.. 인주 가져와"

 

 

  마른 턱을 쓰다듬던 박반장이 핸드폰을 고쳐잡고 마른 뜸을 들인다.

 

  통화버튼을 누른다.

 

  액정화면에 '방송국 김기자' 글씨가 바쁘게 제자리 뜀걸음이다.

 

 

 

  한 달 후...

 

  "다음 소식입니다. 미제에 빠져있던 세간의 사건사고들의 중심에 천자회라는 조직이 관련돼 있음이 밝혀졌습니다. 이들은 거액의 청탁금을 받고 청부살인을 행하는 비밀조직으로서

 그 수법이 잔인하고 흔적을 남기지 않는것이 특징으로 현재까지 1000건이 넘는 범죄혐의가 드러나고 있습니다. 조사결과 청부살인을 사주한 자들 중에는 고위 계층과 재력가가 대부분이라는 정황도 포착됐습니다.

 어떠한 이유에서인지, 천자회 수뇌부들은 거의 사망에 이른것으로 알려졌고, 수사를 계속해서 조직원 모두를 검거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번 사안의 공로를 인정받은 수사 관계자들은 각각 1계급 및 2계급 특진을 할것으로 보입니다. 이어서.."

 

 

  신나게 달리는 차 안의 TV에서 긴급뉴스가 신나게 이어진다.

 

  "얼마만이야?"

 

  "..."

 

 

  고급 승용차 안에서 소라가 뒷자리의 수현을 돌아보며 웃어보인다.

 

 

  "수현아.. 넘 떨리지?.. 한 번이 어렵지,

 계속 보게 되면 익숙해질거야 다시.. 우리처럼.. 그치 엄마?ㅎㅎㅎ"

 

  운전석에서 앞만 똑부러지게 보며 운전하는 황비서를 빤히 보며 웃는 소라.

 

 

  "그, 그러치"

 

  "봤지? 거봐~ 우리도 첨엔 서먹 서먹도 그런 서먹이 없었다니까~"

 

  "지금도 그래보이는..!!"

 

 

  싸려보는 소라의 불귀신 눈초리에 말을 씹는 수현이다.

 

 

  "어, 어우, 어우우 어우"

 

  "아버지 다 와 가요. 조금만 참으세요."

 

 

  수현 옆자리에 수현아버지는 좀이 쑤시는지 발버둥 2단계에 들어섰다.

 3단계 진입을 저지하려 한참 씨름을 한 수현이 소라를 보며 어렵게 입을 뗀다.

 

 

  "정말.. 어머니가 보고싶으실가요, 저희를..

 아버지를.. 어머니가 맘 아프시거나 피해를 보시는거면 예전처럼 계속 안 보는게.."

 

 "어머니는 항상 자식이 보고싶어요.."

 

 

  철벽 운전한던 황비서가 어머니 미소를 지으며 제차 말을 이어간다.

 

 

  "회장님도 보고싶어 하시구요."

 

  "그래 맞아~ 아빠도 엄마도 다 보고싶어해~.그리고 앞으로 함께 살건데 뭐~"

 

  ".."

 

  "수현씨가 불행하면 어쩌지, 맘 다치면 어쩌지,

 그렇게 항상 염려하실거예요. 예전에도, 지금도, 앞으로도.. 자신은 어떻든 자식만 행복하면, 웃으면 다 괜찮다는.. 어머니는 그러실 겁니다.."

 

  ".."

 

  "내가 이해가 안 되는건, 아들이랑 아빠랑 둘만 있으면 불행할수밖에 없고 불편하고 힘들게 살게 뻔한데 왜 집 나가서 걱정을 하냐고,

 같이 살면 되지~."

 

  "회장님이 밤에 길에서 쓰러져있는 사모님을

 차안에서 우연히 보시고는 병원까지 모셨드랬죠.. 위암수술 받고 여러차례 추가 치료 받으셔서 다행히 지금은 잘 지내시죠..

 어릴때 같은 고향에 사셨다고 합니다..

 집안 사정을 다 들으시고, 회장님이 수현씨 가족을 다 책임지려고 하셨는데, 사모님이 목숨 살려주신것도 못 갚을 은혜인데

 그럴수는 없다고 하셨죠..

 그래서 회장님이 저보고 가끔 들여다보라고 하셨습니다..

 얼마 전에 소라도 알게 됬다고 회장님께 말씀드리니 '이제 거둘때가 된건가' 하시며 고심하던차에 그 사건이 발생한 겁니다."

 

  "그럼 만나봐야 겠어요.. 엄마를요.."

 

 

  고급 호화 대저택 정문 출입구에 차가 정차한다. 문짝 크기부터 으리으리하다. 버스 2대도 한꺼번에 통과할듯 하다.

 

  입구를 들어서니 중앙에 축구장만한 넓고 긴 정원이 자리하고 양 옆에는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이 줄지어 펼쳐진다.

 정원 중간길을 따라 걸으니 그 가운데 이탈리아 트레비 분수같은 바로크식 분수대가 마중나온다. 장관이다. 순간 해외여행이라도 온 것 마냥, 설레임이 발버둥친다.

 

  한 참을 관광하듯 걸어간다.

 

 황비서가 한 발 앞장서 인솔하고,

 소라가 수현 아버지의 팔짱을 낀채, 옆에서 꼭 붙어서 걸어간다. 아버지의 다른 한 손은 수현이 꼭 잡고서 휠체어 바퀴를 굴린다.

 

 

  대저택 입구가 가까워진다.

 수현의 심장이 요동친다.

 

 

  "아따~ 오랜만에 봐부네~ 어서 와~"

 

  "우리 이자뿌지는 안았제~ 여 다 나와계신다, 우리 수현 총각 볼끼라고ㅎㅎㅎ"

 

  "!!??"

 

 

  "오~청소는 잘 하고 있었겠지~ 이 소라님이 한 번 검사 해볼까나~ㅎㅎㅎ"

 

  "아따, 고걸 말이라고~ 검사 해보드라고~ㅋㅋㅋ"

 

  "저 가시내, 꼭 말을 해도, 주택!관리! 청소는 기본이지~ 차량, 정원, 갱비.. 아, 뽀디까드, 엔다이아~ 그 뽀디까드까지 한다 고마ㅎㅎㅎ"

 

  "놀랬지? 수현아ㅎㅎㅎ 두 아저씨들 울 아빠한테 얘기해서 울집 경호원 겸 관리원으로 채용했어. 동반 가족까지 숙식 제공ㅋㅋㅋ

 그리고 아란이 식구까지ㅎㅎㅎ"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여기저기 술래잡기다.

 

 

  "ㅋㅋㅋ아하하~ 살다보니 이런데서 지내고 진짜 대끼린기라~"

 

  "인자 가족들까정 다 같이 지낸께 암 걱정 없다니께~ 아하하~"

 

 

  경찰서 나와서 두부 먹방한지 한달째..

 이제 그들에게서 똠양꿍과 뷰띠크의 향기는 아스라이 사라진지 오래다.

  기다렸다는듯이 대저택 입구에 두 사내의 식구들이 가지런히 정렬하여 기다리고 있다.

 

  왁자지껄한 그 장면 먼발치서 고회장과 수현어머니가 서 있다. 두 사람의 손이 공손히 수현과 수현 아버지를 기다리고 있다.

 

  점차 군중들이 길을 터주고 수현이 어머니에게로 다가간다. 휠체어 굴리는 손에 감각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만큼 모든 신경이 어머니에게로 쏠려서 시간이 멈춘 거리를 나홀로 움직이며 걸어가는 느낌이 든다.

 

  어머니도 수현에게로 다가오고, 두 사람이 한발치 거리가 된다.

 

  두 사람에게 햇볓이 '쫙~' 내린다.

 벌써부터 그렁그렁한 눈이 부셔서 어머니 얼굴이 흐려보인다.

 입술만 달싹거린다.

 

 

  "어, 엄.."

 

 

  "수현아"

 

 

  수현을 햇살과 포개어서 꼭 안아주는 여인.

 참고 참던 눈물샘이 하염없이 솟아난다.

 

 

  "엄마.. 엄마.. 엄마.."

 

  "수현아.. 수현아.. 수현아.."

 

 

  수현 아버지의 손에는 어느새 소라 아버지의 손으로 포개져서 빈자리가 채워진다.

 

  그 모습을 아주 멀리서 지켜보던 그림자 하나는 홀연히 바람처럼, 혹은 바람따라 청량한 오색빛 바다로 달려간다.

 

 

  부아아아앙~!!! -

 

 

  시골스런 풍경의 해안 도로 위를 한 대의 고급 스포츠카가 미끄러져 내려온다. 바다가 훤히 보이는 텅 빈 해안 주차장 중간쯤 조심스레 정차한다.

 

  운전석이 열린다.

 백발 보브컷 단발머리 여인이 내린다.

 달콤한 꽃 패턴이 산뜻한 원피스.

 선글라스를 '스륵' 머리 위로 올려쓴다.

 손에는 싱싱한 국화꽃이 들려있다.

 

  바닷가를 거닐며 노을 진 수평선 너머에 시선을 둔다.

 

  파도가 친다.

 그녀에게 반갑다는듯이.

 백사장 끝에서 크게 부서져 내린다.

 잘게 부서진 파도 알갱이들이

 그녀의 맨발을 간지럽힌다.

 장난치듯이.

 

  다시 쓸려나가는 파도에

 국화꽃이 소복이 눈꽃빙수처럼 안긴다.

 

  바다 속에 그득히 담겨 있는 황혼에 물든 하늘.

 

 

  "언니.. 약속 지켰다..

 애들 잘 지내고 있더라..

 아란아..

 나 부탁 하나만..

 민지랑.. 같이 있어줘..

 너라면.. 너가..

 그 아가 엄마가 돼줘..

 내가 그 아가 엄마가..

 돼주기로 했는데..

 그 약속은 너가..

 대신 좀 지켜줘..

 보고싶다.. 둘 다.. 사랑해.."

 

 

  담담하게 뒤돌아 걸어가는 여인.

 황혼빛 파도가 남겨진 발자국을 삼킨다.

 바람결에 붙잡힌 머리칼이 애절하게 휘날리고

 파도 위에 꽃가루처럼 흩뿌려지는 발렌타인의

 눈물 방울.

 

  떠나가는 스포츠카를

 시냇가에 물결치듯 흐드러지게 핀 꽃들이

 하늘거리며 배웅한다.

 
작가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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